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3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안드레와 월터를 만나게 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떠나 바르나울을 향해서 떠난다. 바르나울까지 월터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11,648,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84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노
 
비스트리
 
비스크
 
 
74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스크로 떠나는 날, 오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안드레가 어제 오늘은 맑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틀간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월터는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낸다. 자전거의 무게가 놀랍게도 45kg 밖에 안 된다는 월터의 패니어는 너무나 심플하다.

"왜, 내 건 이렇게 무겁지?"

내 자전거를 들어보던 월터와 안드레는 10kg 정도 차이가 날 것 같다고 하지만 15kg 이상은 무거운 것 같다.

아쉽지만 요가 마스터이자 채식주의자인 안드레와 헤어지고 비스크로 향한다.

"안녕, 안드레!"

길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강해져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입는다. 비를 맞아도 괜찮지만 중국에서의 경험이 지긋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고르노 알타이를 빠져나오는 언덕을 넘고.

P256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한국에서도 누군가와 속도를 맞춰 라이딩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것이었는데, 오늘의 라이딩은 어떨지 궁금하다.

월터는 비스크를 지나 바이나울 그리고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간 후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갈 계획이고, 나는 아직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넘어갈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옴스크까지 60일의 비자 기간을 사용하며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길게 이어갈지 결정을 못 한 것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겨울을 생각하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썬!"

한 시간을 달려 비가 멈추고 햇볕이 들자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우의들을 벗기 위해 자전거를 세우려고 낑낑거리자 월터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리키며 이것이 필요하겠다고 한다.

핸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브라켓인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월터의 여행용 자전거는 내장기어를 장착한 고무벨트 체인의 자전거로 앞쪽에 라이트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다.

내장기어라 고장이 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큰 문제만 없다면 효율적일 것 같다.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의 수가 줄고, 잡소리도 없고, 오일도 필요 없고, 부품이 마모되어 교체할 필요도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구와 짐들이 줄어든다.

하지만 긴 여행이라면 가장 보편적인 부품을 사용한 자전거가 번거롭지만 더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어떻게 내장 기어를 정비할 수 있겠는가.

100km 정도의 비스크까지 빠르게 달려간다. 오르막길에서는 월터를 따라가기가 버겁지만 일반적인 경사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다.

카툰강을 따라 큰 풍경의 변화 없이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부터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지루할 만큼 단조롭다.

1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45km를 달리고 도로변 작은 슈퍼 앞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들고, 월터는 요거트 하나를 산다.

어제 안드레와 슈퍼에서 사놓은 빵으로 점심을 하고.

월터는 식빵에 땅콩잼과 초콜릿 잼을 발라 먹는다.

평상시 식빵을 잘 안 먹던 식습관 때문에 여행 도중 허기를 채우는 방법들이 궁금했는데, 월터를 관찰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며 월터는 비스크에 있는 호스트와 연락을 하고, 나는 비스크에서 보낼 숙소를 검색한다.

"비스크 숙소는 비싸네."

고르노 알타이스크보다 크지만 소도시에 불과한 비스크의 숙박료는 30,000원 정도다.

"월터, 카우치서핑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음, 먼저 정보들을 입력해야 해."

"그래, 그럼 네가 써!"

월터는 필요 정보들을 입력하며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호스트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지 등등 낯부끄럽고 귀찮은 나에 관한 사항들이지만 호스트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어. 고기, 술, 여자.. 알아서 적어주면 안 될까?"

"어. 안 돼! 아니, 내가 할게."

"하하하. 하여튼 이런 것을 발라 먹는다는 말이지."

월터의 먹거리들을 살펴보는 동안 월터가 갑자기 소리를 친다.

"사비, 바르나올의 내 호스트가 너도 함께 와도 된대!"

"정말!"

"응. 방금 메시지가 왔어. 굿 가이야!"

카우치서핑으로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도로변의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꿀과 허브차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월터는 100루블에 작은 꿀 한 병을 산다. 가게 주인은 200루블을 달라고 했는데 100루블을 들고 주저주저하고 있으니 그냥 가져가라며 웃는다.

"이상하지만 좋은 방법인데."

휴게소 뒤편으로 해바라기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다시 길을 달려 비스크는 가까워지고.

넓은 평야에 해바라기나 밀 같은 것이 심어져 있다.

"오, 비스크!"

비스크 초입, 숯불구이를 하고 있는 음식점을 보더니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먹고 싶어?"

"당연히, 하나만 먹자!"

작은 카페의 테이블은 모두 차 있었고, 입구에 세워진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가 눈에 들어온다.

"월터, 맥주 안 마실래?"

"노! 비싸잖아."

냉장고의 캔맥주는 200루블 정도니 슈퍼나 맥주가게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다 다시 월터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딱, 한 캔만?"

"좋아!"

"예!!!"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숯불구이가 나온다.

200루블짜리 맛있는 닭고기다.

작고 좁은 다리의 건너편으로 비스크의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다리 건너 비스크 초입의 멋진 벽돌 건물, 러시아 여행의 머릿속 풍경이 조금씩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 러시아에 온 것 같네."

레닌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 앞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지나.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의 집을 찾아간다. 길게 이어지는 공원을 따라 낯선 러시아의 풍경들이 이어지고.

복잡한 도로를 따라가던 월터는 이상한 숲길로 들어간다.

"이길이 아닌데."

다시 길을 잡고.

비스크 시내의 외곽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아주 오래된 궤도전차 트램이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월터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처음 본다고."

오래된 작은 시내길을 돌아 세미온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자라난 낡은 벽돌 아파트 단지다.

5분 정도 후, 밖에 나가있던 세미온이 아주 작은 아이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준다.

"마이 프렌드, 웰 컴!"

몽골의 낡은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 비슷한 느낌이다.

1층 계단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짐들을 옮긴다. 화장실과 주방, 거실과 방이 하나 있는 세미온의 집이다.

거실 한편에 인도 여자로 보이는 누군가의 사진과 제단 같은 것이 놓여있어 이색적이었으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샤워를 하고 세미온은 러시아에서 먹던 수프를 내어주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슈퍼에 가자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 놓여있는 러시아의 올드카들이 흥미롭다.

러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올드카들은 몽골에서 보던 중고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클래식한 느낌이 아주 좋고 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트램도 자세히 구경해 보고.

내일 라이딩을 하며 먹을 비상식을 구매하고 세미온의 집으로 돌아온다.

세미온은 우리를 위해 저녁으로 바베큐를 준비한다. 숯불을 준비하고.

양념을 하고 냉장고에 숙성을 시킨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는다.

"아, 나 지금 행복해지려고 해."

잘 구워진 돼지고기는 길게 세로로 자른 오이, 잘게 썬 양파와 함께 먹는다.

오이와 양파를 버무린 소스가 독특하고 맛이 좋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악을 좋아하는 세미온은 유튜브의 오래된 팝송을 아주 크게 틀어놓는다.

"뭔가 아주 독특한 친구네."

러시아 군인인 세미온은 한국의 친구가 있어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친구가 비스크에 살아?"

"응. 여자, 남자 친구 모두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아니, 그녀는 한국말을 못 한다."

세미온이 말하는 한국 친구는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러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나 3세 정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세미오온의 친구가 11시쯤 방문을 하여 월터와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다.

군인이라 주둔지를 벗어나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얘기, 돈이나 직업에 대한 얘기 등등이 이어지는 동안 피로가 몰려든다.

웜샤워나 카우치서핑은 현지의 사람들과 깊은 스킨쉽을 할 수 있지만 휴식의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성향이나 취미 등등이 서로 맞아야 할 것 같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통의 언어도 필요하다.

"쉬고 싶은데.."

세미온의 친구가 떠나고, 거실에 놓인 커다란 침대(소파)에서 월터와 함께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2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
피를 맞으며 라이딩을 한 탓에 피곤함이 남아있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하루를 더 머물며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54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37시간

 
월터
 
맥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고르노
 
고르노
 
고르노
 
 
6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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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르토브 팔레츠를 다녀오느라 비를 맞고 피곤하여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한다.

몽골의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서 짧게 통화를 하고.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한다.

"안드레, 자전거를 세차해야겠어."

안드레는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양동이와 수세미를 찾아서 건네준다.

"지금은 힘들어. 2시에 할래."

"헬로우, 만저로크에서 너의 이야기를 들었어."

"하이, 어디서 왔어?"

"네델란드!"

키가 큰 금발의 젊은 남자가 게스트하우스에 투숙을 하며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드레, 자전거 여행하는 네델란드인 월터야."

월터는 17개월 정도 한국을 비롯해 인도, 네팔,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몽골을 거쳐 러시아로 넘어왔다.

비행기나 기차 등을 이용하기도 해서 그동안 18,000km를 자전거로 달렸다며 속도계의 누적데이터를 보여준다.

"사비, 넌 얼마나 달렸어?"

"10,000 정도."

안드레는 나의 라이딩 거리를 묻더니 '겨우?'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왜? 10,000km가 어때서?"

옆에서 월터가 5개월 동안 10,000km는 매우 빠르다고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월터가 짐들을 모두 정리하자 안드레는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월터는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있다며 코펠에 남은 마카로니 파스타를 보여준다.

"난 이걸 마저 먹어야 해. 저녁을 같이 먹자."

"사비, 어떤 식당으로 갈래?"

"고기 식당!"

안드레와 함께 첫날 갔었던 식당으로 가서 닭고기와 함께 생선도 추가해 본다.

채식을 하는 안드레의 식사 속도는 아주 느리고 느긋하다. 천천히 소화를 시키며 식사를 하는 안드레와 달리 육식을 주로 하는 나의 접시는 순식간에 비워진다.

안드레와 공원을 산책하며 숙소로 돌아가고.

해바라기씨를 던져주는 사람을 따라가며, 공원의 비둘기는 바닥에 뿌려진 해바라기씨를 깨끗하게 먹어치운다.

"사비, 이것 봐. 깨끗해!"

슈퍼에서 필요한 음식들을 사고, 숙소에 돌아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른 저녁, 월터는 저녁을 먹자며 안드레를 찾는다.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배가 고플 것이다.

안드레, 월터와 블리니를 파는 식당으로 들어가고, 월터는 팬케잌이 주메뉴인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하다.

안드레가 여러 가지 설명을 해보지만 배고픈 여행자에게 팬케이크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숙소에 가서 음식을 더 먹어야겠다는 월터는 맥주를 조금 마시자며 제안을 한다.

"사비, 맥주를 사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실래?"

"좋아!"

두 사람을 따라 근처에 있던 작은 건물에 들어가니 여러 개의 맥주 밸브가 설치되어 있는 맥주 가게이다.

"이건 또 뭐야?"

러시아의 슈퍼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맥주만 파는 가게는 처음 본다.

여러 가지 맥주 중 하나를 선택해서 안드레가 주문을 해주고 약간의 육포를 사든다.

"한국에서 맥주는 비싸다."

월터의 말대로 1리터의 생맥주가 100루블 정도이니 한국의 500cc의 맥주보다 싼 가격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던 어린 러시아 여자도 합석을 하고, 게스트하우스의 나타샤도 합석을 한다.

월터는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나에게 말을 할 때 쉬운 문장을 구사하고, 코리안 잉글리쉬라며 내가 하는 말도 알아서 잘 이해한다.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는 러시아 여자는 말이 굉장히 빠르고 흘리는 듯한 발음이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월터와 러시아 여자는 영어로, 안드레와 러시아 여자는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는 동안 머리가 아파온다.

월터는 여행에 필요한 어플들을 여러 개 알려준다. 카우치서핑, 왓츠앱, 아이오버랜드.

카우치사핑은 웜샤워와 비슷한 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어플이고, 왓츠앱은 유러피안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그리고 아이오버랜드는 캠핑장소, 숙소, 식수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도앱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오가는 동안 월터는 한국에서 만난 호스트 루나와 통화를 하더니 전화기를 건네준다.

루나와 여행에 대해 짧게 통화를 하고, 맥주가 떨어져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몰 워킹?"

월터가 다가와 스몰 워킹이라며 손가락으로 걷는 제스처를 하는데 잘 모르겠다. 월터가 돌아가고 안드레가 다가와 다시 스몰 워킹이라며 무언가를 묻는 제스처를 한다.

"Take a walk?"

"Yes, do you want?"

안드레와 월터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상한 말들을 한다. '쭈쭈'라는 표현을 하는데 약간이라는 의미 같고, Maybe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산책을 스몰 워킹이라고 하는구나."

안드레와 함께 고르노 알타이의 밤거리를 걸는다. 맥주 가게도 여러 군데 보이고.

"안드레, 난 러시아 여자가 하는 말은 전혀 이해가 안 돼."

"나도 그래!"

안드레는 러시아 여자의 흉내를 내며 말이 너무 빠르다며 웃는다.

안드레와 함께 공원까지 걸어가 되돌아온다. 11시가 되자 공원의 모든 조명은 꺼지고 기념탑의 횃불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안드레, 나는 내일 떠나야 해. 고마웠어!"

"응, 이 메일로 가끔씩 연락할게. 러시아말로 써도 괜찮지?"

"그럼. 번역기가 있잖아."

"맞아!"

"카자흐스탄을 지나서 다시 러시아에 오면 너의 동네에 갈게."

"좋아. 우리 동네에서 쉬었다 가."

안드레의 집은 우파와 카잔의 중간쯤에 위치한 소도시 나베레츠니 첼니이다. 다행히 모스크바로 가는 경로에 있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면 안드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안드레와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부터 바르나올까지 260km 정도는 네덜란드 친구 월터와 함께 길을 갈 것이다.

러시아에서 계속 좋은 인연들을 만나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1일 / 비 ・ 18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초르토브 팔레츠-고르노 알타이스크
안드레와 함께 초르토브 팔레츠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카툰강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동거리
60Km
누적거리
11,543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837시간

P256
P256
28Km / 2시간 07분
32Km / 2시간 50분
숙소
초르토브
숙소
 
 
6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안드레의 차와 함께 요거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를 하루 더 연장한다.

"안드레, 오늘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보내고, 초르토브 팔레츠에 가자."

"좋아."

우체국에 가던 중 어제 들렀던 작은 자전거 가게에 다시 가보았지만 로드용 튜브는 없다.

"일단 펑크 패치를 샀으니까 괜찮아."

우체국에 들렀지만 엽서를 사 와야 한다고 한다.

안드레와 길을 걷고.

작은 쇼핑몰 내에 있는 문방구에서 알타이의 풍경이 담긴 긴 엽서를 산다.

"멋진데, 나도 하나 사야겠다."

엽서를 보던 안드레도 같은 것을 하나 사든다.

"사비, 자전거 샵에서 자전거를 렌트하고 우체국으로 가자."

"자전거 렌트? 초르토브 팔레츠를 자전거로 가자고?"

"응, 자전거를 빌려서 같이 가자."

안드레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초르토브 팔레츠까지 라이딩을 하자고 한다.

사람들에게 자전거 렌트샵을 물어보던 안드레는 두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좋아, 버스를 타보고 싶었어."

미니버스 크기의 오래되고 커튼이 달린 버스를 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국가의 버스를 타면 재미있다.

"안드레, 여기 버스는 얼마야?"

"18루블."

"여기도 차비가 싸네."

시내를 관통하는 길이 하나뿐이라서 아무 버스나 타면 된다.

운전석 옆에 이상한 테이블이 있고 버스 안내양이 앞에 앉아있다.

러시아 버스는 느긋하다. 손님들이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으면 버스가 출발하고, 조금 후에 안내양이 다가가 현금이나 카드 같은 것을 받아 버스표를 주거나 카드 단말기에 터치를 한다.

"오, 찾아가는 서비스."

중국에서 버스를 탔을 때는 우리나라처럼 뭔가 조급하고 서둘러야 하는 기분이었고, 특히 베이징 버스에 탑승해있는 보안요원들은 굉장히 강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버스는 편안할 만큼 느긋하고 바쁘지 않다.

안드레가 버스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내리는 바람에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그리고 다시 길을 지나쳐 되돌아가고.

"안드레, 죽고 싶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자전거를 렌트할 수 있는 가게에 도착한다.

자전거 렌탈과 정비를 하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안드레는 자전거를 빌리며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도로를 따라 25km 정도 이동을 하고,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사비, 길을 알겠어?"

"어, 접수했어!"

정비실 한켠에서 로드용 튜브를 발견한다.

"유레카!"

32C 튜브라서 펑크가 나면 펑크 패치를 붙이기가 조금 나쁘겠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제 안심이 되네."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는 신이 난 듯 상기되어 있다.

"안드레, 난 버스 타고 우체국으로 갈게. 넌 자전거를 타고 와."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인데, 안드레는 버스를 잡고 나를 우체국 앞에서 내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두 정거장 후에, 운전사와 안내양도 친절하게 우체국을 가리키며 길 안내를 해준다.

작은 도시들의 편안함이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무엇을 이런 것과 바꾸어 살고 있는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체국에 도착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하고, 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빨리 오지 않았냐며 즐거워한다.

엽서를 적는 동안, 안드레는 한국, 중국으로 엽서가 가는지 물어보고.

"안드레, 엽서는 당연히 가겠지. 그것이 궁금한 거야? 여직원이 마음에 든 거야?"

한국과 중국으로 두 번째 엽서를 보낸다.

"너도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온라인이나 SNS로 쉽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엽서를 보내는 멋이 조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참 좋다.

필기를 할 일이 없어 삐뚤삐뚤 엉망으로 변해버린 손글씨고, 뭔가 쓸말이 없어 단순한 내용이지만 아련한 감정을 담아 보내는 기분이 든다.

"안드레,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

어제 안드레가 소개해준 식당은 점심시간이라 대기하는 줄이 길게 서있어서 게스트 하우스 방향의 다른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여기는 좀 모던하네."

"사비, 고기?"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식당의 메뉴에는 고기가 없다. 팬케이크 같은 메뉴가 주메뉴인데, 채식을 하는 안드레에게는 팬케이크 안에 들어가 있는 속재료도 많은 고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안드레는 20년 가까이 요가를 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채식을 한다.

"이건 고기가 아냐! 두 개!"

블리니라고 하는 팬케이크인데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인가 보다. 블리니 두 조각과 함께 수프를 주문해서 먹고, 안드레는 풀과 샐러드를 시켜 후추를 듬뿍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천천히 오랫동안 식사를 한다.

점심을 먹고 나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어제도 비를 흠뻑 맞은 탓에 다시 비를 맞는 것이 싫었지만 하루 종일 상기되어 있는 안드레의 얼굴을 보니 초르토브 팔레츠에 안 갈 수가 없다.

"고고싱, 안드레!"

어제 지나왔던 길이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가는 길은 익숙하다.

패니어를 뗀 빈 자전거라 날아갈 듯 편하고 생활 자전거를 빌린 안드레의 속도를 맞춰가며 빗속을 달린다.

"안드레, 좋냐?"

산 위에 커다란 송신탑이 세워진 곳이 초르토브 팔레츠인 모양이다.

"근데, 저 위를 자전거로 갈 수 있나?"

카툰 강을 건너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산의 둘레길을 빙 돌아 간다.

가는 동안 곳곳에 음식점들에서는 바베큐 냄새가 강하게 마음을 뒤흔들고.

초르토브 팔레츠로 오르는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나 도로변의 카페에서는 바베큐를 비롯하여 맛있는 냄새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사비, 생선 먹고 싶어?"

다양한 생선을 훈제하여 팔고있는 노점이 신기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니 안드레가 물어본다.

"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죽이겠다."

침샘이 폭발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가격표를 보며 억누른다.

"kg당 가격인가? 낱개의 가격인가?"

필요한 만큼만 살 수도 있지만 귀찮다 생각하면 귀찮아지는 법이다.

"그냥 가자,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나 물어봐."

노점상의 남자에게 길을 물었지만 '모른다'라고 했는지 남자를 가리키며 안드레는 개구진 웃음을 짓는다.

자갈 길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3~4km 정도 거리에.

차단기가 내려진 초르토브 팔레츠의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관리하는 듯한 젊은 남자와 대화를 하던 안드레는 자전거를 가지고 더는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정상까지 4km래. 그런데 이쪽으로 가면 1.5km라는데. 어느 쪽으로 갈까?"

"숏 웨이!"

자전거를 묶어두고 젊은 남자가 알려준 지름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길에 비해 경사가 지고 미끄러웠지만.

크게 힘든 길은 아니다.

20분 정도 비를 맞으며 완만한 산의 능선에 도착하고 멀리 초르토브 팔레츠가 있는 송신탑이 보인다.

"안드레, 힘들지?"

"괜찮아!"

카툰강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초르토브 팔레츠로 향한다.

빗방울은 조금씩 더 강해지고.

길은 더 미끄러워진다.

그리고 도착한 초르토브 팔레츠.

"안드레, 저기야!"

암석으로 된 산의 정상, 그리고 정상의 옆으로 나선 모양으로 올라간 촛대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와, 겁나게 높다!"

"사비, 사진 찍어줄게."

"아냐, 네가 먼저 가 봐! 넌 결혼도 한 번 해봤잖아."

안드레는 빗물에 젖은 바위의 소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르고.

빗물에 젖어 정신을 못차리는 핸드폰의 액정을 부지런히 닦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안드레, 이렇게 찍어 줘!"

날씨 때문에 단 한 번뿐인 포토타임, 안드레를 믿고 조심스럽게 바위에 오른다.

카툰강이 한눈에 펼쳐져 있는 절경 그리고 쿵쾅거리는 심장.

"안드레, 빨리 찍어. 무서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위의 꼭대기로 올라간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볼 건 봐야지!"

비안개가 밀려들며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시원한 풍경이다.

"안드레, 이리 올라와 같이 찍자!"

바위에서 내려와 넓은 바위의 정상으로 올라간다. 촛대 모양의 바위가 내려다보이고 카툰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아쉽네. 이 구도에서도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비가 강해지고, 자욱하게 비안개가 주변을 감싼다. 그리고 핸드폰의 물기는 젖은 옷으로 훔쳐봐도 소용이 없다.

"가자, 안드레!"

"오, 여기 이제 문 닫았어요.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정상을 향해 내려오는 다른 러시아 가족들을 보며 안드레는 개구진 농담을 하며 깔깔거린다.

순식간에 밀려온 비안개 때문에 더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미끌거리는 길을 따라 내려오며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깔깔거리며 웃고 떠든다.

"안드레, 나 배고파."

"사비, 고기?"

초르토브 팔레츠의 초입 도로변으로 내려와 숯불 바베큐를 굽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정신이 혼미하다.

식당에 들어가 비에 젖은 옷을 쥐어짜고, 진흙이 묻은 옷들을 씻어낸다. 그리고 차와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고.

"사비, 뭘 먹을 거야?"

"당연히 고기지!"

안드레가 러시아말로 무언가 얘기를 하더니 식당의 아저씨가 고기를 준비한다.

"얼만데? 나 카드밖에 없어."

"전부 해서 900루블, 현금만 받는데."

20,000원 정도의 가격에 조금 놀랐지만, 고기의 양을 보고 더 놀랐다.

"뭐야? 한 꼬치뿐이야?"

안드레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잠시 후 곱게 구운 양갈비가 나온다.

그리고 안드레는 볶음밥과 함께 풀들에 후추와 소금을 뿌린 후 천천히 먹는다.

"안드레, 고기 안 먹을래? 그건 소나 염소들이 먹는 거지?"

"안 먹어. 고기는 정신 건강에 해로워."

러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우크롭 (укроп), 은은한 향이 나름 매력적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비가 잠시 멈추고.

안드레와 함께 논스톱으로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돌아온다.

"안드레, 나 현금을 조금 찾아야 해."

안드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이라며 설명을 해준다. 코쉬아가츠에서 처음 사용한 ATM도 이 은행이다.

영어 서비스가 안되는 구형 기기였지만 안드레가 있어서 무난하게 현금을 찾고, 안드에에게 1,000루블을 건네주니 사양을 한다.

"내가 비싼 고기를 먹었으니까 내가 살게."

"아냐. 너는 여행을 길게 해야하잖아. 그럼 하프로 하자."

안드레는 500루블을 되돌려주며 방긋 웃는다.

안드레는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자전거 가게로 가고, 나는 숙소로 돌아온다.

비에 젖은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던 게스트하우스의 나타샤는 빨리 샤워를 하라며 몸에 달라붙은 상의를 벗는 것을 도와준다.

샤워를 마치자 안드레도 곧 도착한다.

"빨리 왔지?"

안드레가 만든 차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동안 다른 러시아 게스트들이 들어와 하나둘 침대를 차지한다.

"사비, 오늘 찍은 사진들을 내 친구의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안드레는 오늘 함께한 사진 전부를 친구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사진들을 메일로 전송을 하고, 안드레와 함께 세탁기를 돌린 후.

보일러실에 빨래를 건조시키고.

잠이 든다.

"안드레,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쓰바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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