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일 / 맑은 ・ 18도
베이징 왕푸징-베이징 창핑구
베이징을 출발하여 몽골로 향한다. 길었던 중국 여행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7,229Km
이동시간
3시간 59분
누적시간
518시간

S216
S216
4Km / 25분
40Km / 3시간 39분
왕푸징
북해공원
창핑구
 
 
4,5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피곤하게 쓰러졌던 이틀 전의 많은 수면 탓인지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밤의 피곤함이 조금은 덜하다. 8시가 조금 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삼 일째 같은 메뉴지만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 후라이는 언제나 진리다.

5일 동안 라이딩을 하지 않은 탓인지, 헛헛한 마음탓인지 좋은 아침 메뉴임에도 입맛이 별로 없다. 한 접시를 먹는 둥 마는 둥 비워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오늘의 목적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이화원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화원과 원명원 그리고 베이징대학의 컴퍼스를 구경할지, 만리장성이 있는 창핑구까지 이동하여 팔달령장성을 관광할지, 처음의 일정대로 옌칭현까지 이동하여 몽골로 향하는 길을 이어갈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왕푸징에서 20km 거리에 있는 이화원 근처의 숙소들을 검색하다 비싼 숙박비에 비해 오래되고 낡은 시설들을 보고 이화원 관람을 포기한다. 숙소를 옮겨 베이징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싶지만 여전히 관광지로써 베이징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자. 몸도 풀 겸 창핑구까지 40km 정도만 이동하지 뭐."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의 짐들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무거워지고 빵빵해진 패니어들을 메고 낑낑대며 프런트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11시 늦어진 출발, 왕푸징을 출발하여 중국미술관, 징산공원, 북해공원을 지나 베이징시를 빠져나갈 것이다. 40km의 시내 라이딩이라 급할 것 없이 느긋하게 이동한다.

북해공원을 지나자 관광객들과 차량들로 복잡했던 도로는 조금은 한적하게 바뀐다. 쌀쌀한 바람 사이로 어느 가을날처럼 푸르고 뭉실거리며 떠다니는 구름의 하늘이 예쁘다.

"복잡한 전기레일을 따라 어떻게 버스가 움직이지? 안 꼬이나?"

"하늘을 봐. 널 닮은 하늘이 참 좋다."

창핑구로 향하는 시외길의 하늘에는 회색빛의 웅장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지면 가까이 이내 내려앉을 것 같은 구름에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온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도로길의 라이딩, 힘이 없는 페달링을 달래주는 베이징의 하늘이다.

"너무하네. 바로 밑의 지방은 매일처럼 흙먼지가 날려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평속 10km의 느린 라이딩에도 짧은 거리 탓에 일찍 창핑구에 도착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한가롭고 조용한 도시의 느낌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꼭 이만큼의 거리일까? 참 얄궂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문제없이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의 보관을 묻는 질문에 흔쾌하게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며 안내해 준다.

호기심 가득 지켜보던 중년의 직원은 엄지를 세우며 인사를 건넨다.

기역자 모양의 4층 건물. 양쪽으로 길게 뻗은 숙소의 복도가 끝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그냥 침대에 널브러진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새로 받은 노트북도 세팅하고 필요한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하고, 패니어의 짐들도 다시 분배를 해야 하고, 몽골까지의 경로도 잡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게으름병이 걸렸나 보다.

"수염을 잘라서 그런가? 밋밋하고 허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

내일 이동할 경로를 검색하는데 고덕지도가 팔달령에 있는 만리장성을 관통하는 경로를 안내한다.

"어? 이 길로 갈 수 있는 건가? 만리장성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다고?"

팔달령장성을 관통하는 S216 도로가 늘어져있던 호기심의 말초신경을 톡톡 건드리며 정신 차리라며 밑밥을 던진다.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프런트로 내려오자 프런트의 직원들이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나를 보며 웃는다.

숙소 주변의 빵집에 들러 간단히 먹을 중국의 제과빵들을 사고, 슈퍼에 들러 환타와 초콜릿 비스켓을 사든다. 중국의 편의점은 대부분 넓은데 휑하니 물건들이 없다.

저녁으로 먹을 밥을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 들러 포장을 한다. 중국의 식당은 물도 없고 특별한 밑반찬도 없기 때문에 포장을 해서 먹나 식당에서 먹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위안 물고기 향이 나는 돼지고기 덮밥인데 콜라 한 캔을 함께 준다.

"밥을 먹는데 콜라는 주는 신선한 조합은 뭐지. 마음에 드는데."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직원에게 S216 도로의 경로를 보여주며 자전거로 갈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모른다고 대답한다.

포장해온 덮밥은 맛이 좋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의 웬만한 메뉴들보다 훨씬 괜찮은 맛이다.

"이 퀄리티로 편의점에서 팔면 완전 대박 나겠는데."

S216 도로의 경로를 구글지도와 고덕지도를 번갈아 가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팔달령을 향하는 길은 기찻길과 고속도로 그리고 S216 도로가 있다.

S216도로는 두 갈래로 나누어져 하나는 터널을 통해 팔달령을 지나고, 하나는 팔달령 관광지를 관통하여 지상으로 지나간다.

"뭐 고도는 7~800미터쯤 될 것 같고, 이대로라면 만리장성을 지나 팔달령을 넘어갈 수 있겠는데."

팔달령의 고도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지도로 경로탐색을 하는데 구글지도는 팔달령을 넘는 도로가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700미터가 약간 넘는 팔달령의 높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위성지도로 전환하여 도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만리장성을 도로가 어떻게 통과하는 거야?"

만리장성 부근을 확대하니 일반 중국의 성들처럼 장성의 문을 통과하여 도로가 지나간다.

"일단 도로는 이어지는데, 중국의 5A급 관광지인데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있나?"

구글지도를 끝까지 확대를 하고 S216 도로를 따라 길들을 살펴본다. 주차장을 가득 매운 버스들과 도로를 따라 점선으로 길게 이어진 버스의 행렬 그리고 주차장에서 만리장성까지 이어진 도로 위에 찍혀있는 수많은 검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거 사람이잖아."

만리장성의 위와 주변의 지역에 빼곡하고 불규칙하게 찍혀있는 점들은 만리장성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마도 주차장 이후로 차량통행은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렇지. 이러면 나가린데!"

4시간 넘도록 고민하고 검색했던 노력이 헛되이 사라져 버린다.

"국내라면 미친 척 가보고 싶다만 중국이라 그럴 수도 없네."

새 노트북의 기본적인 세팅을 하고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놓은 후 3시 되어 겨우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일 / 맑음 ・ 23 도
베이징 자금성
휴식 이틀째, 천안문 광장으로 나가 자금성을 관광할 것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7,076Km
이동시간
4시간 37분
누적시간
495시간

천안문
신무문
11Km / 4시간 07분
4Km / 30분
숙소
자금성
숙소
 
 
4,3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9시, 부시시 일어나 쪼리를 끌며 밖으로 나온다. 따듯한 햇볕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내려앉아 봄날의 기분 좋은 아침을 안겨준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처럼 햇볕을 쬐며 멍하니 앉아 있으니 이유 모를 편안함이 찾아든다.

"아, 편안해."

어제 저녁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보아두었던 미용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뒹굴거리다 10시 30분에 다시 들리니 어젯밤 친절하게 웃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헤어컷을 하는 자리와 샴푸를 하는 자리가 하나씩 놓인 작은 가게.

딱히 우리의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내와 미장원의 냄새, 약간 이용원과 미장원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길게 자란 구레나룻을 가리키며 여행 중인데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제스처를 하니 느낌으로 알아듣는다. 어떻게 잘라주면 되는지 묻길래 앞머리카락을 내려 눈썹 위 정도에 손가락으로 집었더니 알았다고 한다.

"수염도 잘랐는데 머리도 잘라야지."

가위로 머리숱을 정리하고, 전기 헤어커터로 머리카락의 길이를 맞추고 정리한다. 미용기술은 모두가 똑같은가 보다.

구레나룻을 전기 헤어커터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다시 한번 이용원에서 쓰는 면도기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깔끔하게 샴푸도 해주고 헤어드라이기를 가리키며 말려준다는 것을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괜찮다고 한다.

딱히 앞머리의 길이 정도만을 얘기했는데 머리 스타일을 보고 한국에서와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컷을 해준다. 20위안을 내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식당으로 간다.

"다시 이뻐졌네. 감사합니다."

중국 전체에서 실행되는 것인지 이 미용실에서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75세 노인의 이발이 무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의 미용실에는 남자 미용사가 많다는 것과 도로변이나 마을 앞 길가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골라 먹는 3가지 메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자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2위안의 중국 버스, 정말 공공요금이 저렴하다.

자금성 부근의 정류장에 내려 대로변에 있는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다.

등소평의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있는 처 번째 천안문(天安門)을 지나고.

두 번째 단문(端門)을 지나.

넓은 광장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북적인다.

"중국에서 그것도 자금성에서 이 정도의 관광객이면 없는 거나 다름없지."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로 사용되는 세 번째 오문(午門)의 모습이 보인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오문의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측면의 매표소로 갔지만 그곳은 중산공원으로 들어가는 매표소다.

다시 정면의 광장으로 돌아와 측면에 있는 자금성의 매표소를 발견한다.

여권과 입장료를 주고 간단하게 입장권을 받는다.

복잡했던 다른 관광지들의 여행 상품과 달리 자금성 관람의 단일 입장권만을 팔고 있으니 심플하고 편하다.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시 신분증 같은 것을 제출하고 입장을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오문(午門)으로 들어간다.

다시 엑스레이 검문소에서 소지품을 검열하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맥가이버칼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검열을 하던 여자 검열관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더니 패니어를 헤집으며 떠들어댄다. 너무나 무례하고 황당한 행동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맥가이버칼을 집어 들고 다시 중국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What are you doing? I'm Korean. what's the problem?"

무례하게 미친 사람처럼 떠들며 맥가이버칼을 흔들어대던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계면쩍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워 쓰 한궈렌!"

여행으로 인해 조금 추레한 복장을 하고 있으니 중국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여자의 요란스러운 행동으로 주변에 있던 다른 검열관들이 모여들고 자금성 안으로 맥가이버칼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다며 시끄럽게 안내를 한다.

영어로 말을 하다 도저히 소통이 안되어 번역기를 들고 자전거 여행자라서 다용도칼이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젊은 남자 검열관은 다용도칼을 들고 자신에게 칼을 주고 가라며 농담을 하듯 빈정거린다.

"죽을래?"

처음 소란을 피우며 일을 벌였던 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미안했는지 젊은 남자에게 다용도칼을 돌라주라는 제스처를 하고, 계속되는 여자의 채근에 남자는 못 이기는 척 다용도칼을 돌려준다.

"어이가 없네. 설령 내가 중국인이라 해도 너희들은 중국의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따위 무례한 행동을 하냐?"

아무런 생각 없이 들고 나온 다용도칼 때문에 발생한 소란이지만 만약에 다용도칼을 돌려받지 않았다면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다용도칼을 선택했을 것이다.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오문(午門)을 지나.

이제는 어린 황제도, 늙은 환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도 사라지고 헛된 욕망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자금성으로 걸어간다.

금수교(金水桥)을 넘어.

넓은 광장의 끝에 청동 사자상이 세워진 태화문(太和門)이 보인다.

태화문을 지나 다시 넓은 광장과 함께 태화전(太和殿).

그리고 중화전(中和殿)과 보화전(保和殿).

천하를 얻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궁궐에서 배설되는 인간의 욕망들을 대면했을 황제의 삶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

겹겹으로 높은 성을 쌓고 넓고 넓은 궁궐을 지어 화려한 대리석과 금빛으로 물들였지만 그들은 모두 죽고 누구 하나 남아있지를 않다.

"부질없고 의미 없다. 어쨌든 모두 죽어버렸잖아!"

내 안에 이런 성 하나를 부지런히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외롭고 공허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그리고 집착 따위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부질없는 덧칠만을 반복하는 의미 없는 껍데기 같은 것을 말이다.

의미 모를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중화전의 외부 벤치에 앉아 봄날의 시간을 보낸다. 그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봄날의 기운과 바람만이 좋다.

후궁으로 들어가는 건청문(乾淸門)을 지나 건청궁(乾淸宮).

후궁을 지나 후원의 어화원(御花園).

자금성의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으로 자금성을 빠져나온다.

너무나 넓은 자금성을 하루 만에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신무문을 빠져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베이징의 버스에는 보안요원 같은 건장한 남자들이 동승하고 있는데 승객들을 대하는 거만하고 위압적인 행동들이 꼴 보기 싫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것들을 포장하고.

침대에 쓰러진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해. 그래야 내일이 빨리 오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6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천단공원
6일간 베이징에서 보낼 생각이다. 장가계를 출발할때의 걱정과 달리 너무 일찍 베이징에 도착하여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동거리
10Km
누적거리
4,312Km
이동시간
2시간 12분
누적시간
322시간 37분

버스
버스
7Km / 1시간 47분
3Km / 25분
숙소
천단공원
숙소
 
 
4,3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라이딩이 없어 느릿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10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오늘 뭘 해야 하지. 숙소를 연장하고, 자전거 정비를 할까?"

숙소를 연장하려 트립닷컴에 접속하니 숙소에 방이 없다. 하루를 보내고 만족스러우면 이틀을 연장하려고 했는데 단체 손님이 들어왔는지 7만원이 넘는 방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검색되질 않는다.

"아, 몰라. 프런트에서 해결하자."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볼수록 깨끗하게 세차를 하고 정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빨리 뒤돌아서 식당으로 향한다.

"햇볕이 좋은 아침이다."

아침을 하는 곳의 메뉴판을 한 번 째려보고 번역기로 메뉴들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사람들이 식판에 두 가지 또는 세 가지의 찬을 놓고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가지 반찬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주문을 하는 것 같다.

两荤一素, 一荤两素.

"고기요리 둘 그리고 뭐지? 오케이, 이해했어. 고기반찬 두 개, 풀반찬 하나"

계산대로 가니 어제 봤던 어린 여자 직원이 나를 보고 또 왔냐는 듯 빙긋이 웃는다.

两荤一素를 주문하고 배식을 하는 주방에 주문표를 준다.

식판에 큼지막하게 밥을 퍼주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여러 반찬 중 육해공을 하나씩 선택한다.

언제나 푸짐한 중국의 밥 인심.

중국의 생선은 잔가시가 많아 먹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잔가시를 뱉어내며 먹고 있으니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앞자리에 앉더니 물고기 이름을 알려준다.

크게 관심이 없어 예의상 한 번 더 물어보고 흘려듣는다.

"역시 생선은 구워야 맛있는데."

밥을 먹는 사이 식당에 사람들이 붐빈다. 11시가 넘으니 다들 점심을 먹으러 오는가 싶다.

아침을 먹고 나니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해야겠다."

프런트에 숙박연장을 하고 싶다 얘기를 하니 방이 없다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지금은 방이 없어요. 방이 나면 옮길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숙박하고 있는 방은 다른 예약이 있어 방을 옮겨야 한다고 안내를 해준다. 체크아웃 시간이라 매우 바쁜 직원에게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해달라 부탁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숙박비를 내기 위해 현금을 찾으러 고덕지도를 검색해 주변에 있는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한국어 서비스도 지원하는 신형 ATM 기기에서 1,000위안을 찾아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노점에서 파는 한라봉처럼 보이는 큰 귤 세 개를 담아 10위안에 사든다.

숙소 프런트의 여직원은 여전히 바쁘다. 잠시 프런트 앞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 방으로 들어온다.

30분쯤 후, 전화벨이 울리고 여직원은 몇 마디 중국어를 하고 말을 이어가질 못하겠다.

"I will get down. 아니, 워 시아."

'我下' 했더니 알아들은 듯 OK 하며 대답한다.

여직원은 열심히 핸드폰을 두드려 방들을 안내한다. 표준 방, 큰 방, 창문이 없는 방이 있고 지금 묵고 있는 방은 없다고 한다.

"뭐 일단 방이 있으면 됐다. 얼마?"

238, 438, 238위안. 방들을 보고 결정을 하라 안내를 한다. 1층과 2층에 있는 방을 보니 지금 묵고 있는 방에 비해 작고 급이 낮다.

"2박 3일로 예약을 하지 않은 내 탓이니 어쩔 수 없지 뭐."

1층의 표준 방으로 결정을 하고 숙박비를 결제한다.

"I'll stay two more days. How much is it?"

계속 난감해하지만 친절하고 상냥한 여직원이다.

"아냐. 내가 잘못했어. 뚸 샤오 치엔?"

웃으면서 계산기로 238를 적어 보여준다. 그냥 암산으로 더하면 될 것을, 그것도 귀찮아서 다시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얼티엔."

못 알아듣는 여직원.

"이틀이 중국어로 뭐야?"

그제서야 번역기로 两天을 보여주니 '아' 하며 방긋 웃는다.

처음부터 번역기를 사용하면 편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몸짓으로 표현하고, 이것저것 아는 말들을 내뱉고, 그리고 소통이 안되면 번역기를 사용하게 된다.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것, 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애틋한 행위인지를 여행을 통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 번 더 귀 기울여 들어줬더라면, 한 번 더 바라봐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고작 밥 한 끼, 하룻밤 잠자리에 이렇게 정성인데 말이야."

결제를 하고 고생스럽게 응대를 한 여직원에게 한라봉 하나를 건네주니 다이아 반지라도 받은 것처럼 좋은 웃음을 지어준다.

"방을 청소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0분 후, 여직원의 연락을 받고 짐들을 정리해 4층 방을 나선다. 건너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한라봉 하나를 건네다.

청소 직원도 너무나 좋아하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이거 한라봉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귀티 나서 그런 거 아냐?"

패니어 두 개를 덥석 들어 엘리베이터까지 옮겨주며 인사를 하고, 안내를 위해 4층까지 올라와 기다리던 다른 프런트 직원에게 패니어를 인계한다.

"你是韩国人吗?"

눈을 마주치며 호감 있게 웃는 여직원은 방문까지 패니어를 옮겨주고 환영의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欢迎来到中国."

"아놔, 왜 중국어가 자꾸 들리지."

방을 옮기고 베이징 시내의 관광지들을 검색하다 공원에 나가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고덕지도에 천안문과 함께 아이콘으로 표시된 탑모양의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천단공원(天坛公园), 한 번 가볼까?"

숙소에서 버스로 4정거장 거리에 있어 부담도 없고 산책 겸 천단공원으로 간다.

베이징 시내의 버스 정류장에는 바닥에 버스가 정차하는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2위안짜리 기다란 버스를 타고.

천단공원 동문으로 가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중국 기준으로)

일단 공원의 대략적인 모양과 입장료를 확인하고.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이 다른 것 같은데 11~3월까지는 비수기에 해당되나 보다. 공원입장료가 10위안, 기년전과 회음벽, 원구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입장료가 28위안이다.

잠시 입장료를 살피는 사이 한가하던 매표소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방심했네. 여기는 중국."

중국 사람들이 표를 사며 신분증을 제시하길래 나도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고 28위안 표를 구매한다.

"천국의 사원이라, 그럼 들어가 볼까."

향나무가 들어선 긴 산책로가 이어지고.

탑으로 향하는 길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의 우측으로 체육시설 같은 것이 놓여있고 중국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기년전으로 가는 통로에 사람들이 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공짜인가?"

길게 이어진 통로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남녀노소 섞인 채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 그러려니 하며 지나치고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를 통과한다.

넓은 광장 위로 뾰족 솟은 원뿔 모양의 천단의 기년전.

진청색의 기와와 처마들, 붉은 문과 기둥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천단(天坛)
천단은 제천의식, 즉 오곡풍양(五穀豊穰)을 위한 기우제와 풍년제 등을 올리기 위해 1420년 명대의 영락제가 건설한 제단이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천단(天坛), 북쪽에는 지단(地坛), 동쪽에는 일단(日坛), 서쪽에는 월단(月坛)이 있어 각각 하늘, 땅, 해, 달에 제사를 지냈는데 천단은 황실 최대의 제단이었다. 이후 낙뢰로 소실되었다가 1896년에 재건되었으며 황제의 상징인 용보다 황후의 상징인 봉황이 더 크게 조각된 것은 당시 서태후의 권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지식백과)

붉고 화려한 기둥, 은은하지만 강렬한 색의 처마들과 황금빛 용 문양들이 검은 제단과 함께 웅장하게 느껴진다.

기년전(祈年殿)
명대에서 청대까지(1368~1911)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던 축전(祝殿)으로 베이징(北京) 천단(天坛)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건축물이며 1420년 착공되었다.(지식백과)

"화려하다. 그런데 무언가 재미가 없다."

뒷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감동은 없었지만 이색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옛 중국 관료들의 모자 같기도 하고."

천단의 뒤편으로 황첸덴(皇乾殿, 황건전)이 들어서 있다. 왠지 모르게 작게 느껴진다.

안쪽에 검은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의 무늬들이 독특하고 화려하다.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기년문을 지나 단비차오(丹陛桥, 단폐교)를 걸어 원구가 있는 성정문으로 향한다.

단폐교 위로 관광객들이 붐볐지만 400미터 가까운 길이의 넓은 공간이 여유 있게 보인다.

단폐교(丹陛桥)
길이가 360m이며, 지면에서 4m 높이에 있고, 폭은 30m이다. 가운데에 돌이 깔린 길을 '선루[神路]'라고 하여, 천제(天帝)만이 다니는 길로 정하였다. 동쪽의 벽돌이 깔린 길은 '위루[御路]'라고 하며, 황제(皇帝) 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왕공대신(王公大臣)은 서쪽에 있는 '왕루[王路]'로만 다닐 수 있었다. (두산백과)

단체 관광객들의 가이드들이 용꼬리 같은 깃발들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용꼬리야? 붕어꼬리야? 귀엽네."

공원입장 시 한 번, 천단 입장 시 한 번. 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구멍이 하나씩 뚫린다.

"길긴 길다. 걷다가 지치네."

성정문을 지나니 오래된 향나무 사이로 원형의 돌담이 나온다.

아주 오래된 향나무가 공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원구를 가기 위해 마지막 게이트를 통과하고.

"대체 뭐가 있길래?"

원형의 돌담, 회음벽 안으로 중앙에 원형의 사당과 좌우 양편에 직사각형의 사당이 놓여있다.

회음벽(回音壁)
황충위[皇穹宇]의 담장으로, 돌을 간 다음 쌓아 만들었으며, 담장 위에는 남색 유리기와를 얹었다. 두 사람이 둥[东], 시페이뎬[西配殿] 뒤편에 나누어 선 다음, 벽에 기대어 서서 벽 가까이에 대고 북쪽을 향해 말하면, 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전해져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두산백과)

좌측이 서배전(西配殿), 우측이 동배전(配殿)인데, 그곳에 서서 천단 방향으로 말을 하면 벽을 타고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린다 하여 회음벽이란다.

"싱겁기는, 누가 있어야 팩트체크를 해보지."

회음벽 중앙에 원형의 환충위(皇穹宇, 황궁우)가 위치해 있다. 기년전의 미니미처럼 모양과 색이 비슷하다.

동배전 내부에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과 기둥 그리고 문살이 독특하고 예쁘다.

기년전을 축소해 놓은듯한 황궁우.

회음벽 건너편의 원구로 넘어간다.

원구의 문이 조이고.

넓은 광장에 놓인 3단의 석조단인데 사당이나 누각 같은 것이 없고 하늘이 열려있다.

원구(圜丘)
한백옥(汉白玉)으로 된 3층의 기단(基坛)으로 황제가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제사를 올릴 때 기단 북쪽의 황궁우에 선대 황제의 위패를 안치했다. 원구의 계단과 포석, 난간의 수는 9의 배수로 되어 있다.

용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원구에 오르니 사람들이 정중앙에 놓인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기념촬영을 한다.

천심석(天心石), 원구 중앙에 놓인 돌로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고 넓은 천단공원을 구경했는데 버스가 있는 동문까지 다시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다리가 무겁다.

원구의 게이트를 빠져나와 단폐교를 걷지 않고 향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진 산책로를 따라 동문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곳 주민이라면 매일처럼 산책을 하고 싶은 길이다.

어깨 높이로 내려온 향나무 가지들을 천천히 걸으니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비밀스럽고 좋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대각선으로 이어지던 길은 천단으로 들어섰던 곳으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지켜봤을 향나무.

동문을 빠져나오기 전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던 곳으로 걸어간다.

지난 과거의 유물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궁금하다.

체육 시설이 놓여있고 여기저기에서 제기를 차느라 바쁘고 즐겁다.

"아놔, 이 귀여운 중국인들."

열심히 제기를 차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제시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제기를 차는 사람들의 흐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호기심만을 증폭시키며 기다렸지만 제기차기가 끝나질 않는다.

한참 후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뒤편 난간에 제기가 꽂혀있는 쇠줄이 눈에 들어온다.

배드민턴 공처럼 철사를 꼬아 제기 보관틀을 만들었다.

"아이디어, 완성도, 편리성 최고!"

네 갈래의 큰 깃털로 날개를 만들고.

밑 머리는 고무.

그리고 중간에 딱지 같은 양철 조각을 넣어 맛깔스러운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제기를 차는 소리가 묵직하여 적당히 무게감이 있을 줄 알았은데 생각보다 가볍다.

겹으로 분배해 놓은 고무와 양철 조각이 묵직한 타격음을 만들 뿐 제기를 차며 발등이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얀 깃털 사이로 작고 부드러운 갈색 깃털을 추가하여 모양을 낸 것도 있다.

제기를 구경하고 동문으로 걸어가다 소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알록달록한 제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인다.

할머니와 공원을 산책 후 돌아가는 길인듯.

"웨이, Show me this."

할머니가 웃으며 보여주라고 하니 의아해하며 제기를 전해준다.

"알록달록한 게 이쁘네."

예쁜 모양의 제기는 어른들이 차던 제기와 달리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제품 같다.

"시에 시에, 고마워, 땡큐!"

여전히 이 사람은 뭔가 싶은 얼굴로 쳐다보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할로'를 하라며 웃는다.

동문에 도착하니 땅끝으로 석양이 시작된다. 가볍게 산책을 나와서 급 피곤해진 오후다.

버스를 타기 전 할배네 햄버거를 사 가려고 들린다. 베이징이라 외국인들이 가게 안에 많이 있다.

어제 베이징 시내의 초입에도 주문을 아주머니가 받아 소통이 어려웠는데 여기도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는다.

말없이 주문대 위에 놓인 그림을 가리키며 37위안을 꺼내어 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고.

식당에 들러 메뉴판을 째려본 뒤.

토마토 계란 볶음 덮밥을 시켜 먹었다. 토마토와 케찹맛이 전부였다.

"자전거도 안 타는데, 너무 많이 먹는가."

식당과 숙소 사이에 작은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데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손가락 가위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제스처를 하니 맞다며 하며 웃는다.

심심한데 내일 이발이나 해야겠다.

숙소에 돌아와 사진들을 업로드하는데 와이파이가 너무 느리고 접속이 자주 끊긴다.

"방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와이파이까지 차별할 필요는 없잖아."

몇 분이면 될 업로드를 하느라 프런트를 왔다 갔다 하며 신호를 잡는다.

밤늦게 출출해져서 포장해온 할배네 햄버거 세트를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순서대로 꺼내어 먹는다.

"치즈파이, 치킨 3조각 그리고 하이라이트 햄.. 버. 이건 뭐냐?"

두툼한 치킨버거는 없고 무슨 밀가루 전병 같은 것이 들어있다.

"소고기 오방? 넌 뭐니!"

멘붕이 밀려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문할 때 찍어놓은 메뉴판 사진을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하니 이것을 주문한 것이 맞다.

세트 넘버 1을 말하는 게 귀찮아 언뜻 보이는 메뉴판을 가리켰는데 햄버거가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다.

"제발, 이상한 향신료 맛만 나지 말아라."

다행히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치킨버거의 행복감을 대신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조식도 빼먹고, 숙소예약도 꼬이고, 햄버거까지 날려먹다니. 느슨해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내일은 자금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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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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