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49일 / 맑음 ・ 15도
포즈나뉴-바르샤바-인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코로나로 인해 멈춰버린 여행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곧 돌아올게요." 


이동거리
8,143Km
누적거리
26,076Km
이동시간
20시간 43분
누적시간
1,945시간

 
기차
 
비행기
 
 
 
 
 
 
 
300Km / 5시간
 
7,843Km / 16시간
 
포즈난
 
바르샤바
 
인천
 
 
1,735Km
 
 

・국가정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폴란드어, 즈워티(1즈워티=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30일무제한, 15,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8-887-46-0600

 

7시 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알렉스가 방문을 열며 들어온다.

새벽 시간으로 설정해 놓은 알람 소리를 전혀 듣지를 못했다.

"늦잠을 잔 건가?"

프세모 아저씨와 포즈나뉴역으로 출발하기로 시간이 8시 반이라 시간이 많질 않다.

"알람이 어떻게 된 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포즈나뉴로 오는 날 기차에서 잠시 잠이 들며 설정을 한 알람의 설정대로 오후 시간에 알람이 맞춰져 있다.

"바보짓을 했네."

여행기간 동안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새 옷들을 꺼내고.

울라가 선물해 준 짝짜기 양말을 신는다.

근무 시간에 짬을 내어 집으로 온 알렉스와 간단히 아침을 함께 하고, 카시아는 슈퍼에서 사 온 많은 간식거리들과 마스크, 위생장갑을 따로 챙겨준다.

"너무 많아요."

"기차에서 먹어!"

8시 반, 항상 똑같은 모습의 자넥에게 인사를 하고 출발을 서두르는 프세모 아저씨의 재촉에 알렉스, 카시아와 짧은 포옹의 인사를 나눈다.

"곧 돌아올게. 모든 것에 고마워!"

 

여권과 핸드폰, 기차표를 재확인하며 포즈나뉴역으로 간다. 점잖고 유머러스한 아저씨도 운전대를 잡으면 터프해지는 것이 만국의 공통된 운전모습인가 보다.

20일 가까이 보내는 사이 주변의 풍경과 분위기가 봄날의 모습으로 많이 달라져 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작별인사를 했던 카시아가 알렉스의 차를 타고 왔는지 깜짝 등장을 하며 웃는다.

패니어를 장착하고 이동 테스트, 어설프지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자, 기념사진!"

 

바르샤바로 향하는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자전거 화물칸이 없는 기차라 자전거를 싣고, 자전거 박스를 놓을 자리가 없다.

 

승무원과 자전거와 박스를 싣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 있었지만 터프한 프세모는 승무원과 무언가 대화를 나눈 후 자전거 박스를 기차의 통로에 세워둔다.

 

"잘 있어요. 감사합니다."

 

함께 있던 폴란드 승객이 나간 후.

 

박스를 객실로 옮겨놓고.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아,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후련하고 씁쓸한, 시큼한 레몬맛이 나네!"

 

멍하게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는 사이 기차는 바르샤바에 가까워진다.

 

바르샤바 외곽의 자코드니아역에 도착한다.

 

자코드니아역에서 쇼팽 국제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쇼팽국제공항으로 가는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코드니아역은 현대식 기차역이 아니다. 지하통로로 내려가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승무원에게 엘리베이터가 없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미친다!"

 

무거운 자전거를 끌며 들며 낑낑거리며 계단을 내려온 후 쇼팽공항으로 가는 플랫폼을 확인한다. 프세모는 자코드니아역에서 쇼팽공항으로 가는 기차편의 시간텀이 없다고 했다. 알 수 없는 기차 시간 때문에 뭔가 조급함이 느껴진다.

 

패니어들은 분리하고 하나씩 6번 플랫폼으로 옮긴다.

 

"아놔. 폴란드!"

 

여러 차례 쇼팽 공항으로 가는 기차 시간과 플랫품이 맞는지 확인한다.

 

이내 쇼팽 공항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오고.

 

자전거 화물칸이 있는 마지막 칸까지 자전거를 끌고 뛰어간다.

 

"쉬운 것이 없네."

 

쇼팽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미션이 끝나고, 문득 여행이 끝나가는 허탈한 빈 감정이 찾아든다. 

 

"이제 비행기만 타면 끝이구나."

 

모든 비행기가 결항인 쇼팽공항은 적막할 만큼 조용하다.

 

헤매지 않고 공항에 도착한 덕에 시간의 여유가 많아서 좋다.

 

이착륙을 안내하는 정보판에는 유일하게 한국으로 가는 특별기의 운항정보만이 열려있다.

 

"뭔가 특별한데."

 

자전거를 분해하여 박스에 패킹하고.

 

"깔끔하게 두 덩어리!"

 

자전거는 특수화물로 등록하고 비용을 지불했고, 기본 수화물은 전날 프세모 아저씨와 무게를 측정한 후라 수화물의 중량 초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입구가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국 터미널로 올라간다. 여행의 첫날,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하여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항을 헤매던 기억이 떠오른다.

 

"좀 널직 널찍하게 만들어!" 

 

공항의 이용객도, 근무자도 보이지 않는 터미널을 빙돌아 인천행 항공편이 출발하는 터미널로 이동한다.

 

발열체크를 하는 터미널의 입구를 통화하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가 나온 거야?"

 

대부분 어린 유학생들처럼 보이고 해외근로자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의 대화로 오가는 한국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 어색하네."

 

수화물을 체크와 탑승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별도의 장소에서 수화물 체크를 한다. 

 

"끝났네."

 

탑승 대기실로 올라간다.

 

카시아에게 공항에 잘 도착했음을 알리고,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한다.

 

"쉥겐기간이 지나도 한참 지났는데, 별 문제는 없겠지?"

 

한가한 출국심사대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역시나 한참 동안 여권을 살펴보고 뭔가를 확인하던 여직원은 쉽게 출국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

 

"언제 폴란드에 들어온 거야?"

 

육로로 폴란드로 입국한 탓에 입국 스탬프가 없는 여권을 뒤적이며 여직원의 질문이 이어진다.

 

"육로로 자전거를 타고 체코에서 들어왔어."

 

국경을 넘을 때마다 그랬듯이 다른 직원을 불러 뭔가를 상의하더니 다시 질문을 한다.

 

"봐. 자전거로 세계여행 중이야. 자전거를 타고 폴란드에 입국을 했다고."

 

친절한 여직원들은 웃으면서 스탬프를 찍어준다. 평상 시라면 폴란드로 입국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좀 더 복잡한 과정이 있었겠지만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도 쉥겐협정보다 우리와의 무사증 협정이 우선인 폴란드라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유럽의 쉥겐협정 체류기간을 넘겨서 오랫동안 유럽의 국가들을 여행하기 위해 쉥겐협정 우선국과 무사증협정 우선국의 경로를 만드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다.  생각하지 못한 북유럽의 극야 현상으로 여행기간이 길어지며 쉥겐협정 우선국들을 조금 더 여유롭게 여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체코에서의 하루 정도를 제외하면 쉥겐기간을 넘기지는 않은 것 같다.

 

"유럽을 6개월이나 돌아다녔네."

 

탑승 대기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속이 울렁거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과 너무나 익숙한 생김새와 행동 패턴에 난데없이 속이 울렁거린다.

 

"벗어나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한 공간의 부담스러움보다 뭔지 모를 답답한 심리적 거북함이 밀려든다.

 

"피에로, 한국은 처음이지?"

 

따듯한 오후의 햇살, 인천행 비행기의 탑승구가 열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지만 한 칸씩 떨어져서 배치된 좌석으로 인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비어있는 좌석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옮기며 더욱 넉넉해진 공간, 앞뒤로 자리 잡은 승객들이 자리를 옮기며 편안한 공간이 생긴다.

 

"영화나 보면서."

 

"가자. 한국으로."

 

지난 500일의 여행, 바람과 비를 맞으며 태양을 바라보며 달리고, 많은 사람들과 웃으며 만나고 헤어지며 홀로 시간을 보낸 수많은 길들 중 그 어느 한 자락의 하늘 위를 날아가고 있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중에서

 

그 모든 시간들이 아련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시간들이 궁금하다.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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