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9일 / 맑음 ・ 36도
성주-김천
계속되는 폭염, 더위를 피해 대가천의 무흥구곡으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27,595Km
이동시간
3시간 16분
누적시간
2,105시간

 
30번도로
 
30번도로
 
 
 
 
 
 
 
12Km / 1시간 20분
 
16Km / 1시간 56분
 
비봉암
 
성주호
 
사인암
 
 
1,196Km
 

 

정자가 만든 그늘 덕분에 오랜만에 10시까지 늦잠을 잤지만 어제 폭염 속에서 도로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다.

"더위 먹었나?"

1,400미터의 가야산 자락으로 들어온 탓인지 어제와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시원함도 잠시뿐 바람이 멈추면 후덥지근한 공기가 후끈하다.

"모든 것이 나른하고 귀찮다."

빤스목사, 개독교 그리고 극우 꼴통들의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필이면 대구, 김천, 상주의 경상북도를 지나가는 시기에 광기 어린 한심한 짓을 벌여놓은 터라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 놓는다.

"사람이 적은 외진 코스로 빨리 벗어나자."

제대로 항해조차 못하고 잠깐 맛보기만을 한 영일대의 요트 타기, 검붉게 익어버렸던 팔과 다리의 피부가 벗겨져 나간다.

"바다 위의 햇볕의 강렬함을 몰라봤다."

 

땀띠가 생겼는지 어제부터 몹시 가렵던 엉덩이와 옆구리가 수상하다. 아무래도 약국에 들러 연고를 사야 될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가천면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천천히 출발을 한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구경하지 못한 회연서원을 둘러본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무흘구곡을 다 둘러볼 수 있나?"

더운 날씨에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바위나 사인암 부근에서 캠핑을 해야겠다 싶다.

대가천 주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오래된 서원이다.

"아무리 봐도."

"옛날 그림과 다른데."

그림 속 높게 치솟은 비봉암,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 떨어져 죽었다는 비봉암은 쉽게 찾기가 힘들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작은 날파리들이 달라붙어 귀찮게 한다. 조선시대 양반문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므로 날파리들에게 항복하고 허기를 채우러 가천면으로 간다.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고.

다방이 굉장히 많은 가천면의 면소재지 창천리에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 있는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이라 음식점에 사람들이 많다.

한참 후에 나온 짬뽕은 그릇 가득 수북하게 올라온 해물들과 야채들이 인상적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좋다.

"동네 맛집이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맛도 괜찮으니 작은 면소재지의 음식점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어제 아침으로 돼지국밥을 먹은 후 음료수와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질 않았는데 짬뽕 한 그릇을 비우기가 힘들고, 쉴 새 없이 떠들며 밥을 먹은 어린 친구들의 수다에 현기증이 난다.

"원래라면 밥 한 공기를 추가로 말아먹어야 정상인데, 어제 더위가 심하기는 했나 보다."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려고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회화나무 그늘에 자전거를 세운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 약사를 깨워 땀띠 연고를 달라고 한다.

"연고로 줄까요, 분으로 줄까요?"

잠이 덜 깬 약사는 진열대를 뒤적거리더니 벌레 물린데 바르는 연고를 건네주며 깨알같이 적혀있는 효능 설명 문구의 '땀띠'라는 글자를 찾아 보여준다.

"급한대로 상관은 없지."

"나무가 참 좋네. 700살이라고?"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 와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계곡으로 올라간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닭강정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지만 더운 날씨에 귀찮아져 그냥 지나친다.

"설마 가는 길에 음식점 하나쯤 있겠지. 이러면 꼭 망하던데 자전거도 무겁고 길도 힘들고 귀찮다."

성주호를 향해 길은 올라가고, 저수지 외곽을 따라 크게 돌아가는 대가천 계곡길이다.

느릿느릿 굴러가는 페달링은 작은 사찰 입구의 나무 그늘에서 멈춘다.

먹다 남은 얼음 커피로 갈증을 해결해보지만 너무나 부족하다.

"겨우 7km 왔는데."

캠핑지로 결정한 사인암까지 13km가 남아있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작게 오르내리는 도로는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더위가 문제다.

햇볕이 내리쬐는 계곡 건너편으로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무흘구곡의 3곡 배바위의 무학정이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펜션의 마당을 가로질러 무학정이 있는 계곡 물가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라는 듯 넓고 풍부하게 고여있는 무학정의 계곡물이다.

대가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기 좋은 장소들은 하나같이 펜션이 들어서 있어 캠핑은커녕 물가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펜션이 들어선 자리 이외의 지역은 도로의 펜스가 이어져 들어갈 수도 없다.

"뭔가가 아쉬운 계곡인데."

많은 펜션들이 들어선 도로를 따라간다. 민박, 평상 임대와 같은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있고, 계곡에서 취사나 야영을 금지한다는 현수막도 수없이 붙어있다.

계곡의 환경을 생각하는 느낌보다는 마치 계곡에서 놀려면 펜션을 이용하라는 협박처럼 느껴진다.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계곡에 설치해 놓은 평상이나 영업시설들을 철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평상에서 취사를 하고 음식들을 먹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잖아!"

내일 김천으로 넘어갈 도로를 지나치고 평상 임대 현수막이 더 빈번해지는 계곡으로 올라간다.

도로 건너편 계곡으로 평상들이 들어서 있고, 넓은 공간의 계곡물이 나온다.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4곡 선바위다.

계곡의 넓은 공터는 펜션은 없고 정자와 몇 개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피와 음식들을 파는 노점이 있고, 그 옆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검사소가 설치되어 있다.

먼저 체온을 체크하고 방명록에 출입기록을 작성하니 노란 손목띠를 채워준다.

"정자도 있고, 공터도 넓고, 그늘도 있고, 음식도 있고."

캠핑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뭔가 밋밋한 계곡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킵. 사인암을 가보고 마음에 안 들면 내려오자."

5km 정도 떨어진 곳의 다리 밑으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풍부한 계곡물 그리고 넓적 바위들, 계곡의 도로변에는 그늘막을 치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네."

"그런데 멋진 바위는 어디에? 설마 저것?"

"이상하게 뭔가 속은 기분처럼 아쉽네."

언양 작천정 계곡의 만족스러움 때문인지 대가천 계곡의 풍경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뭐 이 정도면."

넓적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몸을 담근다.

"아, 시원해!"

어제의 피로 그리고 오늘 하루의 나른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떠날 도로변 공원의 나무 그늘에 텐트를 펼칠까 생각했지만 시원한 물가가 마음에 든다.

"일단 날씨를 확인하고, 비예보 없지!"

텐트를 펼치고, 공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냄새에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입맛이 없었던 하루인데, 급작스럽게 찾아든 식욕이 난감하다.

"닭강정을 사 왔어야 했어."

물속에 들어가 열기를 식히고, 따듯하게 달궈진 바위에 누워 삼겹살을 그려본다.

"아, 오늘 제대로 배고프겠다."

내일 김천으로 찾아갈 행숙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한다.

"낼 와서 밥 먹고, 신랑이랑 술 한잔해. 김천에 들러서 흑돼지도 먹고 오고."

"흑돼지?"

"김천에 흑돼지가 유명해. 내일 저녁에 뭐 먹고 싶어?"

"흑돼지 삼겹살!"

"이 더운 날?"

"어!"

"그럼, 네가 구워 먹어라."

"어!"

삼겹살 냄새와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성을 잃은지 오래다. 정신이 혼미하다.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간지럼이 시작되는 엉덩이와 옆구리에 연고를 바르니 아주 시원하고 좋다.

해가 지고 사람들은 모두 계곡을 떠난다. 혼자만의 시간, 흐르는 계곡물소리의 청량감, 유난히 밝고 맑은 밤하늘 별들의 청하함, 조용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의 친근함 그리고 지독하게 밀려오는 배고픔의 긴 밤이 시작된다.

"배고프다!!!!!"

"잡아먹는다. 저리 가라!"

패니어를 뒤적여 카레와 빵으로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삼.. 겹..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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