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6일 / 비
윈체스터-포츠머스
여행을 떠난 지 1년, 떠나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기억된다. 영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포츠머스로 향한다.


이동거리
53Km
누적거리
21,995Km
이동시간
5시간 39분
누적시간
1,668시간

 
영국놈
 
중식뷔페
 
 
 
 
 
 
 
35Km / 3시간 00분
 
18Km / 2시간 39분
 
윈체스터
 
페어햄
 
포츠머스
 
 
539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넘어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돼버릴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2019.01.30

 

안개비가 조용하게 내려앉는 아침이다. 일 년 전 오늘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여행 중 : 내 안을 들여다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 사람과 사물, 공간, 시간, 감정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 나는 나를 바라본다.

 

리즈훼이의 반려견 콜라는 땅콩을 받아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개가 땅콩을 먹다니 신기한 일이다.

"리, 콜라는 채식주의 강아지야?"

호박씨와 배춧잎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콜라, 나에게도 콜라가 있다.

출발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점잖은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이곳에 캠핑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한다.

공원 외곽의 강변에 캠핑을 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시고 자리를 옮기라고 말하신다.

짐들을 정리하고 윈체스터의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이슬비를 피하고 아침도 해결할 겸 맥도널드로 간다.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어린아이들의 간식 같은 모닝세트로 출출함을 달래고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정리한다.

"비 맞기 싫은데."

레인팬츠를 갈아입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으로 먹을 빵들을 챙긴다.

"어라, 이거 좋은데!"

두툼한 고무 재질의 장갑이 사이즈도 넉넉하고 좋다. 뻣뻣한 작업용 장갑에 비해 부드럽고 탄력성도 좋아 비 오는 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니크템 장착!"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목발을 짚고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느리게, 느리게 계산을 하고 잔돈과 물건을 챙긴다.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돕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Great thanks."

비에 젖은 긴 백발과 양편의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한 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친절한 사람이다.

빵과 장갑을 사들고 나오니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슬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뭐냐? 눈치챘냐!"

내부 구경을 포기한 대성당을 돌아 야영을 했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젯밤부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잠시 길을 헤매다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포장이 잘 된 깔끔한 공원길을 따라가고, 포츠머스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마주한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던 도로도 포츠머스가 가까워지며 조금씩 내려가는 길들이 많아진다.

힘들었던 몸도 조금씩 풀려가며 페달링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 계속해서 자전거의 피팅을 맞춰간다.

 

포츠머스의 외곽에 들어서자 도시는 짙은 안개비로 감싸여 있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치킨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식품코너가 없다. 다른 슈퍼에도 들러 보지만 마찬가지다.

"햄버거는 먹기 싫다."

포츠머스 시내의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저렴한 중식뷔페가 있다. 7.99파운드.

"오, 대박. 일단 고!"

시내로 접어들자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편하기는 하다. 방파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포츠머스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

식당이 있는 중심지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식당을 찾는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에게 욕은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만다.

"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어. 딱하다 영국!"

식당에 도착하여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니 싸구려 음식점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고 착한 가게네."

가게에 들어서자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주방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자전거를 보고는 관심을 접는 눈치다.

나 또한 영어를 해야 할지 중국어를 해야할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뷔페 7.99파운드 맞지?"

7.99파운드가 맞는지 확실하게 물어보고 접시를 집어 든다. 볶음밥과 고기볶음, 계란탕까지 곁들여 푸짐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배터리들도 충전을 하며 야영지를 검색하고, 천천히 두 접시를 비운다.

"내일 또 와야지."

계산을 하며 '하오츠'라고 인사를 하니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중국식 영어 발음으로 7.99라고 심드렁하게 답변을 한다.

"웃어라. 영국에서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니?"

어두워진 시내를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 공원으로 이동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백사장보다는 수풀이 있는 해안 언덕이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컴컴한 공원을 방향감만으로 가로질러 해안가에 도착한다. 바람을 피해 수풀이 자란 아늑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대로 괜찮은 일 년이었어!"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내일 저녁 11시 배를 타고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떠날 생각이다. 천천히 포츠머스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마음에 들면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영국 도로는 최악이었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5일 / 맑음
판햄-윈체스터
영국을 떠나기 전 윈체스터 대성당을 보기 위해 윈체스터로 향한다.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21,942Km
이동시간
4시간 58분
누적시간
1,663시간

 
도로
 
산길
 
 
 
 
 
 
 
27Km / 2시간 40분
 
22Km / 2시간 18분
 
판햄
 
비튼
 
윈체스터
 
 
486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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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큰 개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여행을 시작한지 1년이네."

뜬눈으로 밤을 새며 떨치지 못한 감정의 힘겨움을 견뎌야 했던 일 년 전 오늘은 분명 슬픔이었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슬픔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텐트의 외피는 뽀송하게 말라있지만 물기가 있는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일년내내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 같은 질척거림, 영국의 숲은 그렇다.

어제 점심에 사놓은 햄버거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허리와 허벅지가 뻐근하게 느껴진다.

숲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경로를 무시하고 어제의 도로를 찾아 길을 따라간다. 오르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는 페달링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힘든 거야."

긴 휴식 후 찾아드는 라이딩의 어려움이지만 유난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날이다.

작은 타운에 들어서고 한적한 시골의 마을들은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조용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워 보인다.

도로변의 철물점에 들어가 리어 패니어를 고정할 밧줄을 하나 더 구매하려 했지만 세트로 판매하는 것들만 있어 포기한다.

"좀 더 단단하게 고정을 했으면 좋겠는데."

타운을 지나치고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다음 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도로와 산길 두 경로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생각 외로 정말 형편없는 영국의 도로망이다.

양들을 키우는 농장을 지나고 자전거도로 표시가 된 길은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왜 이런게 자전거 도로야?"

비에 젖은 흙길에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신발과 바퀴에 엉겨 붙는 진흙과 낙엽들에 엉망이 되어간다.

농장의 목초지가 지나고 오솔길은 넓은 임도로 바뀌고 황량한 풍경의 침엽수림이 시작된다.

"볼품은 없어도 숲이라고 조용하고 좋네."

잠시 자리에 앉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무게워진 페달링으로 힘들게 숲을 벗어난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즐거움을 준다.

시골의 마을길을 돌아 마주한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차량들의 속도가 빠른 구간이다.

"위험한데!"

윈체스터까지 위험한 도로의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변경한다. 2km 정도의 도로를 조심스레 따라가는 동안 긴장감이 밀려든다.

작은 소로로 빠지는 길을 마주하고 도로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사이 지나치던 버스에서 이상한 이물질이 날아든다.

"뭐야? 지금 침을 뱉은 거야?

뭔가 흩어지며 날아드는 이물질은 버스에서 누군가 뱉어낸 침인 것 같다.

"이런 신발 개무지개 영국 놈을 봤나!"

 

인종차별 같은 찌질한 인간들의 혐오심 따위는 게으름의 냉소로 무시하는 성격이라 별 상관은 없지만 면상에 대고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영국, 참 마음에 안 드는 나라다."

 

시골의 마을 길을 따라 윈체스터로 향한다. 허기짐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든 라이딩이다.

"영국, 정말 최악의 여행이야."

작은 마을에 들어서고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산다.

"역시 콜라가 있어야 해."

윈체스터까지 10km, 산길과 신경질적인 영국의 도로를 따라오느라 하루의 이동거리가 몽골보다 짧고 힘이 든다.

오르내리는 산길이 다시 이어진다.

"당 떨어진다. 촤식들아! 이제 그만해라!"

윈체스터를 3km 남기고 다시 혼잡한 도로와 마주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의 한가로움이 좋다.

작고 오래된 타운의 초입에 들어선다.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마치 한국의 작은 읍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고전적인 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건물을 돌아 좁은 돌담길을 따라간다.

"이게 윈체스터 대성당이구나."

붉은 십자가의 잉글랜드 국기가 휘날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고성의 모습이다.

열십자 모양의 대성당의 크기와 높이가 웅장하다.

대성당의 입구를 찾아 주변을 돌아간다.

"크다! 천년이나 됐다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려니 9.5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다. 입구에서 바라본 성당 내부의 모습은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아치 형태의 천장들이다.

"체크카도 받아요?"

현금이 없어 카드결제가 되는지 묻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4시가 넘었는데, 구경하면 해가 질 것 같네."

9.5파운드의 입장료를 내고 흘깃 구경을 하기엔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주변에 저렴한 숙소가 있는지 검색해도 30파운드 정도의 호텔들만 검색된다.

"오늘은 패쓰!"

작은 구시가지로 들어가 KFC를 찾는다.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갖던 할아버지 한 분은 야영을 한다고 하니 1월에 무슨 야영이냐며 장난기 어린 제스처를 한다.

KFC에 들어가 세트메뉴를 주문하고, 햄버거는 패니어에 넣어둔다.

"야영지를 찾아야 하는데."

윈체스터 주변의 공원을 확인하고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 야영지를 찾는다.

"색깔 참 곱네."

안개가 짙은 영국의 노을빛은 황홀하지는 않지만 나름 매력이 있다.

공원의 풀밭, 정확히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구조물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풀밭은 끝자락에 텐트를 펼친다.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우고 패니어에 든 매운 라면도 끓여 먹는다.

"일 년 된 기념이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라면에 입술과 혀가 따갑고 맵다.

 

후베이성 우한과 250km 정도 떨어진 징저우에 살고 있는 리즈훼이는 일주일이 넘도록 집에만 있다고 한다. 리즈훼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응원을 하고, 쑤니터우기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내몽골에는 확진환자가 없다고 한다.

별이 뜬 조용한 밤하늘, 내일도 맑았으면 좋겠다.

"리, 짜요!"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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