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5일 / 맑음 ・ 16도
중국 얼롄하오터-몽골 자민우드
중국과 몽골의 국경을 넘어 몽골 자민우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97Km
이동시간
1시간 24분
누적시간
576시간

전개로
AH3
8Km / 35분
7Km / 49분
얼롄하오터
중몽국경
자민우드
 
 
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일찍 잠에서 깨었다. 위챗을 교환했던 몽골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오늘 몽골로 넘어가자!"

식당으로 내려가니 오늘은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어제 먹었던 볶음밥이 없어 간단한 빵들과 볶음면으로 식사를 한다.

패니어와 짐들을 하나씩 체크해가며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1층 프런트로 내려갔다. 왕칭옌은 출근 전인지 모습이 보이질 않고 이틀간 여러 가지 신경을 써준 숙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혼자서 다니는 거야? 애인이나 부인이 없어?"

"메이요! 한국에 여자가 없는데 중국에도 여자가 없네. 중국에 여자가 없어서 이제 몽골로 가는 거야."

직원들과 농담을 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중국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고마워 중국!"

숙소를 나와 공룡공원의 건너편 얼롄하오터 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으로 간다.

자전거를 끌고 승합차와 짚차들이 있는 주차장으로 가니 '멍구'를 외치며 사람들이 다가온다.

"취 멍구, 뚸 샤오 첸?"

국경을 넘는 차량의 비용을 묻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차로 가자고만 한다. 아저씨의 차는 짚차가 아닌 승합차다.

"알았어. 얼마야?"

자전거를 바닥에 눕혀버리고 가격을 확인하니 자전거를 살피더니 100위안을 달라고 한다. 손사래를 치며 비싸다고 말하니 사람만 가면 60위안인데 자전거를 실어야 하니 100위안을 줘야 한다고 한다.

"빠스! 나 돈 없어. 빠스!"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탈탈 털어 보여주며 80위안에 가자고 하니 못 간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이내 자전거를 실으라 차로 안내한다. 숙소를 나오며 잔돈들을 모아 주머니에 80위안만을 담고 나머지는 자민우드에서 환전을 하기 위해 패니어에 넣어두었었다.

다른 여행자들을 보면 50~150위안을 내고 국경을 넘는 것 같지만 그들과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80위안도 비싸게 느껴지지만 66위안의 기차 비용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다음의 여행자들을 위해 바가지를 써가며 비용을 지불할 생각도 없고, 야박하게 몇 천 원의 가격을 흥정하느라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다. 안전하게 국경을 넘는 것이 최우선이고 나에게 80위안은 그 정도의 댓가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70위안으로 양고기를 사 먹었기 때문에 더 낼 돈도 없다.

패니어들을 떼어내 차곡차곡 차량의 안쪽에 집어넣고 자전거를 싣고.

"아저씨 사진이나 같이 찍어요!"

뭔가 서두르는 아저씨를 잡아 사진을 찍는데 자꾸 고개를 돌린다.

"50위안까지 깎으려다 만 거예요. 80위안이면 적당히 좋구만."

서둘러 탑승하라는 아저씨의 재촉에 못 이겨 승합차에 오르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아저씨는 마땅한 손님들이 보이질 않는지 광장 앞을 출발한다. 손님은 동행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아이와 할머니 그리고 나.

공룡공원을 지나 지내길을 돌던 차량은 다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에서 차량을 세운다. 가족으로 보이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짐들을 싣고 차량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내 북적북적해진 승합차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한국 사람! 같이 사진 찍어요."

흔들거리는 차량 안에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자 하니 모두들 거부감 없이 흔쾌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준다.

각자가 붉은색의 몽골 여권을 손에 들고 있어 몽골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중국, 한국, 미국 등의 출입국 스탬프가 빼곡하게 찍혀있는 여권을 보여주며 각 나라들의 스탬프들을 설명해 준다.

"우와, 많이도 다녔네! 뭐 하러 간 거예요?"

번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글 번역기를 여러 번 검색하여 보여준다.

"여행요."

앞자리에 앉아 무릎을 맞대고 있던 젊은 남자아이가 한국말로 짧게 대답을 한다. 스치듯 들려온 한국말이 낯설게 느껴지고 방금 전 한국말로 답변을 한 남자아이를 쳐다본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할 줄 알아?"

툴가, 한국 이름이 대원이라는 젊은 아이는 수원 아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몽골의 학생이다. 5년 정도 어학원과 대학을 다니며 수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지금은 휴학 중이라서 몽골에 와 있다고 한다.

몽골의 여행의 막연한 시작과 함께 행운처럼 찾아든 회색 후드티를 둘러쓴 이쁘게 잘 생긴 툴가와의 만남이다.

"툴가, 잘 생겨서 한국에서 인기가 많겠다."

"한국에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이삿짐센터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느라 충분히 즐겨야 할 청춘의 시간이 여유롭지만은 않은 듯싶다. 나 또한 그러한 시간을 보내왔고 지금의 젊은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20대의 시간을 현실의 삶에 묶여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고 안쓰럽다.

"툴가한테 잘 보여야겠다. 툴가에게는 많은 기회가 열려있을 테니까."

네트워크가 끊기기 전에 툴가의 전화번호와 페이스북 등 연락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받아 놓고.

툴가와 대화를 하는 사이 승합차는 무지개 아치가 있는 중국의 국경에 이르렀다.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출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통과한 후 승합차에서 내린다.

승합차는 손님들을 내리고 오른 편에 있는 차량 출입구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정면에 보이는 중국 출입국 사무소로 걸어간다.

무지개 아치를 지나서.

얼롄하오터의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간다.

출국 심사대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고 특별히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는 것 같은 검문대를 통과한다.

"아, 나는 출국카드 작성해야지."

툴가의 가족들은 바로 출국 심사대로 가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그들을 따라가던 중 출국카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난다.

"어디 보자. 이름, 여권번호, 생년월일, 성명, 국가명, 서명 그리고 차량번호?"

차량번호를 공란으로 비워두고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출국심사 사진을 찍으니 보안요원이 다가오며 핸드폰을 가리킨다.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눈치 빠르게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지운 후 보안요원에게 보여준다.

"Ok? 땡큐!"

다른 요원들과 달리 싱글싱글 웃으며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라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된다.

출국카드를 작성하는 사이 사람들이 줄을 서 툴가네 식구들과 떨어져 서있으니 툴가의 식구들이 자기네 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툴가, 차량 번호는 어떻게 적었어?"

툴가도 잘 모른다하여 툴가의 출입국 카드에 적힌 차량번호를 적었다. 특별히 중요한 사항이 아닌 것 같다.

별문제 없이 출국 스탬프가 찍히고 심사대의 중앙에 놓인 단추들에서 서비스를 평가해달라는 한국어 안내 멘트가 나온다.

"생각 같아선 울상을 짓고 있는 스마일 맨을 눌러주고 싶은데 참는다."

툴가네 식구 중 한 명이 두리번거리다 출국 심사의 순서를 잠시 놓친 사이 큰소리의 호통을 치며 부르던 출국 심사원이다.

"좀 웃으면서 친절하게 해라. 촤식아!"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고,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E자를 보이며 끊겨있다.

"헤이, 코리안!"

퉁명스럽게 나를 부르며 요금을 달라고 한다.

"아직도 삐쳐있는 거야? 80위안 많이 받은 거잖아. 웃어 아저씨!"

출입국 사무소의 반대편으로 나와 기다리던 승합차에 올라타고 여권에는 중국 여행이 끝났음을 알리는 출국 스탬프가 찍혀있다.

"비와 산길, 황사와 주숙등록, 고산의 초원과 바람.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럼 됐다!"

국경을 넘기 전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승합차는 몽골의 국경으로 넘어간다.

몽골의 지역에 이르러 이번에는 군복을 입은 몽골 보안 요원들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작은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여 다시 차량에서 내린다.

"이번에는 입국심사!"

2개의 입국 심사대가 있는 몽골의 입국 심사대에 사람들이 서 있고 툴가네 식구들을 따라가던 중 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인다.

"툴가, 난 입국 카드를 써야 하는데. 입국 신고서가 어디에 있지?"

입국 신고서의 서류함에는 종이 쓰레기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입국 심사원에게 건네받은 입국 신고서를 툴가에게 건네받고 입국 신고서를 작성한다.

"이름, 생년월일, 성명, 국가, 여권번호, 비자유형, 비자번호, 입국일, 서명 그리고 주소? 핸드폰?"

툴가가 자기의 집 주소를 적어 넣고 나머지 모르는 항목들을 공란을 비워둔다. 문제없이 입국 심사가 끝나고 몽골의 입국 스탬프가 찍힌다.

입국 심사대를 나오면 사무실과 은행 ATM 기기들이 놓여있다. 건물이 작다 보니 그 이외의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출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승합차의 아저씨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 알려준다. 무서운 모래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불어온다. 사람들이 들어가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 보니 조그마한 매점이 있다.

잠시 후 바쁘게 서두르는 아저씨의 재촉으로 승합차에 오르고 툴가의 친척은 여권을 잘 넣어두라며 바람막이의 포켓을 가리킨다.

몽골 출입국 사무소의 출입문을 통과하며 입국 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보안요원들에게 보여준다.

"이거 언제까지 보여줘야 하는 거야?"

"이제 다 끝났어요!"

몽골의 출입국 사무소를 빠져나와 툴가네 식구들은 자신들의 차량이 주차된 곳에서 짐들을 내리고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천천히 해도 될법한데 매서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뭐가 그리 급한지 재촉을 하는 승합차의 아저씨 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

"툴가네 식구들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짐을 옮기느라 바쁜 툴가를 불러 사진을 찍고 연락을 하겠다 인사를 나눈다.

"헤이! 코리안!"

"아저씨 알았어. 사진 찍고 갈게! 왜 소리를 치고 그래."

툴가네 식구들과 헤어지고 승합차는 자민우드로 향한다.

몇 분 후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자민우드에 도착하고 도로변에 자전거와 짐을 내려준다.

"아저씨! 땡큐!"

듣는 둥 마는 둥 퉁명스레 인사를 하며 떠나는 승합차 아저씨.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난 후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생소한 자민우드의 풍경을 보며 어색한 낯설음을 가라앉힌다.

"아이고 또 막막하다!"

습관적으로 고덕지도를 실행시키고 닫은 후 구글 지도를 실행시킨다.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하지만 지도상 자민우드의 기차역 부근인가 싶다. 10미터 정도 자전거를 끌고 가니 넓은 주차장에 승객을 태우려는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주차장 넘어 오래된 자민우드의 역사가 나온다.

자민우드의 기차역 광장은 오가는 사람도 없이 휑하니 비어있다.

"일단 여기가 기차역이고."

기차역을 빠져나와 오른 편에 있는 경찰서의 건물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숙소를 검색한다.

"일단 숙소를 잡고, 유심을 교체하고, 환전을 하면 되는 거지."

트립닷컴과 부킹닷컴에는 호텔이 검색되지 않고, 구글지도를 검색하여 호텔의 아이콘을 찾는다.

"현금과 온라인이 끊겨있으니 비싸더라도 알려진 호텔로 가보자!"

현재 위치가 부정확하게 나오는 구글 지도를 보며 자민우드의 역사를 기준으로 건물들을 파악한 후 내 위치를 확인한다.

"저쯤에 호텔이 하나 있겠네."

경찰서 밖에 나와 대화를 하는 경찰관에게 호텔의 위치를 한 번 더 정확하게 확인하고 호텔을 찾아 이동한다. 단순한 자민우드의 길을 따라가는데 호텔의 모습과 길이 잘 보이질 않는다. 모래가 잔뜩 쌓여있는 흙길의 골목을 갸우뚱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내가 찾던 호텔이 나온다.

모래가 쌓여있는 골목길과 허름한 집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호텔의 정문은 두꺼워 보이는 철문이 닫혀있다.

"열려 있는 거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외관과는 달리 깨끗한 실내에 프런트가 보인다. 투숙이 가능한지를 묻고 와이파이가 되는지를 물으니 방들의 가격표가 적힌 종이 노트를 보여준다. 120,000투그릭, 100,000투그릭, 60,000투그릭.

"알았어. 환전은 어디서 해?"

중국 돈을 보여주며 환전을 하는 제스처를 해도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야, 이거 몽골 큰일 났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60,000투그릭이 적힌 노트만을 자꾸 보여준다.

"중국 돈밖에 없어. 중국 돈 받아?"

곁에서 이 관경을 지켜보던 젊은 여자가 노트에 '1위안=370투그릭'이라고 적어 보여준다. 핸드폰 환율기를 확인하니 1위안이 390투그릭 정도 하는 것 같다.

"이 누나, 여기서 달러 장사를 하려고 하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속아주는 게 편하다. 200위안을 주고 숙소비를 결제하고 잔돈을 받아든다.

자전거를 안에 들여놓을 수 없다 하여 호텔 정문의 난간에 묶어두고 프런트 직원과 짐을 나눠들고 4층으로 올라간다.

"정말 자전거 1층에 넣어두면 안 돼? 밖이 안전해?"

안전하다며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만들며 싱겁게 웃는다.

숙소의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회화 어플을 뒤적거려 '환전은 어디서 해요?'를 찾아 보여줬더니 이번에는 잘 알아들었지만 몽골어로 설명을 해준다.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위치를 알려달라고 해도 지도앱으로 잘 찾지를 못하고 은행 표시가 되어있는 아이콘을 가리키니 그제서야 맞다고 한다. 은행은 숙소의 골목을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있다.

중국의 남은 위안화를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 은행에 들렀지만 ATM 기기가 있는 창구만이 열려있고 은행의 사무실은 닫혀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환전하는 곳을 물으니 위쪽으로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작은 은행 건물을 한 바퀴 돌았지만 출입구는 없고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른 은행들이 있던 자민우드 기차역으로 나간다.

넓은 광장에 작은 간이역처럼 오래된 자민우드의 기차역.

기차역 앞에 ATM 기기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한가한 역전의 광장을 보며 그제서야 오늘이 일요일임을 깨달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요일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다.

어쨌든 숙소의 결제를 위안화로 해두어 특별하게 큰돈이 필요하지 않아 급할 것은 없다. 자민우드의 역사를 돌아 기차는 타는 곳을 구경한다.

겨우 10km 정도를 넘어왔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의 건물들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트인가?"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가게의 두꺼운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슈퍼네!"

웬만해서는 문을 닫지 않는, 문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중국과 달리 이곳의 모든 상점은 두꺼운 문들이 굳게 닫혀있다. 한자로 된 중국 상점들의 간판을 읽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내부가 보이지 않는 이곳은 도무지 어떤 가게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양의 슈퍼마켓이다. 중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냉장 시설을 갖춘 슈퍼마켓이 여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제품이 엄청 많구나. 내일 캠핑을 할 장을 봐야겠다."

슈퍼를 잠시 둘러보고 몽골의 통신회사인 유니텔, G모바일, 스카이텔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게로 들어간다. 편의점 같은 작은 가게인데 핸드폰의 소모품들도 함께 팔고 있다.

핸드폰을 가리키며 유심카드를 말하자 바로 알아듣고 모빌콤과 유니텔의 유심을 보여준다.

"모빌콤 20,000투그릭 5G, 유니텔 10,000투그릭 데이터 메이요!"

"데이터가 없어?"

툴가의 가족에서 몽골에서 네트워크가 좋은 통신회사를 물었을 때 유니텔이 시골에서도 잘 터진다고 알려주어 유니텔의 유심을 사서 쓸려고 했었는데 데이터가 없다고 한다.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아 몰라. 망해도 5,000원이야. 유니텔로 줘."

숙소비를 결제하고 남은 잔돈으로 10,000투그릭을 주며 핸드폰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 유니텔 유심을 구매한다.

중국 여행 기간 동안 수고한 차이나유니콤의 유심을 제거하고.

몽골의 유니텔 유심으로 교체한 후.

핸드폰을 재부팅하고 PIN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 창에 유심카드에 적힌 핀 번호를 입력한다.

"이건 뭐라지?"

핸드폰에 데이터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APN 설정 같은 것이 또 있는가? 일단 툴가에게 전화를 해서 번호도 알려주고 물어보자."

75일 만에 생긴 핸드폰 번호로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데이터 없이 통화만 되는 유심카드가 있는지 물오본다. 유심 연결과 함께 날아든 통신회사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해도 데이터 연결은 되지 않는다.

문자로 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데이터가 안되다 보니 그림 파일 전송이 되질 않는다.

"형, 따로 4G 사요."

툴가에게 위챗을 쓰는지 물었지만 위챗은 쓰지 않고 카톡이 있다고 한다. 툴가의 카톡을 등록하고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숙소로 돌아와 툴가에게 유심칩 카드를 보내준다.

"이건 통화만 되는 건가?"

"네 이것은 안돼요!"

"힝!"

"가게에 가서 데이터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근처의 유니텔 통신사의 매장이 있는지 숙소의 여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눈치가 전혀 없는 여직원은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느라 바쁘다.

"일단 다시 가게로 가보자."

갖고 있는 현금이 없어 은행의 ATM 서비스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붐빈다. 3개의 기기 중 양쪽의 기기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기가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가끔 카드를 잡아먹는 ATM 기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기를 기다렸다 사용했었다. 영어 서비스가 되는 ATM 기기에서 50,000투그릭을 찾아서 기차역의 편의점으로 다시 찾아간다.

기차역의 주차장은 오전에 비해 차량들이 많이 빠져나가 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갑자기 붐빈다.

일단 펩시 콜라 하나를 사들고 결제하려니 가격을 말하려던 여주인은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계산기에 1,500을 눌러 보여준다.

몽골의 물가는 환율과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리 물가의 0.45 정도의 수준이니 쉽게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툴가에게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을 몽골어로 적어달라고 하니 영자로 몽골어를 적어 보내준다.

"몽골도 영자로 글자를 치니?"

"영자로도 쓸 수 있어요."

중국처럼 몽골도 발음들을 영자로 쳐서 메시지를 보내고 읽을 수 있는가 보다.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툴가가 적어준 메시지를 아주머니에게 보여주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니 문자창을 열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 툴가에게 답장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며 툴가의 전화번호를 눌러주니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자를 보낸 후 나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내가 숙소에서 해봤던 것인데!"

몽골 유니텔의 유심의 사용 현황을 알아보는 방법인데 숙소에서 네이버를 검색해 설명대로 해서 데이터가 없는 유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1423번에 문자 메시지 Help를 보내면 유니텔의 데이터 사용에 따른 가격표들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해당 상품을 적어 보내고 세 번째로 On 메시지를 보내면 현재 가입되어 있는 통신 상품의 현황이 보여준다.

"아, 이게 가격표였구나."

캠핑을 하며 데이터 테더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용량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30일 50G의 상품을 가리키며 50,000투그릭을 아주머니에게 준다.



핸드폰 번호를 물어 유심카드에 적힌 번호를 보여주니 작은 단말기에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고, 핸드폰으로 1432로 문자들을 보내자 데이터가 연결되었다는 문자가 날아든다.

"몽골은 이렇게 유심을 충전해서 사용하는구나."

그냥 우리의 교통카드 충전하듯이 통신사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가게에 들어가 요금만 지불하면 충전이 된다.

"됐다. 숙소도 잡았고, 돈도 찾아봤고, 핸드폰도 연결을 해놨으니 이제 밥이나 먹자."

숙소 앞 ATM 서비스로 다시 돌아가서 당분간 사용할 현금을 다시 찾았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ATM 서비스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영어 서비스로 차분하게 기기의 안내를 살펴 가며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찾는다.

우리처럼 카드가 먼저 나오고.

5,000투그릭 지폐의 돈이 나오는데 돈다발이 나온다. 마치 10만원을 5천원권으로 찾는 기분이다.

"왠지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숙소로 돌아오는 골목 단층의 흙집들과 모래 바닥 그리고 매운 컵라면 쓰레기까지.

호텔의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다.

깨끗한 실내가 마음에 들고 짧은 영어가 되는 발랄하고 귀여운 몽골 여자아이가 주문을 받는다.

"What do you recommend here?"

영어를 받아 몽골어로 번역하던 여자는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 그리고 스팀 비프를 생글생글 웃으며 추천해 주었다. 생기가 있고 좋은 기운을 갖은 사람이다.

양이 얼마만큼인지를 몰라 세 가지를 모두 달라고 한다.

"Three meals?"

"Is it a lot of food to eat alone?"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시안 수프와 파인애플 치킨을 추천한다.

"그래, 그렇게 줘!"

커피를 마실 건지를 묻더니 밀크 커피 한 잔을 내어주고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며 웃는다.

잠시 후 음식들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에피타이저의 수프가 나올 줄 알았는데 커다란 닭고기 국이 나왔다. 제법 맛이 나는 국물인데 찰진 흰밥이 먹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국물 요리네."

곧이어 잘 구워진 파인애플과 치킨이 올려진 메인 메뉴가 나오고 입맛이 군침으로 요동을 친다. 샐러드와 감자, 잘 구어진 치킨과 맛있는 소스를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고 있으니 마치 중국을 떠나온 지 몇십 년이 지난듯한 느낌이다.

닭고기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워주고 식사를 마친다.

계산을 하려니 여자아이가 잘 안되는 영어 발음으로 가격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냥 숫자를 적어줘."

워낙 금액들의 숫자가 크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쉽게 나누기 2를 해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고마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 '고마워'의 발음을 알려주고 웃으면서 식당을 나온다. 언어에 대한 감각과 재미를 알고 있는 여자 아이다.

몽골의 콘센트는 중국과 다르지 않다. 220V 전압을 사용하고 둥근 모양과 일자 모양 그리고 삼지창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한다.

나무로 된 방문은 열쇠를 사용해서 잠그고.

중국의 비와 흙먼지들 때문에 여러 차례 고생을 하고 패니어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U락을 꺼내어 자전거를 한 번 더 묶어둔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중국에서는 자전거 분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몽골의 분위기는 잘 모르니 일단 안전하게 잠가둔다.

숙소에 쉬면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와이파이가 너무 약해 사진을 업로드 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복도의 마지막 방이라 와이파이가 잘 잡히질 않는다.

"이것까지는 올리고 자야 해. 내일부터 초원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고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자민우드의 석양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흐름이 여유롭다 느껴진다.

4, 5분이면 될 사진의 업로드 시간이 6시간이 넘게 걸렸다. 12시가 넘어서야 업로드가 끝나고 하루를 정리한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뜻하지 않은 좋은 친구를 만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낯선 여행길에서 크던 작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땡큐, 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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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4일 / 맑음 ・ 12도
얼롄하오터시
중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여행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75시간

숙소
숙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얼롄하터
바수이전
얼롄하터
 
 
5,43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의 휴식으로 무거웠던 피로들은 사라졌다.

어제 방으로 들어왔던 아주머니는 조식권을 테이블에 놓고 갔나 보다.

7시 30분, 식당으로 일찍 내려가니 어제 보지 못했던 볶음밥이 메뉴에 있다. 중국의 북서부 지역은 특히나 만두로 아침을 즐겨 하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소량의 볶음밥을 모두 담는다.

중국 여행의 밀린 일기들을 정리하며 오전과 오후의 시간을 보낸다.

위챗의 아이디를 확인했던 남자에게 짧은 메시지가 왔지만 내일의 출발 가능 시간에 대한 답변이 없다. 그가 아니더라도 공룡 광장의 건너편에는 몽골로 넘어가는 차량들이 많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정리한다고 했는데, 노트북이 고장 나며 밀려있던 일기들이 제법 많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해 둬야 할 텐데."

하루하루의 일기를 쓰는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그때의 시간들과 느낌들을 남겨두고 싶은 것뿐.

혹여 나처럼 불량하고 무모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의 여행에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시간들을 정리하다 보니 해가 저물며 어둠이 내려앉는다.

"배가 출출한데, 어제 먹은 양고기가 생각나네."

몸이 피곤하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무조건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어제 늦은 점심을 먹었던 가게로 들어가니 저녁인데도 별로 손님이 없다.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니 알아보며 손 인사를 한다.

생각할 것 없이 어제의 메뉴 그대도 주문하고, 잔 술이 백주도 달라고 말한다.

"두 번째 오니까 고기양이 조금 더 늘었나."

"밍티엔, 워 취 멍구!"

짧은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고 가게를 나온다.

내일이면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한국을 떠날 때보다는 가볍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설레고, 무겁고, 두렵고, 흥분되고, 머물고 싶고, 떠나고 싶고 등등의.

"이제는 중국이 제법 편해졌는데,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아니지. 쉬더라도 내일 몽골 자민우드로 넘어가서 쉬자."

"가자!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몽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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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3일 / 맑음 ・ 10도
얼롄하오터시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120km 넘게 라이딩을 한 탓에 몸이 쇠덩이처럼 묵직하다. 겨우 조식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8,182Km
이동시간
2시간 56분
누적시간
575시간

시내길
공룡공원
5Km / 21분
10Km / 1시간 35분
얼렌하터
중국국경
얼렌하터
 
 
5,43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오른쪽 어깨가 쑤셔온다.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패쓰하고 9시 30분 조식을 먹기 위해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조식 타임이 아니었다면 오전 시간 내내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위챗의 메시지와 함께 피드의 댓글로 응원의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어제 인사를 못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내려가 남아있는 음식으로 접시를 채우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판, 미판 메이요?"

여러 가지 종류의 만두와 빵들이 메뉴들이라 볶음밥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양고기 내장탕 같은 것에 고수를 가득 올려 한 그릇 담아 놓고 보니 이건 밥과 함께 반주를 곁들여야 제격일 듯싶다.

"저쓰 썬머?"

조죽과 빵, 계란으로 배를 채우고 과일을 먹으며 식당 정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과일의 이름을 물어본다. 주점들의 조식을 먹으며 자주 먹던 과일인데 섬유질이 풍부하고 달지 않아 제법 맛이 있었다.

"화룡과!"

"엉? 이게 화룡과었어!"

원피스의 능력자 열매처럼 생긴 화룡과의 맛이 궁금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먹었던 디저트 과일이 화룡과다.

"..."

식사를 하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몽골로 넘어가는 방법들을 물어보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너네 동네인데 왜 몰라?"

고덕지도의 얼롄하오터에서 몽골의 자민우드 방향으로 끊겨있는 도로에 국경 검문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 계시던 관리 아저씨마저 보이질 않고.

"국경 검문소가 어디에 있어?"

한참을 이것저것 뒤적이고 주변에 전화를 하던 호텔 여직원이 그 길이 맞다며 알려준다.

"前进路!"

얼롄하오터의 치엔진루(前进路, 전진로)의 끝에 국경 검문소가 있는 것 같다. 숙소에서 자민우드 방향으로 약 4km 정도 떨어진 거리.

"일단 가서 확인해 보자!"

따스한 햇살 아래 거세게 불어오는 강풍, 일기 예보대로 강한 바람이 서쪽으로부터 불어온다.

20여 분 얼롄하오터의 한적한 시내길을 달려 전진로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무지개 아치가 세워진 검문소와 뒤편으로 출입국 관리소 같은 건물이 보이고, 몽골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검문소까지 다가가 자전거를 세우자 검은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이 다가온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취 몽구! 쯔싱처, 커이취마?"

자전거를 가리키며 여기로 갈 수 있는지 물으니 보안요원이 무언가 안내한다. 번역기로 번역을 하려니 구글 번역기가 먹통이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것인지 며칠 동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파파고를 돌려보지만 역시나 반응속도가 느리다. 보안요원의 말을 복사하여 파파고에 붙여넣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요원이 다가와 제재를 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노노! 번역기!"

"번역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고 제재하려던 요원에게 눈치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번역기라고 한국말을 하니 어리둥절하니 나를 쳐다만 본다.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지나갈 수 없고 차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

파파고에 번역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니 두 번째로 다가온 요원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더니 짧은 영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언더스탠?"

"오케이, 땡큐!"

짤게 설명을 한 남자는 첫 번째 요원에게 우쭐한 표정과 몸짓을 보이며 시크하게 돌아간다.

보안 요원이 가리키던 곳, 사람들이 길가에 서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1번 버스가 정류장에 서더니 이내 유턴을 하여 반대 방향으로 넘어간다.

"아, 이건 여기까지만 운행하는 중국 버스인가 보다."

"몽골로 어떻게 넘어가는 거야? 지아오강강도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는데."

짐들을 들고 도로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곁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번역기도 불통이다.

사람들은 낡은 짚차들이 도로변을 지나치면 손을 들어 차를 잡으려 하고, 낡은 짚차 안에는 보통 4, 5명의 사람들이 오밀조밀 뒤자석에 앉아있고 차의 뒤쪽에 짐들이 가득 실려있다.

"아, 국경을 넘어가는 짚차를 얻어 타는구나!"

나와 함께 한참 동안 길가에 서있던 부녀가 짐들을 들고 짚차에 올라타고.

짚차를 잡아주었던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몽골에 가냐며 말을 건다.

"차를 타는데 얼마예요?"

"150위안."

"자전거도 실어줘요?"

중국어를 하는 아저씨에게 짧은 질문들을 하고 패니어와 짐들이 많다는 내용을 번역하려니 번역기가 다시 먹통이 된다.

"젠장, 꼭 중요할 때 이래."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이 요금을 높게 요구할 것이라며 최대한 깎으라고 알려주었다. 지아오강강에게 위챗을 하여 150위안을 달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내니 자신들도 그 정도 요금을 냈다고 답장을 한다.

"2, 3km 정도 가는데 150위안이면 되게 비싸네!"

"일단 알았으니 돌아가자."

비싼 요금을 차치하고 아무리 중국과 몽골의 국경이라고 하지만 대책 없이 길가에 서서 국경을 넘는 차량들을 잡아탄다는 것이 너무 고전적이고 투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짚차들이 출발하는 데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국경을 넘는 비용과 2, 3일 얼롄하오터에 머무를 경비를 찾는다.

"이틀치 숙박비 300위안, 국경 차량비 150위안, 밥값으로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몽골에서 환전을 하면 되겠다."

숙소 근처에 있는 얼롄하오터역으로 가본다.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나? 150위안은 너무 비싸잖아. 그리고 대책 없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것도 난감하고."

예전의 역사처럼 보이는 곳을 중심으로 왼편에 국제선, 오른 편에 국내선의 기차역이 새로 들어서 있다.

자민우드까지 기차표와 수수료를 포함하여 66위안이지만 자전거를 실을 수는 없다.

"쯔싱처, 취부러!"

빵과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로 자민우드를 갈 수 없다고 알려주고 몽골에 가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본다.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정신을 팔고 있던 여직원은 정말 자전거로 갈 수 없냐며 나에게 되물어 본다.

"그래, 못 가. 차를 타고 가야 해! 이런 건 남자들이 잘 아는데, 아저씨는 어디 간 거지."

여직원과 몽골에 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내가 몽골에 가는 법을 안다! 그들은 서쪽 광장에 모여있다."

중년의 남자가 몽골로 가는 차들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다가온다. 고덕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을 알려달라 부탁하니 숙소 근처 공원의 건너편 주점을 가리킨다.

"여기에 몽골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 씨에씨에! 뚸 샤오 치엔?"

"빠스!"

중년의 남자는 가위 모양의 손가락 숫자를 보여주며 80위안이라고 말한다.

"너는 나보다 더 모르니?"

"맞아! 여기에 있어!"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타박을 하는 제스처를 하니 그제서야 공원의 건너편에 몽골 사람들이 있다며 맞장구를 친다.

"여기 맞아? 공원 쪽이야 아니면 공원 건너편이야?"

여직원은 공원의 건너편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뚜이, 뚜이!"

"하하하. 근데 너 이름이 뭐니?"

"왕칭옌(王青燕, 왕청연)."

드라마와 오락프로를 보며 웃느라 바쁜 통통한 몸매의 왕칭옌은 성격이 밝고 유쾌한 여자 아이다.

어제 저녁 숙소를 잡고 지나쳐 왔던 곳, 단체로 춤을 추던 공원의 길 건너편 공룡 모형이 사거리에 놓여있는 공롱광창(恐龙广场, 공룡광장)이다.

몽골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가는 중 도로변의 상가 앞에서 물건들을 싣거나 내리는 몽골 번호판의 짚차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물건들을 나르는구나."

거리의 간판들에는 중국어와 중국 몽골어 그리고 몽골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다.

공룡광장 건너편 얼롄하오터이우샹마오청(二连浩特义乌商贸城) 앞에 도착한다. 도로변에 물건을 싣는 짚차들과 몽골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몽골의 이동통신을 취급하는 노점도 보이고.

상가의 앞은 몽골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몽골에 가는지 묻는다.

"밍티엔, 취 몽골."

자전거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으니 옆을 지나가던 마른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90위안이라고 한다.

"지우쓰, 나인티!"

"아저씨, 80위안인 거 알고 있어요!"

자전거와 함께 짐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핸드폰에 들어있는 자전거의 사진을 찾는 동안 젊은 남자가 갑자기 영어를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젊은 남자.

"I have a bike and baggage."

"Ok. Are you going to Mongo?"

"Zamyn-Uud. I'll go to Zamyn-Uud. tomorrow!"

젊은 남자와 내일 자밍우드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90위안을 말했던 중년의 남자가 이번에는 80위안이라며 '빠스'를 외치고 있다.

"아저씨, 50위안에도 갈 수 있다는 거 다 알아요!"

젊은 남자는 중국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핸드폰이 없다고 말하고 위챗으로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젊은 남자에게 친구등록을 해달고 한다.

젊은 남자는 위챗등록을 한 후 내일 연락을 하라며 바쁘게 돌아가려고 한다. 젊은 남자를 불러 악수를 청하고 내일 연락을 주겠다 말한다.

"땡큐!"

시크하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젊은 남자.

"브로, 남자는 시크해야 해.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일단 몽골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거리에 공룡의 모형이 있는 광장이 왜 공룡광장인지는 모르겠다. 넓은 광장에는 놀이기구를 타는 몇몇 사람들만이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없다.

"멍구렌!"

숙소로 돌아와 왕칭옌에게 위챗을 보여주며 몽골인을 만났다는 것을 알려주니 따라서 웃는다.

밥 먹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무엇이 먹고 싶냐며 되묻는다.

"로우, 양로우! 肉, 羊肉!"

근처에 맛집이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람들과 이것저것 대화를 한 후 숙소에서 한 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쩌리, 하오츠마?"

"뚜이!"

10분 정도 왕칭옌이 알려 준 식당으로 걸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아무것도 없이 가게가 휑하다.

"에헤, 중국에도 둥이짓을 하는 애가 있네!"

잠시 근처의 식당들을 둘러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중국의 식당들은 낮에는 불을 꺼놓아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들어선 식당 역시 불이 꺼진 채 조리복을 입은 아저씨가 소파에 누워있다.

가게로 들어선 나를 보며 놀라 일어나는 주인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물으니 한 명이냐며 묻는다.

"이거. 커이 츠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식사를 할 수 있다며 메뉴를 보여준다.

"너는 닭고기와 양고기를 먹을 수 있다."

메뉴판에 있는 돼지고기 고추볶음은 중국여행을 하며 너무 많이 먹었던 메뉴라 고수와 양고기가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밥을 달라고 말한다.

"몽골로 가는 차비 70위안을 아꼈으니 그것으로 양고기를 먹을 테야!"

주인이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을 둘러본다.

오랜만에 보는 원재료들이 들어있는 냉장고.

엄청나게 큰 고추.

"피망인가? 어쨌든 부럽네!"

둥글둥글한 가지.

요상하게 생긴 버섯.

그리고 술.

큰 술병에 밸브를 달아 잔으로 파는지 500ml에 20위안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카운터 뒤편으로 모시는 신의 제단이 있고.

잠시 후 향긋한 양고기 볶음이 나온다.

고수가 조금 들어가 있어서 아쉽지만 적당히 매콤한 양고기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다.

"아, 뭔가가 빠졌어!"

아저씨에게 술병을 가리키니 술병 위에 놓인 비이커를 꺼내어 보여주며 150ml의 눈금을 가리키고 6위안이라고 말한다.

"위에 놓은 술병은 42%, 아래 놓인 술병은 40%."

풍미가 좋은 양고기와 향긋한 중국 백주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중국의 술과 고기 맛을 이제서야 알겠네."

이국적인 건물들과 맑은 하늘의 얼롄하오터, 거리를 거닐며 숙소로 돌아간다.

오래된 골목도 구경해 보고.

숙소 앞에 놓인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강풍을 못 이기고 넘어져 있다.

"왕칭옌, 이 집은 망했어!"

숙소에 돌아와 왕칭옌이 알려준 식당이 폐업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프런트 위에 있는 컵들이 무언지 물어보니 그냥 물을 먹는 컵이라고 한다. 홍보용 컵으로 보이는 것을 하나 가져가라며 손짓을 하는 왕칭옌.

방으로 돌아와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려니 졸음이 밀려든다. 오후 4시가 넘으며 밝고 환한 햇볕이 넓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따듯하게 비추고, 두꺼운 커튼을 치고 신통치 않은 어깨를 주무르며 이내 잠이 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각,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깬다.

잠을 잘 때 모든 옷을 다 벗고 자는 버릇 때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잠결에 침대 시트를 당기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와 잠시 눈이 마주친 후 다시 잠들어 버린다.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아주머니는 방을 나간다.

"몰라.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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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2일 / 맑음 ・ 10도
쑤니터우이치-얼롄하오터
3일동안 강한 서풍의 바람예보, 초속 7, 10, 8 미터의 강풍. 즐겁게 보낸 쑤니터우이치의 시간을 뒤로하고 중국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120Km
누적거리
8,167Km
이동시간
8시간 51분
누적시간
572시간

G208
G208
50Km / 4시간 00분
70Km / 4시간 51분
쑤니터우
얼롄시계
얼례하터
 
 
5,4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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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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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8시,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깬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니 아침을 먹자며 우창정이 웃고 있다.

세수와 양치만을 하고 프런트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하늘에 바람에 불어온다.

아무리 봐도 중국 몽골어는 비슷하니 구분이 잘 안된다.

따뜻하게 몸을 덥혀주는 우유차와 양고기만두 그리고 계란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 몇 시에 얼롄하우터로 갈 거야?"

식사를 마칠 때쯤 얼롄하우터로 몇 시에 떠날 것인지를 물어 10시에 떠나겠다고 알려준다.

"우리가 너와 함께 조금은 같이 가줄게."

대구에 사는 딸의 전화번호를 물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해둔다. 간간이 소식들을 전하고, 몽골어를 하면 몽골 여행 중 도움을 받을까 싶었는데 몽골어는 못한다고 한다.

지아오강강은 오늘 갈 길이 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며 힘들다는 제스처를 한다.

"오르락내리락은 메이콴시. 펑 헌 난!"

"진티엔 시펑!"

"뚜이! 오늘 난 죽었다."

8시 30분, 식사 후 10시에 주점에서 다시 만나자며 모두들 돌아가고, 방으로 돌아와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하고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아, 떠나기가 아쉽네."

준비를 마치고 프런트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보이질 않고, 처음 보는 동호회분과 함께 출발을 하자고 한다. 10시에 오겠다며 돌아간 지아오강강도 보이질 않고 주점의 사장도 보이질 않는다.

"아직 인사를 못 드렸어요!"

대구 아저씨는 괜찮다고 하며 어서 떠나자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늦은 출발 시간으로 120km가 넘는 얼롄하오터까지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저씨의 안내를 받으며 쑤니터우이치의 시내를 벗어나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아저씨들의 뒷모습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1시간을 겨우 달려 10km에 있는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작별 인사를 못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우창정은 차량으로 이동해 톨게이트 앞에서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다행이네. 보고 갈 수 있어서."

톨게이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마음들을 달랜다.

"바빠서 돌아다니느라 대접을 제대로 못하고 미안하다."

젠틀하고 친절한 우창정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떠나려는 나에게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코코넛 사탕들을 모두 꺼내어 전해주는 대구 아저씨와 아무것도 없다며 농담을 하는 우창정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얼롄하오터로 향한다.

"위챗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과 헤어지고 톨게이트를 바로 지나치자 길은 G208 국도로 접어든다. 무섭게 불어오는 서풍의 바람 소리와는 달리 어린이 동화책에서나 그려져 있을법한 뭉게구름들이 하늘 가득 퍼져있다.

"하늘은 이렇게 좋은데."

자전거를 세우고 하늘을 바라보며 쑤니터우이치에서 보낸 3일간의 시간을 정리해 본다.

하우촌 사람들, 청여요의 식구, 우바이주, 리즈훼이, 제임스 커피텔의 직원들 그리고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까지. 중국 여행 중 만났던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작별의 아쉬움이 크지만 그 감정의 깊이만큼 내 안에 무언가가 채워져있을 것이다.

"가자. 중국 여행의 마지막 얼롄하오터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의 길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오는 바람, 시속 10km의 속도조차 나질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며 길을 기어간다.

간간이 지나쳐가는 화물트럭의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향을 하느라 더욱더 힘이 든다.

"10시, 이 속도라면 10시가 돼야 얼롄하오터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30분에 채 5km의 전진도 힘들어지며 야영을 할 것인지, 얼롄하오터까지 야간 라이딩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불어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도로는 좋으니 얼롄하오터까지 최대한 가보자."

초원지대를 지나고 사막 지대에 가까워지며 바람과 함께 사막의 모래까지 휩쓸려 날아든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불어올 수 있을까?"

땅바닥만 쳐다보며 페달링을 하는 사이 나를 지나치던 오토바이 한 대가 도로변에 정차를 한다.

"저 멋진 머신은 무엇이지?"

인사를 하며 선뜻 물 한 병을 건네주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바이크 라이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해댄다.

"통화를 하는 거야? 실시간 방송을 하는 거야?"

몸을 휘청이게 하는 바람 속에서 핸드폰을 갖다 대며 인사를 하라는 바이크 라이더.

"니 하오!"

창시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중국을 한 바퀴 돌겠다는 라이더의 여행루트가 보인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막혀있지 않은 대륙이라 너희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의 폭이 부럽긴 하다."

남북이 나누어져 단절되고 막혀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우리도 지도를 보며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취 나리?"

촬영을 끝낸 라이더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자 얼롄하오터로 간다고 한다. 얼롄하오터에서 얼마 정도 머무를 것인지 물으니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 말한다. 이틀 정도 머물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잠은 어떻게 자니?"

"호텔과 캠핑을 한다."

"캠핑? 좋겠다! 한궈렌, 자이 중궈 부커능 캠핑."

중국에서 여행한 경로를 보여주니 자신에게 여행 루트를 보내달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중국의 여행 루트와 네임카드를 건네준다.

"형은 요렇게 갈 거다!"

위챗으로 친구등록을 하고 사진을 찍을 후 바이크 라이더와 헤어진다.

"오늘만큼은 네가 부럽다. 엄청 빨리 가네!"

멋진 바이크 라이더와 얘기를 하느라 30분을 잡아먹고 겨우 엘롄하오터의 시계에 도착한다.

"이제 겨우 1/3 온 거야?"

패니어에 들어있는 유일한 비상식 '나의 친구' 초코파이를 꺼내어 먹는다.

"어떻게 120km가 넘는 도로 구간에 주유소 한곳이 없냐고!"

씽씽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소리 대신 음악을 듣기 위해 GPS용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꺼져있다.

"뭥미? 언제부터 꺼져있었던 거야?"

세찬 바람과 함께 40여 분의 GPS 기록도 날아가 버리고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온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이어가는 중 바이크 라이더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리는 위챗 메시지가 날아온다.

"현재 나의 위치. 얼롄하오터 숙소!"

"..."

바이크 라이더에게 답장을 하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여 인터넷 연결조차 되질 않는다.

오후 4, 6시간 동안 55Km를 겨우 이동하여 첫 번째 마을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4~5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고 아무것도 없다.

오후 5시 65km 이동. 일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아있는데 남은 거리는 50km.

"1시간에 10km 정도면 10시에 도착하겠네. 뭐 나쁘진 않다. 초원의 일몰을 보며 달려보는 거야."

6시 30분,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며 끊임없이 불어오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기 시작한다. 속도를 내어 보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있고 오늘은 콜라 파워조차 낼 수 없다.

6시 40분, 얼롄하오터까지 30km를 남겨두고 톨게이트가 나온다.

"일몰시간 7시 30분이면 대략 8시까지는 석양이 남아있을 텐데. 1시간 반 동안 20km는 달려야겠네. 아이구!"

마지막 체력으로 속도를 내어 달려야 하는데 초원의 붉은 노을이 바쁜 여행자의 발목을 잡고.

오후부터 침침하고 어두워지던 시야, 흙먼지로 인해 고글이 더럽혀졌나 생각했는데 고글을 벗고 일몰을 쳐다봐도 그리 선명하지가 않다.

하루 종일 정면으로 맞아온 바람으로 눈이 충혈되어 백내장이 온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린 것이다.

"곧 어두워질 텐데. 라이트를 꺼내야 하나?"

이내 태양은 사라지고 붉은 석양만이 남아있다. 라이트를 꺼내어 장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아까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길을 따라 달리기로 한다.

석양의 남은 불빛과 간간이 지나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의존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아간다. 저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과 함께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7시 50분. 거대한 공룡 조각상이 세워진 얼롄하오터시에 도착한다.

"드디어 도착했네. 정말 징하다. 바람!"

가로등이 켜져 있는 얼롄하오터의 외곽에 도착했지만 도심까지는 10km가 더 남아있다. 눈이 충혈되어 뿌옇게 보이는 시야는 더욱 흐려져 속도조차 낼 수가 없다.

8시 30분, 얼롄하오터의 시내에 들어서 내비게이션을 끄고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생각보다 많은 숙소들이 검색되고 여러 가지 따질 것 없이 저렴한 4성급 호텔을 선택한다.

천천히 한기가 밀려오고 충혈된 눈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외곽의 풍경과 달리 얼롄하오터의 시내는 화려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단체로 춤을 추며 운동을 하고.

9시, 숙소에 도착하여 무리 없이 체크인을 마치자 얼롄하오터까지 무사히 도착했는지를 묻는 쑤니터우이치의 사람들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낸다. 하루 종일 도착 소식이 궁금하여 걱정들을 하고 있었나 보다.

숙소의 관리 아저씨가 방까지 짐을 올려다 주고 자전거는 프런트의 옆에 놓아두었다.

"나 2~3일 여기에 더 머무를지도 몰라."

영업 종료를 하려는 식당에서 양고기와 덮밥을 시켜 먹으니 테이블과 식당의 청소를 하느라 바쁘다. 남은 양고기를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하며 따듯한 물에 하루의 피로를 풀어도 하얀 이물질이 낀 것처럼 눈은 잘 보이지 않고 어른쪽 어깨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다. 어쨌든 도착했으니 됐고!"

위챗과 인스타에 얼롄하오터에 도착했다는 피드를 남기고.

12시, 남은 양고기와 슈퍼에서 사온 작은 백주 한 병을 마시고 기절한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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