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4일 / 맑음 ・ 23도
바오딩시-가오베이뎬시-줘저우시-베이징 팡산구
150km가 남은 베이징, 어디까지 갈까 고민하다 85km 거리의 줘저우시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가지 뭐."


이동거리
117Km
누적거리
7000,Km
이동시간
6시간 0분
누적시간
48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오딩시
 
줘저우시
 
팡산구
 
 
4,21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5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조식이 7시 반인데, 잠자다 놓치는 거 아냐."

세 개의 알람을 거르고 7시 반의 알람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다. 샤워를 하고 날씨를 확인한다.

"24도까지 올라가네. 찬바람이 물러갔나 보다."

기온만을 확인하고 어플을 닫으려는 순간 어색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동풍 바람 8m/s. 남동풍? 남동풍이면 뒷바람인데."

바오딩시에서 베이징까지 북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데 남동풍이면 뒷바람이 확실하다.

"몰라, 밥이나 먹자."

조식권을 들고 2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간밤에 튀김 빵을 네 개나 먹은 터라 허기짐이 없어서 인지 큰 기대 없이 놓인 메뉴들을 둘러본다.

돼지고기와 버섯.

이것도 버섯.

"소시지다!"

커피 자판기가 있지만 3.3.3 법칙의 우리네 커피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간단하게 시작, 소시지는 겉이 질기고 중국향이 나서 맛이 없다. 반 조각만 먹고 그대로 방치.

입맛이 별로 없어서 눈치 안 보고 크게 두 접시만 비워내고 과일 약간으로 디저트를 한다.

방으로 돌아와 홍차를 마시며 리즈훼이와 잠시 메시지를 교환한다.

"리, 너는 3년 후에 무엇을 할 거야?"

"我现在都不知道要做什么. 很迷茫."

"Don't worry. Something good's gonna happenings!"

"一起加油!"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23살의 여자아이.

알 수 없는 삶의 막연함이 두렵고,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시간처럼 마냥 소모되어 가는 시절이 있다.

고민의 무게와 깊이, 아픔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동안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싱거운 농담처럼 지나쳐 가버린다는 것을 그녀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체크인을 하기 전 핸드폰을 재시작 했더니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지? 데이터 충전한지 얼마 안 됐는데."

2기가 충전 후, 숙소의 와이파이만으로 사진을 업로드하고 데이터는 인터넷 검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 일은 없다.

숙소의 와이파이로 심박스에 카톡 문의를 남겼지만 하필 일요일이다.

"난감하지만 다음 숙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일단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줘저우시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네트워크가 끊겨도 실행된 내비게이션은 정상작동된다는 것을 지난번에 확인한 터라 걱정은 없다.

"일단 목적지에 가서 숙소는 비번이 걸리지 않은 와이파이나 식당에서 검색하면 되겠지."

이미 한차례 겪은 일이라 조금 답답할 뿐 걱정 같은 것은 없다.

어제 일찍 쉬고 아침까지 든든히 먹었는데, 날씨도 좋고 바람까지 뒤에서 불어 등을 밀어준다.

"좋아, 신나게 달려 주겠어!"

경쾌한 페달링으로 깨끗하게 잘 뻗어있는 도로를 즐겁게 달려간다.

중국 사람들의 못된 운전습관에 욕이 착착 달라붙는 것이 컨디션도 너무나 좋은 것 같다.

대나무를 싣고 가는 것인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포터 같은 1톤 화물차를 못 본 것 같다. 대개 개인들은 승용차나 승합차 그리고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고, 화물은 특대형이나 대형 화물차 그리고 3륜차와 경운기 엔진이나 육공트럭 같은 것을 타고 다닌다.

이곳도 강바닥이 완전히 말라있어 흉흉하기 그지없다.

완벽하게 뒷바람이 불어온다. 주유소의 풍선이 거북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오니 코끼리다.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승합차가 한 대 정차하여 길을 막고 있다. 살짝 피해서 돌아가는데 운전자가 돈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워?"

차량을 지나쳐 멈춘 나에게 차를 몰고 다가와 선뜻 10위안을 건네준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인이라 말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니 뭐라 중국어로 말을 한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음성 인식을 사용할 수 없다.

"하필, 이런 날!"

내비게이션을 끄고 여행을 설명할 수도 없어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즐겁게 사진만을 찍는다.

정저우시부터 가끔씩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전자들에게 엄지척을 받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은 처음이다.

"이것은 베이징 입성 때 마실 축하의 콜라를 사야겠다."

피로연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을 입구에 홍등과 붉은 리본을 가득 매달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의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무대의 옆 간의 천막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식의 진행을 지켜본다.

"너희들 이렇게 하는구나."

여전히 잘 생긴 도로는 밀밭을 풍경으로 이어지고.

큰 강들조차 건조하게 말라가고.

삶은 고단하다.

13시, 베이징까지 80km 정도가 남아있다. 그냥 내달리면 6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줘저우시는 그냥 지나쳐 줘저!"

곰돌이 푸우가 생각나는 뒷모습이다.

1시 20분, 처음 목적지인 줘저우시의 초입에 도착하여 도로변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며 어렵지 않게 주변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베이징시의 경계에 위치한 팡산구를 목적지로 재설정하고 출발한다.


사람이 많고 가게가 많으니 떠돌아다니는 와이파이도 많고, 비밀번호 88888888이나 12345678을 누르다 보면 하나쯤 네트워크가 잡힌다.

"미안, 좀만 빌려 쓰자."

세 명의 장수의 동상이 서있으니 자연스레 유비, 관우, 장비가 떠오른다.

줘저우시는 유비의 고향이고, 도원결의가 맺어진 장소이다.

삼국지를 보던 어린 시절에는 유비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조조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관우가 왜 공자 정도로 신격화되어 모셔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관우(關羽)
도교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하여 전쟁의 신인 관성제군(關聖帝君)이라 부른다.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라고 하듯이, 관우의 사당을 무묘(武廟)라 하여 관우는 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다. 관우가 황제(관성대제)를 넘어서 신으로 추대된 이후에 중국 후대 왕조의 황제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관우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피휘(避諱)를 하였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차라리 운장이라고 부르거나 굳이 굳이 관공(關公)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키백과)

작은 소도시처럼 느껴지는 줘저우시를 스치듯 지나치고.

베이징의 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도로변의 슈퍼에서 콜라와 빵 하나를 사들고 출발한다.

중국의 수도답게 검문소의 모습도 남다르게 좋다.

2시 30분, 베이징의 시계에 도착한다. 뒷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콜라로 축하주를 대신하고.

빵과 콜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원형의 외곽 도로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베이징시, 사각형에 가까운 정중앙의 위치에 천안문이 있다.

도시의 크기만 다를 뿐 중국의 모든 도시들은 원형의 외곽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남북으로 도시를 관통하는 길들이 이어진다.

마치 과거의 성곽의 형태로 길들이 이어지고 성문으로 연결되는 길의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위치, 베이징시 남동쪽 끝자락 여기. 이곳에서 천안문까지 50km 정도이니 대략 베이징시의 지름이 100km가 훨씬 넘을 것 같다.

고양시에서 한강을 타고 송파 가락시장까지 가면 대략 40km 정도이니 서울시 면적의 열 배쯤 되는가 보다.

(중국 베이징시 면적은 약 1만 6,410 제곱km로 서울 면적의 약 27배이며, 수도권 면적(약 1만 1,750제곱km)의 1.5배 정도.)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으니 다혼 미니벨로를 타고 있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번역기를 쓸 수 없어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며 베이징에 간다고 하니 'Go together' 하며 같이 가자는 듯 웃는다.

"아저씨 동네니, 아저씨가 앞장을 서야지."

팔자로 페달링을 하며 의욕적으로 힘차게 달려가던 아저씨.

영어를 하는지 물어보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니 베이징 어디라고 말하는데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베이징이 서울 종로구도 아니고."

아마도 근처에 있는 외곽 지역에 사는듯싶다.

아저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재미있게 도로를 달려간다.

얼마를 못 가고 조금씩 속도가 느려지는 아저씨를 끌어주려고 앞으로 나가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

아저씨 앞으로 10분쯤 달려다 삼거리의 신호등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따라오질 않는다.

"너무 달렸나?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시지."

4시쯤 팡산구 시내에 도착, 천안문까지 30km의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6시 정도면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도로변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천안문으로 설정을 하고, 숙소들을 검색하는데 베이징의 숙박비가 제법 비싸다.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다.

"그냥 여기까지만 타고, 내일 점심때 여유 있게 베이징 도심으로 들어가자."

팡산구의 숙소를 검색하고 조식이 포함된 평점이 좋은 곳을 골라 트립닷컴에 주숙등록 여부를 문의한다.

트립닷컴의 친절한 Bebe 상담원이 외국인 투숙 가능을 확인해 주어 바로 예약을 한다.

"Bebe 닉네임을 사용하는 상담원만 친절하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니 외곽 지역의 숙박비도 40,000원이 넘어간다.

결제를 하고 바우처를 확인하는데 조식이 불포함이다.

"엉, 뭐지?"

조식이 포함된 룸과 불포함된 룸이 있는데 무심결에 불포함된 방을 예약한 것이다.

"겨우 1,500원 차이였는데."

바로 트립닷컴에 예약변경을 문의했지만 취소나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한다.

"몹쓸 손가락, 어쩔 수 없지."

성급한 손가락을 째려보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니 앉은 자리의 머리 위에 있다.

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조식을 물어보니 20위안이라고 한다.

조식 시간과 장소를 안내받고, 20위안을 꺼내어 조식권을 사려고 하는데 프런트 직원과 의사소통이 엇갈린다.

온라인으로 숙박비와 함께 지불하라는 안내를 받고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조식권을 현금으로 사던지, 체크아웃 시 추가요금을 내든지 하면 되겠지만 빨리 쉬고 싶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이곳저곳에서 장기판들이 벌어지고 훈수꾼들이 몰려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 덩치가 큰 사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주문하고, 계란국도 추가한다.

볶음밥인 줄 알았는데 볶음면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것이 제법 맛이 좋고 양이 많다.

"셜!"

밥값을 물었는데 못 알아듣겠다. 어리둥절 머뭇거리니 빌지 같은 곳에 12를 적어서 보여준다.

"아, 스얼콰이! 하하하."

발음을 짧고 빠르게 말하니 '셜'로 들린다.

"이 능력자 열매를 먹어봐야 하는데."

프런트에 들러 방에 있는 물과 콜라가 무료인지 묻고 능력자 열매의 이름을 물어본다.

"훠롱궈, 火龙果. 화룡과, 그럴싸하네."

누런 흙물이 배어 나오는 옷들을 샴푸로 주물럭거려 빨고.

콜라와 생수가 공짜니 조식의 아쉬움을 그런대로 달래보고.

"드디어 베이징에 들어왔구나. 열심히 달렸네."

베이징에서 둘러볼 곳과 숙소들을 검색하다 잠이 든다. 가볍고 즐겁게 달렸는데 기분과는 상관없이 피곤이 밀려온다.





경비내역
식비:12위안 / 식료품:6위안 / 숙박:36,548원 / 합계:18위안, 36,548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