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7일 / 맑음 ・ 14도
장베이현-화더현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허베이성을 지나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112Km
누적거리
7,654km
이동시간
7시간 58분
누적시간
546시간

S245
S245
63Km / 4시간 27분
49Km / 3시간 31분
장베이현
얼하오부
화더현
 
 
4,90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찍 잠든 덕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쌀쌀한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서두르자!"

7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숙소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치띠엔 반!"

7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인가 보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접속이 불규칙하여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구글 지도에 접속하여 오늘 가야 할 화더현까지의 고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길을 파악하고 거야. 어제는 너무 느닷없었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화더현은 장베이현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네. 바람만 안 불면 좋겠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이 괜찮아 나름 기대했는데 볶음밥도 없고 메뉴가 부실하다. 조죽 같은 것과 함께 이것저것 담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운다.

"먹어야 산다!"

며칠 동안 패니어들을 재장착하고 출발하다 보니 10시를 전후의 시간에 출발을 했다. 일찍 일어나 조식까지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화더현으로 출발한다. 예상거리 110km.

"하늘빛이 정말 좋구나!"

30여 분 S245도로를 이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 파란 하늘이 좋아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투둑 체인이 끊겨버린다.

"아, 진짜 아침마다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매일 아침 눕는 게 일이구나."

끊어진 체인을 보니 어제 연결해 놓은 체인링크가 부러져있다. 뒷드레일러가 망가지면서 체인에 변형이 생겼는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몽골에 가기 싫다 이거지. 그럼 바꿔야지!"

무거운 체인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상용으로 챙겨온 여분의 체인을 꺼내어 바로 교체한다.

전국일주 2,400km와 중국여행 5,000km를 잘 버텨낸 체인. 유럽정도에 가서 스프라켓과 함께 교체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조금 일찍 교체를 한다.

중국의 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우중 라이딩의 흙자갈들이 묻어 많이 마모되고 유격이 생겼을 것이다.

새 체인으로 연결을 해두었지만 크랭크의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마모를 생각하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쉬안화구에는 스프라켓도 교환할 걸 그랬나."

장렬하게 전사한 체인은 도로변에 묻어두고.

"그동안 수고했다!"

변속을 하며 트러블을 체크한다. 생각한 대로 7, 8 ,9에서 체인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더더덕 트러블이 발생한다. 2단 체인링과 8, 9단 스프라켓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 상태가 깊고 넓다.

"어쩔 수 없다. 8, 9단은 버리자."

8, 9단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라켓을 교환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당분간 속도를 내어 달릴 일이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리막길의 체인비가 가벼워진 아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체인을 교체하고 트러블을 점검하느라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의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화더현까지 이어질 S245 도로 위로 맞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틀렸네. 그냥 소처럼!"

원중도(元中都, 위안중두)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원나라 시대의 성이 있던 자리 같은데 성터만 남아있는지 과거 성의 모습을 그린 안내도와 달리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넓어서 그런가? 안쪽에 뭐가 있나?"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과 출입구가 나오고, 입장료가 별도로 있는 공원처럼 보여 그냥 돌아서 나온다.

"뭐 이런 황무지에 성을 쌓았어. 백성들 힘들게."

도로의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의 둥지가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들판을 달려간다.

"허허벌판이란 이 정도는 돼야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맞지."

도로를 따라 좌우의 방향만 바뀔 뿐 바람은 여전히 정면에서 불어오고 인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낮은 벽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길에는 소똥밖에 없고.

"대체 어디가 끝인 거니?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거야."

바람을 피해 벽돌들을 모아둔 곳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12시, 75km가 남았네. 빵을 사야 하는데."

오는 동안 몇 개의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모두 편의점이 없는 곳이고, 도로변의 마을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많지만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적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 건너편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리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이건 있다고 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아!"

콜라와 함께 달랑 하나 남아있던 비스켓만을 사들고, 물건의 가격을 모르는 여자 직원 때문에 한참을 기다린다.

완전히 다른 주택 구조처럼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를 텐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

열악한 환경의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 남부 지방은 작은 마을에도 젊은 청장년들과 아이들이 항상 있어 마을의 생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천천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전거를 멈추자 피하듯이 자리를 일어난다.

"할매, 어디 가? 어. 가게네!"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내가 가는 곳마다 도망을 다니신다.

"나쁜 사람 아닌데."

빵 같은 것은 없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 오래된 흙먼지들만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

"메이요?"

전에 먹었던 빵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빵이 있는지를 물으니 당연하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아버지.

그냥 빈손으로 나오기가 뭐 해서 10원짜리 담배를 하나 사들고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본다.

"저쓰 한궈 앤초."

할아버지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시고, 주변을 계속 맴돌던 할머니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한다.

아마도 '그놈하고 놀지 말아' 아니면 '그 담배 버려' 아닐까 싶다.

"할배,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한국사람 처음 보잖아!"

슈퍼가 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자세히 살펴본다.

낮고 길게 지어진 벽돌집에 굴뚝같은 것이 3개 정도 지붕 위로 솟아있고, 마당 한편에 석탄처럼 보이는 검은 흙이 쌓여있다.

"나무가 없으니 탄을 때는 건가?"

창문마다 두꺼운 이불이나 커튼이 쳐져 있고 실내는 어둡다. 어떤 집은 창문의 2/3를 벽돌로 가려놓은 곳도 많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집은 바람이 없는 동향인가 보다.

목축업이 대부분일 테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한편에는 가축들의 축사가 함께 있다.

오로지 길게 뻗어 올라가는 도로와 바람뿐이다.

"오늘도 밥 먹기는 틀렸어."

초코과자를 다 먹고 앞드레일러를 정비한다. 비를 맞아 녹이 슬고 흙먼지들이 들러붙어 3단의 변속이 올라가지 않던 것을 정비하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2단이 이상하니, 이제 너를 써야겠다."

변속 속선과 조절나사로 장력을 조정하고 드레일러에 윤활도 조금 해준다. 8, 9단을 사용하지 못하니 내리막이나 속도가 조금 필요할 때는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생각이다.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나를 등지고 열심히 돌아가고.

도로변의 가로수들 마저 사라져 시야가 넓게 트인다.

길은 하늘을 향해 오르기만 하고.

얼핏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도 들지만.

푸른 바다는 없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네. 올해 안에 볼 수 있겠지?"

"하늘도 좋고 잠시 놀다 갈까!"

"뒤도 곡선, 앞도 곡선. 길도 이쁘네."

"하늘아, 너 정말 끝장이다."

"정면은 이렇게. 각도가 안 나오네. 차로라 힘들어 패쓰."

"뒷모습은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열심히 블루투스 리모컨을 누르고.

"그만해. 해 떨어진다. 가자!"

계속되는 하늘길을 오르고 올라.

"야, 중국 소! 나 한국 사람이야!"

좋은 것도 한두 번, 좋은 하늘 아래 사람이 점점 실없어질 때쯤.

도로가 바뀌면서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선다.

황량해 보이던 풍경이 낮은 능선들을 따라 곱게 이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집들은 레고 블록처럼 길게 겹겹으로 지어져있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굼벵이 같은 이상한 글자가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하늘이 열린 듯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바람도 여전하다. 하루 종일 맞바람 속을 달려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양들이 양을 치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산지대에 오르면서부터 어묘(魚苗)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보면 새끼물고기인데 고산지대에서 양어장을 할 일도 없는데.

"펩시콜라는 이렇게 쓰는구나.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처음 보네."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가 있어 일몰 직전에는 화더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일은 모를 일이니.

지겨운 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붙잡고.

현(县) 규모의 도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어떻게 도시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산지대의 직선 도로도 화더현 시내를 14km 남기고, 화더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체력은 모두 고갈된 듯 지쳐간다.

슈퍼와 식당들이 도로변에 이어지지만 시내라 부르기엔 아직 황량한 모습이고. 창고 같은 용도를 사용하는지 게르 같은 모형의 공간도 보인다.

화더현을 7km 남기고 길은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간다.

"끝까지 이렇단 말이지. 넘어가 주겠어!"

바람을 이겨가며 힘겹게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허망한 풍경이 나타난다. 산등성이를 타고 떨어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각종 비닐봉지들.

아름답기만 했던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가 작은 도시의 외곽으로 오니 온통 쓰레기 비닐봉지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날아든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 매립지라도 되는가?"

"인간들이 민폐다."

동쪽을 향해있는 묘지군으로 보이는 곳에 비닐봉지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와 철조망에 걸리고, 수풀에 걸려 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자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은 소도시 화더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소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 시커먼 물체가 도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인력거를 끌고 올라오며 힘이 들었는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쉬어가는 할아버지다.

"할배, 왜 넓은 갓길을 놔두고 길 한가운데에서 그래요."

시내의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잡히지 않는 작은 소도시, 고덕지도의 주점 검색을 하여 평점이 좋은 빈관으로 이동한다.

해가 떨어지며 조금씩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첫 번째 빈관에 들어가 투숙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숙박이 불가능하다며 주변에 있는 어느 숙소를 알려준다.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 부탁을 하니 숙박이 가능한 주점을 찾아준다.

1.4km의 거리, 시내가 작다 보니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예쁘기만한 빛을 남기고 해는 떨어지고, 끝까지 자전거를 밀어내는 찬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7시, 모택동의 동상이 정중앙에서 맞이하는 주점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이 된다.

주점의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안된다고 하니 흔쾌하게 주점의 안쪽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영어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안내해 주는 점장 그리고 뜻하지 않은 조식권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의 등장으로 넓은 숙소의 프런트층에 있던 다른 숙박객과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나지만 짧은 미소로 인사만을 전한다.

"여기서 말을 했다가는 1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샤워를 마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침 조식 이후 먹은 것은 초코과자 하나뿐이다.

태블릿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 여직원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주문을 기다려준다. 이것저것 메뉴들을 고르다 처음 여직원이 추천해 주었던 닭고기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 밥을 많이 달라고 부탁한다.

방긋 웃으며 알았다는 여직원.

한참 후 나온 음식은 닭고기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지? 그림하고 틀린데."

한 점을 집어먹어봐도 부드러운 것이 고기는 아닌듯하고 알 수가 없다.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큰 접시에 가득 담아서 나온다.

밥과 함께 알 수 없이 맛있는 메뉴를 먹다 보니 익숙한 곱창의 느낌과 맛이 난다.

"이거 곱창볶음이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것은 버섯이고, 마늘과 고추,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만든 곱창볶음이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물컵을 부탁하며 양곱창인지 돼지곱창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을 쓰기도 귀찮아진다.

"꿀꿀."

"뚜이!"

코끝을 살짝 들고 '꿀꿀' 했더니 친절한 여직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 음식을 먹을 땐 녹차가 제격이고, 정말 맛있게 먹은 기름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곱창볶음이다.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먹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50위안이면 8,500원. 이거 한국이면 초대박집이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페이창 하오 츠! 엄지 척!"

일제히 함박 웃음을 보이며 모두가 웃고 떠든다.

51위안.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2위안 추가의 쌀밥을 3위안 받나 보다. 돈을 주려고 하니 보증금에서 처리한다며 51위안 영수증을 써준다.

식당을 나와 프런트 옆에 있는 제물이 올려진 관우상을 보며 점장에게 관우가 맞는지 묻고 있는데 식당 쪽의 입구가 어수선하다.

관우상을 보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벽에 인사를 하는 아저씨.

"뭐 하세요? 관우는 이쪽인데!"

뭘 하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퇴근 체크를 하고 씨익 웃으며 지나간다.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줄을 서서 퇴근 체크를 한다.

조금 전 나의 음식평에 일제히 좋아했던 직원들은 그저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의 따봉에 일제히 환호했던 게 아니었어!"

어딜 가나 퇴근은 기분 좋은 일인가 보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편안한 웃음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런트 왼쪽에도 관우상이 있고.

자동 구두닦이도 있고.

그분도 계시고.

가짜 황금도 가득 있고.

중국의 오래된 주점에 오면 어떻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지키는 격식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카페트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고,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 않고 값도 저렴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응대나 절차 등을 보면 주점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라이드 같은 것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으려니 판피린 한 병이 들어있다. 불끈 기운을 돋운다며 약사가 권해준 이상한 것과 함께 마시고 따듯한 방한 바지를 꺼내 입고 잠이 든다.

"간 기능 개선 약인데 왜 기운이 난다는 거지?"

하루 종일 하늘빛이 찬란한 풍경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피곤한 하루다.

"멋진 하늘을 봤으니 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6일 / 맑음 ・ 16도
쉬안화구-장자커우시-장베이현
자전거를 정비하고 몽골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 거센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바란다.

이동거리
91Km
누적거리
4,793Km
이동시간
6시간 49분
누적시간
370시간 16분

G110
G207
34Km / 2시간 04분
57Km / 4시간 45분
쉬안화구
장자커우
장베이현
 
 
4,79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소의 아침 조식은 모든 음식이 조금씩 짜고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 볶음밥으로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출발을 준비한다.

숙소의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는 아저씨의 말처럼 이상 없이 그대로 잘 있다.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준비 시간이 소요되어 10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숙소의 정문에서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을 하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고 있으니 사이클을 탄 아저씨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엄지를 세우며 사진을 찍자며 기분 좋게 반겨준다.

"멋쟁이 아저씨 같으니라고."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패니어에 넣어 두었던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쉬안화구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시내의 외곽에 위치한 성곽을 빠져나와 장자커우시까지 이어질 한적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라이딩을 이어간다.

"오랜만에 타보는 자전거 길이네. 오늘은 펑크날 일이 없겠어."

한 시간여를 달려 거대한 항아리 굴뚝을 보며 중국에서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흐린 비안개 너머로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향해 벽처럼 올라가 있던 생경함 광경이었다.

사진을 찍고 출발을 하려는데 체인이 투둑거리며 튕겨져 나간다.

"뭐지?"

어제 체인의 한마디를 제거하고 임시로 이어놓았던 부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체인링크를 걸어놓을 걸, 정말 게을러터졌어!"

패니어 어딘가에 체인링크와 체인핀이 잔뜩 들어있는데 문제는 어디에 놓어두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패니어들의 내용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두면 편할 텐데 역시나 그 정도의 부지런함은 나에겐 없다.

첫 번째 패니어에서는 체인링크가 없고 손톱깎이가 나온다.

"어, 잘 됐다. 손톱이나 좀 깎자!"

길가에 앉아 웃자란 손톱들을 정리하고.

다행히 두 번째 패니어에서 체인링크가 들어있는 비닐팩이 나온다.

끊어진 체인을 마저 제거하고.

체인 링크를 걸어 정비 끝.

"아, 오늘도 손이 검뎅이로 변해버렸네."

화력 발전소 같은데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중국의 도시 곳곳에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굴뚝들이 솟아있다.

길은 장자커우시의 외곽으로 이어지고, 쓸데없이 친절한 고덕지도의 최단거리 안내로 인해 시내로 들어가는 길과 외곽으로 빠지는 길에서 잠시 헤맨다.

"곧 헤어질 테니 참는 거야. 고덕양!"

대도시 장자커우시의 복잡함을 피해 시내도 진입하지 않고 외곽의 G110 국도를 따라 장베이로 이동할 생각이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작은 소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스프라켓의 9단에서 체인 트러블을 일으킨다.

잠시 도로변에 자전거를 세워 드레일러와 체인의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고 마모 상태가 심한 9단의 스프라켓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 같다.

"9단은 이제 못쓰겠네."

장자커우시의 서쪽 외곽을 돌아가던 길은 흙산의 절개지들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된다.

황토빛 황량한 풍경들 너머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는 북쪽의 산을 향해 길게 이어지고 도로변의 건물들은 완전히 사라진다.

붉은 오성홍기와 산불조심을 알리는 깃발만이 바람을 따라 요란하게 춤을 추고.

피곤함 탓인지, 자전거가 무거운 것인지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져만 간다.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샤화위안에서 사놓았던 사과를 꺼내어 심심한 입을 달래본다. 당도는 부족하지만 과즙이 풍부하고 시원하니 맛이 괜찮다.

멀리 보이던 산이 정면으로 눈앞에 놓이고.

장베이로 넘어가는 S207 도로를 만나게 된다.

"오늘은 너를 넘어가나 보구나."

베이징을 떠나 내몽골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풍경들이 황량하게 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붉은 흙산들을 향해서 올라간다.

마치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처럼 황량하다.

풍성했던 중국 남부의 풍경들을 지나온 탓인지 눈앞에 펼쳐지는 삭막한 풍경들이 너무나 생경하다.

벽돌집으로 변한 주택들의 모습도 오래 방치된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다.

"춘련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데."

황량한 풍경 속에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3시, 장베이로 가는 마지막 마을을 지나치고 19km만이 남아있다.

"저기 보이는 산은 뭘까?"

길게 뻗은 직진길은 불안한 느낌대로 멀리 보이던 산을 향해 올라간다.

"뭔데? 왜 이렇게 힘든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산을 향해 오르다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도로변에 앉아 고덕지도를 확대해서 살펴보니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길의 모양에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에쉬."

"정말 이 삭막한 풍경은 적응이 안 된다."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산길을 오른다.

"아, 뭔데? 왜 이렇게 힘들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고단함의 이유가 궁금하여 패니어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GPS 정보를 확인하니 이상한 숫자의 고도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1,300은 뭐냐?"

구불거리는 길의 마지막을 향해 느리게 느리게 페달을 밟아가고.

3시 15분, 산을 넘는 고개의 정상 장베이의 경계에 도착한다. 다리의 근육들이 너덜거리는 기분이다.

"1,500이냐. 마음에 준비 좀 하게 미리 좀 알려주라. 느닷없이 이렇게 올라오면 어떻게 하니!"

아무것도 없는 풍경 속에 도로변에는 뜬금없는 주점들이 들어서 있다.

소와 당나귀들만이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고.

"저도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몽골의 게르처럼 이상하게 생긴 집들도 보이고.

언제 봐도 반갑지 않은 바람개비들만이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설마 이제는 내려가겠지?"

4시 50분, 좀처럼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내리막길을 따라 장베이현의 입구에 도착한다.

4월, 베이징으로 향하던 길에 20도가 훌쩍 넘어가던 날씨는 다시 겨울로 접어든 것처럼 장베이현의 하천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내리막을 달려온 몸에서는 빠르게 한기가 찾아든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몇몇 주점들이 검색되지만 이상하게 숙박비들이 비싸다. 장베이현의 외곽에 있는 저렴한 숙소의 가격도 20,000원이 수준이다. 조식이 제공되는 2만원짜리 주점을 예약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해가 지면서 더욱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다행히 문제없이 체크인이 끝나고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헌 어! 헌 어!"

식당의 여자와 오랫동안 토론을 하고 나온 메뉴는 달콤한 간장소스 맞에 후추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맛이 정말 좋은 음식이다.

"이게 후추인가?"

후추 크기의 동그란 열매는 알싸한 후추맛이 나는데, 고기와 함께 씹어먹으면 그 향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전 어떤 환경일까 궁금했던 중국 지도의 노란색으로 표시되는 지역으로 들어왔다. 황량한 풍경과 낮은 기온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중국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은 중국의 몰골인 내몽골 자치구로 들어간다.

"이제 중국이 편해진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나가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0일 / 맑음 ・ 14도
장가계-원가계-츠리현
많은 절경들을 품고있는 장가계, 원가계를 마저 구경할까 고민하다 그냥 베이징으로 가기로 한다. "킵 해둘께."


이동거리
116Km
누적거리
5,511Km
이동시간
8시간 09분
누적시간
389시간

 
S306도로
 
S306도로
 
 
 
 
 
 
 
40Km / 2시간 40분
 
66Km / 5시간 29분
 
장가계
 
원가계
 
츠리현
 
 
2,7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하루를 더 머물며 장가계를 둘러 볼까 아니면그냥 베이징으로 향할까."




경비내역
식비:37위안 / 식료품:3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20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5,395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381시간

 
천문산
 
천문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가계
 
장가계
 
장가계
 
 
2,6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지아제에서 보내는 하루의 휴식,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무심히도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을 찍고 있으니 흰죽이 바로 나오고.

연이어 찐만두가 나온다.

"빨라서 좋네."

만두 하나를 집어먹으니 역시 맛이 좋다.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중국 찐만두를 조금씩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간다.

만두를 찍어 먹으라며 색깔 고운 소스는 보기와 달리 매콤한 맛이 난다. 꽤 매력적인 소스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길 건너 관광센터로 들어간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우선 관광센터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우편서비스를 하고 있다.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관광지가 많으니 늘 요금표가 복잡하다. 대충은 알겠는데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일단 현금부터 찾자!"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타입 A!"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번역기를 들이밀며 어렵사리 입장권을 사겠지 싶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관광센터의 좌측으로 케이블카의 입구가 있다.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검문대를 지나가는데 경고음이 울려 멈칫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미로처럼 이어진 라인 안내선을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도 관광객들이 없어 별일이다 싶어진다.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카의 탑승구로 가니 관광객들이 조금 보인다. 중국에서 이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얄팍하게 구색만 갖춘 안내 팜플렛도 꺼내들고.

8명이 정원인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운 좋게도 사이드 자리에 앉는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한국에서 타본 적도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서, 그것도 엄청 길고 높게 올라가는 것을 두 번이나 타본다.

모두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빠르게 케이블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너무나 아쉽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조금씩 안개구름 사이로 천문산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드러내고.

케이블카의 흔들림에 어지럽고 긴장되지만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케이블카는 중간 지점을 지나친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천문산의 관경에 사람들의 들뜬 동요가 일어나고.

어지럽게 계속 올라가는 케이블카.

하늘 높이 치솟은 기묘한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봉우리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타난다.

핸드폰을 하며 애써 무서움을 참더니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마음을 들켜버린 아주머니다.

하늘을 뚫고 올라온 듯 20분이 조금 넘어 케이블카는 천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사람들로 붐비는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난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쫄고 있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이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후 서쪽 라인으로 트레킹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시선은 아래의 풍경 속에 빠져있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져 걷게 된다.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줄을 따라 유리 바닥의 입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있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번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5위안짜리 유리바닥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대기줄에 서서.

"엄청난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엄청난..."

입장을 하니 빨간 덧신이 있고.

야무지게 착용하고.

사람들을 따라 유리바닥을 걷기 위해 걸어간다.

"아놔, 비가 와서 다행이네."

유리면을 밟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길을 막고 서있는 여자들을 피해 가며 '워워'하며 놀려준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빨간 덧신은 반납하고.

축지법을 알려준 유리바닥을 벗어난다.

붉은 리본이 온 산을 뒤덮은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야 할 절벽길과 지나왔던 절벽길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방방 뛰어대는 어린 남자의 뒤통수를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참으며 구름다리를 건너고.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곳을 지난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하루를 더 머물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의 천자산을 구경할지를 고민한다.

"원가계, 아바타, 숙소, 비, 날씨, 베이징, 체류기간, 몽골국경.."

베이징을 지나 몽골 국경이 있는 얼롄하오터까지 3,000km 정도의 거리가 부담스럽다.

"남은 체류기간 50일에서 여유 기간 5일을 빼고, 베이징에서 보낼 7일 정도를 빼면 38일. 38일에 3,00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쓸데없이 중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베이징으로 향하는 경로를 시안으로 할지 아니면 징저우로 할지 고민을 하다 좀 더 여유로운 징저우를 선택하고, 내일 원가계가 있는 천자산 주변을 지나는 경로를 선택한다.

"원가계는 다음 기회로 킵! 이번엔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





경비내역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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