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9일 / 맑음 ・ 10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보바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거리
19Km
누적거리
18,089Km
이동시간
3시간 50분
누적시간
1,303시간

성 이사악 성당
카잔 성당
5Km / 1시간 15분
14Km / 2시간 35분
숙소
중앙구
숙소
 
 
4,214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좋은 아침이다. 보바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며 숙소를 연장한다. 사용하던 룸은 스케줄이 예약되어 8인실 2층 침대로 이동해야 한다.

31일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날 것이다. 조금 쉬고 싶다.

짐들은 보관창고로 옮기자 보바가 도착한다.

해군본부 앞의 공원길을 걸어 성 이사악 성강으로 간다.

보바 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처음이라 두 사람 모두 초행길이다.

성 이사악 성당, 어젯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물이다.

"사비, 안에 들어가고 싶어?"

"응."

도로변의 출구를 돌아 입구로 이동하고.

자동화 기기에서 표를 예매한다. 첨탑의 전망대와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입장료가 별도다.

"550루블, 되게 비싸네."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 첨탑 전망대로 올라간다.

계단에 숫자가 적혀있지만 쓸데없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첨탑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다시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야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넓은 시내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하네."

"도시가 참 평평하다."

출구의 계단으로 내려가 성당 내부로 이동한다.

첨탑의 계단은 성당의 출구로 연결된다.

"성당 안쪽은 어떻게 들어가?"

보바가 직원에게 길을 묻고, 정문의 왼쪽 게이트로 다시 들어간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오자 발이 아프다며 보바는 주저앉는다. 신발의 볼이 좁아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 넌 좀 앉아있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 이사악 대성당의 내부 모습이다.

"사치스럽도록 화려하구나."

금빛 조각들과 화려한 벽화들이 모두 작품이다.

하루 종일 관람을 할 수도 있지만 보바는 신발이 너무 불편한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 숙소 주변을 구경하고 신발을 사러 가고 싶다며 말했는데, 아무래도 신발부터 사야 할 모양이다.

"보, 신발을 사러 가자."

"다시 보고 싶어지면 나중에 혼자 올게."

많은 정교회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관광지의 화려한 성당들은 뭔가 소비되는 느낌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의 시간이 더 좋다.

"자꾸 보니까 뭔가 불량식품 같네."

천장을 촬영하느라 서너 바퀴 회전을 하니 머리가 빙빙 돈다.

지하철을 타고 신발을 사러 가자니 보바는 팰리스 광장을 둘러보고 가자고 한다.

"보바, 이글은 자꾸만 번역기를 달라며 말을 해서 구경을 못 하게 했는데, 너는 발이 아프다고 하면서 구경을 못 하게 하니?"

겨울궁전이 있는 팰리스 광장에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이 있다.

광장의 중앙에는 알렉산드르의 원주가 세워져 있고.

세계 3대 미술관, 지적 호기심도 많지만 사람에게 치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비 오는 날 심심할 때나 와야지."

"보바, 브이!"

건너편은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신관이 있는 건물이다.

"사비, 파노라마 촬영 어때?"

"오, 좋은데. 나도 해볼까."

보바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찾아간다. 러시아의 지하철을 처음 타 본다.

공항의 체온 검사대 같은 것이 있고.

보바가 지하철 표를 구매해준다.

"뭐야? 이거."

개찰구에 코인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데, 리턴이 안 되는 것을 보니 지하철의 출구는 별도의 체크 과정 없이 그냥 통과하면 되는가 보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깊다."

꽤나 깊게 들어가는 지하철이다 대략 서울의 가장 깊은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비, 지하철이 들어오는 사진을 찍어."

"싫어, 서울에도 지하철은 많아."

보바는 5개 정도 노선이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노선을 확인한다.

"넌 서울에 가면 복잡해서 못 살겠다."

보바가 찾고 있는 운동화를 파는 상점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보바는 쉽게 건물을 찾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가게의 위치를 묻는 동안 구글맵을 확인하니 바로 옆의 건물이다.

"보바, 이리 와."

아무래도 이글처럼 보바도 아날로그형 인간인 듯싶다. 이글처럼 도시의 삶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림들에게 길을 물어 4층의 매장을 찾고, 보바가 사고 싶어 하던 운동화를 산다.

생각해보니 조선일보의 구독 거절을 시작했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농심, 남양, 삼성, 조중동, 종편 등등의 안티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동안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꼭 사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도 함께 사라졌나 보다.

"운동화 하나, 바르간 하나를 사기 위해 이렇게 정성이라니. 귀여운 녀석들!"

신발을 사서 기분이 좋아진 보바와 주변 한식당으로 간다.

"보바, 한식당에서 밤을 먹고 옆에 빅토르 초이 벽화를 보러 가자."

첼니를 떠나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보바나 이글, 안드레에게 한 번쯤 한국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근처의 한국 식당은 러시아 스타일로 현지화가 된 느낌이라 보바가 먹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조금 빈약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식당 근처에 있는 초이의 벽화를 보고, 벽화에 낙서 흔적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보바가 더 화를 낸다.

"멍청이들!"

"그러게, 러시아 젊은이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을 뮤지션인데."

"사비, 데니스에게 사진을 보내서 보정을 하자. 데니스는 사진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어, 그런 것은 나도 할 수 있어."

러시아에 대해, 초이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사비, 이제 어디를 가?"

지도를 보니 근처에 카잔 성당이 있다. 보바의 신발을 샀던 곳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앙구 지역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처람 느껴진다.

"보, 버스 타고 가자."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두 번의 환승을 하던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할 것 같은데, 보바는 지하철이 좋다고 한다.

"버스, 타!"

버스 요금을 받는 승무원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카잔 상당이 있는 곳에서 하차하고.

성당의 외부를 구경한다.

타원 형태로 넓게 돌아가는 성당의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동안 보바는 신발을 샀던 곳 근처의 은행에 가야 한다고 한다.

"아들에게 돈을 보내줘야 해."

"그래."

다시 버스를 타고 중앙구로 되돌아간다. 구글맵으로 은행을 찾아 보바를 안내하고, 타타르스탄의 지방은행에서 보바는 필요한 일을 본다.

"핸드폰 앱으로 몇 초면 가능한 은행 업무인데."

은행에서 송금을 끝내고 보바는 아이폰의 부품들을 사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디에 있는데?"

보바가 보여준 지도는 카잔성당 근처다.

"야!"

부품 가게가 7시에 영업을 끝내는지 서둘러 가야 한다며 미안해하는 보바, 두 개의 버스 정류장 거리를 걸어 가게를 찾아가고 핸드폰과 잡화들을 파는 커다란 상가 골목에서 보바는 서둘러 뛰어간다.

"그래, 먼저 가."

조금씩 피곤함이 물려와 천천히 걷다 보니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서 보바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 후 전화를 한 보바는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

"어디인지 내가 알겠니? 너의 현재 위치 지도를 보내줘."

내가 보바를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아 현재 위치를 보내달라고 하니,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좌표를 보내준다.

"고맙다. 모스부호가 아닌 게 어디냐!"

보바가 알러준 좌표는 엉뚱한 곳이다. 재래 시장의 한가운데로 길을 안내하고, 영업이 끝난 재래시장에는 쥐들이 돌아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따라 좌표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없다. 보바에게 계속 전화가 오고, 보바는 어디인지를 계속 묻는다. 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끊기는 통화음에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다.

"끊어줘. 내가 찾아갈게."

골목들을 되돌아와 상가의 도로변에 도착하자 보바는 그제서야 지도의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이 올드맨들!"

저녁이 되고, 8시가 가까워지니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보바, 지도로 위치를 알려줘야지."

연신 미안하다는 보바, 보바에게 짜증이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피곤함 때문에 지쳐간다.

저렴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자는 보바는 중앙구에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20분 정도를 더 걸을 수는 없다.

"거기는 너무 멀어."

주변의 카페를 몇 군데 찾아보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자고 보바에게 말한다.

"보바, 버스 타고 가자."
 
이상하게 러시아 친구를 데리고, 러시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숙소 근처에 내린 보바는 친구 알렉산드르가 곧 도착한다며, 저렴한 카페를 찾는다.

"그래, 난 맥주가 먹고 싶네. 자전거를 100km 타는 것보다 더 힘든 하루야."

카페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새로 사온 부품으로 핸드폰을 수리한다.

"보바, 러시아에는 맥주도 있고, 신발도 있고, 아이폰도 있는데 예쁜 여자는 어디에 있니?"

조금 후 알렉산드르가 오고, 맥주 두 잔과 알렉산드르의 휴대용 술을 몇 모금 마시니 취기가 올라온다.

내일 알렉산드르가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 준다며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보바는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하고, 너무 피곤하여 나는 10시쯤 보자고 하니 알렉산드르가 오후에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 8시에 봐."

"아, 이 녀석들을 만나면 좋기는 한데, 왜 이렇게 피곤해지는 거야."

나의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것이 친구라고 하던가.

"보바, 넌 참 복도 없다.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났으니 말이다."

피곤함과 함께 텅 빈 공허감이 밀려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8일 / 맑음 ・ 12도
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070Km
이동시간
5시간 38분
누적시간
1,299시간

E20
E20
61Km / 2시간 53분
36Km / 2시간 45분
코르차니
시경계
상트페테
 
 
4,1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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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한다. 이글이 사주었던 오트밀은 아쉽게도 슈퍼마켓에서 찾질 못했다.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첫 번째 라이딩으로 3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 간다. 하늘이 맑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맑음을 주는 거야?"

작은 나무집의 도로변 마을들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로 공사 중인 구간도 나타난다.

차량의 통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의 도로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을들과 작은 언덕들을 지나고.

두 번째 라이딩이 끝나기 전, 6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심까지 30km가 남았다.

"외곽부터 느낌 좋아!"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여러 번의 지도 확인을 거치며 도로를 따라왔지만 구글맵은 고속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방심했군."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빨리 인터체인지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갓길이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미끄러운 하천의 언덕 너머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아고, 힘 빠져!"

한 시간의 방황으로 4시가 넘어간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11km 정도가 남았던 거리를 일반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석조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수로와 같은 작은 강들을 지나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모스크바의 수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낭만적이다.

"멋지다. 멋져!"

일차 목적지인 겨울 궁전을 찾아간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공립 도서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고.

맞은편에 들어선 브론즈 호스맨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겠네."

여기저기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이게 겨울 궁전인가? 시시한데!"

강변에 앉아 보바와 연락을 하고, 근처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역시 대도시에 들어오니 호스텔 비용이 저렴하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 성 이사악 성단에 조명이 켜진다.

발길이 제자리에 멈춰진다.

"원더풀!"

숙소 건너편에 노란색 조명의 건물이 예쁘다.

"네가 겨울 궁전이냐?"

지도를 확인하니 겨울 궁전은 한 블럭 측면에 있고, 분수 주변의 벤치에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건물은 해군본부 건물이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일단 숙소로."

해군본부의 정면에 숙소가 바로 있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

숙소 발견.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식당이 있다.

"엄마네."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태극기가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아, 좋다! 이틀은 굶어야지."

저녁 늦게 보바가 숙소로 찾아왔다. 너무 반가운 친구, 저녁을 먹지 않은 보바와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7일 / 흐림 ・ 10도
시니매에-나르바-러시아 킨기세프-코르차니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세 번째 러시아의 여행, 상트 페테르부르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88Km
누적거리
17,97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293시간

E20
E20
28Km / 2시간 40분
60Km / 3시간 43분
시니메에
국경
코르차니
4,09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서 좋다. 에스토니아 국경 도시 나르바가 가까이 있어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서두른다.

구글맵으로 보이는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성들의 유적이 있다.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

"국경을 넘기 전 구경 좀 하고 갈까."

9시 40분, 나르바로 향한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나르바의 경계에 도착하고.

시의 중심을 향해 들어간다.

"오, 맥도날드!"

나르바는 작은 도시지만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아침 겸 점심, 포장도 하나 해서 갈까?"

자동화 기기로 쉽게 주문을 하고, 늘 똑같은 메뉴인데 탈린보다 저렴하다.

프리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음원이나 방송들을 다운로드한다.

지도를 확인하며 나르바 요새가 있는 공원의 산책로로 찾아간다. 작은 나르바강을 사이에 두고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가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보아왔던 러시아 연방의 아름다운 성들과 달리 지금도 전투를 치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아주 작은 나르바강을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성의 모습을 보니 궁금증이 일어난다.

"어떻게 서로 싸운 거야?"

얼마나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이렇게 높은 것들을 쌓고 싸웠을까 싶다.

에스토니아의 나르바 요새는 강변으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되어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 쪽에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강변에서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작은 차이지만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두 요새는 전쟁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다시 복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의 다리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공원을 둘러본다.

국경을 도보로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있으니 서로 왕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공원의 산책로가 조성된 에스토니아 방면과.

자연스러운 강변을 따라 들어선 강변마을에 러시아의 풍경이 대비된다.

강변의 산책로를 돌아 요새 위의 공원으로 올라간다.

나르바강과 두 요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국경을 넘을까."

공원을 돌아 국경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차량의 통행보다 도보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에스토니아 국경 검문소의 측면으로 나르바 요새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복원된 성탑 이외에 아무런 건물이 없다.

차량들이 들어가는 검문소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여자 담당자가 다가와 사람들이 드나드는 측면 사무실로 들어가라며 안내를 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심사를 마친 후 러시아로 넘어간다며 안내를 하고,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특별한 질문도, 짐을 검사하는 작업도 없이 신분 확인 후 바로 끝이 난다.


자전거를 끌고 사무실을 나와 인도를 따라 나르바강의 다리를 넘는다.

"왠지 러시아 쪽은 색깔도 칙칙하네."

자전거를 끌고 국경 사무실까지 이동했지만 자동문 시스템이던 에스토니아의 사무실과 달리 러시아의 사무실은 좁고 복잡하다.

"여기로 가는 것 맞아?"

잠시 대기를 하다 통로를 되돌아가던 중 자전거를 끌고 오던 할머니가 사무실 방향으로 가라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순서를 기다려 문과 검문대를 지나 입국심사를 한다. 다른 러시아 국경처럼 입출국 카드도 작성하지 않고, 여권을 확인하던 심사관은 투어리스트인지를 묻고 정보가 입력된 출입국 카드를 주며 서명만을 요청한다.

"오, 자동화! 60일이나 주네."

출입국 카드에 60일의 체류 기간이 찍혀있다. 간단한 짐 검사가 끝나고 입국 절차가 끝났다.

"러시아, 어색하게 왜 이래?"

차량들이 드나드는 도로와 분리된 인도를 따라 러시아의 국경 마을 이반고로드로 이동한다.

도시의 나르바와 달리 이반고로드의 모습은 작은 시골 마을처럼 느껴진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우산 비상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들리고.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MTC 매장으로 찾아간다.

"데이터를 충전하고 싶어요. 데이터. 인터넷. 발란스."

발란스라는 단어에 남자 직원은 반응을 하고 종이에 216루블을 적어준다.

"인터넷 언리미팃?"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라며 300루블을 추가하라는 번역기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데이터 요금제는 정말 모르겠다.

"새 유심칩을 살게요."

우파에서 구매했던 500루블의 요금제를 가리키며 무제한 상품이 맞는지 확인을 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800루블을 달라고 한다.

"이놈이 어디서 사기를 쳐!"

바로 가게를 나와 주변의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간다.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요금을 묻고, 40기가 상품을 350루블에 구매를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유심칩을 받고 핸드폰을 개통한다.

"비상식만 사면 끝인가."

슈퍼마켓에서 잼과 라면 등을 사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역시 러시아가 저렴하군."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150km.

2시 반, 이반고로드를 벗어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바와 이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나 러시아에 왔어."

나르바를 구경하고, 국경을 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50km만 갈까?"

익숙해진 러시아의 도로를 달리고.

허기가 시작된다.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하군."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다.

"아 배고파. 힘이 없다."

러시아의 나무집들은 참 좋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오렌지빛 석양이 물들고 있다.

"정말 오랜만이다. 너!"

"밥값은 했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이곳의 도로변은 소나무나 자작나무의 숲이 아니라 야영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

야영 장소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고.

붉게 떨어지는 석양빛이 아쉽다.

"텐트를 치고 감상을 해야 했는데."

"오늘은 밀밭에 텐트를 쳐야겠다."

도로변의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어두워지기 전 서둘러 텐트를 친다.

"나름 괜찮네."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90km가 남았다. 러시아 속의 유럽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궁금하고, 친구가 그립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6일 / 비 ・ 12도
할자라-여흐비-시니매에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이 있는 나르바를 향해서 간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가 싫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17,885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287시간

E20
E20
75Km / 5시간 50분
29Km / 49분
할자라
여흐비
시니메에
 
 
44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8시 30분,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회색빛 하늘에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123km? 왜 거리가 늘었지?"

110km 정도 생각했던 나르바까지의 거리가 10km나 더 남았다.

안개비가 내려앉은 날,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다.

"어떻게 서쪽으로 가면 서풍이고, 동쪽으로 가면 동풍이 불어오냐!"

평속 10km 정도의 속도로 바람을 맞으며 달려간다.

해변과 맞닿은 곳에서 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날이 흐려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춥다. 추워!"

어느덧 2시, 겨우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식당의 실내가 좋다.

"난감하군."

첫 번째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돈까스 메뉴를 추천해 준다.

빵과 함께 샐러드 위에 올려진 돈까스가 나온다. 그럭저럭 양이 많고 괜찮은 맛이다.

3시, 나르바까지 70km가 남았다.

"세 시간 동안 70km는 너무 먼데."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하고, 안개비는 더욱 짙어진다.

여흐비를 지나며 도로의 상태도 좋아지고, 도로는 익숙한 나무숲의 도로가 이어진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5시, 30km가 남았다.

"한 시간 반은 걸리겠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국경까지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해가 떨어진 도로를 달리는 것도 위험하고, 국경을 넘느라 소요될 시간을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늦다.

"내일 아침에 러시아로 가자. 국경의 나르바도 천천히 구경하고."

도로가 지나가는 작은 타운의 쇼핑몰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며 캠핑을 할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의 도로변 언덕 위에 자리를 잡는다.

"비만 오지 말았으면."

침엽수 사이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말 이런 날씨는 싫다. 우중충한 하늘에 어떻게 100km를 달려왔는지 모를 정도로 지겨운 라이딩이었다.

"다시 러시아로 들어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7,781Km
이동시간
5시간 58분
누적시간
1,1280시간

E20
E20
13Km / 1시간 45분
84Km / 4시간 13분
탈린
시계
할자라
 
 
34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시가 넘어서 잠이 깨고, 9시가 가까워 오지만 밖은 어둡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회색빛 하늘, 오늘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짐들을 챙기고 탈린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이틀 밤을 보냈지만 왠지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는 느낌이다.

"일단 우체국에 들리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채우면 끝인가?"

처음 찾아간 쇼핑몰의 우체국은 사무실이 없고 뭔가가 이상하다.

"뭐야? 개인 사서함들인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작은 규모의 도시라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수월하다.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가게가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외모의 할아버지가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이신가?"

할아버지는 주문을 하라는 제스처를 하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배가 많이 고파서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밥 있어요?"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얼마 만이냐?"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식혜와 김치로 정신없이 밥을 먹는 동안 돼지고기 메뉴가 나오고, 푸짐한 양과 맛이 정말 좋다.

잠시 후 된장국이 나온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느낌이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맵스미를 이용하여 러시아로 향하는 1번 메인 도로를 들어서기 전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일단 우체국 먼저."

번호표를 뽑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로 엽서를 보낸다.

"다음은 데이터 충전."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Rimi 슈퍼로 들어가서 비상식량."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이건 할부인가? 한국이랑 비슷해. 비싸!"

1시 50분, 러시아로 가는 메인 도로에 들어선다.

"아, 많이 늦었네."

국경이 있는 나르바까지 200km의 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간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서풍이 약하게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동안의 길들과 달리 갓길은 너무나도 넓고, 주변의 풍경은 숲이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쭉쭉 뻗은 평지의 길을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조금 달려볼까!"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라크베레 근처에서부터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고.

6시, 공사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가고, 해는 떨어진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해가 떨어져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운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로변 주변의 적당한 곳을 찾고.

"그냥 오늘은 대놓고 캠핑이다."

도로변의 언덕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이슬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국경까지 120km가 남았다. 내일 저녁까지 이동해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캠핑을 할 생각이다.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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