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7일 / 비
포츠머스
영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저녁에 출발하는 프랑스 르아브르행 페리를 타고 영국을 떠날 것이다.


이동거리
18Km
누적거리
22,013Km
이동시간
4시간 42분
누적시간
1,673시간

 
이스트니해변
 
페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츠머스
 
포츠머스
 
포츠머스
 
 
557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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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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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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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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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8-7650-6895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의 소리에 잠에서 깬다. 특별히 피곤한 느낌은 없었는데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영국 특유의 흐린 날씨다.

반려견을 키우는 조건이나 사회적 규칙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와 관련된 문화는 제법 괜찮은 것 같다. 기본적인 훈련이 된 것처럼 개들도 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게으름을 피우다 짐들을 정리하고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이동한다. 역시나 남쪽 해안가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강아지 관련 안내는 있는데 왜 캠핑관련 안내는 없냐?"

해안가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포츠머스의 해안가는 작은 조약돌의 딱딱한 백사장이다.

옅은 에메랄드빛 바다의 색이 좋다.

두 명의 여자가 타월을 덮고 다가오더니 수영을 준비한다.

"들어가려고?"

여자는 방긋 웃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로 들어가더니 5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온다.

"날씨가 너무 아쉽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포츠머스 싸우스캐슬을 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성곽의 형태만이 남은 성터를 따라 깨끗한 산책로 마련되어 있고, 작은 성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르브아르로 가는 항구에 들러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유명 브랜드들의 샵이 모여있는 아웃렛 거리에는 돛 모양의 타워가 세워져 있다.

아주 오래된 범선은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모양인데 입장료가 있어 그냥 지나친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에 항구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저녁 11시 30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이라 매표소가 닫혀있을 것이 뻔하고, 배가 고프다.

"이제 12신데."

중국 뷔페가 있는 구시가지로 돌아와 중식당 옆에 있는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마음 편하게 충전을 하고,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으니 뷔페보다는 햄버거가 낫다. 자료들을 업로드하려니 와이파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국 뉴스를 보니 언론의 행태가 너무나 역겹다 생각이 든다. 권력에 기생하다 보니 자신들을 권력으로 착각하며 설쳐대는 불나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상은 허접한 자신들의 카르텔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의 극치들이다.

"정신 건강에 해롭다. 닫자!"

 
르브아르행 페리를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9시간이 걸리는 운항거리 때문인지 조금 비싸다. 객실이 아닌 좌석이 40파운드, 사진을 보니 편안해 보이는 좌석이라 상관없다.

"3시, 와이파이 때문에 할 것이 없네."

주머니 속의 동전들을 세어보니 90펜스가 남아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구시가지를 천천히 구경한다. 작은 소도시 포츠머스는 바다 이외에 특별히 구경할 무언가가 없다.

 쓸데없이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을 한다.

4시 반,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7시까지 영업을 하는 중국뷔페 식당에 6시 정도에 들러 저녁을 먹고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 8시 정도에 항구로 갈 생각이다.

잔돈을 사용하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슈퍼마켓의 최저 금액이 모두 1파운드다.

와이파이가 되는지 버거킹으로 들어간다. 프리 와이파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예의상 99펜스의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영국은 아주 특별하게 네트워크가 느린 것 같다.

"아우, 속터져!"

인내심을 시험하며 느린 와이파이로, 더 느린 티스토리의 서버에 자료를 업로드한다.

6시가 가까워져 중국 뷔페식당으로 간다.

치파오를 입고 있었던 여자는 오늘은 평상복을 입고 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잡고.

느긋하게 두 접시를 비운다.

맥도널드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려니 배가 너무 부르다.

"조금 뻔뻔하게 앉아있지 뭐."

8시, 위성지도를 보면 항구에 터미널처럼 보이는 건물과 커피숍이 검색된다.

"일단, 항구로 가 보자."

하루 종일 안개비가 반복되는 하늘, 정말 영국의 날씨는 괴팍하다.

1.5km 정도의 항구에 도착한다.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니 도로를 통제하던 남자가 다가와 터미널에서 승선 안내를 기다리라며 설명을 해준다.

매표소의 좌측으로 커다란 터미널이 들어서 있다.

 

"터미널이 있다!"

 

"좋은데."

자전거는 외부의 매표소에서 체크인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

터미널의 와이파이가 제법 쓸만하다.

"괜히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냈네. 콘센트만 있으면 백점만점인데."

터미널을 둘러보고 대기의자 뒤에 있는 콘센트를 발견한다.

"빙고!"

프랑스 파리까지 캠핑을 할 배터리를 충전하고.

탑승 가능 시간을 물어보니 21:15분에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린다.

편의점에서 잔돈을 해결한다. 69펜스 다이제스티브.

"깔끔하게 파운드를 정리했어."

탑승 가능 시간은 10시로 늦춰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9시 반, 처음부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던 준년의 직원이 2층 대기실까지 올라와 탑승을 하라며 알려준다.

외부 매표소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받아 들고.

검사소에서 패니어 하나를 떼어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승선을 한다.

자전거를 놓아두고 객실로 올라간다.

"아고, 힘들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굿바이, 잉글랜드."

샤르트르를 만나러 프랑스로 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6일 / 비
윈체스터-포츠머스
여행을 떠난 지 1년, 떠나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기억된다. 영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포츠머스로 향한다.


이동거리
53Km
누적거리
21,995Km
이동시간
5시간 39분
누적시간
1,668시간

 
영국놈
 
중식뷔페
 
 
 
 
 
 
 
35Km / 3시간 00분
 
18Km / 2시간 39분
 
윈체스터
 
페어햄
 
포츠머스
 
 
539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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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넘어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돼버릴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2019.01.30

 

안개비가 조용하게 내려앉는 아침이다. 일 년 전 오늘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여행 중 : 내 안을 들여다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 사람과 사물, 공간, 시간, 감정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 나는 나를 바라본다.

 

리즈훼이의 반려견 콜라는 땅콩을 받아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개가 땅콩을 먹다니 신기한 일이다.

"리, 콜라는 채식주의 강아지야?"

호박씨와 배춧잎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콜라, 나에게도 콜라가 있다.

출발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점잖은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이곳에 캠핑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한다.

공원 외곽의 강변에 캠핑을 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시고 자리를 옮기라고 말하신다.

짐들을 정리하고 윈체스터의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이슬비를 피하고 아침도 해결할 겸 맥도널드로 간다.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어린아이들의 간식 같은 모닝세트로 출출함을 달래고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정리한다.

"비 맞기 싫은데."

레인팬츠를 갈아입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으로 먹을 빵들을 챙긴다.

"어라, 이거 좋은데!"

두툼한 고무 재질의 장갑이 사이즈도 넉넉하고 좋다. 뻣뻣한 작업용 장갑에 비해 부드럽고 탄력성도 좋아 비 오는 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니크템 장착!"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목발을 짚고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느리게, 느리게 계산을 하고 잔돈과 물건을 챙긴다.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돕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Great thanks."

비에 젖은 긴 백발과 양편의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한 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친절한 사람이다.

빵과 장갑을 사들고 나오니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슬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뭐냐? 눈치챘냐!"

내부 구경을 포기한 대성당을 돌아 야영을 했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젯밤부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잠시 길을 헤매다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포장이 잘 된 깔끔한 공원길을 따라가고, 포츠머스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마주한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던 도로도 포츠머스가 가까워지며 조금씩 내려가는 길들이 많아진다.

힘들었던 몸도 조금씩 풀려가며 페달링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 계속해서 자전거의 피팅을 맞춰간다.

 

포츠머스의 외곽에 들어서자 도시는 짙은 안개비로 감싸여 있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치킨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식품코너가 없다. 다른 슈퍼에도 들러 보지만 마찬가지다.

"햄버거는 먹기 싫다."

포츠머스 시내의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저렴한 중식뷔페가 있다. 7.99파운드.

"오, 대박. 일단 고!"

시내로 접어들자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편하기는 하다. 방파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포츠머스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

식당이 있는 중심지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식당을 찾는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에게 욕은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만다.

"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어. 딱하다 영국!"

식당에 도착하여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니 싸구려 음식점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고 착한 가게네."

가게에 들어서자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주방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자전거를 보고는 관심을 접는 눈치다.

나 또한 영어를 해야 할지 중국어를 해야할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뷔페 7.99파운드 맞지?"

7.99파운드가 맞는지 확실하게 물어보고 접시를 집어 든다. 볶음밥과 고기볶음, 계란탕까지 곁들여 푸짐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배터리들도 충전을 하며 야영지를 검색하고, 천천히 두 접시를 비운다.

"내일 또 와야지."

계산을 하며 '하오츠'라고 인사를 하니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중국식 영어 발음으로 7.99라고 심드렁하게 답변을 한다.

"웃어라. 영국에서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니?"

어두워진 시내를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 공원으로 이동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백사장보다는 수풀이 있는 해안 언덕이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컴컴한 공원을 방향감만으로 가로질러 해안가에 도착한다. 바람을 피해 수풀이 자란 아늑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대로 괜찮은 일 년이었어!"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내일 저녁 11시 배를 타고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떠날 생각이다. 천천히 포츠머스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마음에 들면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영국 도로는 최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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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4일 / 흐림
호톤-길퍼드-판햄
영국의 날씨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영국의 비는 축축하다. 윈체스터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1,893Km
이동시간
5시간 55분
누적시간
1,658시간

 
A246도로
 
실리레인
 
 
 
 
 
 
 
29Km / 2시간 50분
 
23Km / 3시간 05분
 
호턴
 
길퍼드
 
판햄
 
 
43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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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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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함, 어제의 비로 인해 유난히 싸늘해진 아침이다. 다행히 비는 멈추었다.

"새소리는 좋네."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고, 다시 게으른 여분의 단잠에 빠져든다.

10시, 아침을 거르고 오늘의 라이딩을 출발한다. 윈체스터까지 80km의 거리, 최대한 윈체스터 근처까지 가고 싶지만 영국의 라이딩 환경을 생각하면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일단 길퍼드에 가서 밥을 먹자."

공원길을 비에 젖어있는 길의 상태가 좋지 않고, 도로는 차량들과 신호등으로 라이딩이 힘들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다른 유럽의 운전자들과 달리 성급해 보이고, 자전거를 위해 양보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드물다.

어려운 영국의 라이딩,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가며 길퍼드에 도착한다. 언덕 위에 들어선 길퍼드의 구시가지는 아주 작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국의 시골 타운은 제법 분위기가 좋네."

KFC에 들어가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주변에 쓰리 통신매장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독일 보다폰 데이터가 소진된 후 인터넷 연결 속도가 너무 느려져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영국의 네트워크 환경이 안 좋은 것인지, 보다폰의 기본 시스템이 데이터 소진 후 저속으로 연결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난달 보다폰의 데이터가 소진된 이후 영국 입국까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보다폰이었다.

"쓰리심을 써보자."

테이블이 없는 포장전문 KFC의 작은 매장에 서서 허기를 달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구시가의 쓰리 통신매장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3개월 동안 여행할 계획인데 어떤 패키지가 있나요?"

직원 남자는 천천히 1개월 상품들을 설명하더니 1개월 30기가의 상품을 추천한다.

1파운드 차이가 나는 30기가 상품과 무제한 상품의 차이를 물어보니 유럽 내 로밍으로 두 상품 모두 19기가 만을 지원한다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럼 24파운드 상품으로 주세요."

"오케이, 뱅크 카드가 있나요?"

"뱅크카드? 없어요."

"뱅크카드가 없으면 이 상품은 사용할 수가 없다."

"앵?"

직원은 상품 안내 팜플렛의 뒷면을 펼치더니 3개월 무제한 90파운드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헐! 90파운드?"

프리페이드 유심카드인지 데이터의 양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 1개월 10기가 15파운드의 상품을 선택하니 직원은 한 달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충전할 수 없어요?"

"네."

잠시 고민을 하다 영국 외의 지역에서 로밍속도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라 한 달 후 여행 국가에서 유심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유심을 장착하고 이틀 동안 답답했던 네트워크가 시원하게 해결이 된다.

"아껴 써야지."

도로는 길퍼드의 언덕을 내려간 뒤 바로 건너편 가파른 언덕을 향해 이어진다. 자전거를 끌고 급경사의 언덕 마을을 올라간다.

영국의 남부 지형은 언덕과 고개가 계속 이어진다. 위험한 도로를 따라갈 수 없으니 차량의 통행이 적은 소도로가 마음은 편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몇 차례 쉬어가기를 반복하고 언덕의 정상에 오르자 길퍼드 주변의 풍경이 언덕 아래로 펼쳐진다.

"그래,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언덕 위의 도로는 이내 비포장 산길로 바뀐다. 질척거리는 산길에서 이리저리 길을 헤매는 동안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을 몇몇 마주치고.

"구글아, 구글아! 이건 엠티비를 타는 싱글길이잖아!"

풍성한 침엽수림이 펼쳐지는 북유럽의 숲길과 달리 영국의 숲길은 그저 질척거리는 잡풀 숲과 같다.

"도로는 위험해서 전방주시만 해야 하고, 숲길은 질척거려서 땅바닥만 봐야 하는구나."

산속을 헤매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마주한 도로는 차량들이 고속주행을 하고 있는 3차선 대로다. 넓은 회전교차로를 돌아가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커녕 인도조차 없다.

한참을 서서 차량들이 잠시 정차하는 동안 회전교차로의 차선을 자전거를 끌고 넘어간다.

"정말 영국 구리다!"

작은 소도시 판햄의 시내에 들어서며 피곤함이 밀려온다. 런던의 긴 휴식 때문에 라이딩이 힘들고, 새로 바뀐 자전거가 아직은 불편하고 무엇보다 영국의 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엉덩이도 아프고, 종아리도 묵직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러 빵들을 보충한다.

지도를 검색하고 15km 정도 떨어진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을 했지만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아 5km 정도의 숲길로 경로를 변경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어두워진다. 위험한 영국의 도로를 달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야영지를 살펴봐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물기가 있는 숲에 텐트를 펼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어제처럼 초저녁부터 잠에 빠져든다. 한 시간, 두 시간. 잠에서 깨어 슈퍼에서 산 빵들로 허기를 달래고 밀린 자료를 정리한다.

"어째, 독일의 유심보다 네트워크가 더 안 잡히냐?"

쓰리 유심카드는 속도는 괜찮지만 도로변 숲으로 들어오니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

윈체스터까지 40km 정도가 남았지만 내일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 구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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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3일 / 비
런던-뉴몰던-호턴
다사다난했던 런던을 떠난다. 윈체스터를 지나 프랑스로 가는 페리가 있는 포츠머스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33Km
누적거리
21,841Km
이동시간
4시간 13분
누적시간
1,652시간

 
도로
 
진고개
 
 
 
 
 
 
 
20Km / 2시간 33분
 
13Km / 1시간 40분
 
런던
 
뉴몰든
 
호턴
 
 
385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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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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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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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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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피곤함, 세 번째 알람 소리에 억지스레 몸을 일으킨다.

"컨디션 조절 실패군."

짐들을 하나씩 1층으로 내려놓고 숙소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비싸지 않은 듯 비싸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상한 메뉴들이다.

휴게실에 앉아 엽서를 작성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유난히 붉은 광택의 새자전거가 어색하다.

1년 동안 익숙해진 패니어 세팅이 달라져 이상하다.

"런던에서는 변변한 인증샷도 없네."

근처의 자전거샵으로 가 타이어에 바람을 보충하고, 피팅 세팅을 한다.

"다시, 여행해 보자.

"월터, 나 간다!"

월터와 올리버에게 출발 메세지를 보내고 길었던 런던의 여행을 마치고 출발한다.

부드러운 변속과 성능 좋은 브레이크, 잡소리 없이 굴러가는 자전거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어수선한 런던의 도로를 따라 시내를 빠져나간다. 런던의 도로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도로다.

윈체스터를 지나 포츠머스로 갈 계획이다. 윈체스터까지 110km 정도의 거리, 긴 휴식으로 며칠 동안 힘들 라이딩이니 천천히 가며 자전거에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올리버가 추천한 한식당으로."

윈체스터로 가는 경로에 있는 진고개라는 식당을 올리버 부부는 추천을 해주었다. 메뉴들을 보니 과도하게 비싼 한식당은 아닌 것 같고, 이동 경로에 있어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런던 시내를 벗어나고, 한적해진 외곽의 작은 슈퍼에서 엽서를 보낸다.

자전거 도로가 형편없고, 좌측통행을 하는 영국 도로의 라이딩은 너무나 힘들고 피곤하다. 자전거 도로는 버스차선과 맞물려 있고, 자전거 도로의 구간도 짧지만 대부분은 별도의 구분이 없다. 도로가 러시아보다 좁게 느껴지고 운전자들의 운전습관도 꽤나 거칠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영국인들의 성격이 급한가?"

"하늘빛이 수상하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한다. 한식당 진고개는 5km 정도 남아있다.

흐려지던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순식간에 옷들이 젖어버린다.

"왜? 왜? 자전거만 타면 비가 오냐?"

런던에 머물던 내내 좋았던 날씨가 라이딩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고, 잠시 주춤해진 사이 진고개를 찾아간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서빙을 하느라 분주하다. 한국어를 하는 친숙한 외모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한국식당은 물을 줘야지. 제대로 된 식당이네."

다른 한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고,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 고민을 하다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야무지게 삼계탕을 먹을걸 그랬나?"

4가지의 밑반찬이 깔리고, 넉넉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먹음직스럽다. 그리고 푸짐한 김치찌개가 나온다.

"사장님이 많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첫 번째 국물의 맛이 제대로 된 김치찌개다.

"왜 이런 가게는 외곽에만 있는 거야."

런던의 시내에 식당이 있었다면 매일 찾아왔을 것 같다. 아침으로 먹은 숙소의 아침이 아쉽게 느껴진다. 두 공기의 밥을 비우는 동안 비는 계속되고.

"혹시 포장도 되나요?"

식어도 맛이좋은 제육볶음을 포장하고 더 굵어진 빗속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빗물에 모든 것이 젖어들고, 흙탕물을 뿌려대는 자동차들과 섞여 길을 헤매고 헤맨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영국!"

손과 몸이 얼어가기 시작한다. 내비게이션은 도로를 벗어나 공원처럼 보이는 숲길로 길을 안내하고, 길은 진흙과 흙탕물의 엉망진창이다.

늪지처럼 물이 고여있는 숲은 풍성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텐트를 펼칠 곳을 찾으며 길을 따라가도 마땅한 곳이 보이질 않고, 괜찮은 공간은 사유지인지 울타리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가 없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까지."

4시, 물이 고여있지 않은 숲에 텐트를 펼친다. 손이 굳어오며 한기가 시작된다.

 

어렵게 텐트를 설치하고, 숙소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 문제로 신경을 쓰느라 건조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습기가 남아있는 눅눅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피곤함에 이내 잠이 든다.

8시가 넘어 단잠에서 깨어나고, 축축해진 텐트의 습한 기운이 끔찍하다. 식당에서 포장해 온 제육볶음으로 출출함을 달랜다.

허기만을 채우려던 젓가락질은 한꺼번에 모두를 해치우고 만다. 정말 맛이 좋은, 소주가 생각나는 제육볶음이다.

"아쉽다!"

다시 시작된 여행이다. 따듯한 날씨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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