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8일 / 비 ・ 28도
괴산-음성
지난 밤 폭우를 맞은 몸은 몸은 힘이 없다.


이동거리
27Km
누적거리
27,827Km
이동시간
3시간 45분
누적시간
2,131시간

 
516번도로
 
가마치통닭
 
 
 
 
 
 
 
21Km / 2시간 35분
 
6Km / 1시간 10분
 
목도면
 
음성
 
봉학골
 
 
1,458Km
 

 

자정 가까이 내리던 빗줄기는 처음 폭우가 시작될 때처럼 순식간에 멈춘다.

"정말 요망한 날씨다."

배추밭의 주인이 폭우로 유실된 배추들을 찾아 밭고랑을 살피는 움직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잠은 잘 잤는데, 나른하네."

푹 잠든 편안한 잠자리였는데 몸에 힘이 없다.

"배가 고픈가?"

비에 젖은 것들을 말리고.

목도면으로 출발한다.

"탐스럽게 열렸네."

작은 고개를 넘고 목도면에 들어선다.

목도 강수욕장은 지난 폭우로 인해 출입통제 상태이다.

"어제 왔어도 야영은 못했겠네."

출입통제 중이지만 강수욕장의 강변과 나무테크로 만든 휴식공간은 꽤나 좋은 시설로 들어서 있다.

조용한 목도시장으로 들어간다. 작은 면소재지에 제법 큰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깔끔하게 정비가 된 재래시장, 제비 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는 한산한 시장 골목을 둘러보고.

이덕화와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보신탕집에서 염소탕을 주문한다.

"몸이 허해진 거야. 보신을 해야지."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나니 졸음이 밀려온다. 주민센터가 있는 공원의 정자에 드러눕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이 좋다.

"이 동네는 뭔데, 이렇게 좋지?"

시골의 작은 면소재지지만 잘 정비된 재래시장, 강변의 캠핑장과 자전거 도로 그리고 번듯한 주민센터와 깔끔한 공원까지 들어선 마을이 궁금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였을까?"

한 시간 넘게 단잠에 빠져들고 깨어나니 맑았던 하늘빛이 수상하다.

"왜 이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이내 멈추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강변 옆의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바닥에 떨어진 5천 원을 발견한다.

"오, 대박!"

비에 젖은 지폐의 흙을 털어내고 슈퍼마켓에 들어가 밀키스와 얼음 생수를 산 후 음성으로 향한다.

"예수님, 님아 제발 님의 백성들 좀 어떻게 해봐요!"

수상한 하늘빛과 구름의 움직임.

"아, 멋지긴 한데."

두껍게 내려앉은 구름이 이제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음성군에 들어서고.

좋은 은행나무길을 달리고.

나무그늘에서 화투를 치는 할아버지들을 구경하고.

검은 구름이 내려앉은 음성읍을 향해 달려간다.

"오늘도 망했어!"

"쏴아."

만화에서나 봤을법한 빗소리의 지문이 음향으로 살아나 들리는 것 같다.

주춤해진 빗줄기를 틈타 페달을 밟으면 다시 쏟아지고.

쏟아지고.

쏟아진다.

"에이, 정말!"

편의점 외부 의자에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읍내에 있는 모텔을 검색한다.

"치사해서 숙소에 들어간다."

폭우가 시작된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모텔이 있는 방향으로 빗속을 달려가다.

읍내의 중심이 끝나갈 때쯤 옛날통닭의 우아한 자태에 정신을 잃고 만다.

"아, 너가 여기서 왜 나와?"

밖에서 빗물을 닦아내며 서 있으니 주인이 나와 전화주문을 했냐며 물어본다.

"아니요. 두 마리 주세요!"

숙박비는 치킨값으로 나가버렸고, 다행히 치킨이 튀겨져 나올 때쯤 멈출 것 같지 않던 비가 천천히 잦아든다.

"역시 치느님의 은혜를 입어야 해."

편의점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챙겨들고.

어제 검색했던 봉학골 산림욕장으로 향한다.

산 위로 넘어갔던 비구름이 다시 내려앉기 시작하지만 패니어에 담긴 치킨이 있으므로 오늘 밤 폭풍이 불어와도 괜찮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저수지의 언덕을 오르고.

봉학골 산림욕장에 도착한다. 주말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공원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도, 계곡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깔끔하게 정비된 계곡과 깨끗한 산림욕장의 공원, 주차장을 지나 캠핑 자리를 살피며 입구에 도착하자 낯익은 경고문의 안내판이 보인다.

"그렇지. 자전거는 안 돼."

잘 정돈된 조각공원의 잔디밭도.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휴식공간도.

안락해 보이는 숲 속의 넓은 정자들도 모두 좋지만.

"그림 속 떡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다면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수도시설과 화장실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텐트 자리를 찾는다. 차박 캠핑을 하는 두 대의 차량이 보인다.

"그럼 내 자리는 여기."

비를 막아줄 타프가 없는 상태라 은행나무 우거진 곳에 텐트를 펼친다. 다음 국내 여행을 할 때는 가벼운 타프도 하나 들고 다녀야겠다.

텐트를 설치하고 공원의 수돗가에서 비에 젖은 몸을 씻어낸다.

치킨과 소주로 달콤한 저녁을 한다. 소주 대신 맥주를 샀어야 했나 보다.

"역시 치맥인가? 아니지 쏘맥에 치킨이어야 했어!"

텐트에 달라붙은 모기떼들, 밖에 놓아둔 생수를 마시고 싶지만 난감하다.

밤이 깊아지며 다시 빗줄기가 강해지고 모기들이 사라진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고음의 노랫소리가 섞여서 들려온다.

주자창 건너편에서 차박을 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 술을 마신 후 말도 안 되는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행이다. 계곡물소리가 훨씬 우렁차서."

여행이 끝나간다. 충주로 방향을 틀거나 서해안을 돌아 남쪽으로 내려갈 수고 있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용인으로 가서 유림을 만나고, 아버지에게 들리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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