D+69일 / 맑음 ・ 12도
샹황기-쑤니터우기
일찍 잠들었지만 몸이 무겁다. 옌칭현에서 시작된 바람과 오르막 길의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7,865Km
이동시간
6시간 30분
누적시간
559시간

S208
X508
57Km / 2시간 45분
66Km / 3시간 45분
샹황기
교차로
쑤니터우
 
 
5,07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다시 찾아온듯싶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확인한다. 이곳은 평균적으로 풍속 5~10m/s 정도의 바람은 일상적인가 싶다. 창문으로 찬 공기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으, 추워."

오늘 가야 할 주리허진이나 쑤니터우기는 모두 1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다. 20km 정도 차이가 나는 두 곳을 두고 고민하다 바람과 진행 속도를 보고 갈림길에서 목적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바람만 없으면 내리막길이니 어렵지 않게 쑤니터우기까지 갈 수 있는데."

체크아웃을 하며 여직원에게 중국어와 몽골어를 모두 구사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대단해! 몽골어는 너무 어렵다."

"몽골어는 어렵지 않아!"

번역기로 몽골어를 번역하여 여직원에게 보여주니 글씨를 못 알아본다.

"이게 몽골어잖아?"

"이건 중국의 몽골어가 아니다."

"중국의 몽골어하고 몽골의 몽골어가 다른 거야?"

"뚜이!"

언어 자체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표기법은 다른 모양이다.

"뭐, 그렇다 치고. 이 글자를 구분하여 인식하는 게 더 신기하다."

동풍이 살살 불어오는 초원의 길을 따라 출발한다.

평형한 초원의 길은 하늘로 올라간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착시현상처럼 오르막의 경사도와 길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동풍의 뒷바람이 페달링을 가볍게 해주고, 맑은 하늘과 구름, 고산지대 초원의 아름다운 곡선들을 보면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어제와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다.

"이틀 동안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산을 내려가는 오늘만큼은 맘껏 즐겨보라 이거지?"

가벼운 몸풀기 라이딩으로 쌀쌀한 기운을 없애고.

"구름이 조금 많네. 하늘을 가렸어. 어쨌든 좋아!"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목적지를 120km의 쑤니터우기로 결정한다.

"그럼 달려 볼까!"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길게 뻗어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달린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넓은 초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어떠한 고민도 잡념도 없이.

삶의 시간이 풍경과 함께 스쳐가는 듯.

평온하다.

저 멀리 말들을 몰고 오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이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멋진데!"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멀리 달아난 말들을 쫓아 서둘러 남자는 웃으며 떠난다.

바람의 도움으로 힘들지 않게 60km 가까이 이동을 했다. 쑤니터우기로 가는 두 개의 갈림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좌회전을 하며 살짝 방향이 바뀐 도로는 거센 바람이 완벽하게 뒷바람으로 자전거를 밀어준다.

"이런 바람이면 200km도 순식간에 갈 수 있겠는데."

주리허전(朱日和镇)과 쑤니터우기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70km의 거리는 남기고 완벽한 뒷바람을 맞으며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쑤니터우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약간의 측면 바람을 맞으며 쑤니터우기로 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바람이 조금 아쉽지만 다이렉트로 가 보자. 설마 바람이 바뀌지는 않겠지."

S208 국도를 벗어나 작은 소도로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향한다. 측면으로 바뀐 바람의 방향이 조금 불안하지만 잠시 바람을 이기며 가다 보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어 뒷바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언덕이 이어지는 길이 이어지고.

화물차의 통행마저 완전히 사라진 조용한 도로를 독차지하고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을 오르고 바람을 피해 자전거를 세운다.

맛있는 벌꿀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주변의 풍경은 어느 순간 붉은 토양의 초원으로 바뀌어 있다.

붉은빛의 땅, 마치 화성의 일부를 떼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달린다.

신비롭지만 적막한 풍경 속 라이딩의 심심함을 사진찍기 놀이로 달래보고.

쓸데없는 사진도 찍어보고.

달린다. 몇 채의 붉은 흙벽돌 집들이 들어선 마을에 들어선다.

자전거를 세우고 화물트럭에 무언가를 싣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말똥, 소똥인가?"

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도 함께 펼쳐져 있다.

"똥으로 만든 것 같은데. 이것으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겠지?"

도로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너무 놀면서 왔나. 조금 빨리 달려야겠어."

잘 생긴 말의 무리들에게 인사도 하고.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놓인 언덕을 지나간다.

"마지막 언덕인가?"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지나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마지막 페달링을 힘차게 밟아본다.

평평한 초원의 지평선으로 쑤니터우기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하하하. 다 왔다!"

소도로에서 수직으로 만난 G208 국도로 접어들자 거센 맞바람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든다. 주리허전을 경유하여 G208 국도를 타고 쑤니터우기로 왔다면 거센 맞바람을 맞으며 왔겠다 싶다.

국도를 벗어나 쑤니터우기로 들어선다. 내몽골 자치구의 작은 도시 쑤니터우기, 그 모습은 생각했던 대로 조금은 황량하게 느껴진다.

시내로 들어서 잠시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 자전거를 세운다.

"KFG?"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주변에서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호기심 있게 관찰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쑤니터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찾아가던 주점 대신 녹주상무주점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만 잘 보관할 수 있으면 아무 곳이나 괜찮지 뭐."

깔끔한 주점에 들어서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려주며 방으로 자전거를 가져가도 된다고 말한다.

여권을 주고 주숙등록을 하는 동안 몇몇의 직원들이 모여 상의를 하고 체크인이 끝난다. 그리고 시니어급의 여직원이 다가와 자전거를 주점의 뒷마당에 놓아두라고 안내를 한다.

"자전거 잃어버리면 안 돼. 여기 안전한 거지?"

괜찮다는 여직원의 안내를 두어 차례 확인한 후 자전거를 잠가두고 패니어를 풀어 방으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놓아둘 공간이 부족한 작은방이라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라고 안내한 모양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주점의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먹었던 곱창볶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을 한다.

"두 번 먹어도 맛있군."

"기름진 양곱창볶음에 이것이 제격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처럼 피곤하고 약간은 지쳐있다.

"한 번의 라이딩이면 중국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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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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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G, 2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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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7일 / 맑음 ・ 14도
장베이현-화더현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허베이성을 지나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112Km
누적거리
7,654km
이동시간
7시간 58분
누적시간
546시간

S245
S245
63Km / 4시간 27분
49Km / 3시간 31분
장베이현
얼하오부
화더현
 
 
4,90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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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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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비자 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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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든 덕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쌀쌀한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서두르자!"

7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숙소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치띠엔 반!"

7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인가 보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접속이 불규칙하여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구글 지도에 접속하여 오늘 가야 할 화더현까지의 고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길을 파악하고 거야. 어제는 너무 느닷없었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화더현은 장베이현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네. 바람만 안 불면 좋겠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이 괜찮아 나름 기대했는데 볶음밥도 없고 메뉴가 부실하다. 조죽 같은 것과 함께 이것저것 담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운다.

"먹어야 산다!"

며칠 동안 패니어들을 재장착하고 출발하다 보니 10시를 전후의 시간에 출발을 했다. 일찍 일어나 조식까지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화더현으로 출발한다. 예상거리 110km.

"하늘빛이 정말 좋구나!"

30여 분 S245도로를 이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 파란 하늘이 좋아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투둑 체인이 끊겨버린다.

"아, 진짜 아침마다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매일 아침 눕는 게 일이구나."

끊어진 체인을 보니 어제 연결해 놓은 체인링크가 부러져있다. 뒷드레일러가 망가지면서 체인에 변형이 생겼는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몽골에 가기 싫다 이거지. 그럼 바꿔야지!"

무거운 체인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상용으로 챙겨온 여분의 체인을 꺼내어 바로 교체한다.

전국일주 2,400km와 중국여행 5,000km를 잘 버텨낸 체인. 유럽정도에 가서 스프라켓과 함께 교체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조금 일찍 교체를 한다.

중국의 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우중 라이딩의 흙자갈들이 묻어 많이 마모되고 유격이 생겼을 것이다.

새 체인으로 연결을 해두었지만 크랭크의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마모를 생각하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쉬안화구에는 스프라켓도 교환할 걸 그랬나."

장렬하게 전사한 체인은 도로변에 묻어두고.

"그동안 수고했다!"

변속을 하며 트러블을 체크한다. 생각한 대로 7, 8 ,9에서 체인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더더덕 트러블이 발생한다. 2단 체인링과 8, 9단 스프라켓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 상태가 깊고 넓다.

"어쩔 수 없다. 8, 9단은 버리자."

8, 9단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라켓을 교환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당분간 속도를 내어 달릴 일이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리막길의 체인비가 가벼워진 아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체인을 교체하고 트러블을 점검하느라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의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화더현까지 이어질 S245 도로 위로 맞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틀렸네. 그냥 소처럼!"

원중도(元中都, 위안중두)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원나라 시대의 성이 있던 자리 같은데 성터만 남아있는지 과거 성의 모습을 그린 안내도와 달리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넓어서 그런가? 안쪽에 뭐가 있나?"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과 출입구가 나오고, 입장료가 별도로 있는 공원처럼 보여 그냥 돌아서 나온다.

"뭐 이런 황무지에 성을 쌓았어. 백성들 힘들게."

도로의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의 둥지가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들판을 달려간다.

"허허벌판이란 이 정도는 돼야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맞지."

도로를 따라 좌우의 방향만 바뀔 뿐 바람은 여전히 정면에서 불어오고 인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낮은 벽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길에는 소똥밖에 없고.

"대체 어디가 끝인 거니?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거야."

바람을 피해 벽돌들을 모아둔 곳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12시, 75km가 남았네. 빵을 사야 하는데."

오는 동안 몇 개의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모두 편의점이 없는 곳이고, 도로변의 마을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많지만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적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 건너편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리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이건 있다고 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아!"

콜라와 함께 달랑 하나 남아있던 비스켓만을 사들고, 물건의 가격을 모르는 여자 직원 때문에 한참을 기다린다.

완전히 다른 주택 구조처럼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를 텐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

열악한 환경의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 남부 지방은 작은 마을에도 젊은 청장년들과 아이들이 항상 있어 마을의 생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천천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전거를 멈추자 피하듯이 자리를 일어난다.

"할매, 어디 가? 어. 가게네!"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내가 가는 곳마다 도망을 다니신다.

"나쁜 사람 아닌데."

빵 같은 것은 없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 오래된 흙먼지들만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

"메이요?"

전에 먹었던 빵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빵이 있는지를 물으니 당연하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아버지.

그냥 빈손으로 나오기가 뭐 해서 10원짜리 담배를 하나 사들고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본다.

"저쓰 한궈 앤초."

할아버지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시고, 주변을 계속 맴돌던 할머니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한다.

아마도 '그놈하고 놀지 말아' 아니면 '그 담배 버려' 아닐까 싶다.

"할배,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한국사람 처음 보잖아!"

슈퍼가 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자세히 살펴본다.

낮고 길게 지어진 벽돌집에 굴뚝같은 것이 3개 정도 지붕 위로 솟아있고, 마당 한편에 석탄처럼 보이는 검은 흙이 쌓여있다.

"나무가 없으니 탄을 때는 건가?"

창문마다 두꺼운 이불이나 커튼이 쳐져 있고 실내는 어둡다. 어떤 집은 창문의 2/3를 벽돌로 가려놓은 곳도 많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집은 바람이 없는 동향인가 보다.

목축업이 대부분일 테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한편에는 가축들의 축사가 함께 있다.

오로지 길게 뻗어 올라가는 도로와 바람뿐이다.

"오늘도 밥 먹기는 틀렸어."

초코과자를 다 먹고 앞드레일러를 정비한다. 비를 맞아 녹이 슬고 흙먼지들이 들러붙어 3단의 변속이 올라가지 않던 것을 정비하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2단이 이상하니, 이제 너를 써야겠다."

변속 속선과 조절나사로 장력을 조정하고 드레일러에 윤활도 조금 해준다. 8, 9단을 사용하지 못하니 내리막이나 속도가 조금 필요할 때는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생각이다.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나를 등지고 열심히 돌아가고.

도로변의 가로수들 마저 사라져 시야가 넓게 트인다.

길은 하늘을 향해 오르기만 하고.

얼핏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도 들지만.

푸른 바다는 없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네. 올해 안에 볼 수 있겠지?"

"하늘도 좋고 잠시 놀다 갈까!"

"뒤도 곡선, 앞도 곡선. 길도 이쁘네."

"하늘아, 너 정말 끝장이다."

"정면은 이렇게. 각도가 안 나오네. 차로라 힘들어 패쓰."

"뒷모습은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열심히 블루투스 리모컨을 누르고.

"그만해. 해 떨어진다. 가자!"

계속되는 하늘길을 오르고 올라.

"야, 중국 소! 나 한국 사람이야!"

좋은 것도 한두 번, 좋은 하늘 아래 사람이 점점 실없어질 때쯤.

도로가 바뀌면서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선다.

황량해 보이던 풍경이 낮은 능선들을 따라 곱게 이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집들은 레고 블록처럼 길게 겹겹으로 지어져있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굼벵이 같은 이상한 글자가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하늘이 열린 듯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바람도 여전하다. 하루 종일 맞바람 속을 달려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양들이 양을 치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산지대에 오르면서부터 어묘(魚苗)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보면 새끼물고기인데 고산지대에서 양어장을 할 일도 없는데.

"펩시콜라는 이렇게 쓰는구나.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처음 보네."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가 있어 일몰 직전에는 화더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일은 모를 일이니.

지겨운 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붙잡고.

현(县) 규모의 도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어떻게 도시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산지대의 직선 도로도 화더현 시내를 14km 남기고, 화더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체력은 모두 고갈된 듯 지쳐간다.

슈퍼와 식당들이 도로변에 이어지지만 시내라 부르기엔 아직 황량한 모습이고. 창고 같은 용도를 사용하는지 게르 같은 모형의 공간도 보인다.

화더현을 7km 남기고 길은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간다.

"끝까지 이렇단 말이지. 넘어가 주겠어!"

바람을 이겨가며 힘겹게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허망한 풍경이 나타난다. 산등성이를 타고 떨어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각종 비닐봉지들.

아름답기만 했던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가 작은 도시의 외곽으로 오니 온통 쓰레기 비닐봉지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날아든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 매립지라도 되는가?"

"인간들이 민폐다."

동쪽을 향해있는 묘지군으로 보이는 곳에 비닐봉지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와 철조망에 걸리고, 수풀에 걸려 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자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은 소도시 화더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소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 시커먼 물체가 도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인력거를 끌고 올라오며 힘이 들었는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쉬어가는 할아버지다.

"할배, 왜 넓은 갓길을 놔두고 길 한가운데에서 그래요."

시내의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잡히지 않는 작은 소도시, 고덕지도의 주점 검색을 하여 평점이 좋은 빈관으로 이동한다.

해가 떨어지며 조금씩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첫 번째 빈관에 들어가 투숙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숙박이 불가능하다며 주변에 있는 어느 숙소를 알려준다.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 부탁을 하니 숙박이 가능한 주점을 찾아준다.

1.4km의 거리, 시내가 작다 보니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예쁘기만한 빛을 남기고 해는 떨어지고, 끝까지 자전거를 밀어내는 찬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7시, 모택동의 동상이 정중앙에서 맞이하는 주점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이 된다.

주점의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안된다고 하니 흔쾌하게 주점의 안쪽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영어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안내해 주는 점장 그리고 뜻하지 않은 조식권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의 등장으로 넓은 숙소의 프런트층에 있던 다른 숙박객과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나지만 짧은 미소로 인사만을 전한다.

"여기서 말을 했다가는 1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샤워를 마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침 조식 이후 먹은 것은 초코과자 하나뿐이다.

태블릿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 여직원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주문을 기다려준다. 이것저것 메뉴들을 고르다 처음 여직원이 추천해 주었던 닭고기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 밥을 많이 달라고 부탁한다.

방긋 웃으며 알았다는 여직원.

한참 후 나온 음식은 닭고기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지? 그림하고 틀린데."

한 점을 집어먹어봐도 부드러운 것이 고기는 아닌듯하고 알 수가 없다.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큰 접시에 가득 담아서 나온다.

밥과 함께 알 수 없이 맛있는 메뉴를 먹다 보니 익숙한 곱창의 느낌과 맛이 난다.

"이거 곱창볶음이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것은 버섯이고, 마늘과 고추,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만든 곱창볶음이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물컵을 부탁하며 양곱창인지 돼지곱창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을 쓰기도 귀찮아진다.

"꿀꿀."

"뚜이!"

코끝을 살짝 들고 '꿀꿀' 했더니 친절한 여직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 음식을 먹을 땐 녹차가 제격이고, 정말 맛있게 먹은 기름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곱창볶음이다.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먹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50위안이면 8,500원. 이거 한국이면 초대박집이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페이창 하오 츠! 엄지 척!"

일제히 함박 웃음을 보이며 모두가 웃고 떠든다.

51위안.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2위안 추가의 쌀밥을 3위안 받나 보다. 돈을 주려고 하니 보증금에서 처리한다며 51위안 영수증을 써준다.

식당을 나와 프런트 옆에 있는 제물이 올려진 관우상을 보며 점장에게 관우가 맞는지 묻고 있는데 식당 쪽의 입구가 어수선하다.

관우상을 보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벽에 인사를 하는 아저씨.

"뭐 하세요? 관우는 이쪽인데!"

뭘 하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퇴근 체크를 하고 씨익 웃으며 지나간다.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줄을 서서 퇴근 체크를 한다.

조금 전 나의 음식평에 일제히 좋아했던 직원들은 그저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의 따봉에 일제히 환호했던 게 아니었어!"

어딜 가나 퇴근은 기분 좋은 일인가 보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편안한 웃음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런트 왼쪽에도 관우상이 있고.

자동 구두닦이도 있고.

그분도 계시고.

가짜 황금도 가득 있고.

중국의 오래된 주점에 오면 어떻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지키는 격식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카페트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고,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 않고 값도 저렴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응대나 절차 등을 보면 주점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라이드 같은 것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으려니 판피린 한 병이 들어있다. 불끈 기운을 돋운다며 약사가 권해준 이상한 것과 함께 마시고 따듯한 방한 바지를 꺼내 입고 잠이 든다.

"간 기능 개선 약인데 왜 기운이 난다는 거지?"

하루 종일 하늘빛이 찬란한 풍경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피곤한 하루다.

"멋진 하늘을 봤으니 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6일 / 맑음 ・ 16도
쉬안화구-장자커우시-장베이현
자전거를 정비하고 몽골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거센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바란다.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4,793Km
이동시간
6시간 49분
누적시간
370시간 16분

G110
G207
34Km / 2시간 04분
57Km / 4시간 45분
쉬안화구
장자커우
장베이현
 
 
4,79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소의 아침 조식은 모든 음식이 조금씩 짜고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볶음밥으로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출발을 준비한다.

숙소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는 아저씨의 말처럼 이상 없이 그대로 잘 있다.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준비 시간이 소요되어 10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숙소의 정문에서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을 하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고 있으니 사이클을 탄 아저씨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엄지를 세우며 사진을 찍자며 기분 좋게 반겨준다.

"멋쟁이 아저씨 같으니라고."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패니어에 넣어 두었던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쉬안화구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시내의 외곽에 위치한 성곽을 빠져나와 장자커우시까지 이어질 한적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라이딩을 이어간다.

"오랜만에 타보는 자전거 길이네. 오늘은 펑크날 일이 없겠어."

한 시간여를 달려 거대한 항아리 굴뚝을 보며 중국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흐린 비안개 너머로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향해 벽처럼 올라가 있던 생경함 광경이었다.

사진을 찍고 출발을 하려는데 체인이 투둑거리며 튕겨져 나간다.

"뭐지?"

어제 체인의 한마디를 제거하고 임시로 이어놓았던 부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체인링크를 걸어놓을 걸, 정말 게을러터졌어!"

패니어 어딘가에 체인링크와 체인핀이 잔뜩 들어있는데 문제는 어디에 놓어두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패니어들의 내용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두면 편할 텐데 역시나 그 정도의 부지런함은 나에겐 없다.

첫 번째 패니어에서는 체인링크가 없고 손톱깎이가 나온다.

"어, 잘 됐다. 손톱이나 좀 깎자!"

길가에 앉아 웃자란 손톱들을 정리하고.

다행히 두 번째 패니어에서 체인링크가 들어있는 비닐팩이 나온다.

끊어진 체인을 마저 제거하고.

체인 링크를 걸어 정비 끝.

"아, 오늘도 손이 검뎅이로 변해버렸네."

화력 발전소 같은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중국의 도시 곳곳에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굴뚝들이 솟아있다.

길은 장자커우시의 외곽으로 이어지고, 쓸데없이 친절한 고덕지도의 최단거리 안내로 인해 시내로 들어가는 길과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서 잠시 헤맨다.

"곧 헤어질 테니 참는 거야. 고덕양!"

대도시 장자커우시의 복잡함을 피해 시내도 진입하지 않고 외곽의 G110 국도를 따라 장베이로 이동할 생각이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작은 소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스프라켓의 9단에서 체인 트러블을 일으킨다.

잠시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워 드레일러와 체인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고 마모 상태가 심한 9단의 스프라켓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 같다.

"9단은 이제 못쓰겠네."

장자커우시의 서쪽 외곽을 돌아가던 길은 흙산의 절개지들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된다.

황토빛 황량한 풍경들 너머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는 북쪽의 산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도로변의 건물들은 완전히 사라진다.

붉은 오성홍기와 산불조심을 알리는 깃발만이 바람을 따라 요란하게 춤을 추고.

피곤함 탓인지, 자전거가 무거운 것인지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져만 간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샤화위안에서 사놓았던 사과를 꺼내어 심심한 입을 달래본다. 당도는 부족하지만 과즙이 풍부하고 시원하니 맛이 괜찮다.

멀리 보이던 산이 정면으로 눈앞에 놓이고.

장베이로 넘어가는 S207 도로를 만나게 된다.

"오늘은 너를 넘어가나 보구나."

베이징을 떠나 내몽골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풍경들이 황량하게 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붉은 흙산들을 향해서 올라간다.

마치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처럼 황량하다.

풍성했던 중국 남부의 풍경들을 지나온 탓인지 눈앞에 펼쳐지는 삭막한 풍경들이 너무나 생경하다.

벽돌집으로 변한 주택들의 모습도 오래 방치된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다.

"춘련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데."

황량한 풍경 속에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3시, 장베이로 가는 마지막 마을을 지나치고 19km만이 남아있다.

"저기 보이는 산은 뭘까?"

길게 뻗은 직진길은 불안한 느낌대로 멀리 보이던 산을 향해 올라간다.

"뭔데? 왜 이렇게 힘든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산을 향해 오르다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도로변에 앉아 고덕지도를 확대해서 살펴보니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길의 모양에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에쉬."

"정말 이 삭막한 풍경은 적응이 안 된다."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산길을 오른다.

"아, 뭔데? 왜 이렇게 힘들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고단함의 이유가 궁금하여 패니어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GPS 정보를 확인하니 이상한 숫자의 고도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1,300은 뭐냐?"

구불거리는 길의 마지막을 향해 느리게 느리게 페달을 밟아가고.

3시 15분, 산을 넘는 고개의 정상 장베이의 경계에 도착한다. 다리의 근육들이 너덜거리는 기분이다.

"1,500이냐. 마음에 준비 좀 하게 미리 좀 알려주라. 느닷없이 이렇게 올라오면 어떻게 하니!"

아무것도 없는 풍경 속에 도로변에는 뜬금없는 주점들이 들어서 있다.

소와 당나귀들만이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고.

"저도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몽골의 게르처럼 이상하게 생긴 집들도 보이고.

언제 봐도 반갑지 않은 바람개비들만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설마 이제는 내려가겠지?"

4시 50분, 좀처럼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내리막길을 따라 장베이현의 입구에 도착한다.

4월, 베이징으로 향하던 길에 20도가 훌쩍 넘어가던 날씨는 다시 겨울로 접어든 것처럼 장베이현의 하천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내리막을 달려온 몸에서는 빠르게 한기가 찾아든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몇몇 주점들이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숙박비들이 비싸다. 장베이현의 외곽에 있는 저렴한 숙소의 가격도 20,000원이 수준이다. 조식이 제공되는 2만원짜리 주점을 예약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해가 지면서 더욱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다행히 문제없이 체크인이 끝나고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헌 어! 헌 어!"

식당의 여자와 오랫동안 토론을 하고 나온 메뉴는 달콤한 간장소스 맞에 후추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맛이 정말 좋은 음식이다.

"이게 후추인가?"

후추 크기의 동그란 열매는 알싸한 후추맛이 나는데, 고기와 함께 씹어먹으면 그 향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전 어떤 환경일까 궁금했던 중국 지도의 노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으로 들어왔다. 황량한 풍경과 낮은 기온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중국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은 중국의 몰골인 내몽골 자치구로 들어간다.

"이제 중국이 편해진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가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7일 / 맑음 ・ 20도
셰현-샹청현-위저우시-신정시-정저우시
황하강을 품은 정저우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가자, 황하로!"


이동거리
143Km
누적거리
6,312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442시간

 
S103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현
 
신정시
 
정저우시
 
 
3,5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가계에서 시작되어 정저우로 향하던 길이 140km만이 남아있다.

"정저우까지 하루에 달려버릴까."

정저우에 가기 전, 소림사를 구경할까 싶다가 이틀을 보내기엔 별 매력을 못 느낀다.

숙소 조식을 먹기 위해 8시에 식당으로 내려간다. 

"만원어치은 먹어야 한다."

전날 왕푸주점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 메뉴들과 식당의 시설들이다.

"4천원의 차이인가. 왕푸가 이상했던 거야."

"요거 핫 아이템인가?"

약밥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쫀득한 밥.

우선 입가심으로 간단히 일차를 끝내고.

죽순의 식감이 아삭하니 참 좋다.

그리고 본격적인 2차전 돌입. 달콤한 검은 밥은 중국인들이 잘 안 먹나 보다. 유독 그것만 많이 남아있어 전부 가져오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는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어 길을 출발한다. 150km를 달려야하지만 날이 좋고 하니 괜스레 여유가 생긴다.

역시나 대도시로 향하는 도로라 길들이 잘생김의 연속이다.

별난 오토바이 사용법들을 보지만 늘 새롭고 기예적이다.

"저게 중심이 잡히나?"

"이것은 자전거 도로입니다."

좋은 도로를 생각 없이 달리다 순간 방심했다. 갑자기 좁은 노점들이 들어선 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넓은 국도를 건너온 뒤라 다시 도로를 건너 가기도 귀찮고 해서 억지 춘향격으로 고덕지도의 안내를 따라간다.

"방심한 놈이 잘못한 놈이지."

역시나 좁고 이상한 골목이 이어지고.

그런데 집들의 대문 위에 붉은 춘련으로 복(福)이나 희(喜), 길(吉) 같은 문구들이 붙어있을 곳에 이상한 문자들이 쓰여있다.

"이건 아랍어 같은데."

어제부터 간간이 보이던 모습 중에 하나가, 연한 핑크색의 보자기를 머리와 얼굴에 둘러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이 보였다.

흙먼지가 워낙 많이 날리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 히잡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징저우, 무역, 실크로드, 아랍상인..."

연상 단어들이 쭉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 중에 생김새가 조금 이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허름한 골목 사이로 낡은 가게들과 아랍어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갑자기 나타난 흥미로운 분위기의 거리에 중국의 관광객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고.

120km를 더 달려야 하는 갈 길 바쁜 자전거를 붙잡는다.

옛 방식의 2층 건물 구조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골목길을 오면서 이슬람 모자를 쓴 남자들을 몇 명 지나쳤는데, 초입에 모자를 쓰고 빵을 만드는 남자가 보인다.

싱글싱글 웃으며 이방인 여행객을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

밀가루 반죽에 내용물을 넣고 화덕에 굽는다.

7위안의 빵을 하나 사드니 묻지도 않았는데 빵의 이름을 알려준다.

"里边的, 리비엔더"

남자에게 아랍어를 가리키며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본다.

"저쓰 썬머?"

처음에는 가게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이해한 듯 이슬람이라 한다.

"여기가 예전에 무슬림이 살던 곳이야?"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그의 아내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내가 왔던 골목 쪽을 가리킨다.

"중국의 한복판 징저우에 무슬림의 후손들이 사는구나."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경이롭다 느껴진다.

"하찮고 가볍게만 보이는 삶이란 것이 점점으로 이어져 다시 삶을 만들어 가는구나."

골목을 따라 십이간지로 보이는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마치 옛 인사동 골목을 걷는 것처럼 다양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거리의 끝에 웅장한 성문이 나온다.

"이쪽이 안쪽이면, 성문으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상점거리였나 보네."

襄城(상성, 샹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성문을 드나들며 각자의 삶을 지나쳐 갔을까 생각한다.

평지로 들어선 중국의 동북지역을 지나다 보니 도시들의 공통점이 있다.

도시 진입 전 큰 사거리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게 되고, 시 중심을 가운데 두고 우리의 외곽 순환도로처럼 동그란 도로가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예전의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로의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지도 않은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12시가 다가오는데 110km가 넘게 남아있다.

"너무 여유 부렸나?"

복사와 붙이기를 해 놓은 것 같은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이 너른 평지를 차지하기 위해 징그럽게 싸울만 하네!"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보내버린 1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린다.

13시, 위저우시의 초입까지 땀이 나도록 달려 81km가 남아있다.

"제법 줄었네. 좀 더 달리면 샹청성의 시간은 만회되겠다."

오는 동안 핸들 패니어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리비엔더를 꺼내어 점심으로 먹는다.

썩 괜찮은 맛이 나는 리비엔더 반쪽을 먹고 잠시 고민을 하다 나머지 반쪽도 해치운다. 제법 많은 양이라 배가 든든해진다.

바쁘게 오느라 콜라를 사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콜라랑 조합이 딱인데. 아쉽다!"

위저우시로 들어가는 멋진 회전 교차로를 지나 시의 외곽을 따라 이동한다.

오전의 경쾌했던 라이딩과 달리, 아침과 리비엔더로 배를 채운 탓인지 식후 졸음처럼 나른해지고 페달링이 느려진다.

"톡 쏘는 콜라가 필요해."

14시, 간절하게 콜라를 생각하며 달리는 동안 마땅한 슈퍼를 찾지 못하고 겨우 10km 남짓 이동을 한다.

"아, 졸려! 콜라가 필요하다고!"

작은 마을을 지나며 첫 번째로 보이는 슈퍼에 들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라와 물을 집어든다.

무언가를 말하는 슈퍼 할머니와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콜라를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지만 맛이 이상하고 요상하다.

"뭐야? 짝퉁이잖아! 아놔."

톡 쏘는 상쾌함은 전혀 없고 뭔가 비릿하고 거북한 향이 나는 요물이다.

"흐엉, 내 3위안."

탄산의 시원함으로 소화도 시키코, 지루한 나른함도 깨고 싶었던 바람은 짝퉁 콜라의 비린 역겨움으로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쨌든 나른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돌아와 경쾌하게 시원한 도로를 내달린다.

30여 분을 달리던 중, 전방이 차량들로 정체되어 뒤엉켜 있다.

공사 중인가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서니 도로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도로는 오토바이와 경차로 막아 놓았다.

"중국에서 님비(NIMBY)로 지역민들이 시위를 할 일은 없을 테고, 뭐야?"

반대편 차로는 화물차들이 막고 서있고 그 틈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복잡하고, 도로변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굉장히 어수선하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무겁고 어두운 분위가 심상치 않다.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막아놓은 곳을 지나가니 도로 앞쪽에 관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고 도로에 부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오 마이 갓, 사고가 난 거잖아."

인명사고다. 사고가 발생한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앰뷸런스나 구급차, 공안 같은 구조나 수습을 담당하는 기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고, 관을 갖다 놓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게 뭐야."

중국에 흔한 것이 장례용품을 파는 곳이라 앰뷸런스보다 관이 먼저 왔나 생각되어 헛웃음이 나온다.

안타깝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동승자가 많아 어린아이가 아니길 바라며 빠르게 길을 지나쳐간다.

체감상으로 중국의 도로는 우리의 도로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도로의 폭이 넓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어 좋은 길들이다.

문제는 무조건 들이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상한 중국 사람들의 경향 때문이다.

전방에 차량이 뻔히 달려오는데도 자기가 먼저 회전을 하면 그만이고 그것을 보며 달려오는 차량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크락션만 울리면서 피해 간다.

중국의 일반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따로 없다 보니 차로를 건널 때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귀찮으니 그냥 역주행을 하거나 무작정 가로질러 버린다.

그것도 차량들의 흐름을 살피고 하면 양반인데,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한다. 양보도 안 하고 눈치도 안 보니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는데 3륜 오토바이 2대가 길을 막고 떠들어 댄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항상 이렇게 아무데나 서면 그만이다. 뒤에서 한참 동안 서서 기다려도 눈치도 안 보고 자기들 말만 한다.

"할배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쪽 구석에 달구지를 세우고."

20여 분쯤 달리니 화물 차량을 검문하는 곳에 교통 공안들이 제복 같은 딱딱한 표정으로 화물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차량으로 가면 사고 현장까지 몇 분이면 갈 거리다.

"니들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한심한 중국!"

15시, 50km가 남아있다. 기분도 전환할 겸 간만에 보이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쉬어간다.

내가 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니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하고 있으니 또 빤히 쳐다보고, 내가 얼굴을 쳐다보면 시선을 피한다.

너무 귀여워 두어 번 장난을 치다 사진을 찍으려니 또 먼 산을 쳐다본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호호, 할매. 궁금하면 어디서 오셨소하고 물어보면 되지."

쉼 없이 1시간 반을 달려 정저우시의 외곽에 들어선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교량의 하부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의 뒤를 따라 손쉽게 빠져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가 아니었다면 미로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도로의 구조 속에서 한참을 헤매었을 것 같다.

"난감하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보이는 진입로 앞에서 길을 잃고 망설인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아파트 공사장의 측면 도로는 가로막혀 있다. 지도를 보며 우회하는 경로를 찾고 있으니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도로로 진입하여 올라간다.

"이럴 땐 그냥 따라가야 해!"

어느 도시를 가나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5시 40분, 조금씩 혼잡해지는 도로를 따라 정저우시에 들어선다.

베이징에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정저우시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며칠 동안 고생을 한 탓에 빈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차역 주변으로 온 것이다.

"너무 배고프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140km를 달려온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바로 도로변의 식당으로 찾아가 메뉴를 고르고.

"왠지 실패한 느낌은 뭐지? 이 푸르뎅뎅한 것들은 뭔가 뒤바뀐 느낌이잖아."

"뭐지?"

아삭아삭거리는 피망과 돼지고기의 기름맛이 예상외로 맛이 좋다.

밥을 먹으며 주변의 빈관들을 여러 군데 검색해 둔다. 기차역의 주변이라 작은 빈관들이 많아서 오늘은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모르는 일이다.

도로변에 있는 깨끗한 빈관으로 들어간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마?"

빈관의 여자는 뭔가를 살펴보더니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인다.

"자이 중궈 수이지아오 헌난! 헌난!"

리셉션의 의자에 앉아 푸념을 하듯 여자를 바라보며 웃으니 빈관의 여자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헌난!"

다른 빈관을 검색하며 구시렁거리며 웃고 있으니 빈관의 여자가 멋진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난 듯 웃으며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커이?"

여자는 웃으며 핸드폰의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다.

"혹시 공안이 오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공안들이 오지는 않는다. 괜찮을 것이다."

"시에 시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행자가 애처로웠는지 주숙등록을 하지 않고 투숙을 하라며 배려를 해준다. 가격도 저렴한 100위안의 깨끗한 빈관이다.

자전거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빈관이라 도로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패니어들을 옮긴다.

"편하게 숙소를 해결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샤워를 마치고 바로 침대에 쓰러진다.



경비내역
식비:50위안 / 식료품:27위안 / 숙박:100위안 / 합계:177위안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D+41일 / 맑음 ・ 20도
츠리현-스먼현-리현-푸싱창전
징저우시까지 경로를 잡기가 힘들다. 애매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현들과 정체모를 길들. "오늘은 그냥 달리자."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5,620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97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츠리현
 
리현
 
푸싱창전
 
 
2,83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츠리현을 벗어나 징저우시까지 가면 중국 남부의 산악지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틀째 하늘이 맑다. 맑다기보다는 그냥 비는 안 내리고 있다. 비가 안 내리니 겨울 시즌 중국의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구름을 드디어 벗어난 것일까."

징저우시까지 가기 위해 중간지점을 고민하다 난핑전까지 135km를 선택한다. 일몰 시간이 길어졌으니 부지런히 달리면 7시 정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지 안에 받쳐 입었던 이너웨어를 벗어버리니 한결 홀가분하다.

츠리현을 벗어나기 전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천천히 상점들을 주시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자이언트 자전거 매장이 보인다. 빗속 라이딩에 자갈들이 붙어 마모되버린 풀리를 교체하기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본다.

"중국에서 자전거 샵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매장에 구비된 풀리는 없다. 아쉬워하며 샵을 나가려하니 정비사 아저씨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풀리를 분해해 주겠다고 한다.

"OK!"

닌자의 표창이 돼버린 풀리.

교체된 풀리는 트러블 없이 잘 돌아가고, 가이드 풀리를 가리키자 아저씨는 마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남은 풀리를 분해한다.

가이드 풀리는 드레일러 안쪽에 고정 나사가 있어서 풀리를 교체하려는 아저씨에게 나중에 내가 하겠다 말하고 풀리만 받아 공구함에 넣어둔다.

교체 후 가격을 물으니 그냥 가라고 한다.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자이언트 샵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식당으로 들어가 만두와 면을 주문하고.

만두는 5위안.

면은 6위안.

다른 집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면발이 우리의 잔치국수와 같은 느낌이다.

술도 안 마시는데 해장을 하는 듯 시원한 국물을 들이킨다.

오랜만에 체인에 윤활오일을 발라준다. 습식오일이 반 정도 남았는지 가벼워진 느낌이다.

"습식오일을 이렇게 빨리 쓸 줄이야."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골재공장을 지나고 도로에 뿌려놓은 물들로 인해 자전거와 신발 그리고 바지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만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참 다양한 방법으로 흙물을 묻히는구나."

오늘 지나가야 할 높은 산들이 숨 막히게 펼쳐지고 업다운이 이어진다. 어제의 생각지 못한 670미터의 고개를 넘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페달링의 움직임이 힘들고 무디다.

지친 탓인지 오늘따라 차들의 크락션 소리가 더욱 짜증스럽게 귀에 꽂힌다. 정말 중국의 크락션 소리는 진절머리가 난다.

가령 이렇다. 약간의 회전을 하는 도로에서 화물차를 승용차가 추월을 하는 상황이고, 화물차의 앞에는 오토바이가 가고 있고 승용차의 뒤에는 버스가 뒤따르고 있다.

화물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승용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화물차를 추월한다고 빵!

버스,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자기도 추월한다고 빵! 승용차도 비키라고 빵!

화물차, 추월한 승용차와 버스를 향해 빵빵!

그 장면을 보며 달려오는 건너편 차량들은 계속해서 빵빵빵빵빵빵빵빵!

이런 장면이 도로변에서 하루 종일 수없이 벌어지니 크락션 소리에 노이로제가 안 걸릴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운전을 배울 때 크락션 신호 같은 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연습과정이 따로 있나 싶을 지경이다.

"계절이 바뀌나 보다. 여행을 하며 몇 번의 계절을 넘기게 될까?"

힘겹게 오르는 산골 마을의 귤 나무들이 무슨 이유인지 모두 말라서 고사되어 있다.

온 마을의 귤 밭들이 누렇게 변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작물들의 색이 짙푸른 것을 보니 어떤 병충해가 든 모양이다.

무거운 페달링을 이겨가며 겨우 스먼현에 도착한다. 세 시간이 넘도록 겨우 40km 밖에 오질 못했다. 남은 거리 95km.

잠시 공원 앞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사람들이 모이면 언제나 카드게임을 하는구나."

"조금 뿌옇지만 하늘은 좋네."

목적지를 30km 정도 줄여 장주앙푸진으로 변경한다. 오전의 라이딩의 속도로 난핑전까지는 무리다.

고덕지도를 다시 세팅을 하니 40km 거리의 리현까지 작은 국도로 이동하는 길을 알려주고, 그 길로 연이어 화물 트럭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들어가고 있다.

"안돼, 이제 산길은 지겹고 힘들어서 못 가겠다."

도덕지도를 무시한 채 스먼현의 넓은 시내길을 따라간다. 자꾸만 유턴을 해서 돌아가라는 고덕양의 안내를 꺼버린다.

평탄하고 넓은 시내길을 따라 천천히 피로가 쌓인 근육을 풀며 페달링을 한다. 사거리의 신호등들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산길보다는 편안하다.

시내길은 한적한 도로로 이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는 넓은 직선로가 이어진다.


"아, 살 것 같다. 이 편한 길을 놔두고."

우선, 개가 없어서 좋았고 크락션 소리가 조금 줄어들어서 좋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너 뛰었는데 배는 고프지 않다. 신물이 나서 입맛이 없는 건지.

슈퍼에서 콜라와 빵을 샀지만 시원한 물만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장주앙푸진까지의 길은 정말 심플한다. 길게 이어진 직선 그리고 좌회전 후 직직. 단지 직선의 길이가 심상치 않게 길다는 게 문제일 뿐.

다시 켜진 고덕지도는 작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동네길로 길을 안내한다. 미덥지 않지만 스먼현에서 어플을 꺼버린 것이 미안해서 한 번 따라가 주기로 한다.

엄청나게 긴 직선의 마을길, 조금은 덜거덕거리지만 차소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노란 배추꽃과 새소리 그리고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달리는 것이 아주 좋다.

무려 한 시간을 직진하던 마을길은 다시 큰 도로로 이어지고.

도로에 진입하여 잠시 쉬어간다.

슈퍼 앞에 놓인 장기판, 장기짝들이 두껍고 크다.

우리 장기짝들은 졸(卒)과 사(士)가 아주 작은데 크기가 다 똑같다.

다시 봐도 저 무거운 것을 변속기도 없이, 변변한 브레이크도 없이 어떻게 끌고 다닐까 싶다.

오늘은 짐을 싣는 것이 앞에 달린 자전거와 외발 나무수레를 처음으로 본다. 외발 나무수레는 어깨에 줄을 매고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밀고 간다.

신기하게 쳐다보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이번에는 도로포장이 된 직선 도로를 한없이 달려 리현에 도착한다. 직선의 의미를 중국의 도로가 알려준다.

리현의 외곽을 조금 지나 좌회전 후 G207 국도를 타고 이동한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이다.

'2014.07.28'의 숫자가 바닥에 적혀있는 시멘트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다.

중간중간 길이 파이고 골재들이 드러난 부분들이 많아 꽤 힘들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아니면 평지인지 모를 이상하고 지루한 도로를 달리다 그저 평범한 도로가 이색적으로 느껴진 이유를 깨닫는다.

"산들이 없다! 배경이 전혀 보이질 않네."

한 시간 가까이 달리며 주변을 보아도 산의 실루엣은커녕 흔한 동네의 뒷산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마치 뿌연 하늘색 레이어 위에 배경을 패스로 따낸 뒤 지워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이 동네 사람 중에는 바다는커녕 산조차도 못 본 사람이 있겠네."

스먼현부터 이어지던 직선로와 리현의 배경 없는 풍경에 지금 얼마큼이나 넓은 평야지대를 지나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5시 30분, 해가 들어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2시간 가까이 길을 이어가다 길을 건너 그늘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장주앙푸진까지 10km만이 남아있고 6시면 도착할 것 같다.

"지친다. 여기까지만 탈까."

장주앙푸진의 숙소를 검색하다 이곳과 별반 차이가 없을 환경이라 생각되고, 이미 108km 정도를 달려온 상태다.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마을,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60위안이고 한다.

시골 마을에 60위안, 이젠 가격만 들어도 사이즈 딱 나온다.

자전거를 식당 한편에 세워두고 여권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신분증 요부요?"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메뉴판을 건네준다.

"아니, 씬펀쩡!"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듯 시크하게 웃는 아주머니다.

"그럼, 밥 줘! 배고파!"

돼지고기 사진을 보여주니 20위안 달라고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요놈의 이름을 물어본다.

"요우즈, 柚子"

자몽이란다. 순간 자몽도 모르는 싱거운 놈이 되고 만다.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 돼지고기. 

"뭔가 푸른 것들이 많이 부족한데 고기니까 그냥 패쓰."

세 공기쯤 밥을 비우고 있으니 길 건너편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춘다.

"뭐야, 국민체조야?"

10명 정도 시작했는데 이내 20명이 넘게 도로변에 모여 경쾌한 스텝과 손동작들을 한다.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춤추는 동작으로 춤의 이름을 물어본다.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던 아주머니가 별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듯 대답을 한다.

"티아오우, 跳舞"

그냥 춤추기. 이번에는 춤추는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됐다.

"알았어, 그냥 드라마 봐."

필요한 짐을 챙기고 방을 안내해 주라 하니 키를 안 주고 따라오라 한다.

"근데, 아줌마는 춤 안 춰?"

춤추는 동작을 따라 하며 물어보니 손사래를 치며 저런 걸 뭐 하려 하냐는 듯 웃으며 큰소리로 떠든다.

"몸치구나!"

역시나 안내받은 방은 예상했던 딱 그 사이즈다. 아마도 화물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 같다.

"60위안도 비싼데, 오늘 뽑기 실패!"

졸졸졸 새어 나오는 물에 겨우 샤워를 하고.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 접속했더니 가장 작은 딱 한 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숙소를 들어올 때 가격과 함께 와이파이가 있냐며 물으니 그렇게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명쾌하게 대답한 아주머니였는데 낚였나 보다.

"아무렴 어때, 일찍 자고 내일 다시 달려야지."



경비내역
식비:31위안 / 식료품:17위안 / 숙소:60위안 / 합계:10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0일 / 맑음 ・ 14도
장가계-원가계-츠리현
많은 절경들을 품고있는 장가계, 원가계를 마저 구경할까 고민하다 그냥 베이징으로 가기로 한다. "킵 해둘께."


이동거리
116Km
누적거리
5,511Km
이동시간
8시간 09분
누적시간
389시간

 
S306도로
 
S306도로
 
 
 
 
 
 
 
40Km / 2시간 40분
 
66Km / 5시간 29분
 
장가계
 
원가계
 
츠리현
 
 
2,7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하루를 더 머물며 장가계를 둘러 볼까 아니면그냥 베이징으로 향할까."




경비내역
식비:37위안 / 식료품:3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20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5,395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381시간

 
천문산
 
천문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가계
 
장가계
 
장가계
 
 
2,6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지아제에서 보내는 하루의 휴식,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무심히도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을 찍고 있으니 흰죽이 바로 나오고.

연이어 찐만두가 나온다.

"빨라서 좋네."

만두 하나를 집어먹으니 역시 맛이 좋다.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중국 찐만두를 조금씩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간다.

만두를 찍어 먹으라며 색깔 고운 소스는 보기와 달리 매콤한 맛이 난다. 꽤 매력적인 소스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길 건너 관광센터로 들어간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우선 관광센터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우편서비스를 하고 있다.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관광지가 많으니 늘 요금표가 복잡하다. 대충은 알겠는데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일단 현금부터 찾자!"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타입 A!"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번역기를 들이밀며 어렵사리 입장권을 사겠지 싶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관광센터의 좌측으로 케이블카의 입구가 있다.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검문대를 지나가는데 경고음이 울려 멈칫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미로처럼 이어진 라인 안내선을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도 관광객들이 없어 별일이다 싶어진다.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카의 탑승구로 가니 관광객들이 조금 보인다. 중국에서 이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얄팍하게 구색만 갖춘 안내 팜플렛도 꺼내들고.

8명이 정원인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운 좋게도 사이드 자리에 앉는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한국에서 타본 적도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서, 그것도 엄청 길고 높게 올라가는 것을 두 번이나 타본다.

모두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빠르게 케이블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너무나 아쉽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조금씩 안개구름 사이로 천문산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드러내고.

케이블카의 흔들림에 어지럽고 긴장되지만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케이블카는 중간 지점을 지나친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천문산의 관경에 사람들의 들뜬 동요가 일어나고.

어지럽게 계속 올라가는 케이블카.

하늘 높이 치솟은 기묘한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봉우리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타난다.

핸드폰을 하며 애써 무서움을 참더니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마음을 들켜버린 아주머니다.

하늘을 뚫고 올라온 듯 20분이 조금 넘어 케이블카는 천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사람들로 붐비는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난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쫄고 있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이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후 서쪽 라인으로 트레킹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시선은 아래의 풍경 속에 빠져있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져 걷게 된다.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줄을 따라 유리 바닥의 입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있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번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5위안짜리 유리바닥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대기줄에 서서.

"엄청난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엄청난..."

입장을 하니 빨간 덧신이 있고.

야무지게 착용하고.

사람들을 따라 유리바닥을 걷기 위해 걸어간다.

"아놔, 비가 와서 다행이네."

유리면을 밟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길을 막고 서있는 여자들을 피해 가며 '워워'하며 놀려준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빨간 덧신은 반납하고.

축지법을 알려준 유리바닥을 벗어난다.

붉은 리본이 온 산을 뒤덮은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야 할 절벽길과 지나왔던 절벽길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방방 뛰어대는 어린 남자의 뒤통수를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참으며 구름다리를 건너고.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곳을 지난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하루를 더 머물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의 천자산을 구경할지를 고민한다.

"원가계, 아바타, 숙소, 비, 날씨, 베이징, 체류기간, 몽골국경.."

베이징을 지나 몽골 국경이 있는 얼롄하오터까지 3,000km 정도의 거리가 부담스럽다.

"남은 체류기간 50일에서 여유 기간 5일을 빼고, 베이징에서 보낼 7일 정도를 빼면 38일. 38일에 3,00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쓸데없이 중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베이징으로 향하는 경로를 시안으로 할지 아니면 징저우로 할지 고민을 하다 좀 더 여유로운 징저우를 선택하고, 내일 원가계가 있는 천자산 주변을 지나는 경로를 선택한다.

"원가계는 다음 기회로 킵! 이번엔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





경비내역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8일 / 비 ・ 8도
푸롱진-장자제시
계림을 출발하여 장가계로 가는 700km의 마지막 여정, 드디어 오늘 장가계에 도착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5,357Km
이동시간
6시간 18분
누적시간
375시간

 
S306도로
 
S306도로
 
 
 
 
 
 
 
50Km / 4시간 00분
 
33Km / 2시간 18분
 
푸롱전
 
칭핑전
 
장자제
 
 
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하늘이 뿌옇다. 출발 전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숙소의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눈다.

"시아 위. 시에 시에. 짜이지엔."

8시 30분, 출발을 앞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의 식당을 찾아갔지만 아침 영업은 하지 않는다.

음식 재료를 다듬던 주인은 옆집에서 면을 먹으라 손짓을 한다.

"중국에서 아침밥 먹기 참 힘들다."

터미널 옆이라 아침부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6위안과 8위안 면 메뉴 중에서 8위안 메뉴를 달라 하니 흰색 면과 약간 누르스름한 면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한다.

"쌀면과 밀면인가? 모르겠다 흰색은 많이 먹어 봤으니 이번엔 노란 거!"

잠시 후 음식이 나왔는지 식당 여주인이 나를 부른다.

"셀프야?"

주문한 면이 나와있고 그 옆에 놓인 양념들과 다진 양념들을 선택해서 넣으라 가리킨다.

파, 매운소스, 고추, 토마토 소스, 작은 깍두기 김치를 추가로 넣는다.

만두 대신 함께 먹을 빵을 3위안에 주문한다. OYO 주점에서 조식으로 먹었던 빵인데 쫄깃한 게 기름맛이 돌면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봉지에 담아주길래 먹고 간다니 쟁반에 먹기 좋게 잘려 나온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통에 깍두기 김치 같은 것이 있어 먹었더니 양파다.

"깍두기인 줄."

"역시 나는 면보다는 밥인가 보다."

어쨌든 따듯한 국물과 함께 아침을 먹었으니 됐고, 남은 빵은 비닐봉지에 담아 패니어에 넣어 두고, 땡땡이 우의와 레인 팬츠를 입고 장가계를 향해서 출발한다.

출발과 동시에 시작되는 오르막, 채 3분도 안되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산 위의 마을인데 뭐가 더 있다고 계속 올라간다니."

30분을 오르고 작은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사며 레인 팬츠를 벗어 버린다. 이미 레인 팬츠의 안쪽은 땀이 차 물기가 가득하고.

여전히 어둡고 흐리지만 오늘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세차를 이렇게 쓰는구나. 洗车(씨처)"

1시간 20분을 달렸지만 겨우 10km를 이동했고, 땡땡이 우의도 마저 벗어 버리고 서둘러 출발한다.

이 지역은 키위를 많이 재배하는 동네인가 보다.

두 시간을 힘겹게 오른 해발 613m에서 겨우 만난 내리막길.

"3km가 어디야! 감사 감사."

뾰족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아있는 길을 따라 신나게 내려오고.

아주 작은 도로변 마을에 도착한다. 동네의 시장에서 따듯한 물을 데우며 이발을 하는 사람들.

병아리를 파는 말이 빠르고 소리가 큰 아주머니.

이제는 시골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지 조금 황량하게 보이는 동네 시장이다.

지장 주변을 배회하며 먹을 것을 찾은 개, 중국 산속의 개들은 이렇게 생겨먹어서 정말 무섭다.

결국 개님은 정육을 파는 아저씨에게 쫓겨나고 만다.

대나무 바구니를 파는 할아버지들과 튀김을 파는 아주머니.

사람이 없으니 장사에는 관심이 없고 카드놀이를 하는 여자 상인들과 대바구니를 메고 장을 보는 사람들은 한가해 보인다.

옥수수 전분 같은 것을 파는 차량에 여자들이 모여든다.

바구니 용도가 정말 다양하다. 온갖 물건들과 아이들을 넣고 때로는 의자처럼 앉기도 한다.

작은 마을의 시장 모습을 구경하며 잠시 쉬었지만 길은 쉽사리 내려가지를 않는다.

12시, 터널을 지나 내려갈 것 같던 길은 다시 올라간다.

"그래, 오르막 마일리지 적립한다 생각할게."

아침으로 먹다 남은 빵을 핸들 패니어에 옮겨 넣고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며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 묘하게 맛있다.

40여 분을 더 오르고 4.5km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바람을 가르며 멋진 풍경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장가계가 해발 300m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어제부터 쌓은 마일리지가 상당하다.

"쭉쭉 내려가자!"

정확하게 4.5km를 내려오고 바로 이어 3km를 다시 정립하라는 안내판과 함께 페달링은 다시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려왔네. 그럼 됐다!"

산들의 모양새가 더 높아지고 기이해져 간다.

다시 정확하게 3km를 오르고 터널을 마주한다.

터널을 지나면 내려가겠지 생각하며 터널을 들어서려는니 내부 조명도 없고 끝도 보이질 않는다.

"아우, 그냥!"

뒤쪽 멀리서 화물트럭의 힘겨운 엔진 소리가 들려와 재빨리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페달을 밟는다.

점점 어두워지던 터널은 살짝 좌회전을 하듯 휘어지고 길은 희미한 형태의 실루엣으로 페이드아웃 그리고 페이드인하며 사라졌다 나타난다.

다행히 터널은 길지 않았고 오가는 차량도 없다.

"나이스 타이밍!"

터널을 지나 큰 숨을 한번 내쉬고, 바로 보이는 내리막 안내판에 껴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 살짝 쫄았다! 너 알지?"

두 번째 마일리지 찬스. 빗방울이 조금씩 툭툭 떨어지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내려오는 길, 간만에 부처의 석상을 본다. 중국은 불교보다 도교의 풍습과 문화가 실생활에 자리 잡고 있어 불상을 보기가 힘들다.

지금껏 지나왔던 산들을 아주 아담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천문산(天门山)의 모습이 안개 사이로 비밀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리막의 길들이 나빠지더니 골재공장이 나오고 화물트럭과 버스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크락션을 울려댄다.

또 한 번 도착지를 근거리에 두고 지옥을 맛봐야 하는지 내심 걱정이 생겨난다.

미친 듯 울려대는 크락션과 뿌옇게 휘날리는 흙먼지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져 있는 도로는 한참 동안 이어진다.

저렇게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자연이 하필이면 중국에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중국에는 너무 과분한 자연이다."

중국은 분명 발전했고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저 의미 없는 변화에 불과할 뿐, 지금의 중국 전체가 공사판으로 흙먼지를 날리듯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집과 건물을 짓기 위해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가정을 보면 한 가정에 보통 2~4명의 아이들이 있고, 앞으로 그 세대들에게는 더 많은 집과 자원이 필요로 할 것이다.

"애들이 크면 지금 이 난리를 치며 짓는 집들은 모두 낡은 것이 되고 또다시 새집을 짓느라 난리들을 피우겠지."

중국에 필요한 것은 좋은 인프라보다 변화된 의식인 듯싶다. 전통을 이을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맞게 의식을 바꿀 것인지 말이다.


시내를 1km 앞두고도 길은 엉망이다. 늘 그렇듯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갑자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너희들은 그냥 돌로 깎으면 더 정교할 것 같아."

마치 여기서부터 시가지의 시작이라는 듯 변하는 사거리 도로가 나온다.

우회전 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는 차량을 거대한 화물 차량이 스멀스멀 다가가더니 밀어 젖힌다.

운전석이 막혀 조수석 문으로 내리는 젊은 남자와 머리를 긁적이는 중년의 남자는 큰 고성도 없이 얘기를 나눈다.

정말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만큼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내일 천문산을 트레킹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에 숙소를 잡을 생각이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따라 이동한다.

천문산의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길며, 장가계 시내에서 다이렉트로 올라간다.

"찾았다. 요놈!"

3시, 예상했던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다. 

"여행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주변에 있는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위치를 찾았지만 30여 분이 넘도록 골목을 방황하고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덕지도에 있는 근처 빈관에 들어간다.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프런트가 있는 공간에 세워둔다.

숙소의 남자에게 주변에 맛있는 집을 소개해 달라 요청하니 어떤 메뉴를 원하는지 묻는다.

돼지고기와 고추가 들어간 사진을 보여주니 숙소 건너편 음식점을 안내하며 함께 들어가 메뉴를 주문해 준다.

네 그릇쯤 비우고 나니 음식이 떨어진다. 작은 밥통에 아직 한 그릇쯤 더 나올 것 같은데 내일은 라이딩이 없어 꾹 참는다.

밥을 다 먹으니 식당 주인이 자몽을 건네준다. 과즙은 풍부한데 굵은 씨가 많고 조금 질겨 먹기가 불편하다.

아저씨가 유쾌하고 상냥하다. 음식값을 물으니 32위안인데 30위안만 달라고 한다.

관광지라 조금 비싼가 싶지만 친절한 아저씨가 마음에 든다.

슈퍼에 들러 콜라와 작은 빵들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저녁에 혹시 배고플까 봐."

오전의 2시간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라이딩이었다. 천문산의 둘레를 돌아오며 중국에 대해 크게 실망했지만 내일을 기대해 본다.

"장가계, 믿어볼게!"



경비내역
식비:41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박:80위안 /합계:142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일 / 구름 ・ 14도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현-구장현-푸롱전
산길들을 넘어 장가계로 간다. 150km 거리, 70km를 오늘 이동하면 내일 드디어 장가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5,274Km
이동시간
7시간 30분
누적시간
368시간

 
S229도로
 
S229도로
 
 
 
 
 
 
 
45Km / 4시간 20분
 
34Km / 3시간 10분
 
샹시
 
구장현
 
푸롱전
 
 
2,489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똑똑똑 창문 밖으로 들리는 낙수 소리에 비가 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짐들을 정리하며 빗속 라이딩의 피곤함이 먼저 밀려든다.

"또 하루를 빗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겠네."

오늘 가야 할 푸롱전은 69km에 있다. 150km가 남은 장가계, 푸롱전에서 장계가까지는 변변한 숙소가 보이질 않아, 이틀을 두고 장가계로 갈 것이다.

"일단 푸롱전에 가서 푹 쉴 것인지, 더 갈 것인지 결정하자."

자전거를 가지러 옥상으로 나가보니 비도 오지 않고 바닥에 물기도 없다.

"굿!"

난방기 실외기의 낙수 소리거나 다른 것의 낙수 소리였나 보다.

친절한 여자 주인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와 우선 주변에 식당부터 찾는다.

터미널 부근이라 아침에 문을 열고 분주한 식당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식당에 들어가 면을 주문한다.

만두 같은 것이 없나 식당을 둘러봐도 삶은 계란과 빵처럼 보이는 것만 추가 메뉴로 있다.

바로 나온 음식은 면발이 그저 그랬지만 시원한 국물은 괜찮다.

간단히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와서 비상식을 사기 위해 근처 슈퍼를 찾는다.

바로 옆으로 식당들이 이어지고 뷔페처럼 밥에 밑반찬들을 골라 담는 곳들이 많다.

"꼭 먹고 나면 이렇다니까."

잠시 밥으로 한 그릇 더 먹고 출발할까 생각하다 오늘 라이딩할 거리가 짧으니 참기로 한다.

슈퍼에 들러 3.5위안 하는 빵 두 개와 콜라를 10위안에 사들고 계산을 하려고 10위안을 주니 두꺼비상을 갖은 남자가 나를 쳐다본다.

"뭐? 10위안 맞잖아!"

슈퍼의 포스기를 보니 10.5위안이 찍혀있다. 남자를 한번 째려보고 빵과 콜라를 들고 가니 남자는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중얼거리며 다시 넣는다.

아마도 비닐봉지 값을 0.5위안 받나 보다. 중국은 대부분 주황색 얇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주는데, 남자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는 제법 비닐봉지스럽다.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은 늦가을의 아침처럼 조금 쌀쌀하게 느껴진다. 시내를 벗어나자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얼마나 올라가려고 이러나?"

한 고개를 넘는 동안 쌀쌀하게 느껴졌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숨을 헉헉거리며 온몸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오늘 예보된 강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짧은 내리막, 밭에 여자들이 나와 곡갱이질을 한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다가간다.

집을 새로 짓다 보니 집 근처나 집 밖에 있던 것이 마당 한구석 뭔가 어색한 위치에 놓여있고.

마당에 그네와 탁구대가 바닥에 고정되어 놓여있다.

여자들은 묘목 같은 것을 밭에 옮겨심고 있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을 하는데도 별 관심도 없고.

부업으로 가정수를 파는가 보다.

마당 한편에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이 있어 소변을 보려다 상태를 보고 참기로 한다.

"논두렁이 차라리 낫겠어."

마을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은 장가계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열심히 달리면 한달음인데, 무리겠지?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나 쓰자."

가끔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으려면 무표정하게 인상들을 짓는다.

"서로 모습이 신기할 텐데. 웃으면서 서로 구경하면 좋잖아요!"

길가에 잘 정비된 하천 사이로 목조 건물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보인다.

마을의 풍경이 예쁘다 생각하며 마을 가까이 도착하자 버스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연이어 가이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마을 쪽으로 걸어간다.

"뭐지? 전통 마을인가?"

멋진 마을의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쁘고 마이크를 단 가이드가 높은 하이톤으로 무언가를 설명한다.

마을 입구에 여러 명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있고, 강 건너편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해서 자전거를 끌고 입구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니 나를 주시하던 남자가 다가와 자전거를 다른 곳에 세우라며 주변의 여러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응, 알았어."

마을의 안내석 뒤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구경을 하기로 한다.

"오늘 시간도 많은데, 구경이나 하고 가자."

"저기가 매표소인가?"

마을 입구에 매표소처럼 보이는 곳에 가봤지만 사람도 없고 표를 파는 어떤 흔적도 없다.


다른 중국 관광객들도 가이드를 따라 그냥 들어간다.

"무료입장인가?"

사진을 찍으며 중국 관관객들을 따라 들어가는데, 뒤에서 제복 입은 남자가 큰소리로 나를 부르며 '매표'를 외친다.

조금 전 자전거를 다른 곳에 두라고 말한 남자다.

"날 계속 지켜본 거야? 매표 나리?"

남자는 길 건너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을 가리킨다.

길 건너편 주차장 안쪽에 매표소가 있다.

이 동네에는 이상하게 한글 안내가 잘되어 있다. 알고 보니 단체 관람객들은 번호표를 받아 목에 걸고 입장을 하는 것이었다.

입장료는 30위안, 다른 곳의 터무니없는 입장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입장권을 들고 마을 입구로 돌아가 나에게 관심을 준 남자를 향해 방긋 웃으며 표를 흔들어 보인다.

"됐지!"

청푸르게 맑은 강을 건너 북과 대포가 늘어선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초입에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여자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 전 노래를 부르며 관광객을 맞이했는데 혼자 들어가니 아무것도 안 해준다.

"나한테도 불러줘! 보고 싶다고."

다른 관광객 무리가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오질 않고.

어린 여자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쉬길래 같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다.

생뚱맞게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여자가 와서 말을 건다.

"우리들 쉬면서 놀고 있는데, 다른 곳을 다녀라."

"나 한국에서 왔어. 한국! 같이 사진 찍어주라!"


마을 곳곳에 대나무 모자와 바구니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놨다. 멋진 아이디어다.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들이다. 집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볼 수도 없고 해서 망설이는데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들어간다.

박물관 공간으로 묘족의 전통의상이나 생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길가에 청소부가 입고 있었던 우의.

묘족의 전통의상, 원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다.

옷감을 짜는 물레 같은 것도 있고.

전시 공간을 나오니 붉은 의상을 입은 남자가 의식 같은 것을 하고.

곧이어 양쪽에 선 남자와 여자에게 대나무를 잡고 있으라 하더니.

종을 흔들면서 왼손을 대나무 밑으로 계속 돌린다.

"붙어라! 붙어라!"

그리고 대나무 가운데 부분이 모아지며 붙는다.

"것 봐. 붙었지!"

어떤 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풀이 마술은 아닌 것 같고, 남녀 간의 애정운 같은 것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혼 전에 점을 치는 것일까?"

마을 골목 곳곳에 기념품이나 음식 재료들을 파는 곳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파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협동조합 형태는 아닌 것 같고 개별적은 판매인듯싶다.

담에는 묘족의 생활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고.

어쩌다 보니 중국 관광객들과 한무리가 되어 가이드를 따라다니게 됐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있을 건 다 있다. 음식을 파는 곳에서 나뭇잎으로 싼 2위안의 떡을 하나만 달라고 하니 여자가 웃는다.

"우리나라 떡하고 맛이 똑같은데, 낙원떡집 거야?"

은제품을 세공하는 공방.

세련되고 정교하지는 않은데 열심히 한다. 선조들의 기술력을 못 따라가나 싶다.

"딱 보면 알아! 좀 어설픈 거 너희들도 알지? 티 많이 나!"

다음으로 가이드는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데려간다. 차를 내리는 모습을 찍으려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작은 의자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차를 팔려나 싶다.

그냥 혼자 나와 골목 곳곳을 구경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동네 여자들을 찍으려 했는데 실패.

마을을 내려오니 길게 음식점과 상가들이 모여있다.

목조 주택들이 참 예쁘다.

이상하게 생긴 녀석,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것인데 잘 모르겠다.

환영행사를 보기 위해 마을의 초입으로 돌아간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니 조금 전 함께 사진을 찍었던 어린 여자들이 '한궈렌'하며 손을 흔들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화기애애 분위기가 좋다.

관광객들이 다가오자 웃음기 가득하던 얼굴들이 사라지고.

관광객들에게 환영의 노래를 불러준다. 부드럽고 맑은 소리다.

짧은 행사가 끝나면 다시 밝게 웃으며 떠들고 논다.

하루 종일 이것을 반복하고 있으면 피곤해서 가식적인 웃음을 팔법도 한데 웃고 떠드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관광객 온다. 그만 웃고 조용!"

미니버스를 타고 한무리씩의 관광객들이 연이어 찾아드는 묘족마을이다.

12시 30분, 묘족마을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남은 거리는 여전히 45km.

2시쯤 푸롱전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료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4시 정도에나 도착할 것 같다.

묘족마을을 출발하며 계속되는 내리막을 기대했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끝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잘 쓰지 않던 앞기어의 1단을 걸고 힘겹게 페달링을 이어간다.

"다 좋은데, 올라간 만큼 꼭 그 만큼만 내려가라."

찌그덕 거리는 체인에 윤활을 하며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오전에도 충분히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올라야 내려갈 거니?"

엉덩이 골반이 틀어진 듯 아파온다.

오르고 오르더니 그제서야 터널이 나오고, 터널의 길이조차 안내가 없다.

첫 번째 터널을 지나 바로 이어진 두 번째 터널, 역시나 길이 안내가 없고 터널의 끝도 안 보인다.

꽤나 길게 뚫린 터널 두 개를 조심스레 통과한다. 이상하게도 중국 운전자들은 터널 안에서는 매너가 좋다. 크락션을 잘 울리지도 않고 속도를 줄여 지나쳐 준다.

터널을 지나자 드디어 내리막길이 보인다.

"아, 겨우 끝났구나."

도로 옆 정자에 쉬며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1시 40분, 한 시간 동안 업힐을 하느라 겨우 8km 정도 이동했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산들샘 GPS를 보니 539미터.

"최소 10분 안에 10km 이상 내리막이어야 한다. 단 1미터도 빼먹지 마라!"

시원하게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내려간다.

중국의 도로는 갑자기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역주행해오는 차량들이 있어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황산, 계림에서 그랬듯이 장가계에 가까워질수록 산들의 모양이 높고 기묘해진다.

빠르게 10km가 사라지고 계속해서 내리막이 이어져 구장현에 도착한다.

길 건너 차 문화 거리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당신은 뉘신지요?"

중국에서 이런 모양새은 100% 마작이나 카드게임이다.

중국 사람들은 마작을 많이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얘기들을 업는 도구도 참 다양하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구장현의 기묘한 터널들을 골재를 실은 화물차량, 흙먼지 가득한 버스, 오토바이 그리고 터널을 걸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다.

내리막길에 만난 풍탄저수지.

"이게 저수지야? 호수지!"

중국에서 이 정도 사이즈는 쑤이쿠(水库), 저수지라고 하나 보다.

"타이호에 비하면 좁쌀만 한 크기니, 할 말은 없다."

계속 이어지던 내리막은 산들의 풍세가 높아지더니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산들이 멋지다 생각하던 즈음 앞서가던 차량이 유턴을 해서 돌아온다. 설마 하며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서니 교통 공안이 나와 팔을 가로젓는다.

"취부러!"

"헐, 못 가? 못 간다고?"

교통 공안은 앞으로 보이는 도로를 가리키며 통행금지라 알려주고 임시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황당 난감 모드, 고덕지도를 들고 공안을 부른다.

"워 취 저리."

푸롱전을 가리키자 공안은 내가 온 방향을 가리키며 길게 설명을 하고, 번역기를 주었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오번역이다.

다행히 공안의 말 중에 1km를 말하는 '이공리'와 좌회전을 말하는 '샹주어츠완'이 들린다.

고덕양이 매일 수차례씩 떠들어 대는 단어들이다.

"이공리, 샹주어츠완?"

공안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고덕지도를 확대하니 풍탄저수지를 따라 뱀처럼 휘어지는 작은 산길이 보인다.

공안에게 길을 보여주며 맞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길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 길의 모양새가 절망적이다.

할 수 없이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을 뒤돌아 내려와 문제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던 길에 차로 중앙에 놓인 안내판을 보았지만 다른 차량들도 지나가고 한자도 모르니 그냥 지나쳐 간 것이다. 자세히 보니 교통 중단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고덕지도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며 유턴을 계속 외치고.

고덕양의 안내를 무시하고 동네길로 들어간다. 다시 경로를 잡은 고덕지도에는 푸롱전까지 14.7km가 찍혀있다.

조금 전까지 9km가 남았었는데 6km 가까이 돌아가는 것이다.

"흐규!"

"이 길을 내려가면 다시 죽도록 올라가야 할 텐데."

길은 흙투성이 길로 변하고 화물차들과 차량들이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간다.

"하루라도 무난히 가면 재미가 없을까 봐 이러는 걸까?"

흙길과 다름없는 좁을 산길을 돌고 돌아 오르고 오른다.

급기야 시커먼 골재들로 도로를 덮어버린 채석장을 지나고.

크락션을 울려대며 수풀 사이로 빠르게 내려오는 차들을 피해 또 오르고.

오르다 보니 정상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며 땀을 식혀주니 속도 없이 쓸데없는 성취감이 찾아든다.

"또 이렇게 올라오니 좋기는 하네."

썩 좋지만은 않은 도로지만 올라온 만큼 털털거리며 내려가니 기분은 난다.

그런데 가끔씩 보이는 산채에서 개들이 짝을 지어 달려든다. 다행히 내리막이라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속도를 내어 달아날 수 있지만 짜증나는 개도, 길도 위험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집까지 개들을 피해 달리다 보니 기운이 다 빠진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진 도로 가운데 네 번째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개를 피해 달아날 수도 없는 난감함이 밀려온다.

잠시 자리에 서서 뒤에서 들려오던 배기음의 차량이 오기를 기다린다. 차량과 함께 지나가면 달려들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후 RV 차량이 내려와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간다. 그런데 걱정했던 개는 없고 오래된 채석장에서 작업을 하느라 길을 완전히 막고있다.

"개 소리는 환청이었나?"

그 사이 두어 대의 차가 더 내려와 줄을 서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멈추고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 줄 법도 한데 그런 건 일체 없다.

"정말 양보나 배려라는 것은 쥐똥만큼도 없어."

한참을 기다려 내려온 끝에 국도에 다시 접어든다. 그곳에도 통행금지의 같은 안내판이 조그맣게 놓여있다.

풍탄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넓은 저수지와 산들의 풍경이 수려하다.

산 위로 기이한 철근 기둥이 박혀있는 공사장이 보인다. 아마도 높은 교각의 다리를 만드는 것인가 싶다.

멀리 넘어가야 할 푸롱전대교가 보이고.

푸롱전대교를 건너며 풍탄저수지 주변을 내려다본다.

홍석림(红石林)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푸롱전경구(芙蓉镇景区)의 모습이 하루의 피곤함을 잊게 해준다.

흐린 날씨가 조금은 아쉽다.

푸롱전대교를 넘어 푸롱전까지 남은 거리 3km.

푸롱대교에서 푸롱전의 중심까지 3km의 거리 중 2km가 오르막길이다.

"정말 끝까지 오르는구나."

주변 관광지들이 유명한지 도로의 양옆으로 주점들이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

도시의 위쪽에 있는 버스터미널, 이곳에서 장가계나 구장현으로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 것 같다.

터미널 건너편 도로 이면의 빈관에 숙소를 잡고 나니 피곤함에 다리가 풀린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숙소 아주머니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힘들고 배고프다 하니 애잔하게 쳐다본다.

"워 헌어. 츠판 나리?"

식당을 물어보니 어떤 음식이 필요하냐며, 매운 음식을 먹을 것인지 단백한 음식을 먹을 것인지 묻는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하며 매운 음식을 원한다 제스처를 하고, 번역기에 짧은 한자를 써서 아주머니에게 보여준다.

"肉!"

크게 웃더니 버스터미널 옆에 식당이 있고 15위안에서 20위안 정도 한다며 알려준다. 식당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니.

"내가 식당에 데려다줄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보던 드라마를 끄고 일어나 가자고 한다.

식당에 들어가 숙소 아주머니가 알아서 주문을 해주고, 밖으로 나오라 하더니 두 가지 배추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고 들밭에 노랗게 꽃이 피는 향이 진한 배추를 선택하니 알았다며 15위안이라고 알려주고 아주머니는 돌아간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추데침.

고기양이 적었지만 배추데침이 있어 너무 좋다. 향이 진하고 짭조름 한 것이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다.

이제 식당에 가면 알아서 밥솥에 밥을 퍼먹는다. 세 그릇을 고봉으로 비우고 불룩해진 배를 튕기며 나온다.

숙소 아주머니께 잘 먹었다 인사를 하니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궈"

짧은 거리의 일정에 마음을 놓다 길고 힘든 라이딩이 돼버린 하루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여행이지 싶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시간과 순간들을 마주하자."





경비내역
식비:23위안 / 식료품:15위안 / 관람료:30위안 / 숙박:70위안 / 합계:13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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