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0일 / 맑음
반드스벡-함부르크
독일의 첫번째 대도시 함부르크로 간다. 독일 도시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넘의 날씨는 어떻게 안 되나?"


이동거리
23Km
누적거리
20,459Km
이동시간
3시간 29분
누적시간
1,512시간

 
타이신공
 
시청
 
 
 
 
 
 
 
13Km / 1시간 15분
 
10Km / 2시간 14분
 
반드스벡
 
알스터
 
함부르크
 
 
18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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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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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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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에 뽀송하게 말라가던 텐트는 새벽녘부터 시작된 비에 다시 축축하게 젖어버린다.

"아, 일어나기 싫다."

함부르크까지 남은 15km 정도의 거리가 여유로움과 함께 게으름을 피우게 만든다.

"아, 렉이 부러졌지."

덜덜거리던 리어렉의 한쪽마저 완전히 부러져 있다. 다행히 케이블 타이로 임시조치가 가능하지만 렉을 교체해야 한다.

"짐이 무거운 것인지, 자전거가 부실한 것인지."

"빨리 가서 쉬자."

어제부터 시작된 강한 바람은 오늘까지 계속된다.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만족."

함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시의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골의 작은 마을들은 나름 생경한 풍경의 멋이 느껴지지만 독일의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무미건조하다.

휴일이라 그런지 도시 외곽의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조금씩 변해가던 도로변의 건물들은 현대식 빌딩으로 바뀐다.

"참 신호등 많네."

함부르크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시청으로 향하던 중 커다란 호수공원이 나타난다.

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왔다. 함부르크!"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지만 호수공원에는 런닝을 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각기 독특한 모양새들이 재미있다.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면 편할 것 같기도 한데, 야외에서 런닝을 하는 모습을 보면 꽤 괜찮은 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호수 공원에 앉아 시청과 숙소의 경로를 확인하고, 시청으로 이동한다. 시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들이 들어서 사람들로 가득하다.

뾰족하게 하늘로 치솟아 있는 함부르크 시청의 첨탑이 보이고, 약간의 흥분감이 일어난다.

"그냥 교회 같은데?"

수로의 측면을 바라보니 에메랄드빛 지붕의 짙은 아이보리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와!"

"아니, 시청 건물 맞아?"

정교한 외부 조각들과 은은한 색의 조합, 깨끗하고 품격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궁전 같잖아!"

산뜻한 느낌의 시청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어 들어갈 수가 없다.

"이것들 때문에 구경을 할 수가 없네."

시선을 사로잡고 매료시키는 건물이다.

"숙소로 가기 전에 근처를 좀 둘러보고."

시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검은색이 감도는 오래된 첨탑이 세워져 있다.

"뭐지?"

높은 첨탑과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검은색의 건물은 기괴한 느낌이 들 정도다.

"뭐지?"

웅장함이나 아름다움보다는 뭔가 아픈 느낌을 주는 건물이다. 첨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운영되는 것으로 보아 함부르크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모양이다.

"박물관인가? 정말 강한 느낌이네."

함부르크의 수로들은 독일스럽다.

"독일스러운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비를 맞았던 어제의 피로감 때문인지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도시 구조는 심플하네."

시청을 중심의 함부르크 거리는 오래된 구시가지의 모습보다는 도시의 느낌이고,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오래된 도시처럼 느껴진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위치한 제너레이션 호스텔을 찾기 위해 도로를 따라간다. 시청과 중앙역은 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주변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산뜻한 느낌의 시청 주변과 달리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어수선한 거리에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마치 완전히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청 주변 사람들의 여유로운 움직임과 달리 바쁘고 혼란스러운 중앙역 주변의 움직임들은 이유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숙소 앞 노점의 남자에게 자전거를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숙소로 들어간다.

간단히 체크인을 하고, 여러 겹의 문들을 거쳐 방으로 들어간다. 기숙사형 숙소의 답답함이 밀려온다.

패니어들을 옮기고,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 수월하다.

자전거를 부탁했던 노점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 먹는다.

3.5유로 정도의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지만 역시 독일의 소시지는 맛이 좋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출출함이 느껴져 밖으로 나간다. 중앙역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비고, 역 주변의 식당들은 마땅한 곳이 없다.

흑인들의 모습이 유독 많고, 허름한 옷차림과 술에 취해있는 것 같은 백인들의 모습도 많다.

"저쪽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인데, 이곳은 삶의 비루함으로 가득하네."

작은 케밥집으로 들어가 접시에 담긴 메뉴를 선택하고 매콤한 소스로 주문한다.

아희에게 독일의 한 끼 식사비를 물으니 10유로 정도를 생각하라고 한다. 저렴한 케밥집은 햄버거 가격에 양도 많고 맛이 좋다. 고수를 잔뜩 담아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줄어든다.

"다른 것들도 많네."

시청과 호수공원에서 느꼈던 함부르크의 모습은 사라지고 각박한 도시와 타향살이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함부르크의 모습이다.

"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할까?"

자본의 이기와 인간의 욕망, 고단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1그램 정도의 용기만 있다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단 1그램 정도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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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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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9일 / 비
뤼벡-반드스벡
흐린 날씨와 상관없이 아침 일찍 공원을 산책하거나 런닝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독일의 첫번째 대도시 함부르크를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0,436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1,508시간

 
75도로
 
비는그만
 
 
 
 
 
 
 
25Km / 2시간 20분
 
27Km / 2시간 50분
 
뤼벡
 
바드올드
 
반드스벡
 
 
15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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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며 비는 멈췄다. 흐린 날씨와 상관없이 며칠째 상쾌하지 않은 아침이다.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몸이 무거워."

60km 정도가 남은 함부르크, 커피를 끓여 눅눅한 몸을 녹이고 출발을 준비한다.

"쉬고 싶다."

3개월이 넘도록 차가운 빗속에서 생활을 한 탓인지, 잠시 쉬어 가고 싶은 생각이 찾아든다.

몽골의 헙드에서 지친 몸을 추슬렀던 것처럼 어딘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쉥겐의 기간도 남아있질 않고, 유나 선생님과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도 싶다.

"할 수 있으면 첼니에 가서 이글이나 안드레하고 있고 싶네."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라 그런지 카누를 타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단, 맥도날드에 가서 와이파이 좀 쓰자."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기차역에 있는 맥도널드로 간다.

어제 보았던 홀스텐 문을 지나간다.

"참 독특한 동네다."

강으로 둘러싸인 복숭아씨처럼 생긴 뤼벡의 모양도 재미있지만, 도시 전체에 뾰족뾰족하게 솟아있는 첨탑들이 인상적인 도시다.

오래된 클래식 자전거를 타고 가방을 둘러멘 젊은 여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구두를 신고 평상복을 입은 모습이 자전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 온 거야?"

"아니, 한국에서 왔어."

"오 미안, 국기를 잘못 봤어."

"괜찮아."

"좋은 여행해."

맥도널드는 기차역의 내부에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기차역 외부에 자전거를 묶어두는 것이 약 간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다.

햄버거로 아침을 하며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업로드하려는데 여전히 오류가 난다.

"아, 빌어먹을 카카오!"

어플의 업데이트 초기에 일어나는 오류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의 인증 문제로 불만이 쌓인 상태라 모든 것이 불만이다.

"네이버를 사용했어야 하나?"

네이버의 서비스가 좋고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카카오 다음의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카카오의 서비스 마인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와이파이로 아무것도 못하고 구글맵의 GPS만을 설정하니 기차역을 관통해서 지나가라고 안내한다.

"뭐야? 자전거를 끌고 들어올 수 있는 거야!"

기차역은 자전거를 끌고 건너편으로 지나갈 수 있는 구조다.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이나 실내로 들어가면 눈치가 보이는 우리와 달리 유럽의 공공시설들은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60km, 가 볼까!"

 나라들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단추들의 모양도 각각 다르다.

"왠지 독일제라 튼튼해 보인다."

바람이 여전히 심하게 줄어오는 날,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함부르크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4시까지는 갈 수 있겠네."

가끔씩 신호등에서 마주치는 차량들은 자전거를 기다려주며 정차를 해주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조금씩 페달링의 즐거움이 찾아들 때 빗줄기가 강하게 바뀌며 모든 것을 적셔놓는다.

도로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길 건너편 슈퍼마켓으로 이동한다. 레인 팬츠를 갈아입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다 따듯한 슈파마켓으로 들어간다.

비가 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슈퍼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함부르크까지 못 가겠네."

저녁으로 먹을 소시지와 빵을 사 든다. 욕심을 내면 오늘 내 함부르크에 갈 수 있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이제는 지겹다 생각이 든다.

"가다가 힘들면 아무 곳에나 캠핑을 하지 뭐."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선불 유심카드를 팔고 있다.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전화와 문자가 되는 보다폰을 선택했지만 슈퍼마켓에서 파는 선불 유심카드가 훨씬 저렴한 것 같다.

조금씩 비가 그치는 길을 따라가다 기차 건널목을 건너는 약간의 오르막에서 '툭' 소리와 함께 체인이 끊겨나간다.

"왜 이러는 거야!"

체인 트러블이 심해지더니 결국에 뒤틀림을 이기지 못하고 체링 링크가 끊어져 나간다.

새로운 체인링크로 교체하고.

"함부르크까지만 부탁하자!"

함부르크에 도착하면 자전거의 구동계를 모두 교체를 해야 한다. 따듯한 날씨라면 하루 이틀 캠핑을 하며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을 텐데, 매일처럼 비가 내리니 정비는커녕 오일을 바르는 것도 하기가 싫다.

자전거를 정비하는 동안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오른다.

"참 얄궂다!"

손을 붙잡고 산책을 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좋다. 조용하게 부부의 걸음을 따라 속도를 맞춰간다.

"내게도 저런 시간이 주어질까?"

 자전거 도로는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친다.

갈대로 지붕을 올린 지붕에는 이끼류가 자연스럽게 자라나 너무나 예쁘다.

핀란드나 러시아의 나무집들이 훨씬 예쁘긴 하지만.

짙푸른 들녘 너머로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오늘 함부르크까지는 못 가겠다."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시간의 여유를 누려본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도로변 마을까지 길을 이어가던 중 크리스마스에 사용하는 나무를 팔고 있는 농장을 지난다.

작은 묘목 한 그루를 두고 조용하게 의견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에는 즐거운 고민의 미소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묘목의 밑둥을 자른 뒤 포장을 해서 차에 싣고 간다.

신호등의 턱을 지날 때마다 이상한 느낌으로 덜거덕거리던 리어렉을 확인하니 러시아에서 부러진 렉의 반대편마저 부러져 있다.

"아놔, 완전히 부러졌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조심스럽게 라이딩을 하고, 슈퍼에 들러 통닭 같은 조리식품을 찾았지만, 두 곳의 슈퍼마켓 모두 조리식품은 팔지 않는다.

"빵만 먹고 사는가?"

도로변에 보이는 공원을 찾아 길을 이동하고.

공원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멋진 숲은 아니지만 꽤 조용하고 괜찮다.

힘들고 지친 하루다. 하지만 소소한 독일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삶이란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부르크가 15km 정도 남아있다. 따듯한 샤워와 침대가 간절하다.

"함부르크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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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8일 / 맑음
노이스타드-팀멘도르퍼 슈트란트-뤼벡
황홀한 일출로 시작된 하루, 복숭아씨처럼 예쁘게 생긴 뤼벡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0,384Km
이동시간
5시간 25분
누적시간
1,503시간

 
해안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이스타
 
팀멘도르
 
뤼벡
 
 
107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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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독일의 붉은 여명이 밝아온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아침이다.

"해돋이를 보고 싶은데 너무 춥다."

"밝은 달도 아직 남아있는데."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바닷가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해가 떠오르는 것을 함께 구경하고.

"으, 추워!"

함부르크는 100km, 아희가 추천한 뤼벡은 40km 정도의 거리다.

"오늘은 뤼벡까지만 가자."

몸의 컨디션도 좋지 않고, 크리스마스에 암스테르담으로 가야 하는 일정도 넉넉하게 때문에 거리를 조절하며 천천히 움직일 생각이다.

"일단, 오늘은 유심카드부터 사자."

10km 정도를 달려 Neustadt의 중심에 있는 O2 매장을 찾아간다.

작은 시골의 타운처럼 아담한 Neustadt의 모습이다.

O2의 매장은 작은 골목을 따라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어라, 보다폰 매장이 있네."

잠시 망설이다 보다폰의 매장으로 들어간다.

"유심카드 살 수 있어요?"

유심카드를 문의하니 신분증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어디에 사는지 물어본다. 자전거를 가리키며 캠핑을 한다고 하니 웃으며 10유로의 가격을 알려준다.

"O2가 좋아요? 보다폰이 좋아요?"

농담삼아 어느 통신사가 좋은지 물어보니 당연히 보다폰이 좋다며, 옆에 있는 O2의 매장도 들러보라고 웃으며 대답을 한다.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O2의 매장에 들러 5기가의 상품을 보니 보다폰보다 조금 비싸다.

매장으로 돌아와 5기가의 선불폰을 구매하니, 여직원이 여권을 확인하며 컴퓨터로 개통 등록을 한다. 주소지를 입력하려는지 독일어로 무언가를 묻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남자 직원이 웃으며 캠핑이라고 알려준다.

"캠핑?"

남자와 여자는 웃으며 무언가 대화를 하고, 여자는 구글에 캠핑장을 검색하고 그곳의 주소를 입력한다.

"오, 센스가 있네."

"이것으로 카카오톡을 인증 받을 수 있으려나?"

몇 차례 카카오톡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고, 기계적으로 되돌아오는 답변에 더 문의를 해봐야 의미 없음을 알았다.

카카오톡의 인증을 위해 해지된 핸드폰의 이용계약서와 외국에서 사용하는 핸드폰의 가입서류나 증빙서류를 보내달라는 로봇 같은 답변만이 계속된다.

요즘 시대에 계약서 서류로 증빙을 하라는 이해하지 못할 시스템이다.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차고 넘쳐나는 시대에 말이다.

보다폰의 어플을 설치하려니 독일의 보다폰 어플이 구글 스토어에 검색되지 않는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한다.

"뭐야?"

자리에 앉아 한참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의 구글 계정이라 독일의 보다폰 어플이 검색이 안 되는 것이다.

"에쉬, 뭐 이런 걸 설치까지 차단하냐!"

쓸데없이 핸드폰 매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타운의 외곽에 위치한 맥도널드로 찾아간다.

"독일 맥도널드는 어떤가?"

치킨버거의 세트가 8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조금 비싼데, 햄버거의 크기가 남다르다.

햄버거를 먹으며 와이파이로 블로그 자료를 업로드하려니 최근에 업데이트된 어플이 자꾸만 에러가 난다.

"아, 오늘 어플들이 모두 문제네. 젠장할 카카오!"

뤼벡으로 향하는 길은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의 풍경이 너무나 좋지만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동해안의 바닷가를 달리는 기분이다. 물론 해안가 주변의 풍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예쁜 상점들이 들어서 이국적인 풍경이다.

계속해서 해안을 따라가는 길에서 잠시 고민을 하고 길의 방향을 바꾼다.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인해 라이딩을 하기가 힘들다.

녹음이 푸른 들녘의 풍경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뤼벡으로 향한다.

"15km 남았네."

월터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의 일정을 조율한다. 20일에 두바이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월터는 24일에 암스테르담에 오면 자기가 픽업을 해서 부모님의 집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한다.

"24일에 오면 부모님의 집에서 쉴 수 있어. 25일에 우리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날 내 친구의 집에서 지낼 수 있을 거야."

월터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호스텔에서 만난 안드레와 월터의 인연이 특별한 모양이다.

뤼벡의 외곽에 들어서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뤼벡의 지형은 모양이 독특하다. 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인데 생김새가 꼭 복숭아씨처럼 생겼다.

"북쪽으로 들어가서 남쪽으로 나가면 되겠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지는 외곽의 자전거 길을 따라가고.

뤼벡시의 북쪽에 위치한 다리에 도착한다.

"Hubbrücke Lübeck, 이름 정말 어렵다."

타원의 복숭아씨 같은 시내의 중심으로 들어가니 첫 번째로 관람차와 함께 교회의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교회와 카페 그리고 놀이기구가 들어서 있는 거리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기차고 흥미로운 공간이다.

맞은편 아주 오래된 건물의 모양이 재미있다.

"뾰족 뾰족, 재미있는 건물이네."

교회 건물의 측면을 돌아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며 구경하기 위해 길을 따라가니 좁은 도로 위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무언가 시끄러운 구호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어린 학생들의 무리가 무언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걷고 있다. 경찰관들이 시위대를 앞서가며 시위 관리를 하느라 바쁘고, 구호를 외치며 지나는 어린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즐겁게 보인다.

"진실을 원한다? 시위도 귀엽게 하네."

뾰족한 첨탑을 보고 골목을 들어서니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정말 가득하다.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을 따라 거리를 구경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음식을 파는 노점들과 크리스마스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들이 이어지고.

"크리스마스네. 분위기 난다."

뤼벡의 상징물인 홀스텐 문을 찾아간다. 작은 소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것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복잡하다.

홀스텐 문도 뾰족한 첨탑의 지붕이다. 가운데 세워진 세 개의 작은 첨탑의 모양이 재미있다.

"그나저나 해가 졌는데 어디서 야영을 하지?"

작고 조용한 소도시로 생각했던 뤼벡은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인지 복잡하고, 도시의 주변에 공원들이 많지만 야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슈퍼로 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생각하자."

슈퍼마켓을 찾아 시의 중심으로 다시 이동하고, 도로변 은행에서 비상금을 찾는다.

슈퍼에서 빵과 땅콩잼을 사고 나오니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다. 조금 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던 청소년들은 광장에 모여 유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조명이 어두운 거리, 예쁜 강변의 야경을 구경하며 공원으로 간다. 야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 핸드폰 카메라 구리다. 샤오미가 값은 싸도 카메라도 좋고 괜찮았는데."

배터리 성능이 좋은 저렴한 핸드폰을 선택했더니 카메라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패니어 속에서 일 년 가까이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니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찾아간 공원은 조명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가끔씩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야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밤이 되면 기온의 영향인지 비가 내린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후부터 뭔가가 꼬여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카카오톡도 연결이 안 되고, 블로그 어플은 업데이트 이후 글이 올라가지 않고, 허리는 계속 아파온다.

"뭐지? 이상하게 지친다."

60km 정도 남은 함부르크의 숙소를 예약하려다 그만둔다.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몸의 컨디션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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