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4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43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42시간 11분

우체국
출발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카잔성당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보바, 알렉산드르와 보낸 시간 이외에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도 추워, 방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역시나 게으름이 최고다. 복잡해진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쓴다. 중국의 리즈훼이는 어제서야 첫 번째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한자를 못 쓴 건지, 중국의 우편 시스템이 이상한 건지."

시끄러운 가족 일행이 점심시간이 되자 숙소로 몰려 들어온다.

"시끄러운 것은 정말 질색이야."

일주일 동안 방학을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는 이사벨은 가족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이사벨, 스트라이크를 치면 메세지를 보내줘."

구글맵으로 우체국을 검색하고 거리로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을 지나.

"왠지 겨울과 어울리는 도시야."

성 이사악 성당 주변의 우체국은 찾을 수가 없다. 구글의 후기를 확인하니 존재하지 않는 우체국이라고 한다.

카잔 성당 방향으로 강을 따라 걷고 찾아간 두 번째 우체국은 나를 보더니 무언가 러시아어로 안내를 한다.

"이곳은 우편을 취급 안 하는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세 번째 우체국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카잔 성당 옆에 있는 우체국으로 찾아간다.

"여기서는 보낼 수 있겠다."

아무것이나 눌러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의 여직원이 손짓을 한다. 엽서를 가리키며 계산기에 150을 찍어서 보여준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이번에도 잘 도착해줘!"

바로 옆에 있는 카잔성당으로 간다. 보바와 함께 왔지만 내부 구경을 못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성당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내부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기도 작성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성당의 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초도 하나 켜 볼까."

동전 지갑의 애물단지인 동전들을 모아 작은 초 하나를 사고.

사람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켜는 곳으로 간다.

초 하나를 켠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몽골의 티벳사원, 러시아 정교회, 카자흐스탄의 모스크는 너무나 좋다. 각기 다른 느낌이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교회의 중앙 제단 왼쪽으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액자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기도를 하는 모습의 교회 내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유독 저곳에만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 니콜라스?"

러시아 카페로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처럼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나, 사두고 먹지 못했던 계란을 처리한다.

"쿠킹 오일 있어요?"

숙소에서 식용유를 빌리고.

여섯 개는 삶아서 내일 가져갈 생각이고.

네 개는 후라이를 해서 허기를 채운다.

"하루에 한 알은 먹어야 하는데, 참 힘드네."

창고에 넣어둔 패니어들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보바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내년 소치에서 만나기를 약속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


날씨가 춥다. 가슴까지 시원한 북유럽의 추위를 맛보고 싶다.

 

경비내역

・식비
349루블
・식료품
358루블
・우편료
150루블
・비용합계
857루블
・누적경비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D+268일 / 맑음 ・ 12도
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070Km
이동시간
5시간 38분
누적시간
1,299시간

E20
E20
61Km / 2시간 53분
36Km / 2시간 45분
코르차니
시경계
상트페테
 
 
4,1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한다. 이글이 사주었던 오트밀은 아쉽게도 슈퍼마켓에서 찾질 못했다.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첫 번째 라이딩으로 3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 간다. 하늘이 맑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맑음을 주는 거야?"

작은 나무집의 도로변 마을들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로 공사 중인 구간도 나타난다.

차량의 통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의 도로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을들과 작은 언덕들을 지나고.

두 번째 라이딩이 끝나기 전, 6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심까지 30km가 남았다.

"외곽부터 느낌 좋아!"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여러 번의 지도 확인을 거치며 도로를 따라왔지만 구글맵은 고속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방심했군."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빨리 인터체인지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갓길이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미끄러운 하천의 언덕 너머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아고, 힘 빠져!"

한 시간의 방황으로 4시가 넘어간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11km 정도가 남았던 거리를 일반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석조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수로와 같은 작은 강들을 지나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모스크바의 수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낭만적이다.

"멋지다. 멋져!"

일차 목적지인 겨울 궁전을 찾아간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공립 도서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고.

맞은편에 들어선 브론즈 호스맨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겠네."

여기저기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이게 겨울 궁전인가? 시시한데!"

강변에 앉아 보바와 연락을 하고, 근처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역시 대도시에 들어오니 호스텔 비용이 저렴하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 성 이사악 성단에 조명이 켜진다.

발길이 제자리에 멈춰진다.

"원더풀!"

숙소 건너편에 노란색 조명의 건물이 예쁘다.

"네가 겨울 궁전이냐?"

지도를 확인하니 겨울 궁전은 한 블럭 측면에 있고, 분수 주변의 벤치에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건물은 해군본부 건물이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일단 숙소로."

해군본부의 정면에 숙소가 바로 있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

숙소 발견.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식당이 있다.

"엄마네."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태극기가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아, 좋다! 이틀은 굶어야지."

저녁 늦게 보바가 숙소로 찾아왔다. 너무 반가운 친구, 저녁을 먹지 않은 보바와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2일 / 맑음
고로호베츠-보골류보보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긴 여정, 오늘도 모스크바를 향해서 간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16,168Km
이동시간
6시간 38분
누적시간
1,167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로호베
 
바즈니키
 
보골류보
 
 
3,18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 세상이 하얗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아침으로 라면과 오트밀을 준비한다.

"블라디미르까지 140km, 거리가 애매하네."

10시,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한다.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라이딩, 고로호베츠를 지나며 평탄했던 도로는 다시 고개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계속된다.

투두둑,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며 느낌이 이상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이상한 곳이 있나 자전거를 살펴보니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이질 않는다.

"뭐지? 뭘 밟은 건가?"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핸드폰백이 허전하다.

"에쉬, 핸드폰."

5미터 정도를 뒤돌아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든다.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깨어진 핸드폰 액정, 다행히 카메라 부분은 이상이 없다.

"이제서야 여행자의 핸드폰답네."

15km를 달리고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일다의 아들이 선물한 과자를 뜯었는데 묘한 소시지 맛이 난다.

우유와 함께 아무런 생각 없이 먹으니 그런대로 독특한 맛이다.

"근육도 풀리고 안장통도 사라졌는데, 오늘은 좀 달려 볼까."

자작나무 숲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간다.

"모스크바, 300km."

언더바를 잡고 질주하며 오랜만에 라이딩을 즐긴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삭제한다.

출출함이 느껴져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언제나 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이 이제는 귀엽게 보이지만, 무표정한 그들과 첫 대면은 여전히 어색하다.

"손님에게 웃어도 바보라고 생각 안 해요. 밝게 웃어주면 서로 기분이 좋잖아요."

글자로 된 메뉴판을 보며 난감한 제스처를 해도 전혀 반응이 없는 직원을 보며 그냥 다른 가게로 갈까 생각하다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한다.

"라그만?"

무표정하게 라그만은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수프, 숲, 수프?"

수프를 여러 차례 발음하자 여러 가지 수프를 설명하는 직원에게 첫 번째 수프를 달라고 주문하고.

"플롭, 쁠롭?"

이번에도 플롭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메뉴판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느낌상 플롭은 없지만 비슷한 메뉴를 추천하는 모양이다.

"그래, 그걸로 줘."

메인메뉴의 주문이 끝나자 모든 러시아 식당이 그렇듯 빵과 차를 먹을 것인지 묻는다.

"빵 두 개, 커피!"

수프와 함께 처음 보는 고기덮밥이 나온다. 약간 밋밋한 것이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맛있을 것 같다.

"고기면 됐지 뭐."

1시 반, 블라디미르까지 90km가 남았다. 해가 짧아졌지만 블라디미르까지 도착하기에 충분한 시간, 블라디미르 시내까지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밥도 먹었고, 달려 볼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페달링에 속도가 붙는다. 한 시간을 달려 25km를 줄이고, 쉼 없이 한 시간을 더 이어가려고 생각하던 중 여행용 오토바이 한 대가 갓길에 정차를 한다.

한참 페달링에 속도가 붙고 라이딩의 즐거움에 빠져있던 터라 그냥 손인사만 하고 지나치려 생각했지만, 바이커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인사를 한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오토바이를 확인하니 한국의 번호판이 달려있다.

"경북 포항? 한국 여행자?"

여행 중 처음 만나는 한국 여행자의 모습에 순간 말문이 막힌다. 마치 한국말을 잊어버린 사람 같다.

"반가워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원희, 오래된 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남자다. 서로의 명함을 주고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낡은 오토바이, 찌그러진 자전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난들 무엇이 어떻겠는가. 떠날 수 있고, 떠나왔으며, 여행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수 있으면 그만이지.

쌀쌀한 도로변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괜찮은 친구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여행을 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부럽다.

30분 남짓 대화를 하고, 한국에서 소주 한 잔 나눌 날을 기약하며 그와 헤어진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화창한 햇살이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회색빛 양탄자 같던 구름이 사라진다.

4시 반, 블라디미르와 모스크바로 가는 길의 분기점, 길은 다시 블라디미르에서 만나게 된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조금 조용한 길로 가 볼까?"

이미 105km 정도를 달려왔고, 블라디미르까지는 35km 정도만이 남았다. 시내까지 들어갈 생각이 아니기에 20km 정도 이동한 후 야영을 할 생각이다.

차량 통행이 좀 더 적은 구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도로의 폭이 좁아졌지만 새로 공사가 된 도로의 갓길은 달리기에 충분하다.

작은 숲속을 달리는 것처럼 붉게 물들어가며 도로를 감싸고 있는 나무숲 길이 좋다.

"카페나 슈퍼가 안 보이네."

5시 반, 20km 정도를 달리고 저녁거리를 찾기 위해 도로변 마을로 들어간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슈퍼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슈퍼를 다섯 바퀴쯤 돌며,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마을을 빠져나오고 마을 초입에 있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숯불이 피워진 화로를 보고 샤슬릭을 외치며 카페로 들어갔지만 문이 잠겨있다.

불이 켜진 창문으로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고, 주방에서 꼬치창에 고기 조각을 꽂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창문을 두드리자 여자가 다가와 창문을 열고, 간절한 목소리로 샤슬릭을 외쳤지만 여자는 없다는 제스처를 하고 바로 뒤돌아 가버린다.

내 발음이 이상한 것인지, 샤슬릭이 모두 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샤슬릭.."

오늘도 고기를 먹을 팔자가 아닌가 보다.

해가 떨어진 도로를 조금 달리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친다.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 숲으로 들어오면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0일 / 흐림・ 0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흐린 날씨, 조용한 호스텔과 더 조용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하루를 더 쉬어 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산책
 
맥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유튜브를 보다 마이클 잭슨의 영상에 사로잡혀 아침이 다 되어 잠이 든다.

9시가 되어 잠에서 깨고 샤워로 피곤함을 씻어내고,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남는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하루를 더 연장한다.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고, 잠시 보바, 이글과 통화를 한다.

오후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볼가강변을 따라 걷고.

크렘린으로 올라간다.

"저쪽에는 뭐가 있지?"

크렘린의 외곽으로 높은 언덕 아래로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떻게 매일처럼 비가 내리냐."

동상 주변에 신혼부부와 친구들이 요란스러운 축하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춤을 추며 결혼식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대의 차량이 줄지어 가며 폭죽을 터트리는 중국, 여러 대의 차량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고 경적을 울리거나 춤을 추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다.

"러시아에서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면 행운이 생긴다며 안드레는 말했는데, 러시아에서 결혼을 한 신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본다.

강변의 언덕길을 따라 걷다 백색의 오래된 건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립 역사 박물관?"

건물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이 예술 그 자체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문이 닫혀있다.

"휴관일은 아닌데."

거리를 걷다 보니 출출함이 밀려온다.

거리를 돌아 리스푸드로 이동한다.

비빔밥을 주문하고.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운다.

첫날 지나쳤던 구시가지로 걸어가.

거리의 건물들을 구경하고.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크렘린 안에 있는 교회는 정말 작은 내부 구조이다.

숙소로 돌아온다.

작은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이제 모스크바로 가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8일 / 흐림・ 1도
라봇키-니즈니노브고로드
계속되는 비와 쌀쌀한 날씨에 모든 것이 젖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쉬고 싶다."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1,15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라봇키
 
크스토보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축축하다. 일찍 잠든 탓에 5시가 되어 잠이 깨고, 침낭을 끌어당기며 여분의 졸음을 떨쳐내려 노력한다.

아침 기온 1도, 침낭 밖을 벗어나면 금세 냉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따듯한 커피가 먹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으름, 버너를 켜는 것조차 귀찮아 커피도, 아침도 건너뛴다.

이틀 연속으로 라이딩을 일찍 끝낸 탓에 니즈니 노보고로드까지 60km의 거리가 남았다.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다. 따듯한 샤워와 휴식이 필요해."

7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분리하고 짐들을 챙겨 출발을 서두른다.

고개를 넘는 업힐로 시작되는 라이딩, 오늘의 날씨도 회색빛 짙은 구름이다.

젖은 신발과 마르지 않은 양말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고개를 넘는 동안 보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첼니에는 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완전한 겨울의 시작이구나."

고개의 정상으로 회색빛 하늘의 구름이 완전히 내려앉고, 다시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한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부킹닷컴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바로 출발한다.

편하게 쉬면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싶은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호텔비는 끔찍하게 비싸다.

긴 고갯길은 계속 이어진다. 페달링이 무겁다.

"배고프다."

두 시간을 넘게 달리고, 긴 언덕의 오르막을 억지스레 오른 후 거친 심호흡을 달래본다.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나타나고,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페로 들어선다.

입구에 묘한 자판기가 놓여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용도는 아닌 것 같고, 게임 같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자판기다.

메밀밥과 수프 그리고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주문해 아침을 한다.

따듯한 카페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가도 가도 30km는 줄지가 않니?"

며칠째 계속되는 비구름인지 모르겠다. 힘든 라이딩의 연속, 매일처럼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던 중국의 여행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 겨울철의 비 내리는 날씨는 정말 힘들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위성 도시로 생각되는 크스토보를 지나친다.

작은 소도시지만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인다.

메인도로 M7과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들어가는 갈림길, 볼가강변을 따라 돌아가는 도로보다 메인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차량의 소통이 조금 더 많겠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는 메인 도로가 더 안전할 것 같다.

우파처럼 시내를 15km 정도 남기고 이케아 같은 유통 회사들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덕과 빗줄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은데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시 외곽의 많은 자동차 대리점과 정비소 등을 지나치고서야 시내로 진입하는 교차로를 지난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오래된 트램의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트램과 전기버스 그리고 좁은 도로는 정신이 없다.

크렘린이 위치한 강변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아, 이 도시의 지형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작고 오래된 건물들과 비좁은 도로에서 차량들과 뒤섞이며 길을 따라가던 끝에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입구에서 잠시 쉬고, 숙소와 크렘린의 위치를 확인한다.

공원을 지나면 차량의 통행이 없는 구시가지의 거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첼랴빈스크의 오래된 거리처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지는 거리다.

예쁜 카페와 상점들,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 곳곳에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볼가강변의 크렘린을 향해서 이동한다.

거리의 끝에 크렘린의 붉은 성문이 보인다.

흰색의 카잔 크렘린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고성이다.

자전거를 끌고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은가?"

아무런 제재도, 유료입장의 티켓 판매소도 없어 안쪽으로 들어가 성 내부의 지도를 확인한다.

카잔의 크렘린에 비해 별다른 건물은 없어 보이지만 넓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성벽 안쪽으로 탱크와 같은 재래식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춥다. 일단 숙소로 가자."

크렘린의 주변, 볼가강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성벽을 따라간다.

성벽을 돌며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지고, 강변 쪽의 성벽은 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오, 이런 지형이었어?"

꽤 높은 언덕 위에 쌓아올린 붉은 벽돌의 고성 니즈니 노브고로드 크렘린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카잔 크렘린과 느낌이 다르다."

길을 되돌아가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볼가강변으로 내려간다.

지나왔던 구시가지와 다른 구시가지가 강변을 따라 들어서 있다.

교회들이 들어서 있고, 강변을 따라 많은 레스토랑들이 연이어진다.

"구경은 나중에."

예약해 두었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고 바로 체크인을 한다. 다행히 깨끗하고 넓은 게스트 하우스다.

"여권을 주세요."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여권을 주자 비자를 보여 달라고 하더니 여권 첫 장의 몽골 비자를 보더니 무언가를 계속 말한다.

"나 한국 사람이야. 몽골인 아니야."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며 체크인이 끝났다.

자전거는 건물 입구 안쪽에 묶어두고.

깨끗한 객실에 짐을 풀고.

젖은 텐트를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비릿한 물냄새와 흙냄새가 느껴진다.

"괜히 미안하네."

게스트 하우스의 실내가 넓어서 다행이다.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으니 며칠 동안 비를 맞으며 달려온 몸에서 노곤함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배고프네. 한식 레스토랑이 없나?"

몸이 힘들고, 허기가 심할수록 한식이 먹고 싶어진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니 크렘린 주변에 한식 레스토랑이 한 군데 검색된다.

"버스를 타고 갈까."

프런트의 직원에게 버스 요금을 물으니 종이에 30루블을 적어 보이며 싱긋 웃는다.

볼가강변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강변의 모습을 구경한다.

화려했던 카잔의 리카 카잔카의 모습과 달리 유람선 선착장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꽤 넓은 강이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두 정거장 거리의 한식 레스토랑 리스푸드를 찾아간다.

버스표를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버스비를 버스 안내원이 수동으로 받다 보니, 혹시나 착오가 있었을 때 확인을 하기 위해 버스표를 주는 것 같다.

도로변의 리스푸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비빔밥과 국수를 주문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식당에는 서너 테이블에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이효리나 비의 오래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닭고기를 넣은 국수가 나오고,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러시아인이 즐기기에 괜찮을 것 같다.

순식간에 국수를 먹어치우고.

"오, 비빔밥 색깔 좋네."

초고추장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역시 비빔밥은 고추장 맛이야."

밥을 먹는 동안 내 테이블 앞에서 어린 여자들이 화보 촬영을 하는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뭔가 민망하지만 너의 예쁜 미모도 나의 식욕을 방해하지는 못해."

테이블의 앞과 옆을 오가며 한국어의 레온 사인을 배경으로 모델 포즈의 사진을 찍는 동안 비빔밥의 맛에 빠져든다.

"첼니의 친구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네. 아쉽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이글에게 먹이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진다.

국수는 모르겠지만 비빔밥은 제법 괜찮은 식당이다. 물론 비빔밥이라는 것이 야채와 김치만 넣고 비벼도 맛이 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일단은 러시아의 쌀밥처럼 볶지 않은 밥이라 오랜만에 잘 먹었다.

"내일 한 번 더 먹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크렘린을 둘러보며 걸어갈 생각이다. 여행 중 이색적인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의 시간이 꿈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다른 나라의 도시를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둘이면 좋을 텐데. 좋았을 텐데."

잠시 맑아진 하늘,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성문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나라마다 하나씩 구매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여러 공화국들의 특색이 달라서 자꾸 욕심이 난다.

"이러다 패니어에 온통 냉장고 자석뿐이겠어."

카잔의 크렘린은 화려한 정교회와 모스크가 들어서 있어 카잔이라는 도시의 생활 중심지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면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크렘린은 적막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단지 흰색과 붉은색의 무게감 때문인가?"

작고 아담한 교회의 모습이 예쁘다.

높은 언덕 위의 더 높은 성곽에서 바라보는 볼가강의 풍경은 시원하다. 넓게 내려다보이는 볼가강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노을이 져가는 밝은 하늘의 풍경과 검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회색빛의 구름들의 풍경이 뒤섞이며 황홀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숙소 편의 성곽 입구에는 멋진 조각석이 놓여있다. 성을 지키던 기사들의 모습을 조각한 것인지 비장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문을 나와 볼가강변의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오래된 트램의 철로가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오랜만에 먹은 비빔밥으로 식욕이 폭발했는지 자꾸 입이 심심하다.

작은 슈퍼에 들러.

저녁 간식으로 먹을 닭날개와 튀긴 김밥처럼 생긴 롤 두 개를 포장한다.

크렘린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사이.

검은 구름은 촉수와 같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숙소로 돌아와 그동안 뒤섞여버린 짐들을 정리한다.

"어라, 10루블은 철로 만드는 것인가?"

냉장고 자석에 달라붙은 10루블 동전, 자석에 붙는 동전은 처음 본다.

"동전 지갑에 자석을 넣어 놓으면 편하겠는데."

첼니에서 휴식을 보내고 자전거를 다시 타다 보니 허벅지가 묵직하게 뭉쳐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뻐근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풀어지려나. 하루를 더 쉬어야 하나."

몽골 여행 중인 파박님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수다처럼 오랜 통화를 하고.

11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 중 옆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들어오고, 누군가 나를 향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한다.

이어폰을 빼고 커튼을 열어보니 젊은 여자가 러시아어로 나에게 아주 긴 문장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 러시아말 못 해."

여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빙긋 웃으며 말을 하자 당황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Open the window?"

조금 더운 방 안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겠다고 한다.

"창문을 열겠다는 러시아말은 이렇게 긴 문장이 필요한 것인가?"

여자는 창문을 열고 옆 침대로 들어간다.

"어라, 직원이 아니야?"

게스트 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쓰는 시스템인가 보다.

"어허, 이러면 신경 쓰이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시끄럽고, 냄새도 나고, 칙칙한 분위기지만 남자들이 쓰는 방이 훨씬 편하고 좋다.

"자자."

2시가 넘어 기절을 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0일 / 맑음
우파
첼랴빈스크를 떠나 우파로 오는 여정은 비로 인해 꽤나 어려웠다. 숙소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하며 우파를 산책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4,910Km
이동시간
2시간 36분
누적시간
1,085시간

 
자전거정비
 
산책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우파
 
우파
 
우파
 
 
1,92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다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9시면 잠이 깬다.

짙은 구름이지만 일기예보처럼 오늘 하루는 맑을 것 같다.

"러시아 얘들, 낙서 좋아하네."

어제 정비를 했던 튜브는 예상대로 바람이 빠져있다. 역시 본드는 돼지표 오공본드가 최고인 것 같다.

"오늘은 반드시 타이어를 바꾼다."

게스트하우스에 식용유가 없다. 첼랴빈스크의 호스텔보다 시설이 좋지만 주인이 관리하던 곳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소시지 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날에는 이런 아침도 썩 괜찮은 것 같다.

"촌놈이, 어메리칸 스타일이라니."

세탁한 빨래들은 아침 햇볕에 잘 건조되고, 노란색 수건이 얼룩덜룩 검은 물이 들었다.

"월터, 힘들어? 얼굴이 왜 커졌냐?"

예브게니 아저씨는 낚시와 사냥을 갔다 왔다고 한다.

"군복을 참 좋아한다."

안드레는 연락이 전혀 안된다. 스마트폰도 이메일도 없는 친구라 연락할 방법이 없다. 며칠 후면 안드레의 마을에 도착하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오까지 그냥 시간을 보내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일단 자전거 샵으로."

"이번엔 느낌이 좋은데."

매장에 들어가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를 찾자 직원 중 한 명이 영어를 한다.

"드디어 찾았다."

"앞 쪽도 바꿀까."

출고되자마자 전국일주를 시작을 15,000km를 달린 타이어를 교체한다.

"수고했다!"

능숙하게 타이어를 교체하고.

청소를 해준다.

작은 컵에 에스프레소 한 잔도 내어주고.

장력이 늘어난 변속기 속선을 재조정하여 변속기도 점검한다.

"귀찮아서 브레이크 패드도 교체 안 하고 있는데."

깨끗하게 정비를 해준 직원과 사진 한 장.

탱탱해진 타이어를 달고 시내 구경을 시작한다.

"날씨 좋다."

도로의 끝으로 보이던 정교회에 도착한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은 교회의 첨탑과 하늘색 교회가 너무 예쁘다.

교회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신부 한 분이 지나가며 살며시 모자를 벗겨준다.

"땡큐."

잠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교회 내부의 샵으로 들어가 양초 하나를 사 들었다. 50루블.

"어떤 신이든 상관없으니, 그녀의 삶이 건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바쉬키르야 공화국의 상징이자 영웅인 Salavat Yulaev의 기념비가 있다는 언덕으로 이동한다.

우파는 바쉬코르토스탄, 바쉬키리야 공화국의 수도이다.

벨라야 강변의 모스크를 구경하고.

도심 곳곳의 작은 공원들을 지나.

강변의 공원으로 들어간다.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공원.

"연인의 다리라나."

"다 풀어놓고 싶다."

벨라야 강의 전경과 푸른 평야의 나무숲을 보며 따듯한 햇볕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도심 어디를 가든 공원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처럼 보이지만 이젠 이런 자연스러운 길들이 익숙하고 좋다.

러시아의 초원에서도 나무가 자라는 곳은 그대로 두고 평야를 일군다. 우리 같으면 나무를 밀어버리고 반듯하게 농지정리를 할 것 같은데, 숲과 나무가 귀한 초원지역이라 그런지 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구불구불하게 피해서 밀밭이 들어서 있었다.

전망이 좋은 언덕에 위치한 공원에는 젊은 연인들과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 그리고 아이들을 거느린 가족들이 많다.

언덕의 끝에 세워진 Salavat Yulaev의 기념비는 벨라야 강과 평야의 넓은 나무숲을 바라보고 있다.

벨라야 강과 나무숲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혼부부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이리저리 자전거를 옮겨주고, 짧은 틈을 이용해 자전거 사진도 찍고.

"아, 풍경은 좋은데. 여기저기 염장 커플들 뿐이네. 밥 먹으러 가자."

숙소 방향으로 이동하며 시내를 둘러보고, KFC 앞에서 여러 식당을 검색하다 샤슬릭으로 결정했다. 언제나 결론이 똑같은데 고민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작은 모스크가 있는 카페는 이슬람 옷차림을 한 무슬림들이 많다. 여직원은 모두 스카프와 히잡을 쓰고 있다.

카운터 옆으로 마련되어 있은 바베큐 메뉴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없던 결정 장애가 발생한다.

"가격도 저렴하네. 이거 하나, 저거 하나 아니면 저거 하나."

구글 후기에 사람들이 먹은 야채와 채소들이 올려진 메뉴를 보고 같은 것을 주문했다. 500루블, 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맛이 궁금하다.

"기분도 꿀꿀하고, 먹자."

차와 함께 감자, 토마토, 가지, 호박, 양파들과 고기 그리고 얇은 밀전병 같은 빵이 올려져 있다.

작은 숯불 화로 위에 따끈하게.

특별한 감동은 없었지만 괜찮은 조합의 음식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캔 맥주 한 캔을 사서 공원에 앉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일다의 집으로 가 그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것이다.

뭔가 감정적 피곤함이 계속되는 날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2일 / 맑음
첼랴빈스크
두 번째 러시아의 여행, 첫 번째 도시 첼랴빈스크로 들어간다. 저렴한 호스텔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4시간 01분
누적시간
1,046시간

 
도로
 
산책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랴
 
첼랴
 
첼랴
 
 
1,44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람 소리가 요란스럽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몸이 움츠려 든다.

"침낭 밖이 위험하군."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한 시간의 시차와 시원하게 내달렸던 어제 라이딩의 피로가 남아있다.

겨울 져지를 바람막이와 함께 갖춰 입고 첼랴빈스크로 출발한다. 15km 정도의 거리.

첼랴빈스크의 외곽의 구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도시라 도로의 구조가 철도, 트램의 철로 등이 맞물리며 복잡하다.

우선 끊겨버린 네트워크를 살리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지만 MTC의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첼랴빈스크의 역사 앞에 세워진 멋진 석상 앞에서 맵스미를 이용하여 MTC의 매장을 검색했다.

"너를 한 번 타봐야 하는데."

관광지 정보로 검색된 오래된 건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동차 정비소들이 모여있는 후미진 곳에 위치한 건물인데 별것이 없다.

시내 중심에 가까워지며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나타난다.

"열쇠들을 다 풀어놓고 싶네."

남녀의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지 모르겠지만 괜한 심술이 생겨난다.

트램과 전기버스의 선들이 복잡하다.

길 건너편 MTC의 매장을 발견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의 번역기로 어렵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어제 충전을 했는데, 테이터가 끊겼다."

"어떤?"

핸드폰을 살펴보던 직원은 데이터를 충전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트로잇스크 의 그 녀석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상품을 묻자 다시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안내 문구를 보여준다. 480루블.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300루블 밖에 없다.

"그것으로는 부족해."

직원은 1,000루블을 잔돈으로 교환해 준다. 자동화 기기는 간단했다. 통신 회사의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번호를 누른 후 요금을 지불하면 끝이다.

"쉽네."

핸드폰 매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옆에 있는 버거킹으로 들어갔다.

"맥도날드, 버거킹, 할배네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니."

메뉴판을 찍어서 주문을 하고, 서비스 직종에서도 시니컬한 러시아인들은 어떤 면에서는 꽤 괜찮다. 이것저것 묻지 않고 결제만 하면 끝나니 심플하다.

따듯한 햇살, 거리의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트렌치코트와 비니 등으로 바뀌었다.

"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첼랴빈스크의 시내는 키로프카(Ulitsa kirova) 거리를 중심으로 시청과 상가, 공원들이 들어서 있는 전형적인 구도시의 모습이다.

시내를 둘러볼 경로들을 결정하고,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호스텔을 예약했다.

시청 앞 에볼루션 광장과 공원을 지나.

시내 중심의 넓은 도로를 가로지르고.

도로 건너편 키로프카 거리 들어간다. 키로프카 거리는 차도가 없는 보행도로다.

1km 정도의 직선으로 뻗은 거리의 양옆으로 상점들과 노점,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복잡하지 않은 거리는 편하고 조용하다. 가을날의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이 좋다.

첼랴빈스크의 상징은 낙타인 것 같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사이.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고, 많은 조각상들이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고르자 할아버지는 러시아 국기의 자석을 서비스로 하나 더 주며 손을 가슴에 올리며 인사를 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가장 정중한 인사법인가 싶다. 도로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같은 제스처를 하며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된 도시의 조각들과 건물들은 하나하나 클래식한 멋이 진하게 느껴진다.

"푸시킨 형, 오랜만이네."

나는 그대를 사랑했어요.
그 사랑은 나의 영혼 속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가슴을 조이며

신이 그대로 하여금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대로
나는 진심으로 묵묵히
그대를 사랑했어요.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담배맛이 쓰네. 그대의 삶도 그냥 그래 보여."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키로프카 거리를 지나.

작은 레카미아쓰 강을 건너고.

오래된 오르간 뮤직홀을 지나.

붉은 정교회를 향해 길을 따라간다.

붉은 벽돌의 러시아 정교회.

화단에 핀 꽃에서 좋은 꽃내음이 난다.

"처음 보는 꽃이네."

교회 밖의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키로프카 거리의 우측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동했다.

오래된 작은 도시를 구경하는데 자전거만큼 좋은 것이 없다.

공원 안쪽에 위치한 다른 정교회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공원에 세워진 레닌의 기념물을 보고.

공원 입구에 세워진 여성의 동상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포승줄에 묶인 제복 차림의 동상인데, 사실적인 조각상의 모습에는 포로로 사로잡힌 사람의 고통보다는 뭔가 당당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중국의 조각상들이 도교적 상징성이 강하다면, 러시아의 조각상들은 전쟁의 사실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강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하여 슬프기도 하다.

공원을 둘러보고 키로프카 거리의 좌측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 돌아간다.

공원을 가로질러.

비둘기의 방해를 뚫고.

도착한 숙소는 오래된 아파트다. 난감하다.

숙소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지만 몇 마디 러시아어를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스텔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통화를 했지만 상황은 똑같다.

"오픈 더 도어!"

짧은 외침마저 의미가 없고, 잠시 다른 호스텔로 이동할지 고민을 했다.

러시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현관의 철문이 닫혀있고 대부분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문을 열고 젊은 남자가 나오자 닫히는 철문을 붙잡고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기 호스텔에 통화를 좀 해줘, 나 여기 있다고."

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남자를 바꿔주니 짧은 통화를 한 후 5층이라고 알려준다.

"아 놔."

닫히는 문을 고정시키고 계간으로 5층을 올라 두리번거리니 작은 엘레베이터 가 있다.

"에잇, 똥!"

아파트를 호스텔로 개조한 집이다.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과의 첫 대면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한 번에 짐들을 모두 옮겼다. 작은 엘리베이터의 문에 패니어를 끼워 넣고 짐들을 옮기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서야 숙소의 남자와 여자가 웃는다.

"웃지만 말고 좀 도와줘라."

작은 이층 침대 3개가 놓인 방은 비좁았지만 주방과 화장실 등은 모두 깨끗하고 좋은 편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패니어들을 침대 밑으로 넣어두고, 숙소의 여자는 자전거를 숙소로 가지고 올라오라고 한다.

자전거는 베란다에 넣고,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휴식을 취했다. 일찍 첼랴빈스크로 들어온 덕에 시내를 모두 둘러보고도 시간이 여유롭다.

세탁이 끝난 세탁물들을 숙소의 주인이 널어주었나 보다. 관계가 맺어지면 러시아 사람들도 잘 웃고 친절해진다.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여전히 몸무게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60kg이 여행을 하는 동안의 표준 몸무게인 듯싶다.

야경을 보기 위해 휴식을 취하며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움직임이 요란하다.

"야경 구경은 틀렸네."

함께 투숙을 한 남자, 일다와 대화를 하며 친해졌다. 다음 목적지인 우파에 살고 있는 일다는 일이 있어 첼랴빈스크에 왔고, 오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파에 있는 일다의 집을 확인하고, 그의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우파에 가면 연락을 하기로 약속했다.

9시가 넘으며 비가 멈추고, 산책과 야경을 보기 위해 일다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원을 가로질러 키로프카 거리로 간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키로프카 거리는 생각과 달리 화려한 야경은 없었다.

카페에서 4~5명 단위의 일행들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거리의 밤 문화인 듯싶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거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거리는 나름 운치가 있게 느껴진다.

"도시와 어울리는 좋은 야경이네."

거리에 있는 수프 전문식당에서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밥과 닭고기, 생선튀김, 수프와 음료까지 해서 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저녁식사로 인해 허기짐이 폭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다.

숙소에서 조리할 계란과 햄 그리고 맥주 한 캔을 사 들었다.

길을 걸으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바로 잠들었다.

내일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어, 비가 오면 하루를 더 머무를 것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4일 / 맑음 ・ 32도
투르가이-아스타나
아스타나로 향하여 4일간 달려왔던 여정이 끝나간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간다.


이동거리
134Km
누적거리
13,046Km
이동시간
8시간 34분
누적시간
951시간

P4
P4
70Km / 3시간 58분
64Km / 4시간 36분
투르가이
프르레츠
아스타나
 
 
1,00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파블로다르에서부터 4일째 계속되는 바람이다.

"그만 불어도 되지 않니?"

간단히 세수를 하는 동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차를 마시자며 카페를 가리킨다. 정말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자신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아저씨의 제안에 웃음으로 답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아저씨, 영어 못하잖아요. 하하하."

어젯밤 알리나의 가족이 놓고 간 상자 안에는 빵과 햄, 찐 감자, 삶은 계란, 오이 등등이 가득 들어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날씨도 더운데 난감하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식당의 여자가 사탕과 쿠키를 담아 건네준다.

"일주일은 먹겠어. 오늘 배고플 일은 없어서 좋긴 한데."

텐트를 정리하고 알리나의 가족이 준 음식들은 각각의 패니어에 나눠 담는다.

카우치서핑으로 아스타나에서 하루를 머무를 호스트 팀에게 연락을 한다.

"아스타나까지 123km가 남았는데 바람이 불어 늦어질지도 모르겠어. 늦은 저녁이나 내일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하루가 늦어지면 호스트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도착이 늦어지면 숙소를 잡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오면 알려줘. 차로 픽업을 갈게."

"아냐.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 주소를 줘. 도착하면 연락할게."

팀의 집은 아스타나의 외곽에 있어 140km 정도의 거리가 찍힌다.

"야, 이게 부지런히 가야겠다."

바람을 이기며 15km씩 이동을 한다.

"남서쪽으로 가니 서남풍이 불어오네. 참 나."

길을 따라가던 중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던 커플은 트렁크를 열고 커다란 생수통을 가리키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노, 노, 노, 노!"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꿀처럼 보이는 큰 유리병을 던지듯 건네주고 가버린다.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사양을 해도 주머니에 돈을 꽂아 넣어 주며 괜찮다는 듯 웃어주는 그런 모양새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살아있는 말도 주는 거 아냐?"

어찌 됐든 여자를 데려가라는 몽골 사람들보다는 괜찮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친절은 너무나 과분할 정도이다.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아 하루를 머물며 신세를 지는 것이 숙소비를 절약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다 보니 날씨나 자전거 트러블 같은 변수가 있어 도착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물론 하루나 이틀 동안 잠자리를 내어주고 음식 등을 대접하겠다는 호스트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덜 쓰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람이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늦어지면 먼저 연락하고 숙소를 잡자."

15~1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50분 단위의 휴식으로 평상시보다 짧게 짧게 끊어간다.

"오늘은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해."

패니어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어 치워야 한다.

날은 계속해서 더워지고 바람 때문에 조금 선선했던 이틀보다 7~8도가 더 올라간다.

배는 든든하게 부르지만 갈증이 밀려온다.

아주 멀리서 흰색의 승용차가 정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몽골에서는 길 위에 차량이 정차되어 있으면 왠지 모를 피곤한 감정이 앞서들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그들의 친절함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역시나 밝게 웃는 커플이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차에서 한가득 음식들을 건네준다.

"아니,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하니 웃으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표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갑게 냉장이 잘 된 빵과 과자, 포도 그리고 바나나까지 받아들 수밖에 없다. 하나를 먹으면 세 개가 더 늘어나는 음식들이다.

시원한 작은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무르기 쉬운 바나나는 바로 먹어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모든 패니어에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어 더는 넣을 공간도 없다. 음식이라기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 같다.

먹을 수 있는 만큼 감사하게 먹고, 남은 음식들은 호스트에게 주면 될 것이다. 문득 이쯤 되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국인을 도와주라는 방송이 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든다.

"그냥 하릴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어느 나라 사람들이든,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속의 바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하고 헛헛한 감정선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만다.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나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다.

멀리 보이는 초원에서 불이 났는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불이 났는가? 그건 그거고, 연기가 바로 올라가네."

"오호, 드디어 바람이 사그라드는 건가."

아스타나까지 70km 정도를 남기고 4일 동안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아, 시원한 물이 필요해."

아스타나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상태도, 갓길의 너비도 좋아지고.

"사비, 어디쯤 왔어?"

"50km 정도 남았어. 4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8시쯤 도착하겠다."

네트워크가 끊겨 연락이 안 되던 팀과 메시지를 교환하고 아스타나를 향해 달려간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스타나의 경계를 넘고 부쩍 혼잡해진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가 빨라지며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만 없으면 이렇게 좋은데."

천천히 아스타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차량의 통행이 많아질수록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씩 늘어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들은 모두 상태가 안 좋다.

"이 지역들의 컨셉인가?"

공단 지역과 같은 아스타나의 외곽을 가로질러.

중국의 도시마다 들어선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모양의 거대한 굴뚝을 지나고.

이스티나의 북동쪽 시내로 들어선다. 일단,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이 밀려온다.

"오, 버거킹! 좋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내를 둘러보고 팀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아스타나의 시내를 검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자며 인사를 한다. 잠시 어딘가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참 편안하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모스크를 구경하고 팀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전쟁 기념 공원을 지나.

웅장한 규모의 모스크, Hazrat Sultan Mosque으로 향한다.

유난히 깔끔하고 깨끗한 아스타나의 시내.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우!"

아치형 돔과 네 개의 기둥, 흰색의 외관이 저녁의 햇볕을 받아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스크의 광장에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저팬?"

한 사람으로 시작된 '셀피'는 끊임없이 이어져 모스크의 모습을 감상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다.

자리를 옮겨 모스크의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이 모여들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팀의 집으로 가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히고 질문에 대답을 하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염두가 나질 않는다.

모스크를 빠져나와 팀의 집을 찾아간다.

모스크 옆에 위치한 공원을 지나치고.

작은 이심강을 건너.

2017년 엑스포가 열린 엑스포 광장으로 이동, 이곳은 마치 신도시처럼 새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해는 저물어 가고.

팀이 알러준 주소에 도착하여 메시지를 보낸다.

"팀, 나 왔어."

팀은 다시 자세한 주소를 구글맵으로 찍어주고, 그곳의 사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환하게 웃는 얼굴이 친숙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은 친구로 느껴진다.

팀의 안내로 새로 지어진듯한 오피스텔의 19층 그의 집에 도착한다.

오늘 먼저 도착한 키프로스의 젊은 학생 커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프랭키 커플은 배낭 여행으로 1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 놓여있는 체중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설마?"

하루 종일 물과 음식을 섭취하고 왔는데 60kg이 나온다.

"고장난 거 아니야?"

길 위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챙겨준 음식들을 팀에게 건네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함께 웃는다.

팀이 저녁으로 샐러드와 계란 후라이로 대접하고 차를 마시며 넷이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천천히 말해라,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내 말은 너네들이 알아서 듣고 이해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그리고 키프로스와 터키,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멋진 곳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터키에서 10달러면 키프로스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알았어!"

"응, 근데 하루면 다 구경할 거야."

12시가 되어 거실의 넓은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어 편하게 잠이 든다.

잠시 시내를 지나며 아스타나를 구경했지만 작은 도시 아스타나가 궁금해진다.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아스타나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다.

내일은 팀과 함께 논의를 한 경로를 따라 아스타나를 불러볼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