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9일 / 맑음
바르나울-알레이스크
휴식을 취했던 바르나울을 떠나 카자흐스탄을 넘어가는 국경으로 향한다. 러시아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이동거리
142Km
누적거리
12,011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866시간

 
A322도로
 
A322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장소
 
알레이스
 
 
1,10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르나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카자흐스탄으로 향한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까지 350km의 거리, 4~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에어컨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새벽까지 방안의 후덥지근한 열기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숙소를 나가기 위해 부스럭거리는 젊은 러시아 친구 때문에 8시쯤 잠에서 깨어난다.

"스모그인가? 날씨가 흐린 건가?"

바르나울에 도착해서 하늘은 언제나 뿌옇다. 매캐한 냄새는 없어서 스모그나 미세먼지처럼 느껴지진 않은데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혼잡한 도로의 상태를 보면 스모그일 것도 같다.

약간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우고.

짐들을 정리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오늘은 어린 남자아이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가족이 돌아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지키는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거리가 130km가 넘으니 비상식을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

슈퍼에서 시리얼과 식빵 등을 사는데 어제부터 카운터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뚱뚱한 여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건들을 던지듯 하며 계산을 한다.

"뭐가 저리 불만일까? 인상을 쓴다 해서 삶이 달라질 것 같진 않은데."

숙소 옆에 있던 식당은 영업 전인지 문이 닫혀있다.

"아침을 해결하고 떠나고 싶은데 로만의 가게 옆 식당으로 가자."

언덕을 내려와 로만의 자전거 가게 근처의 식당으로 갔지만 역시나 문이 닫혀있다.

"설마?"

시계를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다. 매일 영업을 하는 우리와 달리 몽골과 러시아는 주말에 많은 식당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레이스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몇몇의 식당이 검색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니, 우선 슈퍼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본다.

30루블의 커다란 빵과 60루블의 1리터짜리 콜라를 사든다. 러시아의 가격표에는 소수 자리까지 적혀있는데 대부분 가게에서는 계산을 할 때 절삭을 하고 계산을 한다.

나름 맛이 좋은 빵을 먹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다가와 뻔뻔스러운 얼굴로 쳐다본다.

"뭐? 어쩌라고?"

녀석에게 빵 부스러기와 빵을 작게 떼어주며 아침을 해결한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A322 도로를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르나울을 벗어나는 인터체인지의 언덕을 오르며 작은 러시아의 소도시 바르나울을 떠난다.

트램의 철로를 따라가는 도로는 공사 중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갓길이 전혀 없는 좁은 도로는 약간 불편하다.

40여 분이 지나 트램의 철로는 끝이 나고, 이상한 회전 교차로를 지나 유턴을 한 후 바르나울의 교외 지역까지 완전히 벗어난다.

이곳의 회전 교차로는 사방의 도로에서 진입하고 빠져나가는 다른 곳과 달리 바르나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만이 진입을 할 수 있는 이상한 교차로다.

교차로 부근에 몇 군데의 식당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둘기와 99.9:0.1의 비율로 분할해서 먹은 빵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길은 오르마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고 언덕의 곡선을 따라 마을들이 종종 나타난다.

조금씩 넓은 평야들이 펼쳐지더니 4~5대의 트랙터들이 줄을 맞춰 흙먼지를 날리며 밀밭을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는 평야의 밀밭은 연녹색의 푸른 밀들과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밀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파종하는 시기가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지도 모르겠다.

"에잇, 발!"

"점심이나 먹자."

1시, 약간은 지루한 라이딩에 허기도 일찍 찾아든다. 월터에게 배운 요거트와 시리얼 그리고 식빵과 잼으로 조합하는 식단이다.

빨간 잼은 석류잼 같은 것인데, 나탈리아의 집에서 식사를 할 때 만저로크에서 유리에게 선물 받았다며 자랑하던 월터의 것을 맛보고 슈퍼에서 발견하고 하나 사 들었다. 66루블인데 적당한 양과 무게가 마음에 든다.

"월터 따라 하기 점심!"

햇볕 아래에서 날벌레들과 사투를 하며 점심을 끝내고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일일 일빵이니? 그만하지."

쉐발리노의 고개를 넘으며 임시 조치로 덧대었던 펑크패치가 더는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올챙이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더는 안되겠다."

전국 일주와 중국, 몽골, 러시아까지 견뎌냈던 16방의 펑크 패치를 붙인 튜브의 퇴역이다.

"수고했다. 충분했어!"

고르노 알타이에서 새로 산 튜브로 교체하고.

넓은 평야를 달린다.

완전 평면으로 변한 평야의 길을 언더바를 잡고 3단을 걸어 달려간다.

"간만에 제대로 달려보자."

무엇을 심을지 궁금한 로터리가 잘 쳐진 평야도 보이고.

쭉쭉 뻗은 도로에는.

적당한 곳에 식당도 있고.

어디가 끝일까 궁금한 밀밭을 지나고.

천지가 들꽃뿐인 들판도 지나고.

쓸데없는 셀카질도 해보고.

어느새 94km를 달려왔다.

"50km 정도 남았네. 3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긴 질주 끝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월터와 함께 라이딩하는 동안 찍지 못했던 해바라기.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참 재미있고 유쾌한 꽃이야."

"자, 발!"

수천, 수만의 웃는 얼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즐겁다.

40km 가까이 이어지던 평야는 알레이스크가 가까워지며 끝이 난다.

오르막의 길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쯤 왼쪽 방향 멀리 건물과 함께 마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단층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여기가 입구가 아닌가?"

왼편으로 마을의 모습이 보이는데 도로의 안내판은 계속 직진을 하라고 한다.

4km 정도 후 알레이스크를 지나가는 길은 좌회전을 알리며 기역자 모양으로 꺾인다.

"일단, 다 왔다."

마을로 향하는 내리막을 달려.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식당들과 함께 작은 슈퍼들이 있다.

"시원한 콜라를."

식당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려고 하니 어린 여자가 웃으며 밖에서 주문을 하라고 한다.

작은 슈퍼는 시내의 간의 판매점처럼 밖에서 물건을 주문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비싸!"

27루블 정도 하는 콜라가 50루블, 아침에 60루블에 산 콜라가 100루블이다.

"마을로 들어가서 사자."

도로변에서 밥을 먹고 야영지를 찾아가려던 생각을 바꿔 알레이스크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야영지를 찾으려고 한다.

알레이스크로 들어가는 도로의 구조물에서 인증샷을 찍고.

3km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초입에 있는 마리아-라로 들어간다.

슈퍼를 둘러보고 시원한 콜라만을 사서 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한다.

"어디서 왔어?"

슈퍼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어르신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넨다.

"한국요. 혹시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있나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아저씨는 '뭐?'라는 표정으로 놀라며 없다고 한다.

"이곳은 밤에 위험한가요?"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가 다가와 마리아-라 위가 호텔이라며 그곳에서 자라고 알려준다.

"얼만데요?"

"600~800루블 정도."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일반 호텔처럼 보이고, 신축을 했는지 깨끗하게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 가격을 물어보려 4층의 호텔로 올라간다.

"500루블이면 여기서 쉬어야지."

공실로 비어있는 2, 3층을 지나 4층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의 여자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가격을 물으니 1,400과 2,200을 종이에 적는다.

"헐, 시골에 호텔이 뭐가 이렇게 비싸!"

그대로 뒤돌아서 내려와 슈퍼에서 290루블 통닭과 맥주, 요거트, 물을 500루블에 사서 나온다.

"숙박비로 치맥을 먹는 것이 낫지."

이제 야영지를 찾아야 한다. 다시 A322 도로로 빠져나와 룹촙스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며 야영지를 찾는다.

"마을에서 완전히 벗어나 네트워크가 되는 곳이면 좋겠는데."

핸드폰의 네트워크 안테나를 보며 한참 동안 길을 따라다 5km 이상 벗어난 지역에서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어, 대충 이 근방에서 찾아보자."

도로와 기찻길 사이 나무숲으로 자동차 바큇자국이 있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끌고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길은 기찻길을 지나는 통로로 이어진다. 통로는 큰 자갈밭이라 텐트를 치기가 어려웠고, 주변은 기차의 소음으로 잠을 자기가 힘들 것 같았다.

풀밭의 땅을 고르며 생각하는 동안 모기에게 수방을 물리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온다.

도로로 나가는 도중 작은 샛길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트랙터 같은 것이 지나가며 길이 난듯한 곳인데 땅도 푹신하고 무언가가 지나간 흔적들도 전혀 없다.

"좋은데, 여기로 결정!"

모기들을 피하며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물로 간단히 세안을 하고, 물티슈로 팔과 다리를 닦아낸 후 침낭을 베고 눕는다.

"아고, 좀 쉬자. 먹는 건 나중에."

9시 40분, 해가 떨어져가며 어두워진다.

"먹어 볼까."

우리의 전기구이 통닭처럼 생긴 녀석과 함께 시원한 맥주 두 캔으로 저녁을 먹고, 남은 닭은 내일 아침으로 먹을 것이다.

140km를 달려와서인지, 맥주 두 캔에 약간의 취기가 느껴진다.

"사비, 여기는 완전히 미쳤어. 네가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간 월터는 러시아 남자들만 잔뜩 나온 사진을 보내며 러시아 여자가 많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 아주 황홀하다. 좋겠다!"

아무래도 요즘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는가 보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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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8일 / 맑음
바르나울
고르노 알타이스트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을 했던 월터는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정 들었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굿바이월터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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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는 8시에 노보시비르스크로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6시 30분부터 울리는 알람들을 패쓰하고, 이틀 동안 쉬었지만 묵직한 피곤함에 몸이 무겁다.

8시, 기차역으로 나간다는 월터의 메시지에 부랴부랴 옷을 갖춰 입고 기차역으로 나간다.

"아고, 세이 굿바이는 해야 하는데."

기차역 승강장들을 빙빙 돌며 월터를 찾고.

"월터, 어디야?"

실시간 위치정보를 교환했지만 찾기가 어렵다.

"나 기차역 정면에 있어. 노란모자 안 보이는데."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 겨우 월터와 나탈리아를 만난다.

요상한 기차가 대기 중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이런 느낌 싫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나탈리아.

"음, 사진 솜씨가 별로군."

월터와 나탈리아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렇게 찍어야지."

"사비, 노보시비르스크까지 6시간이 걸려. 겨우 200km라고."

"자전거가 빠르겠다. 나도 기차 타고 갈까?"

문이 닫히고 월터는 떠난다.

나탈리아에게 메일로 사진을 전송해 주고, 아침과 커피를 먹자는 나탈리아의 제안을 미안하지만 거절한다.

"나 잠을 자야 해."

아침으로 슈퍼에서 요거트를 사들고.

잠시 자료를 정리하다 게스트하우스의 숙박을 하루 더 연장한다. 며칠째 숙박을 연장하는 것이 이상한지 아주머니는 비자를 보여달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러시아에 비자 없이 올 수 있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간다.

"Have a good trip ! Keep in touch."

"킵 인 터치? 촤식, 끝까지 깨알 같은 영어를 알려주네."

월터는 떠나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이제 다시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고마웠어. 월터!"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짜증 나.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이 기다릴 거야. 좋은 사람을 만날 거고. 굿 럭!"

숙소 옆의 식당으로 들어가니 반갑게 미소를 짓는다.

"뭐지? 오늘 생파라도 있나?"

닭다리가 없어 닭고기처럼 생긴 메뉴를 주문하여 점심을 해결한다. 230루블, 여전히 저렴한 식당이다.

오후 내내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되어 전쟁 공원을 산책하고.

KFC로 건너간다.

"러시아 할배는 러시아 사람 같아."

치킨과 햄버거를 테이크아웃 하고.

슈퍼에서 월터와 마셨던 러시안 스트롱 비어를 두 캔 산다.

"우울할 땐 고기와 술이지."

러시안 스트롱 비어는 강하다. 그래봐야 맥주지만.

여행을 떠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모르겠다.

여전히 지긋한 가족들 때문인지, 갑작스레 찾아온 그리움인지 아니면 러시안 스트롱 비어 탓인지..

잊고 살았던 몹쓸 감정의 무게가 느닷없이 러시아의 한복판에서 찾아든다.

"방심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7일 / 맑음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르나울, 자전거를 타고 바르나울의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오비강
 
스카이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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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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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기절을 하고 8시에 잠에서 깬다. 자연스럽게 8시에 기상시간이 맞춰진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슈퍼에 들러 요거트와 음료를 사 들고.

"아니, 왜 동전은 하나를 쓰면 두 개가 느는 거야?"

"이런 소스들을 먹는단 말이지."

"못생겼지만 과일들도 신선하고."

자료들을 정리하고 어제 문이 닫혀 가지 못한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간다.

러시아의 식당은 주로 배식창구에서 메뉴를 고르는 형태인가 보다.

닭다리와 보리밥 같은 이상한 곡류를 선택하고 180루블.

아침에 사온 맥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나탈리아와 함께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고 한다.

북쪽에 있는 동방교회를 구경하고 오비강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을 하고 올게요. 짐 좀 잘 보관해 주세요."

크리스타나는 퇴근을 하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6km 정도 떨어진 정교회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따라간다.

도로의 중앙으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탓에 도로의 폭이 좁고 차량의 통행이 제법 혼잡하지만 도로 위의 운전자들은 매너가 좋은 편이다.

큰 대성당을 배경으로 들어선 작은 성당,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에 도착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지고 볼록한 지붕과 십자가의 첨탑이 이색적이다.

성당을 들어가며 나오며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쓰고 성호를 그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속 신앙의 깊이가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동작이다.

사람들을 따라 조심스레 교회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서너 사람들들의 신도와 수녀들이 기도를 하거나 촛대를 닦고 있다.

작은 교회의 내부는 벽화와 촛불 그리고 여러 가지 기도의 장식물들이 놓여있어 아담하고 아름답다.

작은 천들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수녀의 옆에 앉아 교회의 내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대성당은 공사 중인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러시아의 회전 교차로는 중앙으로 트램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교차로의 크기가 굉장히 넓다.

러시아에서 느낀 것이지만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면 차량들이 안전하게 정차를 하며 기다려준다.

복잡한 회전 교차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다.

굉장히 성숙된 교통 문화이다.

오비강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슬림의 모스크도 보이고.

레닌 광장을 지나 오비강변을 향해 이동한다.

"사비, 어디야? 우리는 강변에 있는 교회에 있어."

월터와 왓츠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오비강의 잠망킨 수녀원(Znamensky nunnery) 근처에서 월터가 손을 흔든다.

수녀원의 근처 공원에서 월터와 나탈리아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 수녀원을 둘러보고.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수녀원은 직선의 석조건물이 너무나 심플하고 예쁘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밝은 톤의 벽화들, 그리고 검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잠시 내부를 구경하고 입구로 나오자 여성 두 명이 입구의 의류함에서 스커트와 스카프를 꺼내어 착용을 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월터와 나탈리아 때문에 오래 구경을 못하고 그들에게 돌아간다.

"나탈리아, 혹시 여자들이.."

의류함의 사진을 보여주자 나탈리아는 알았다는 듯 설명을 한다.

"여자들은 스커트와 스카프를 하고 교회에 들어가야 해."

월터와 함께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월터, 재미없어."

"그럼 이렇게."

"너네들 어제 싸웠니?"

"그럼 셋이서."

"코리안 스타일, 셀카봉."

"월터, 나 맥주가 필요해. 강으로 가자."

"예, 리버타임!"

오비강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작은 강변의 노점에는 음료들만 판매하고, 삼각 팬츠를 입은 풍만한 몸매의 할아버지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사비, 우리는 약간의 음식을 먹고, 다른 교회를 구경하고, 저녁에 스카이바에 갈 거야."

"그래, 난 들어가서 쉴래."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탈리아의 성격이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고, 조금 쉬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치킨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숙소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밀려든다. 자료도 정리하기가 힘들고 나른해진다.

게스트하우스에 러시아 친구 로만이 들어온다. 41살의 로만과 번역기를 사용해 어렵게 대화를 하는 동안 월터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는 이 교회에 왔어. 한 시간 후에 스카이 바에 갈 건데 올래?"

쉬고 싶었지만 월터를 만날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함께 맥주를 먹기로 한다.

"내가 가도 돼? 맥주는 있어?"

"물론!"

로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에 맞춰 스카이바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스카이바는 자전거를 정비해 줬던 보드엘의 로만의 자전거 가게 옆의 높은 건물이다.

13층 밖에 안되지만 바르나울에 고층 빌딩이 없어서 그 정도면 시내의 스카이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가 보다.

쇼핑몰의 내부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스카이바 Loft에 먼저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창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음악 속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월터, 나 왔어."

"나탈리아는 너무 느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쳤어."

약간 독특한 성격의 나탈리아는 사람을 조금 편치 않게 만든다. 술도,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뭔가 느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요청하고 되돌아갈 동안 월터와 나탈리아는 도착하지 않고, 꽤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린다.

월터와 나탈리아가 도착하고 독일 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안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 더 할까?"

몇 모금 만에 500cc의 맥주잔을 비워지고, 월터에게 한 잔씩 더 하자고 하니 비싸서 싫다고 한다.

한 잔에 207루블의 메뉴판을 가리키는 월터에게 애원하듯 '내가 살게'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딱! 한 잔만 살게. 같이 먹자. 응?"

마지못해 수락을 한 월터와 맥주를 마시고, 나탈리아는 사과 주스를 마신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돈을 아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4,000원 정도의 맥주를 사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뭔가 짠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4,000원이 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의 비용일지도 모르잖아. 그 댓가의 4,000원이라면 아끼지 말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월터, 알타이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지?"

"응, 겨우 한 달 남았어. 한 달이라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대감에 신이 난 월터.

"염장질이냐. 한 달은 롱롱롱롱롱 롱타임이야!"

"어. 그래도 겨우 한 달이야!"

월터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쉥겐협약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월터는 핸드폰을 무언가를 찾더니 소리를 친다.

"사비, 이것 봐.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비행기표도 엄청 싸."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검색한 항공권은 5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왕복?"

"아마도."

월터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살고, 여행을 간다며 정보를 알려준다.

"빙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캐나다에 도착하면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를 생각해봐야겠다.

음식값을 분할한 계산서로 각자 계산을 하고 스카이 바를 나온다. 내가 계산한 돈은 8,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은 트램을 타고 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트램보다 빠르게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보더니 월터가 메시지를 보낸다.

"You are right. Steep."

"스티ㅍ...."

숙소에 돌아오니 로만은 잠들어 있다. 월터의 염장질 탓인지, 약간의 맥주 탓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나탈리아의 모습 때문인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잠이나 자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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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6일 / 맑음 ・ 24도
바르나울
바르나울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하루, 시내를 둘러보고 보드엘에 들러 자전거를 정비 해야겠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1,844Km
이동시간
2시간 52분
누적시간
855시간

시내구경
나탈리아의집
12Km / 2시간 16분
5Km / 36분
숙소
보드엘
숙소
 
 
93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 새벽 늦게 잠든 탓에 세상모르게 잠들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컨디션이다.

"아고, 어린 녀석을 따라다니려니 힘드네."

잠시, 쑤니터우기에 있는 파박님과 영상 통화를 하며 오랜만에 지아오강강의 얼굴을 보고, 파박님은 오늘 얼롄하오터로 들어간다고 한다.

시내를 둘러보고 어제 만난 보드엘에 놀러 갈 생각이다.

숙소의 아저씨는 퇴근을 하고 예쁜 크리스티나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숙박을 연장하고 짐들을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건 뭐니?"

밤새 주저앉아 있는 타이어, 튜브를 교체하기도 귀찮고 해서 펌프로 바람을 넣은 후 시내 구경을 나간다.

"여기는 기차역인가?"

숙소 근처 전쟁공원의 뒤편으로 바르나울의 기차역이 있다.

"가깝네. 월터가 떠날 때 배웅을 나와야겠다."

잠시 기차역을 구경하는 사이 타이어의 바람은 모두 빠져버린다. 펑크 패치를 붙인 곳에서 조금씩 빠지던 바람이 아닌 것 같다.

"펑크가 새로 났나 보네. 이번에 튜브를 교체해야겠다."

자전거를 끌고 레닌 광장 방향을 걸어가며 시내 풍경을 구경한다.

예쁜 길거리 카페들이 영업을 준비하고 거리는 한산하다. 그리고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것들이 아주 많아 귀찮게 만든다.

레닌 광장에 도착하고.

레닌의 동상의 뒤로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광장의 건너편은 전쟁 박물관이 있는 분수 공원이 있다.

귀찮지만 펌프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 큰 길을 따라 오비강의 방향으로 내려간다.

대학교 같은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 있고.

공사 중인 도로 사이로 러시아 정교회가 보인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교회, Nikol'skiy Khram.

교회 안에서는 부드러운 찬송가 소리가 작은 울림으로 퍼지고, 몇몇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계속해서 오비강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며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에 연신 펌프질을 한다.

"아무래도 먼저 자전거 가게로 가야겠다."

도로 중앙의 산책로를 따라 레닌의 동상과 러시아 정교회의 구조물들이 세워져 있다.

"아, 귀찮아. 자전거 가게부터 가자."

인스타그램에 적혀있는 가게를 찾아 시내를 가로질러 간다.

게스트하우스 이즈바에서 멀지 않은 곳의 도로변에 보드엘의 간판이 보인다.

"문이 닫혔나?"

"나 가게에 왔어. 어디야?"

"오, 1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아. 기다려 줄래?"

슈퍼에 들러 시원한 콜라를 사서 마시고.

러시아의 모든 가게에서는 현금을 계산할 때 노란색의 받침대 같은 것을 사용한다. 동전이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손과 손이 접촉하는 것이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돈을 주려고 하면 받침대에 놓으라고 한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돈을 테이블 위로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보다는 좋기는 한데. 하여튼 재미있다.

배가 출출하여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호, 여기 주문 시스템은.."

배식 장소에서 메뉴를 고르고 저울에 무게를 단 후 계산을 하면 된다.

샐러드와 마카로니 그리고 얇은 돼지고기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 동안 자전거 가게가 열리고 보드엘은 보드와 자전거 렌탈을 하는 정비 샵이다.

로만, 26살의 멋진 친구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자전거 펑크를 수리한 로만은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중국에서부터 흔들리던 리어 허브를 정비해 주겠다고 한다.

웬만하면 분해를 해서 정비하는 것보다 그냥 부서질 때까지 타고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 그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허브를 분해하고 베어링들을 빼내어 다시 그리스 작업을 한다. 고급형 엠티비보다 중저가용 레포츠형 자전거를 많이 정비하다 보니 저가형 허브를 정비하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

기름때와 상관없이 거침없이 자전거를 만지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만 작업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작업을 마치고 로만은 밀크커피까지 대접을 해준다.

겨울엔 보드, 여름엔 자전거와 롱보드를 하는 보드엘.

나이는 어리고 가게는 볼품이 없을지는 몰라도 로만은 자부심을 갖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로만은 부자네. 꿈이 있고 삶에 자긍심이 있으니 그리고 예쁜 여자친구까지."

"로만 고마워. 네가 정비를 해줘서 아프리카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아."

정비된 자전거를 타고 레닌 광장을 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사비, 호스트와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 마실래?"

"좋아. 내가 그곳으로 갈게."

자전거를 타고 월터의 호스트 집을 찾아간다. 숙소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의 오래된 아파트에는 모기가 굉장히 많다.

"월터, 나 왔어."

"사비, 오늘의 메뉴는 치킨과 감자야."

호스트 나탈리아와 함께 슈퍼에서 생닭과 감자 그리고 맥주를 산다.

나탈리아가 감자를 슈퍼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슈퍼에 들러 감자를 사 오고.

월터와 각자의 맥주 한 병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나탈리아는 술 안 마셔?"

"글쎄, 그녀는 술도 안 마시고, 음식도 잘 안 먹어."

"왜?"

"잘 모르겠어."

월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탈리아는 방 안에서 무언가를 하는지 나오지를 않는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그녀다.

1971년에 지어졌다는 그녀의 아파트는 20대 초중반 젊은 여자의 집처럼 보이질 않고, 좁고 낡은 외향적 모습보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왜 카우치서핑을 하며 낯선 이방인과의 만남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비닐봉지에 닭과 소스를 넣고 오븐에 구운 닭고기가 준비된다.

"맛있네. 나탈리아, 한국인은 1일 1닭이야!"

나와 월터가 정신없이 닭을 해체하며 식사를 하는 동안 나탈리아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사비, 맥주 한 잔 더 할까?"

슈퍼에서 사온 세 병의 맥주를 모두 마시고 월터는 맥주 가게에서 1리터의 맥주를 사 오자고 한다.

맥주를 사 오고 나탈리아에게 차를 타주며 함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월터, 사람들이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이라고 할까? 44는 너무 많잖아."

"맞아. 나탈리아, 사비가 몇 살처럼 보여?"

"29 정도."

"그럼, 32 정도라고 해."

"싫어. 30이라고 할래!"

"월터, 너 밥 로스 같잖아!"

설거지를 해주고 바르나울의 밤거리를 달려 숙소로 돌아온다.

"피곤하다. 자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5일 / 맑음
고르데예브스키-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도시 바르나울로 들어간다. 카자흐스탄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11,827Km
이동시간
5시간 02분
누적시간
85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데예
 
폴코브니
 
바르나울
 
 
92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잠을 못 잔 탓에 피곤한 아침이다.

아침 이슬이 내려앉아 텐트가 젖어있고, 간밤에 피난을 왔던 마르코 커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있다.

"하이."

강가를 잠시 산책하는 동안 월터도 잠에서 깨어난다.

"사비, 바르나울 호스트의 집으로 갈 거야?"

"아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쉬고 싶어. 호스트의 집이 좋은데 편하지가 않아. 영어도 피곤하고."

"응. 여기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350루블."


월터가 마르코 커플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정보와 현금을 교환하는 동안 빠르게 짐들을 정리한다.

"사비가 지금 담배가 필요해. 우리는 이제 가야 해."

마르코 커플과 헤어지고 슈퍼를 찾아 마을로 들어간다.

흙길과 비포장 길이 이어지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동네의 작은 슈퍼에서 콜라와 요거트를 고르는 사이 월터는 조용히 빵과 과일 같은 것을 산다.

작은 요거트에 월터의 시리얼을 넣어,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슈퍼 앞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말을 걸며 인사를 한다.

11시 반이 넘어 바르나울을 향해 출발한다.

작은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P256 도로에 접어들고 내가 선두에 서서 길을 이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업다운이 반복되며 다시 월터가 길을 이끈다.

계속 이어지는 메밀밭을 배경으로 빠르게 거리가 줄어들고.

바르나울까지의 거리가 반으로 줄어든다.

언덕을 오르면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월터.

"월터, 오르막이 영어로 뭐야?"

"스팁."

"스팁?"

"프, 프."

"스팁프"

"프, 프."

"우쒸 적어 봐."

"steep."

"그럼 내리막은?"

"down steep."

"아하 그런 거야?"

"인클라인, 디클라인."

"인클라임?"

"라인, 화이트라인. 라인!"

"아하 라인! 인클라인, 디클라인!"

"응. 비지니스 토킹이야."

다시 긴 오르막이 나타나고 월터는 완전히 사라진다. 천천히 나의 속도대로 길을 이어가고.

휴게소 같은 곳에서 월터가 기다리고 있다.

"밥 먹고 갈까? 저기엔 고기가 있을 거야."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앞두고 길 건너편 휴게소에서 허기를 달래기로 한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는 사이 한 여성이 다가와 월터에게 말을 걸며 뭔가 이야기를 한다.

"사비, 리포터야."

러시아 기자는 여행의 경로 같은 것을 묻고 월터와 나의 사진을 찍어간다. 월터가 대화를 하는 동안 중국 내몽골 쑤이터우기에 도착하여 머물고 있는 파박님의 소식을 쑤니터우기의 친구들이 위챗으로 보내온다.

"너의 친구는 우리와 점심을 먹고 있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는데 월터가 나를 부르며 시원한 맥주병을 건네준다.

"뭐야?"

"그들이 주고 갔어."

"예!!!"

"저기에 고기가 있을 거야. 쇼핑하고 와."

"넌?"

자신은 괜찮다는 월터를 대신해 휴게소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유레카!"

갈비와 닭고기 꼬치를 월터의 몫까지 사든다.

"한국 사람은 혼자는 안 먹지."

휴게소의 직원에게 비닐봉지를 얻어 음식을 포장해서 월터와 하나씩 나눠먹는다.

고기를 들고 흔들며 웃자 월터는 가격을 물어본다.

"몰라."

맛있게 고기를 먹고 조금의 돈을 보태려는 월터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손사래를 치니 월터는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인터체인지에서 바르나울까지 20km 정도의 거리다. 조금 넓어진 갓길을 따라 바르나울을 향해서 간다.

"인증샷 좀 찍자."

사진을 찍는 사이 월터는 다시 시야에서 사라진다.

잠시 후 도로변에서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월터를 지나쳐 천천히 길을 따라간다.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다리를 앞두고 월터가 나를 불러 세운다.

"사비, 나 호스트를 바꿔야 해.

"왜?"

"호스트가 지금 다른 도시에 있데. 80km나 떨어진 곳에."

도착일과 시간을 알려주며 호스트의 집으로 가는데 호스트가 다른 도시로 외출을 나간 것이다.

도로변에 앉아 다른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고, 잠시 후 다른 호스트가 다행히 연결된다.

바르나울로 들어가는 오비강을 건너고.

"사비, 너는 이 길을 따라가다 좌회전을 하고 나는 여기서 우회전을 해야 해."

"응. 난 이틀 동안 쉬고 카자흐스탄으로 갈 거야."

"오케이. 저녁에 맥주 마실 건데. 같이 마실래?"

"알았어."

월터와 헤어지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이동한다.

비스크보다 훨씬 커 보이는 바르나울의 모습에 약간 흥분감이 느껴진다.

"천천히 둘러봐야지."

초입에 멋진 기념탑이 서있고, 트램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이 새롭다.

도로는 좁고 혼잡하지만 예쁜 목조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이 뒤섞여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시내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월터가 찾아놓은 오래된 목조 건물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나무문을 열고, 나무 계단을 오르자 마음까지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인상이 좋은 할머니가 손주를 맞이하는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잠잘 수 있어요?"

"오우, 지금은 방이 없어. 내일 오후에 방이 비는데 어떻게 하지?"

"히잉."

"괜찮아. 내가 다른 호스텔을 알려줄게."

천천히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하는데도 길이 너무 복잡하다.

"아니야. 내가 전화를 해 볼게."

할머니는 다른 곳에 전화를 해서 방을 잡아주려 했지만 그곳도 방이 없는 모양이다. 바르나울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군데 검색이 되어 이곳이 아니어도 큰 어려움 없이 다른 곳을 찾을 것 같고, 호텔도 여러 곳이 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나는 너를 좋아해. 정말 아쉽다."

할머니는 끝까지 마음을 써주며 포근하게 웃어준다. 너무나 좋은 환대다.

호스텔의 계단에서 다른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남자가 호기심을 갖고 말을 건넨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자전거에 트러블이 없는지 묻더니 바이크 샵을 운영한다고 말한다.

"뭐 괜찮아. 나도 정비를 할 수 있어."

"바르나울에서 자전거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줘."

남자와 사진을 찍으며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동안 대학교처럼 보이는 석조 건물도 보이고.

작은 석조 건물들이 도로변에 들어서 있다.

바르나울 호텔의 건너편 도로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작지만 깨끗한 게스트하우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샤워와 세탁을 한다.

"사비, 잘 도착했어? 저녁에 내 호스트와 맥주 마실래?"

"아니, 오늘은 좀 쉴래. 내일은 괜찮아."

"나는 내일 시내를 구경하고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기차로 갈 거야. 그리고 카자흐스탄까지 5일 정도 자전거, 알마티까지 기차로 갈 생각이야."

"음, 나는 낼 쉬고 모레 카자흐스탄으로 갈 생각이야."

"카자흐스탄도 몽골처럼 빈약할 거야."

"맞아. 힘든 여행이 될 거야. 내일 보자."

자전거는 숙소 앞 계단 근처에 자물쇠를 걸어 잘 보관을 하고.

숙소의 아저씨가 알려준 식당으로 갔지만 문이 닫혀있다.

작은 도로를 건너 전쟁기념 공원을 산책하고.

"부모, 형제, 가족, 사랑하는 사람.."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별, 슬픔, 그리움.. 모든 것을 주지 못한 감정의 아쉬움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너무나 괴롭고 괴롭고 고통스럽다.

공원 건너편에서 KFC를 발견하고.

울란바토르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먹었던 할배네 치킨과 햄버거.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하고, 깨끗하게 해치운다.

극장이 있는 건물인지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이고, 신체 비율이 이상한 예쁜 인형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러시아에 왔군!"

KFC와 함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살아있는 인형들의 모습에 잠시 가라앉았던 기분이 되살아 난다.

"여행 중이잖아. 괜찮아."

숙소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한다. 파박님은 쑤니터우기의 친구들이 잘 대접을 해준 것 같다.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 같은 날 함께 백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편하게 쉴 수 있다.

"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게로 와 도와줄게. 무료다!"

"내일 시간이 되면 놀러 갈게."

Izbar의 앞에서 만났던 자전거샵의 친구가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내일 시내를 둘러보고 잠시 놀러 가야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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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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