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4일 / 맑음
프랑크푸르트-허브스테인
하루의 달콤한 휴식을 하고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베를린으로 향한다. "이제 산은 없겠지?"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23,215Km
이동시간
7시간 07분
누적시간
1,765시간

 
521도로
 
275도로
 
 
 
 
 
 
 
45Km / 3시간 30분
 
46Km / 3시간 37분
 
프랑크
 
오텐베르
 
헙스테인
 
 
739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다시 날씨가 흐리다. 조식 타임과 체크아웃 시간이 빠른 호스텔이라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8시, 어렵게 잠에서 깨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생각보다 호스텔의 조식은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자율배식이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소시지와 스크럼블, 시리얼과 커피로 두 접시를 비운다.

9시, 낑낑거리며 패니어들을 옮기고 출발 준비를 한다.

구글맵을 확인하니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는 것은 아주 심플한 경로다. 521번 도로를 따라가다 Gedern이라는 마을에서 275번 도로로 이어가면 될 것 같다. 100km 정도를 이동해야 하는 일정, Gedern 근처의 지형과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경로의 모양이 수상하다.

"산악지형들인가? 일단 Gedern까지 고!"

뤼머광장으로 가서 관광객들이 없이 목조건물들을 한번 더 둘러본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의 목조주택이 더 소박하고 예쁜 것 같다. 독일의 목조주택들은 색과 무늬가 더 강렬한 느낌이다.

"뉘신지?"

프랑크푸르트의 성당의 붉은 벽돌, 이후 프랑크푸르트를 떠올린다면 적벽돌의 붉은 느낌이 생각날 것 같다. 수많은 낙서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난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내의 외곽에 있는 마트에 들러 비상식을 보충한다. 큰 마을이나 도시를 거치지 않는 오늘의 경로라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지 않다.

"환불받아야지."

페트병을 수거기기에 넣으니 별 반응이 없다. 다른 것을 넣어봐도 똑같다. 모양이 찌그러져서 인식을 못하는 것인가 싶어 바람을 넣어봐도 역시나 인식이 안된다.

다른 수거함을 점검하고 있던 직원이 독일어로 무뚝뚝하게 뭔가를 말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지막 콜라 페트병을 넣으니 기기가 수거를 한다.

"뭐야? 뭐가 다른 거야?"

잠시 차이가 뭔지 생각을 해보니 바코드가 박힌 비닐포장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두 개의 페트병은 물통 케이지에 쓸리면서 비닐포장지가 뜯긴 상태다.

"에쉬, 내 50센트!"

빵, 바나나, 커피, 콜라 등을 사고, 콜라병을 확인하니 바코드 위에 환불 마크가 붙어있다. 환불마크가 있는 페트병만을 수거하는 모양이다.

"이거로군!"

오늘따라 자전거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산을 지나오며 쌓인 근육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감기 기운은 밖으로 나오니 조금 덜하고 콧물을 닦느라 바쁘지만 곧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씩 강해지는 빗줄기에 레인 팬츠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521번 도로를 따라간다. 오늘도 내비게이션과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베를린까지 시간 없어. 도로 타고 갈 거야!"

빗속에서 한참을 내달린 후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탓인지 허기짐은 없다.

"곧 맑아지려나?"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 같던 하늘이 천천히 밝아오기 시작하지만 왠지 모르게 도로는 산을 향해 다가가는 느낌이다.

"너의 의미는 무엇이냐?"

275번 도로에 접어들며 긴 오르막이 시작되고, 가슴으로 땀들이 흘러내리며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전해진다.

"비에 젖고, 땀에 젖고. 남은 건 눈물인가?"

문제의 Gedern에 도착한다. 시야에 산이나 언덕의 풍경은 들어오지 않는 평범한 작은 마을이다.

잠시 내비게이션의 경로가 엇갈리는 갈림길에서 지도를 확인한다.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며 뒤로 되돌아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여자는 도로를 따라가면 높이 올라가야 한다며 옆으로 돌아가는 작은 도로의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도를 보니 9km 정도의 거리에서 두 길은 다시 만난다.

"그럼, 알려준 도로를 따라서."

여자가 알려주는 도로는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멀리 왼쪽으로 275번 도로가 지나가는 숲길이 눈에 들어오지만 산의 높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 다시 오르막이 반복되는 사이 페달링의 힘이 떨어져 간다.

산 위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산의 정상에는 어김없이 바람개비들이 신나게 돌아가고 있다.

"저 산과 다른 것이 무엇이었을까?"

한 시간이 지나 어렵게 275번 도로를 다시 마주한다.

"루터바흐? 여기까지 가야겠네."

4시, 일몰까지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 30km 떨어진 루터바흐까지 달려 보기로 한다.

나지막이 떨어지는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업힐의 보상을 대신하며 신나게 질주를 한다.

"좋아! 딱 20km만 이렇게."

10km 정도 이어지던 내리막은 끝나고, S자로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 바람의 방향도 맞바람으로 바뀐다.

바람을 이겨가며 느릿하게 페달을 밟는 사이 맑은 하늘빛이 얼굴을 내민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루터바흐가 가까워진다.

"동네, 참 예쁘네."

언덕 위의 집들을 사진 찍고 출발을 하려니 바로 앞에 한 남자가 서서 인사를 한다.

"한국분이세요?"

밝게 웃는 남자는 어디를 가는지 물으며 의아해한다.

"캠핑을 한다고요?"

어딘가 약속이 있어 가는 도중 나를 보고 차를 멈췄다는 남자는 오늘 밤 어디서 숙박을 하는지 묻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추운데 어떻게 밖에서 자요?"

"이 정도면 따듯한 거예요. 노르웨이에서도 캠핑을 했는데요 뭘."

잠시 고민을 하던 남자는 내가 사진을 찍던 방향을 가리키며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가라고 한다.

허브스테인, 루터바흐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이혁 목사님이다.

목사님을 따라 예쁜 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 예쁜 집이 목사님 댁인가요?"

"아니오. 시청입니다."

"시청요?"

2,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허브스테인은 과거 천주교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작은 마을이지만 시의 행정지였던 모양이다.

목사님의 교회에 들어가 사모님과 10대 후반의 원석과 인사를 한다.

수련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회는 규모가 꽤 큰 건물이다. 세미나 약속이 있어 바로 떠나야 하는 목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수련원의 숙소에 짐을 푼다. 따듯하게 샤워를 한 후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다.

"한국식 집밥이다!"

사모님, 원석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한다. 편하고 좋은 느낌이다.

우박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 하루의 피로가 밀려온다. 이내 이불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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