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1일 / 맑음
암스테르담
월터의 가족과 보낸 크리스마는 편안하고 즐겁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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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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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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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Km
 
 

・국가정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경보 
-
・언어/통화 
네덜란드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1-70-740-0214

 

12시쯤 피곤함에 잠이 들고, 9시 반 아침을 먹는 월터네 식구들의 시간에 맞춰 잠에서 깨어난다.

조금의 피곤함이 남아있는 아침이다.

월터의 집 바로 옆에는 작은 수로가 있다. 네덜란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아침의 분위기다.

9시가 되면서 천천히 밝아지는 하늘, 유럽 가정의 조도는 매우 어둡다. 주로 간접조명을 많이 사용하고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어둡다는 느낌이지만 익숙해지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9시부터 월터의 아버지가 아침을 준비한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생활습관이라 아침을 준비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지만 접시에 빵을 담고 테이블에 올려놓는 모습이 매우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유럽이라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대단한 것이 있다기보다 작은 소품들과 선물들이 센스 있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즐거운 감정이 전이되는 것 같다.

무언가 잔치 준비를 해야히는 우리의 명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고, 모든 것이 편안하다.

처음으로 접한 유럽 가정에서의 식사, 종류별로 다른 맛이 나는 빵들에 잼과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이 재미있다.

원래 나는 빵을 잘 먹지않는다. 시골에서 자란 탓이겠지만 국물과 고기 등을 좋아하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밥이 좋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부터 식습관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3개월 유럽을 여행하며 비상식으로 먹는 식빵의 부담스러움도 사라지고, 빵으로 한 끼의 식사를 대신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물론 가끔씩 햄버거를 먹어주어야 힘이 나는 것 같지만.

월터의 가족과 하루를 보내며 느낀 것이 있다면 가족간의 대화가 많고 오랫동안 편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어로 하는 대화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화의 분위기는 매우 자연스럽다.

"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살지 않았을까?"

대화, 타인에 대한 바람들을 나열하는 잔소리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 잡담들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대화, 자신의 가치관이 담겨있는 말의 교환이나 감정의 공유 같은, 사실에 대한 관찰의 시선이나 감정의 흐름을 나누고 싶지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야 하는 솔직함에 사람들은 인색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의 모습은 대화의 방법과 의미를 잃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타인을 통해서 나의 존재를 증명받기 위한 말들은 할 생각이 없다. 언젠가 초콜릿처럼 달콤한 대화들을 끊임없이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바라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긴 대화가 이어지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월터 커플과 함께 집을 나선다.

월터의 목소리 보다 더 감미로운, 너무나 친절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월터의 여동생과 인사를 나눈다.

미첼의 집으로 가던 중, 운전을 하던 찰리는 할머니가 있는 요양병원이라며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야 한다며 병원에 차를 세운다.

너무나 깨끗하고 쾌적한 요양시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찰리의 할머니가 있는 병실은 마치 집처럼 꾸며진 공간이다. 침실과 커다란 욕실 그리고 거실의 공간에 취사시설들과 테이블이 놓여있다.

"정말 좋은 시스템이다."

우리의 값비싼 실버타운을 가본적은 없지만 일반적인 요양시설들은 보호자의 감정을 처참하게 만드는 환경들이다.

"일반적인 요양시설이 이렇게 잘 갖춰져 있다니!"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불효의 무거운 마음 없이 편하게 부모를 모실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 선진국의 시스템이란 높은 빌딩과 화려한 도시의 모습보다 얼마나 더 자연과 가까이 생활할 수 있는지, 생로병사의 과정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북유럽은 선진국의 모습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미첼의 집에 도착하여 가솔린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 월터는 설명으로 아쉬웠는지 직접 주유소에 들러 가솔린을 사준다.

유럽에서는 직접 기름을 넣고 주유소의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면 끝이다.

찰리의 집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떠나는 월터와 다시 아쉬운 작별을 한다. 월터의 말처럼 헤어짐의 감정이 늘 어색하고 싫지만, 항상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야 하는 감정이다.

긴 포옹과 짧은 인사, 찰리와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땡큐, 마이 홀랜드 가이!"

미첼의 집으로 돌아와 첫 번째로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방으로 들어간다.

피곤함과 함께 조금은 허탈한 빈 느낌이 찾아든다.

이글에게서 메시지가 오고, 이내 영상통화가 온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글과 통화를 하고, 보바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보바는 12월 말에 첼니로 돌아간다고 한다.

잠시 휴가를 가는 것인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일이 끝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글, 안드레와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4시가 지나고 출출함이 밀려와 미첼이 알려준 슈퍼마켓으로 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매장의 푸드 코너에 닭날개와 다리의 튀김이 있다.

"오! 4유로. 빙고!"

그리고 신라면의 컵라면을 발견한다. 라면이라는 제품도 보기가 힘든 유럽에서 한국의 컵라면은 처음 본다.

"얼마만이야! 러시아 이후 처음인가!"

헬싱키에서 아희가 건네준 신라면을 먹고, 라면을 다시 사기는 러시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농심은 마음에 안 들지만!"

미첼의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를 돌리고, 월터가 구해준 니플로 스포크를 정비한다.

그동안 헐거워진 스포크들도 다시 조여놓고.

고양이에게 저녁도 챙겨주고.

빨래들을 말린다.

피곤함이 밀려든다.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다행히 월터와 미첼이 있어 다른 도시에서 보내는 것보다 편하게 보낼 수 있지만 쉥겐 기간의 압박과 비싼 호스텔비가 부담스럽다.

미첼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I'm going to Amsterdam tomorrow morning. If I'm too tired, can I stay home for another day? I've been cycling in the rain for 4 months. If I can, I just want to sleep without doing anything for two days."

흔쾌히 허락을 해주는 미첼이다.

만약 피곤함이 있다면 떠나지 않고, 내일 하루 종일 잠을 잘 생각이다.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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