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0일 / 맑음 ・ 16도
사인샨드-조르노크
190km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지만 남풍의 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계속 길을 가야한다. 다음의 도시 처이르까지 230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다.


이동거리
10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7시간 24분
누적시간
597시간

AH3
AH3
17Km / 58분
83Km / 6시간 26분
사인샨드
시계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묵직한 피곤함,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살과 달리 어제의 장거리 라이딩의 피곤함이 남아있다.

하루를 쉴까 고민하다 숙소의 생활보다 초원에서의 캠핑이 하고 싶어진다.

"천천히 라이딩하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쉬자. 그게 낫겠어."

숙소를 나와 사인샨드의 마을들을 구경하고 캠핑 음식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나무판자의 담과 나무집, 벽돌집 그리고 게르가 뒤섞여 지어진 사인샨드의 주택들.

흙길의 골목들과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다.

슈퍼에 들어가 간단한 식료품을 구매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작은 사원을 구경한다.

탑 위로 부처가 모셔져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 사원인듯싶다.

몽골은 티벳불교, 라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의 사찰 양식이 섞여있는 것이 이색적인 모습이다.

숙소에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이 먹고 있는 아침 메뉴를 주문한다. 바트가 해주었던 음식과 비슷한 볶음면인데 양이 굉장히 많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니 일회용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용기 비용은 별도로 500투그릭을 받는다.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다."

10시 40분, 짐들을 정리하고 남풍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처이르로 향한다.

AH3 도로를 타기 위해 사인샨드의 높은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넓은 초원을 두고 산언덕에 도시가 자리했을까?"

어제 사인샨드로 들어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길들을 따라 이동한다. 끈질기게 남쪽으로 돌아가라는 구글맵.

"고덕양보다 더 융통성이 없는 아이구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AH3가 이어지는 곳, 사인샨드의 외곽까지 빠져나온다.

경찰의 검문소와 함께 처이르로 향하는 도로가 나타나고, 도로변에서 무언가를 단속하는 멋진 경찰에게 처이르로 가는 길이 맞는지 손가락을 가리켜 물어본다.

남풍의 예보와 달리 약간 측면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에 가까운 바람이다.

"바람이 자전거를 잡아당길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해가 떠있는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따듯한 봄날의 바람이 불어온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언덕에 위치한 사인샨드의 시계에 도착하여 겉옷과 장갑을 벗고 잠시 쉬어간다.

"80km. 천천히 그 정도만 이동하고 초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가족 모두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사인샨드의 경계를 알리는 게이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이곳이 처음인가 싶다.

"5도 정도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좋을 것 같은데."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해진 바람이 조금씩 측면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1시, 4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힌다.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괜한 사진들도 찍으며 놀아보고.

통신도 끊겨있는 초원에서 30분이 넘도록 자전거에 기대어 시간을 보낸다.

"좋네."

잠시 언덕을 오르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나오고 30cm 정도의 갓길이 이어진다.

"한 30cm만 더 쓰지."

오후 들어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시계 방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내일은 그 끔찍했던 서풍이 다시 불어오는 건가?"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순찰을 도는 경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고 가끔씩 모형 간판이 세워져있다.

차량 모양의 간판이나 폐차를 두었던 중국과 달리 납작한 모양의 경찰차 모형이 재미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 느린 페달링을 하던 중 화물차 한 대가 낮은 크락션을 울리더니 멀리 앞쪽으로 정차를 한다.

차량에서 내려 나를 기다리던 젊은 운전자는 차량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밝게 웃어준다.

"땡큐!"

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응원의 크락션을 작게 울려주며 천천히 지나쳐가는 화물트럭.

"오늘은 초원에서 캠핑을 하고 싶어."

넓은 초원으로 가끔씩 긴 꼬리를 단 기차가 지나가고 바람은 여전하다.

바람막이를 벗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몽골의 사람들, 운전자들을 보면 매너가 좋아 보인다. 자전거를 향해 손 인사를 하고, 라이트를 깜박이며 응원을 보내준다. 뒤편에서 크락션을 잘 울리지 않으며, 짧고 작게 울리며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간다.

오른쪽 어깨가 좋질 않다. 쇄골이 부러졌던 곳이 바람을 버티는 핸들링으로 쉬 피로해지고 아파온다.

"쉬었다 가자."

아침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힘들지 않은 라이딩 탓에 허기짐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달리다 보니 4시가 가까워온다.

다시 도로변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카스테라 빵을 꺼내 먹는다. 달달한 빵 안에 시럽이 들어있어 엄청 단 카스테라.

"몽골 사람들은 단 걸 좋아하나?"

자민우드에서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달아도 너무 달다.

하늘을 보고 잠깐 누워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유목민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온다.

"폼 난다. 이름?"

이름을 물어도 수줍게 웃기만 하며 내 발음을 따라 하는 남자는 이러이르, 높은 쇼바의 오토바이를 몰고 짙은 파스텔톤의 유목민 복장을 한 어린 남자다.

"이러이르, 텐트 칠만한 좋은 곳이 어디야?

네트워크가 끊겨 번역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온갖 몸짓을 해도 그저 말을 따라 하며 웃기만 하는 이러이르.

"아니, 텐트를... 내가 잘못했어. 이 넓은데 아무 데나 치면 되는데."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러이르는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듯 차량들을 세우려고 한다.

"뭘 하려는 거지?"

간간이 지나치는 몇 대의 차량들이 지나가고.

몇 대의 차량은 정차를 한 후 이르이러와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냥 떠나간다.

한참 후 5~6명의 남자들이 탄 RV 차량이 정차하고 이러이르와 잠시 대화와 악수를 나누더니 이러이르가 싣고 왔던 무언가를 오토바이에서 내려 차량에 실어준다.

"뭘 파는 건가?"

차량에 탄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러이르가 사람들과의 거래가 끝나면 그가 사는 게르를 묻고 따라갈 요량으로 기다리는 사이 이러이르는 밝게 웃으며 오토바이를 몰고 순식간에 떠나버린다.

"이러이르, 얌 마! 게르가 어디..."

높은 쇼바를 꿀렁이며 초원을 향해 이리저리 곡선을 그으며 점으로 사라져 버리는 이러이르.

"와, 신나게 달려가는구나."

그가 사는 게르를 안다 해도 초원길을 자전거를 끌고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40여 분 앉아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텐트를 칠 마땅한 곳을 찾으며 도로를 달린다.

고르도비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길들은 초원의 산악지대였나 싶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소들과 게르 있었던 자리들, 큰 바위들의 주변처럼 텐트를 치기에 적합한 장소들이 있었는데, 사인샨드를 지나 평평한 초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납작 눌러놓은 것처럼 평평할까?"

양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도로 밑으로 뚫어놓은 통로만 있을 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는 곳은커녕 바람을 막을 곳조차 없다.

도로의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몇 개의 언덕을 넘는 동안 이어지는 모든 풍경들이 똑같다.

수십 분 전 나를 지나쳐간 느린 화물 차량의 실루엣이 멀리서 사라지지 않는 평평한 초원의 풍경.

짐승들이 다니는 시멘트 통로에 텐트를 치고 싶지는 않고, 하염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갈 수도 없다.

자전거를 멈추고 약간의 긴 수풀과 낮은 둔턱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초원의 모래바닥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고, 여기저기 온통 양과 말들의 발자국과 똥들뿐이다.

낮은 수풀의 둔턱이 바람을 막아주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생각한 초원의 캠핑은 이런 똥밭이 아니다.

"여행의 첫 번째 캠핑인데 똥밭은 너무 아니잖아."

한참 고민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을 나온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의 주변에는 동물의 마른 사체들이 보이고, 도로에서 바라보이던 황금빛 초원은 온통 마른 똥들과 술병 쓰레기가 뒹구는 흙밭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황금빛 초원에서 별을 바라보며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싶다.'라는 들뜬 바람은 그저 그림속에나 존재하나 보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초원의 도로변을 보면 차량들이 초원으로 진입한 흔적들이 많아 도로변 가까이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초원에도 수많은 차량의 통행 흔적과 오토바이의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남아있어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치기도 힘들다.

"중국은 좋은 장소가 그리 많아도 캠핑을 못 하게 하여 쓸모가 없더니, 몽골은 이리도 넓은데 캠핑할 곳이 없구나."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과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

좀 더 도로를 따라가던 중 소형 승용차가 크락션을 울리며 뭔가 소리를 치더니 천천히 정차를 한다.

"서지 말고 그냥 가주라."

자전거가 다가가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주변을 감싼다. 인사를 하고 얼굴들을 마주쳐 보지만 느낌이 좋질 않다.

자전거의 바퀴와 패니어들을 만져보며 이리저리 훑어보는 눈빛들에 호기심이 묻어있지 않고 흔들리는 초점에 불온함이 담겨있다.

울란바토르, 사인샨드 등 몇몇 단어들을 내뱉으며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번갈아가며 살피는 아이들.

나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남자들을 보며 자전거에서 완전히 내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네 명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고 차량의 번호도 유심히 머릿속에 넣어둔다.

뚱뚱하고 거들먹거리는 남자, 마르고 가벼워 보이는 남자, 그저 보통의 남자 그리고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남자.

"어, 한국어네. 신민지! 네 이름이야?"

시선을 피하며 담배를 피우는 남자아이들 중 다부진 눈빛을 갖은 남자의 후드티에 한국어가 새겨져있다.

"한국에서 일했어? 한국말 할 줄 알아?"

상대에게 너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남자애에게 집중한다.

"저는 한국말을 하는 몽골 사람입니다."

엉거주춤 말을 피하더니 짧은 한국말을 서툴지만 정확하게 구사한다.

"어디 살아?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어? 만나서 반갑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사이 나머지 남자들이 주변을 돌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짓궂은 장난을 치며 히덕거리며 웃는다.

"너 하나만 보면 된다. 이거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남자애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차를 타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겪은 불쾌하고 찝찝한 만남이다.

언어의 소통이 어려워 생길 수 있는 오해일 수도 있고, 몽골인들의 대인을 마주하는 습관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가 않다.

서둘러 짐승들의 이동 통로에라도 텐트를 쳐야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멀리 철도길 주변으로 서너 채 들어선 집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좋겠다."

멀리 보이던 집들이 가까워지고 진입로가 나올 때쯤 전방으로 보이는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고글을 벗고, 해일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밀려오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뭐야 저게? 화재 연기도 아니고."

맑은 하늘 아래 시커먼 회색의 무언가가 하늘 가득 밀려온다.

"심상치가 않다."

"몰라. 집으로 들어가자."

4채의 집이 철로변에 들어선 곳으로 들어간다.

승용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맞이해준다.

잠시 후 거센 바람이 마을을 덮쳐오고 온몸이 휘청거린다.

타이어를 수리하던 남자들은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을 하고.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자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다급해지니 어디서 힘이 나는지 무거운 자전거를 들어 작은 집 안으로 넣어두고, 따듯한 차를 내어주는데도 정신이 없다.

"대단한 모래폭풍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펑크 난 타이어의 튜브를 탈착하고 작은 펌프로 바람을 넣으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고 떠든다.

힘들게 공기를 주입했던 튜브에서는 다시 바람이 새어 나오고 두 남자는 다시 웃으며 장난을 친다.

타이어에서 다시 튜브를 꺼내고 공기를 주입하며 장난을 치며 웃기를 반복하는 두 남자.

그들을 도와 타이어 탈착하는 것을 돕고 펑크가 난 부분을 찾아준다.

손으로 바람이 새는 곳을 찾고 침을 발라 펑크가 난 곳을 찾아 확인하니 두 곳에서 펑크가 나있다.

"여기하고 여기!"

집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를 가리키며 내게 있는지 묻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용 튜브 패치를 보여주니 손사래를 치며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파스처럼 큰 자동차용 펑크 패치를 보여준다.

자전거 펑크 패치의 작은 본드를 보더니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본드를 보여주며 본드 튜브를 짜내는데 본드가 안 나온다.

"하하하, 그게 뭐야!"

중국에서 산 본드를 건네주니 놀라는 척 장난을 치는 남자는 튜브에 본드를 바르고 이상한 곳에 펑크 패치를 붙인다.

"여기잖아. 여기!"

내가 볼펜으로 표시해둔 펑크가 난 곳을 가리키며 핀잔을 주자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자동차 타이어의 펑크 수리는 끝난다.

나이 든 남자는 다시 나에게 무언가를 묻더니 알아듣지 못하자 천장의 전구를 가리킨다.

"라이트 있냐고?"

패니어에 들어있는 헤드라이트를 보여주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손전등을 보여준다.

커다란 건전지를 넣고 손전등을 켜보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 손전등.

"하하하, 그게 뭐야!"

"차이나! 에에에."

고장이 난 손전등을 가리키며 중국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는다.

자전거 라이트를 꺼내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와 작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남자. 손을 씻겠다고 하니 옆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길어 세면대 위에 있는 물통에 물을 채워준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수동이네."

"커피? 한국 커피 알아?"

차를 내어주는 남자와 담배를 나눠피며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름? 네르?"

에르덴 오초르(эрдэнэ очир), 몸짓과 표정이 다양하고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이다.

에르덴 오초르와 커피를 마시며 쉬려는데 집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와 정신없게 말을 건네며 질문들을 한다.

"술을 마셨나?"

발음이 약간 꼬이는 듯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여자는 자신의 와이프라며 소개를 한다.

오드바야르, 40살이라며 소개를 하던 남자는 에르덴 오초르와 장난을 치며 말을 한다.

"에르덴 오초르, 49살! 모, 모!"

"에르덴 오초르 49살이라고?"

농담인가 싶었는데 앞니가 빠져있는 검게 탄 얼굴의 에르덴 오초르는 49살이 맞는 것 같다.

번역기를 줘가며 한참 동안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들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여 그들을 따라간다.

오드바야르의 집은 에르덴 오초르의 집과 한 건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건너 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20평 남짓의 방이 네 개가 있는 작은 단층 집은 각자의 출입문을 달고 나누어져 있는 구조다.

철도변에 4개의 집이 있어 다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집의 반대편 문으로 들어가니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집안의 구조는 모두 똑같다. 현관처럼 작은 공간이 있고 안쪽 문을 열면 작은 부엌 그리고 안쪽에 넓은 방이 하나 있다.

오드바야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고, 큰 딸은 9살인데 우리의 12살 정도로 보인다.

한국 드라마 채널이 켜진 방에서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오드바야르와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나는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지만 복잡한 곳이다. 한국에 가면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드바야르. 도르고비에서 바트보르드도 같은 말을 한다.

툴가에게 몽골인들이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 걱정스러움이 생겨난다.

만만치 않은 외국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을 생각하면 애써 말려보고 싶기도 하지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단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막연한 한국 생활의 기대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정보들을 알려주고 그들의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뿐.

"준비를 많이 해서 가라. 그리고 한국에 가게 되면 나에게 연락해."

몽골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 유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툴가가 구체적인 것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일 나의 몽골 친구와 통화하자. 그가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툴가라면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들과 한국에서의 경험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

대단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상기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오드바야르.

페이스북과 메신저를 등록하고 11시가 다 되어 에르덴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로 캔디크러쉬 사가를 하고 있던 에르덴 오초르, 얼굴이 익숙해지니 동네의 착한 형처럼 그 나이로 보인다.

방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핸드폰을 드려다보는 사이 에르덴 오초르는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린다.

나를 위해 켜두었던 TV를 꺼주고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부엌과 방의 내부를 훑어보아도 스위치가 보이질 않아 그대로 두고 잠을 잔다.

초원의 캠핑을 생각하며 한가롭게 달리던 라이딩이 기분 좋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모래폭풍과 함께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다.

여행의 피로와 어려움으로 마음이 내려앉을 때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움을 쌓아간다.

"여행이란 참 알 수가 없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6일 / 맑음 ・ 20도
자민우드
하루를 더 자민우드에서 쉬며 캠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6시간

주유소
슈퍼마켓
00Km / 00분
00Km / 00분
숙소
자민우드
숙소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믹스커피 한 잔을 들고 숙소 밖으로 나온다. 프런트에는 어제의 여직원이 아닌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바로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어제의 눈치 없던 직원과 달리 업무에 능숙하고 친절하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방으로 주세요."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도 제대로 된 몽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어렵게 비슷한 뉘앙스의 번역을 보여주니 뜻을 이해했는지 번역기에 알았다는 몽골어를 써준다.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파나요?"

한 번 더 가솔린을 번역해서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국경 근처의 주유소를 가리키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몽골어가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눈치와 센스의 문제야!" 

어제 숙소에 와 의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직원과 대화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직원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겠다 생각이 든다.

전산이 없이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하는 자민우드의 숙소, 마치 몽골어가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보인다.

방으로 올가와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바로 내려온다. 숙소 입구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핸들이 요란하게 흔들거린다.

이내 가벼운 핸들에 적응을 하고 천천히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국경이 있는 주유소로 도로를 따라간다. 

몽골도 중국처럼 80, 92, 95의 숫자를 붙여 휘발유를 판매한다. 80번은 디젤이고 92와 95는 가솔린인데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무실에 있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연료통과 함께 번역기로 가솔린을 보여준다. 약간 의아해하며 안된다는 X 표시를 두 팔로 표시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버너로 음식을 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뜻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계속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가솔린을 팔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작은 버너 연료통만큼은 팔 수가 없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10리터의 커다란 연료통을 가져오더니 그곳에 가솔린을 받아 버너의 연료통에 넣으라고 제스처를 한다. 

"얼마에요? 1리터만 주세요."

핸드폰을 주니 2,000의 숫자를 적어준다. 1리터에 900원 정도의 가격이니 중국과 휘발유 가격은 비슷한 것 같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2,000투그릭를 주니 주유기 측면에 붙어있는 곳에 숫자를 누르고 큰 휘발유통에 휘발유를 넣어준다.

버너의 연료통에 부으라는 제스처를 하며 주유소 건물의 측면 모래밭으로 안내해주며 양동이을 건네준다.

"브로, 남자는 함부로 흘리지 않아. 걱정 마!"

필요한 만큼만 연료통에 휘발유를 담은 후 남은 휘발유는 직원에게 돌려준다. 무려 75일 동안 사지 못했던 가솔린을 몽골에 넘어와 쉽게 산다.

"됐다. 버너의 연료도 샀고." 

돌아오는 길 자민우드 초입에 있는 작은 공원의 탑도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직원에게 빨간 연료통을 들어 보이니 빙긋 웃는다.

"이제 남은 위안화를 환전해 볼까."

중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위안화는 505.5위안이 남아있다. 8만원 정도의 금액이니 어제 ATM에서 찾아 쓴 투그릭과 합치면 울란바토르까지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숙소 앞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며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측면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며 환전하는 곳을 물어보니 다행히 한 사람만이 창구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가한 창구이다.

"번호표 같은 게 설마 있나?"

주위를 둘러봐도 번호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고 은행 창구에도 딱히 순번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이질 않는다.

환전 창구로 가 바닥에 그려진 안내선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뭐라고 쓰여있는 걸까? 여기서 대기? 가까이 오지 마시오? 줄을 서시오?"

어느새 익숙해진 위안화. 남은 0.5위안은 기념으로 넣어두고 505위안을 환전할 것이다.

한 사람밖에 없어 빨리 환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행 직원은 계속해서 지폐를 세는 카운터기를 돌리며 오른쪽과 왼쪽의 카운터기를 모두 사용해 무언가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무래도 지폐의 종류가 많고 금액에 따른 지폐의 숫자가 많아 반복적으로 카운터기를 돌려야 하는 것 같다.

"야, 이 동네는 돈 세느라 하루가 다 가겠네."  

20분 넘게 돌아가는 카운터기의 숫자들만을 구경하는 사이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지폐 확인이 끝나고 내 차례가 돌아온다.

위안화를 보여주며 환전을 하고 싶다고 하니 환전 신청서 같은 것을 건네준다. 환전할 금액과 이름을 적으라 알려주고 뒤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서명을 하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부르더니 무언가를 상의하고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

"핸드폰 번호를 적으라고?"

몽골 유심을 사며 핸드폰 번호가 생겼기 때문에 유심카드를 확인하고 당당하게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었더니 재미있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한 다발의 투그릭을 건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환전 영수증을 주고.

처음보는 돈들을 조금 건네준다.

"금액이 맞나? 왜 이렇게 조금 주지. 만수르가 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게."

20,000투그릭, 10,000투그릭, 5,000투그릭, 1,000투그릭 그리고 잔돈들까지 해서 1위안당 391투그릭으로 환전을 해준다.

"무슨 지폐가 이렇게 많아. 주체할 수가 없네."

숙소로 돌아오니 여직원이 다른 방 키를 흔들며 나를 부른다. 와이파이를 확인하라며 함께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해서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공유기가 붙어있는 복도의 첫 번째 방을 내어주며 와이파이를 확인하라고 안내를 한다. 활기차게 모든 안테나를 채우고 있는 와이파이를 확인하고 OK 표시를 해준다.

4층으로 올라와 짐들을 나눠 들어주고 3층으로 방을 옮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글을 벗고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다. 방을 옮기며 꼼꼼하게 남겨둔 물건이 없나 확인을 했는데 안경을 빠뜨리고 온 모양이다. 

다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안경을 놓고 왔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경'이라고 한국말을 하니 한국말로 대답을 한다.

"한국말을 하시네요?"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405호에 안경을 놓고 왔나 봐요."

"알았어요."

작은 도시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자민우드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어제의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그녀가 추천해 주었던 세 번째 메뉴 스팀 비프를 주문한다. 감자와 함께 모양 좋게 나온 음식은 제법 괜찮았지만 어제의 파인애플 치킨보다는 조금 맛이 덜하다.

몽골 숙소에서는 물은 큰 물통을 통째로 준다.

캠핑을 대비해 무거운 무게를 감내하며 들고 다녔던 고용량 보조 배터리도 충전을 시켜 놓고 음식들을 사기 위해 기차역 앞의 마트로 간다.

2중으로 되어있는 나무 문이 항상 닫혀있는 자민우드의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무엇이 있나 천천히 매장을 둘러본다.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뾰족구두 신사화처럼 생긴 동물의 특수 부위도 통째로 있다.

"이게 대체 어느 부위인 거야? 혓바닥인가, 턱인가?"

매장 곳곳에서 한국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박카스와 레츠비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까지 있다.

일단 두툼한 햄과 빵 그리고 잼을 사들고.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몽골의 즉석 식품도 무게가 가벼워 하나 사둔다.

과자와 쵸콜릿 등을 조금 골라 담고 계산대로 가 어떻게 계산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와 똑같이 바코드를 찍으며 쉽게 계산을 한다. 단지 카운터의 책상 서랍에 엄청난 양의 지폐들이 꽂혀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계산을 끝내고 마트 내에 있는 문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라 사 먹었는데 엄청나게 달아서 먹느라 힘들다. 

마트 2층에는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옷 가게 같은 것이 있고 분위기는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으려던 파인애플 치킨을 포기하고 매운 컵라면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몽골에서 파는 매운 컵라면에는 중국처럼 플라스틱 포크가 들어있다.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까 생각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몽골 라이딩을 위해 짐들을 재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양치와 세수를 하려고 칫솔세트를 열어보니 세트 상자에 세면도구가 모두 들어있다.

숙소에 들어와 비누와 샴푸를 찾아도 없어 가지고 다니던 세면도구를 사용했는데 이곳에 한꺼번에 들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빗은 중국이나 여기나 필수품이구나."

패니어의 짐들을 풀어 헤치며 중국 남부의 빗속을 달리게 도와주었던 6위안짜리 고무장갑을 버린다.

"잘 썼다. 당분간 비 맞을 일이 없으니 여기까지."

패니어의 짐들을 가지런히 펼쳐놓고 중국의 우중 라이딩에 맞춰져 있던 짐들을 캠핑에 적합하게 재분배한다.

렉 패니어에 들어있던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빼내고 침구류와 취사도구들을 넣고 캠핑용 식량으로 채워 넣고.

취사도구들이 빠져나간 프런트 패니어에 노트북을 옮겨 담고.

노트북이 빠져나간 리어 패니어에는 겨울옷들을 넣어 둔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리어 패니어를 뒤적이며 물건들을 꺼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많은 짐들이 어떻게 패니어에 다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짐들을 풀어헤치고 나니 마음은 개운한데 몸이 피곤해진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몽골의 초원과 사막, 높은 고산지대와 드넓은 호수를 향해 달려보자. 밤하늘을 보며 캠핑도 해보고..  

"몽골, 너를 보여줘!"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5일 / 맑음 ・ 16도
중국 얼롄하오터-몽골 자민우드
중국과 몽골의 국경을 넘어 몽골 자민우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1시간 24분
누적시간
576시간

전개로
AH3
8Km / 35분
7Km / 49분
얼롄하오터
중몽국경
자민우드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일찍 잠에서 깨었다. 위챗을 교환했던 몽골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오늘 몽골로 넘어가자!"

식당으로 내려가니 오늘은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어제 먹었던 볶음밥이 없어 간단한 빵들과 볶음면으로 식사를 한다.

패니어와 짐들을 하나씩 체크해가며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1층 프런트로 내려갔다. 왕칭옌은 출근 전인지 모습이 보이질 않고 이틀간 여러 가지 신경을 써준 숙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애인이나 부인이 없어?"

"메이요! 한국에 여자가 없는데 중국에도 여자가 없네. 중국에 여자가 없어서 이제 몽골로 가는 거야."

직원들과 농담을 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중국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중국!"

숙소를 나와 공룡공원의 건너편 얼롄하오터 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으로 간다.

자전거를 끌고 승합차와 짚차들이 있는 주차장으로 가니 '멍구'를 외치며 사람들이 다가온다.

"취 멍구, 뚸 샤오 첸?"

국경을 넘는 차량의 비용을 묻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차로 가자고만 한다. 아저씨의 차는 짚차가 아닌 승합차다.

"알았어. 얼마야?"

자전거를 바닥에 눕혀버리고 가격을 확인하니 자전거를 살피더니 100위안을 달라고 한다. 손사래를 치며 비싸다고 말하니 사람만 가면 60위안인데 자전거를 실어야 하니 100위안을 줘야 한다고 한다.

"빠스! 나 돈 없어. 빠스!"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탈탈 털어 보여주며 80위안에 가자고 하니 못 간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이내 자전거를 실으라 차로 안내한다. 숙소를 나오며 잔돈들을 모아 주머니에 80위안만을 담고 나머지는 자민우드에서 환전을 하기 위해 패니어에 넣어두었었다.

다른 여행자들을 보면 50~150위안을 내고 국경을 넘는 것 같지만 그들과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80위안도 비싸게 느껴지지만 66위안의 기차 비용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다음의 여행자들을 위해 바가지를 써가며 비용을 지불할 생각도 없고, 야박하게 몇 천 원의 가격을 흥정하느라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다. 안전하게 국경을 넘는 것이 최우선이고 나에게 80위안은 그 정도의 댓가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70위안으로 양고기를 사 먹었기 때문에 더 낼 돈도 없다.

패니어들을 떼어내 차곡차곡 차량의 안쪽에 집어넣고 자전거를 싣고.

"아저씨 사진이나 같이 찍어요!"

뭔가 서두르는 아저씨를 잡아 사진을 찍는데 자꾸 고개를 돌린다.

"50위안까지 깎으려다 만 거예요. 80위안이면 적당히 좋구만."

서둘러 탑승하라는 아저씨의 재촉에 못 이겨 승합차에 오르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아저씨는 마땅한 손님들이 보이질 않는지 광장 앞을 출발한다. 손님은 동행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아이와 할머니 그리고 나.

공룡공원을 지나 지내길을 돌던 차량은 다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에서 차량을 세운다. 가족으로 보이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짐들을 싣고 차량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내 북적북적해진 승합차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한국 사람! 같이 사진 찍어요."

흔들거리는 차량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자 하니 모두들 거부감 없이 흔쾌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준다.

각자가 붉은색의 몽골 여권을 손에 들고 있어 몽골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중국, 한국, 미국 등의 출입국 스탬프가 빼곡하게 찍혀있는 여권을 보여주며 각 나라들의 스탬프들을 설명해 준다.

"우와, 많이도 다녔네! 뭐 하러 간 거예요?"

번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글 번역기를 여러 번 검색하여 보여준다.

"여행요."

앞자리에 앉아 무릎을 맞대고 있던 젊은 남자아이가 한국말로 짧게 대답을 한다. 스치듯 들려온 한국말이 낯설게 느껴지고 방금 전 한국말로 답변을 한 남자아이를 쳐다본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할 줄 알아?"

툴가, 한국 이름이 대원이라는 젊은 아이는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몽골의 학생이다. 5년 정도 어학원과 대학을 다니며 수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지금은 휴학 중이라서 몽골에 와 있다고 한다.

몽골의 여행의 막연한 시작과 함께 행운처럼 찾아든 회색 후드티를 둘러쓴 이쁘게 잘 생긴 툴가와의 만남이다.

"툴가, 잘 생겨서 한국에서 인기가 많겠다."

"한국에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이삿짐센터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느라 충분히 즐겨야 할 청춘의 시간이 여유롭지만은 않은 듯싶다. 나 또한 그러한 시간을 보내왔고 지금의 젊은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20대의 시간을 현실의 삶에 묶여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고 안쓰럽다.

"툴가한테 잘 보여야겠다. 툴가에게는 많은 기회가 열려있을 테니까."

네트워크가 끊기기 전에 툴가의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등 연락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받아 놓고.

툴가와 대화를 하는 사이 승합차는 무지개 아치가 있는 중국의 국경에 이르렀다.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출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통과한 후 승합차에서 내린다.

승합차는 손님들을 내리고 오른 편에 있는 차량 출입구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정면에 보이는 중국 출입국 사무소로 걸어간다.

무지개 아치를 지나서.

얼롄하오터의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간다.

출국 심사대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특별히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는 것 같은 검문대를 통과한다.

"아, 나는 출국카드 작성해야지."

툴가의 가족들은 바로 출국 심사대로 가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그들을 따라가던 중 출국카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난다.

"어디 보자. 이름, 여권번호, 생년월일, 성명, 국가명, 서명 그리고 차량번호?"

차량번호를 공란으로 비워두고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출국심사 사진을 찍으니 보안요원이 다가오며 핸드폰을 가리킨다.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눈치 빠르게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지운 후 보안요원에게 보여준다.

"Ok? 땡큐!"

다른 요원들과 달리 싱글싱글 웃으며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라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된다.

출국카드를 작성하는 사이 사람들이 줄을 서 툴가네 식구들과 떨어져 서있으니 툴가의 식구들이 자기네 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툴가, 차량 번호는 어떻게 적었어?"

툴가도 잘 모른다하여 툴가의 출입국 카드에 적힌 차량번호를 적었다. 특별히 중요한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별문제 없이 출국 스탬프가 찍히고 심사대의 중앙에 놓인 단추들에서 서비스를 평가해달라는 한국어 안내 멘트가 나온다.

"생각 같아선 울상을 짓고 있는 스마일 맨을 눌러주고 싶은데 참는다."

툴가네 식구 중 한 명이 두리번거리다 출국 심사의 순서를 잠시 놓친 사이 큰소리의 호통을 치며 부르던 출국 심사원이다.

"좀 웃으면서 친절하게 해라. 촤식아!"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고,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E자를 보이며 끊겨있다.

"헤이, 코리안!"

퉁명스럽게 나를 부르며 요금을 달라고 한다.

"아직도 삐쳐있는 거야? 80위안 많이 받은 거잖아. 웃어 아저씨!"

출입국 사무소의 반대편으로 나와 기다리던 승합차에 올라타고 여권에는 중국 여행이 끝났음을 알리는 출국 스탬프가 찍혀있다.

"비와 산길, 황사와 주숙등록, 고산의 초원과 바람.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럼 됐다!"

국경을 넘기 전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승합차는 몽골의 국경으로 넘어간다.

몽골의 지역에 이르러 이번에는 군복을 입은 몽골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작은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여 다시 차량에서 내린다.

"이번에는 입국심사!"

2개의 입국 심사대가 있는 몽골의 입국 심사대에 사람들이 서 있고 툴가네 식구들을 따라가던 중 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인다.

"툴가, 난 입국 카드를 써야 하는데. 입국 신고서가 어디에 있지?"

입국 신고서의 서류함에는 종이 쓰레기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입국 심사원에게 건네받은 입국 신고서를 툴가에게 건네받고 입국 신고서를 작성한다.

"이름, 생년월일, 성명, 국가, 여권번호, 비자유형, 비자번호, 입국일, 서명 그리고 주소? 핸드폰?"

툴가가 자기의 집 주소를 적어 넣고 나머지 모르는 항목들을 공란을 비워둔다. 문제없이 입국 심사가 끝나고 몽골의 입국 스탬프가 찍힌다.

입국 심사대를 나오면 사무실과 은행 ATM 기기들이 놓여있다. 건물이 작다 보니 그 이외의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 알려준다. 무서운 모래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불어온다. 사람들이 들어가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 보니 조그마한 매점이 있다.

잠시 후 바쁘게 서두르는 아저씨의 재촉으로 승합차에 오르고 툴가의 친척은 여권을 잘 넣어두라며 바람막이의 포켓을 가리킨다.

몽골 출입국 사무소의 출입문을 통과하며 입국 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보여준다.

"이거 언제까지 보여줘야 하는 거야?"

"이제 다 끝났어요!"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를 빠져나와 툴가네 식구들은 자신들의 차량이 주차된 곳에서 짐들을 내리고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천천히 해도 될법한데 매서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뭐가 그리 급한지 재촉을 하는 승합차의 아저씨 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

"툴가네 식구들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짐을 옮기느라 바쁜 툴가를 불러 사진을 찍고 연락을 하겠다 인사를 나눈다.

"헤이! 코리안!"

"아저씨 알았어. 사진 찍고 갈게! 왜 소리를 치고 그래."

툴가네 식구들과 헤어지고 승합차는 자민우드로 향한다.

몇 분 후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자민우드에 도착하고 도로변에 자전거와 짐을 내려준다.

"아저씨! 땡큐!"

듣는 둥 마는 둥 퉁명스레 인사를 하며 떠나는 승합차 아저씨.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난 후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생소한 자민우드의 풍경을 보며 어색한 낯설음을 가라앉힌다.

"아이고 또 막막하다!"

습관적으로 고덕지도를 실행시키고 닫은 후 구글 지도를 실행시킨다.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하지만 지도상 자민우드의 기차역 부근인가 싶다. 10미터 정도 자전거를 끌고 가니 넓은 주차장에 승객을 태우려는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주차장 넘어 오래된 자민우드의 역사가 나온다.

자민우드의 기차역 광장은 오가는 사람도 없이 휑하니 비어있다.

"일단 여기가 기차역이고."

기차역을 빠져나와 오른 편에 있는 경찰서의 건물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숙소를 검색한다.

"일단 숙소를 잡고, 유심을 교체하고, 환전을 하면 되는 거지."

트립닷컴과 부킹닷컴에는 호텔이 검색되지 않고, 구글지도를 검색하여 호텔의 아이콘을 찾는다.

"현금과 온라인이 끊겨있으니 비싸더라도 알려진 호텔로 가보자!"

현재 위치가 부정확하게 나오는 구글 지도를 보며 자민우드의 역사를 기준으로 건물들을 파악한 후 내 위치를 확인한다.

"저쯤에 호텔이 하나 있겠네."

경찰서 밖에 나와 대화를 하는 경찰관에게 호텔의 위치를 한 번 더 정확하게 확인하고 호텔을 찾아 이동한다. 단순한 자민우드의 길을 따라가는데 호텔의 모습과 길이 잘 보이질 않는다. 모래가 잔뜩 쌓여있는 흙길의 골목을 갸우뚱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내가 찾던 호텔이 나온다.

모래가 쌓여있는 골목길과 허름한 집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호텔의 정문은 두꺼워 보이는 철문이 닫혀있다.

"열려 있는 거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외관과는 달리 깨끗한 실내에 프런트가 보인다. 투숙이 가능한지를 묻고 와이파이가 되는지를 물으니 방들의 가격표가 적힌 종이 노트를 보여준다. 120,000투그릭, 100,000투그릭, 60,000투그릭.

"알았어. 환전은 어디서 해?"

중국 돈을 보여주며 환전을 하는 제스처를 해도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야, 이거 몽골 큰일 났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60,000투그릭이 적힌 노트만을 자꾸 보여준다.

"중국 돈밖에 없어. 중국 돈 받아?"

곁에서 이 관경을 지켜보던 젊은 여자가 노트에 '1위안=370투그릭'이라고 적어 보여준다. 핸드폰 환율기를 확인하니 1위안이 390투그릭 정도 하는 것 같다.

"이 누나, 여기서 달러 장사를 하려고 하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속아주는 게 편하다. 200위안을 주고 숙소비를 결제하고 잔돈을 받아든다.

자전거를 안에 들여놓을 수 없다 하여 호텔 정문의 난간에 묶어두고 프런트 직원과 짐을 나눠들고 4층으로 올라간다.

"정말 자전거 1층에 넣어두면 안 돼? 밖이 안전해?"

안전하다며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만들며 싱겁게 웃는다.

숙소의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회화 어플을 뒤적거려 '환전은 어디서 해요?'를 찾아 보여줬더니 이번에는 잘 알아들었지만 몽골어로 설명을 해준다.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해도 지도앱으로 잘 찾지를 못하고 은행 표시가 되어있는 아이콘을 가리키니 그제서야 맞다고 한다. 은행은 숙소의 골목을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있다.

중국의 남은 위안화를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지만 ATM 기기가 있는 창구만이 열려있고 은행의 사무실은 닫혀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환전하는 곳을 물으니 위쪽으로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작은 은행 건물을 한 바퀴 돌았지만 출입구는 없고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른 은행들이 있던 자민우드 기차역으로 나간다.

넓은 광장에 작은 간이역처럼 오래된 자민우드의 기차역.

기차역 앞에 ATM 기기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한가한 역전의 광장을 보며 그제서야 오늘이 일요일임을 깨달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요일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다.

어쨌든 숙소의 결제를 위안화로 해두어 특별하게 큰돈이 필요하지 않아 급할 것은 없다. 자민우드의 역사를 돌아 기차는 타는 곳을 구경한다.

겨우 10km 정도를 넘어왔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건물들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트인가?"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가게의 두꺼운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슈퍼네!"

웬만해서는 문을 닫지 않는, 문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중국과 달리 이곳의 모든 상점은 두꺼운 문들이 굳게 닫혀있다. 한자로 된 중국 상점들의 간판을 읽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이곳은 도무지 어떤 가게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양의 슈퍼마켓이다. 중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냉장 시설을 갖춘 슈퍼마켓이 여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제품이 엄청 많구나. 내일 캠핑을 할 장을 봐야겠다."

슈퍼를 잠시 둘러보고 몽골의 통신회사인 유니텔, G모바일, 스카이텔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게로 들어간다. 편의점 같은 작은 가게인데 핸드폰의 소모품들도 함께 팔고 있다.

핸드폰을 가리키며 유심카드를 말하자 바로 알아듣고 모빌콤과 유니텔의 유심을 보여준다.

"모빌콤 20,000투그릭 5G, 유니텔 10,000투그릭 데이터 메이요!"

"데이터가 없어?"

툴가의 가족에서 몽골에서 네트워크가 좋은 통신회사를 물었을 때 유니텔이 시골에서도 잘 터진다고 알려주어 유니텔의 유심을 사서 쓸려고 했었는데 데이터가 없다고 한다.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아 몰라. 망해도 5,000원이야. 유니텔로 줘."

숙소비를 결제하고 남은 잔돈으로 10,000투그릭을 주며 핸드폰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 유니텔 유심을 구매한다.

중국 여행 기간 동안 수고한 차이나유니콤의 유심을 제거하고.

몽골의 유니텔 유심으로 교체한 후.

핸드폰을 재부팅하고 PIN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 창에 유심카드에 적힌 핀 번호를 입력한다.

"이건 뭐라지?"

핸드폰에 데이터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APN 설정 같은 것이 또 있는가? 일단 툴가에게 전화를 해서 번호도 알려주고 물어보자."

75일 만에 생긴 핸드폰 번호로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데이터 없이 통화만 되는 유심카드가 있는지 물오본다. 유심 연결과 함께 날아든 통신회사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해도 데이터 연결은 되지 않는다.

문자로 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데이터가 안되다 보니 그림 파일 전송이 되질 않는다.

"형, 따로 4G 사요."

툴가에게 위챗을 쓰는지 물었지만 위챗은 쓰지 않고 카톡이 있다고 한다. 툴가의 카톡을 등록하고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숙소로 돌아와 툴가에게 유심칩 카드를 보내준다.

"이건 통화만 되는 건가?"

"네 이것은 안돼요!"

"힝!"

"가게에 가서 데이터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근처의 유니텔 통신사의 매장이 있는지 숙소의 여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눈치가 전혀 없는 여직원은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느라 바쁘다.

"일단 다시 가게로 가보자."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은행의 ATM 서비스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붐빈다. 3개의 기기 중 양쪽의 기기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기가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가끔 카드를 잡아먹는 ATM 기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기를 기다렸다 사용했었다. 영어 서비스가 되는 ATM 기기에서 50,000투그릭을 찾아서 기차역의 편의점으로 다시 찾아간다.

기차역의 주차장은 오전에 비해 차량들이 많이 빠져나가 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갑자기 붐빈다.

일단 펩시 콜라 하나를 사들고 결제하려니 가격을 말하려던 여주인은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계산기에 1,500을 눌러 보여준다.

몽골의 물가는 환율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리 물가의 0.45 정도의 수준이니 쉽게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툴가에게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을 몽골어로 적어달라고 하니 영자로 몽골어를 적어 보내준다.

"몽골도 영자로 글자를 치니?"

"영자로도 쓸 수 있어요."

중국처럼 몽골도 발음들을 영자로 쳐서 메시지를 보내고 읽을 수 있는가 보다.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툴가가 적어준 메시지를 아주머니에게 보여주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니 문자창을 열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 툴가에게 답장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며 툴가의 전화번호를 눌러주니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자를 보낸 후 나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내가 숙소에서 해봤던 것인데!"

몽골 유니텔의 유심의 사용 현황을 알아보는 방법인데 숙소에서 네이버를 검색해 설명대로 해서 데이터가 없는 유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1423번에 문자 메시지 Help를 보내면 유니텔의 데이터 사용에 따른 가격표들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해당 상품을 적어 보내고 세 번째로 On 메시지를 보내면 현재 가입되어 있는 통신 상품의 현황이 보여준다.

"아, 이게 가격표였구나."

캠핑을 하며 데이터 테더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용량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30일 50G의 상품을 가리키며 50,000투그릭을 아주머니에게 준다.



핸드폰 번호를 물어 유심카드에 적힌 번호를 보여주니 작은 단말기에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고, 핸드폰으로 1432로 문자들을 보내자 데이터가 연결되었다는 문자가 날아든다.

"몽골은 이렇게 유심을 충전해서 사용하는구나."

그냥 우리의 교통카드 충전하듯이 통신사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가게에 들어가 요금만 지불하면 충전이 된다.

"됐다. 숙소도 잡았고, 돈도 찾아봤고, 핸드폰도 연결을 해놨으니 이제 밥이나 먹자."

숙소 앞 ATM 서비스로 다시 돌아가서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다시 찾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ATM 서비스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영어 서비스로 차분하게 기기의 안내를 살펴 가며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찾는다.

우리처럼 카드가 먼저 나오고.

5,000투그릭 지폐의 돈이 나오는데 돈다발이 나온다. 마치 10만원을 5천원권으로 찾는 기분이다.

"왠지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숙소로 돌아오는 골목 단층의 흙집들과 모래 바닥 그리고 매운 컵라면 쓰레기까지.

호텔의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다.

깨끗한 실내가 마음에 들고 짧은 영어가 되는 발랄하고 귀여운 몽골 여자아이가 주문을 받는다.

"What do you recommend here?"

영어를 받아 몽골어로 번역하던 여자는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 그리고 스팀 비프를 생글생글 웃으며 추천해 주었다. 생기가 있고 좋은 기운을 갖은 사람이다.

양이 얼마만큼인지를 몰라 세 가지를 모두 달라고 한다.

"Three meals?"

"Is it a lot of food to eat alone?"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을 추천한다.

"그래, 그렇게 줘!"

커피를 마실 건지를 묻더니 밀크 커피 한 잔을 내어주고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며 웃는다.

잠시 후 음식들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에피타이저의 수프가 나올 줄 알았는데 커다란 닭고기 국이 나왔다. 제법 맛이 나는 국물인데 찰진 흰밥이 먹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국물 요리네."

곧이어 잘 구워진 파인애플과 치킨이 올려진 메인 메뉴가 나오고 입맛이 군침으로 요동을 친다. 샐러드와 감자, 잘 구어진 치킨과 맛있는 소스를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고 있으니 마치 중국을 떠나온 지 몇십 년이 지난듯한 느낌이다.

닭고기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워주고 식사를 마친다.

계산을 하려니 여자아이가 잘 안되는 영어 발음으로 가격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냥 숫자를 적어줘."

워낙 금액들의 숫자가 크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쉽게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고마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 '고마워'의 발음을 알려주고 웃으면서 식당을 나온다. 언어에 대한 감각과 재미를 알고 있는 여자 아이다.

몽골의 콘센트는 중국과 다르지 않다. 220V 전압을 사용하고 둥근 모양과 일자 모양 그리고 삼지창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한다.

나무로 된 방문은 열쇠를 사용해서 잠그고.

중국의 비와 흙먼지들 때문에 여러 차례 고생을 하고 패니어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U락을 꺼내어 자전거를 한 번 더 묶어둔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중국에서는 자전거 분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몽골의 분위기는 잘 모르니 일단 안전하게 잠가둔다.

숙소에 쉬면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와이파이가 너무 약해 사진을 업로드 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복도의 마지막 방이라 와이파이가 잘 잡히질 않는다.

"이것까지는 올리고 자야 해. 내일부터 초원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고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자민우드의 석양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여유롭다 느껴진다.

4, 5분이면 될 사진의 업로드 시간이 6시간이 넘게 걸렸다. 12시가 넘어서야 업로드가 끝나고 하루를 정리한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뜻하지 않은 좋은 친구를 만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낯선 여행길에서 크던 작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땡큐, 툴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4일 / 맑음 ・ 12도
얼롄하오터시
중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여행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5시간

숙소
숙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얼롄하터
바수이전
얼롄하터
 
 
5,43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의 휴식으로 무거웠던 피로들은 사라졌다.

어제 방으로 들어왔던 아주머니는 조식권을 테이블에 놓고 갔나 보다.

7시 30분, 식당으로 일찍 내려가니 어제 보지 못했던 볶음밥이 메뉴에 있다. 중국의 북서부 지역은 특히나 만두로 아침을 즐겨 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소량의 볶음밥을 모두 담는다.

중국 여행의 밀린 일기들을 정리하며 오전과 오후의 시간을 보낸다.

위챗의 아이디를 확인했던 남자에게 짧은 메시지가 왔지만 내일의 출발 가능 시간에 대한 답변이 없다. 그가 아니더라도 공룡 광장의 건너편에는 몽골로 넘어가는 차량들이 많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정리한다고 했는데, 노트북이 고장 나며 밀려있던 일기들이 제법 많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해 둬야 할 텐데."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는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그때의 시간들과 느낌들을 남겨두고 싶은 것뿐.

혹여 나처럼 불량하고 무모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의 여행에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시간들을 정리하다 보니 해가 저물며 어둠이 내려앉는다.

"배가 출출한데, 어제 먹은 양고기가 생각나네."

몸이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무조건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었던 가게로 들어가니 저녁인데도 별로 손님이 없다.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니 알아보며 손 인사를 한다.

생각할 것 없이 어제의 메뉴 그대도 주문하고, 잔 술이 백주도 달라고 말한다.

"두 번째 오니까 고기양이 조금 더 늘었나."

"밍티엔, 워 취 멍구!"

짧은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고 가게를 나온다.

내일이면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한국을 떠날 때보다는 가볍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설레고, 무겁고, 두렵고, 흥분되고, 머물고 싶고, 떠나고 싶고 등등의.

"이제는 중국이 제법 편해졌는데,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아니지. 쉬더라도 내일 몽골 자민우드로 넘어가서 쉬자."

"가자!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몽골로."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3일 / 맑음 ・ 10도
얼롄하오터시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120km 넘게 라이딩을 한 탓에 몸이 쇠덩이처럼 묵직하다. 겨우 조식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2시간 56분
누적시간
575시간

시내길
공룡공원
5Km / 21분
10Km / 1시간 35분
얼렌하터
중국국경
얼렌하터
 
 
5,43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오른쪽 어깨가 쑤셔온다.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패쓰하고 9시 30분 조식을 먹기 위해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조식 타임이 아니었다면 오전 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위챗의 메시지와 함께 피드의 댓글로 응원의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어제 인사를 못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내려가 남아있는 음식으로 접시를 채우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판, 미판 메이요?"

여러 가지 종류의 만두와 빵들이 메뉴들이라 볶음밥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양고기 내장탕 같은 것에 고수를 가득 올려 한 그릇 담아 놓고 보니 이건 밥과 함께 반주를 곁들여야 제격일 듯싶다.

"저쓰 썬머?"

조죽과 빵, 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과일을 먹으며 식당 정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과일의 이름을 물어본다. 주점들의 조식을 먹으며 자주 먹던 과일인데 섬유질이 풍부하고 달지 않아 제법 맛이 있었다.

"화룡과!"

"엉? 이게 화룡과었어!"

원피스의 능력자 열매처럼 생긴 화룡과의 맛이 궁금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먹었던 디저트 과일이 화룡과다.

"..."

식사를 하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몽골로 넘어가는 방법들을 물어보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너네 동네인데 왜 몰라?"

고덕지도의 얼롄하오터에서 몽골의 자민우드 방향으로 끊겨있는 도로에 국경 검문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 계시던 관리 아저씨마저 보이질 않고.

"국경 검문소가 어디에 있어?"

한참을 이것저것 뒤적이고 주변에 전화를 하던 호텔 여직원이 그 길이 맞다며 알려준다.

"前进路!"

얼롄하오터의 치엔진루(前进路, 전진로)의 끝에 국경 검문소가 있는 것 같다. 숙소에서 자민우드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거리.

"일단 가서 확인해 보자!"

따스한 햇살 아래 거세게 불어오는 강풍, 일기 예보대로 강한 바람이 서쪽으로부터 불어온다.

20여 분 얼롄하오터의 한적한 시내길을 달려 전진로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무지개 아치가 세워진 검문소와 뒤편으로 출입국 관리소 같은 건물이 보이고, 몽골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검문소까지 다가가 자전거를 세우자 검은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이 다가온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취 몽구! 쯔싱처, 커이취마?"

자전거를 가리키며 여기로 갈 수 있는지 물으니 보안요원이 무언가 안내한다. 번역기로 번역을 하려니 구글 번역기가 먹통이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것인지 며칠 동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파파고를 돌려보지만 역시나 반응속도가 느리다. 보안요원의 말을 복사하여 파파고에 붙여넣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요원이 다가와 제재를 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노노! 번역기!"

"번역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고 제재하려던 요원에게 눈치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번역기라고 한국말을 하니 어리둥절하니 나를 쳐다만 본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지나갈 수 없고 차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

파파고에 번역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니 두 번째로 다가온 요원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더니 짧은 영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언더스탠?"

"오케이, 땡큐!"

짤게 설명을 한 남자는 첫 번째 요원에게 우쭐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시크하게 돌아간다.

보안 요원이 가리키던 곳, 사람들이 길가에 서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1번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이내 유턴을 하여 반대 방향으로 넘어간다.

"아, 이건 여기까지만 운행하는 중국 버스인가 보다."

"몽골로 어떻게 넘어가는 거야? 지아오강강도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는데."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곁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번역기도 불통이다.

사람들은 낡은 짚차들이 도로변을 지나치면 손을 들어 차를 잡으려 하고, 낡은 짚차 안에는 보통 4, 5명의 사람들이 오밀조밀 뒤자석에 앉아있고 차의 뒤쪽에 짐들이 가득 실려있다.

"아, 국경을 넘어가는 짚차를 얻어 타는구나!"

나와 함께 한참 동안 길가에 서있던 부녀가 짐들을 들고 짚차에 올라타고.

짚차를 잡아주었던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몽골에 가냐며 말을 건다.

"차를 타는데 얼마예요?"

"150위안."

"자전거도 실어줘요?"

중국어를 하는 아저씨에게 짧은 질문들을 하고 패니어와 짐들이 많다는 내용을 번역하려니 번역기가 다시 먹통이 된다.

"젠장, 꼭 중요할 때 이래."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이 요금을 높게 요구할 것이라며 최대한 깎으라고 알려주었다. 지아오강강에게 위챗을 하여 150위안을 달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내니 자신들도 그 정도 요금을 냈다고 답장을 한다.

"2, 3km 정도 가는데 150위안이면 되게 비싸네!"

"일단 알았으니 돌아가자."

비싼 요금을 차치하고 아무리 중국과 몽골의 국경이라고 하지만 대책 없이 길가에 서서 국경을 넘는 차량들을 잡아탄다는 것이 너무 고전적이고 투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짚차들이 출발하는 데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국경을 넘는 비용과 2, 3일 얼롄하오터에 머무를 경비를 찾는다.

"이틀치 숙박비 300위안, 국경 차량비 150위안, 밥값으로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몽골에서 환전을 하면 되겠다."

숙소 근처에 있는 얼롄하오터역으로 가본다.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나? 150위안은 너무 비싸잖아. 그리고 대책 없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것도 난감하고."

예전의 역사처럼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왼편에 국제선, 오른 편에 국내선의 기차역이 새로 들어서 있다.

자민우드까지 기차표와 수수료를 포함하여 66위안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다.

"쯔싱처, 취부러!"

빵과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로 자민우드를 갈 수 없다고 알려주고 몽골에 가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본다.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정신을 팔고 있던 여직원은 정말 자전거로 갈 수 없냐며 나에게 되물어 본다.

"그래, 못 가. 차를 타고 가야 해! 이런 건 남자들이 잘 아는데, 아저씨는 어디 간 거지."

여직원과 몽골에 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내가 몽골에 가는 법을 안다! 그들은 서쪽 광장에 모여있다."

중년의 남자가 몽골로 가는 차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다가온다. 고덕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을 알려달라 부탁하니 숙소 근처 공원의 건너편 주점을 가리킨다.

"여기에 몽골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 씨에씨에! 뚸 샤오 치엔?"

"빠스!"

중년의 남자는 가위 모양의 손가락 숫자를 보여주며 80위안이라고 말한다.

"너는 나보다 더 모르니?"

"맞아! 여기에 있어!"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타박을 하는 제스처를 하니 그제서야 공원의 건너편에 몽골 사람들이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여기 맞아? 공원 쪽이야 아니면 공원 건너편이야?"

여직원은 공원의 건너편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뚜이, 뚜이!"

"하하하. 근데 너 이름이 뭐니?"

"왕칭옌(王青燕, 왕청연)."

드라마와 오락프로를 보며 웃느라 바쁜 통통한 몸매의 왕칭옌은 성격이 밝고 유쾌한 여자 아이다.

어제 저녁 숙소를 잡고 지나쳐 왔던 곳, 단체로 춤을 추던 공원의 길 건너편 공룡 모형이 사거리에 놓여있는 공롱광창(恐龙广场, 공룡광장)이다.

몽골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가는 중 도로변의 상가 앞에서 물건들을 싣거나 내리는 몽골 번호판의 짚차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물건들을 나르는구나."

거리의 간판들에는 중국어와 중국 몽골어 그리고 몽골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공룡광장 건너편 얼롄하오터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 앞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물건을 싣는 짚차들과 몽골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몽골의 이동통신을 취급하는 노점도 보이고.

상가의 앞은 몽골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몽골에 가는지 묻는다.

"밍티엔, 취 몽골."

자전거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으니 옆을 지나가던 마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90위안이라고 한다.

"지우쓰, 나인티!"

"아저씨, 80위안인 거 알고 있어요!"

자전거와 함께 짐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핸드폰에 들어있는 자전거의 사진을 찾는 동안 젊은 남자가 갑자기 영어를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젊은 남자.

"I have a bike and baggage."

"Ok. Are you going to Mongo?"

"Zamyn-Uud. I'll go to Zamyn-Uud. tomorrow!"

젊은 남자와 내일 자밍우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90위안을 말했던 중년의 남자가 이번에는 80위안이라며 '빠스'를 외치고 있다.

"아저씨, 50위안에도 갈 수 있다는 거 다 알아요!"

젊은 남자는 중국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핸드폰이 없다고 말하고 위챗으로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젊은 남자에게 친구등록을 해달고 한다.

젊은 남자는 위챗등록을 한 후 내일 연락을 하라며 바쁘게 돌아가려고 한다. 젊은 남자를 불러 악수를 청하고 내일 연락을 주겠다 말한다.

"땡큐!"

시크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젊은 남자.

"브로, 남자는 시크해야 해.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일단 몽골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거리에 공룡의 모형이 있는 광장이 왜 공룡광장인지는 모르겠다. 넓은 광장에는 놀이기구를 타는 몇몇 사람들만이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없다.

"멍구렌!"

숙소로 돌아와 왕칭옌에게 위챗을 보여주며 몽골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려주니 따라서 웃는다.

밥 먹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무엇이 먹고 싶냐며 되묻는다.

"로우, 양로우! 肉, 羊肉!"

근처에 맛집이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람들과 이것저것 대화를 한 후 숙소에서 한 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쩌리, 하오츠마?"

"뚜이!"

10분 정도 왕칭옌이 알려 준 식당으로 걸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아무것도 없이 가게가 휑하다.

"에헤, 중국에도 둥이짓을 하는 애가 있네!"

잠시 근처의 식당들을 둘러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식당들은 낮에는 불을 꺼놓아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들어선 식당 역시 불이 꺼진 채 조리복을 입은 아저씨가 소파에 누워있다.

가게로 들어선 나를 보며 놀라 일어나는 주인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니 한 명이냐며 묻는다.

"이거. 커이 츠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메뉴를 보여준다.

"너는 닭고기와 양고기를 먹을 수 있다."

메뉴판에 있는 돼지고기 고추볶음은 중국여행을 하며 너무 많이 먹었던 메뉴라 고수와 양고기가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밥을 달라고 말한다.

"몽골로 가는 차비 70위안을 아꼈으니 그것으로 양고기를 먹을 테야!"

주인이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보는 원재료들이 들어있는 냉장고.

엄청나게 큰 고추.

"피망인가? 어쨌든 부럽네!"

둥글둥글한 가지.

요상하게 생긴 버섯.

그리고 술.

큰 술병에 밸브를 달아 잔으로 파는지 500ml에 20위안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카운터 뒤편으로 모시는 신의 제단이 있고.

잠시 후 향긋한 양고기 볶음이 나온다.

고수가 조금 들어가 있어서 아쉽지만 적당히 매콤한 양고기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다.

"아, 뭔가가 빠졌어!"

아저씨에게 술병을 가리키니 술병 위에 놓인 비이커를 꺼내어 보여주며 150ml의 눈금을 가리키고 6위안이라고 말한다.

"위에 놓은 술병은 42%, 아래 놓인 술병은 40%."

풍미가 좋은 양고기와 향긋한 중국 백주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중국의 술과 고기 맛을 이제서야 알겠네."

이국적인 건물들과 맑은 하늘의 얼롄하오터, 거리를 거닐며 숙소로 돌아간다.

오래된 골목도 구경해 보고.

숙소 앞에 놓인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강풍을 못 이기고 넘어져 있다.

"왕칭옌, 이 집은 망했어!"

숙소에 돌아와 왕칭옌이 알려준 식당이 폐업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프런트 위에 있는 컵들이 무언지 물어보니 그냥 물을 먹는 컵이라고 한다. 홍보용 컵으로 보이는 것을 하나 가져가라며 손짓을 하는 왕칭옌.

방으로 돌아와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려니 졸음이 밀려든다. 오후 4시가 넘으며 밝고 환한 햇볕이 넓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따듯하게 비추고, 두꺼운 커튼을 치고 신통치 않은 어깨를 주무르며 이내 잠이 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각,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깬다.

잠을 잘 때 모든 옷을 다 벗고 자는 버릇 때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잠결에 침대 시트를 당기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와 잠시 눈이 마주친 후 다시 잠들어 버린다.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아주머니는 방을 나간다.

"몰라.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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