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0일 / 흐림
커호브-이에페르-콕세이더
카드복제로 인한 인출사고의 스트레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해!"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21,456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1,595시간

 
N8도로
 
N8도로
 
 
 
 
 
 
 
57Km / 4시간 20분
 
40Km / 3시간 20분
 
커호브
 
이에페르
 
콕세이더
 
 
253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2-2-675-5777

 

새벽, 평상시와 다른 한기가 느껴져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깬다.

"왜 이렇게 춥지?"

비에 젖었던 텐트가 낮아진 기온으로 모두 얼어있다.

카드가 복제되어 결제액 인출이 된 금액들을 확인하니 월터의 한 달치 급여 정도가 빠져나갔다.

"아, 빌어먹을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

스웨덴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의 영향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핸드폰 본인인증이 필요한 금융권의 결제 알람 서비스와 부정 사용이 의심되는 해외 결제를 알려주는 카드사의 카카오톡 알림을 받을 수 없으니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빌어먹을 유럽!"

복제된 카드의 해외결제을 정지하고, 큰 의미는 없겠지만 부정사용 이의제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틀 동안 누나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

"모든 것이 귀찮아 진다."

아침도 거르고 침낭 속에서 허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른다.

"갈 길도 먼데, 힘 빠지네."

억지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짐들을 정리한다. 싸늘한 날씨에 얼어붙은 장비들을 정리하려니 손가락이 찢어질 듯이 시리다.

"아, 씨@#&₩#@₩₩_###@@!"

어젯밤 목초지로 들어오며 진흙밭에 빠진 앞바퀴에 진흙이 엉겨 붙어 엉망이고, 패니어에도 진흙들이 범벅이다.

얼어붙은 텐트와 엉망이 된 패니어들을 대충 자전거에 장착하고 출발을 한다.

에스꼬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20km 거리의 코르트레이크로 향한다.

"이럴 땐 고기가 필요해. 고기!"

화를 풀어줄 고기도 없다. 생각해 보면 러시아는 유럽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다.

"웃자. 웃어!"

"경험은 대머리가 된 다음에 선물로 받은 빗처럼 때늦은 선물이다." -벨기에 속담 중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몰두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저것들은 왜 항상 반대 방향이야. 쌍!"

됭케르크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런 날에 뒷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차가운 바람이 가난해진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든다.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밀려오며 페달링이 힘들다. 바나나를 꺼내어 먹어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11시 반, 힘겨운 페달링으로 겨우 맥도널드에 도착하고 자동주문을 하려니 카드 결제만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카드까지 복제되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럽에 들어와 두 장의 여행용 카드가 무용지물이 됐다. 남은 한 장의 카드와 비상용 카드만이 남아있어 한 장의 카드마저 정지를 시키면 더 여행을 할 수가 없다.

길거리에 설치된 ATM 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유럽의 관광도시에서 사용하는 카드들은 어디서 복제가 되는지 피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현금인출 외엔 카드는 절대 안 쓴다."

떨리는 손으로 카드결제를 하니 결제 용지와 함께 출력되어야 할 오더지가 출력이 되질 않는다.

"에잇, 신발 깔창!"

카운터로 가서 오더지가 안 나왔다고 말하니 주문기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했으면 됐다며 테이블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안경 렌즈에 스크래치가 났는지 시야가 흐렸는데, 확인해 보니 눈동자 위치의 부분에 스크래치가 나있다.

"아,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야!"

카드가 없는 통장으로 모든 현금을 이체하려니 핸드폰 본인인증을 하라고 한다.

"아, 쌍!"

수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마르지 않은 신발 속의 양말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싫다.

"잊자. 잊어!"

벤치에 앉아 마음을 다스린다.

"아무래도 정신 승리가 필요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들을 보며 건강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운이야. 액땜이다 생각하자!"

뭔가 많이 부족하다.

"큰 출혈의 댓가로 모니카 벨루치나 샤를리즈 테론과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이 도둑놈들아! 너희들에게 피의 저주가 죽을 때까지.. 가난한 여행자의 한이 서린 저주다!"

 

수로의 길이 끝나고 작은 타운 메넨을 지나간다.

"오늘 됭케르크까지 갈 수는 없고, 어디까지 갈까?"

어제의 비로 인해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던 오전의 페달링으로 120km를 오늘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도를 검색하고 프랑스 국경 근처의 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그래도 100km네. 부지런히 가야겠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오후 들어 하늘은 맑아지고, 비가 내리며 떨어졌던 기온도 다시 회복이 된다.

정신승리 후,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가끔씩 불편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한 번씩 뒤집어 놓고.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타운들을 지나친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이 그립네."

"그립다. 잠시 기댈 수 있는 어깨와 따듯한 체온이."

4시, 국경의 마을까지 30km가 남았다.

"일몰까지 길어야 한 시간 반인데, 빠듯하다."

어두워지기 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내어보지만 이내 허기가 지며 지쳐가고, 하늘에서는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싫다. 비.."

최대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는 사이 왼쪽 하늘이 눈부시게 밝아진다.

"뭐냐! 여기는 비 오는데."

낮게 깔린 구름 밑으로 해가 떨어지며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일몰의 붉은빛이 물든다.

마지막 석양빛만이 남은 시각, 해변의 마을까지 5km 정도가 남았다.

작은 타운의 하늘에는 박쥐인지 철새인지 알 수 없는 새들이 요란하게 날아다닌다. 바닷속 작은 물고기 떼들의 움직임처럼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철새들의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라디오를 들으니 올해의 컬러가 클래식 블루라고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 볼 수 있는 짙푸른 하늘빛이 클래식 블루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던 중 목적지 마을을 5미터 정도 남기고 차량 한 대가 황급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뭐야?"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손짓을 하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뭐? 왜? 뭔대?"

건드리면 터져버릴 듯한 눈빛으로 차량을 확인하니 경찰차다.

"왜 그러세요?"

"자전거 라이트 없어?"

암스테르담에서는 라이트가 없으면 벌금을 문다는 월터의 설명이 떠오른다. 최대한 공손하고 어리숙하게 라이트가 없다고 대답하자 라이트가 없으면 도로에서 위험하다며 다그치듯 말을 한다.

"미안해요. 저기까지만 가면 돼."

"조심해서 가고, 좋은 여행 해."

경찰은 회전 신호등 건너는 것을 에스코트해주고 떠나간다.

"쉥겐 기간이 초과될 유럽에서 메뚜기를 할 때는 라이트하고 후미등을 챙겨야겠군."

도착한 해변 마을은 작지만 생각 외로 불빛이 화려하고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넓고 긴 백사장이 있는 해변이라 아마도 여름철 휴양지가 아닌가 싶다.

백사장에도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 놓인 모습이 신기하다. 슈퍼마켓에서 소시지를 사고 야영지를 찾아 해변을 따라간다.

너무나 깔끔하고 잘 정비된 해변이라 텐트를 칠 공간이 없고, 바닷바람이 거세어 해변에 텐트를 칠 수가 없다.

프랑스 국경 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마을의 외곽에서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겨우 찾았다.

너무 허기가 지고 진이 빠진 탓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침낭에 누워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심신이 모두 지친 날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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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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