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30일 / 맑음 ・ 28도
용인-성남-안양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용인에 들러 유림을 만나고 아버지에게 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7,960Km
이동시간
7시간 19분
누적시간
2,143시간

 
도로
 
도로
 
 
 
 
 
 
 
53Km / 4시간 50분
 
23Km / 2시간 29분
 
양지
 
성남
 
평촌
 
 
1,591Km
 

 

편하게 잠든 밤이다. 흐리지만 비가 그친 하늘은 풍부한 감정을 품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여행은 어떻게 끝이 날까?"

지난 630일 동안 계속되던 마음속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인지 여전히 알 수는 없다.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달렸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시간을 홀로 보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 수 없던 시간.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을 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것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지만.

이제는 이 여행을 끝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이번에도 10년 만인가?"

여전히 유림의 목소리는 친근하고 활기차다.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와 감정의 톤, 그녀의 경쾌한 웃음과 '선배'라 부르는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호칭은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 중에 하나인 것 같다.

하늘 높이 치솟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작은 모퉁이 꽃집을 찾아간다.

작업용 앞치마를 입고 있는 유림의 모습은 마치 아주 오랫동안 그 모습을 보아왔던 것처럼 편안하고 익숙하다.

작은 가게 안으로 퍼지는 꽃의 향기, 생각해 보면 유림은 꽃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왜 꽃이야? 너무 잘 어울리잖아!"

10년 만의 만남, 그 어느 때 그 무엇으로 만나든 상관없는 사람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시원한 커피와 점심을 함께하고, 스무 살의 어느 날처럼 긴 수다가 이어진다.

"내겐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디선가 꽃이 피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생활의 천재들 중에서

꽃, 나에게도 언제나 그대로인 꽃이 한 송이 있나 보다.

언제나 씩씩한.

여전히 게으른 나를 스무 살의 어느날처럼 수다스럽게 만드는 그녀에게 호박꽃처럼 밝은 감사를 드린다.

"얌, 또 한 시절이 지나더라도 너는 그대로 일 테니 그것으로 나는 좋을 거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유림과 대화를 하느라 4시가 훌쩍 넘어간다. 유림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그렇다.

"이제 가야겠다."

여행의 마지막 여정, 아버지가 계시는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향한다.

시간이 늦어 메모리얼 파크의 출입시간에 늦을지도 모르겠다. 기흥역에서 야탑까지 20km 정도의 거리, 탄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간다.

흥건하게 젖어드는 땀, 좁은 야탑천을 따라 메모리얼 파크로 향하고.

5시 반,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도착한다. 출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20km를 내달리고, 언덕을 오르느라 다리에 힘이 풀린다.

5시까지 안내되어 있는 출입시간이지만 몇몇 사람들과 대형 장례차량이 보인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잘 다녀왔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집으로 가자."

뭔지 모를 평온함과 함께 피곤함이 밀려온다.

평촌으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하고, 청계산의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 마지막 오르막 길이 싫다.

"어디 한강변에서 캠핑이나 할까."

"그래도 시원한 맥주가 그립다. 가자, 안양으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깨끗한 물이지만 한강 천변의 다리 밑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 짠하기도 하다.

낙생대 공원을 지나.

판교의 시내를 인도를 따라 천천히 가로지른다. 퇴근 시간대의 서울 시내 도로는 역시 끔찍하다.

청계산을 넘어가는 초입, 차량들로 꽉 찬 도로를 벗어나 하오개 옛길을 넘어간다.

로드바이크를 타고 지나쳐가는 라이더들을 따라 꾸역꾸역 페달을 밟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 청계산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끝이다!"

라이트와 후미등을 장착하고, 인도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안전하게 안양으로 들어서고.

안양천을 따라 평촌으로 향한다. 저녁 무렵의 안양천에는 산책과 운동을 나온 사람들로 혼잡하다.

"좀비들 같네."

핸드폰만 쳐다보는, 강아지를 모셔가는, 떠드느라 바쁜, 제 갈길만 가는 그리고 힘없는 발걸음의 영혼 없는 사람들이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에 뒤섞여 정신이 없다.

"다시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누구나처럼, 저들처럼 살아가지 말아야지."

평촌역에 도착하고,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던 먹자골목은 여전히 화려한 조명들로 밝지만 오히려 한산한 풍경이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소주를 사 들고, 누나의 집에 도착한다.

"다 왔네."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래고.

"역시, 집이 좋아!"

센스있게 안주를 사 온 조카 덕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너희들만 마무리하면 끝이구나."

630일, 긴 여행이 끝났다.

"괜찮다."

아직 못다 한 여행이 남았고, 하고 싶은 또 다른 바람이 있다.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 그때는 혼자이고 싶지 않아."

이제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6일 / 맑음 ・ 28도
속리산-괴산-화양구곡
호들갑스럽게 떠들던 태풍 바비는 조용하게 지나갔다. 태풍이 지나가고 잠잠해진 하늘, 화양계곡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37Km
누적거리
27,769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2,123시간

 
도로
 
도로
 
 
 
 
 
 
 
25Km / 1시간 45분
 
12Km / 1시간 27분
 
속리산
 
괴산
 
화양동
 
 
1,400Km
 

 

새벽에 쓸데없이 잠에서 깨어 비와 바람소리를 체크한다. 불규칙한 빗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려오지만 호들갑스럽게 떠들던 매스컴의 태풍예보가 과장처럼 느껴진다.

잠시 밖으로 나가 상황을 체크해도 역대급이라는 태풍의 위력은 지난 폭우의 위력에 비하면 가는 이슬비 정도의 느낌이다.

"구라청! 기레기들!"

"어제 비가 많이 왔어요?"

"글쎄, 여기는 태풍이 안온 것 같은데."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모텔을 나서며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다.

인상이 좋았던 큰집 식당에 들러 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한다. 조용한 미소의 아주머니보다 더 친절한 아저씨가 밥 한 공기를 더 내어주며 많이 먹으라며 웃는다.

"속리산은 큰집 식당!"

"하루 더 계곡에서 보낼까?"

조용한 속리산 계곡에서 하루를 더 보내도 좋을 것 같고, 법주사를 둘러본 속리산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트래킹을 하지 않는다면 딱히 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절대 산은 오르지는 않아."

어디로 향할지 결정을 못하며 시간을 보내고, 속리산 둘레길의 코스를 검색하다 화양구곡과 선유동계곡에 호기심이 닿는다.

"가자!"

고개들을 넘느라 흥건하게 땀을 흘리고.

무언가를 심느라 바쁜 시골의 할머니들.

"배추네. 이제 가을이 오나 보다."

고개와 고개를 넘어가지만 바쁠 것 없는 여행자의 마음은 한가롭다.

"그래도 너무 많이 넘어간다. 힘들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마을 입구의 정자에서 비를 피해간다.

할머니들이 베개로 사용하는 정자의 물통을 베고 낮잠을 잔다.

한 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나니 비는 멈추었다.

"마저 가 볼까?"

화양계곡으로 가는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고.

넓고 풍부한 달천을 마주한다.

도로를 벗어나 화양계곡의 화양천으로 향한다.

"왔다!"

계곡의 초입, 넓은 화양천에는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이 모습이 보인다.

초입의 슈퍼에서 땀에 젖은 발을 씻어내고, 계곡 주변의 식당과 편의시설들을 검색하지만 몇몇 펜션을 제외하고 별다른 것이 없다.

"음식들을 사서 가야 하네."

속리면의 수많은 음식점들이 그리워진다.

저녁거리와 이틀 정도 머무를 동안의 부식들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가 결정장애의 머뭇거림을 반복한다.

냉동 삼겹살, 스팸과 각종 훈제 꼬치들의 유혹, 결국 라면과 가래떡, 편의점 도시락을 골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어머, 여행을 하시나 봐요."

"네."

여행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던 여주인은 메모지를 건네며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됐어요?"

"그냥 인생 중 한 5년만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로 했어요."

여주인은 훈제 꼬치들을 잔뜩 선물해준다.

해가 떨어진다.

"캠핑할 곳은 정했어요?"

"아니요. 가다가 계곡에.."

"캠핑이 안 되는데!"

"계곡에 텐트를 못 치나요?"

"네. 해가 지면 눈치를 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여주인은 신발 하나를 선물하겠다며 예쁜 고무신발을 가져온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 여주인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여러 종류의 신발을 뒤적이고 적당한 사이즈의 신발이 없자 물놀이용 의류를 선물한다.

"감사합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텐트를 펼치기 위해 계곡으로 향한다.

계곡의 초입으로 화양구곡의 1곡 경천벽이 나온다.

기암절벽 위로 소나무들이 자라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뭐, 생각보다는 그저 그런데."

경천벽 주변 계곡의 빈약함 때문인지 큰 감흥이 없다.

소나무숲길을 따라 길을 따라가니 화양구곡의 공원 입구가 나온다.

풍성한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공원의 초입을.

지나치려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안내문에는.

"자전거 출입금지?"

"왜? 왜 그래?"

계곡 주변에서 캠핑을 할 수 없다는 편의점 아주머니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미 해가 떨어진 시각, 다시 슈퍼마켓이 있는 계곡의 초입으로 내려갈 것인지 고민을 하다 잠시 공원 입구의 주차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주차장 휴게소 뒤편의 계곡에 물놀이를 하던 한 가족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넓적 바위가 있는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든다.

일단 계곡물에 들어가 땀과 열기를 식히고.

"바위에 텐트를 칠까?"

"오늘은 물가가 조금 위험하니 주차장 근처에."

비예보가 있어 계곡 주변을 피하고 주차장 주변에 텐트를 펼치기로 한다.

휴게소의 화장실과 수도시설을 확인하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테크 산책로의 넓은 공간도 확인한다.

"여기?"

"일단, 물속에 더 들어가 놀자."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몸을 뉘어본다.

"석양빛이 참 좋네."

나무테크의 넓은 공간에 텐트를 펼친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엄청나게 몰려든 날벌레들을 쫓아내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화양구곡도 선유동문 계곡도 자전거로는 못 가네.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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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24일 / 맑음 ・ 34도
황간-영동-보은
법주사가 있는 속리산으로 향한다. 속리산의 둘레길을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


이동거리
60Km
누적거리
27,726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2,118시간

 
19번도로
 
말티재
 
 
 
 
 
 
 
26Km / 2시간 35분
 
34Km / 3시간 18분
 
황간
 
청산면
 
속리면
 
 
1,327Km
 

 

쾌적한 정자에서의 야영,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방향을 신경 쓰지 않은 게으름이 아침 늦잠의 시간을 줄여놓는다.

"나침반 앱을 설치해야겠어!"

"태풍이 온다는데 왜 이렇게 덥냐?"

황간면을 가로지르는 초강천은 수량도 풍부하고 좋은 하천이지만 하천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접근하기가 어렵다.

짐들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동해식당으로 간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으로 물한계곡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에릭스형의 시골집이 물한계곡에 있지만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물한계곡은 패쓰!"

아직 무안으로 향할지, 속리산으로 향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땐 아무런 생각 없이 몸을 싣고 떠날 목적지가 있었으면 싶네."

무주를 지나 진안, 장수, 남원, 담양, 고창, 군산, 태안반도를 여행하면 한 달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속리산으로 가자."

이번 여행은 동해안과 경상도 내륙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여행을 위해 서해안과 남도의 내륙은 남겨둬야겠다.

"일단 속리산으로 가서 태풍의 상황을 살펴보며 이동하자."

호들갑스럽게 태풍 바비의 위력을 예보하는 기상청의 뉴스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예상처럼 역대급 태풍일 수도 있고, 늘 오보를 내는 기상청의 실력대로 쉬 지나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조심은 해야지."

동해식당에 들어서니 어제 만났던 여자 종업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제 곧 9월이구나."

마루바람에서 충전을 했던 보조 배터리들이 모두 완충이 되지 않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급하다. 그동안 사용하던 보조 배터리의 성능이 다한 것인지, 충전 케이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속리산의 법주사로 경로를 검색하고 출발한다. 몇 개의 고개를 넘고, 금강을 따라 속리산으로 가면 된다.

기암괴석으로 우뚝 솟은 황간면의 월류봉.

달이 머물다가 간다는 월류봉의 풍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월류봉을 휘감아 흐르는 초강천의 물이 깊어 물놀이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젯밤 이곳으로 와서 야영을 했어도 좋았겠다 싶다.

지도앱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장소들과 감나무집 옆의 사철나무 밑이 캠핑하기에 너무나 좋은 장소다.

"아쉽다!"

예상대로 월류봉을 지나 황간을 벗어나는 길은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다.

"유혹하지 마. 보은으로 갈 거니까!"

어느새 고추밭의 색깔은 붉게 붉게 변해있다.

용산면에서 얼음을 보충하고, 동해 식당에서 만들어 온 믹스커피를 부어놓는다.

"다음 면소재지가 어디지?"

고개와 강을 넘어가는 하루의 코스, 더위에 지치지 않으려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있는 면소재지를 놓치면 안 된다.

금강을 만나게 되는 적당한 거리에 청산면이 있다.

용산면을 떠나면서 핸드폰의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 난다.

"솔라 페이퍼는 이럴 때 쓰려고 넣고 다니는 거 아니었니?"

하나는 렉 패니어에 올려놓고.

하나는 핸들 패니어에 올려놓는다.

"아, 어제부터 사용할 걸. 바보 탱이!"

여행 전 특별히 거금을 주고 산 요크 솔라 페이퍼는 성능 광고에 비해 뭔가 믿음이 가질 않는다. 핸드폰 충전 정도는 2장으로 충분할 것 같았는데 도무지 충전 효과를 느낄 수가 없다.

"여기 한국이다. 확실하게 안 하면 병원으로 보낸다."

청산면으로 넘어가는 또 하나의 고개를 넘고 금강을 만난다. 창산면으로 중심으로 들어가기 전 강변의 공원에 자전거를 세운다.

수도시설에서 온몸에 물을 끼얹고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힌다. 용산면에서 만든 얼음 커피믹스가 여전히 시원한 상태라 굳이 청산면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땀이 식고 옷이 마르는 사이 쨍쨍하던 햇볕의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간다.

"태풍이 오긴 오려나 보다."

오랜 휴식을 끝내고 오늘의 마지막 면소재지인 보은면으로 출발한다.

"그렇지. 청산에, 청산에 살어리랏다 였었지."

금강을 따라 보은으로 간다.

작은 오르막 이후 고즈넉하게 흐르는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시원하고 아름답다.

"좋은 길이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주변의 산, 풍성한 가로수가 만든 그늘 그리고 강바람의 시원함이 좋다.

오래간만에 내달리는 경쾌한 페달링이 이어지고.

길게 뻗은 35번 도로를 달려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장안면의 교차로에 도착한다.

하나로마트에 들어가 음료수를 고르고, 폴라포가 없어서 스크류바로 대신한다. 얼음 알갱이의 폴라포만큼 매력적이지 않지만 달콤한 스크류바도 최고의 선택 중 하나다.

"다음엔 죠스바!"

하나로마트 매장에 놓인 속리산 둘레길의 안내책자를 별 뜻 없이 펼쳐보다 서원계곡으로 가려던 경로를 말티고개를 넘어가는 경로로 변경한다.

서원계곡을 따라가는 길에 2개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무엇보다 꼬부랑길로 이어진 말티고개의 정상에서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다.

"말티재, 령도 아니고 재가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조금씩 어두워지던 하늘에서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한껏 데워진 한낮의 공기 탓에 가는 소나기의 빗방울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솔라 페이퍼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말티재로 향한다. 장재리로 가는 도로변의 가축농장 때문에 역한 분뇨 냄새와 극성스러운 날파리들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장재리에 이르자 산등성이를 향해 휘어지며 올라가는 멀티재의 모습이 보인다.

"이거 잘못 왔는데!"

행궁터가 있는 장재리와 장재 저수지를 지나고 풍성한 소나무 숲 길을 오른다.

"뭘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작을 알리는 거야. 겁나잖아!"

경사도를 더해가면 크게 두 번의 회전을 하고, 느려진 속도와 흘러내리는 땀냄새에 날파리들이 득달같이 달라붙는다.

"아, 잠깐만!"

날파리들의 극성, 거칠어지는 호흡과는 상관없이 말티재의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S자를 그리며 이어지는 도로의 모습을 보고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땀으로 가득 찬 고무신발에 남은 물을 모두 부어 땀을 씻어내며 느릿하게 도로를 오르내리는 차량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겹겹이 쌓여있는 S자 도로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차량들은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한 번, 두 번... 여섯 번."

눈으로 보이는 여섯 번의 커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상까지의 남은 커브들을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몰라, 가!"

눈으로 보이던 여섯 번째 커브를 돌고, 고개 정상에 세워진 높은 전망대를 본 순간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난다.

"아, 신발! 해보자 이거지?"

정확하게 열 번의 숫자를 세고, 모든 다리의 힘이 풀렸을 때쯤 말티재 정상의 전망대와 관문이 나온다.

 "왔다!"

더운 땀이 몸을 타고 줄줄 흘러넘친다.

"내가 저 위에서 풍경을 안 보면 억울해서 못 간다."

관문을 지나 주차장에 자전거를 던지다시피 세워놓고, 땀이 배어 삑삑거리는 고무신발을 어그적거리며 전망대로 올라간다.

"에쉬.. $&$$_&--$#$-+&_&-++__-!"

코로나로 인해 전망대의 입장이 막혀있다.

도저히 억울해서 그냥 갈 수는 없다. 산책로를 따라 관문의 위로 올라갔지만 전망대로는 갈 수가 없다.

"이건 아니야. 이럴 수는 없다고!"

꼬부랑길 말티재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었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릇과 유리창과 온갖 깨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소리, 하찮은 오기로 보상 없는 '원킬'의 미련함을 애써 실천한 자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퍼진다.

"야, 이 놈들아! 내 풍경을 내놔라!"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까망님의 '느린 틈새여행'

허망한 기분을 건너편 하늘의 풍경으로 달래 보지만 의미가 없다.

"이것도."

"이것도.."

"이.. 것.. 도.."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무성한 소나무 숲의 솔향기가 좋지만 너무나 밋밋한 반대편의 내리막길을 눈물을 머금고 내려온다.

정일품의 소나무가 설악면의 초입에서 속리산에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망연자실, 여전히 남아있는 허탈함에 허기만이 찾아든다.

"그냥, 터널로 쉽게 올 것을.."

깨끗한 거리,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산채 비빔밥 거리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하다. 재차 폭발한 코로나 감염사태와 북상 중인 태풍 바비 때문인지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뭐, 나는 매우 좋다마는."

법주사로 들어가는 입구와 야영지로 생각했던 조각공원의 모습을 살펴보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말티재의 좌절로 인해 시발 비용을 지출할 용의가 충분했지만 산채정식은 2인 이상이라는 식당 어르신의 안내에 조용히 산채 비빔밥으로 대신한다.

도토리묵과 동동주 한 병을 마실까 고민하다 좌절에 지친 심신에 그 맛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내일 비 오면 맛있게 먹자!"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맛있게 비빔밥을 먹는다. 배조 배터리들이 충전되지 않은 이유는 케이블의 불량인 것 같다.

식당 어르신께 야영할 장소를 물어보니 동네 곳곳의 공터들을 알려주신다. 소방서 옆, 주차장 옆 잔디밭을 둘러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각공원의 게이트장 건너편 계곡을 둘러보니 그늘막을 친 한 가족이 보인다.

"그렇다면."

계곡 옆의 솔밭에 텐트를 펼치는 사이 남아있던 한 가족도 그늘막을 정리하고 떠난다.

"아무도 없네. 그래서 좋네."

평상시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코로나와 태풍으로 뜻밖의 호사를 누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텐트로 돌아온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밤, 산책을 하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고요한 풀벌레 소리와 계곡물소리만이 들린다.

계곡에 내려가 이틀 동안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낸다.

"달밤에 선녀가 된 기분이군."

개운해진 몸,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감이 시간에 대한 만족으로 내려앉는다.

"나는 정말 좋은 하루였어! 굿 나잇!"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3일 / 맑음 ・ 32도
김천-추풍령-황간
마루바람을 떠나 영동으로 향한다. 영동의 물안계곡과 속리산 중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동거리
27Km
누적거리
27,666Km
이동시간
2시간 17분
누적시간
2,112시간

 
작점고개
 
4번국도
 
 
 
 
 
 
 
15Km / 1시간 15분
 
12Km / 1시간 02분
 
김천
 
추풍령
 
황간
 
 
1,267Km
 

 

12시가 넘도록 그리고 3시가 가까워지도록 잠을 잔다.

떠남, 할 수 있다면 미루고 싶고,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대면해야 하는 헛헛한 감정의 게으름이다.

"언제 출발할 거야?"

"해가 지면."

4시가 가까워져서야 아주 느릿하게 출발을 준비한다.

 "참 다행이다."

"나의 시간의 너와 너의 시간에 내가 존재했음이."

"그럼에도 우리의 시간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추억되지 않음이."

"또한 참 다행이다."

5시, 목공 공부에 빠져있는 마루님에게 인사를 하고 마루바람을 떠난다.

추풍령길을 따라 황간으로 갈 생각이다.

포도밭이 이어던 도로는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밭들으로 변한다.

"자체가 탐스럽다의 정의군."

작은 분교와 사과를 수확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지나치고.

추풍령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이 시작된다.

날이 져물어가는 시간이라 크게 힘이 들지는 않지만.

두 개는 못넘을 것 같다.

작점고개를 경계로 충북에 들어선다.

"자, 이제부터 황간까지 내리막을 부탁해!"

일몰의 시간, 추풍령면에 도착하여 얼음 커피를 마시며 황간에서 야영을 할 장소를 검색한다.

황간면을 가로지르는 넓은 초강천 주변은 마땅한 장소가 안 보이고, 월류봉이 있는 계곡과 물한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야영을 하기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해가 떨어지면 그곳들이 의미가 있나?"

서둘러 황간면으로 이동했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황간면 초입에 있는 작은 무궁화동산의 정자를 봐 두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원조 동해식당을 찾는다.

"올뱅이 국밥."

다슬기를 이곳에서는 올뱅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주 허름하고 오래된 식당의 벽에는 '나 왔다 감'의 낙서들이 가득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된장국에 시레기와 부추 그리고 올갱이가 한가득이다. 잘게 썰린 청양고추를 넣고 밥을 말아먹으니 좋다. 건강한 맛이다.

"삼랑진에서 맛있게 먹었던 올갱이탕은 많이 부족했구나."

반찬으로 나온 묵은지의 새콤한 맛도 일품인 원조 동해식당이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먹어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세상이 까맣다. 마을 초입의 무궁화동산 정자로 되돌아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한 후 텐트를 펼친다.

초강천으로 내려가 몸을 씻을 수 있는 확인 하지만 생각보다 넓은 천변은 어둠 속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오래간만에 끈적거림과 함께."

달이 기우는 것인지, 차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천변으로 반딧불이들이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밤의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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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21일~622일 / 맑음 ・ 34도
김천
마루바람에서 잠시 쉬어간다. 목공을 공부하는 마루님과 뜨개질을 하는 바람, 모든 것이 편안한 시간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63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109시간

 
엠티비코스
 
풀뽑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김천
 
김천
 
김천
 
 
1,240Km
 

 

저금통에 모아놓은 피로를 없애듯 늦게까지 잠을 잔다. 마치 긴 여행을 끝낸 사람처럼 모든 긴장과 노곤함을 풀어놓는다.

"집. 아주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 것 같네."

한여름 무더위 속 나른한 오후의 잠에서 깨면 10년 후 그 어느 여름날의 풍경 속에 존재했으면 싶은 바람이 든다.

"어느 것이 비현실의 꿈인가?"

잠시 마루바람의 공간들을 둘러본다.

책과 나무 냄새.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과 은은한 조명들.

그리고 바람.

목공 창고에서 기계들을 점검하던 마루님과 콩국수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김천MTB 파크가 있는 산의 임도길을 둘러본 후 마루바람으로 돌아온다.

저녁 무렵 마루님이 전화를 걸어 옆집으로 건너오라고 한다.

마루바람의 옆 전원주택의 정자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돼지수육으로 술을 마시고.

마루바람으로 돌아와 마루님 그리고 바람과 함께 술자리를 이어간다.

"모르겠어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네."

변하지 않는 모든 것들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덥고 화창한 날씨다. 바람은 11시 가까이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며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린다.

어젯밤 오늘의 점심 메뉴로 선택했던 감자 옹심이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한다. 믹서기를 사용하면 너무 부드럽게 갈려서 쫀득한 옹심이의 식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뭐, 그럼 갈아야지."

꽤나 번잡스러운 과정이지만 옹심이 메뉴를 택한 것은 나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

칼칼하게 매콤한 국물과 쫀득한 감자 옹심이 조합, 좋다.

"감자를 갈만 한데."

오후의 시간은 자료를 정리하며 보내고, 김천시의 유명한 음식이라고 말했던 쪽쪽갈비 사장님이 마루바람을 방문하며 음식을 포장해서 왔다.

먹기 편하게 구워진 달달한 갈비살의 맛이 꽤나 일품이다.

"아, 이래서 쪽쪽갈비구나."

갈비를 잡은 두 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쪽쪽 빨게 되는 매력의 음식이다. 아이들을 편하게 먹이려고 만든 갈비인데,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며 웃는 쪽쪽갈비 여자 사장님의 미소가 부드럽다.

쪽쪽갈비와 함께 시작된 술, 잠시 바람을 도와 정원과 화단의 잡풀들을 뽑고 돌아와 다시 술을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람이 담은 매실주가 점점 줄어들 때쯤 어떻게 기절을 했는지 2층 마루에서 잠을 자고 있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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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20일 / 맑음 ・ 34도
성주-김천
바람을 만나기 위해 김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27,639Km
이동시간
4시간 46분
누적시간
2,109시간

 
59번도로
 
3번국도
 
 
 
 
 
 
 
34Km / 2시간 25분
 
10Km / 2시간 21분
 
사인암
 
김천
 
은기리
 
 
1,240Km
 

 

기암절벽과 산들이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은 아침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울 수 있도록 해준다.

약간의 허기짐은 간헐적 단식의 가벼움과 불필요함을 동시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모닝커피가 간절해!"

깨끗한 계곡물에 들어가 아침의 상쾌함을 느낀다.

텐트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어린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겠다며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어제 많이 잡아서 이제는 물고기가 없어!"

아이들의 서툰 물고기 잡이만큼 서툰 핑계들에 피식 웃고 만다.

고기를 잡은 아이들의 소란한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지고, 김천을 향해 출발한다.

45km 정도의 거리, 부담스럽지 않지만 배가 고프다.

어제 도로변에 노점이 있었던 선바위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오, 있다!"

국수 같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통닭과 라면이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의 전부다.

김치를 조금 담아주는 여주인이 옆자리에 앉아 여행에 대해서 묻는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경상도 사투리는 운율이 느껴질 만큼 감미롭다.

"이렇게 좋은 사투리를 왜 그렇게들 시끄럽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변변한 식사를 못했다는 말에 청국장과 꽈리고추볶음을 내어준다.

"그래도 먹을 복은 있네예."

오후에 통닭을 튀겨 계곡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며 통닭을 먹고 가라고 한다.

"김천까지 가야 하는데, 그럼 쉬었다가 갈까요?"

"그래요. 계곡에서 놀다가 통닭을 먹고 가요."

1시, 3~4시에 출발을 해도 김천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선바위에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밥과 라면을 먹은 터라 더는 배가 고프거나 통닭이 먹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노점 여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선바위 근처의 계곡에는 제법 괜찮은 넓적 바위들이 있다. 어제 사인암까지 올라가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 싶다.

계곡물에 몸을 적시고, 바위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815 광화문에서 열린 빤스목사의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말 싫다."

대가천 9 개 굽이의 물줄기를 따라 9 수의 시를 지었다는 무흘구곡, 조선시대 양반들의 한량스러움이 예수를 파는 사람들의 천박함보다 고귀하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어느새 3시가 넘어가고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한다.

"아재야, 아재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노점의 여주인이 통닭을 먹으라며 작은 접시를 건네준다.

바삭하게 튀겨진 아주 작은 통닭, 여느 옛날 통닭집보다 맛이 좋다.

통닭을 튀기느라 손등의 피부가 기름에 데어 얼룩덜룩 벗거진 노점 여주인의 손을 바라본다.

"손."

작고 뭉툭한 하얀 손, 타인을 향해 쉽게 내밀어지지 않는 고집과 반가움의 손짓이나 위로의 토닥임조차 낯설게 외면하는 수줍은 손은, 무언가를 담고 간직하기보다 버리는 것이 익숙한 너무나 게으른 손은, 지난 과거의 상흔들을 간직한 채 때때로 그 아픔의 깊이를 기억하게 만든다. 수줍고 게으른 손을 내려다본다.

"부끄러운 손이지만 난 네가 좋아. 괜찮아!"

"얼음을 많이 담아서 커피 한 잔을 만들어주세요."

여주인은 가득 담은 커피를 건네주며 전화번호를 묻는다. 여주인이 불러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번호를 남긴다.

"가끔 전화주이소."

"김천으로 가 볼까?"

4시가 넘어서야 무흘구곡을 떠나 김천으로 향한다. 지도앱으로 그리 높지 않은 고개를 넘으면 김천까지 순탄한 길이다.

조마면의 경계인 고개의 정상에서부터 길게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의 작은 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몇 개의 양봉통이 놓여있는 시골집 담벼락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작은 서원을 둘러본다.

"공부깨나 한 동네인가?"

한 칸짜리 작은 서원의 옛 풍경이 궁금하다.

제법 깨끗하게 정리가 된 서원의 모습은 이름 모를 마을의 정서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서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지각이 보인다.

"효열각."

열부 함양 오씨 정려기의 위비문을 읽어본다.

"서기 1888년..."

병이 든 남편에게 손가락을 깨물어 수혈을 하고, 병간호 끝에 사망하자 미망인으로 칭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죽은 함양 오씨.

"뭔가 이상한데."

"순천 사람 박빈은 사헌부감찰로 선조 때 부친이 병석에 눕자 10년간 함께 자면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였다. 그러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3년간 무덤 옆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시묘살이를 했다. 부인 함양오씨는 남편을 대신하여 품팔이와 구걸로 어려운 살림을 뒷바라지하였다. 그 후 남편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여 3일 만에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역 유림의 천거로 1888년(고종 25)에 정려(旌閭)가 내려졌다." -디지털 김천 문화대전


"대체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받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냐?"

순천 박씨 가문의 화합과 자부심을 꾀하고, 충효사상을 전승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비석에는 "通訓大夫司憲府監察孝子順天朴公諱贇淑夫人烈婦咸陽呉氏之閣" 비문이 새겨져 있다.

"끝까지 이름 없이 불린 여자의 삶이네."

400년 전 가혹했던 여자의 삶이 애처롭기에 앞서 비석을 새우고 지각을 지어 올린 100년 전 유교적 꼰대들의 곰팡이 나는 가치관에 구역질이 난다.

"낡은 경운기는 정겹기라도 하지."

조마면을 지나고 천천히 김천 시내로 들어선다.

편의점에 들러 얼음컵만을 사고, 얼음이 녹은 커피를 부어 마신다.

"좋아!"

남은 얼음에 미지근해진 물을 넣고 김천 시내를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김천 시내의 규모가 꽤 크게 느껴진다.

김천시를 벗어나자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다.

"거의 다 왔는데."

"그래, 10년 만인가?"

기찻길을 건너고.

포도밭과 복숭아밭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시골길을 지나 마루바람에 도착한다.

"이쪽은 내 남편 마루님 그리고 영범이."

마루님이 준비해 놓은 저녁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고.

모기들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 밤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신다.

"그렇게 바람은 마루에 머물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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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9일 / 맑음 ・ 36도
성주-김천
계속되는 폭염, 더위를 피해 대가천의 무흥구곡으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27,595Km
이동시간
3시간 16분
누적시간
2,105시간

 
30번도로
 
30번도로
 
 
 
 
 
 
 
12Km / 1시간 20분
 
16Km / 1시간 56분
 
비봉암
 
성주호
 
사인암
 
 
1,196Km
 

 

정자가 만든 그늘 덕분에 오랜만에 10시까지 늦잠을 잤지만 어제 폭염 속에서 도로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다.

"더위 먹었나?"

1,400미터의 가야산 자락으로 들어온 탓인지 어제와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시원함도 잠시뿐 바람이 멈추면 후덥지근한 공기가 후끈하다.

"모든 것이 나른하고 귀찮다."

빤스목사, 개독교 그리고 극우 꼴통들의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필이면 대구, 김천, 상주의 경상북도를 지나가는 시기에 광기 어린 한심한 짓을 벌여놓은 터라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 놓는다.

"사람이 적은 외진 코스로 빨리 벗어나자."

제대로 항해조차 못하고 잠깐 맛보기만을 한 영일대의 요트 타기, 검붉게 익어버렸던 팔과 다리의 피부가 벗겨져 나간다.

"바다 위의 햇볕의 강렬함을 몰라봤다."

 

땀띠가 생겼는지 어제부터 몹시 가렵던 엉덩이와 옆구리가 수상하다. 아무래도 약국에 들러 연고를 사야 될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가천면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천천히 출발을 한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구경하지 못한 회연서원을 둘러본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무흘구곡을 다 둘러볼 수 있나?"

더운 날씨에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바위나 사인암 부근에서 캠핑을 해야겠다 싶다.

대가천 주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오래된 서원이다.

"아무리 봐도."

"옛날 그림과 다른데."

그림 속 높게 치솟은 비봉암,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 떨어져 죽었다는 비봉암은 쉽게 찾기가 힘들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작은 날파리들이 달라붙어 귀찮게 한다. 조선시대 양반문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므로 날파리들에게 항복하고 허기를 채우러 가천면으로 간다.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고.

다방이 굉장히 많은 가천면의 면소재지 창천리에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 있는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이라 음식점에 사람들이 많다.

한참 후에 나온 짬뽕은 그릇 가득 수북하게 올라온 해물들과 야채들이 인상적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좋다.

"동네 맛집이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맛도 괜찮으니 작은 면소재지의 음식점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어제 아침으로 돼지국밥을 먹은 후 음료수와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질 않았는데 짬뽕 한 그릇을 비우기가 힘들고, 쉴 새 없이 떠들며 밥을 먹은 어린 친구들의 수다에 현기증이 난다.

"원래라면 밥 한 공기를 추가로 말아먹어야 정상인데, 어제 더위가 심하기는 했나 보다."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려고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회화나무 그늘에 자전거를 세운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 약사를 깨워 땀띠 연고를 달라고 한다.

"연고로 줄까요, 분으로 줄까요?"

잠이 덜 깬 약사는 진열대를 뒤적거리더니 벌레 물린데 바르는 연고를 건네주며 깨알같이 적혀있는 효능 설명 문구의 '땀띠'라는 글자를 찾아 보여준다.

"급한대로 상관은 없지."

"나무가 참 좋네. 700살이라고?"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 와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계곡으로 올라간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닭강정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지만 더운 날씨에 귀찮아져 그냥 지나친다.

"설마 가는 길에 음식점 하나쯤 있겠지. 이러면 꼭 망하던데 자전거도 무겁고 길도 힘들고 귀찮다."

성주호를 향해 길은 올라가고, 저수지 외곽을 따라 크게 돌아가는 대가천 계곡길이다.

느릿느릿 굴러가는 페달링은 작은 사찰 입구의 나무 그늘에서 멈춘다.

먹다 남은 얼음 커피로 갈증을 해결해보지만 너무나 부족하다.

"겨우 7km 왔는데."

캠핑지로 결정한 사인암까지 13km가 남아있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작게 오르내리는 도로는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더위가 문제다.

햇볕이 내리쬐는 계곡 건너편으로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무흘구곡의 3곡 배바위의 무학정이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펜션의 마당을 가로질러 무학정이 있는 계곡 물가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라는 듯 넓고 풍부하게 고여있는 무학정의 계곡물이다.

대가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기 좋은 장소들은 하나같이 펜션이 들어서 있어 캠핑은커녕 물가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펜션이 들어선 자리 이외의 지역은 도로의 펜스가 이어져 들어갈 수도 없다.

"뭔가가 아쉬운 계곡인데."

많은 펜션들이 들어선 도로를 따라간다. 민박, 평상 임대와 같은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있고, 계곡에서 취사나 야영을 금지한다는 현수막도 수없이 붙어있다.

계곡의 환경을 생각하는 느낌보다는 마치 계곡에서 놀려면 펜션을 이용하라는 협박처럼 느껴진다.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계곡에 설치해 놓은 평상이나 영업시설들을 철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평상에서 취사를 하고 음식들을 먹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잖아!"

내일 김천으로 넘어갈 도로를 지나치고 평상 임대 현수막이 더 빈번해지는 계곡으로 올라간다.

도로 건너편 계곡으로 평상들이 들어서 있고, 넓은 공간의 계곡물이 나온다.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4곡 선바위다.

계곡의 넓은 공터는 펜션은 없고 정자와 몇 개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피와 음식들을 파는 노점이 있고, 그 옆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검사소가 설치되어 있다.

먼저 체온을 체크하고 방명록에 출입기록을 작성하니 노란 손목띠를 채워준다.

"정자도 있고, 공터도 넓고, 그늘도 있고, 음식도 있고."

캠핑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뭔가 밋밋한 계곡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킵. 사인암을 가보고 마음에 안 들면 내려오자."

5km 정도 떨어진 곳의 다리 밑으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풍부한 계곡물 그리고 넓적 바위들, 계곡의 도로변에는 그늘막을 치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네."

"그런데 멋진 바위는 어디에? 설마 저것?"

"이상하게 뭔가 속은 기분처럼 아쉽네."

언양 작천정 계곡의 만족스러움 때문인지 대가천 계곡의 풍경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뭐 이 정도면."

넓적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몸을 담근다.

"아, 시원해!"

어제의 피로 그리고 오늘 하루의 나른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떠날 도로변 공원의 나무 그늘에 텐트를 펼칠까 생각했지만 시원한 물가가 마음에 든다.

"일단 날씨를 확인하고, 비예보 없지!"

텐트를 펼치고, 공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냄새에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입맛이 없었던 하루인데, 급작스럽게 찾아든 식욕이 난감하다.

"닭강정을 사 왔어야 했어."

물속에 들어가 열기를 식히고, 따듯하게 달궈진 바위에 누워 삼겹살을 그려본다.

"아, 오늘 제대로 배고프겠다."

내일 김천으로 찾아갈 행숙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한다.

"낼 와서 밥 먹고, 신랑이랑 술 한잔해. 김천에 들러서 흑돼지도 먹고 오고."

"흑돼지?"

"김천에 흑돼지가 유명해. 내일 저녁에 뭐 먹고 싶어?"

"흑돼지 삼겹살!"

"이 더운 날?"

"어!"

"그럼, 네가 구워 먹어라."

"어!"

삼겹살 냄새와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성을 잃은지 오래다. 정신이 혼미하다.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간지럼이 시작되는 엉덩이와 옆구리에 연고를 바르니 아주 시원하고 좋다.

해가 지고 사람들은 모두 계곡을 떠난다. 혼자만의 시간, 흐르는 계곡물소리의 청량감, 유난히 밝고 맑은 밤하늘 별들의 청하함, 조용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의 친근함 그리고 지독하게 밀려오는 배고픔의 긴 밤이 시작된다.

"배고프다!!!!!"

"잡아먹는다. 저리 가라!"

패니어를 뒤적여 카레와 빵으로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삼.. 겹.. 살.."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7일 / 맑음 ・ 34도
밀양-김해-창원-창녕
밀양으로 갈지 아니면 김해로 갈지를 고민하다 대통령님을 만나러 김해 봉하로 간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27,489Km
이동시간
4시간 39분
누적시간
2,096시간

 
낙동강길
 
낙동강길
 
 
 
 
 
 
 
13Km / 1시간 10분
 
41Km / 3시간 39분
 
밀양
 
봉하
 
창녕
 
 
1,090Km
 

 

아침 햇볕을 막을 그늘을 예상한 텐트 자리는 적중했다. 교각이 만든 그늘로 다른 날에 비해 조금은 아침 더위가 덜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공원의 주차장에 차들이 몰려들어 어수선하다.

"오늘은 이렇게 잠을 깨우는구나."

요즘 들어 평균적으로 4~5시간 정도 잠들기가 힘들다. 내 안 어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피로의 저금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른 8시부터 주차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침수로 인해 망가진 공원을 청소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더운 날씨에 고생들이 많다.

수돗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어디로 향할지 고민을 한다.

"속리산, 속리산으로 갈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밀양이 궁금하지만 봉하마을의 김해로 결정한다.

"밀양에 전도현은 없잖아."

텐트를 말린다. 아침 이슬과 바닥의 물기, 머지않아 이 계절도 바뀌려나 보다.

자원봉사자들의 밥차인 줄 알았는데 푸드트럭이다.

패니어에 무게를 더하던 동전들을 꺼내어 밀크커피를 사고.

"비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맛있단 말이야."

뽀송하게 텐트가 마르는 동안 봉화마을을 지나 어디로 향할지 결정한다.

"일단 창녕까지."

짐들을 챙겨 아침을 먹기 위해 삼랑진읍으로 돌아간다.

"이 집은 휴가인가?"

시장 근처에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간다.

"경상도에 왔는데, 한 끼 정도는 괜찮지 뭐."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 볼까!"

레일바이크가 운영되는 철로를 지나고.

김해로 넘어가는 철교를 건너간다. 지난 여행에서 멋진 저녁노을을 만들어줬던 철교이다.

철교를 넘으면 바로 김해시.

짧은 거리지만 곧 넘어가야 할 고개를 생각하니 숨이 답답하다.

그 고개를 앞두고 잠시 큰 한숨을 내쉰 후 페달을 밟는다. 짧은 고개지만 올 때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고개를 넘은 후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한림면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봉화를 빠져나가는 길은 농공단지 같은 공장들이 즐비하고, 큰 화물트럭들의 통행이 잦아 꽤 힘든 코스였다.

한림역을 지나 봉화마을로 향하는 천변길을 따라간다. 국궁장으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잠시 헤매고.

"설마 차량 도로가 끝이라는 거겠지?"

산책로는 봉화의 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폭우의 침수로 조금 황량해진 풍경이 주인을 잃은 아버지의 헛간처럼 쓸쓸한 느낌이다.

습지공원의 끝에 봉화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알 수 없는 헛헛함이 찾아든다.

한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봉화마을은 습지공원의 모습과 달리 활기가 느껴져서 좋다.

생가터 건너편으로 체험센터가 새로 지어지고.

마을을 찾은 몇몇 사람들과 마을을 둘러본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헌화를 하는 사람들이 조용하게 마을을 둘러본다.

"잘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둘러보지 못한 공간들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마을이 더 아담하고 예뻐졌네."

"계셨으면 마을을 가꾸며 즐거워하셨을 텐데."

두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묘역을 둘러보는 순간 노란 바람개비들이 돌아간다.

"그래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김해의 농로길을 따라 달린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지만 들녘의 풍요로움은 여유롭다.

가끔씩 보이는 연꽃밭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개화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이른 꽃들이 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홍빛 은은한 꽃들이 만발하면 예쁠 것 같다.

샤워기의 꼭지처럼 생긴 꽃이 진 봉오리들이 귀엽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농촌의 풍경들이 좋다.

농로와 마을길을 따라가던 길은 낙동강 자전거 길로 이어진다.

강변의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지 않고 시골길을 따라가다.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도로로 들어선다.

강을 따라 길게 뻗은 지루한 자전거 도로다.

"이 길을 따라가다 정신이상이 생길 것 같다."

아무런 특색도 없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 도로, 이 길을 따라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궁금해진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부산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타고 강 보러 가냐'던 카일라스 형님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런 의미 없는 길을 계속 갈 수는 없어!"

"겹겹이 쌓여있는 우리나라의 산들과 풍경들도 참 곱다."

 

지루했던 창원시의 구간보다 창녕군의 자전거 도로는 그늘이 있고.

 

오르내리막의 도로가 있고.

 

반대편으로 펼쳐진 풍경이 있어 조금은 지루함이 덜하지만 라이딩의 즐거움을 찾기에는 부족하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길게 뻗는 도로를 타고 빠르게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를 내어 달려가다 보니 

 

"이런 것에 적응하는 거 아닌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창녕의 함안보가 나온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함안보를 건너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다.

 

"아, 잊을 뻔했네. @%@#%$^%$%$%$&^, 쥐새끼!"

 

함안보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였던 송진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야영을 한 후 낙동강 자전거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창녕읍으로 향할 생각이다.

 

고민의 여지없이 곧장 시원한 편의점에 들어간다.

 

"저기 나무 밑에서 야영을 할까?"

 

"몰라, 일단 폴라포!"

 

비싼 편의점의 폴라포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편의점의 마케팅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아이스크림을 킵해주는 거야?"

 

폴라포 3개를 한꺼번에 먹을 수 없어 비싼 1,200원의 가격으로 하나씩 사 먹었는데, 증정품이나 남은 상품 등을 모바일 앱에 보관할 수 있나 보다. 

 

"이러는 거 아니다. 왜 이제서야 보이는 거냐!"

 

만만한 데미소다 1+1을 사 들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나온다.

 

삼거리에는 편의점 옆에 있는 짬뽕집, 그리고 길 건너편의 돼지국밥집이 있다. 

 

"하루에 투 국밥을 할 수는 없잖아."

 

매콤한 짬뽕국물이 생각나 중국집의 아저씨에게 영업시간을 물으니 8시라며 시큰둥하게 대답을 한다.

 

"투 국밥을 할지언정 친절한 집으로 갈 테다!"

 

돼지국밥집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부부가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영업시간을 묻자 8시까지 영업을 한다며 안내를 한다. 1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텐트를 펼치고 오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일단 먹자."

 

돼지국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 보조 배터리를 충전하며 남자 주인에게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럼요. 거기 비누랑 샴푸도 있으니 사용하세요."

 

아침에 삼랑진에서 먹은 돼지국밥과는 국물 맛부터 다르다. 진하고 부드러운 육수와 넉넉한 내용물들이 제대로다.

 

평상시 같으면 두 공기 정도 거뜬하게 비웠을 저녁 식사인데 지루한 낙동강길에서 더위를 먹었는지 식욕도, 술맛도 그저 그렇다.

 

"저희가 내일 아침 8시에 문을 열거든요. 필요한 것들을 충전하고 아침에 찾아가세요."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보조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니 식당의 부부는 부족한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내일 찾아가도 된다고 말한다. 참 친절하고 웃는 얼굴이 부드러운 부부이다.

 

오래된 나무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충전해놓은 배터리를 찾으러 오니 테이블에 시원한 음료수와 빵이 놓여있다. 밝게 웃는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대용량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고 나온다.

 

식당 옆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텐트에 누웠지만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부채가 필요한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얼음 커피를 마시며 열대야의 열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린다.

 

새벽 1시가 넘어가며 조금씩 더위가 사그라든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어디로 가야 하지?"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6일 / 맑음 ・ 36도
언양-양산-밀양
시원한 작천정 계곡을 떠나 양산으로 향한다. "밀양으로 갈까 아니면 김해로 갈까?"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7,435Km
이동시간
6시간 36분
누적시간
2,091시간

 
35번국도
 
낙동강길
 
 
 
 
 
 
 
36Km / 3시간 00분
 
30Km / 3시간 36분
 
언양
 
양산
 
밀양
 
 
1,036Km
 

 

7시, 작천정 계곡은 아침 햇볕으로 더워진다. 아침의 달콤한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 아주 매정하고 지독한 날씨다.

짐들을 정리하며 젖은 옷들을 햇볕에 말리고.

사람들이 사라진 계곡에는 놓고 간 물건들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많다. 신발, 물안경, 안경, 모자, 휴대용 선풍기, 머리띠 그리고 아이들의 고무튜브까지 잃어버리고 버려진 물건들이 놓여있다.

"애들은 안 잃고 데려갔으니 다행이네."

주인을 잃은 고무튜브와 잠시 놀아주고.

사람들로 뿌옇게 변했던 물은 다시 깨끗하게 변해있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조금이나마 주워 담는다. 커다란 비닐봉지가 금세 가득해진다.

"너희들은 어쩐다니?"

바위 위에 올려놓으면 물놀이를 온 사람들이 사용할 것 같기도 하다.

텐트가 마르고,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한두 가족이 계곡으로 찾아든다. 주말이 지나서인지 어제와는 달리 한산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8명 정도가 한가득 짐을 들고 온다. 산책로를 그늘막 텐트로 모두 막고서 자리를 잡더니 바위 위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저씨, 여기 써도 돼요?"

"응, 놀아요."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함께 온 친구들에게 자리를 옮기라며 말한다.

"어린애들이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

물속으로 들간 아이들의 대화에 비속어가 난무한다.

"아 씨발, 존나 차가워. 개새끼야!"

누군가 물을 뿌린 것도 아니고, 혼자서 물속으로 들어가 발을 담근 여자 아이가 소리를 친다.

"..."

욕이라는 것도 앞뒤 맥락이 있는 것인데, 아이들의 비속어들은 찰진 맛도 없거니와 문장의 앞뒤에 난데없이 붙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바위 위에 놓아둔 고무튜브는 욕만 하는 아이들의 차지가 된다.

"내 조카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로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산책로를 막고 텐트를 친 사람들 때문에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응, 좋아요?"

서너 살 정도의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며 대화를 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대화의 70%가 욕설인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씁쓸한 생각이 든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있다.

"9시 연다고 했는데."

아침을 먹으며 배터리를 충전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진다.

넓적 바위가 좋았던 청암사 앞의 계곡으로 내려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몸이나 담가보고 가자."

버프를 벗지 않고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계곡 물속으로 들어간다.

평일의 오전 시간이라 그런대로 덜 붐비는 자리다.

"우리 점프하자."

세 명의 아이들은 끊임없이 점프를 한 뒤 물속에서 첨벙 댄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이건 자연 미끄럼틀!"

바위틈 사이에 앉아보고 싶은데 물살이 제법 거칠다.

"청암사 주변이 제일 좋네."

아이들을 피해 바위 위쪽의 계곡에 몸을 뉘인다.

"시원하다."

"하루 더 있을까?"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청암사 주변에서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포기한다.

양산으로 가기 위해 헬멧과 버프를 고쳐 쓰고 있는데 로드바이크를 끌고 온 남녀가 인사를 한다.

선화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인지 밝게 인사하며 여행에 대해 묻는다. 남녀 커플과 사진을 찍고, 양산으로 간다는 말에 분홍색 라이딩 복장이 잘 어울리는 여자는 자신들도 양산의 내원사 계곡에 간다고 한다.

"내원사요?"

"네. 거기도 좋아요. 여기랑 비슷해요."

지도를 검색하니 통도사를 지나 가까운 거리에 내원사 계곡이 있다. 통도사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원사 계곡에서 야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가자, 내원사로!"

"허걱!"

양산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들어서기 바로 직전 자전거가 막혀있다. 길을 돌아가 국도로 접어든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언양 주변의 높은 산들 위로 구름 안개가 내려앉아 있다.

"운치 있네. 근데 알프스까지는."

한국의 베네치아, 한국의 몽마르뜨와 같은 '한국의 무엇'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알프스라면 외국인들이 언양의 풍경을 보며 알프스를 떠올려야 하는 몫일 뿐이지, 굳이 머나먼 남의 나라 풍경을 빗대어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쉽게 알프스를 못 가봤지만 적어도 프랑스의 간월재라는 표현은 프랑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잊혀지고, 간혹 예전의 명칭이 생각나면 헛웃음이 먼저 새어 나오는 '부곡 하와이'의 느낌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명칭이 많을 건데."

양산의 양산천 자전거 도로를 만나기 전까지 국도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한국의 운전자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국도 라이딩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코스다.

갓뚜기의 연구시설에서 통영사가 있는 하북면으로 들어간다.

"덥다. 가을아, 어서 와줘."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통도사의 매표소가 보인다.

"시원한 커피 아니 밥부터 아니 냉면이 좋을까? 그래 밀면 좋다."

연탄구이 고기가 맛보기로 함께 나온다는 밀면을 주문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한적한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던 어르신이 서빙을 하는 남자에게 질문을 한다.

"섬머 타임인가 봐?"

"네?"

쌍시옷 발음이 안 되는 경상도 사투리도 귀엽지만 썸머타임이냐며 묻는 할아버지의 질문이 난데없다.

서빙을 하는 남자가 어리둥절 쳐다보자 할아버지는 가게에 왜 손님이 없냐며 말하고는 시계를 쳐다보신다.

"12시네. 12시부터 1시까지 서머타임이야?"

친구분들 앞에서 외국물을 드셔 본 경험을 자랑삼으려 그러신 것인지 브레이크 타임을 서머타임이라고 착각하신 듯하다.

"할아버지, 귀여우신데요. 식당에서 말 수 좀 줄이시면."

식사를 하시는 내내 하노이 회담이며 김정일,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거짓 뉴스 수준으로 지인들에게 떠드신다.

"할아버지 마음대로 믿으셔도 좋은데요. 제발 말 수 좀."

고기와 함께 먹는 밀면은 생각보다 맛이 좋다. 내원사 계곡으로 가기 전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통도사로 간다.

보행자용 매표소로 향하던 중 매표소에서 차량들을 안내하던 남자가 급하게 나에게 달려온다.

"자전거는 못 들어갑니다."

"왜 자전거가 못 들어가요?"

"원래 오토바이하고 자전거는 못 들어가게 되어있어요!"

"네?"

매표소의 안내판에는 자전서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 있으니 자전거를 매표소에 놓고 걸어가라며 안내하는 남자에게 사찰까지 거리를 물으니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바로 사찰의 경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차량들이 들어가는 주차장까지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다.

수많은 해외의 여행지를 다녔지만 차량이 들어가는 곳에 자전거가 통제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도보 이외에 다른 교통수단이 통제된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도보처럼 자전거를 통제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된 거 아니야? 어이없어서 안 간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찰을 둘러보려는 계획을 포기한다.

"이유 없는 삥발이까지는 어찌 이해하겠는데, 땡중들 너무 편하게 장사한다."

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내원사 계곡으로 달려간다. 통도사보다는 규모가 작은 사찰이니 경내를 구경하고 계곡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차량들로 길게 정체가 되고, 도로변 인도에는 음식을 파는 테이블들과 사람들이 가득하다.

주차난으로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나 생각하며 반대편 차선을 이용해 꽉 막힌 차량들을 지나쳐 가니.

내원사의 매표소가 나오고 출입통제 안내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자전거가 잡상인 취급을 당하다니. 젠장!"

다시 길을 내려온다. 정체된 차량들의 줄은 더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내원사 계곡에서 캠핑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잠깐만 놀다 양산으로 가자."

울퉁불퉁한 바위 주변으로 몸을 담글 수 있는 괜찮은 장소가 있다.

"역시 나이를 떠나서."

"단순한 것은 브로맨스다."

시원한 계곡물에 앉아있으니.

사찰의 입구에서 출입금지를 당한 화도 함께 식어간다.

작천정 계곡이 넓적 바위와 계곡물의 풍부함이 좋다면 내원사 계곡은 계곡이 길고 주변에 음식점들이 많아 편할 것 같다. 차량들과 음식점들로 조금 혼잡하지만 예전처럼 계곡까지 내려와 평상을 놓고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물놀이와 휴식이 필요하면 작천정 계곡이, 식도락을 함께 즐기려면 내원사 계곡이 좋을 것 같다.

흠뻑 젖은 옷과 몸은 뜨거운 오후의 더위에 금세 말라버린다.

큰 어려움 없이 양산시의 초입에 들어서고 양산천의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문제는 땡볕이야."

천변을 가로 넘는 다리의 밑을 제외하면 그늘이 거의 없는 양산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아마도 낙동강 자전거 도로의 상황도 비슷했던 기억이다.

"오늘은 양산천 하구 뚝방길은 싫다. 죽어도!"

양산천을 따라 낙동강까지 이어지며 멀리 돌아가는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시내를 가로질러 물금역으로 간다.

더위는 어쩔 수 없지만 낙동강 자전거길로 진입하는 거리는 많이 줄일 수 있다.

시원하게 냉방이 잘 되는 물금역 안으로 들어가 열기를 식힌다. 한국의 공공시설들은 정말 최고다.

"기차 타고 서울로 가고 싶네."

물금역에서 낙동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한다.

항상 감탄이 나오는 한국의 나무테크 길을 달리고.

지루한 자전거 도로만큼 더 지루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이다.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물살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고여있는 호수처럼 느껴지고 물의 색감도 왠지 탁하게 보인다.

갈증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쯤 공원의 푸드트럭이 보인다. 양산을 벗어나가 전 음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다.

식혜와 믹스커피를 고민하다. 믹스커피를 선택하고.

쉼터 의자에 드러눕는다. 하루 종일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다 보니 목구멍이 칼칼하다.

김해로 넘어가기 전 삼량진 생태 공원에서 야영을 할 생각을 출발한다.

지루한 섬진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뒤에서 따라오시던 어르신은 어느 순간 보이질 않는다.

밀양시의 경계를 넘고.

가끔씩 토사가 쌓여있던 자전거 도로는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엉망으로 망가진 도로로 변한다.

"돌아가는 길이 있어 다행인데, 저 경사는 어떻게 할 거야?"

땀으로 미끌거리던 고무신발이 시멘트 경사길에서 벗겨진다. 햇볕에 달궈진 길의 뜨거움에 폴짝거리며 자전거를 옮긴 후 가출한 신발들을 되찾는다.

"아놔, 고무 신발!"

우회 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전거 도로에는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치우는 것도 일이겠다."

침수된 구간은 짧게 끝났지만 삼랑진 습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풍경은 엉망이다.

"캠핑할 수 있는 거야?"

오늘의 야영지로 생각했던 곳에서 캠핑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길은 다시 출입이 통제된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삼랑진읍으로 돌아간다.

"이 벚꽃길 예쁘네. 자전거 도로를 이 길로 이어지게 설계했으면 더 좋았겠네."

여름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풍경의 삼량진에 들어선다. 바쁘게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엔진 소리와 매캐하게 뿜어대는 매연의 열기가 숨이 막힌다.

돼지국밥과 꼼장어구이를 놓고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비싼 꼼장어구이를 선택했지만 휴업일인지 문이 닫혀있다.

"이러면 곤란한데."

돼지국밥집은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도로변으로 되돌아 나와 삼량진 시장에 음식점이 있을까 싶어 찾아가던 중 슈퍼마켓 입구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냉풍기 자람이 자전거를 세운다.

잠시 문 앞에 서서 바람을 쐬고 있으니 처음처럼 시원한 느낌은 떨어진다.

"몰라, 안으로 들어가자."

구매 목적 없이 들어간 슈퍼마켓에서 넋이 나간 좀비처럼 매장을 돌아다니다 냉동고에 쌓여있는 폴라포를 발견한다.

눈으로만 봐도 그 맛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보랏빛 얼음 알갱이들이다.

폴라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다시 슈퍼마켓에 들어가 폴라포 하나를 더 사고, 저녁으로 삼계탕 팩을 사서 먹을까 생각했지만 더운 날씨에 텐트 안에서 삼계탕은 무리인 것 같다.

삼랑진 거리를 배회하다 시장으로 들어간다. 작고 썰렁한 시장 골목에는 몇 군데의 음식점들이 있고, 고민 끝에 도토리묵밥을 파는 허름한 가게에 들어갔지만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아,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은데."

길 건너 돼지국밥집을 외면하고, 마을을 벗어나는 길에 위치한 순두부집으로 찾아갔지만 '금일 휴업'의 안내판이 붙어있다.

"오늘 이 동네 왜 이래?"

식당을 포기하고 마을 끝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는 도중 보이던 중국집도 휴일이다.

"젠장,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거절만 당하네."

작천정 계곡의 식당에서부터 통도사, 내원사 그리고 삼랑진의 식당들까지 아주 운이 괴팍한 날이다.

중국집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으니 텅 빈 식당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여주인은 심드렁한 말투로 그렇다고 한다.

솔직하게 식당의 음식 맛보다는 밖에 설치된 수돗가를 사용하고 싶었다.

다슬기탕을 주문하고, 한참 후 나온 음식들은 나쁘지 않다. 음식 쟁반을 내려놓으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여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세상 귀찮다는 표정의 여자에게 작은 접시에 담긴 노란색 가루를 가리키며 콩가루를 넣어먹는지 물어본다.

"콩가루가 아니고요, 들깨가루라예."

"네에."

먹고 나면 녹색의 슈렉이 되어버릴 것 같은 담백하고 시원한 다슬기탕이다.

반찬으로 나온 콩잎 무침과 매운 고추튀각이 인상적이고 괜찮은 음식 솜씨다. 세상 귀찮은 표정의 주인에게 세상 귀찮은 손님은 떨어진 밑반찬과 추가의 밥을 더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귀찮은 게으름은 내가 전문입니다."

말을 건네기가 미안한 여주인에게 수돗가에서 씻어도 되는지를 묻지 않고 그냥 가려고 하니 여주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여관에서 자고 갑니까, 그냥 갑니까?"

아마도 길 건너편의 오래된 여관을 함께 운영하거나 식당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 보다.

여주인에게 세상 귀찮은 표정과 말투로 들릴 듯 말 듯 '그냥 간다'라고 속삭이며 웃어주었다.

뜻하지 않게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편의점에서 살 것이 없다. 환타 한 병을 사서 나와 생태공원의 주차장으로 간다.

침수의 흔적은 보이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생태공원의 상태가 좋다. 이곳 사람들이 노지 캠핑을 한다는 주차장으로 간다.

캠핑을 하는 서너 대의 차량들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로 올라가서.

화장실의 상태도 확인하니 꽤나 깨끗하다.

무엇보다 화장실 옆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시설이 마음에 든다. 아마도 화장실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수도시설인 것 같은데 시원한 물도 잘 나온다.

"와, 씻을 수 있다!"

일단 세수를 하고 발과 팔의 땀을 씻어내고.

다리 밑으로 돌아와 교각 사이에 텐트를 펼친다. 아침해가 어느 방향에서 뜨던 교각이 그늘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캠핑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조용한 밤이다. 수돗가로 나가서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하고 좋다.

"내일은 어디로 가지? 밀양? 김해?"

오늘도 쉽게 잠들디 못하고 새벽까지 뒤척인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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