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0일 / 비
뤽상부르-독일 트리어
뤽상부르를 둘러보고 독일의 국경을 넘어 트리어로 향한다.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22,904Km
이동시간
6시간 32분
누적시간
1,738시간

 
1도로
 
49도로
 
 
 
 
 
 
 
42Km / 4시간 00분
 
23Km / 2시간 46분
 
뤽상부르
 
와서블링
 
트리어
 
 
147Km
 
 

・국가정보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2-476-45-7506

 

프랑스가 따듯했던 것인지, 흐린 날씨 탓에 기온이 내려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쌀쌀한 아침이다. 뭔가 건조하고 따듯한 그런 느낌이 그립다.

잔뜩 흐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룩셈부르크를 지나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경로를 잡기가 어렵다. 산맥을 넘어가는 경로처럼 보이는데 심플하게 이어지는 도로의 경로가 없다.

"아, 몰라. 아침을 먹으면서 결정하자."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물기가 묻은 텐트를 정리하느라 손이 시려온다. 다시 겨울로 들어선 기분이다.

뤽상부르 시내의 맥도널드로 경로를 잡고 출발한다.

5km 정도의 거리, 뤽상부르의 모습은 정말 독특하다. 아돌프 다리, 헌법광장 등 뤽상부르의 관광지의 전경사진을 보면 높은 지대에서 시내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풍경들인데 도로는 언덕이나 산을 향해 올라가지 않는다.

거대한 협곡의 다리처럼 생긴 아돌프의 다리를 지나 구시가지 중심으로 들어간다. 구시가지의 모습은 평범하다.

"뤽상부르, 별게 없는데."

10시에 오픈을 하는 맥도널드의 영업시간을 기다리고, 오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니 난방기의 따듯함이 너무나 좋다.

매장을 두리번거리며 콘센트를 찾고 있으니 먼저 자리에 앉은 남자가 자리를 양보하며 콘센트의 위치를 알려준다.

비와 함께 눈이 섞여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프랑크푸르트까지의 경로를 정할 수가 없다.

"몰라. 뤽상부르를 둘러보고 국경 근처의 트리어까지만 가자."

60km 정도 떨어진 독일의 트리어, 칼 마르크스가 태어난 작은 소도시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뤽상부르의 구시가지, 헌법광장으로 이동한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작은 슈퍼에 들러 자석을 고른다.

"제일 작은 것으로 딱이네!"

병뚜껑에 룩셈부르크의 문장이 들어간 자석의 가격은 5유로, 다시 전시대에 살포시 붙여놓고 가게를 나온다. 숙박 요금만큼 모든 것이 비싼 룩셈부르크인가 보다.

도시의 풍경을 잠시 둘러보기도 힘든 날씨다. 헌법광장으로 나가니 기념탑이 보이고.

뒤편으로 묘한 뤽상부르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런 거군!"

 

정말 독특한 도시의 지형이다. 뤽상부르의 구시가지는 거대한 협곡에 둘러싸인 요새의 성이다.

"내가 높이 올라왔던 거야, 절벽 밑에 마을이 있는 거야?"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협곡의 강을 따라 예쁘게 들어서 있고, 성을 쌓아 올린 협곡의 절벽 위로 구시가지의 도시가 들어서 있는 모양이다.

"추워!"

기욤 2세의 광장과 그랜드 두칼 궁전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만큼 그저 그렇다. 궁전 앞에 있는 가게에서 룩셈부르크의 자석 하나를 산다.

"뤽상부르 별거 없다. 그냥 가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둘러볼 성곽으로 이동한다. 경사도가 가파른 작은 골목들을 구경하고 싶지만 비와 바람의 추위에 포기를 한다.

오래된 성곽에서 바라본 뤽상부르의 풍경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보물이 여기에 있었구나."

 

협곡을 따라 들어선 집들과 협곡 위 도시의 풍경이 너무나 예쁘다.

"비바람 때문에 각도를 잡을 수가 없네."

사진을 포기하고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반대편의 풍경도 너무나 좋다. 날씨가 좋은 날 산책을 하며 걷기에 정말 매력적일 것 같은 풍경이다.

"뤽상부르, 유니크하네."

도시의 풍경, 산책을 하거나 야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뤽상부르의 모습이다.

"가자. 춥다!"

독일의 트리어로 향하는 길의 안내는 뤽상부르의 북쪽에 놓인 다리를 건너라고 한다.

"저걸?"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라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다리로 가니 잘 생긴 자전거 도로가 길을 안내한다.

"여기서 풍경을!"

알제트강과 협곡의 절벽 위로 세워진 1천년 역사의 룩셈부르크 성, 그로 인해 천혜의 요새 도시는 수많은 외세의 점령과 지배가 되풀이되었다는 역사가 아이러니하다.

 

1천년 전 계곡 위에 돌성을 쌓아올린 지그프리드 백작과 뤽상부르를 점령했던 많은 지배자들에 헛된 욕망들은 시간속에 사라지고 미니어쳐의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도시의 풍경만이 남아있다.  

 

"뤽상부르, 멋지네!"

 

다리를 건너고 펼쳐지는 도시의 모습은 구시가지와는 전혀 다른 현대 도시의 모습이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빌딩들이 이어지고, 최신식 트램과 함께 시민들의 모습도 활기차게 느껴진다.

작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룩셈부르크다.

시내를 벗어나고 한참 동안 공원의 숲길을 가로지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 런닝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대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궂은 날씨에."

숲길을 빠져나와 잠시 쉬는 동안 비는 더 거세진다. 눈이 섞여 내리기도 하고, 우박처럼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기도 하고 제멋대로인 날씨다.

오늘도 구글맵은 쓸데없는 흙길로 안내를 한다.

"싫다고! 너 지금부터 무시!"

고집스럽게 유턴과 우회전, 좌회전을 반복하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국경으로 향하는 1번 국도를 따라간다.

넓은 갓길을 따라 시원하게 질주를 하는 사이 다시 빗줄기가 강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레오니가 챙겨준 과자들로 출출함을 달랜다.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하늘이 조금씩 맑아진다.

"춥다 추워!"

젖어버린 옷과 장갑, 질퍽거리는 신발. 정말 익숙해지기 싫은 느낌이다.

"얼마 안 남았다. 가자!"

계속해서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1번 국도를 따라 달려간다. 독일의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차츰 맑은 하늘이 열리고, 강의 건너편으로 독일 마을의 모습이 펼쳐진다.

"독일 집들이 이렇게 예뻤었나?"

돼지 삼형제의 벽돌집처럼 튼튼하고 딱딱한 느낌의 북쪽 집들과 달리 이곳의 집들은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모양이 예쁘다.

"독일스럽지 않게 왜 이래!"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국경을 넘는 다리로 향한다.

넓어진 강변의 풍경, 멀리 강을 넘는 다리가 보인다.

낚시를 하는 남자와 잡은 물고기를 탐내는 고양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의 조각상이 강변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왜 국경 안내판이 있지?"

국경을 넘는 다리는 1km 정도 남았는데 독일의 국경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강을 건너오는 한 척의 배가 보인다.

 

"오호, 저쪽 독일 마을로 가는 선착장이구나."

배를 타고 국경을 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다리로 향한다.

국경을 넘는 다리, 독일의 경찰들이 검문을 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절차는 아니고 교통단속을 하는지 몇 대의 차량들은 검문에 걸려 도로변에 정차를 하고 있다.

이미 룩셈부르크의 국경을 넘었으므로 쉥겐 기간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 유유자적 경찰들의 사이를 지나친다.

"할로!"

특별히 쉥겐 기간을 체크하기 위한 검문도 없지만 복잡한 쉥겐 기간의 계산법을 알고 있는 경찰도 없을 것 같다. 독일과 폴란드는 우리와의 협정 우선 국가라 쉥겐 기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국경을 넘어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트리어로 향한다.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북유럽처럼 멋지진 않지만 기본은 갖춰져 있다.

한적한 강변을 따라 마을들의 모습이 이어지고.

강을 건너 트리어의 시내로 들어간다. 첫 번째 경로로 잡은 칼 마르크스의 생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맑스의 집으로 간다.

"레닌 형님도 만나고 왔는데, 맑스 형님도 만나 뵈야지!"

대학 신입생, 필수교양 과목인 철학입문 강좌의 첫 번째 레포트 과제는 '나의 세계관, 가치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어린 시절 안방의 문 위에 걸려있던 성실, 근면, 정직의 볼품없는 액자 속 가훈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9살, 대입을 준비하며 모든 암기과목을 만점으로 클리어했지만 나에게는 어떤 가치관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놀라웠고, 단 한 번도 삶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거나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었다.

 

그의 책들과 소주, 나의 스무살은 그렇게 시작됐다.

"땡큐. 마르크스!"

마르크스의 생가의 건너편으로 트리어의 구시가지가 시작된다.

"이 산뜻함은 뭐지?"

트리어의 구시가지는 밝고 산뜻한 느낌의 컬러를 가지고 있다.

먼저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준비한다.

"독일은 소시지지!"

오랜만에 캔맥주 하나와 소시지 등을 사서 나온다.

구시가지로 걸어 들어간다.

평범한 브랜드샵들을 지나치고.

작은 광장에서 마주한 예쁜 건물들.

"독일 느낌이 이랬던가?"

꽤 매력적이고 소프트한 느낌의 건물들과 광장의 모습은 독일이라는 사실이 어색할 만큼 낯설다.

광장의 옆에 트리어시의 랜드마크인 성당이 있어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래, 이게 독일이네!"

투박한 성당의 모습을 구경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온다.

"어색해, 이상해.

트리어의 작은 광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광장의 모습을 둘러보고 구시가지의 끝으로 걸어간다.

불에 탄 듯 어둡고 검은 건물이 나온다.

"이 분위기는 뭐지?"

산뜻한 느낌의 세련되고 편안한 구시가지의 끝에 들어서 있는 오래된 성문 같은 건물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모르겠다. 야영지가 급하다."

의아한 호기심을 내던지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시내에서 벗어날 경로를 찾는다.

"너무 한가로웠어!"

강변 근처의 위성사진을 검색하고 서둘러 이동을 한다.

강을 다시 넘어서.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묘한 분위기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큰 고목의 사이에 텐트를 펼치려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축축한 텐트를 펼치고 폴대를 설치하려니 메인 폴대 하나가 없다.

"에쉬, 아침에 빠진 거야?"

급한 대로 탑의 폴대 하나를 메인 폴대로 사용하고 텐트를 설치한다.

"폴대를 어디서 구하나? 베를린?"

스웨덴에서 포기한 폴대 구하기를 다시 도전해야 한다.

네트워크도 잡히지 않고, 굵은 빗줄기만 계속되는 밤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프랑크푸르트까지의 경로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만 와라. 더 젖을 것도 없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9일 / 비
프랑스 쓰떼네-벨기에 비흐똥-룩셈부르크
프랑스의 마지작 여정, 벨기에를 지나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 룩셈부르크로 향한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22,841Km
이동시간
6시간 32분
누적시간
1,731시간

 
N88도로
 
E44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쓰떼네
 
뻬떵쥬
 
퀵상부르
 
 
84Km
 
 

・국가정보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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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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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32-476-45-7506

 

잔뜩 흐린 날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축축한 침낭과 싸늘한 날씨에 몸이 움츠러든다.

"정말 따듯한 봄날이 그립다."

"침낭 밖이 위험한데."

영국과 프랑스의 숲은 정말 볼품이 없는 것 같다.

출발을 하려니 빗방울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5km 떨어진 작은 마을에 들어서고, 아침을 해결하고 비상식을 보충할 생각이다.

첫 번째 마을에서는 슈퍼마켓을 찾는데 실패하고 두 번째 마을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어제보다 바람의 강도가 약하지만 조금 더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강이 범람하여 평야의 모습이 물에 잠겨있다. 프랑스에서 강변에 텐트를 치면 위험하겠다 싶다.

두 번째 마을에서 아무것도 찾질 못했다. 하루의 느낌이 왠지 서늘하다.

세 번째 마을, 프랑스의 도로를 따라가는 경로와 벨기에를 거쳐 룩셈부르크로 가는 갈림길을 마주한다.

프랑스의 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는 30km 정도 돌아가는 길이다.

"30km는 좀 심하다. 벨기에로 가자."

작은 시골마을의 언덕 위로 들어선 성벽과 성의 모습이 독특한 마을이다.

"외딴 마을의 외딴 성이라."

마을의 지도를 검색하고 빵집을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있다.

"배고픈데 큰 일이다."

허기짐으로 페달링의 속도가 떨어져 가는 도중 도로변에 놓인 자판기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1유로를 넣고 번호를 누르니 바게트빵이 나온다. 빵을 반으로 나눠 반쪽은 패니어에 넣고, 남은 반쪽으로 허기를 달랜다.

"죽으라는 법은 없군. 근데 너무 맛있는데."

빵집이 없는 시골 동네에 설치된 자판기 빵인데 바싹하고 고소한 것이 너무 맛있다.

"자판기를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네."

벨기에의 국경을 넘고.

 

국경과 함께 자전거도로가 길을 안내하고, 프리모바일의 네트워크는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로밍이 되는 거지?"

한참 후 프리모바일에서 문자가 날아오고, 유럽 내에서 25기가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로밍은 다른 나라의 네트워크망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프랑스보다 더 안정적이다.

프랑스의 한적한 도로와 달리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지만 벨기에의 도로는 차량들의 통행량이 많다.

"벨기에 집들은 참 못 생겼어."

조금 지루한 벨기에의 도로다.

국경의 마을을 앞두고 잠시 쉬는 사이 하늘빛이 수상하다. 룩셈부르크의 숙소를 검색하지만 최저가의 숙소가 13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아니 무슨 숙소들이 이래?"

호스텔이 검색되지 않아 룩셈부르크의 시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할 것 같다.

2시 반, 서둘러 룩셈부르크로 향한다.

룩셈부르크의 시내까지 20km 정도의 거리라 시내를 둘러보고, 시내를 빠져나가 야영을 하면 될 것 같다.

벨기에의 마지막 마을에 룩셈부르크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왔다. 룩.. 룩..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은 파스텔톤의 미니어쳐처럼 단정한 집들이다.

심플한 모양의 집들은 특색이 없지만 색감이 너무나 예쁘다. 아무런 이유없이 룩셈부르크의 사람들은 순수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을 이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고무장갑과 레인팬츠를 꺼내 입고, 차가운 빗 속으로 들어간다.

고가도로를 벗어나 이내 마주한 교차로에서 맥도널드를 발견하고, 본능적 이끌림처럼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차갑게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린다.

동전들을 모아 햄버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비와 눈이 섞인 요란한 비바람이 시작된다.

"아, 매장 안에서 자고 싶다."

콘센트를 찾아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와이파이로 사진들을 업로드 한다. 룩셈부르크의 와이파이는 빠르고 안정적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눈비가 멈추고 하늘이 밝아진다.

여전히 20km 정도가 남은 거리, 아무래도 룩셈부르크의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라이딩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시내 중심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의 슈퍼마켓을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을 한다. 출발과 함께 눈과 비, 우박들이 정신없이 뒤섞이며 내리기 시작한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눈과 비, 퇴근을 서두르는 차량들 속에서 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룩셈부르크의 운전자들도 나름 괜찮고 점잖다. 약간 특이한 것은 대부분 소형차들을 사용하는 프랑스와 달리 중대형 세단과 SUV들이 대부분이다.

목적지였던 슈퍼마켓에 도착하고, 일몰이 시작된다.

"정말 얄궂은 날씨다."

빵과 잼, 콜라를 사고 전자렌즈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닭다리의 조리식품을 망설이다 집어든다. 냉장식품이라 그냥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야영지를 검색하고 도로변 공원처럼 보이는 곳으로 이동한다.

"숲인가?"

숲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산책로를 따라간다.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곳의 나무숲, 산책로에서 조금 깊숙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제법 평탄하고 나뭇잎이 쌓여있는 땅이라 나쁘지 않다.

차가운 한기에 침낭 속으로 들어가 닭고기 조리식품으로 허기를 채운다. 버너로 살짝 데워먹을 생각이었지만 춥고, 지쳐있는 상태라 귀찮다. 나름 매콤하니 맛이 좋다.

자료를 정리하다 피곤함이 밀려온다.

"굿바이 프랑스, 모든 것이 정말 좋았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8일 / 맑음
라임스-부지에-쓰떼네
어제의 폭우로 인해 컨디션과 장비들이 엉망으로 변해있다. 라임스의 랭스성당을 구경하고 룩셈부르크로 향해서 간다.


이동거리
110Km
누적거리
22,757Km
이동시간
7시간 20분
누적시간
1,725시간

 
랭스성당
 
도로
 
 
 
 
 
 
 
70Km / 4시간 30분
 
40Km / 2시간 50분
 
라임스
 
부지에
 
쓰떼네
 
 
744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3-6-8028-5396

 

저녁 일찍 잠든 탓에 7시가 되어 잠이 깬다.

"12시간을 잔 건가?"

텐트를 열어 보니 아직 어둠이 남아있다. 축축하게 변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바지와 옷은 말랐지만 뽀송했던 침낭은 하루 만에 엉망이다.

8시 반, 아침 해가 떠오른다.

바나나로 간단히 허기만을 채우고, 15km 정도 남은 랭스로 향한다.

큰 언덕을 오르고 라임스 시내의 모습이 산 아래로 펼쳐진다.

시내 중심으로 트램이 지나가는 라임스의 거리는 한산하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날드로 간다. 다행히 아침 메뉴가 아니라 일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오늘도 100km 정도는 이동해야 하는데."

4일 정도 남은 쉥겐기간,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빠르게 독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00km 떨어진 룩셈부르크 방향의 작은 마을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랭스 성당으로 간다.

 

 

대로변의 건물을 돌아가자 랭스 성당의 고고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 멋지다."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이 열린다는 랭스 성당은 파리에 있는 로틀담 성당과 비슷한 모양이다.

양쪽으로 세워진 첨탑과 중앙의 원형 스테인드글라스 창, 세 개의 아치형 입구가 화려하다.

10여 명의 관광객들만이 있어 편하게 성당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입장료도 없어서 좋다.

"내부도 궁금한데, 자전거를 어쩐다."

성당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잠시 내부를 둘러본다. 자꾸만 신경이 자전거로 가니 마음이 불편하다.

성당의 내부는 심플한 모습이다. 정면에서 보이던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의 내부 모습이 예쁘다.

십자가가 놓인 단상의 위치가 조금 색다르고, 스테인드글라스 밑으로 공간마다 기도를 올리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역시나 불편하다. 성당 내부를 빠르게 둘러보고 밖으로 나온다.

성당의 측면을 돌아 후면까지 구경을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다.

"아쉬워!"

라임스의 시내를 벗어난다. 작은 도시라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고고 룩셈부르크!"

시내를 벗어나자 길은 바로 산으로 향한다. 라임스에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뒷바람이 불어오니 100km 거리의 이동에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산을 오르고 펼쳐지는 포도밭의 풍경, 옷가지들을 추스르고 경로를 재확인한다.

"오늘도 내비게이션은 무시!"

프랑스의 도로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도로들이 잘 연결되어 있고, 차량들의 통행도 많지 않아 국도의 라이딩이 편안하다.

운전자들의 매너도 꽤 좋다. 차로를 넘어 역주행해오는 차량도 보기 힘들고, 커다란 화물차들은 거칠게 지나치기보다 속도를 줄여 뒤따라 오다 안전하게 지나쳐 간다.

그냥 속도만 줄여 지나쳐도 고마운 일인데, 도로의 여유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뒤에서 따라오니 미안한 마음이 생길 정도다.

오늘도 산과 언덕을 오르내린다. 바람이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 느껴질 만큼 제법 강한 바람이 계속되는 날들이다.

언덕의 정상의 오래된 고목의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구름이 예쁘네."

고목에 기대어 잠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자전거가 쓰러진다.

"청승 떨지 말고 가라는 말이지!"

13시 반, 룩셈부르크 163km.

"바람개비들이 날 바라보고 있어. 너무 좋아!"

우크라이나까지 동쪽을 향하는 여정, 맞바람을 맞으며 서쪽으로 달려온 보상의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시골 마을들과.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는 동안.

불어오는 바람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쓸데없는 잡념도 사라지고 지나쳐가는 풍경과 하늘의 구름들, 길게 뻗은 국도의 곡선들만을 멍하니 응시하며 달려간다.

갈림길의 교차로에서 잠시 쉬어간다. 크루아상으로 허기를 달래는 동안 한기가 밀려온다.

"바람이 좋긴 한데, 다 좋은 건 아니네."

벗었던 장갑을 다시 꺼내고, 길을 출발한다.

"몽골이네. 몽골!"

시골 마을의 집들은 르아브르가 있는 노르망디 지역의 집들이 유독 독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이곳의 집들은 뭔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3시 20분, 룩셈부르크 135km.

조금씩 지쳐간다.

"프랑스 시골 풍경 참 좋다."

특별히 대단한 풍경은 없지만 한적한 프랑스의 도로를 달리는 것은 너무나 편하고 마음에 든다.

천천히 페달링의 속도가 떨어져 간다.

"저건 무슨 컨셉이냐?"

2~3단으로 꺾여 올라가는 오르막 위로 숲을 갈라놓은 듯한 도로가 이어진다.

"이것만 넘고 마무리해야겠다."

이미 100km 넘게 달려온 거리, 목적지로 정했던 작은 마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야영지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고, 하루의 태양이 저물어 간다.

"비가 안 내렸으니까, 오늘은 좋은 하루!"

산 위의 숲인데도 이상할 만큼 습기가 많고, 가끔은 습지처럼 물들이 고여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평야보다 나무나 잡목이 있는 곳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데 물과 습지가 문제다.

6시가 되기 전, 차단기가 내려진 숲의 임도를 찾고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마른땅의 임도는 매우 매력적인데 바람을 막을 수가 없다. 노루가 뛰어다니는 숲으로 들어간다.

그럭저럭 물기가 없는 장소를 찾아 텐트를 펼친다. 라면에 소시지를 넣어 저녁을 해결하고, 넉넉한 저녁 시간에 자료들을 정리하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정말 싼 게 비지떡이군."

100기가의 데이터가 있지만 프리 모바일의 네트워크는 시골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

"어제 푹 자서 잠도 안 오는데."

룩셈부르크까지 100km 정도의 거리, 내일이면 프랑스의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16번째 나라 룩셈부르크로 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7일 / 폭우
모-샤토티에리-라임스
레오니가 말했던 태풍은 조용히 지나갔다. 룩셈부르크로 향하는 길, 프랑스의 포도밭을 지나 라임스로 간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22,647Km
이동시간
7시간 24분
누적시간
1,717시간

 
포도밭
 
폭우
 
 
 
 
 
 
 
50Km / 3시간 30분
 
48Km / 3시간 54분
 
 
샤토티에
 
라임스
 
 
634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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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기가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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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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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33-6-8028-5396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멈췄지만 바람은 계속된다. 삐그덕거리며 이내 부러질 것 같은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1,000km 정도가 남은 베를린까지의 거리, 슁겐 기간과 프라하에서 만나기로 한 파박과의 만남을 위해 조금 부지런히 달려가야 한다.

아침 일찍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공원 숲 속으로 물이 차오른다.

"뭐야?"

서둘러 텐트를 정리한다. 비가 내렸지만 바람이 불어 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텐트를 젖게 하고 싶지 않다.

바람 때문에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일단, 밥 먹고 가자."

작은 타운 모의 풍경은 조금 무겁게 느껴지던 어제와는 달리 아주 조용하고 한적하다.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100km 거리의 랭스 성당으로 출발한다.

어제부터 불어오는 뒷바람으로 페달링은 가볍지만 라임스로 향하는 길은 산과 고개를 넘어가는 험난한 길이다.

언덕과 산을 넘어가는 동안 숨이 차오른다.

"일단, 올라오니 좋네."


맑은 하늘과 산 위에 펼쳐지는 평야의 풍경은 너무나 시원하고 좋다.

바람에 밀려 길을 따라가는 동안 이면도로를 안내하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작은 국도를 따라 달려간다. 산등성이의 오르막과 내리막은 계속 반복된다.

잠시 쉬는 동안 레오니가 준비해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다. 강한 바람 탓에 빠르게 땀이 식고 차가운 한기가 찾아든다.

작은 시골의 마을을 지나치는 사이 하늘이 어두워진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심상치 않다.

오르고.

내리고.

다시 오르고.

프랑스의 작은 시골의 마을들은 우리의 시골처럼 적막한 느낌이 든다. 평화로운 평야의 풍경과 달리 생동감을 느낄 수 없다.

"이렇게 예쁜 카페가 그냥 버려지네."

평탄한 산등성이들, 숲이 사라진 자리에는 포도밭이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숲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었을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대형 슈퍼마켓을 찾아 결정장애의 면모를 드러내는 동안 비는 멈춘다.

슈퍼마켓을 찾느라 경로를 재설정했던 내비게이션은 비에 젖은 강변의 흙길로 길을 안내한다.

"한 순간도 방심을 못하게 만드네. 그 틈을 안 놓치고 이런다니!"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길을 되돌아간다. 프랑스의 강변은 작은 강수량에도 강이 범람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적피해가 없다면 자연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도로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라이딩이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조금씩 지쳐간다.

"봄이나 가을의 풍경이 궁금하네."

4시 반, 라임스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임스 가까운 곳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아침 랭스 성당을 구경하고 아침을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

"20km? 30km만 더 가 볼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몽골의 초원 같잖아!"

작은 마을의 갈림길, 바람을 타고 계속해서 국도를 따라간다.

갑작스레 굵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레인 팬츠를 갈아입지만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야! 말 좀 하고 내려라! 당황스럽잖아."

좀 더 라임스에 가까이 가고 싶지만 야영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산 위의 침엽수들을 보고 언덕을 올랐지만 군인 묘지인지 펜스로 가로막혀 있고, 다른 나라의 의미 있는 시설에 무례하게 침범하고 싶지는 않다.

넓은 밭의 끝이나 중간중간 작은 숲이 보이지만 질척거리는 흙길을 따라 숲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찌 이렇게 깔끔하게 밭을 만들었다니!"

야영지를 찾는 동안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다시 소나기가 굵어진다.

도로변 언덕의 밭으로 들어간다. 조금 시끄럽겠지만 잡목들이 있어 텐트를 펼치기에 적당할 것 같다.

텐트 자리를 마련하는 사이 10여 분 동안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뭐야? 우박이야!"

뭔가 이물질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빗방울들을 받아보니 투명한 얼음 알갱이가 바닥에 떨어진다. 이내 녹아버리고 말지만 바람과 우박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순식간에 빗물들이 옷과 신발 속으로 스며든다.

"에쉬, 다 젖었다!"

겨우 텐트를 펼치고, 완전히 젖어버린 몸이 차갑게 식어간다.

"어, 추워!"

옷과 양말을 벗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슈퍼에서 산 크루아상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저녁 일찍 잠들고 만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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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76일 / 흐림
파리-모
몽마르뜨 언덕을 구경하고 파리를 떠날 계획이다.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부디 뒷바람이길!"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22,549Km
이동시간
6시간 05분
누적시간
1,710시간

 
몽마르뜨
 
도로
 
 
 
 
 
 
 
31Km / 3시간 20분
 
32Km / 2시간 45분
 
파리
 
빌파리지
 
 
 
536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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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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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친구들은 시끄럽고 매너가 없어 보이지만 자신들만의 기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면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남미에 가서 제대로 만나 봐야지."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남다른 아침이다.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숙소의 조식을 아침을 해결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숙소 직원이 꼬마 아이가 호기심의 관심을 보인다. 정말 귀여운 녀석이다.

왠지 외로워 보였는데, 둘이 있으니 행복해 보이는 피에로들이다.

"우리 즐겁게 여행하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10시가 되어서야 출발 준비가 끝난다. 체크아웃을 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던 여직원과 매니저가 없어서 아쉽다.

자유의 여신상이 세느강변으로 이동해서, 강변을 따라 콩코르드 광장으로 간다.

"레오니 안녕."

"굿바이 파리"

알렉상드르 3세의 다리를 지나 콩코르드 광장으로 간다.

바다의 분수대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사이 바람에 자전거가 넘어진다.

"레오니가 태풍이 분다고 걱정하더니, 그 바람인가?"

몽마르뜨 언덕을 가기 위해 마들렌 사원을 지나 오페라극장 가르니에를 지나친다. 일요일 오전, 거리는 한산하고 거의 모든 가게들은 닫혀있다.

"자석과 엽서를 사야 하는데."

몽마르뜨 언덕은 정말 언덕 위에 있나 보다. 골목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된다. 작은 골목이 끝나고 도로의 교차로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자석과 엽서부터."

"뭘 찍는 거야?"

사람들의 카메라가 향한 곳을 보니 붉은 풍차가 세워진 붉은 건물이 보인다.

"아, 물랑루즈 극장이구나. OST 정말 좋았는데."

물랑루즈 극장을 지나 도로의 경사도는 더 해진다. 처음 찾아간 곳은 공동묘지 공원 같은 곳이다. 카페들과 함께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다.

"별거 없는데,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가자."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가는 길, 언덕을 향해 오르는 동안 골목 주변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여기가 몽마르뜨 언덕이구나."

사크레쾨르 성당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언덕의 정상을 향해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언덕의 아래 작은 골목의 식료품 가게, 영화 아밀리에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블루, 레드, 그린 원색의 빛과 컬러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럽던 아밀리에의 모습이 떠오른다.

"잊고 살았네. 다시 보고 싶다. 아밀리에!"

다시 언덕을 향해 오른다. 여기저기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좁은 골목은 걷기조차 불편하다.

선물가게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벗어나니 작은 공터가 나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다.

"다 왔다."

백색의 사크레쾨르 성당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들이 없는 성당의 뒤편을 구경하고 정면으로 간다.

성당의 모습보다 언덕 아래로 펼쳐진 파리 시내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하는 사이 바람에 자전거가 쓰러진다.

"제발 뒷바람이어야 한다. 제발!"

"시간만 있었으면 다 풀어놓고 갈 텐데."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온다.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과 모노레일이 운영되는 것 같다.

경사가 가파른 골목을 따라 언덕을 내려온대.

골목을 빠져나와 독일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 지하철역 주변의 분위기가 어둡고 무질서하다. 레오니의 말처럼 파리 북부의 분위기는 숙소가 있던 15구역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주변 맥도널드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앞서 주문을 하는 가족,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10분 가까이 카운터에서 메뉴를 고르고 취소하기를 반복한다. 뭔가 체념한 듯한 표정의 남자 직원의 인내심이 대단하고, 옆에서 그 관경을 바라보는 다른 여직원의 시선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 있다.

자전거를 바라보며 햄버거를 먹는 동안 약간 정신이 나간듯한 허름한 중년의 남자가 자전거에 올라타는 행동으로 장난을 치더니, 뭐가 좋은지 희번덕 한 웃음을 보이며 지나간다.

남자의 행동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동작을 멈추고 그냥 웃고 만다.

"빨리 벗어나자. 동네가 이상하다."

더욱 지저분하고 허름한 파리 북부의 시내를 지나간다. 작은 하천의 강변도로로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하천을 따라 편하게 파리 시내를 벗어난다.

아침부터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뒷바람이다.

천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뒷바람의 도움으로 너무나 편한 라이딩이 이어진다.

"몽마르뜨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만회하겠는데.'

1시 반이 넘어서야 언덕의 지하철역을 벗어난 늦은 출발인데, 생각보다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로운 시선과 경쾌한 페달링은 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의 길이 막히며 어이없이 끝나버린다.

"뭐야!"

내비게이션은 하천을 따라가라고 안내하지만 하천의 벗어나는 양쪽의 입구는 모두 잠겨있다.

"왔던 길로 한참을 되돌아 가야 하는 거야?"

지도를 확인하니 맞바람을 맞으며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은 미친거나 다름없다. 자전거를 끌고 낑낑거리며 하천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내려간다.

흙길의 산책로는 갈수록 엉망으로 변해가고, 더 큰 문제는 다시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다.

다행히 산책로의 끝부분이 자전거길과 연결되어 있다.

"아, 살았다."

식료품을 사려고 들른 마을은 일요일이라 가게들이 휴업 중이다.

"배고픈 하루가 될 것인가?"

하천을 따라 이어지던 길이 끝나고.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잠시 서 있기가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어온다. 맞바람이라 생각하면 정말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작은 마을들과 평야를 지나치고, 작은 마을을 빠져나오며 구글맵은 난데없이 평야를 가로지르라고 안내한다.

"싫다!"

길을 돌아가 버스 정류장에서 바람을 피하며 쉬어간다. 갈증으로 물을 마시려고 하니 생수통이 보이질 않는다. 라이딩을 하며 빠져나간 느낌이 없었는데 알 수가 없다.

"어이가 없네."

언제부터 생수병이 없었는지 사진을 뒤적여 보니 파리 시내를 벗어날 때부터 생수병이 없다. 맥도널드에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확인했으니, 아마도 약간 정신이 나간듯한 남자가 가져간 것이 아닌가도 싶다.

"야, 그거 수돗물이야. 바보야!"

아침에 숙소에서 나오며 수돗물을 채워놓은 것이다. 생수는 보통 취사를 하거나 양치를 할 때 사용하는 물이라 수돗물도 상관이 없고, 네덜란드나 북유럽의 수돗물은 깨끗해서 그냥 사용하던 버릇이 남아있던 것이다.

"일요일이라 생수 구하기도 힘든데."

자전거 여행자의 소지품들은 대부분 볼품없는 것들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쓸데도 없는 그런 것들을 훔쳐가서 여행자가 얼마나 난처한지를 알면 그들도 정말 어이가 없을 것이다.

"장난치지 마라. 개구리는 맞아서 죽는다. 촤식들아!"

어쨌든 생수를 구해야 한다. 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물이 없이 돌아다닐 수는 없다.

바람이 더 강해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마을을 빠져나오며 길을 헤매고 구글맵도 정신을 잃었는지 앞으로 가도 '유턴', 뒤로 가도 '유턴'을 하라며 안내를 한다.

"어쩌라는 거냐? 좀 전에 안내를 무시했다고 삐쳤냐?"

평야를 가로지르라던 안내를 무시한 댓가는 무시무시한 측면 바람으로 돌아온다. 옆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을 이기며 현실 부정의 나약함을 드러내고야 만다.

"아닐 거야. 이 길은 곧 끝날 거야!"

측면 바람으로 바뀐 도로의 방향은 계속 직진으로 이어지고, 반가운 교차로를 만나자 무의식적으로 좌회전을 하고야 만다.

"어떻게든 길이 이어지겠지. 설마!"

측면 바람의 도로로 돌아가라고 안내하는 구글맵이 정말 얄밉게 느껴진다.

"삐친거네. 삐쳤어!"

마을 안쪽의 도로는 건물들로 인해 조금은 바람으로부터 수월하지만 도로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마을을 벗어나고 다시 강풍을 마주한다. 도로의 곳곳에는 부러진 나뭇가지들과 겨우살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다.

"열매도 있네."

"와, 이거 얻어맞으면 골로 가겠는데."

어둠이 시작될 무렵 오늘의 목적지인 작은 타운 모에 들어선다.

슈퍼마켓을 찾던 중 문이 열려있는 중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식당에 들어서니 식사를 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묶으라며 불어로 알려준다.

"묶었어요."

밥과 고기반찬을 포장한다. 파리 시내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예쁜 점원은 뻥튀기처럼 하얀 중국 과자를 서비스로 담아준다.

몇 군데의 슈퍼들은 모두 닫혀있고, 타운의 중심가도 적막할 정도로 열린 가게들이 없다.

조금은 어둡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마을의 분위기다. 어렵게 영업을 하는 슈퍼를 찾고 물과 콜라를 사서 나온다.

"어디서 캠핑을 하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서둘러 주변의 공원을 검색하고 이동한다.

위성지도로 확인했을 때 작은 숲이 보이던 강변의 공원으로 가는 길은 침수가 되어있다.

"아놔. 50미터만 가면 되는데."

물길을 건널지 말지 고민을 하다 길을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도로를 빙돌아 침수가 된 지역을 건너고, 공원으로 들어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 가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펼친다. 주변에 산책로가 있는지 확인하니 작은 습지가 있는 지역이라 산책로 같은 것은 없다.

무서운 바람 소리에 나뭇가지가 삐그덕거린다. 잔가지들이 떨어지며 텐트를 두들긴다.

숲의 나무들로 바람을 막을 수 있으니 괜찮은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레오니의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하고, 태풍이 온다며 호텔로 가라는 레오니의 걱정을 받으며 잠자리에 든다.

프리 모바일의 네트워크가 그다지 좋지 않다.

"어거 로밍은 되는 거야?"

이슬비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일도 100km를 달려 랭스 성당이 있는 라임스로 갈 생각이다.

"바람, 내일도 부탁해. 비는 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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