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5일 / 맑음
허브스테인-바트 헤르 스펠트-아이제아흐
루터가 머물며 신양성서를 번역했다는 바르트부르크 성과 바흐의 생가가 있는 아이제아흐로 간다.


이동거리
140Km
누적거리
23,355Km
이동시간
7시간 51분
누적시간
1,773시간

 
점프점프
 
베라강
 
 
 
 
 
 
 
70Km / 2시간 20분
 
69Km / 5시간 33분
 
헙스테인
 
바트헤르
 
아이제나
 
 
879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원석은 학교로, 사모님은 수업으로 모두가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 독일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는 모양이다. 7시 반에 수련원에서 출발하기로 한 아침, 묵직한 피곤함이 느껴진다.

어젯밤 일찍 피곤함에 잠들었지만 피곤은 가시지 않은 것 같다. 6시 반부터 시작된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10분만 더'의 게으름에 빠져든다.

7시 10분, 방문을 두드리는 목소리는 이혁 목사님의 음성이다. 세미나가 있어 바트 헤르스펠트에 갔던 목사님은 필요한 물품이 있었는지 밤늦게 되돌아온 모양이다.

간단히 당근주스로 아침을 대신하는 부부는 작은 샌드위치와 삶은 계란을 담아주신다.

"바트 헤르스펠트가 대략 50km 정도인데, 차로 같이 갈까요?"

잠시 고민을 하다 목사님과 바트 헤르스펠트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한다. 어제 잠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던 터라 짧은 거리지만 함께하며 대화를 하고 싶다.

목사님의 승합차에 자전거를 싣고 바트 헤르스펠트로 향한다. 무겁지 않은 대화, 편안한 대화가 이어지고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니 어느새 바트 헤르스펠트의 경계에 도착한다.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 목사님은 시의 외곽에서 짐들을 내려주고 인사를 건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인연인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일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하늘이다. 다행히 바람의 방향은 서풍이다.

맥도널드로 들어가서 아침을 해결한다. 아침 일찍 시작된 하루라 시간의 여유가 많다.

오늘의 경로를 결정한다. 이혁 목사님이 알려준 아이제나흐, 바흐의 고향이자 마틴 루터가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장소이며 마틴 루터의 신약성서는 현재의 독일어 체계을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바흐와 루터라는 시대의 인물들과 관련된 마을이라니 지나가는 길에 들러 보기로 한다.

"바흐와 루터는 무시하기엔 좀 세네!"

아이제나흐까지 90km 정도의 거리, 산악지형임을 감안하면 부지런히 달려야 할 것 같다.

"일단, 시작부터 바람개비들이네."

한 시간여를 달려 바트 헤르스펠트의 경계에 들어선다. 바쁜 걸음이라 시의 외곽을 돌아 빠르게 시내를 빠져나간다.

독일의 지형은 남고북저의 형태라고 한다. 이곳 남부의 지형들은 숲과 언덕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산을 넘어가는 도로들을 피해 작은 소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를 택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은 피할 수가 없다.

산골의 작은 마을들과 능선들을 넘어간다. 이제 독일의 목조주택들도 제법 익숙해진다.

"오늘 하늘이 정말 좋네."

비가 내릴 것 같던 아침의 하늘과 달리 새하얀 구름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멋진 하늘이다.

잠시 쉬는 사이 베를린의 아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오늘 핀란드의 대학원에 면접 인터뷰가 있는 모양이다.

마을과 마을을 지나치는 사이 아이제나흐가 가까워지고, 산 위에 위치한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올라갈 것인지, 산을 피해 멀리 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늘은 바람 덕에 쉽게 왔으니 산으로 고!"

산을 오르는 경로로 변경하고 길을 찾아가지만 점점 좁아지던 도로의 끝은 난데없이 길도 없는 언덕을 향해 이어진다.

"이럴 수는 없지. 힘들다!"

다시 이전의 경로를 따라 강변의 도로로 이동한다. 조금 멀게 돌아가는 길이지만 산을 넘는 것보다 편하고 좋다.

아이제나흐를 15km 정도 남기고 산 위로 오래된 성의 모습이 보인다.

"벌써 모습이 보일 리가 없는데."

천변의 작은 도로를 따라 오르내리막이 반복되고 시골의 마을들도 계속 이어진다. 아이제나흐로 가는 마지막 숲길을 지나고 시의 외곽에 도착한다.

"조용하니 좋네."

바르트부르크 성의로 가는 오르막길, 잠시 고민을 하다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믿어 보기로 한다. 도로를 타고 돌아가는 길보다 3km 정도 가까운 경로다.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더니, 이내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로 바뀐다.

"널 믿은 내가 바보!"

길을 되돌아 나와 아이제나흐의 광장을 찾아간다. 독일의 마을은 작은 마을에도 중심에는 항상 광장이 있고, 광장을 중심으로 구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4시 반, 광장에 앉아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한다. 바흐의 생가 기념관과 바르트부르크 성의 경로는 같은 동선이다.

"배고프다!"

구시가지의 중식당을 검색하고 천천히 구경을 하며 길을 걷는다. 트리어처럼 작은 마을들의 분위기가 참 편하고 좋다.

중식당은 5시에 오픈을 한다. 자전거를 외부에 놓을 장소도 애매하여 포기하고 슈퍼마켓으로 간다.

슈퍼로 가는 길에 케밥집을 발견하고, 일단 슈퍼에 들러 캔맥주 두 개만을 사 들었다. 맥주캔을 보니 캔에도 재활 마크가 붙어있다. 독일의 재활용 수거기기는 재질과 상관없이 재활 마크가 붙어있는 제품을 수거하는 모양이다.

재활비용 25센트를 포함해서 50센트에 캔맥주가 하나니 정말 독일은 맥주가 싸다. 물론 맛도 좋다.

케밥집에 들러 4유로의 케밥을 포장한다. 양도 많고 맛도 좋을 것 같다.

"이제 야영지를 찾아서."

골목을 따라 바흐의 기념관을 구경하고,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오르는 주변 숲에서 캠핑을 하면 될 것 같다.

아이제나흐의 골목들, 목조주택들의 분위기가 좋다. 마음에 드는 마을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뢰머광장의 풍경이 골목들마다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바흐의 생가, 기념 동상이 세워진 노란 집이다.

"G선상의 아리아, 음악의 아버지 바흐."

날이 어두워지기 전 야영지를 찾아간다.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오르는 도로변의 산책로로 들어가 작은 우물가에 텐트를 펼친다. 오늘은 숲으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폴대를 조립하고 펜트를 펼치려 하자 중년의 여성이 전기톱과 공구들을 들고 지나간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니 잠시 후 독일어로 말을 걸어온다.

독일어를 모른다고 답하니 영어로 다시 말을 한다.

"오늘 여기서 자려고요?"

"여기서 캠핑하려고요!"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더 좋은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작은 우물가를 돌아 보이는 텃밭과 작은 나무집이 있는 공간이다. 독일의 작은 도시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던 텃밭이나 주말농장 같은 공간이다.

"여기가 오늘 밤 잠자기에 더 좋을 것 같은데, 결정은 네가 해."

"정말? 너무 고맙지!"

작은 나무집에는 화로와 함께 침대와 의자가 놓여있다.

"이게 뭐야? 농장?"

"가든, 독일 스타일이야!"

펼쳐놓은 텐트를 접고 자전거를 그녀의 가든으로 끌고 온다. 그 사이 그녀는 화로에 불을 붙여놓고, 촛불을 켜놓았다.

화로의 사용법과 내일 문을 잠가달라는 설명을 하고 그녀는 돌아간다.

코리나, 서로의 이름만을 알려주고 짧은 대화를 나눈 사이지만 스스럼없이 그녀의 소중한 공간을 내어주었다.

"편하게 쉬고 좋은 여행 해. 그리고 여기 맥주 있어. 마셔도 돼!"

그녀의 정원, 농장, 별장. 어떻게 부르던 상관없이 코리나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이글의 시골집 반야와 같은 느낌이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북유럽의 집과 독일식 텃밭을 짓고 싶다는 바람이다.

"러시아 반야도 만들까?"

좋은 맥주와 맛있는 케밥, 따듯한 화로와 촛불이 켜진 아늑한 공간 그리고 라디오의 조용한 음악만이 흐르는 시간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데!"

프랑스가 애달픈 첫사랑의 느낌이라면 독일은 마치 집과 같은 느낌이다. 특별하지 않고 낯설지 않은 평범함, 지극히 평범한 그 느낌이 너무나 좋고 또한 그립다.

아주 오랫동안 알 수 없던 목마른 갈증, 결여와 결핍의 허기짐은 어쩌면 돌아가고 싶은 곳, 보듬여 안길 따듯함에 대한 갈망이었나 보다. 팔을 뻗어 스스로를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이, 토닥여줄 수 없다는 것이 애잔하다.

"언젠가 나에게도 돌아갈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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