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8일 / 맑음 ・ 24도
울기-차간누르
몽골 여행의 끝이 다가온다. 울기에서의 짧았지만 달콤했던 휴식을 뒤로하고 국경을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877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785시간

AH3
AH3
43Km / 4시간 42분
25Km / 1시간 11분
울기
정상
차간누르
 
 
2,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날씨가 좋다. 하루를 더 머물까 생각했지만 몽골의 체류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아쉽지만 떠나야 한다."

패니어들를 정리하고 1층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고 바이크를 타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넘어온 스위스 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한국에서 여행을 했다는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메뉴판의 그림보다 훨씬 그럴싸한 음식이 나온다.

"아니, 이런 게 왜 이제서야."

숯불에 구워 잡냄새도 완전히 사라진 고기는 푸짐하고 맛이 좋다. 몽골에서 먹는 제대로 된 마지막 식사일 것 같은데, 행운이다.

자전거를 끌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내 중심을 벗어나 조금 한산한 곳에서 잠시 쉰다.

후덥지근한 날씨의 답답함이 밀려온다.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출발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늦어졌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루만 더 쉴까?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

오후 3시, 울기를 떠난다.

작은 강을 건너 울기를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적해진 주변에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 같은 것이 있고.

국경까지 99km를 알리는 이정표, 이 길을 끝으로 몽골의 여행이 끝난다.

울기를 벗어나며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그늘 하나 없는 직선의 도로가 이어진다.

멀리 울기의 모습이 보이고.

"잘 있어! 굿바이."

"덥다."

도로변을 따라 작은 아카시아꽃 같은 것들이 자라고 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만이 활짝 피어있다.

레츠비 하나를 꺼내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토바이 한 대가 서며 말을 건넨다.

짧은 영어를 하는 남자와 이국적인 외모의 조카, 차간누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며 내일 놀러 오라고 한다.

남자가 주는 맥주를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아마도 내일쯤 차간누르에 도착할 것 같아. 지나가면 놀러 갈게."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갈림길이 나온다. 헙드에서 새로 생긴 도로를 찾지 못해 고생을 하여 차간누르로 가는 경로를 구글맵과 맵스미로 여러 번 확인을 해둔다.

구글맵은 오른편의 산길을 안내하지만 위성 지도를 보면 왼편으로 새로운 도로 같은 것이 보인다.

"역시 새로운 도로가 생겼군."

어느 쪽이든 2,5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한 시간 동안 낮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고 저 멀리 산위 능선을 뚫어 놓은 듯한 하늘길이 보인다.

산의 능선을 넘는 길은 역시나 비포장도로로.

도로를 내려오는 차량들이 희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 온다.

"어련하겠어."

8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각, 자전거를 끌며 흙길의 정상에 도착한다.

차간누르까지 25km 정도가 남아있고.

뜨겁던 하루의 태양볕도 차즘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갈 길은 먼데 내리막 길조차 여전히 비포장도로다.

"몰라, 그냥 달리자."

4~5km 정도 내려가던 비포장도로는 생각지 못하게 포장도로 바뀌고, 시원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언더바를 잡고 몽골의 석양 속을 내달린다. 20km 정도의 거리를 해가지는 풍경을 향해 달려가고, 차즘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차간누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나타난다.

9시 반, 한 시간 반 동안의 즐거운 라이딩이다.

10시가 가까워져 차간누르의 마을 초입에 도착한다.

"이 근처에 누르과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했는데."

핸드폰을 들여보며 숨을 돌리는 사이,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서툰 영어로 인사를 한다.

도로변의 게르를 가리키며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며 말한다.

"슬리핑 앤 밋."

"밋?"

고기 식사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고 만다.

"얼만데?"

"20,000."

완전히 해가 떨어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20,000투그릭을 확인하고 그를 따라가기로 한다.

도로변의 게르는 자신의 엄마 집이라며 자기 집은 마을 안쪽에 있다고 한다.

"얘가 말이 조금씩 바뀌네."

승용차를 따라 마을 안쪽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피곤하여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어쨌든 안전하게 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저녁으로 몽골의 게르에서 먹는 맛없는 빵과 우유차만을 마신다.

"밋은 어디로 사라졌냐?"

어린 여자아이가 두 명 그리고 그의 아내는 만삭의 몸이다. 자르갈이글, 30대 초반의 남자는 핸드폰을 줘도 글자를 잘 못치고 오타를 낸다. 글자를 치며 그의 아내에게 철자를 물어보는 듯한 행동을 한다.

차간누르는 국경의 지역이라 여행객을 상대로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환전 같은 것을 하는데 익숙한 모양이다.

도로에서 만난 누르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러시아 돈을 환전해 줄게."

"돈이 없다. 내일 은행에 가야 해."

러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추가로 현금을 찾지 않고, 남은 현금으로 이틀을 버틸 생각이었는데 20,000투그릭을 주고 나니 수중에 2,000투그릭 정도만이 남아있다.

카자흐스탄의 이글축제가 울기에서 열리는지, 자르갈이글은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어, 소개할 친구도 없다만 너는 말이 달라져서 안 되겠어."

이글 축제에 대해 길게 말하는, 소통이 어려운 자르갈이글과의 대화를 어렵게 끝내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이제 20km 정도만 가면 몽골의 국경 울란바이신트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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