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9일 / 비
뽕 오드메흐-르 뇌브흑-에브뢰
계속되는 비로 인해 어려움은 이어지지만, 어지럽던 영국 여행의 피로가 조금씩 사라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2,331Km
이동시간
5시간 54분
누적시간
1,686시간

 
D39도로
 
D39도로
 
 
 
 
 
 
 
40Km / 2시간 54분
 
36Km / 3시간 00분
 
뽕오드메
 
르뇌브흑
 
에브뢰
 
 
31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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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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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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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기가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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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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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8028-5396

 

6시 반,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두 번째 알람에 다시 깨었지만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어젯밤 배안에서 새우잠을 잔 탓인지, 우중 라이딩의 피로까지 겹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 100km 정도를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자자."

10시,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피곤하다.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오늘 멀리까지 가야 하는데 틀렸네."

짐들을 정리하고 파리로 향한다. 측면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오늘 같은 날은 뒤에서 밀어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첫 번째 작은 마을에 도착, 비가 내리지 않으니 쉽게 땀이 차올라 겨울 져지를 벗어낸다.

"이제 하나씩 벗을 계절이구나. 좋다!"

시골 마을의 집과 골목은 여전히 마음을 끌어당긴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핀란드, 스웨덴의 집들처럼 프랑스 시골의 집들도 참 마음에 든다.

집을 지으라면 북유럽의 집들처럼, 가게를 꾸미라면 프랑스의 집들처럼 짓고 싶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겨우살이가 맞는데!"

솜뭉치처럼 자라는 나뭇가지가 정말 재미있는 모양이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자 구글맵은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길을 안내한다.

"오늘은 안 속아! 멀리 가야 한다고."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한적한 도로를 놔두고 자꾸만 좌회전과 유턴을 하라는 구글맵이다.

"싫다!"

다시 마주친 갈림길, 포장이 된 자전거 도로지만 잠시 고민을 하고 이번에도 도로를 따라간다. 자전거 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을지 알 수가 없고,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독일에서부터 보이던 굵은 갈대의 정원수는 한 그루 뽑아가서 마당 한켠에 심어놓고 싶다.

언덕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 멀리 시작되는 작은 마을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예쁜 집들 사이로 아주 오래된 성처럼 높이 치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인가?"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는 작은 골목, 수도원처럼 보이는 곳의 오래된 첨탑이 이색적이다.

"갈 길이 바쁜데, 마구 발길을 붙잡는구나."

 

종탑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건물은 그 용도가 궁금하다. 넓은 수도원을 산책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아쉽다.

"그림 같은 숲 속의 작은 마을이네."

오르락내리락, 마을과 평야를 지나쳐 간다.

잠시 쉬어가려던 찰나 당나귀와 작은 말이 우리 안에서 풀을 뜯고 있다.

"야, 프랑스 말!"

호기심이 많은지 당나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잠시 후 시크했던 말도 천천히 다가온다.

나의 발걸음을 쫒아오는 당나귀, 관심 없는 척 한참 후에 다가오는 시크한 말이다.

 

"야, 넌 성격 바꿔!"

말과 당나귀와 노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늘 멀리 가기는 틀렸어."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치는 길에 그놈이 나를 유혹한다. 아무래도 나는 유혹에 약한 남자인가 보다.

"너 때문이 아냐! 그저 오래된 타운의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거야."

타운의 중심에 오래된 성당이 세워진 조용한 마을이다.

맥도널드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은 에브뢰까지 가야겠네."

도로를 벗어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뽕 오드메흐에 가까워지며 길은 숲 속 공원을 따라 이어지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러지 말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공원길을 따라가고, 에브뢰 시내에 들어섰지만 높은 언덕 위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내려갈 방법이 없다.

"뭐야? 이 길은!"

산책로를 끝까지 돌아 마주한 출구, 에브뢰의 외곽을 한 바퀴 돌고야 말았다.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 시내로 들어가고, 에브뢰 대성당의 모습에 발길이 멈춘다.

입구로 들어가니 특별히 매표소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잠시 구경!"

성당을 구경하는 사이 빗줄기는 여름 장대비처럼 내린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야영지를 찾아 나선다.

늦어진 라이딩 속도에 미쳐 에브뢰 근처의 야영지를 검색하지 못한 상태, 시내를 벗어나기 전 KFC에 들러 햄버거를 포장하고 야영지를 검색한다.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숲이 보이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시간, 비를 맞으며 가기에는 왠지 싫다.

"일단, 고!"

에브뢰 외곽의 교차로, 기찻길 옆 교각 밑이 좋을 것 같다.

"시끄러워도 비보다는 낫다."

교각 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교각 밑으로 종종 기차가 지나가지만 비를 피할 수 있으니 그 보다 좋은 곳이 없다.

"얼마만의 마른땅이냐?"

텐트를 펼치고, 파리의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정성이 가득하다.

"좋아, 내일 100km 달린다."

파리 레오니 집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고, 경로를 확인한다.

"기다려라. 파리!"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5일 / 맑음
판햄-윈체스터
영국을 떠나기 전 윈체스터 대성당을 보기 위해 윈체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21,942Km
이동시간
4시간 58분
누적시간
1,663시간

 
도로
 
산길
 
 
 
 
 
 
 
27Km / 2시간 40분
 
22Km / 2시간 18분
 
판햄
 
비튼
 
윈체스터
 
 
486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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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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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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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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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650-6895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큰 개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여행을 시작한지 1년이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떨치지 못한 감정의 힘겨움을 견뎌야 했던 일 년 전 오늘은 분명 슬픔이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슬픔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텐트의 외피는 뽀송하게 말라있지만 물기가 있는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일년내내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 같은 질척거림, 영국의 숲은 그렇다.

어제 점심에 사놓은 햄버거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허리와 허벅지가 뻐근하게 느껴진다.

숲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경로를 무시하고 어제의 도로를 찾아 길을 따라간다. 오르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는 페달링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힘든 거야."

긴 휴식 후 찾아드는 라이딩의 어려움이지만 유난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날이다.

작은 타운에 들어서고 한적한 시골의 마을들은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조용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워 보인다.

도로변의 철물점에 들어가 리어 패니어를 고정할 밧줄을 하나 더 구매하려 했지만 세트로 판매하는 것들만 있어 포기한다.

"좀 더 단단하게 고정을 했으면 좋겠는데."

타운을 지나치고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도로와 산길 두 경로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각 외로 정말 형편없는 영국의 도로망이다.

양들을 키우는 농장을 지나고 자전거도로 표시가 된 길은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왜 이런게 자전거 도로야?"

비에 젖은 흙길에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신발과 바퀴에 엉겨 붙는 진흙과 낙엽들에 엉망이 되어간다.

농장의 목초지가 지나고 오솔길은 넓은 임도로 바뀌고 황량한 풍경의 침엽수림이 시작된다.

"볼품은 없어도 숲이라고 조용하고 좋네."

잠시 자리에 앉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무게워진 페달링으로 힘들게 숲을 벗어난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즐거움을 준다.

시골의 마을길을 돌아 마주한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차량들의 속도가 빠른 구간이다.

"위험한데!"

윈체스터까지 위험한 도로의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변경한다. 2km 정도의 도로를 조심스레 따라가는 동안 긴장감이 밀려든다.

작은 소로로 빠지는 길을 마주하고 도로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사이 지나치던 버스에서 이상한 이물질이 날아든다.

"뭐야? 지금 침을 뱉은 거야?

뭔가 흩어지며 날아드는 이물질은 버스에서 누군가 뱉어낸 침인 것 같다.

"이런 신발 개무지개 영국 놈을 봤나!"

 

인종차별 같은 찌질한 인간들의 혐오심 따위는 게으름의 냉소로 무시하는 성격이라 별 상관은 없지만 면상에 대고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영국, 참 마음에 안 드는 나라다."

 

시골의 마을 길을 따라 윈체스터로 향한다. 허기짐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든 라이딩이다.

"영국, 정말 최악의 여행이야."

작은 마을에 들어서고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산다.

"역시 콜라가 있어야 해."

윈체스터까지 10km, 산길과 신경질적인 영국의 도로를 따라오느라 하루의 이동거리가 몽골보다 짧고 힘이 든다.

오르내리는 산길이 다시 이어진다.

"당 떨어진다. 촤식들아! 이제 그만해라!"

윈체스터를 3km 남기고 다시 혼잡한 도로와 마주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의 한가로움이 좋다.

작고 오래된 타운의 초입에 들어선다.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마치 한국의 작은 읍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고전적인 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건물을 돌아 좁은 돌담길을 따라간다.

"이게 윈체스터 대성당이구나."

붉은 십자가의 잉글랜드 국기가 휘날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고성의 모습이다.

열십자 모양의 대성당의 크기와 높이가 웅장하다.

대성당의 입구를 찾아 주변을 돌아간다.

"크다! 천년이나 됐다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려니 9.5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성당 내부의 모습은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치 형태의 천장들이다.

"체크카도 받아요?"

현금이 없어 카드결제가 되는지 묻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4시가 넘었는데, 구경하면 해가 질 것 같네."

9.5파운드의 입장료를 내고 흘깃 구경을 하기엔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지 검색해도 30파운드 정도의 호텔들만 검색된다.

"오늘은 패쓰!"

작은 구시가지로 들어가 KFC를 찾는다.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갖던 할아버지 한 분은 야영을 한다고 하니 1월에 무슨 야영이냐며 장난기 어린 제스처를 한다.

KFC에 들어가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야영지를 찾아야 하는데."

윈체스터 주변의 공원을 확인하고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 야영지를 찾는다.

"색깔 참 곱네."

안개가 짙은 영국의 노을빛은 황홀하지는 않지만 나름 매력이 있다.

공원의 풀밭, 정확히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구조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풀밭은 끝자락에 텐트를 펼친다.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우고 패니어에 든 매운 라면도 끓여 먹는다.

"일 년 된 기념이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라면에 입술과 혀가 따갑고 맵다.

 

후베이성 우한과 250km 정도 떨어진 징저우에 살고 있는 리즈훼이는 일주일이 넘도록 집에만 있다고 한다. 리즈훼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응원을 하고, 쑤니터우기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내몽골에는 확진환자가 없다고 한다.

별이 뜬 조용한 밤하늘, 내일도 맑았으면 좋겠다.

"리, 짜요!"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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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4일 / 흐림
호톤-길퍼드-판햄
영국의 날씨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영국의 비는 축축하다. 윈체스터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1,893Km
이동시간
5시간 55분
누적시간
1,658시간

 
A246도로
 
실리레인
 
 
 
 
 
 
 
29Km / 2시간 50분
 
23Km / 3시간 05분
 
호턴
 
길퍼드
 
판햄
 
 
437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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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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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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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4-78-7650-6895

 

축축함, 어제의 비로 인해 유난히 싸늘해진 아침이다. 다행히 비는 멈추었다.

"새소리는 좋네."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고, 다시 게으른 여분의 단잠에 빠져든다.

10시, 아침을 거르고 오늘의 라이딩을 출발한다. 윈체스터까지 80km의 거리, 최대한 윈체스터 근처까지 가고 싶지만 영국의 라이딩 환경을 생각하면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일단 길퍼드에 가서 밥을 먹자."

공원길을 비에 젖어있는 길의 상태가 좋지 않고, 도로는 차량들과 신호등으로 라이딩이 힘들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다른 유럽의 운전자들과 달리 성급해 보이고, 자전거를 위해 양보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드물다.

어려운 영국의 라이딩,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가며 길퍼드에 도착한다. 언덕 위에 들어선 길퍼드의 구시가지는 아주 작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국의 시골 타운은 제법 분위기가 좋네."

KFC에 들어가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주변에 쓰리 통신매장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독일 보다폰 데이터가 소진된 후 인터넷 연결 속도가 너무 느려져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영국의 네트워크 환경이 안 좋은 것인지, 보다폰의 기본 시스템이 데이터 소진 후 저속으로 연결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난달 보다폰의 데이터가 소진된 이후 영국 입국까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보다폰이었다.

"쓰리심을 써보자."

테이블이 없는 포장전문 KFC의 작은 매장에 서서 허기를 달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구시가의 쓰리 통신매장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3개월 동안 여행할 계획인데 어떤 패키지가 있나요?"

직원 남자는 천천히 1개월 상품들을 설명하더니 1개월 30기가의 상품을 추천한다.

1파운드 차이가 나는 30기가 상품과 무제한 상품의 차이를 물어보니 유럽 내 로밍으로 두 상품 모두 19기가 만을 지원한다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럼 24파운드 상품으로 주세요."

"오케이, 뱅크 카드가 있나요?"

"뱅크카드? 없어요."

"뱅크카드가 없으면 이 상품은 사용할 수가 없다."

"앵?"

직원은 상품 안내 팜플렛의 뒷면을 펼치더니 3개월 무제한 90파운드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헐! 90파운드?"

프리페이드 유심카드인지 데이터의 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 1개월 10기가 15파운드의 상품을 선택하니 직원은 한 달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충전할 수 없어요?"

"네."

잠시 고민을 하다 영국 외의 지역에서 로밍속도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라 한 달 후 여행 국가에서 유심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유심을 장착하고 이틀 동안 답답했던 네트워크가 시원하게 해결이 된다.

"아껴 써야지."

도로는 길퍼드의 언덕을 내려간 뒤 바로 건너편 가파른 언덕을 향해 이어진다. 자전거를 끌고 급경사의 언덕 마을을 올라간다.

영국의 남부 지형은 언덕과 고개가 계속 이어진다. 위험한 도로를 따라갈 수 없으니 차량의 통행이 적은 소도로가 마음은 편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몇 차례 쉬어가기를 반복하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자 길퍼드 주변의 풍경이 언덕 아래로 펼쳐진다.

"그래,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언덕 위의 도로는 이내 비포장 산길로 바뀐다. 질척거리는 산길에서 이리저리 길을 헤매는 동안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을 몇몇 마주치고.

"구글아, 구글아! 이건 엠티비를 타는 싱글길이잖아!"

풍성한 침엽수림이 펼쳐지는 북유럽의 숲길과 달리 영국의 숲길은 그저 질척거리는 잡풀 숲과 같다.

"도로는 위험해서 전방주시만 해야 하고, 숲길은 질척거려서 땅바닥만 봐야 하는구나."

산속을 헤매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마주한 도로는 차량들이 고속주행을 하고 있는 3차선 대로다. 넓은 회전교차로를 돌아가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커녕 인도조차 없다.

한참을 서서 차량들이 잠시 정차하는 동안 회전교차로의 차선을 자전거를 끌고 넘어간다.

"정말 영국 구리다!"

작은 소도시 판햄의 시내에 들어서며 피곤함이 밀려온다. 런던의 긴 휴식 때문에 라이딩이 힘들고, 새로 바뀐 자전거가 아직은 불편하고 무엇보다 영국의 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엉덩이도 아프고, 종아리도 묵직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러 빵들을 보충한다.

지도를 검색하고 15km 정도 떨어진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을 했지만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아 5km 정도의 숲길로 경로를 변경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어두워진다. 위험한 영국의 도로를 달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야영지를 살펴봐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물기가 있는 숲에 텐트를 펼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어제처럼 초저녁부터 잠에 빠져든다. 한 시간, 두 시간. 잠에서 깨어 슈퍼에서 산 빵들로 허기를 달래고 밀린 자료를 정리한다.

"어째, 독일의 유심보다 네트워크가 더 안 잡히냐?"

쓰리 유심카드는 속도는 괜찮지만 도로변 숲으로 들어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

윈체스터까지 40km 정도가 남았지만 내일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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