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3일 / 흐림 ・ 도
크워츠코
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 캠핑을 하며 하루를 쉬어 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4,386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854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크워츠코
 
크워츠코
 
크워츠코
 
 
45Km
 
 

・국가정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폴란드어, 즈워티(1즈워티=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30일무제한, 15,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8-887-46-0600

 

빗소리가 들린다. 잔뜩 흐린 하늘,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흩날린다.

"쉬자. 쉴 거야!

패니어에 들어있는 비상식을 확인한다. 라면, 오트밀, 베이컨, 요거트, 커피, 빵과 과자, 땅콩잼.

"물도 충분하고."

하루 정도 캠핑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쉬자."

쉥겐 기간의 압박도, 약속의 압박도 없는 편안함이다.

밀린 일기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예쁘네."

하루 종일 비는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내일 아침을 해결할 맥도널드 위치를 확인하고 잔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84일 / 맑음
프랑크푸르트-허브스테인
하루의 달콤한 휴식을 하고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베를린으로 향한다. "이제 산은 없겠지?"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23,215Km
이동시간
7시간 07분
누적시간
1,765시간

 
521도로
 
275도로
 
 
 
 
 
 
 
45Km / 3시간 30분
 
46Km / 3시간 37분
 
프랑크
 
오텐베르
 
헙스테인
 
 
739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다시 날씨가 흐리다. 조식 타임과 체크아웃 시간이 빠른 호스텔이라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8시, 어렵게 잠에서 깨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생각보다 호스텔의 조식은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자율배식이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소시지와 스크럼블, 시리얼과 커피로 두 접시를 비운다.

9시, 낑낑거리며 패니어들을 옮기고 출발 준비를 한다.

구글맵을 확인하니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는 것은 아주 심플한 경로다. 521번 도로를 따라가다 Gedern이라는 마을에서 275번 도로로 이어가면 될 것 같다. 100km 정도를 이동해야 하는 일정, Gedern 근처의 지형과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경로의 모양이 수상하다.

"산악지형들인가? 일단 Gedern까지 고!"

뤼머광장으로 가서 관광객들이 없이 목조건물들을 한번 더 둘러본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의 목조주택이 더 소박하고 예쁜 것 같다. 독일의 목조주택들은 색과 무늬가 더 강렬한 느낌이다.

"뉘신지?"

프랑크푸르트의 성당의 붉은 벽돌, 이후 프랑크푸르트를 떠올린다면 적벽돌의 붉은 느낌이 생각날 것 같다. 수많은 낙서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난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내의 외곽에 있는 마트에 들러 비상식을 보충한다. 큰 마을이나 도시를 거치지 않는 오늘의 경로라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지 않다.

"환불받아야지."

페트병을 수거기기에 넣으니 별 반응이 없다. 다른 것을 넣어봐도 똑같다. 모양이 찌그러져서 인식을 못하는 것인가 싶어 바람을 넣어봐도 역시나 인식이 안된다.

다른 수거함을 점검하고 있던 직원이 독일어로 무뚝뚝하게 뭔가를 말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지막 콜라 페트병을 넣으니 기기가 수거를 한다.

"뭐야? 뭐가 다른 거야?"

잠시 차이가 뭔지 생각을 해보니 바코드가 박힌 비닐포장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두 개의 페트병은 물통 케이지에 쓸리면서 비닐포장지가 뜯긴 상태다.

"에쉬, 내 50센트!"

빵, 바나나, 커피, 콜라 등을 사고, 콜라병을 확인하니 바코드 위에 환불 마크가 붙어있다. 환불마크가 있는 페트병만을 수거하는 모양이다.

"이거로군!"

오늘따라 자전거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산을 지나오며 쌓인 근육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감기 기운은 밖으로 나오니 조금 덜하고 콧물을 닦느라 바쁘지만 곧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씩 강해지는 빗줄기에 레인 팬츠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521번 도로를 따라간다. 오늘도 내비게이션과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베를린까지 시간 없어. 도로 타고 갈 거야!"

빗속에서 한참을 내달린 후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탓인지 허기짐은 없다.

"곧 맑아지려나?"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 같던 하늘이 천천히 밝아오기 시작하지만 왠지 모르게 도로는 산을 향해 다가가는 느낌이다.

"너의 의미는 무엇이냐?"

275번 도로에 접어들며 긴 오르막이 시작되고, 가슴으로 땀들이 흘러내리며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전해진다.

"비에 젖고, 땀에 젖고. 남은 건 눈물인가?"

문제의 Gedern에 도착한다. 시야에 산이나 언덕의 풍경은 들어오지 않는 평범한 작은 마을이다.

잠시 내비게이션의 경로가 엇갈리는 갈림길에서 지도를 확인한다.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며 뒤로 되돌아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여자는 도로를 따라가면 높이 올라가야 한다며 옆으로 돌아가는 작은 도로의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도를 보니 9km 정도의 거리에서 두 길은 다시 만난다.

"그럼, 알려준 도로를 따라서."

여자가 알려주는 도로는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멀리 왼쪽으로 275번 도로가 지나가는 숲길이 눈에 들어오지만 산의 높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 다시 오르막이 반복되는 사이 페달링의 힘이 떨어져 간다.

산 위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산의 정상에는 어김없이 바람개비들이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저 산과 다른 것이 무엇이었을까?"

한 시간이 지나 어렵게 275번 도로를 다시 마주한다.

"루터바흐? 여기까지 가야겠네."

4시, 일몰까지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 30km 떨어진 루터바흐까지 달려 보기로 한다.

나지막이 떨어지는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업힐의 보상을 대신하며 신나게 질주를 한다.

"좋아! 딱 20km만 이렇게."

10km 정도 이어지던 내리막은 끝나고, S자로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 바람의 방향도 맞바람으로 바뀐다.

바람을 이겨가며 느릿하게 페달을 밟는 사이 맑은 하늘빛이 얼굴을 내민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루터바흐가 가까워진다.

"동네, 참 예쁘네."

언덕 위의 집들을 사진 찍고 출발을 하려니 바로 앞에 한 남자가 서서 인사를 한다.

"한국분이세요?"

밝게 웃는 남자는 어디를 가는지 물으며 의아해한다.

"캠핑을 한다고요?"

어딘가 약속이 있어 가는 도중 나를 보고 차를 멈췄다는 남자는 오늘 밤 어디서 숙박을 하는지 묻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추운데 어떻게 밖에서 자요?"

"이 정도면 따듯한 거예요. 노르웨이에서도 캠핑을 했는데요 뭘."

잠시 고민을 하던 남자는 내가 사진을 찍던 방향을 가리키며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가라고 한다.

허브스테인, 루터바흐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이혁 목사님이다.

목사님을 따라 예쁜 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 예쁜 집이 목사님 댁인가요?"

"아니오. 시청입니다."

"시청요?"

2,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허브스테인은 과거 천주교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작은 마을이지만 시의 행정지였던 모양이다.

목사님의 교회에 들어가 사모님과 10대 후반의 원석과 인사를 한다.

수련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회는 규모가 꽤 큰 건물이다. 세미나 약속이 있어 바로 떠나야 하는 목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수련원의 숙소에 짐을 푼다. 따듯하게 샤워를 한 후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다.

"한국식 집밥이다!"

사모님, 원석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한다. 편하고 좋은 느낌이다.

우박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 하루의 피로가 밀려온다. 이내 이불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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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4일 / 흐림
포크스톤
어제부터 시작된 지독한 안개와 바람은 영국 날씨의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21,587Km
이동시간
3시간 35분
누적시간
1,609시간

 
사운드미러
 
화이트홀스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크스톤
 
포크스톤
 
포크스톤
 
 
131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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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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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4-78-7650-6895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지독한 안개와 바람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처럼 멀리멀리 날아가도 좋았을 텐데."

쉼 없이 달려온 북유럽의 겨울과 쉥겐 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모든 것이 나른하고 느슨해진 느낌이다.

비상식도, 물도 모두 떨어져 이동을 해야하지만 귀찮은 생각이 앞선다.

"대단한 안개네."

느리게, 더 느리게 짐들을 정리하고 근처의 소도시 포크스톤으로 내려간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불편한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포크스톤 시내의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비상식들을 채우고, 오랜만에 보는 매운 봉지라면도 챙겨 든다.

"오늘도 가까운 곳에서 쉬자."

맥도널드에 들러 배터리들을 충전한다. 영국에 오니 콘센트 모양도 다르고, 구글양의 거리를 안내하는 단위도 마일로 바뀐다.

"뭔가 어색하고 불편해."

어젯밤 월터는 스코틀랜드에 가면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잠시 런던만을 구경하고 빠져나가려던 영국의 여행 일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로 해서 영국을 일주해 볼까?"

6개월의 넉넉한 체류기간, 조금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피로를 풀고 싶어 진다.

 한 시간 정도 배터리를 충전하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밖으로 나온다.

"저길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복잡한 교차로들을 지나.

켄트다운즈로 오르는 산책로의 입구에 도착.

긴 언덕길을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지형이 참 이상한 곳이야."

켄트다운즈의 능선을 따라 야영지를 찾으며 길을 오르고, 도시의 불빛과 산업단지의 불빛이 화려하게 뒤섞인 전망이 펼쳐진다.

 

"좋네. 오늘은 여기서 쉬자."

 

하루면 도착할 수 있는 런던이지만 복잡한 도시의 번잡스러움이 자꾸만 발길을 느리게 만든다.

"길을 잃어버린 느낌 같네."

천천히 천천히, 아주 느리게, 더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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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3일 / 안개
포크스톤
도버해의 해안가 절벽에서 하루를 쉬며 핸드폰 분실과 함께 임시보호조치가 된 카카오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락을 기다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1,570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605시간

 
카카오톡
 
안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크스톤
 
포크스톤
 
포크스톤
 
 
114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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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을 해결하기 위해 새벽부터 누나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흐린 날의 아침,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바람이 사그라든다.

뜬 눈으로 새벽부터 누나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누나는 비가 많이 내려서 핸드폰 대리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것과 핸드폰 대리점을 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잠이나 자자."

해안가를 산책하고 낮잠도 잔다.

해가 지고 다시 바람이 시작된다. 그리고 짙은 안개가 해안가에 내려앉아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버린다.

"지독한 안개, 영국의 안개네."

바람에 텐트가 요동을 친다.

"날아가지만 말아줘."

한편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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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2일 / 맑음
도버-포크스톤
유럽 쉥겐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난 시간, 편하게 쉬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21,570Km
이동시간
2시간 23분
누적시간
1,605시간

 
파운드
 
사파이어로드
 
 
 
 
 
 
 
9Km / 1시간 30분
 
3Km / 0시간 53분
 
도버
 
에이클맆
 
포크스톤
 
 
114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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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계속되던 바람과 삐딱하게 기울어진 텐트의 불편함에도 어느 때 보다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이런 시간의 여유가 좋다."

어젯밤 어둠 속에서 찾지 못했던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내고, 떠오르는 일출을 보려고 산책로를 따라갔지만 길은 사유지로 보이는 집의 주차장에서 끊겨있다.

"오늘은 도버 근처의 야영지를 찾아서 캠핑을 하자."

런던으로 향하는 길을 멈추고 휴식을 취할 장소를 찾아 떠난다.

건너편 산등성이로 보이던 도버 캐슬을 지나간다.

"자전거를 끌고 얼마나 올라온 거야?"

어둠 속에서 산을 올라온 높이가 새삼 놀랍다. 비상식을 채우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 자전거 도로가 좋지 않은 도로의 환경보다 영국의 도로는 차들의 진행방향이 우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좌측 진행. 역주행하고 있는 느낌이잖아."

좌측 차선이 진행도 로라 어색하고, 코너를 회전할 때면 차선으로 차량이 마주 오진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도버 시가지의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비상식들을 챙긴다.

"치킨!""

오랜만에 보는 치킨에 가슴이 뛰지만 가격이 너무 도도하여 두 조각만을 사 든다.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하려니 10유로를 살펴보던 할머니 계산원이 유로화는 받질 않는다고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히 유로화와 파운드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카드결제 통장의 잔액들을 모두 안전한 은행으로 이체시켜 놓은 상태라 카드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죄송해요. 현금을 찾아올게요."

자리에 앉아 영국에서 사용할 금액만을 이체하고, 비상식을 다시 챙겨서 카드로 결제를 한다.

"현금을 찾아야겠다."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찾는다. 이제는 모든 은행의 ATM 기기와 카드 결제기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도버의 구시가에 있는 KFC로 가서 점심을 해결한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의 크기를 보니 영국의 물가도 만만치 않다.

"요게 2파운드, 요게 10센트."

영국의 동전에는 숫자가 안 보이고, 뒷면에 조그맣게 글자로 돈의 단위가 새겨져 있다.

점심을 먹으며 120km 정도 떨어진 런던으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하고, 경로를 따라 이동을 하다 좋은 곳이 나오면 바로 캠핑을 하고 쉴 생각이다.

배터리의 여유가 없어 신경이 쓰이지만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도버항으로 내려와 해안가의 풍경을 바라본다. 거대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지형의 모습이 신기하다.

새벽부터 불어오던 바람이 계속해서 거세게 이어지는 하루다.

어색하고 불편한 영국의 도로를 따라 절벽 위의 산등성이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아무래도 도버를 벗어나려면 저 산들을 넘어야 하는가 보다."

도버 외곽의 마을 길을 따라 이어지던 도로는 절벽의 언덕을 오른 뒤 고속도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몽골의 바람처럼 불어오네."

자전거를 타다 끌기를 반복하며 언덕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 가시나무에 피어오른 노란 꽃들이 너무나 예쁘다.

"이 나무에 꽃이 있었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 같은데, 노란 꽃이 핀 모습이 생경하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언덕을 오르고 오른다.

"몽골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네."

"마치 후리지아꽃처럼 이쁘네."

완만한 능선로가 이어지나 싶더니 도로가 막혀있다. 다행히 작은 문은 사람이 열 수 있는 고리로 되어있어 문을 열고 도로를 따라간다.

사유지의 목장처럼 철조망으로 경계가 나뉜 구간이 끝나고 해안 절벽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 좋다."

멀리 포크스톤 시내의 모습도 보이고.

"여기가 좋겠다!"

해안의 절벽 위에 텐트를 펼친다.

부러진 텐트의 폴대를 임시조치하고.

강한 바람이 불지만 조용한 해안가의 밤이다.

"하루 더 푹 쉬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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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1일 / 맑음
벨기에 콕세이더-프랑스 뒹케르크-영국 도버
유럽 쉥겐기간의 압박과 피로감을 피해 잠시 영국을 여행할 생각이다. 프랑스의 뒹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영국의 도버로 간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21,558Km
이동시간
8시간 13분
누적시간
1,603시간

 
프랑스국경
 
페리
 
 
 
 
 
 
 
38Km / 4시간13분
 
64Km / 4시간 00분
 
콕세이더
 
뒹케르크
 
도버
 
 
102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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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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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650-6895

 

따듯한 아침, 따듯한 침낭 속이 너무나 좋다. 사납게 불어오던 어제의 바람은 사라지고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들려온다.

"매일 이런 아침이라면 좋을 텐데."

누이에게 문제들을 해결할 도움들을 부탁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프랑스 국경을 살짝 넘어 됭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영국의 도버로 갈 것이다. 됭케르크 항구까지 30km 정도의 거리, 시간의 여유가 있어 게으름을 피운다.

구글맵으로 경로를 검색하니 해안가의 모래사장으로 경로가 잡힌다.

"해안가에 자전거 도로가 있나?"

모래바닥의 산책로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정말 넓네!"

바다의 백사장과 해안의 산책로에는 아침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고 싶은 풍경이네."

벤치에 앉아 연한 파스텔톤의 바다를 바라보며, 어지러웠던 며칠간의 마음을 달래 본다.

"여행을 떠나려 했던 지난 마음들과 발걸음이 고맙다."

 

"그럼, 프랑스와 영국으로 가 볼까!"

해안의 언덕으로 이어지던 도로가 사라져 자전거를 끌고 모래사장으로 내려간다. 해안가 쪽의 땅바닥은 조금 딱딱한 편이지만 패니어를 단 자전거의 무게로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다.

해안가를 걷는 사람들과 함께 엠티비를 타고 바닷가 근처를 질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겠네."

모래사장을 벗어나기 위해 구글맵이 가리키는 산책로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부드러운 모래가 두껍게 쌓여있어 산책로로 빠져나가는 것도 힘이 든다.

"구글맵을 믿은 내가 바보지."

해안가의 산책로를 벗어나면 이내 도로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은 푹신푹신 모래가 덮인 오솔길로 이어진다.

몇 걸음을 옮기고 쉬기를 반복하지만 지도로 보이는 산책로의 거리가 끔찍할 만큼 길다.

"설마, 계속 이런 길?"

설마 그런 길은 계속되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뜨겁게 열기가 올라오는 몸과 가쁜 숨소리 그리고 힘이 빠지며 갈지자로 풀려가는 다리, 3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한 시간이 넘도록 모래밭 끌바를 하고 있다.

"구글, 너 죽어!"

한 시간 만에 하루의 기운이 모두 소진된 느낌이다. 산책길의 입구까지 계속되던 스펀지처럼 푹신한 길이 끝을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왔던 산책로는 벨기에와 프랑스의 국경 라인이다. 과거의 국경 검문였을 건물은 작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아침부터 생고생이네."

14번째 나라 프랑스에 들어선다. 거리의 이정표와 상점들의 간판들도 국경을 지나며 프랑스어로 모두 바뀐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바나나로 허기를 채운다. 프랑스의 자전거 도로는 벨기에 보다 좋지 않고, 이마저도 가끔씩 사라진다.

차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이어가던 중 작은 마을 사거리의 정지 신호등에 속도를 줄인다. 정차된 차량의 옆으로 동양인 외모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한국분이세요? 저는 프랑스의 한국인이에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2km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다며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며 집으로 초대를 한다.

웃는 얼굴을 갖은 사람, 핀란드에서 만난 아희처럼 미소가 예쁜 사람이다.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니 여자와 그녀의 동생이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도로에서 가까운 집으로 걸어가니 그녀의 어머니는 전기밥솥을 들고 짧은 한국어로 밝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밥 먹어!"

유쾌하고 편안한 제스처가 따듯한 느낌이다. 그녀의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차고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얼굴이 고운 할머니, 사촌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행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부드러운 발음의 프랑스어가 가족들 사이로 오간다.

"왜 여행을 해요?"

"프랑스에 에펠탑이 정말 있는지 보려고 왔어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만나게 된 레오니의 가족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레오니는 교환학생으로 서울대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어를 배운 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는 집과 건물 그리고 공간의 구조들이고, 한국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공부하고 싶은 것이 도시재생이나 공동체의 구성 같은 것이다.

레오니의 가족과 함께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식사를 한다.

"오, 프랑스 가정식!"

접시들과 나이프, 포크들이 놓여있고 빵과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올려진다.

"어떻게 먹는 거지?"

"한국은 한꺼번에 먹는데, 여기는 야채를 먼저 먹어요."

첫 번째 접시에 당근채을 담아 먹는다. 당근만 따로 먹는다는 것이 재미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샐러드를 먼저 먹는 것처럼 식욕을 북돋아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

할머니께서 요리한 고기를 접시에 담아준다.

"오, 고기!"

"불고기, 한국의 불기기야!"

빵과 고기, 감자, 콩 그리고 치즈가 접시 위에 담긴다.

레오니의 통역으로 가족들과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식사를 한다.

"고기. 프랑스 식단이 좋아!"

할아버지 부부, 어머니, 레오니의 자매를 만난 것은 커다란 행운 같다.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레오니 가족을 만나려고, 모래밭에서 고생을 했나 보다."

가족들은 사촌의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여러 가지 선물을 전해준다.

"저녁에 밥 먹어!"

어머니께서는 저녁에 먹으라며 밥과 김치 그리고 조각김을 담아준다.

"피에로예요."

레오니 자매는 피에로의 인형과 과자를 건네주고, 할머니께서는 여행을 잘 하라며 프랑스의 비쥬를 해주며 프랑스어를 가르쳐준다.

"Merci!"

"메시!"

가족들의 환대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

"레오니, 이름이 어려워. 안나는 쉬운데."

"레오니는 사자야. 라이언! 레오니가 케냐에서 태어나서."

"아, 쉽네. 레오니!"

La vie est le meme que le choix entre la naissance et la mort.

"삶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선택의 과정이다."

레오니에게 명함을 한 장 더 건네주고, 명함의 뒷 면에 적어놓은 샤르트르의 말을 알려준다.

"실은, 프랑스에 쟝 폴 샤르트르를 만나러 왔어!"

구글맵에 저장된 파리에 있는 샤르트르의 묘역을 가리키며 프랑스에 여행을 온 이유를 알려준다.

"샤르트르와 보브아르를 정말 좋아합니다."

차를 타고 떠나는 가족들과 손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던 안나가 다시 달려와 작은 천고리를 건네준다.

"물고기예요."

"고마워. 패니어에 달아야겠다."

할 수 있다면 레오니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쉥겐 기간이 너무 남아있질 않다. 아쉽다.

"또 만날 날이 있겠지."

1시 반, 아쉬운 발걸음으로 됭케르크로 향한다.

그동안 어지러웠던 마음이 레오니 가족들의 미소와 함께 사그라든다.

"정말 행운이었어!"

벨기에의 자전거 도로보다 더 나쁜 자전거 도로지만 집과 거리의 풍경은 벨기에보다 매력적이다.

"만약, 십 년 전 프랑스에 왔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09년 5월,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던 뉴스 속보의 충격과 슬픔은 지루했던 삶의 방향성을 바꿔놓았다. 사표를 내던지고 오랜 시간 동안 바라 왔던 프랑스로 떠나고 싶었었다.

"글쎄, 그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처럼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내 안의 바람들을 미루었던 시간의 주저함은 예상하지 못한 뼈아픈 시간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10년,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은 아이러니하지만 현재의 나를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때처럼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도, 갈증도 사라지고 잃어버렸지만 상관이 없다.

"달라졌을까?"

삶이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다.

"대신 너와의 시간이 없었겠지."

"웃는 얼굴, 그 웃음을 마주했음에 후회는 없다."

됭케르크의 외곽에 있는 항구에 도착한다.

익숙한 시스템이라 쉽게 길을 찾아가고.

첫 번째 게이트에서 페리의 승선권을 구매하고, 두 번째 게이트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는다.

특별한 질문이나 절차는 없었고, 여권을 건네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의 서툰 한국어를 하면서 유쾌하게 스템프를 찍어준다.

게이트가 다시 나온다.

"영국 보더 게이트네."

영국을 무사증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바우처나 은행 잔고 확인서 등이 필요하지만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왔다.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심사관은 여행에 대해서 물어본다.

"조금만 천천히 말해주세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글쎄요. 1년 후에 자전거 타고 돌아갈 거예요."

"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자전거 타고 왔어요?"

"뭐? 비행기 안 타고?"

"네. 1년 동안 자전거 타고 왔어요."

"왜? 너 미쳤어?"

"그냥 세상이 보고 싶었어요."

심사관은 가족과 직업, 돈이 있는지 물어본다. 가족과 직업은 없고 돈은 충분히 있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서 머무를 건데?"

"런던에 가서 호스텔에서 머무를 거예요."

"오늘은?"

"도버요."

"넌 미친 것 같아. 영국에서 6개월 동안만 머무를 수 있어. 좋은 여행 해!"

"안 미쳤다니까! 땡큐!"

넓은 승선장에는 대기줄 별로 많은 차량들이 정차하고 있다.

"두 시간이나 남았네."

2시간 텀으로 운영되는 됭케르크-도버 간의 여객선은 도버까지 2시간이 소요되지만 프랑스와 시차가 1시간이 나기 때문에 6시에 출발하는 페리는 7시에 도버에 도착한다.

다행히 여객선의 터미널이 있어서 실내로 들어가 몸을 녹일 수 있다.

"네 자리는 여기."

안나가 준 천고리를 패니어에 달고, 대기줄에 서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도요타 짚으로 몽골까지 여행을 했다는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안내 직원이 다가와 표를 확인하고 앞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승선을 위해 첫 번째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하선하는 차량들이 빠져나간 후 첫 번째로 승선을 한 후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객실로 올라간다.

내부 객실은 카페와 오락실 등이 들어서 있다.

"아무데나 앉아도 돼요?"

카페의 테이블처럼 보이는 공간에 앉아도 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딱히 지정좌석이나 룸이 없는 여객선이라 승객들의 휴식 장소가 카페의 공간인 모양이다.

바쁘게 오느라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레오니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보낸다.

레오니가 준 피에로는 투병 중인 숙모 마리가 직접 만든 인형이라며 나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연이 있는 있는 녀석이 나에게 왔네."

"피에로는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아트의 캐릭터이다. 그는 시인이고,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와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몽상가이다."

"피에로와 함께 여행할게요. 피에로를 만든 마리의 정성처럼 그녀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웃는 얼굴의 우는 남자 피에로가 나에게 왔다.

"두 눈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고 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며 나 애타게 너를 찾는데."

웃는 얼굴의 우는 남자 피에로 그리고 웃는 얼굴의 레오니.

 

"피에로, 지금부터 나와 함께 여행하자."

8시, 배는 도버항에 가까이 다가선다.

"시간을 다시 맞춰야겠네."

페리가 항구로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온다. 승선 전 주차장에서 만났던 남자다.

올리버는 런던에서 머무를 곳이 있는지 묻더니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올리버의 주소를 받고 왓츠앱을 연결한 후 런던에서 보자며 인사를 나눈다.

7시 반, 도버항에 입항한 페리의 하선을 기다리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레드라인으로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항구를 벗어난다.

"왔다. 유나이티드 킹덤!"

어둠이 내려앉은 도버항의 풍경은 거대한 절벽이다.

"거대한 천혜의 요새 같네."

야영지로 생각했던 항구 주변의 절벽길은 난데없이 계단으로 이어진다.

"구글, 너 오늘 왜 이런다니?"

패니어를 분리하고 계단을 올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을 포기하고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끝없는 언덕의 풀숲을 헤쳐가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길을 잃어버렸네."

아침 모래밭은 끌바로 시작하여 저녁 산속 풀숲의 끌바로 마무리한 하루다.

숨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산의 정상 부근에서 해안가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바람도 세차고, 더는 못 간다."

경사가 진 언덕 위에 텐트를 펼치는데 또다시 폴대가 부러진다. 지난번 부러진 폴대의 다른 편 폴대다.

"뭐, 이미 경험한 것들은 놀랍지도 않다."

임시조치의 방법을 터득한 터라 그냥 텐트를 치고, 레오니의 어머니가 싸준 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밥과 김치가 정말 맛있다.

반대편 산등성이에 도버성이 밝게 빛난다.

15번째 나라, 영국에 도착했다. 6개월의 체류기간이 있어 조금 천천히 이동하며 피로를 풀어갈 생각이다.

그동안 쉥겐 기간의 압박에 쫓기며 보냈던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40일 / 흐림
커호브-이에페르-콕세이더
카드복제로 인한 인출사고의 스트레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해!"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21,456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1,595시간

 
N8도로
 
N8도로
 
 
 
 
 
 
 
57Km / 4시간 20분
 
40Km / 3시간 20분
 
커호브
 
이에페르
 
콕세이더
 
 
253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2-2-675-5777

 

새벽, 평상시와 다른 한기가 느껴져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깬다.

"왜 이렇게 춥지?"

비에 젖었던 텐트가 낮아진 기온으로 모두 얼어있다.

카드가 복제되어 결제액 인출이 된 금액들을 확인하니 월터의 한 달치 급여 정도가 빠져나갔다.

"아, 빌어먹을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

스웨덴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의 영향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핸드폰 본인인증이 필요한 금융권의 결제 알람 서비스와 부정 사용이 의심되는 해외 결제를 알려주는 카드사의 카카오톡 알림을 받을 수 없으니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빌어먹을 유럽!"

복제된 카드의 해외결제을 정지하고, 큰 의미는 없겠지만 부정사용 이의제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틀 동안 누나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

"모든 것이 귀찮아 진다."

아침도 거르고 침낭 속에서 허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른다.

"갈 길도 먼데, 힘 빠지네."

억지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짐들을 정리한다. 싸늘한 날씨에 얼어붙은 장비들을 정리하려니 손가락이 찢어질 듯이 시리다.

"아, 씨@#&₩#@₩₩_###@@!"

어젯밤 목초지로 들어오며 진흙밭에 빠진 앞바퀴에 진흙이 엉겨 붙어 엉망이고, 패니어에도 진흙들이 범벅이다.

얼어붙은 텐트와 엉망이 된 패니어들을 대충 자전거에 장착하고 출발을 한다.

에스꼬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20km 거리의 코르트레이크로 향한다.

"이럴 땐 고기가 필요해. 고기!"

화를 풀어줄 고기도 없다. 생각해 보면 러시아는 유럽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다.

"웃자. 웃어!"

"경험은 대머리가 된 다음에 선물로 받은 빗처럼 때늦은 선물이다." -벨기에 속담 중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몰두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저것들은 왜 항상 반대 방향이야. 쌍!"

됭케르크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런 날에 뒷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차가운 바람이 가난해진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든다.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밀려오며 페달링이 힘들다. 바나나를 꺼내어 먹어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11시 반, 힘겨운 페달링으로 겨우 맥도널드에 도착하고 자동주문을 하려니 카드 결제만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카드까지 복제되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럽에 들어와 두 장의 여행용 카드가 무용지물이 됐다. 남은 한 장의 카드와 비상용 카드만이 남아있어 한 장의 카드마저 정지를 시키면 더 여행을 할 수가 없다.

길거리에 설치된 ATM 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유럽의 관광도시에서 사용하는 카드들은 어디서 복제가 되는지 피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현금인출 외엔 카드는 절대 안 쓴다."

떨리는 손으로 카드결제를 하니 결제 용지와 함께 출력되어야 할 오더지가 출력이 되질 않는다.

"에잇, 신발 깔창!"

카운터로 가서 오더지가 안 나왔다고 말하니 주문기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했으면 됐다며 테이블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안경 렌즈에 스크래치가 났는지 시야가 흐렸는데, 확인해 보니 눈동자 위치의 부분에 스크래치가 나있다.

"아,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야!"

카드가 없는 통장으로 모든 현금을 이체하려니 핸드폰 본인인증을 하라고 한다.

"아, 쌍!"

수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마르지 않은 신발 속의 양말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싫다.

"잊자. 잊어!"

벤치에 앉아 마음을 다스린다.

"아무래도 정신 승리가 필요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들을 보며 건강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운이야. 액땜이다 생각하자!"

뭔가 많이 부족하다.

"큰 출혈의 댓가로 모니카 벨루치나 샤를리즈 테론과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이 도둑놈들아! 너희들에게 피의 저주가 죽을 때까지.. 가난한 여행자의 한이 서린 저주다!"

 

수로의 길이 끝나고 작은 타운 메넨을 지나간다.

"오늘 됭케르크까지 갈 수는 없고, 어디까지 갈까?"

어제의 비로 인해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던 오전의 페달링으로 120km를 오늘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도를 검색하고 프랑스 국경 근처의 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그래도 100km네. 부지런히 가야겠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오후 들어 하늘은 맑아지고, 비가 내리며 떨어졌던 기온도 다시 회복이 된다.

정신승리 후,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가끔씩 불편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한 번씩 뒤집어 놓고.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타운들을 지나친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이 그립네."

"그립다. 잠시 기댈 수 있는 어깨와 따듯한 체온이."

4시, 국경의 마을까지 30km가 남았다.

"일몰까지 길어야 한 시간 반인데, 빠듯하다."

어두워지기 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내어보지만 이내 허기가 지며 지쳐가고, 하늘에서는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싫다. 비.."

최대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는 사이 왼쪽 하늘이 눈부시게 밝아진다.

"뭐냐! 여기는 비 오는데."

낮게 깔린 구름 밑으로 해가 떨어지며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일몰의 붉은빛이 물든다.

마지막 석양빛만이 남은 시각, 해변의 마을까지 5km 정도가 남았다.

작은 타운의 하늘에는 박쥐인지 철새인지 알 수 없는 새들이 요란하게 날아다닌다. 바닷속 작은 물고기 떼들의 움직임처럼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철새들의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라디오를 들으니 올해의 컬러가 클래식 블루라고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 볼 수 있는 짙푸른 하늘빛이 클래식 블루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던 중 목적지 마을을 5미터 정도 남기고 차량 한 대가 황급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뭐야?"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손짓을 하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뭐? 왜? 뭔대?"

건드리면 터져버릴 듯한 눈빛으로 차량을 확인하니 경찰차다.

"왜 그러세요?"

"자전거 라이트 없어?"

암스테르담에서는 라이트가 없으면 벌금을 문다는 월터의 설명이 떠오른다. 최대한 공손하고 어리숙하게 라이트가 없다고 대답하자 라이트가 없으면 도로에서 위험하다며 다그치듯 말을 한다.

"미안해요. 저기까지만 가면 돼."

"조심해서 가고, 좋은 여행 해."

경찰은 회전 신호등 건너는 것을 에스코트해주고 떠나간다.

"쉥겐 기간이 초과될 유럽에서 메뚜기를 할 때는 라이트하고 후미등을 챙겨야겠군."

도착한 해변 마을은 작지만 생각 외로 불빛이 화려하고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넓고 긴 백사장이 있는 해변이라 아마도 여름철 휴양지가 아닌가 싶다.

백사장에도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 놓인 모습이 신기하다. 슈퍼마켓에서 소시지를 사고 야영지를 찾아 해변을 따라간다.

너무나 깔끔하고 잘 정비된 해변이라 텐트를 칠 공간이 없고, 바닷바람이 거세어 해변에 텐트를 칠 수가 없다.

프랑스 국경 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마을의 외곽에서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겨우 찾았다.

너무 허기가 지고 진이 빠진 탓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침낭에 누워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심신이 모두 지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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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9일 /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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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확인한 카드복제의 인출 문제로 맥이 빠지는 하루, 지겨운 겨울비가 내린다. 영국으로 가기 위해 프랑스의 됭케르크로 가야 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21,359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1,587시간

 
N9도로
 
N46도로
 
 
 
 
 
 
 
29Km / 2시간 00분
 
48Km / 3시간 52분
 
브뤼셀
 
알스트
 
커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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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찍 잠들어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부족했던 건가?"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고 바로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한다.

"비가 내리겠다."

암스테르담부터 며칠 동안 좋았던 날씨가 다시 흐리기 시작한다.

"비가 끝난 줄 알았더니."

싸늘한 아침,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출발과 함께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브뤼셀의 시내를 벗어난다. 복잡한 골목길의 구시가지를 벗어나자 도로는 심플해지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쉽게 시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어젯밤 상담문의를 남겼던 은행으로부터 답변이 왔지만 카드사가 분사가 되어 카드사로 다시 문의를 하라는 답변이다.

하나카드의 어플을 설치하고 카드의 결제 내역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빠져나간 것 같다. 상담시간이 끝나 문의글을 남기고 됭케르크를 향해 출발한다.

"이미 벌어진 일, 고민해봐야 힘만 빠진다."

"겨울비는 정말 익숙해지지가 않네."

초여름의 비처럼 내리는 날씨에 천천히 젖어 들어 간다.

축축해지는 신발과 함께 손등이 시려온다.

다행히 네덜란드 국경의 자전거 도로보다 프랑스 방향의 자전거 도로는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오늘도 다 젖어버렸다."

영국의 더버로 향하는 길은 프랑스의 국경을 조금 넘어 됭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넘는 것이다.

도버해협을 넘는 페리는 됭케르크와 칼레 두 곳의 항구가 있는데, 서로 멀지 않은 거리지만 브뤼셀에서는 됭케르크가 조금 가깝다.

브뤼셀에서 됭케르크까지 200km 정도의 거리, 이틀 동안의 라이딩으로 도착하여 저녁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널 생각이다.

"내일까지 도착할 수 있으려나?"

됭케르크까지의 일정이 불확실하여 페리 예약은 하지 않고 항구에 도착해서 표를 구할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코르트레이크를 20km 정도 남기고 흐린 날씨의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빗물에 젖어 첨벙거리는 신발 속의 발이 얼어붙은 느낌이다.

도로변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언 몸을 녹이며 주변의 야영지를 검색한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작은 에스꼬강이 있어 강변에 텐트를 치면 좋을 것 같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수로와 같은 강변에는 텐트를 칠 공간이 없다.

주변의 목초지로 들어가려다 자전거와 신발이 진흙밭에 빠져 고생을 하고, 길을 돌아가 목초지에 텐트를 펼친다.

바로 침낭을 꺼내어 한기가 시작된 몸을 녹인다.

조용한 밤, 밝은 반달이 떠있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120km 정도가 남은 됭케르크까지 내일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카카오톡도, 카드복제의 문제도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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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8일 / 흐림
브뤼셀
무겁게 느껴졌던 브뤼셀의 첫 인상은 시청광장의 화려한 야경과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있는 구시가지의 풍경으로 사라졌다. "브뤼셀의 보물들을 찾아보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1,282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581시간

 
산책
 
이불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브뤼셀
 
브뤼셀
 
브뤼셀
 
 
7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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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밀린 자료들을 정리하고 늦게 잠들었다. 아침 알람들을 패스하고 이불을 끌어당겨 다시 잠이 들고, 조식을 먹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집념으로 피곤한 잠자리를 털고 침대를 벗어난다.

"조식!"

1층 식당에는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이 북적인다.

조식의 메뉴는 특별한 것이 없다. 빵들과 잼들, 시리얼,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게으름을 피운다.

"산책을 하고 올까."

브뤼셀 궁전과 대성당 그리고 구시가지를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노트르담 뒤 사블롱 성당으로 걸어간다. 브뤼셀의 아침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대리석빛의 첨탑들의 모양이 특이한 성당이 나온다.

성당의 내부는 어둡고 외관의 화려함에 비해 평범하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런 고요함이 좋다.

여러 조각상들이 세워진 교회의 내부를 구경하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좋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성당으로 들어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성당의 도로 건너편 청동상의 분수대가 있는 작은 공원이 있어 걸어간다.

Square of Petit Sablon, 공원의 정면에 청동상의 예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으로 1,500년대 사람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옷들이 불편하지 않았나?"

작지만 참 예쁜 공간이다.

벨기에 궁전으로 걸어가던 중 넓은 광장이 나온다.

후와얄르 광장, 생쟈크 교회 앞의 광장은 트램과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중앙에는 깃발을 든 멋진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언덕 위에 위치한 광장에서는 브뤼셀시청의 첨탑과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을 돌아가니 넓은 공원과 함께 건너편으로 벨기에 궁전이 보인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정원과 어울리는 멋진 건물이다.

브뤼셀의 중앙공원을 걸어간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 특별함이 없는 공원의 분위기는 일상의 편안함이다.

"왜 쓸쓸한 느낌이 들지?"

피곤한 여행길에서 맞이한 한가로운 시간의 여유는 이유모를 쓸쓸함을 불러일으킨다.

공원을 가로질러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으로 간다. 아름다운 느낌보다 웅장한 느낌의 베이지색 성당의 모습이다.

휴일 아침 한적한 공원의 모습은 밤의 풍경과 다른 느낌이다.

넓고 높은 성당의 내부는 심플하고, 기둥마다 세워진 다양한 조각상들과 가지런히 놓여있는 나무의자들이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좋다."

성당의 벽면을 따라 예수 탄생의 미니어처들이 나라별로 전시가 되어있고, 한지로 만든 우리나라의 작품도 놓여있다.

"조금 어색하네."

심플하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좋은 공간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샹트 페테르부르크의 이사악 성당처럼 화려한 성당의 내부를 감상하는 것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더 좋다.

한 시간 정도 성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구시가지를 걷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오줌싸개들을 찾아볼까."

어제 찾지 못했던 오줌싸개 동상들을 찾기 위해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이 음식점은 맛집인가?"

어제부터 길게 대기줄이 이어진 레스토랑을 지나.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모여 벽면의 철창을 향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역시, 이렇게 숨겨놨군."

짓궂은 아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그럼, 남자아이를 찾아볼까."

이리저리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니 어젯밤 저녁을 먹었던 맥도널드와 시청의 첨탑이 보인다. 브뤼셀의 구시가지는 정말 좁다.

케밥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한다. 여행을 하며 케밥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지만 꽤 괜찮은 음식이다.

시청이 있는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걸어가니 감자튀김을 파는 가게에 길게 대기줄이 이어진다.

"여기가 원조집이구나."

암스테르담에서 월터와 함께 먹었던 감자튀김의 원조집이지만 줄을 서며 먹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그냥 지나친다.

그랑플라스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광장 주변의 선물가게들을 구경하며 냉장고 자석을 사려해도 딱히 인상적인 것이 없다.

"건물들이 참 인상적이야."

넓지 않은 광장에서 시청의 첨탑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시청의 첨탑은 꽤 높게 치솟아 있다.

높은 첨탑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건물 전체에 새겨진 작은 조각상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하나하나 어떻게 새긴 거야?"

시청 건너편의 검은 톤의 건물도 눈에 띄는 건물이다.

광장의 건물들은 암스테르담의 건물들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좀 더 화려한 외관이고, 반듯하게 세워진 건물들이다.

구시가지의 곳곳에 보물찾기처럼 오래된 조각상들이 숨어있다.

"1,388년?"

광장의 주변에는 초콜릿 상점들이 많고 선물가게의 아이템들은 특별함이 없다.

생크림이 올려진 와퍼, 감자튀김, 초콜릿 그리고 다양한 맥주가 브뤼셀의 명물인가 보다.

"정말 보물 찾기다."

작은, 아주 작은 오줌싸개 동상이 왜 브뤼셀의 상징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구시가지를 모두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간다.

"좀 쉬었다 조명쇼를 보러 나와야지."

도시 전체가 작은 오줌싸개 동상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그대는 뉘신지?"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핸드폰을 잃어버리며 하지 못한 통장을 정리한다.

"뭐지?"

생각보다 잔고의 금액이 적어 확인을 하니 이상한 출금 내역들이 많다.

"에쉬, 사고 났네."

카드가 복제되었는지 미사용 결제액들이 여러 차례 빠져나갔다. 황당하고 힘이 빠진다. 통장에 남은 잔액을 다른 계좌로 모두 이체하고 은행에 문의글을 남긴다.

카카오톡으로 이상 알람을 받지 못하고, 본인인증을 할 수 없어 입출금 알람을 받지 못하여 그동안 감지를 할 수 없었다.

"젠장할, 더 가난해졌네."

하염없는 분노의 이불킥을 반복하다 밖으로 나가 감자튀김과 맥주 한 캔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맥주 한 캔에 모든 것이 싫고 나른해진다.

"빌어먹을 놈들, 훔쳐가려면 내 안에 슬픔이나 가져가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37일 / 맑음
아센-안트베르펜-브뤼셀
해피 뉴 이어! 2020년의 첫날의 아침이 상쾌하다. 맛있는 맥주가 기다리는 브뤼셀로 향한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21,282Km
이동시간
6시간 25분
누적시간
1,581시간

 
N122도로
 
N1도로
 
 
 
 
 
 
 
30Km / 2시간 10분
 
49Km / 4시간 15분
 
에센
 
얕베르펜
 
브뤼셀
 
 
79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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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자정에 맞춰 요란한 폭죽들이 30여 분간 계속해서 터진다. 중국의 춘절에 비하면 아이들의 장난 수준이지만.

"해피 뉴 이어!"

9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깬다. 안개가 내려앉은 흐린 날이라 아침해는 볼 수가 없다. 늦잠을 잔 탓에 모닝커피만을 끓여 마시고 출발을 서두른다.

브뤼셀까지 80km, 벨기에의 첫 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가자, 브뤼셀로!"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단조로운 풍경이 조금은 아쉽지만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니 편하기는 하다.

"아, 벌써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가 그리워진다."

작은 타운의 작은 기차역들을 하나둘씩 지나치고.

공원길에 들어서며 잠시 길을 헤매고.

다시 기찻길 옆 자전거 도로를 만난다.

"이상하게 이걸 보면 사진을 찍고 싶단 말이지."

계속해서 작은 타운의 마을들을 지나간다.

벨기에의 집들은 특색이 없고, 정원이 없어서인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속도를 내어 쉽게 기찻길을 따라간다.

"이런 신호등 시스템은 배웠으면 좋겠다."

벨기에의 첫 번째 도시 안트베르펜에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고층빌딩의 실루엣이 그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볼 수 없었던 도시의 풍경이라 어색한 느낌이 든다.

안트베르펜의 초입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월터에게 네덜란드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올리에볼로 새해인사를 보낸다.

"사비, 새해 첫날에 야영을 한 거야?"

"하하하."

안트베르페의 중심을 지나며 멋진 석조건물과 구시가지의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아, 아쉽다. 시간이 없다."

바쁜 발걸음에 호기심이 생기는 안트베르펜의 시내 구경을 포기하고 브뤼셀로 향한다.

휴일이라 슈퍼마켓과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 문이 열린 도로변 작은 상점에서 콜라 한 병을 산다. 관광도시 외에는 휴일에 식료품을 구하기가 정말 힘든 유럽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의 편의점 시스템이나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생각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명절이나 연휴에도 쉴 수 없는 시스템이 각박하다 생각되기도 하다.

인도와 신호등 건널목의 턱들을 지나며 덜컹거리는 자전거에서 콜라가 떨어져 나뒹군다. 다행히 머리 부분이 조금 깨져서 아까운 콜라가 쏟아지지는 않는다.

패니어에 들어있던 빈 콜라병의 마개로 교환을 하고, 물통 케이지에 콜라를 끼워 넣는다. 겨울에는 물보다 콜라가 훨씬 갈증해소에 도움이 되고, 물보다 허기를 달래는 데에도 괜찮은 것 같다.

마을이나 타운에 들어서면 인도의 보도블록 위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독일과 비슷하고, 매끄럽지 않은 인도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숫자이다.

브뤼셀에 가까워지며 밋밋하던 도로변의 모습도 조금씩 오래된 건축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변의 풍경도 네덜란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특별함이 없는 모습이다.

"네덜란드가 유니크한 거야? 벨기에가 노멀한 거야?"

한때 같은 국가였던 네덜란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고, 조금은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벨기에의 모습이다.

"네덜란드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전혀 다르네."

마지막 남은 두 개의 올리에볼로 허기를 채우고.

3시, 브뤼셀까지 20km 정도가 남아있고 늦어도 5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를 들렀다가 숙소로 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숙소에 들어가기 전 브뤼셀의 구시가지를 구경할 생각이다.

 

"오줌 싸는 아이를 보고 숙소로 가자!"

 

브뤼셀하면 생각나는 구조물이 오줌을 싸는 아이의 동상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10km 정도를 남기고 브뤼셀의 경계에 들어선다.

 

"뭐라는 거야? 하여튼 환영한다네!"

 

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 앞에서 잠시 쉬며 숙소의 위치와 함께 브뤼셀 구시가지의 지도를 한번 더 확인한다.

 

"브뤼셀, 너의 모습을 보여줘!"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의아할 정도로 어수선하고 분위기도 어둡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여행한 다른 유럽 도시들의 깨끗함과 달리 도로변에 쓰레기들도 많이 널브러져 있고, 골목마다 줄을 이어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복잡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주행모습도 다른 유럽의 국가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뭐지, 이 혼란스러운 도시는?"

 

첫 번째 마주한 삼거리의 교차로, 트램과 차량들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모습이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뭔가, 아주 다른 도시다."

 

구 시가지로 향하던 길에 은은한 대리석의 멋진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 멋진데! 내일 구경해야겠다."

 

입구 부분을 보수공사 중이어서 조금 아쉽지만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성당의 모습이다.

 

잠시 대성당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소녀상을 찾아 구시가지의 골목으로 들어갔지만 식당들이 밀집한 지역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자전거를 끌고 움직이는 것이 민폐다. 뒤돌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데로 조각상의 주변에 도착했지만 오줌 싸는 소녀상은 찾을 수가 없다.

 

"나가자. 움직일 수가 없다."

 

브뤼셀 구시가지의 골목들은 폭이 좁고 돌바닥으로 되어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가 없다. 대성당의 도로로 빠져나와 숙소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을 찾아 자전거를 끌고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복잡한 골목길들을 따라가지만 방향감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여기는 어디냐?"

 

작은 광장에 앉아 다시 한번 구시가지의 지도를 확인한다.

 

"정말 복잡한 구조네."

 

네비게이션을 확인하며 골목을 따라가고, 오줌싸개의 주변에 도착했지만 조각상은 보이질 않는다.

 

"아놔, 뭐야?"

 

구글 지도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은 음식점의 대기줄이 아닌 오줌싸개 조각상이 있는 곳이다.

 

"저 작은 사이즈는 뭐지?"

 

음식점의 벽면에 세워진 아주 작은 조각상이다. 조각상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파고들 생각도 없지만 밀려오는 실망감에 가까이 가고 싶지가 않다.

 

"저게 뭐라고!"

 

어쩌면 처음 찾으려 했던 오줌싸개 소녀의 조각상도 너무나 작은 사이즈라 찾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확인하마."

 

예약해 두었던 호스텔은 큰 교회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너무나 한산한 숙소 내부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니, 인상이 좋은 할머니 한 분이 리셉션에서 말을 건넨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여기 호스텔이죠?"

 

호스텔을 확인하고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자전거를 타고 왔냐며 묻더니 먼저 자전거를 숙소 내부의 안마당으로 옮기라며 안내를 한다.

 

"오예!"

 

친절하게 안내를 하며 웃는 할머니의 미소가 좋다.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가니 세 명의 젊은 청춘들이 침대에 널브러져 시체놀이를 하고 있다. 옷이며 잡동사니들의 제멋대로 놓여있는 모양새가 어젯밤 진하게 새해맞이를 한 모양이다.

 

패니어들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바로 밖으로 나와 음식점을 검색하고, 평가가 좋은 저렴한 케밥집을 찾아간다.

 

케밥집 주변에 도착하자 간접조명을 환하게 받고 있는 석조건물들의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조명이 화려하네. 뭐하는 장소지?"

 

지도를 확인하니 브뤼셀 시청 앞의 그랑플라스다.

 

광장의 중앙에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고.

 

광장의 중앙으로 이동하니 높은 첨탑이 하늘 높이 치솟은 브뤼셀의 시청 건물이 보인다.

 

"오, 조명빨 제대로 받네!"

 

다시 케밥집으로 되돌아가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테이블이 가득 차 있다. 그림 메뉴가 없어, 메뉴판을 들고 어렵게 빈 테이블에 앉아 메뉴들을 검색하며 주문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린다.

 

가족단위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든 타임이라 그런지 테이블에는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빈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들어온 순서대로 주문을 받는듯한 직원들이 좁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고, 다른 손님들이 어떤 메뉴를 선택하는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언어가 이상하다.

 

"불어 같은데?"

 

뭔가 멜랑꼴리 한 발음들이 굴러다니는 것이 확실히 프랑스어가 맞는 것 같다. 

 

"벨기에는 또 몇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거야?"

 

메뉴판을 뒤적이고 구글을 검색해 주문할 메뉴를 결정했지만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도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는다.

 

"배고픈데 많이 기다려야겠어. 패쓰!"

 

그랑플라스 광장을 가로질러 맥도널드를 찾아간다. 광장의 주변에는 많은 노점들이 들어서 있고 먹을 것과 술 등을 팔고 있다.

 

철판에 해산물을 볶아주는 노점에서 홍합과 주꾸미 볶음을 눈여겨봐 두고 맥도널드로 가 급하게 허기를 달랜다.

 

맥도널드를 나와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돌아가고, 그랑플라스 광장에서는 광장 주변의 건물들에 화려한 조명들이 밝혀지며 조명쑈 같은 것이 펼쳐지고 있다.

 

"난 조명쑈보다 주꾸미 볶음!"

 

10개에 10유로나 하는 가격에 턱이 빠질뻔했지만 오늘은 그냥 사 먹어 보기로 한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매콤한 맛이 아주 좋다.

 

"20접시 정도는 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숙소에 돌아오니 시체놀이를 하던 녀석들은 사라지고 룸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브라보!"

 

내일 하루 브뤼셀을 둘러볼 생각인데, 너무 배가 고프다. 

 

"왜, 도시만 들어오면 배가 더 고프냐고!"

 

저렴하고 멋진 뷔페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아, 호스텔에 조식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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