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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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nsi
 
노보소콜
 
 
3,92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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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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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8일 / 흐림
쿠르사코보-쿠즈민카
가을, 계절의 시간은 좋은 가을날의 따듯함이 계속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비만 내리는 러시아의 가을이다. "힘들어. 그만 내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574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195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르사코
 
보로콜람
 
쿠즈민카
 
 
3,59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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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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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는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그만 내려도 되는데."

라면과 오트밀, 커피로 아침을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말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10시, 비가 내려 쌀쌀함이 느껴지는 도로 속으로 들어간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려던 레인 쟈켓과 슈퍼에서 구매했던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나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신발만 어떻게 하면 되는데."

"고무장갑 최고다."

한 시간 정도 후, 비구름 지역을 벗어나고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라이딩을 이어간다.

40km를 달리고, 허기짐이 밀려와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볼로콜람스크에 맥도널드가 있어 메인도로를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맥도널드에서 자동 주문을 하고, 작은 동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로 보아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인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치킨 빅사이즈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큰 것, 콜라 0.5리터가 239루블이니 러시아 카페의 일반적인 가격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의 맥도널드나 KFC에 가면 음식을 먹고 음식 쟁반을 그대로 테이블에 놓고 간다. 각자가 치우면 서로 편할 것 같은데 이상한 문화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주문 메뉴를 서빙해주는 것도 이상한 시스템이고 어색하다.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우리나라도 그런가?"


기본 햄버거 세트를 추가로 주문하여 패니어에 넣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로 들어간다.

커피와 맥주를 사고 넓적다리 닭고기를 포장했다. 오는 도착할 목적지 부근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두 끼 정도의 비상식을 준비한다.

맥주를 계산하던 여직원은 맥주를 들고 계산을 하지 않고 뭔가를 계속 말한다.

"패스포트?"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더라도 나이를 확인하자니 어이가 없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여권을 건네주니 여권을 확인하더니 다시 뭔가를 계속 말하며 여권을 돌려준다.

"왜? 내가 동안인 걸 어떻게 하라고!"

점심을 먹고, 슈퍼에서 물건들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니 2시 반이 되어간다.

"갈 길이 먼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볼로콜람스크까지 이어지던 넓은 도로는 왕복 이차선 도로로 좁아지고, 길은 모스크바로 진입할 때의 길의 데칼코마니처럼 오르내리막의 언덕길이 이어진다.

제법 넓은 갓길이 유지되어 크게 불편하지 않고,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며 조금 조용해져서 좋다.

자작나무의 숲이 짙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비가 내린 직후의 풍경이라 그 색과 빛이 더욱 선명하다.

흐린 회색빛의 구름을 배경과 대비되어 너무나 고운 색감이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느라 속도가 느려져 간다.

"아, 쉬었다 가자."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해."

볼로콜람스크까지의 대로 주변은 모두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비싼 카페들 뿐이었고, 이후 작은 소로의 주변에 일반 카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좀처럼 카페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풍이 물든 나무숲이 너무 좋다."

흐리던 하늘도 조금씩 밝아오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와 언덕.

황금빛 나무숲은 계속된다.

비밀스럽고 아늑한 숲길을 달려간다.

"아, 오늘은 노란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야겠어."

곡선으로 오르내리는 길과 솜털 뭉치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 물든 나무숲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리 숲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싶네."

몽골에서 넘어와 알타이의 짙푸른 침엽수 숲을 달리던 흥분감이, 노란 자작나무 숲을 달리며 같은 느낌으로 되살아 난다.

5시, 일몰을 한 시간 앞두고 한순간 숲이 사라지고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초원의 모습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뭔가 아쉽다.

"설마, 이대로 숲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울창했던 숲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20여 분 초원과 같은 도로를 달리고 주경계를 알리는 듯한 이정표가 보인다.

"리가, 763km! 바다로 가자."

주경계를 지나며 도로는 러시아에서 너무 익숙하게 지나왔던 20센티 정도의 갓길로 변한다.

"러시아야, 한 20센티만 더 쓰지."

듬성듬성 자작나무 숲이 나타나고, 캠핑을 할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6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뭔가 아쉬운데."

앞 쪽으로 보이는 숲이 더 풍성한 것 같아 조금 더 길을 따라간다.

"여기로 결정!"

하루 종일 지나왔던 풍성한 숲에 비해 너무 아쉽지만.

"나름 괜찮네."

평탄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닭다리 한 조각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흐린 날씨와 추위에 힘들었지만 멋진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리가로 가자. 바다가 보고 싶어."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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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7일 / 맑음
모스크바-쿠르사코보
모스크바를 떠나 라트비아로 향한다. 길고 길었던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800km나 남았는데?"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16,478Km
이동시간
5시간 16분
누적시간
1,188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크라스노
 
쿠르사코
 
 
3,49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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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하늘이 맑다. 구름도 없이 화창한 가을 날씨,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든 피곤함이 느껴진다.

"도시만 들어오면 피곤해지네."

패니어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숙소의 여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한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좌회전 신호가 없는 곳이 많고, 사거리의 신호등은 지하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이 힘들거나 많은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먹기 위해 M9 메인도로 근처의 한식당으로 찾아간다.

붉은 광장 중심의 시내 중심을 벗어나자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나타난다.

모스크바 강변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12시에 오픈을 하는 한식당으로 이동한다.

첫 번째 찾아간 식당은 무역센터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 보관이 힘들다.

한 블록 떨어진 곳의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지만 이곳도 12시에 오픈을 한다.

테라스에 앉아 주변의 카페와 슈퍼마켓을 검색하며 오픈 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비싸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컨셉인지 15,000원 정도의 기본 가격이다.

"먹고 싶지만 햄버거가 몇 개냐? 버거킹으로 가자."

오픈을 기다리다 M9 메인도로로 이어지는 사거리의 맥도날드로 찾아갔지만, 12시 점심시간의 매장은 인산인해다.

"그냥 가자, 가다 보면 뭔가 있겠지."

라트비아로 이어지는 M9 메인도로를 향해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30분 정도 도로를 달리는 동안 대로변에 카페는 보이질 않는다.

"배고파. 뭐라도 먹어야 해."

어제부터 딱히 변변한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 라이딩을 하기가 힘들다.

구글맵을 검색하다 근처의 맥도널드를 보고 메인도로를 벗어나고, 맥도날드로 가던 중 도로변의 슈퍼마켓을 보고 들어간다.

"있을 때 필요한 것을 사두자."

빵과 라면, 잼 등을 고르 우유를 집어 드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며 '퍽' 소리를 내며 깨진다.

"에쉬."

복숭아 잼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다. 병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내용물을 들고, 다시 새로운 잼을 하나 더 집어든다.

러시아 슈퍼마켓의 계산대는 늘 느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동전이 많아 계산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가끔 손님들과 물건을 들고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먹는 작은 젤리과자 같은 것을 들고 한참 동안 옥신각신하던 아주머니는 세 개의 과자 봉지를 빼내고 계산을 마친다.

계산원에게 들고 있던 깨진 유리병을 보여주며 함께 계산을 해달라는 제스처를 하자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그냥 계산을 한다.

"이거, 원, 투!"

잼을 가리키며 두 개를 계산해 달라고 하니 뚱한 표정으로 한 번 더 포스를 찍는다.

깨진 병의 잼으로 손과 패니어 가방, 지갑이 엉망이다. 끈적거리는 손과 가방을 닦아내고, 슈퍼 입구에서 파는 와퍼를 사서 허기를 달래본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다음부터 꼭 바구니를 사용해야지."

와퍼를 먹고 근처의 맥도널드로 간다.

"와퍼는 에피타이저야."

이곳도 제법 사람들이 많다. 주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동 주문기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다행히 영어 서비스가 지원된다.

"진작에 이걸로 주문할걸."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부지런한 삶의 현장 같기도 하고, 씁쓸한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 같기도 하다.

"저런 삶에서 튕겨져 나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지만 밥은 역시나 쌀밥에 고기가 최고다.

"그럼, 라트비아를 향해서 가 볼까?"

교차로의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앞쪽으로 그려진 그림자가 이상하다.

"그림자가 왜 앞에 있는 거지?"

지도를 확인하니 맥도널드에서 직진을 해야 하는데 우회전 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에쉬, 멍청이."

달려온 길을 돌아가 다시 대로변에 들어서고.

5차로까지 늘어난 도로를 따라가다 모스크바강을 건너기 전 다시 지도를 확인한다.

"아, 이 길이 아닌데."

모스크바강을 건너 M9 메인도로로 가기 위해서는 5차선의 1~3차 차선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다시 길을 되돌아간다. 넉넉한 거리까지 돌아간 후 천천히 3차로로 진입해 들어간다.

모스크바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계속되는 교차로에서 지도를 확인해 가며 이동을 하고 아주 긴 지하 차도로 진입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숙소를 출발한지 4시간 반 만에 M9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야, 모스크바 도로 정말 복잡하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뭔가 도로 설계가 이상한 도로들이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교차로를 지나쳐간다.

고속 주행을 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신경은 곤두서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마지막 모스크바강을 건넌다.

모스크바의 경계를 벗어나고 넓은 갓길에 들어서서야 편안한 라이딩이 시작된다.

"오늘 날씨는 좋네."

정신없이 모스크바 시내를 빠져나오는 사이 맑은 가을날의 파스텔톤 저녁빛이 내려앉는다.

시내를 벗어나는 긴장과 스트레스 탓인지 갈증이 밀려온다. 도로변의 주유소에 들어가 콜라를 사려고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음 주유소도 비슷한 가격이라 어쩔 수 없이 비싼 콜라를 하나 사 들고.

노을을 따라 달려간다.

"85km, 밥값은 했고."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신없는 하루였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6일 / 흐림
모스크바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모스크바 강변과 빅토르 최의 벽 그리고 볼쇼이 극장을 둘러보고 싶다.


이동거리
17Km
누적거리
16,392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1,183시간

 
뒹굴뒹굴
 
빅토르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모스크바
 
장소
 
모스크바
 
 
3,4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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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 내리던 비가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전 시간을 보내고.

1시 반이 되어 바람을 쐴 겸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모스크바강을 건너 표트르 대제 기념비가 있는 강변 공원으로 간다.

매일 비가 오는 날씨지만 포근하고, 강변의 바람은 제법 시원하다.

표트르 대제 기념비에서 잠시 모스크바 강변을 구경하고.

느린 유람선의 움직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다.

잘 정비된 강변의 공원, 고리키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고.

공원을 가로질러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세워진 정문을 나선다.

놀이공원과 미술관 등이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다시 모스크바강을 건너 모스크바 중심을 감싸고 있는 원형의 도로를 따라간다.

도심 전체의 모든 건물들이 웅장하고 흥미롭다.

넓고 한적한 인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편하고 좋다.

모스크바 어느 곳에서도 보이던 석조빌딩이 나타난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놈이 너구나."

러시아 외무성의 건물, 스탈린 시대의 건물 중 하나인 외무성 빌딩은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진다.

구시가지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간다.

보행 도로인 아르바트 거리에는 그 유명한 빅토르 최의 벽이 있다.

기타를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고, 몇몇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땅 위에 거대한 도시가 있다.
그곳에선 가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의 소리가 울린다.
도시 위에는 밤이 있고, 밤 위에는 달이 있다.
오늘은 달이 핏방울처럼 붉다.

주위엔 행복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볼 수조차 없다.
주위엔 아름다움뿐이다. 지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소리친다. '와~!'
그리고 모두는 앞으로 달려간다.
이 모두들 위로 새 하루가 시작된다.

집은 서있고, 등불이 빛난다 .
창문 밖으로 먼 곳이 보이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살아있고 건강하므로,
살아감을 슬퍼해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이 슬픔이 오는 것일까?"

-Kino(빅토르 최), 슬픔

어린 시절에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고려인 락 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빅토르 최, 사람들은 그에게 혁명가이며 진정한 로커라고 말한다.

엄혹한 80년대 구소련 체제 속에서 자유와 변화에 대해 노래하였고, 끝까지 노동자의 삶을 살았으니 그를 노래하는 혁명가라고 불러도, 락의 정신을 보여준 진정한 로커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빅토르 최는 자유와 사람 그리고 삶을 사랑했던 시인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빅토르 최를 아는지 물어봤었다.

"I love Viktor Tsoi!"

빅토르 최의 벽 앞에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동안 기타를 가지고 앉아있던 남녀가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다 쓰이지 않은 노래가 몇 개인가? 말해봐, 뻐꾸기야, 노래해라."

초이는 살아있다! 빅토르 최(1962.6.21~1990.8.15)

인형탈을 쓰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자석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르바트 거리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 볼쇼이?"

도로와 공원길을 따라가고.

푸시킨의 동상을 만난다. 비둘기가 동상의 머리 위에 앉아있어 울버린 같기도 하고, 뿔난 악마 같기도 하다.

모스크바의 대로에는 신호등이 아닌 지하보도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다. 우리처럼 깊지 않은 지하보도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지도를 보며 구시가지들을 따라 볼쇼이 극장으로 찾아간다.

여기저기 오래된 석조 건물들과 카페들.

그리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다.

순백색의 기둥들과 짙은 베이지색의 볼쇼이 극장의 모습에 짧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정중앙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세 명의 불청객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게 대화를 이어간다.

"아니, 공간도 넓은데 굳이 내 앞에서 저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피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들의 앞으로 이동한다.

"각도가 조금 좁아졌지만 괜찮아."

고개를 꺾어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멋지다!"

분수대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살펴본다.

길 건너편으로 칼 맑스의 동상이 세워져있고.

멋진 분수대의 뒤편으로 붉은 광장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돌아갈까."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고.

교차로의 좌회전 신호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붉은 광장 방향으로 돌아간다.

붉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건물들과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모스트바 강변으로 빠져나온다.

공원에서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스카이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강변 쪽의 크렘린 성벽을 따라 이동한다.

한적하게 성벽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숙소가 있는 방향의 Vodovzvodnaya Tower와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성곽의 탑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면 어쩌란 말이지?"

숙소 건너편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간다.

20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바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라트비아 국경까지 650km 정도만이 남았다.

"가자. 라트비아로!"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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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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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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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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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8일 / 흐림・ 1도
라봇키-니즈니노브고로드
계속되는 비와 쌀쌀한 날씨에 모든 것이 젖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쉬고 싶다."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1,15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라봇키
 
크스토보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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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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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축축하다. 일찍 잠든 탓에 5시가 되어 잠이 깨고, 침낭을 끌어당기며 여분의 졸음을 떨쳐내려 노력한다.

아침 기온 1도, 침낭 밖을 벗어나면 금세 냉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따듯한 커피가 먹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으름, 버너를 켜는 것조차 귀찮아 커피도, 아침도 건너뛴다.

이틀 연속으로 라이딩을 일찍 끝낸 탓에 니즈니 노보고로드까지 60km의 거리가 남았다.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다. 따듯한 샤워와 휴식이 필요해."

7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분리하고 짐들을 챙겨 출발을 서두른다.

고개를 넘는 업힐로 시작되는 라이딩, 오늘의 날씨도 회색빛 짙은 구름이다.

젖은 신발과 마르지 않은 양말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고개를 넘는 동안 보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첼니에는 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완전한 겨울의 시작이구나."

고개의 정상으로 회색빛 하늘의 구름이 완전히 내려앉고, 다시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한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부킹닷컴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바로 출발한다.

편하게 쉬면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싶은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호텔비는 끔찍하게 비싸다.

긴 고갯길은 계속 이어진다. 페달링이 무겁다.

"배고프다."

두 시간을 넘게 달리고, 긴 언덕의 오르막을 억지스레 오른 후 거친 심호흡을 달래본다.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나타나고,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페로 들어선다.

입구에 묘한 자판기가 놓여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용도는 아닌 것 같고, 게임 같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자판기다.

메밀밥과 수프 그리고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주문해 아침을 한다.

따듯한 카페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가도 가도 30km는 줄지가 않니?"

며칠째 계속되는 비구름인지 모르겠다. 힘든 라이딩의 연속, 매일처럼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던 중국의 여행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 겨울철의 비 내리는 날씨는 정말 힘들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위성 도시로 생각되는 크스토보를 지나친다.

작은 소도시지만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인다.

메인도로 M7과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들어가는 갈림길, 볼가강변을 따라 돌아가는 도로보다 메인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차량의 소통이 조금 더 많겠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는 메인 도로가 더 안전할 것 같다.

우파처럼 시내를 15km 정도 남기고 이케아 같은 유통 회사들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덕과 빗줄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은데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시 외곽의 많은 자동차 대리점과 정비소 등을 지나치고서야 시내로 진입하는 교차로를 지난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오래된 트램의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트램과 전기버스 그리고 좁은 도로는 정신이 없다.

크렘린이 위치한 강변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아, 이 도시의 지형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작고 오래된 건물들과 비좁은 도로에서 차량들과 뒤섞이며 길을 따라가던 끝에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입구에서 잠시 쉬고, 숙소와 크렘린의 위치를 확인한다.

공원을 지나면 차량의 통행이 없는 구시가지의 거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첼랴빈스크의 오래된 거리처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지는 거리다.

예쁜 카페와 상점들,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 곳곳에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볼가강변의 크렘린을 향해서 이동한다.

거리의 끝에 크렘린의 붉은 성문이 보인다.

흰색의 카잔 크렘린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고성이다.

자전거를 끌고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은가?"

아무런 제재도, 유료입장의 티켓 판매소도 없어 안쪽으로 들어가 성 내부의 지도를 확인한다.

카잔의 크렘린에 비해 별다른 건물은 없어 보이지만 넓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성벽 안쪽으로 탱크와 같은 재래식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춥다. 일단 숙소로 가자."

크렘린의 주변, 볼가강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성벽을 따라간다.

성벽을 돌며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지고, 강변 쪽의 성벽은 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오, 이런 지형이었어?"

꽤 높은 언덕 위에 쌓아올린 붉은 벽돌의 고성 니즈니 노브고로드 크렘린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카잔 크렘린과 느낌이 다르다."

길을 되돌아가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볼가강변으로 내려간다.

지나왔던 구시가지와 다른 구시가지가 강변을 따라 들어서 있다.

교회들이 들어서 있고, 강변을 따라 많은 레스토랑들이 연이어진다.

"구경은 나중에."

예약해 두었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고 바로 체크인을 한다. 다행히 깨끗하고 넓은 게스트 하우스다.

"여권을 주세요."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여권을 주자 비자를 보여 달라고 하더니 여권 첫 장의 몽골 비자를 보더니 무언가를 계속 말한다.

"나 한국 사람이야. 몽골인 아니야."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며 체크인이 끝났다.

자전거는 건물 입구 안쪽에 묶어두고.

깨끗한 객실에 짐을 풀고.

젖은 텐트를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비릿한 물냄새와 흙냄새가 느껴진다.

"괜히 미안하네."

게스트 하우스의 실내가 넓어서 다행이다.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으니 며칠 동안 비를 맞으며 달려온 몸에서 노곤함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배고프네. 한식 레스토랑이 없나?"

몸이 힘들고, 허기가 심할수록 한식이 먹고 싶어진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니 크렘린 주변에 한식 레스토랑이 한 군데 검색된다.

"버스를 타고 갈까."

프런트의 직원에게 버스 요금을 물으니 종이에 30루블을 적어 보이며 싱긋 웃는다.

볼가강변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강변의 모습을 구경한다.

화려했던 카잔의 리카 카잔카의 모습과 달리 유람선 선착장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꽤 넓은 강이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두 정거장 거리의 한식 레스토랑 리스푸드를 찾아간다.

버스표를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버스비를 버스 안내원이 수동으로 받다 보니, 혹시나 착오가 있었을 때 확인을 하기 위해 버스표를 주는 것 같다.

도로변의 리스푸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비빔밥과 국수를 주문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식당에는 서너 테이블에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이효리나 비의 오래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닭고기를 넣은 국수가 나오고,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러시아인이 즐기기에 괜찮을 것 같다.

순식간에 국수를 먹어치우고.

"오, 비빔밥 색깔 좋네."

초고추장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역시 비빔밥은 고추장 맛이야."

밥을 먹는 동안 내 테이블 앞에서 어린 여자들이 화보 촬영을 하는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뭔가 민망하지만 너의 예쁜 미모도 나의 식욕을 방해하지는 못해."

테이블의 앞과 옆을 오가며 한국어의 레온 사인을 배경으로 모델 포즈의 사진을 찍는 동안 비빔밥의 맛에 빠져든다.

"첼니의 친구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네. 아쉽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이글에게 먹이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진다.

국수는 모르겠지만 비빔밥은 제법 괜찮은 식당이다. 물론 비빔밥이라는 것이 야채와 김치만 넣고 비벼도 맛이 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일단은 러시아의 쌀밥처럼 볶지 않은 밥이라 오랜만에 잘 먹었다.

"내일 한 번 더 먹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크렘린을 둘러보며 걸어갈 생각이다. 여행 중 이색적인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의 시간이 꿈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다른 나라의 도시를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둘이면 좋을 텐데. 좋았을 텐데."

잠시 맑아진 하늘,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성문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나라마다 하나씩 구매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여러 공화국들의 특색이 달라서 자꾸 욕심이 난다.

"이러다 패니어에 온통 냉장고 자석뿐이겠어."

카잔의 크렘린은 화려한 정교회와 모스크가 들어서 있어 카잔이라는 도시의 생활 중심지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면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크렘린은 적막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단지 흰색과 붉은색의 무게감 때문인가?"

작고 아담한 교회의 모습이 예쁘다.

높은 언덕 위의 더 높은 성곽에서 바라보는 볼가강의 풍경은 시원하다. 넓게 내려다보이는 볼가강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노을이 져가는 밝은 하늘의 풍경과 검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회색빛의 구름들의 풍경이 뒤섞이며 황홀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숙소 편의 성곽 입구에는 멋진 조각석이 놓여있다. 성을 지키던 기사들의 모습을 조각한 것인지 비장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문을 나와 볼가강변의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오래된 트램의 철로가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오랜만에 먹은 비빔밥으로 식욕이 폭발했는지 자꾸 입이 심심하다.

작은 슈퍼에 들러.

저녁 간식으로 먹을 닭날개와 튀긴 김밥처럼 생긴 롤 두 개를 포장한다.

크렘린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사이.

검은 구름은 촉수와 같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숙소로 돌아와 그동안 뒤섞여버린 짐들을 정리한다.

"어라, 10루블은 철로 만드는 것인가?"

냉장고 자석에 달라붙은 10루블 동전, 자석에 붙는 동전은 처음 본다.

"동전 지갑에 자석을 넣어 놓으면 편하겠는데."

첼니에서 휴식을 보내고 자전거를 다시 타다 보니 허벅지가 묵직하게 뭉쳐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뻐근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풀어지려나. 하루를 더 쉬어야 하나."

몽골 여행 중인 파박님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수다처럼 오랜 통화를 하고.

11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 중 옆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들어오고, 누군가 나를 향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한다.

이어폰을 빼고 커튼을 열어보니 젊은 여자가 러시아어로 나에게 아주 긴 문장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 러시아말 못 해."

여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빙긋 웃으며 말을 하자 당황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Open the window?"

조금 더운 방 안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겠다고 한다.

"창문을 열겠다는 러시아말은 이렇게 긴 문장이 필요한 것인가?"

여자는 창문을 열고 옆 침대로 들어간다.

"어라, 직원이 아니야?"

게스트 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쓰는 시스템인가 보다.

"어허, 이러면 신경 쓰이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시끄럽고, 냄새도 나고, 칙칙한 분위기지만 남자들이 쓰는 방이 훨씬 편하고 좋다.

"자자."

2시가 넘어 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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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7일 / 흐림・ 2도
바가니-라봇키
밤새 배앓이를 한 피곤한 날의 아침, 쌀쌀한 날씨는 계속된다. "이제 겨우 9월인데."


이동거리
61Km
누적거리
15,884Km
이동시간
5시간 26분
누적시간
1,147시간

 
M7도로
 
M7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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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니
 
리스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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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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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도, 비는 멈췄지만 강한 바람이 자작나무의 가지를 흔들어 댄다.

"춥다."

어젯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설사가 시작되어 여러 번 고생을 했다.

"샤슬릭이 이상했나?"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햇볕과 이슬비가 번갈아 가며 변하는 날씨다.

"쉬고 싶네."

속을 따듯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고.

따듯한 커피와 함께 오트밀로 부글거리는 뱃속을 달래본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11시가 훌쩍 넘어간다. 해가 짧아지며 라이딩 시간이 줄었는데, 궂은 날씨에 강한 맞바람마저 불어오니 오늘은 큰 욕심 없이 가는 데까지 가봐야겠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100km, 욕심을 내면 하루면 충분한 거리지만 밤새 배앓이를 한 탓에 힘도 없고, 욱신거리는 안장통과 뭉쳐진 허벅지의 근육이 무겁기만 하다.

"이틀 동안 나눠서 가지 뭐."

차가운 기온에 겨울용 장갑을 꺼내들고.

천천히 고개들을 넘어간다.

"너 발각됐어. 빨리 도망가."

잠시 좋았던 햇살도 이내 짙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세상이 어두워진다.

순식간에 강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빗줄기가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우의와 레인팬츠를 착용하고.

"배고픈데, 식당이 있으면 좋으련만."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도로를 가로질러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추위와 바람으로 정신이 없는데, 남자는 나를 보더니 러시아말로 무언가 질문을 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말끝마다 '엉?'이라는 추임새로 뭔가를 묻는 듯 보이지만 러시아말을 못 한다는 제스처를 해도 계속해서 엉엉 거리며 떠들어 댄다.

"러시아어 못해요."

"...엉?, 엉?"

"모른다고요. 엉!"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으면 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땀이 차고 답답해진다. 매일처럼 비가 내리던 중국에서는 숙소의 난방기에 옷과 신발을 말릴 수 있었지만 캠핑을 하면서 옷을 말리기란 불가능하다.

비가 멈춘다면 장작불을 피워 젖은 옷과 신발을 말릴 수도 있을 테지만 비는 멈추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잠시 쉴 수도 없게 엉엉 거리는 러시아 남자 때문에 바로 출발을 하려고 한다. 마침 순식간에 어두워졌던 하늘도 순식간에 밝아진다.

"이제 겨우 1시인데, 하루 종일 이런 날씨겠지."

밝은 햇살도 잠시, 멀리 거대한 회색 구름들이 내려앉아 있다. 마치 외계 생물체가 촉수를 뻗어 지상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듯한 풍경이다.

바람을 맞으며 다시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그만해. 춥다고!"

30여 분을 달리고 작은 마을 지나친다. 적당한 카페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대형 슈퍼마켓을 발견한다.

"물과 빵을 사야 해."

물과 빵을 사기 위해 들어간 슈퍼의 식품코너 앞에서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진열된 치킨과 조리된 음식들을 보며 허기진 배는 꿀렁거리며 요동을 치고, 침샘은 폭발하고 만다.

작은 넓적다리 닭고기를 사려다 반 쪽으로 나누어 놓은 반 마리에 손이 가고, 커다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한 팩에 시선이 박힌다.

"안 돼. 정신 차렷!"

치킨 반 마리를 사 들고, 닭고기에 당근을 넣어 만든 조리 식품을 하나 사 든다.

슈퍼를 나와 입구의 벤치에 앉아 조리된 닭고기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야 하지만 그냥 먹어도 제법 맛이 좋다.

"햄버거보다 괜찮네."

좁아진 갓길을 따라 화물차들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날, 나를 지나치거나 마주 오는 화물차가 일으키는 소용돌이는 정말 위험하다. 마주 오는 차량의 바람은 강풍으로 정면을 때리며 자전거를 순간 휘청이게 만들고, 지나치는 차량은 순간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바꾸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가 주면 좋겠지만 러시아의 도로는 이상하게 폭이 좁고 갓길이 없다. 천천히 감속을 하며 지나쳐 주기를 바라지만 바쁜 화물차 운전자의 마음이 나와 같을까 싶다.

다행히 모든 운전자가 그렇지 않고, 감속을 하거나 멀리 돌아가 주는 운전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누나에게서 전화가 온다.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반복되는 어머니의 병환에 의한 피로와 걱정, 짜증들이 묻어있는 말들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재의 나에게 매일처럼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면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달 동안 무겁게 가라앉은 심란함, 이제는 전화벨 소리에 피가 말리는 기분이 든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라도 전화를 걸까 하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세계 여행을 해야겠어. 이렇게 더 살 수가 없다."

"언제 올 건데?"

"3년 아니면 5년. 내가 없는 동안 엄마가 아플 수도 있고 돌아가실 수도 있어."

"그래."

"혹여 여행 기간 중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혼자서 괜찮겠어?"

"니가 없으면 힘들지."

"혼자서 못할 것 같으면 안 갈게. 어때?"

"갔다 와. 어떻게든 해 볼게."

미안함, 미안함 그리고 미안함.

이 여행에서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지 알 수는 없다.

거칠게 지나치는 차량을 향해 손아귀의 힘을 풀어도 그만인 것이 지금의 나에 삶이지만 이 여행을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선택했고 결정했다. 모든 과정과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선택에도 두려움은 없다. 나의 바람대로 이 여행을 끝마치고 싶다."

심란한 날씨처럼 깊게 내려앉은 마음의 무게다.

다시 거친 빗방울이 떨어지고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한다.

"이곳에서 캠핑을 할까?"

4시 반, 어떻게 페달을 밟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겨우 50km만을 이동했고 비는 계속될 것이다.

"조금만 더 가 보자."

크게 기역자를 그리며 휘어지는 고개를 넘고 다음 고개를 마주하고 라이딩을 정리한다.

"더 가기도 싫고 힘도 없다."

도로를 벗어나 나무숲 가운데 자리를 잡고.

몸도, 마음도,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젖어버린 하루다.

패니어에 넣어둔 치킨과 음식들을 치워두고 침낭만을 끌어당기며 얼어버린 몸을 녹인다.

"어쨌든 젖은 옷은 하룻밤이면 마르겠지만 내 마음은 언제쯤 마를 수 있을까."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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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6일 / 흐림・ 2도
사르미스카시-바기니
며칠 동안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 싸늘한 겨울의 기온이 느껴진다. "갑자기 추워지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5,823Km
이동시간
5시간 59분
누적시간
1,14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르미스
 
벨라브카
 
바기니
 
 
2,84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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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눅눅하고 추운 아침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통이 시작된다.

"멋진 나무야."

수줍게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어제 뜯겨져나간 패니어의 고리를 다시 붙여놓는다.

"이 정도면 대충 된 거지?"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준 오트밀과.

립킨이 선물해 준 세 번째 통조림.

가지고 있던 오트밀을 더 넣어 양을 늘린다. 이글의 오트밀 팩은 과일이 들어가 새콤달콤하지만 그냥 오트밀은 아무런 맛이 안난다.

10시,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할머니들이 나와 사과와 감자 등을 팔고 있다. 도로변 숲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비가 멈추고 맑은 날이지만 묵직해진 페달링으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꿀과 사과를 팔던 할머니가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하며.

작은 사과 하나를 물에 씻어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신선한 사과는 달고 시원하다.

12시, 맑았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볼가강의 지류인 수하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맞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오고.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고, 삼삼오오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짐과 가방을 든 사람들이 많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탓에 식당의 메뉴를 본 순간 허기짐이 폭발한다. 이것저것 보이는 메뉴들을 주문하니 생각보다 밥값이 많이 나온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검은 구름이 빗줄기를 뿌리고 있고,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에쉬, 이제 라이딩을 해보려는데."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고 있으니 차를 기다리는 남자가 '안녕'하며 한국 인사를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다며 웃더니 핸드폰의 번역기를 보여준다.

남자와 악수로 인사를 하고 겨울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할 때쯤 검은 아스팔트 위로 하얀 알갱이들이 튀어 오른다.

빗방울과 함께 작은 콩알만 한 크기의 우박이 떨어진다.

하늘은 변덕스럽게 비 내림과 멈춤이 반복되고, 우의를 입은 몸에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사과와 감자를 팔던 도로변의 노점은 보바가 주었던 말린 말고기와 말린 생선을 판매하는 노점으로 바뀐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하늘은 완전히 회색빛의 비구름으로 감싸인다.

"잠시 지나가는 비구름이 아니네."

완전히 내려앉은 비구름은 끊임없이 빗줄기를 뿌리고, 손과 발은 비에 젖고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든다.

오늘 내로 멈추거나 벗어날 수 있는 비가 아닌 것 같다.

젖은 몸으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마무리를 해야겠다."

음식들을 사기 위해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한 시간여를 달려 오후 4시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비를 피할 곳과 카페를 찾는 동안 마을의 도로변에는 사과와 호박 등을 파는 노점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오늘은 고기를 좀 먹어야겠는데."

마을 빠져나오는 끝에 샤슬릭 메뉴들의 현수막을 붙여놓은 카페가 나타난다. 지나쳤던 자전거의 방향을 돌려 카페로 들어간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들어선 카페에는 따듯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포장해 갈 메뉴를 선택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벽난로 앞으로 다가가 빗물에 젖어 얼어가는 몸을 녹인다.

주문을 하지 않고 벽난로 앞에서 화석처럼 서있으니 카페의 직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샤슬릭을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말리라는 제스처를 한다.

신발과 장갑 그리고 온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아, 따듯해. 가기 싫다."

패니어에 샤슬릭과 카페의 직원이 추천해 준 맥주를 매달고 야영을 할 곳을 찾아 빗속을 달려간다.

따듯한 샤슬릭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적당한 위치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고.

비에 젖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텐트를 설치한다.

"밤새 내리지는 않겠지?"

비냄새, 흙냄새 그리고 자작나무와 풀들의 내음이 비에 젖어 진하게 올라온다.

샤슬릭과 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통신도 끊기고 손도 시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작나무를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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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5일 / 흐림
슈토너보시-사르미스카시
카잔을 떠나 니즈니노브고로드를 향하는 여정, 다시 시작된 라이딩으로 뻐근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5,744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1,136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슈터너보
 
체복사리
 
사르미스
 
 
2,76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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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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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아침 햇살이 텐트를 환하게 만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려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 탓에 온몸이 무겁고 뻐근하다.

"이삼일 고생 좀 하겠네."

공기는 차갑지만 햇볕이 들어 상쾌하다.

다시 시작된 라이딩의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놓은 고기가 들어간 빵으로 해결한다. 하나하나 호일을 감싸놓은 이글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10시,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누나의 전화를 받고 심란해진 정신, 프런트 패니에를 묶던 자물쇠가 바퀴에 엉키며 자물쇠와 패니어의 연결고리가 뜯어져 버렸다.

"젠장."

너무나 게으르지만 어떤 일과 생각에 몰두하면 예민해지는 성격 탓에 평상시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 발생하곤 한다.

모스크바까지 700km,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다.

두 시간을 달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가 뻐근하고 쉬는 동안 말랑말랑 변해버린 엉덩이가 아파온다.

평속 10km가 겨우 넘는 속도지만 무리를 할 생각은 없다. 자전거와 라이딩에 적응할 때까지 조심스레 페달링을 하여야 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 관절이나 인대에 무리가 간다면 그것보다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을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고.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의 도로변에 슈퍼와 식당들이 있지만 그냥 지나친다. 아침으로 빵을 먹었고, 패니어에 이글과 포가 챙겨준 음식들이 가득 들어있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는 사이 하늘을 뒤덮는 구름의 모양이 심상치가 않다.

거대한 양탄자처럼 하늘을 뒤덮고.

때로는 우주의 성운처럼 수직으로 용솟음치며 울라 가기도 한다.

어제와 같은 회색빛의 세상으로 변해간다.

체복사리를 앞두고 작은 박물관처럼 생긴 곳의 안내판에 눈길이 간다.

"웬 한자?"

사람의 사진 밑에 한자가 적혀있어 중국인의 이름인가 생각하며 호기심에 자전거를 세웠지만 자세히 보니 환영(歡迎)이라는 인사말이다.

"제대로 낚었어."

" 쉬어 가자."

쉬는 동안 카잔을 벗어나서 경계를 넘었던 추바시 공화국에 대해 검색해 본다.

50만명 정도의 작은 공화국이고 수도는 이제 곧 지나치게 될 체복사리다.

"체복사리가 수도구나. 그나저나 근처에 식당이 없나?"

카페를 검색하려다 귀찮아진다. 아무리 작아도 공화국의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싶다.

멀지 않은 곳에 카페가 나타나고.

3시, 플롭과 닭고기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배도 채웠고, 이제 조금 신나게 달려 볼까."

6시 정도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남은 2시간은 속도를 내어 달려볼 생각이다.

추바시 공화국의 수도 체복사리의 진입을 알리는 구조물을 지나치고.

"공화국 깃발이 노란색이네."

체복사리의 외곽을 지나는 도로지만 체복사리로 들어가는 교차로들과 신호등들을 지나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도로도 혼잡하다.

체복사리의 외곽을 완전히 벗어나자 검은 비구름과 함께 검은 빗줄기가 내리는 모습이 전방에 펼쳐진다.

한편에서는 검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고, 한편에서는 환한 태양빛이 구름을 뚫고 반짝거린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검은 비구름에 덮여있는 길이다.

크게 한숨을 쉬어보고.

빗속을 향해서 달려 들어간다.

천천히 옷과 신발이 젖어든다.

40여 분, 빗속을 달리고 서야 비구름의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회색 구름 너머로 주황빛 찬란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한편의 하늘에서는 여전히 검은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고.

붉은 태양빛이 선명해지는 하늘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눈에 담고 싶은 하늘이다."

해가 지기 전, 다시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석양빛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간다.

연이어 나타나는 오르막길이 발길을 느리게 만들지만.

"이 관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매일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지만 자연의 풍경은 매일이 새롭고 경이롭다.

고개와 언덕을 넘는 사이 태양의 붉은빛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고 자전거를 세운다.

지평선으로 떨어진 태양의 붉은빛이 하늘의 뒤덮은 구름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붉게.

붉게.

더 붉게.

"정말 멋진 하늘이야."

힘든 하루의 끝에 맞이한 황홀한 선물이다.

여행의 삶은 오직 오늘의 하루를 위해, 한순간 지나쳐버리는 시간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 오늘을 보내듯이 바라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야영을 위해 석양빛을 바라보던 자리의 측면에 있는 나무숲으로 들어간다.

좋은 자리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둘레가 넓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와, 멋진 나무다."

커다란 고목 아래 텐트를 치고.

립킨이 선물해 준 통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고기 통조림과 콩 통조림을 섞어서.

맛있게 끓여먹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비에 젖은 발은.

이글의 수면 양말로 따듯하게.

아주 조용한 밤이다.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붉은 노을과 석양빛이 그저 좋았다.

"충분한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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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3일 / 흐림
카잔
이글과 함께 카잔 크렘린을 구경하고, 카잔에서 자전거 세계일주를 했다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22시간

 
카잔크렘린
 
자전거여행자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잔
 
카잔
 
카잔
 
 
2,5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좋은 아침이다. 저녁 일찍 잠든 덕에 그동안의 피로가 조금은 풀린 것 같다. 가볍다.

이글은 아침부터 어제 산 오트밀을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뜨거운 물을 이만큼만 넣고."

"물을 1:1로 넣어야 해."

"그리고 5분 정도 기다려야 해."

"이글, 여기 봉지에 조리법 다 나와있는데."

정말 이 꼼꼼한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이글이 사준 오트밀은 조그만 봉지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과일들이 들어가 있어 달콤한 맛이 아주 좋다.

일다의 집에서 아침으로 먹었듯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음식인 것 같다.

제법 바람이 분다. 카잔의 요즘 날씨는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아파트 렌트를 하루 더 연장하기 위해 주인을 기다리고.

이글은 숙소를 연장한다.

크렘린으로 가기 전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러시아의 식사고 자주 먹다 보니 꽤 재미있고 괜찮다. 물론 러시아의 수프는 처음부터 반해버린 음식이다.

"근데 빵은 꼭 먹어야 하는 건가?"

이글은 나에게 운전면허증이 있냐고 묻는다. 러시아에서 외출을 할 때 신분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데, 나는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답하고 이글은 면허증을 챙기라며 바보 같은 대화를 서로 하고 있다.

이글의 신분증, 러시아의 독수리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글, 가운데 백마를 탄 기사는 뭐야?"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 싶다. 러시아 문장의 백마를 탄 방패의 문양은 악과의 투쟁을 뜻한다고 한다.

잠시 택시를 기다리며 공원에서 쉬고.

카잔의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카잔의 첫날 야경으로 보았던 관공서 건물로 걸어간다.

"사비, 난 엉터리 가이드야. 나무는 진짜가 아니었어."

야경의 조명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던 나무는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다.

"괜찮아. 저렇게 만든 놈이 나쁜 거지."

이글은 안내를 잘못했다며 바보스럽다고 반복한다.

대리석의 웅장한 건물은 꽤 매력적인 건물이다.

이글은 크렘린의 안내판을 보면서 자신도 이곳을 잘 모른다고 한다. 안드레보다는 낫지만 이글도 어쩔 수 없는 올드맨이다.

"이글, 여기에 다 있어."

구글맵을 보여주며 핸드폰을 흔들자, 이글은 아직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다며 웃는다.

"이글, 이쪽이야!"

처음으로 보는 서양의 성곽이다.

성곽을 따라 걷는다.

"독특하고 예쁘다."

성벽 너머 모스크의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히고.

"잠시만 이 길이 아닌데."

성벽에 정신이 팔려 경로를 벗어나고 만다. 입구를 찾아 되돌아가니 이글은 사람들에게 입구를 물어본다.

"뭐야? 못 믿는 거야?"

크렘린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로 되돌아간다.

"무료야!"

크렘린의 입구에 기념품 가게가 있고.

초입의 관광 안내지도를 보며 이글의 설명이 시작된다. 말이 통하면 이글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되는데, 번역기를 사용하느라 핸드폰만을 쳐다봐야 하는 형국이다.

"이글 가자.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어."

몇 걸음을 옮기고 붉은 벽돌의 탑을 보며 이글의 설명이 다시 시작된다.

"사비, 번역기를 열어줘."

한국어와 러시아의 번역은 아직 오류가 많아서 내용을 확인하려면 여러번 번역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글, 그냥 인터넷으로 찾아볼게. 그냥 가자."

강제 결혼을 거부하고 여왕이 떨어져 자살을 했다는 붉은 벽돌의 타워는 크렘린에서 첫 번째로 시선을 사로잡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타워 지하의 묘지들은 투명 유리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비석처럼 보이는 돌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크렘린의 내부에는 여러 곳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타워 측면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 크렘린의 엽서를 사고.

"따듯한 불빛을 갖은 도시다."

박물관은 타타르스탄의 역사에 대한 유물들이 있는 박물관이다.

과거 몽골인들의 후예인 타타르스탄의 역사는 몽골의 역사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역시 박물관은 재미가 없어."

현재의 카잔 크렘린은 크게 정교회와 모스크, 박물관들과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는 모양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건물을 구경하고.

"저건 관공서인가? 색깔도 참 예쁘게 칠했네."

모스크로 이동한다. 하늘색의 아치형 돔과 네 개의 첨탑, 정교한 모형처럼 느껴진다.

"이글, 여기 봐!"

"피스, 우리 이글은 평화주의자랍니다."

모스크의 내부 모습도, 잘 짜인 모형처럼 빈틈이 없다.

아름다운 느낌보다는 잘 만들어진 건물처럼 느껴진다.

"아스타나에서 너무 아름다운 모스크를 봐 버렸나?"

"정확하게 이런 느낌이다."

정교하게 잘 짜인 조형물.

모스크의 외부를 구경하는 동안 이글은 기념품 가게에서 망부석이 되어있다.

"뭔데? 바르간."

이글이 연주를 하는 바르간의 기념품 가게다.

망부석이 된 이글를 두고 주변의 기념품 가게에서 카잔의 자석을 산다.

"이쁜 것들도 많네."

바르간은 말굽 모양으로 생겨서 입에 물고 손으로 튕기며 소리는 내는 악기인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악기라고도 하고, 몽골의 위쪽에 위치한 러시아의 부족민들이 사용하는 악기처럼 보인다.

이글이 보여준 영상들을 보면 샤먼 음악처럼 들린다.

이글이 연주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묘한 울림 같은 것이 있다. 이글은 기념품 가게에서 바르간을 만드는 명장의 연락처를 얻었다며 행복해한다.

크렘린의 반대쪽에는 흰색의 성탑 위로 시계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여기가 정문이네."

흰 백색의 카잔 크렘린, 평범하고 단순한 색의 성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성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면 쳐들어올 마음마저 상실하겠네."

크렘린의 정문 측면에는 전쟁 영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강렬하고 상징적인 조각상인데 주변 공사 때문에 정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크렘린의 광장 맞은편에는 멋진 석조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들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자 이글은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한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재촉을 한다.

"난 그 사람이 궁금하지 않아. 여기 도시의 풍경이 더 중요해."

이글은 정색을 하며 그 사람과 이미 약속을 했다며 당황한다.

"이글, 농담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러시아의 유머 코드는 너무 진지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내게 주려고 하는 이글은 언제나 너무 바쁘다.

"이글, 나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 중에 하나야."

이글이 화장실에 간 사이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크렘린의 내부를 천천히 눈에 담고.

"저 탑은 볼수록 삐딱하네."

크렘린의 모습보다 이글의 설명 번역기를 더 많이 보아야 했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남겨도 좋다.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크렘린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한참을 기다린 후 처음 택시에서 내렸던 관공서 건물 방향으로 이동하고.

어두워진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람이 시작되고.

비는 강해지고.

이글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한 시간이 지나도 택시는 소식이 없다.

"내가 우버 택시라도 불러야 하나?"

한 시간이 지나 이글은 버스를 타고 가자며 앞장을 선다.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역시 아날로그 형이야."

카잔의 버스를 탄다.

"버스도 타보고 좋네."

도시의 버스에도 요금을 받는 여자 승무원이 있다.

"아, 설마 했다."

카드 단말기를 들고, 승객에게 다가가 버스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버스는 대학가를 지나며 민원버스가 되고, 여자 승무원은 비좁은 틈을 움직이며 버스비를 결제한다.

앞뒤 문으로 승하차를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숙소 아파트로 돌아와 이글의 차를 타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했다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성격상 타인의 경험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이글이 나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이니 감사할 뿐이다.

여행은 각자의 삶이다. 누군가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없듯이 타인의 여행담이 나의 여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좋은 여행을 즐겨라'라는 말보다 좋은 경험담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빗속을 달리고, 카잔의 시 외곽에 있는 남자의 집으로 간다.

포. 남자의 작은 집에는 엠티비와 사이클이 다섯 대가 놓여있다.

"하하하, 이 형님 매니아네."

세계투어의 깃발들과 자전거 관련 메달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커다란 성조기다.

"아니 왜? 러시아 집에 미국의 성조기가 이렇게 큰 것이?"

여행에 대해 짧은 설명을 듣고, 말이 너무나 빠른 스타일이라 머리가 아파온다.

일단 저녁을 먹자고 한다. 직접 만든 음식들인데 너무나 맛이 좋다.

브랜디, 이글은 브랜디가 위스키나 코냑보다 좋은 것이라고 알려준다.

"어 그래."

양주를 전혀 먹지 않아 관심도 없었지만 나의 게으름에서 고기는 모두 고기이고, 술은 모두 술일뿐이다.

세상의 고기와 술에는 어떻게 좋은가의 문제만 있을 뿐, 어떤 게 좋은가의 문제는 나에게 없다.

"향이 좋고 부드러운 술이다."

포는 음식과 비상식량들을 잔뜩 선물을 한다.

"아이고, 이글이 챙겨놓은 짐들도 엄청난데."

포의 세계일주는 자신의 우상이라고 하는 카잔 출신의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경로를 따라 다시 세계일주를 한 것 같다.

동료 한 명과 카잔을 출발하여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를 지나 러시아로 돌아오는 경로다.

"백년 전에 세계를 돌았다는 말이지."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소 여행이라고 말하지만, 백년 전의 여행은 모험에 가까웠을 것이다.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네."

다른 하나의 깃발은 인상적인 설명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름과 겨울의 여신이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포 일행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 카잔을 빠져나가는 경로를 안내하겠다는 제안에 감사를 표한다.

카잔에서 니즈니노브도로드로 가는 길에 포의 동네가 있다.

밤하늘이 신기하다. 아주 오래된 물탱크를 구경하는 동안 포는 슈파에 들러 집에서 주었던 브랜디 한 병을 선물한다.

"스바시바!"

그는 여행자의 삶을 이해하는 멋진 사람이다.

안개비가 내리는 밤, 피곤함이 밀려온다. 좋은 사람과의 좋은 인연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택시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과 신호등,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브레이크등의 불빛이 다채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빛들이 있다.

안드레, 이글, 보바, 포......

모두를 담기에 내 가슴은 너무나 좁다.

내 가슴의 그릇이 차고 넘치지 않도록.

그래서 게으름을 피운다.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는 한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진심을 다하여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한 명이라도 좋다.

그런 친구면 충분하다.

"안드레, 이글, 보바. 너희들이면 충분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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