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창핑구-연화산-베이징 옌칭현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경로를 확인하였으나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 아쉽지만 십삼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달려간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7,344Km
이동시간
4시간 07분
누적시간
522시간

G110
G110
29Km / 2시간 50분
16Km / 1시간 17분
창핑구
연화산
옌칭현
 
 
4,59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는 S216 소도의 길을 포기하고 팔달령장성과 십삼릉의 사이로 이어지는 G110 도로를 타고 옌칭현으로 향한다.

아침 10,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건너뛰는 게으른 아침의 연속이다.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분배하여 정리한다.

"특별히 추가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프론트 패니어의 무게를 조금 줄여 핸들의 조향을 편하게 만들고, 리어 패니어의 짐들을 빼곡히 수납하여 패니어의 모양을 잡는다. 아침이면 바람이 살짝 빠져있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체크아웃을 한다.

"몽골로 넘어가기 전에는 튜브를 정비하겠지. 정말 게을러터졌다!"

창핑구를 벗어나는 회전 교차로. 직진을 하면 S216 도로를 따라 팔당령장성으로 오르게 되고, 2시 방향은 G110 도로를 따라 북경 십이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이어진다.

"아, 만리장성을 넘어버려야 하는데 아쉽다."

시내를 벗어나 G110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회전 교차로에 있는 할배네 치킨에서 세트 1번으로 부족한 아침과 비상식을 해결할 생각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쇠고기 오방을 햄버거 세트로 잘못 산 기억 때문에 메뉴를 정확히 확인하려고 매장을 둘러보아도 세트메뉴 1번이 보이질 않는다.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그동안 먹은 세트 1번을 보여주려고 핸드폰의 사진을 검색하고 있으니 매장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딜리버리 페이지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한다.

"역시, 짬밥이 틀리구나. 무조건 없다고 한 직원, 너 손들고 서있어! 눈치가 없으면 센스라도 장착해야지."

치즈파이와 치킨 3조각은 아침식사로 먹고 햄버거는 비상식으로 남겨둔다. 게으른 출발로 12시가 다 되어간다.

"700미터 정도는 오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자, 가보자."

회전 교차로를 벗어나자 바로 시작되는 G110 국도.

오토바이조차 보이질 않는 넓고 깨끗한 자전거 도로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산들을 향해 달려간다.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겹겹이 치솟은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코너를 회전할 때마다 특색 있는 모양과 풍경으로 제각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흙산, 기암 바위의 산, 벚꽃과 복사꽃으로 울긋불긋 흩뿌려진 산들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산길은 낮은 경사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풍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산골의 마을 입구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심심한데 기념사진이나 찍을까."

"해발 700미터의 산쯤이야 껌딱지지!"

오른쪽 북경 십삼릉 풍경구가 있는 산들은 흙과 바위산, 왼쪽 팔달령장성이 있는 산은 울긋불긋 복사꽃과 벚꽃들이 흩뿌려놓은 듯 예쁘다.

조명도 없는 두 개의 짧은 터널을 지나는 사이, 산들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높이 올라온 것인지 산들의 능선이 눈높이 맞춰진다.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화물차 운전자들이 식사를 하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나 올라온 거지?"

산들샘을 확인하니 해발 560미터가 조금 넘었다. 중국의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6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온 탓인지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듯이 별 느낌이 없다.

십여 분 정도 더 오르자 드디어 도로 위로 하늘이 열린다. 연화산 분수령.

"시원하게 내려가자!"

열어놨던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리며 내리막 다운을 즐기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출발.

2Km 정도 내려오니 톨게이트 같은 곳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주 오래된 식당차도 보이고.

중국에서 국도 톨게이트는 처음 본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톨게이트의 옆길로 살짝 돌아가니 교통 공안 두 명이 차를 세워두고 서있고 길은 경계석으로 막혀있다.

"커이 취?"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공안에게 길이 맞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석 사잇길을 손으로 가리킨다.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차량으로 통행하는 얌체족을 단속하는 것인가?"

높은 산길마저 쓸데없이 예쁜 중국의 도로길을 달리고, 도로변에서는 나무들을 심느라 사람들이 바쁘다.

오늘의 목적지인 옌칭현이 10km도 안 남았는데 길은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다.

"뭐지? 설마 산 중턱쯤에 위치한 도시인 거야."

너무나 좋은 평지의 가로수길이 아까울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다.

포도나무 넝쿨처럼 꼬불꼬불 이상하게 자라는 가로수.

옌칭현의 초입 사거리에 북경 기독교 교회가 들어서 있다. 가끔 이슬람 사원 같은 곳은 볼 수 있었지만 교회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뾰족한 첨탑 위로 십자가가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개신교 특히, 대형 교회들의 폐단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중국 여행 중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풍경이 어색한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수리 아저씨 옆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주점으로 이동한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한적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도시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하이에서 후난성을 지나 광시성으로, 후베이를 지나 허난성으로 중국의 남북의 느낌이 다르듯 중국의 동서를 가르는 산맥을 넘고 나니 도시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도로변의 주점에 들어가 숙소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후 체크인을 한다. 만리장성 관광권이라 주점의 숙박비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저렴한 주점이나 빈관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숙소의 관리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피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짐들을 정리하는 것과 프런트 건너편 보관창고에 자전거를 놓아두는 것을 도와준다.

베이징의 좋은 호텔에서 편하게 쉬었지만 이런 스킨십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쫓겨날 일은 없으니 편하게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나간다. 퇴근 시간 전이라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적하다.

식당에 들어가 18위안하는 덮밥을 시키니 바로 음식이 나온다.

"빨라서 좋네. 냄새도 좋고."

달콤한 간장소스에 감자와 고기 경단이 들어간 덮밥. 광장이나 성 같은 대단위 센터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맛이라 고민이 없다.

"식욕이 없는 것이 몸이나 마음에 큰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숙소에 돌아와 아침 조식이 있는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20위안 조식을 어떻게 먹는지 다시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메이요."

현금밖에 없다고 하니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조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는 시스템인가 싶다.

570Km가 남은 중국과 몽골의 국경, 중국의 얼렌하오터까지의 경로를 잡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일 / 맑은 ・ 18도
베이징 왕푸징-베이징 창핑구
베이징을 출발하여 몽골로 향한다. 길었던 중국 여행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7,229Km
이동시간
3시간 59분
누적시간
518시간

S216
S216
4Km / 25분
40Km / 3시간 39분
왕푸징
북해공원
창핑구
 
 
4,5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피곤하게 쓰러졌던 이틀 전의 많은 수면 탓인지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밤의 피곤함이 조금은 덜하다. 8시가 조금 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삼 일째 같은 메뉴지만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 후라이는 언제나 진리다.

5일 동안 라이딩을 하지 않은 탓인지, 헛헛한 마음탓인지 좋은 아침 메뉴임에도 입맛이 별로 없다. 한 접시를 먹는 둥 마는 둥 비워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오늘의 목적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이화원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화원과 원명원 그리고 베이징대학의 컴퍼스를 구경할지, 만리장성이 있는 창핑구까지 이동하여 팔달령장성을 관광할지, 처음의 일정대로 옌칭현까지 이동하여 몽골로 향하는 길을 이어갈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왕푸징에서 20km 거리에 있는 이화원 근처의 숙소들을 검색하다 비싼 숙박비에 비해 오래되고 낡은 시설들을 보고 이화원 관람을 포기한다. 숙소를 옮겨 베이징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싶지만 여전히 관광지로써 베이징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자. 몸도 풀 겸 창핑구까지 40km 정도만 이동하지 뭐."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의 짐들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무거워지고 빵빵해진 패니어들을 메고 낑낑대며 프런트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11시 늦어진 출발, 왕푸징을 출발하여 중국미술관, 징산공원, 북해공원을 지나 베이징시를 빠져나갈 것이다. 40km의 시내 라이딩이라 급할 것 없이 느긋하게 이동한다.

북해공원을 지나자 관광객들과 차량들로 복잡했던 도로는 조금은 한적하게 바뀐다. 쌀쌀한 바람 사이로 어느 가을날처럼 푸르고 뭉실거리며 떠다니는 구름의 하늘이 예쁘다.

"복잡한 전기레일을 따라 어떻게 버스가 움직이지? 안 꼬이나?"

"하늘을 봐. 널 닮은 하늘이 참 좋다."

창핑구로 향하는 시외길의 하늘에는 회색빛의 웅장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지면 가까이 이내 내려앉을 것 같은 구름에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온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도로길의 라이딩, 힘이 없는 페달링을 달래주는 베이징의 하늘이다.

"너무하네. 바로 밑의 지방은 매일처럼 흙먼지가 날려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평속 10km의 느린 라이딩에도 짧은 거리 탓에 일찍 창핑구에 도착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한가롭고 조용한 도시의 느낌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꼭 이만큼의 거리일까? 참 얄궂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문제없이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의 보관을 묻는 질문에 흔쾌하게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며 안내해 준다.

호기심 가득 지켜보던 중년의 직원은 엄지를 세우며 인사를 건넨다.

기역자 모양의 4층 건물. 양쪽으로 길게 뻗은 숙소의 복도가 끝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그냥 침대에 널브러진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새로 받은 노트북도 세팅하고 필요한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하고, 패니어의 짐들도 다시 분배를 해야 하고, 몽골까지의 경로도 잡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게으름병이 걸렸나 보다.

"수염을 잘라서 그런가? 밋밋하고 허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

내일 이동할 경로를 검색하는데 고덕지도가 팔달령에 있는 만리장성을 관통하는 경로를 안내한다.

"어? 이 길로 갈 수 있는 건가? 만리장성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다고?"

팔달령장성을 관통하는 S216 도로가 늘어져있던 호기심의 말초신경을 톡톡 건드리며 정신 차리라며 밑밥을 던진다.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프런트로 내려오자 프런트의 직원들이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나를 보며 웃는다.

숙소 주변의 빵집에 들러 간단히 먹을 중국의 제과빵들을 사고, 슈퍼에 들러 환타와 초콜릿 비스켓을 사든다. 중국의 편의점은 대부분 넓은데 휑하니 물건들이 없다.

저녁으로 먹을 밥을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 들러 포장을 한다. 중국의 식당은 물도 없고 특별한 밑반찬도 없기 때문에 포장을 해서 먹나 식당에서 먹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위안 물고기 향이 나는 돼지고기 덮밥인데 콜라 한 캔을 함께 준다.

"밥을 먹는데 콜라는 주는 신선한 조합은 뭐지. 마음에 드는데."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직원에게 S216 도로의 경로를 보여주며 자전거로 갈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모른다고 대답한다.

포장해온 덮밥은 맛이 좋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의 웬만한 메뉴들보다 훨씬 괜찮은 맛이다.

"이 퀄리티로 편의점에서 팔면 완전 대박 나겠는데."

S216 도로의 경로를 구글지도와 고덕지도를 번갈아 가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팔달령을 향하는 길은 기찻길과 고속도로 그리고 S216 도로가 있다.

S216도로는 두 갈래로 나누어져 하나는 터널을 통해 팔달령을 지나고, 하나는 팔달령 관광지를 관통하여 지상으로 지나간다.

"뭐 고도는 7~800미터쯤 될 것 같고, 이대로라면 만리장성을 지나 팔달령을 넘어갈 수 있겠는데."

팔달령의 고도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지도로 경로탐색을 하는데 구글지도는 팔달령을 넘는 도로가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700미터가 약간 넘는 팔달령의 높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위성지도로 전환하여 도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만리장성을 도로가 어떻게 통과하는 거야?"

만리장성 부근을 확대하니 일반 중국의 성들처럼 장성의 문을 통과하여 도로가 지나간다.

"일단 도로는 이어지는데, 중국의 5A급 관광지인데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있나?"

구글지도를 끝까지 확대를 하고 S216 도로를 따라 길들을 살펴본다. 주차장을 가득 매운 버스들과 도로를 따라 점선으로 길게 이어진 버스의 행렬 그리고 주차장에서 만리장성까지 이어진 도로 위에 찍혀있는 수많은 검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거 사람이잖아."

만리장성의 위와 주변의 지역에 빼곡하고 불규칙하게 찍혀있는 점들은 만리장성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마도 주차장 이후로 차량통행은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렇지. 이러면 나가린데!"

4시간 넘도록 고민하고 검색했던 노력이 헛되이 사라져 버린다.

"국내라면 미친 척 가보고 싶다만 중국이라 그럴 수도 없네."

새 노트북의 기본적인 세팅을 하고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놓은 후 3시 되어 겨우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