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0일 / 맑음 ・ 14도
장가계-원가계-츠리현
많은 절경들을 품고있는 장가계, 원가계를 마저 구경할까 고민하다 그냥 베이징으로 가기로 한다. "킵 해둘께."


이동거리
116Km
누적거리
5,511Km
이동시간
8시간 09분
누적시간
389시간

 
S306도로
 
S306도로
 
 
 
 
 
 
 
40Km / 2시간 40분
 
66Km / 5시간 29분
 
장가계
 
원가계
 
츠리현
 
 
2,7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하루를 더 머물며 장가계를 둘러 볼까 아니면그냥 베이징으로 향할까."




경비내역
식비:37위안 / 식료품:3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20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5,395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381시간

 
천문산
 
천문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가계
 
장가계
 
장가계
 
 
2,6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지아제에서 보내는 하루의 휴식,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무심히도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을 찍고 있으니 흰죽이 바로 나오고.

연이어 찐만두가 나온다.

"빨라서 좋네."

만두 하나를 집어먹으니 역시 맛이 좋다.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중국 찐만두를 조금씩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간다.

만두를 찍어 먹으라며 색깔 고운 소스는 보기와 달리 매콤한 맛이 난다. 꽤 매력적인 소스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길 건너 관광센터로 들어간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우선 관광센터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우편서비스를 하고 있다.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관광지가 많으니 늘 요금표가 복잡하다. 대충은 알겠는데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일단 현금부터 찾자!"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타입 A!"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번역기를 들이밀며 어렵사리 입장권을 사겠지 싶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관광센터의 좌측으로 케이블카의 입구가 있다.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검문대를 지나가는데 경고음이 울려 멈칫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미로처럼 이어진 라인 안내선을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도 관광객들이 없어 별일이다 싶어진다.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카의 탑승구로 가니 관광객들이 조금 보인다. 중국에서 이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얄팍하게 구색만 갖춘 안내 팜플렛도 꺼내들고.

8명이 정원인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운 좋게도 사이드 자리에 앉는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한국에서 타본 적도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서, 그것도 엄청 길고 높게 올라가는 것을 두 번이나 타본다.

모두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빠르게 케이블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너무나 아쉽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조금씩 안개구름 사이로 천문산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드러내고.

케이블카의 흔들림에 어지럽고 긴장되지만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케이블카는 중간 지점을 지나친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천문산의 관경에 사람들의 들뜬 동요가 일어나고.

어지럽게 계속 올라가는 케이블카.

하늘 높이 치솟은 기묘한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봉우리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타난다.

핸드폰을 하며 애써 무서움을 참더니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마음을 들켜버린 아주머니다.

하늘을 뚫고 올라온 듯 20분이 조금 넘어 케이블카는 천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사람들로 붐비는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난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쫄고 있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이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후 서쪽 라인으로 트레킹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시선은 아래의 풍경 속에 빠져있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져 걷게 된다.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줄을 따라 유리 바닥의 입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있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번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5위안짜리 유리바닥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대기줄에 서서.

"엄청난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엄청난..."

입장을 하니 빨간 덧신이 있고.

야무지게 착용하고.

사람들을 따라 유리바닥을 걷기 위해 걸어간다.

"아놔, 비가 와서 다행이네."

유리면을 밟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길을 막고 서있는 여자들을 피해 가며 '워워'하며 놀려준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빨간 덧신은 반납하고.

축지법을 알려준 유리바닥을 벗어난다.

붉은 리본이 온 산을 뒤덮은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야 할 절벽길과 지나왔던 절벽길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방방 뛰어대는 어린 남자의 뒤통수를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참으며 구름다리를 건너고.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곳을 지난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하루를 더 머물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의 천자산을 구경할지를 고민한다.

"원가계, 아바타, 숙소, 비, 날씨, 베이징, 체류기간, 몽골국경.."

베이징을 지나 몽골 국경이 있는 얼롄하오터까지 3,000km 정도의 거리가 부담스럽다.

"남은 체류기간 50일에서 여유 기간 5일을 빼고, 베이징에서 보낼 7일 정도를 빼면 38일. 38일에 3,00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쓸데없이 중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베이징으로 향하는 경로를 시안으로 할지 아니면 징저우로 할지 고민을 하다 좀 더 여유로운 징저우를 선택하고, 내일 원가계가 있는 천자산 주변을 지나는 경로를 선택한다.

"원가계는 다음 기회로 킵! 이번엔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





경비내역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8일 / 비 ・ 8도
푸롱진-장자제시
계림을 출발하여 장가계로 가는 700km의 마지막 여정, 드디어 오늘 장가계에 도착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5,357Km
이동시간
6시간 18분
누적시간
375시간

 
S306도로
 
S306도로
 
 
 
 
 
 
 
50Km / 4시간 00분
 
33Km / 2시간 18분
 
푸롱전
 
칭핑전
 
장자제
 
 
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하늘이 뿌옇다. 출발 전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숙소의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눈다.

"시아 위. 시에 시에. 짜이지엔."

8시 30분, 출발을 앞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의 식당을 찾아갔지만 아침 영업은 하지 않는다.

음식 재료를 다듬던 주인은 옆집에서 면을 먹으라 손짓을 한다.

"중국에서 아침밥 먹기 참 힘들다."

터미널 옆이라 아침부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6위안과 8위안 면 메뉴 중에서 8위안 메뉴를 달라 하니 흰색 면과 약간 누르스름한 면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한다.

"쌀면과 밀면인가? 모르겠다 흰색은 많이 먹어 봤으니 이번엔 노란 거!"

잠시 후 음식이 나왔는지 식당 여주인이 나를 부른다.

"셀프야?"

주문한 면이 나와있고 그 옆에 놓인 양념들과 다진 양념들을 선택해서 넣으라 가리킨다.

파, 매운소스, 고추, 토마토 소스, 작은 깍두기 김치를 추가로 넣는다.

만두 대신 함께 먹을 빵을 3위안에 주문한다. OYO 주점에서 조식으로 먹었던 빵인데 쫄깃한 게 기름맛이 돌면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봉지에 담아주길래 먹고 간다니 쟁반에 먹기 좋게 잘려 나온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통에 깍두기 김치 같은 것이 있어 먹었더니 양파다.

"깍두기인 줄."

"역시 나는 면보다는 밥인가 보다."

어쨌든 따듯한 국물과 함께 아침을 먹었으니 됐고, 남은 빵은 비닐봉지에 담아 패니어에 넣어 두고, 땡땡이 우의와 레인 팬츠를 입고 장가계를 향해서 출발한다.

출발과 동시에 시작되는 오르막, 채 3분도 안되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산 위의 마을인데 뭐가 더 있다고 계속 올라간다니."

30분을 오르고 작은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사며 레인 팬츠를 벗어 버린다. 이미 레인 팬츠의 안쪽은 땀이 차 물기가 가득하고.

여전히 어둡고 흐리지만 오늘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세차를 이렇게 쓰는구나. 洗车(씨처)"

1시간 20분을 달렸지만 겨우 10km를 이동했고, 땡땡이 우의도 마저 벗어 버리고 서둘러 출발한다.

이 지역은 키위를 많이 재배하는 동네인가 보다.

두 시간을 힘겹게 오른 해발 613m에서 겨우 만난 내리막길.

"3km가 어디야! 감사 감사."

뾰족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아있는 길을 따라 신나게 내려오고.

아주 작은 도로변 마을에 도착한다. 동네의 시장에서 따듯한 물을 데우며 이발을 하는 사람들.

병아리를 파는 말이 빠르고 소리가 큰 아주머니.

이제는 시골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지 조금 황량하게 보이는 동네 시장이다.

지장 주변을 배회하며 먹을 것을 찾은 개, 중국 산속의 개들은 이렇게 생겨먹어서 정말 무섭다.

결국 개님은 정육을 파는 아저씨에게 쫓겨나고 만다.

대나무 바구니를 파는 할아버지들과 튀김을 파는 아주머니.

사람이 없으니 장사에는 관심이 없고 카드놀이를 하는 여자 상인들과 대바구니를 메고 장을 보는 사람들은 한가해 보인다.

옥수수 전분 같은 것을 파는 차량에 여자들이 모여든다.

바구니 용도가 정말 다양하다. 온갖 물건들과 아이들을 넣고 때로는 의자처럼 앉기도 한다.

작은 마을의 시장 모습을 구경하며 잠시 쉬었지만 길은 쉽사리 내려가지를 않는다.

12시, 터널을 지나 내려갈 것 같던 길은 다시 올라간다.

"그래, 오르막 마일리지 적립한다 생각할게."

아침으로 먹다 남은 빵을 핸들 패니어에 옮겨 넣고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며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 묘하게 맛있다.

40여 분을 더 오르고 4.5km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바람을 가르며 멋진 풍경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장가계가 해발 300m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어제부터 쌓은 마일리지가 상당하다.

"쭉쭉 내려가자!"

정확하게 4.5km를 내려오고 바로 이어 3km를 다시 정립하라는 안내판과 함께 페달링은 다시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려왔네. 그럼 됐다!"

산들의 모양새가 더 높아지고 기이해져 간다.

다시 정확하게 3km를 오르고 터널을 마주한다.

터널을 지나면 내려가겠지 생각하며 터널을 들어서려는니 내부 조명도 없고 끝도 보이질 않는다.

"아우, 그냥!"

뒤쪽 멀리서 화물트럭의 힘겨운 엔진 소리가 들려와 재빨리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페달을 밟는다.

점점 어두워지던 터널은 살짝 좌회전을 하듯 휘어지고 길은 희미한 형태의 실루엣으로 페이드아웃 그리고 페이드인하며 사라졌다 나타난다.

다행히 터널은 길지 않았고 오가는 차량도 없다.

"나이스 타이밍!"

터널을 지나 큰 숨을 한번 내쉬고, 바로 보이는 내리막 안내판에 껴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 살짝 쫄았다! 너 알지?"

두 번째 마일리지 찬스. 빗방울이 조금씩 툭툭 떨어지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내려오는 길, 간만에 부처의 석상을 본다. 중국은 불교보다 도교의 풍습과 문화가 실생활에 자리 잡고 있어 불상을 보기가 힘들다.

지금껏 지나왔던 산들을 아주 아담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천문산(天门山)의 모습이 안개 사이로 비밀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리막의 길들이 나빠지더니 골재공장이 나오고 화물트럭과 버스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크락션을 울려댄다.

또 한 번 도착지를 근거리에 두고 지옥을 맛봐야 하는지 내심 걱정이 생겨난다.

미친 듯 울려대는 크락션과 뿌옇게 휘날리는 흙먼지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져 있는 도로는 한참 동안 이어진다.

저렇게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자연이 하필이면 중국에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중국에는 너무 과분한 자연이다."

중국은 분명 발전했고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저 의미 없는 변화에 불과할 뿐, 지금의 중국 전체가 공사판으로 흙먼지를 날리듯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집과 건물을 짓기 위해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가정을 보면 한 가정에 보통 2~4명의 아이들이 있고, 앞으로 그 세대들에게는 더 많은 집과 자원이 필요로 할 것이다.

"애들이 크면 지금 이 난리를 치며 짓는 집들은 모두 낡은 것이 되고 또다시 새집을 짓느라 난리들을 피우겠지."

중국에 필요한 것은 좋은 인프라보다 변화된 의식인 듯싶다. 전통을 이을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맞게 의식을 바꿀 것인지 말이다.


시내를 1km 앞두고도 길은 엉망이다. 늘 그렇듯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갑자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너희들은 그냥 돌로 깎으면 더 정교할 것 같아."

마치 여기서부터 시가지의 시작이라는 듯 변하는 사거리 도로가 나온다.

우회전 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는 차량을 거대한 화물 차량이 스멀스멀 다가가더니 밀어 젖힌다.

운전석이 막혀 조수석 문으로 내리는 젊은 남자와 머리를 긁적이는 중년의 남자는 큰 고성도 없이 얘기를 나눈다.

정말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만큼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내일 천문산을 트레킹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에 숙소를 잡을 생각이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따라 이동한다.

천문산의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길며, 장가계 시내에서 다이렉트로 올라간다.

"찾았다. 요놈!"

3시, 예상했던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다. 

"여행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주변에 있는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위치를 찾았지만 30여 분이 넘도록 골목을 방황하고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덕지도에 있는 근처 빈관에 들어간다.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프런트가 있는 공간에 세워둔다.

숙소의 남자에게 주변에 맛있는 집을 소개해 달라 요청하니 어떤 메뉴를 원하는지 묻는다.

돼지고기와 고추가 들어간 사진을 보여주니 숙소 건너편 음식점을 안내하며 함께 들어가 메뉴를 주문해 준다.

네 그릇쯤 비우고 나니 음식이 떨어진다. 작은 밥통에 아직 한 그릇쯤 더 나올 것 같은데 내일은 라이딩이 없어 꾹 참는다.

밥을 다 먹으니 식당 주인이 자몽을 건네준다. 과즙은 풍부한데 굵은 씨가 많고 조금 질겨 먹기가 불편하다.

아저씨가 유쾌하고 상냥하다. 음식값을 물으니 32위안인데 30위안만 달라고 한다.

관광지라 조금 비싼가 싶지만 친절한 아저씨가 마음에 든다.

슈퍼에 들러 콜라와 작은 빵들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저녁에 혹시 배고플까 봐."

오전의 2시간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라이딩이었다. 천문산의 둘레를 돌아오며 중국에 대해 크게 실망했지만 내일을 기대해 본다.

"장가계, 믿어볼게!"



경비내역
식비:41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박:80위안 /합계:142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일 / 구름 ・ 14도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현-구장현-푸롱전
산길들을 넘어 장가계로 간다. 150km 거리, 70km를 오늘 이동하면 내일 드디어 장가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5,274Km
이동시간
7시간 30분
누적시간
368시간

 
S229도로
 
S229도로
 
 
 
 
 
 
 
45Km / 4시간 20분
 
34Km / 3시간 10분
 
샹시
 
구장현
 
푸롱전
 
 
2,489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똑똑똑 창문 밖으로 들리는 낙수 소리에 비가 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짐들을 정리하며 빗속 라이딩의 피곤함이 먼저 밀려든다.

"또 하루를 빗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겠네."

오늘 가야 할 푸롱전은 69km에 있다. 150km가 남은 장가계, 푸롱전에서 장계가까지는 변변한 숙소가 보이질 않아, 이틀을 두고 장가계로 갈 것이다.

"일단 푸롱전에 가서 푹 쉴 것인지, 더 갈 것인지 결정하자."

자전거를 가지러 옥상으로 나가보니 비도 오지 않고 바닥에 물기도 없다.

"굿!"

난방기 실외기의 낙수 소리거나 다른 것의 낙수 소리였나 보다.

친절한 여자 주인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와 우선 주변에 식당부터 찾는다.

터미널 부근이라 아침에 문을 열고 분주한 식당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식당에 들어가 면을 주문한다.

만두 같은 것이 없나 식당을 둘러봐도 삶은 계란과 빵처럼 보이는 것만 추가 메뉴로 있다.

바로 나온 음식은 면발이 그저 그랬지만 시원한 국물은 괜찮다.

간단히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와서 비상식을 사기 위해 근처 슈퍼를 찾는다.

바로 옆으로 식당들이 이어지고 뷔페처럼 밥에 밑반찬들을 골라 담는 곳들이 많다.

"꼭 먹고 나면 이렇다니까."

잠시 밥으로 한 그릇 더 먹고 출발할까 생각하다 오늘 라이딩할 거리가 짧으니 참기로 한다.

슈퍼에 들러 3.5위안 하는 빵 두 개와 콜라를 10위안에 사들고 계산을 하려고 10위안을 주니 두꺼비상을 갖은 남자가 나를 쳐다본다.

"뭐? 10위안 맞잖아!"

슈퍼의 포스기를 보니 10.5위안이 찍혀있다. 남자를 한번 째려보고 빵과 콜라를 들고 가니 남자는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중얼거리며 다시 넣는다.

아마도 비닐봉지 값을 0.5위안 받나 보다. 중국은 대부분 주황색 얇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주는데, 남자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는 제법 비닐봉지스럽다.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은 늦가을의 아침처럼 조금 쌀쌀하게 느껴진다. 시내를 벗어나자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얼마나 올라가려고 이러나?"

한 고개를 넘는 동안 쌀쌀하게 느껴졌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숨을 헉헉거리며 온몸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오늘 예보된 강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짧은 내리막, 밭에 여자들이 나와 곡갱이질을 한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다가간다.

집을 새로 짓다 보니 집 근처나 집 밖에 있던 것이 마당 한구석 뭔가 어색한 위치에 놓여있고.

마당에 그네와 탁구대가 바닥에 고정되어 놓여있다.

여자들은 묘목 같은 것을 밭에 옮겨심고 있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을 하는데도 별 관심도 없고.

부업으로 가정수를 파는가 보다.

마당 한편에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이 있어 소변을 보려다 상태를 보고 참기로 한다.

"논두렁이 차라리 낫겠어."

마을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은 장가계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열심히 달리면 한달음인데, 무리겠지?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나 쓰자."

가끔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으려면 무표정하게 인상들을 짓는다.

"서로 모습이 신기할 텐데. 웃으면서 서로 구경하면 좋잖아요!"

길가에 잘 정비된 하천 사이로 목조 건물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보인다.

마을의 풍경이 예쁘다 생각하며 마을 가까이 도착하자 버스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연이어 가이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마을 쪽으로 걸어간다.

"뭐지? 전통 마을인가?"

멋진 마을의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쁘고 마이크를 단 가이드가 높은 하이톤으로 무언가를 설명한다.

마을 입구에 여러 명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있고, 강 건너편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해서 자전거를 끌고 입구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니 나를 주시하던 남자가 다가와 자전거를 다른 곳에 세우라며 주변의 여러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응, 알았어."

마을의 안내석 뒤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구경을 하기로 한다.

"오늘 시간도 많은데, 구경이나 하고 가자."

"저기가 매표소인가?"

마을 입구에 매표소처럼 보이는 곳에 가봤지만 사람도 없고 표를 파는 어떤 흔적도 없다.


다른 중국 관광객들도 가이드를 따라 그냥 들어간다.

"무료입장인가?"

사진을 찍으며 중국 관관객들을 따라 들어가는데, 뒤에서 제복 입은 남자가 큰소리로 나를 부르며 '매표'를 외친다.

조금 전 자전거를 다른 곳에 두라고 말한 남자다.

"날 계속 지켜본 거야? 매표 나리?"

남자는 길 건너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을 가리킨다.

길 건너편 주차장 안쪽에 매표소가 있다.

이 동네에는 이상하게 한글 안내가 잘되어 있다. 알고 보니 단체 관람객들은 번호표를 받아 목에 걸고 입장을 하는 것이었다.

입장료는 30위안, 다른 곳의 터무니없는 입장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입장권을 들고 마을 입구로 돌아가 나에게 관심을 준 남자를 향해 방긋 웃으며 표를 흔들어 보인다.

"됐지!"

청푸르게 맑은 강을 건너 북과 대포가 늘어선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초입에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여자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 전 노래를 부르며 관광객을 맞이했는데 혼자 들어가니 아무것도 안 해준다.

"나한테도 불러줘! 보고 싶다고."

다른 관광객 무리가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오질 않고.

어린 여자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쉬길래 같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다.

생뚱맞게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여자가 와서 말을 건다.

"우리들 쉬면서 놀고 있는데, 다른 곳을 다녀라."

"나 한국에서 왔어. 한국! 같이 사진 찍어주라!"


마을 곳곳에 대나무 모자와 바구니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놨다. 멋진 아이디어다.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들이다. 집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볼 수도 없고 해서 망설이는데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들어간다.

박물관 공간으로 묘족의 전통의상이나 생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길가에 청소부가 입고 있었던 우의.

묘족의 전통의상, 원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다.

옷감을 짜는 물레 같은 것도 있고.

전시 공간을 나오니 붉은 의상을 입은 남자가 의식 같은 것을 하고.

곧이어 양쪽에 선 남자와 여자에게 대나무를 잡고 있으라 하더니.

종을 흔들면서 왼손을 대나무 밑으로 계속 돌린다.

"붙어라! 붙어라!"

그리고 대나무 가운데 부분이 모아지며 붙는다.

"것 봐. 붙었지!"

어떤 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풀이 마술은 아닌 것 같고, 남녀 간의 애정운 같은 것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혼 전에 점을 치는 것일까?"

마을 골목 곳곳에 기념품이나 음식 재료들을 파는 곳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파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협동조합 형태는 아닌 것 같고 개별적은 판매인듯싶다.

담에는 묘족의 생활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고.

어쩌다 보니 중국 관광객들과 한무리가 되어 가이드를 따라다니게 됐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있을 건 다 있다. 음식을 파는 곳에서 나뭇잎으로 싼 2위안의 떡을 하나만 달라고 하니 여자가 웃는다.

"우리나라 떡하고 맛이 똑같은데, 낙원떡집 거야?"

은제품을 세공하는 공방.

세련되고 정교하지는 않은데 열심히 한다. 선조들의 기술력을 못 따라가나 싶다.

"딱 보면 알아! 좀 어설픈 거 너희들도 알지? 티 많이 나!"

다음으로 가이드는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데려간다. 차를 내리는 모습을 찍으려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작은 의자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차를 팔려나 싶다.

그냥 혼자 나와 골목 곳곳을 구경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동네 여자들을 찍으려 했는데 실패.

마을을 내려오니 길게 음식점과 상가들이 모여있다.

목조 주택들이 참 예쁘다.

이상하게 생긴 녀석,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것인데 잘 모르겠다.

환영행사를 보기 위해 마을의 초입으로 돌아간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니 조금 전 함께 사진을 찍었던 어린 여자들이 '한궈렌'하며 손을 흔들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화기애애 분위기가 좋다.

관광객들이 다가오자 웃음기 가득하던 얼굴들이 사라지고.

관광객들에게 환영의 노래를 불러준다. 부드럽고 맑은 소리다.

짧은 행사가 끝나면 다시 밝게 웃으며 떠들고 논다.

하루 종일 이것을 반복하고 있으면 피곤해서 가식적인 웃음을 팔법도 한데 웃고 떠드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관광객 온다. 그만 웃고 조용!"

미니버스를 타고 한무리씩의 관광객들이 연이어 찾아드는 묘족마을이다.

12시 30분, 묘족마을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남은 거리는 여전히 45km.

2시쯤 푸롱전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료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4시 정도에나 도착할 것 같다.

묘족마을을 출발하며 계속되는 내리막을 기대했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끝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잘 쓰지 않던 앞기어의 1단을 걸고 힘겹게 페달링을 이어간다.

"다 좋은데, 올라간 만큼 꼭 그 만큼만 내려가라."

찌그덕 거리는 체인에 윤활을 하며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오전에도 충분히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올라야 내려갈 거니?"

엉덩이 골반이 틀어진 듯 아파온다.

오르고 오르더니 그제서야 터널이 나오고, 터널의 길이조차 안내가 없다.

첫 번째 터널을 지나 바로 이어진 두 번째 터널, 역시나 길이 안내가 없고 터널의 끝도 안 보인다.

꽤나 길게 뚫린 터널 두 개를 조심스레 통과한다. 이상하게도 중국 운전자들은 터널 안에서는 매너가 좋다. 크락션을 잘 울리지도 않고 속도를 줄여 지나쳐 준다.

터널을 지나자 드디어 내리막길이 보인다.

"아, 겨우 끝났구나."

도로 옆 정자에 쉬며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1시 40분, 한 시간 동안 업힐을 하느라 겨우 8km 정도 이동했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산들샘 GPS를 보니 539미터.

"최소 10분 안에 10km 이상 내리막이어야 한다. 단 1미터도 빼먹지 마라!"

시원하게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내려간다.

중국의 도로는 갑자기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역주행해오는 차량들이 있어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황산, 계림에서 그랬듯이 장가계에 가까워질수록 산들의 모양이 높고 기묘해진다.

빠르게 10km가 사라지고 계속해서 내리막이 이어져 구장현에 도착한다.

길 건너 차 문화 거리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당신은 뉘신지요?"

중국에서 이런 모양새은 100% 마작이나 카드게임이다.

중국 사람들은 마작을 많이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얘기들을 업는 도구도 참 다양하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구장현의 기묘한 터널들을 골재를 실은 화물차량, 흙먼지 가득한 버스, 오토바이 그리고 터널을 걸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다.

내리막길에 만난 풍탄저수지.

"이게 저수지야? 호수지!"

중국에서 이 정도 사이즈는 쑤이쿠(水库), 저수지라고 하나 보다.

"타이호에 비하면 좁쌀만 한 크기니, 할 말은 없다."

계속 이어지던 내리막은 산들의 풍세가 높아지더니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산들이 멋지다 생각하던 즈음 앞서가던 차량이 유턴을 해서 돌아온다. 설마 하며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서니 교통 공안이 나와 팔을 가로젓는다.

"취부러!"

"헐, 못 가? 못 간다고?"

교통 공안은 앞으로 보이는 도로를 가리키며 통행금지라 알려주고 임시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황당 난감 모드, 고덕지도를 들고 공안을 부른다.

"워 취 저리."

푸롱전을 가리키자 공안은 내가 온 방향을 가리키며 길게 설명을 하고, 번역기를 주었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오번역이다.

다행히 공안의 말 중에 1km를 말하는 '이공리'와 좌회전을 말하는 '샹주어츠완'이 들린다.

고덕양이 매일 수차례씩 떠들어 대는 단어들이다.

"이공리, 샹주어츠완?"

공안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고덕지도를 확대하니 풍탄저수지를 따라 뱀처럼 휘어지는 작은 산길이 보인다.

공안에게 길을 보여주며 맞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길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 길의 모양새가 절망적이다.

할 수 없이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을 뒤돌아 내려와 문제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던 길에 차로 중앙에 놓인 안내판을 보았지만 다른 차량들도 지나가고 한자도 모르니 그냥 지나쳐 간 것이다. 자세히 보니 교통 중단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고덕지도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며 유턴을 계속 외치고.

고덕양의 안내를 무시하고 동네길로 들어간다. 다시 경로를 잡은 고덕지도에는 푸롱전까지 14.7km가 찍혀있다.

조금 전까지 9km가 남았었는데 6km 가까이 돌아가는 것이다.

"흐규!"

"이 길을 내려가면 다시 죽도록 올라가야 할 텐데."

길은 흙투성이 길로 변하고 화물차들과 차량들이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간다.

"하루라도 무난히 가면 재미가 없을까 봐 이러는 걸까?"

흙길과 다름없는 좁을 산길을 돌고 돌아 오르고 오른다.

급기야 시커먼 골재들로 도로를 덮어버린 채석장을 지나고.

크락션을 울려대며 수풀 사이로 빠르게 내려오는 차들을 피해 또 오르고.

오르다 보니 정상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며 땀을 식혀주니 속도 없이 쓸데없는 성취감이 찾아든다.

"또 이렇게 올라오니 좋기는 하네."

썩 좋지만은 않은 도로지만 올라온 만큼 털털거리며 내려가니 기분은 난다.

그런데 가끔씩 보이는 산채에서 개들이 짝을 지어 달려든다. 다행히 내리막이라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속도를 내어 달아날 수 있지만 짜증나는 개도, 길도 위험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집까지 개들을 피해 달리다 보니 기운이 다 빠진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진 도로 가운데 네 번째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개를 피해 달아날 수도 없는 난감함이 밀려온다.

잠시 자리에 서서 뒤에서 들려오던 배기음의 차량이 오기를 기다린다. 차량과 함께 지나가면 달려들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후 RV 차량이 내려와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간다. 그런데 걱정했던 개는 없고 오래된 채석장에서 작업을 하느라 길을 완전히 막고있다.

"개 소리는 환청이었나?"

그 사이 두어 대의 차가 더 내려와 줄을 서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멈추고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 줄 법도 한데 그런 건 일체 없다.

"정말 양보나 배려라는 것은 쥐똥만큼도 없어."

한참을 기다려 내려온 끝에 국도에 다시 접어든다. 그곳에도 통행금지의 같은 안내판이 조그맣게 놓여있다.

풍탄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넓은 저수지와 산들의 풍경이 수려하다.

산 위로 기이한 철근 기둥이 박혀있는 공사장이 보인다. 아마도 높은 교각의 다리를 만드는 것인가 싶다.

멀리 넘어가야 할 푸롱전대교가 보이고.

푸롱전대교를 건너며 풍탄저수지 주변을 내려다본다.

홍석림(红石林)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푸롱전경구(芙蓉镇景区)의 모습이 하루의 피곤함을 잊게 해준다.

흐린 날씨가 조금은 아쉽다.

푸롱전대교를 넘어 푸롱전까지 남은 거리 3km.

푸롱대교에서 푸롱전의 중심까지 3km의 거리 중 2km가 오르막길이다.

"정말 끝까지 오르는구나."

주변 관광지들이 유명한지 도로의 양옆으로 주점들이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

도시의 위쪽에 있는 버스터미널, 이곳에서 장가계나 구장현으로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 것 같다.

터미널 건너편 도로 이면의 빈관에 숙소를 잡고 나니 피곤함에 다리가 풀린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숙소 아주머니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힘들고 배고프다 하니 애잔하게 쳐다본다.

"워 헌어. 츠판 나리?"

식당을 물어보니 어떤 음식이 필요하냐며, 매운 음식을 먹을 것인지 단백한 음식을 먹을 것인지 묻는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하며 매운 음식을 원한다 제스처를 하고, 번역기에 짧은 한자를 써서 아주머니에게 보여준다.

"肉!"

크게 웃더니 버스터미널 옆에 식당이 있고 15위안에서 20위안 정도 한다며 알려준다. 식당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니.

"내가 식당에 데려다줄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보던 드라마를 끄고 일어나 가자고 한다.

식당에 들어가 숙소 아주머니가 알아서 주문을 해주고, 밖으로 나오라 하더니 두 가지 배추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고 들밭에 노랗게 꽃이 피는 향이 진한 배추를 선택하니 알았다며 15위안이라고 알려주고 아주머니는 돌아간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추데침.

고기양이 적었지만 배추데침이 있어 너무 좋다. 향이 진하고 짭조름 한 것이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다.

이제 식당에 가면 알아서 밥솥에 밥을 퍼먹는다. 세 그릇을 고봉으로 비우고 불룩해진 배를 튕기며 나온다.

숙소 아주머니께 잘 먹었다 인사를 하니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궈"

짧은 거리의 일정에 마음을 놓다 길고 힘든 라이딩이 돼버린 하루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여행이지 싶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시간과 순간들을 마주하자."





경비내역
식비:23위안 / 식료품:15위안 / 관람료:30위안 / 숙박:70위안 / 합계:13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일 / 구름・ 12도
마양 먀오족 자치현-펑황현-지서우시-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
장가계가 멀지 않다. 3일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자.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5,195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361시간

 
G209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마양
 
지서우시
 
샹시
 
 
2,4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깨끗하게 정리된 패니어들을 들고 좁은 계단을 낑낑거리며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출발한다.

어제의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생각하다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적당한 곳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어제의 배고픈 불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시장 골목을 지나 몇몇 식당들이 있었지만 딱히 자전거를 세울 곳조차 없이 비좁은 곳이라 그냥 지나친다.

어제 이후 나의 첫 번째 관심사는 오로지 밥이다.

하지만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순식간에 마야현을 빠져나오고 만다.

"오늘도 느낌이 싸하다."

시내를 벗어나자 고덕지도는 작은 마을길을 이리저리 돌게 만들더니 오래된 골목으로 안내한다.

시골 마을에서는 닭과 오리를 가게 앞에 내놓고 판다. 냉동냉장 시설이 없으니 살아있는 것을 팔거나 말려서 파는가 싶다.

작은 골목을 빠져나와 국도와 다시 합류하고 지도를 보니 마을길을 빙빙 돌지 않고 그냥 국도를 타고 이동해도 되는 경로였다.

몇 백미터 안되는 거리를 최단 거리라며 마을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고덕! 너."

국도를 만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산으로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무방비 상태로 한방 얻어맞은 기분과 함께 아침 식사가 날아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오르다 보니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아이를 넣어 업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이건 또 뭐라니?"

시골에서 아이를 업고 다니는 여자들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검은 피부에 치장을 안 해서인지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갓난 아이들을 업고 다니니 도무지 나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여자의 남편인지 동네 사람인지 혼자 산길을 걸어가던 여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데려간다.

흔들거리는 오토바이에 아이를 넣은 바구니를 올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는 것을 보면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나름 노하우가 있겠지 싶기도 하고 그렇다.

미국에서 저랬다가는 잡혀갈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저랬다가는 귀에서 피가 나오도록 온갖 욕을 먹겠지 싶다.

계단을 오르듯 한 고개씩 오르막이 계속되고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슈퍼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대나무 모자를 손질하던 할아버지가 빵을 찾아 두리번거리니 빵 하나를 가리키며 그것을 먹으라 한다.

빵과 콜라를 5위안에 사들고 작은 의자에 앉아 점심에는 결코 밥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오늘도 바지와 신발은 흙으로 엉망이 되고.

"계속 비가 오면 대나무 모자를 사서 써볼까."

계속되던 오르막에 잠시 내리막이 짧게 이어지고.

중국의 산길에는 채석장이나 골재공장이 주변에 한두 개씩은 꼭 있는 것 같다.

골재를 실은 화물 차량이 많다 보니 길은 늘 흙먼지가 쌓여있고, 그동안 비가 와서 몰랐지만 구름만 있는 흐린 날에는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비가 오는 날이 차라리 낫다."

내려가고 다시 오르던 길을 따라 펑황현에 도착한다. 주변에 산성이 있는지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흙이 파인 산들뿐이고, 주차되어 있는 차량도 전혀 없다.

"길만 보며 다니기도 힘들다. 산성을 보여줘!"

아무것도 없는 도로변을 따라가다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주유소로 잠시 쉴 겸 자전거를 멈춘다.

"뭐 좋은 게 주변에 있나 보네!"

관광버스를 세차하는 동안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자세히 보니 장가계로 관광을 가는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잠시 쉬는 것이다.

"별거 아니잖아. 난 또 좋은 게 있다고."

출발을 하려고 길을 확인하니 건너편에 산성 같은 것이 보인다.

"설마, 저게 산성? 아니지?"

주유소 코너를 돌자 고속도로로 나가는 톨게이트가 보인다.

"저 길로 가면 쉽고 빠를 텐데."

군침을 다시고 구불하게 이어지는 국도로 들어간다.

톨게이트를 지나 내리막길에 멋들어진 조각상이 세워진 작은 공원이 보여 핸들을 튼다.

"애잔한 이 느낌은 뭐라지."

조각상이 염장을 지르기도 하나 보다.

"반가워. 우린 이제부터 펑이요!"

마을을 돌아 나오는 도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보인다. 출출함이 한계까지 올라왔지만 동네의 맛집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음식점을 들어갈 틈이 없다.

언덕으로 향하던 길에 때마침 작은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오늘은 배고픈 하루는 아니구나. 다행!"

색과 모양이 다른 국수 중에 흰 국수를 고르고 국수에 넣을 양념들을 고른다. 무슨 맛인지 모르니 조금씩 모두를 추가하고.

잠시 후 모양이 좋은 국수가 나온다. 시원한 국물의 맛과 향이 좋다.

테이블 밑에 마련된 연탄난로도 따듯하고.

"워 요우 이거!"

국수 한 그릇을 더 주문하고 이번에는 계란 후라이도 추가해 달라고 말한다.

"맛이 좋다. 한 다섯 그릇은 먹을 수 있겠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주변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짐이나 아이들을 넣고 다니는 커다란 대바구니가 재미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식당의 젊은 여자는 아이를 넣고 다닐 것이다.

중국에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자녀 정책이 유명무실 해지며 늦둥이들을 낳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에게 동생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둘이 많이 닮았네."

길은 천천히 오르막으로 올라가고.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길을 걸어가는 두 명의 여자를 지나친다.

할머니가 입은 소수민족의 전통복장이 신기하지만 낯설지가 않다.

"소호강호에서 관지림이 입었던 복장인가?"

"관지림이 예뻤는데."

생뚱맞지만 관지림이 출연한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산을 오를수록 나타나는 마을들의 모습이 다른 소수민족의 마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롱지전을 지난 이후 연이어지는 소수민족의 자치현을 지나치는 여행은 산길을 따라 이동하는 어려움에도 흥미로운 재미가 있다.

언제나 마을의 초입에는 기도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의 토속 신앙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계속해서 올라가던 산길은 산등성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계곡은 깊어져만 간다.

산을 넘어 잠시 내려가던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한다.

아주 조촐한 비상식으로 심심함을 달래고.

길을 이어간다. 지서우시까지 20km 정도가 남아있다.

청록빛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완롱강을 따라 지서우시로 향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들어선 지서우시는 새로 계획된 신도시처럼 깨끗한 느낌의 도시다.

박물관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의 건너편 광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역동적이네. 느낌 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의 석상들은 정교함이 대단하여 위엄이 있거나 역동적이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다리의 누각들도 둘러보고.

"중국의 홍등은 참 예뻐."

광장의 초입에 세워진 북을 치는 조각상처럼 이곳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커다란 북인가 보다.

전통 문양이 새겨진 모양과 색감이 강렬하지만 조화롭다.

광장의 측면에 위치한 독특한 감각의 운동장이 보인다. 대단히 정교하고 멋진 중국의 조각상과는 달리 현대적 건물들이나 상징물들은 난해함 그 자체다.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10km 정도 떨어진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에 있는 주점을 검색하고, 자치주로 가는 길에 둘러볼 지서우시의 관광명소들을 알아본다.

"고성이 있나 보네."

광장에서 멀지 않은 도로변에 건주고성(乾州古城)이 나타난다.

"유료야?"

홍등이 달려있는 고성 내부의 거리가 궁금하지만 자전거를 세워둘 적당한 곳도 없고, 지나치듯 구경하기에는 입장료와 시간이 아깝다.

"아쉽지만 패쓰!"

고성 주변으로 들어선 건물들은 모두 오래된 목재건물들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물들이지만 대부분 식당이나 주점들이다.

"이 동네 뭐야? 유명한 동네인가?"

고성 주변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찾다 길을 헤매고 바로 지서우시를 빠져나간다.

작은 음식점들과 거리의 사람들, 고성 주변으로 들어서 있는 거리가 지서우시의 옛 거리인 것 같다.

한가롭게 길을 따라가던 중 세련된 자전거샵을 발견한다.

"오. MTB샵."

정비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펑크정비용 본드를 달라고 하니 휴대용 펑크키트를 보여준다.

"부. 워 요.."

펑크키트에 들어있는 본드를 가리키며 '워 요'를 반복하니 알았다는 듯 서랍들을 뒤적이더니 용량이 큰 본드를 찾아준다.

"하오!"

인천공항에서 돼지표 오공본드를 빼앗기고 작은 펑크키트의 본드 하나로 펑크수리를 했던 불안함이 사라진다.

본드 하나를 구한 즐거운 마음으로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을 향해 짙푸른 계화수의 도로를 따라 달린다.

다른 도시와 달리 유난히 택시가 많은 동네다. 오토바이보다 택시가 많은 동네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고, 큰 혼잡 없이 질서정연하게 운행을 하는 녹색 택시들의 움직임에 더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왜 그래? 어색하잖아!"

과거의 것들도, 현대의 것들도 모든 것이 이색적인 도시 지서우시와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다.

검색해 두었던 빈관에 도착했지만 고덕지도는 상가 오피스텔처럼 생긴 건물의 위치를 가리킨다. 안쪽의 주차장과 같은 공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도무지 빈관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주차장과 건물 사이를 두어 번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빈관의 층수를 확인한다.

"6층?"

주차장 건물 외벽에 덕지덕지 정신없이 붙어있는 많은 빈관들의 안내판들이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이를 업은 여자를 따라가니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사람이 없는 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6층으로 올라간다.

"이런 거야?"

상가아파트를 개조하여 빈관을 운영하는 것인지 게스트하우스처럼 꾸며진 빈관이 나온다.

리셉션의 벨을 누르고 잠시 앉아있으니 인상이 좋은 중년의 여자가 웃으며 다가온다. 친절하게 잘 웃는 여자에게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체크인을 한다.

침대 하나가 겨우 놓인 좁은 방이지만 깨끗하고 침대도 편안하다.

여자에게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어보니 숙소 안쪽의 주방을 지나 옥상 같은 장소를 알려준다.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샤워를 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자가 방문을 두드리며 주숙등록을 하려는지 여권을 달라고 한다.

"일단 너 씻자!"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간다. 리셉션에서 여자에게 준 여권을 받으려고 했지만 여자가 보이질 않아 먼저 식당으로 간다.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가 고기메뉴를 주문하고.

맛이 좋은 음식에 만족스러운 젓가락질이 이어지는 동안 식당 안이 요란스럽고 시끄럽다. 식당의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핀잔을 주는 식당 여자의 잔소리 소리가 대단하다.

"왜 너 많이 틀렸냐?"

"어딜 가나 엄마들의 잔소리는 똑같은가 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아무도 안 가져갈 것 같은데. 굳이 넓은 주차장을 놔두고."

숙소로 돌아와 여권을 달라고 하니 숙소의 여자가 환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한다. 아무래도 주숙등록을 위해 여권을 들고 경찰서 같은 곳을 다녀왔는지 고생을 했다며 무용담을 전하는 것 같다.

"시에 시에!"

어렸을 때 많이 예뻤을 것 같은 미인형의 여자는 치아가 많이 빠져있어 그 미소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좁은 방이지만 간만에 넓고 편안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5일 / 비,구름 ・ 12도
홍지앙현-중팡현-화이화시-마양 먀오족 자치현
번개와 천둥 그리고 험악한 폭우가 밤새 지속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잠잠하다.


이동거리
99Km
누적거리
5,111Km
이동시간
7시간 22분
누적시간
354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홍지앙현
 
장소
 
마양
 
 
2,3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하늘에 구멍이 난 듯 그렇게 쏟아붓더니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아침이 조용하다.

이틀을 고민했던 장가계로의 이동경로를 변경한다. 장가계로 가는 아무것도 없는 150km 정도의 부담스러운 산길 그리고 미친 듯 구부러진 길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이건 굳이 안 찍어 먹어봐도 된장이야!"

30km 정도를 우회하는 경로를 결정하고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출발을 한다. 오늘 도착해야 할 곳은 100km의 거리에 있는 마양 먀오족 자치현이다.

체크아웃을 하려니 아주머니가 안 계시고 그의 아들이 프런트 뒤편 침대에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잠을 자고 있다.

미안하지만 그를 깨워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창고에서 꺼내어 출발한다.

중국 오토바이의 앞 번호판은 대부분 쇼바의 측면이나 흙받기의 위에 부착되어 있다.

비구름이 내려앉아 있어 우의와 레인팬츠를 꺼내어 입는다.

홍지앙현은 도시 자체가 조금 휑한 느낌이고 지나치는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많지 않아 쉽게 시내를 벗어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화이화시에 들어서기 직전에 위치한 중팡현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넓은 6차선 도로를 따라 순탄한 라이딩을 이어간다.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하는 산길과 달리 편한 라이딩을 기대하는 큰 도로의 라이딩은 작은 업다운의 반복에도 쉽게 지치는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얄팍한 마음가짐이 몸을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도로변에 자주 보이는 가정수(加井水)라는 것이 화물트럭에 물을 보충하거나 세차를 할 때 쓰는 물인 것 같다.

트럭의 물탱크에 호수를 꽂아 물을 채워 넣는다. 도로에 먼지들이 많이 날리고 공사 구간이 많아 때로는 물호수로 세차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중국의 도시나 마을의 초입에는 손세차를 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가장 바쁘다.

가정수를 파는 슈퍼에서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 버린다. 땀이 배출되지 않아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들고 답답하여 페달링을 하는 것이 두 배는 힘든 것 같다.

이미 땀이 차 레인팬츠의 안쪽이 반질반질하다. 레인팬츠를 벗으니 시원함과 함께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

슈퍼를 출발하고 3분 정도 길을 따라가니 앞서가던 차들이 거대한 물보라를 날리며 지나간다.

밤새 내렸던 폭우로 도로면 가득 발목까지 차오는는 흙탕물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 깊이를 알지 못하고 천천히 지나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들어서자마자 발목 위까지 푹 담기고, 도로면을 타고 흐르는 흙탕물의 유속 저항에 첨벙대며 페달링을 계속 이어간다.

"아, 발이 마를 날이 없다. 80km나 남았는데."

연이은 빗속 라이딩으로 발가락 사이에 습진이 생겼는지 간질간질 거린다. 요 며칠 신발까지는 젖지 않아 뽀송하게 마르던 참이었는데.

"식당에 가서 신발의 물기를 털어내고 양말이라도 갈아 신어야겠다."

첨벙거리는 신발로 페달을 밟으며 10시가 조금 넘어 중팡현에 들어선다.

중팡현 초입 오르막에 위치한 중팡현 제일중학. 대학 컴퍼스처럼 잘 정돈된 학교의 정문에 공자의 석상이 세워져 있고, 학교의 담벼락에는 학교의 역사들이 순서대로 프린트된 벽화와 연대기가 설명되어 있다.

"자부심이 대단하네. 명문학교인가?"

식당을 찾기 위해 자전거 도로와 차도를 번갈아 가며 이동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길의 신호등 앞에 서있는 사람들. 대도시의 복잡하고 넓은 신호 건널목이 아니라면 중국 사람들은 결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있지는 않고 대부분 신호등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정류장이 별도로 없는 곳에서는 버스 기사가 크락션을 울리는 곳이 정류장이고, 승객이 손을 드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다.

특히 아침에 보면 도로변에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있거나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서있는 사람들이 많다.

10km 정도 중팡현을 관통하는데 식당이 없고 오른편으로 길을 따라 아파트 공사장이 계속 이어진다. G209 국도는 중팡현의 외곽을 지나쳐 가나 보다.

"오늘 밥도 밥 복이 없는 거야? 마양현까지 길이 먼데."

중팡현을 그냥 지나치고 멀지 않게 있는 화이화시에서 든든한 점심을 기대한다. 머릿속이 온통 밥 생각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이화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높은 건물들을 지나치는데도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전기 버스 충전소, 버스 정류장 옆에 충전소가 있어 배터리를 충전한다.

중국의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마찬가리로 전기 버스도 소음이 없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전기 자전거, 전기 버스. 이런 면은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식당을 찾아 다음 블록에는 있겠지 하며 길을 이어가다 보니 복잡한 대도시의 모습은 나타나지도 않고 휑한 비포장길이 갑자기 펼쳐진다.

"뭥미? 망했다!"

화이와시의 외곽으로 도로가 이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칼로 잘라놓은 듯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작은 전()이라도 빨리 나와라."

달그락 거리며 힘들게 길을 따라가며 파헤쳐 진 도로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중국 여행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공안도, 삼합회도 아닌 개와 파헤쳐진 도로다.

그렇게 12시가 지나버리고, 오전의 넓고 쾌적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좁고 불편한 길이 무심하게도 산으로 향하고 있다.

"왜 저 멀리 산 위로 길이 보이는 걸까."

구불거리며 산의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확인하고 조용히 주유소로 들어간다.

"무엇이든 먹어야 해!"

작은 편의점에는 빵도 없고 요기가 될만한 것은 컵라면밖에 없다.

"이거 갈수록 태산이네."

4.5위안 빅우육면을 들고 5위안을 주니 어린 여직원이 잔돈 대신 사탕을 하나 준다.

"뭐야? 서비스야?"

한국말을 중얼거리니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의 여자 직원이 계산대에 찍힌 0.5을 가리킨다.

"하하하, 애가 일 할 줄 아네. 센스 있는 아이네."

젓가락이 없냐고 제스처를 하니 라면 안에 들어 있다고 한다. 컵라면 안에 3개의 스프와 일회용 포크가 들어있다.

편의점 안에 서서 어제 먹다 남은 설탈빵과 함께 국물만 맛있는 우육면을 먹는다.

"농심이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신라면을 볼 수가 없네. 초코파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산길을 힘들게 오르니 정상에 정말 생뚱맞게 작은 놀이공원이 있다.

놀이공원을 지나 시작된 길은 내리막을 즐기기도 전에 비포장의 파헤쳐진 도로로 변해버리고, 고덕지도는 이상한 시멘트 길로 좌회전하라고 떠들어댄다.

파헤쳐진 G209 국도와 가끔 이상한 길로 안내하여 애를 먹이던 고덕지도,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고덕양, 너 한 번 더 믿어볼게. 도저히 끔찍한 웅덩이 길은 못 가겠어."

짧은 오르막 이후 넓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의 변두리 길을 따라가는 것이 그럭저럭 웅덩이 길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저수지 주변 마을을 지나치던 시멘트길이 갑자기 진흙밭의 웅덩이길로 바뀐다.

"고덕양, 네가 그럼 그렇지. 아우!"

진흙밭의 웅덩이 길에 바퀴들이 미끄러지며 조향과 페달링을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내릴 수조차 없는 진흙밭이다.

"이곳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 그건 지옥이다."

온몸을 써가며 겨우겨우 길을 이겨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얼핏 보니 지나가야 할 길 옆의 집에서 세 마리 개가 나를 주시하며 맹렬히 짖어대고 있다.

진퇴양난, 불가항력 그리고.

"아놔, 이런 *********!"

개들 앞에서 항복하듯 자전거에서 내려 진흙밭을 끌며 다소곳이 개님들의 곁을 지나간다.

이틀간 자전거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자갈들과 진흙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찌그덕 달그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흙 흙탕물을 튀기며 굴러가는 자전거.

때마침 하수도관이 터져 빗물들이 쏟아지는 곳이 있지만 어떻게 씻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냥 가려는 순간 시멘트를 푸던 낡은 바가지가 보인다.

"오홍, 이러면 스토리가 달라지지!"

자전거를 벽에 세우고 물을 퍼담아 뿌려대니 그런대로 깨끗해진 자전거.

"뭐, 곧 더러워지겠지만 일단은 속이 다 시원하네."

잠시 쓸데없는 만족감에 흐뭇해하고 있을 때 카톡이 울린다.

"별문제 없이 잘 달려?"

어찌 설명하기가 굉장히 난해하다.

"엉망진창이지!"

1시 40분, 아직 45km나 남아있다.

"이제부터 산길이 이어지는데 언제 도착하나."

마을에서 조금 내려가 다시 G209 국도를 만나 산길을 향해 들어간다.

짧은 오르막 이후 쭉 뻗은 일직선 도로가 이어진다. 지도를 보면 이 직선로를 끝으로 구불구불 산길처럼 보이는 도로가 마양현까지 이어진다.

직선 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안내판을 보며 큰 숨을 한번 쉬고.

"가 보자!"

그런데 생각과 달리 높은 경사면이 잠시 이어지더니 평지와 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뭐지? 그동안 얼마나 올라와 있었던 거야?"

작은 도랑물이 개천이 되고 하천으로 그 폭을 넓히는 동안 가벼운 페달을 밟으며 달려간다.

하늘은 천천히 밝아지며 구름 사이로 가끔씩 수줍은 햇살이 방긋거린다.

빠르게 지워지는 남은 거리 그리고 페달링에 흥이 난다.

조금씩 지쳐갈 때쯤 나타난 뜻밖의 안내판.

"국도에도 휴게소가 있어? 식당이 있다는 말이지."

잠시 후 작은 주유소가 보이지만 식당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한꺼번에 맥이 쭉 빠지는 것 같다.

"대륙, 너희들이 그렇지 뭐."

작은 오르막이 간간이 섞여있지만 편안했던 길이였음에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콜라 한 모금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래본다.

매일 엉망으로 변해버리는 신발과 옷 그리고 자전거.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더 가 보자."

생각지 못한 라이딩 속도와 밝아진 날씨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 충분히 앉아 쉬고, 자우림의 음악을 재생시킨 후 씩씩하게 출발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도르래 짐바구니가 보인다.

하천이 유속이 빨라지며 제법 강의 형태로 그 모양을 넓힌다. 작은 마을과 강을 건너는 다리를 넘고 자전거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이상하네. 배가 많이 고플 뿐 그렇게 많이 지친 것은 아닌데."

자전거를 세우고 뒷바퀴를 만져보니 괜찮은데 앞바퀴가 빠르게 주저앉고 있다.

공기 밸브 사이로 바람이 새며 타이어 안으로 들어간 물들이 보글보글 거린다.

"무난하게 가면 심심하지? 이젠 앞이니?"

산골의 허름한 슈퍼 앞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타이어를 확인하니 작은 철심 하나가 박혀있다.

잘 빠지지 않는 녀석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 어렵게 제거하고 튜브의 구멍 난 부분을 찾는다.

얼굴에 튜브를 대고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실바람의 느낌을 찾고 있는데 나를 지켜보던 슈퍼 할아버지가 세숫대야를 가져와 건네준다.

"헤헤, 시에 시에!"

튜브를 정비하고 앞바퀴 그리고 뒷바퀴에도 바람을 넣어주고 슈퍼 앞 조그마한 대나무 의자에 앉아서 쉰다.

고마운 할아버지에게 콜라 한 병을 사서 먹으며 나란히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시간의 흐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옛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패니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자우림의 노래와 연주 소리가 소음처럼 시끄럽게 느껴진다.

"할배, 갈게요. 시에 시에!"

한참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 산을 바라보다 출발하니 어서 가라며 손을 흔들어 준다.

할아버지 슈퍼에서 조금 내려와 평지를 달리다 보니 계곡의 물들이 내 방향으로 졸졸거리며 내려온다.

"일관성 없게 뭐냐? 나 지금 올라가는 것 맞지?"

한 코너를 돌며 급격하게 경사가 바뀌더니 코너를 돌고 다시 돌고, 급기야 S자로 휘어지며 올라간다.

허연 입김을 토해내며 첫 번째 고개 정산에 위치한 소수민족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마을 문화무대(美丽乡村文化戏台)의 중앙에 그려진 소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고개를 넘으며 앞으로 몇 개를 더 넘을까 궁금해진다.

산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고 층층이 귤나무를 심어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이어진다.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시작했을지 모르겠다. 할머니의 손녀는 그 고단했을 삶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고개를 넘고 귤나무가 심어진 산들을 내려오는 동안 노란 스쿨버스가 분주하게 지나다니더니 작은 소학교가 나온다.

하교를 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니 학교 관계자들이 말을 건다.

한국사람을 처음 보는 듯 반갑게 인사하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고, 장가계를 간다고 하니 멀다고 하면서 엄지를 세워서 응원을 한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구경해도 되는지 묻고 허락을 받아 중국 소학교 내부를 잠시 구경한다.

공자상이 멋지게 세워져 있고.

1학년으로 보이는 꼬마들이 얌전히 하교를 위해 줄을 서있다. 자꾸 쳐다는 보는데 인사를 해도 반응들이 없다.

소학교를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양현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집을 지을 때 쓰는 바구니형 골재 믹스기. 대략 네 종류 정도 있는 것 같다.

미양현의 초입, 집을 짓기 위해 도르래를 모터로 돌려 벽돌이 담긴 손수레를 끌어올린다.

미양현 시내에 도착해서 검색해둔 숙소를 찾아간다. 거리에는 하교를 하는 학생들로 복잡하다.

검색해둔 빈관을 찾지 못하고 도로에 있는 1층 공간이 넓어 자전거를 보관하기에 좋을 것 같은 빈관에 들어가 가격을 문의한다.

"빠스콰이."

자전거를 넣어두고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밥을 먹으러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봐도 모르는 메뉴판은 패쓰하고 다른 손님이 주문한 듯한 메뉴를 가리키며 얼만지를 물은 뒤 그것을 달라고 했다. 12위안.

이 식당은 밥을 독특하게 한다. 일 인분씩 나누어진 압력솥 같은 곳에 밥을 한다.

중국 식당 정수기는 문을 열어야 한다. 문짝을 왜 달아 놓았는지 모르겠다.

"먼지가 많아서 그런가?"

밥을 주문 배달을 하는 집인지 일회용 용기에 밥을 담는다. 배달 음식을 나에게 먼저 주는지 주문하고 바로 음식이 나온다.

고기와 고추 볶음, 배추데침 그리고 오리알 같은 것이 올려져 있다. 오리알을 한입 깨물으니 껍질이 그대로 붙어있다.

"통째로 먹나 보지?"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며 한 그릇 더 달라고 하니 주방장 남자가 배달을 간 사이 들어온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꺼내 12를 적어 보여준다.

"알아. 그거 말고 한 개 더 달라고."

대충 건성으로 알아들었는지 알았다고 하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밥을 다 먹었는데 더 주문한 밥이 안 나온다. 잠시 기다리다 여자를 불러 밥을 안 주는지 물어본다.

이번에도 건성으로 듣는지 핸드폰을 꺼내 핸드폰 결제를 하라고 한다. 밥이 끊겨 약간 민감해져 웃으며 한국말로 떠뜬다.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지? 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지!"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그 관경이 재미났는지 웃어댄다. 네이버 중국어 회화 문장 '하나 더 주세요'를 여자에게 보여준다.


"워 요우 이거!"

잠시 멈칫하더니 그제서야 알아들었는지 웃으면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어렵게 다시 나온 두 번째 밥.

밥을 다 먹으니 여자가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서 묻고, 고향을 묻고 등등 관심이 생겼는지 질문이 많다.

건성건성 대답했던 첫인상이 얄미워서 한국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제주도 해안 풍경 동영상을 보여준다.

"너 바다 못 가봤지?"

영상을 보더니 '피아오량' 한다.

숙소에 들어와 패니어에서 짐들을 털어내고 패니어까지 깨끗하게 씻어냈다.

매일처럼 이러는 것도 지친다.

잠들기 전, 패니어들에 짐들을 다시 재정리 하고 잠이 든다.


"요상하게 힘든 날이다. 내일은 꼭 밥을 먹고 달려야지."




경비내역
식비:24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80위안 / 합계:112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4일 / 비 ・ 12도
징저우 먀오족 둥족 자치현-홍지앙현
겨우 하루뿐인 맑은 하늘, 다시 하늘이 우중충하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5,012Km
이동시간
7시간 05분
누적시간
347시간

 
G209도로
 
G209도로
 
 
 
 
 
 
 
47Km / 3시간 15분
 
51Km / 3시간 50분
 
징저우
 
핑춘전
 
홍지앙현
 
 
2,2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십 분만 더 잠을 청하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추운 숙소에서의 불편한 잠이 썩 개운치가 않다.

패니어를 떼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니 다시 장착하는 시간이 들지 않아 좋다. 9시가 조금 지나 홍지앙시를 향해 출발한다.

홍지앙시까지는 95km의 거리, 흐린 하늘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으니 이젠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도시를 빠져나와 첫 번째 지나친 마을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갈 길이 머니 틈틈이 챙겨 먹자."

다른 사람들이 먹은 걸 보니 면 요리다. 밥이 좋지만 시간 절약도 좋을 것 같다.

두어 번 먹어본 것이라 가격도 묻지 않고 주문을 하고, 주문과 함께 바로 나온 음식에 입맛이 돋는다.

고추기름 소스도 알맞게 넣고 맛있게 먹고 있으니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 맞는지 묻는다.

"그나저나 이것으로 해장을 해도 최고겠어!"

순식간에 국물까지 싹 비우고 얼마인지 물으니 6위안이라고 한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만두도 하나 먹을 걸 아쉽네."

밥을 먹는 동안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해가 얼굴을 내비친다.

겨울용 방풍자켓를 벗어 랙 패니어 위에 얻어 고무밧줄로 고정시키고 바람막이도 필요 없을 것 같아 입지 않고 출발한다.

"오랜만에 아침도 챙겨 먹었으니 달려 볼까!"

다시 만난 빈강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강변도로를 달린다.

봄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밭에 나와 무언가를 하고 있다. 강의 건너편이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아쉽다.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차량들과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스럽다. 이런 곳은 100% 시장의 입구다.

비상식으로 빵을 사둘까 하다 복잡한 동네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차들과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빠져나간다.

어수선한 마을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는지 길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흔하게 보는 풍경이지만 밥그릇 하나만을 들고 집 밖에 쭈그려 앉아 먹거나 길가에 서서 밥을 먹는 모습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어두운 거실보다 밖이 환해서 저러는 걸까?"

후이통현(会同县)의 초입에 도착한다. 빵을 사기 위해 슈퍼를 찾다가 수유공원(粟裕公园) 앞에서 사람들이 앉아 노점에서 파는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사람들은 밥이 가득 담긴 간의 용기를 들고 중국인 특유의 식사 모습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역시나 가격 같은 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중국의 노점이나 시장 길가의 가격들은 5~10위안이다.

밥이 가득 담긴 용기에 중국의 밑반찬들만이 올려져 나온다.

"풀밭이네! 고기는 일절 없는 거야?"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가정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계란 후라이나 두부 같은 것을 추가로 얹어먹지 않을까 싶다.

서서 먹을 수는 없고 노점 앞 명당자리인 나무의자에 자리를 잡고 밥과 풀들을 섞어 먹으니 밑반찬들의 맛이 아주 좋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밑반찬 통을 열어 더 담기도 하고, 밥을 더 달라고 청하기도 하고, 누룽지를 담아 먹기도 한다.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5위안을 내길래 식사를 하고 막걸리통 같은 것에서 물을 따라 마시며 5위안을 꺼내 준다.

"우콰이?"

능숙함이, 누가 보면 중국 사람인 줄 알겠다.

노점에서 밥을 먹는 동안 땀이 식어 바람막이를 챙겨 입는다.

"겨우 감기에서 벗어났는데, 이럴 때 조심해야지."

G209 국도는 후이통현의 중심부를 지나지 않아 쉽게 벗어난다.

당나귀인지 말인지 모르겠지만 흙을 짐낭에 퍼담는다.

"세상에 바퀴 달린 것들이 모두 나와 굴러다니는 중국인데, 아직도 이런 방법을 쓰는구나."

중국 어느 도시에나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아파트들이 있다. 저기에 누가 다 들어가 사나 싶기도 하고 때론 저것으로 수많은 중국인에게 감당이 다 될까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빈강을 따라 이어지던 강변길이 끝나고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진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급기야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하루를 못 가는구나! 갈 길이 아직 먼데."

서둘러 우의만을 꺼내어 입고 출발하니 금세 쏟아질 것 같던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오락가락한다.

비닐 우의 안쪽으로 땀들이 차오른다. 한 단, 한 단씩 단추를 풀다 보니 땡땡이 우의가 바람에 날리며 요란한 춤을 춘다.

순식간에 날씨가 변하니 어떻게 옷을 맞춰 입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을 지나며 빵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어간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아무 관심도 없다.

슈퍼에는 물건들이 별로 없다. 전에 먹었던 설탕 맛만 나는 빵밖에 없어 할 수 없이 그 빵과 콜라를 집어든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 옆에 앉아 빵을 먹으며 그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본다.

옆집 쌀가게 할아버지는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중국의 어두운 거실이나 가게 안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던 게임인데 그것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사진조차 찍지를 못하고 있었다.

함부로 사진을 찍다가 돈을 잃은 사람한테 혼날까 봐.

여자는 게임이 끝나면 옆에 둔 메모지에 돈을 표시하는 숫자들을 적는다.

한 게임은 비교적 빨리 끝나는 편인데 바로 패를 섞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어 어떤 게임인지 물어볼 기회가 없다.

틈이 나기를 기다릴 때 가게에 물건을 갖다주는 사람이 들어와서 여자가 잠시 자리를 뜬다.

그 사이 남자에게 게임의 이름을 묻고 번역기에 써달라 부탁을 한다.

"字牌, 즈파이"

남자는 시큰둥하게 게임명을 적어주고 바로 게임에 몰두한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저 멀리 회색 비구름이 내려앉은 모습이 보이고, 그 빗속을 향해 내리막을 달려간다.

지나던 길에 이번에는 100% 확실한 말이다. 곱슬거리는 갈기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는 잘 생긴 말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 한국 사람이라 하니 잘 못 알아듣는 아저씨. 태극기를 가리키며 한국 사람이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시내까지 20km를 남기고 홍지앙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내를 4km 정도를 남기고 첫 번째 홍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멀리 홍지앙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째 홍강을 넘고 홍지앙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큼지막하고 육중한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는 홍지앙시.

그 무섭다는 공안, 홍지앙시 공안 본청의 사진도 찍어보고. 공안이 뭐가 무서운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내 눈엔 제복 입은 동네 아저씨들 같다.

흔한 오토바이조차 지나가질 않고 도로는 한적할 정도로 한가하다.

숙소를 검색하고 내일 다시 이어가야 할 G209 국도변의 빈관으로 결정한다.

빈관에는 5~6살 정도 남자아이 손주를 보고 있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80위안 빈관, 자전거를 프런트 뒤편 공간에 넣을 수 있는지 물으니 빈관 옆의 창고에 넣으라 하며 셔터를 내리는 제스처를 한다.

"응, 이따가 셔터를 내릴 거라는 거지? 알았어. 하오! 하오!"

자전거를 씻을 수 없는지 '쑤이, 쑤이'하며 호수로 물 뿌리는 흉내를 내니 '메이요' 한다.

"내일 또 엉망이 될 텐데, 그냥 놔두자. 모르겠다."

패니어에서 안경과 만코 어댑터만 빼내고 패니어를 달아 놓은 채 자물쇠만 잠가놓는다.

아이와 함께 그릇을 들고 밥을 먹던 아주머니는 밥을 먹어야 하는지 묻더니 근처에 있는 식당을 밥풀을 튀겨가며 설명을 한다.

정말 중국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순수한 것인지 아니면 체면 같은 것에 무신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귀엽게 보일 때가 있다.

옷을 빨아야 해서 씻지도 않고 먼저 밥을 먹기 위해 아주머니가 알려준 식당으로 간다.

불이 피워진 타이어 화로에 젖은 바지와 신발을 말리고.

메뉴에 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게, 어제 퉁다오에서 만난 남자들이 알려준 코우로우얀차이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고 한다.

언제나 난감한 재료가 든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가리키니 여주인이 두부를 가리킨다.

"돼지고기에 두부를 넣는다고, 좋아. 하오!"

얼마인지 물으니 25위안이라며 손가락 숫자까지 하며 알려준다.

뚸샤오첸을 하도 많이 했더니 가격 숫자들이 귀에 들어온다.

돼지고기, 두부, 고추, 마늘줄기 등으로 볶은 요리가 고봉으로 담은 밥과 함께 나온다.

맛있고 하자 여기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왜 중국어가 귀에 들리는 걸까?"

고개도 들지 않고 밥을 먹으며 한국 사람이라 대답한다. 한 달 넘게 중국에 있다 보니 반복되는 말들과 질문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옷을 씻어 말린다.

"네가 제일 고생이구나."

8시부터 천둥이 치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겨울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보다.

"그래, 차라리 밤새 왕창 내려버리고 아침에는 제발 그쳐다오."



경비내역
식비:36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3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3일 / 맑음 ・ 14도
퉁다오 둥족 자치현-징저우 먀오족 둥족 자치현
비가 오며 번개가 치던 요란한 밤이 지나고 비가 오지 않는 아침이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4,914Km
이동시간
5시간 10분
누적시간
340시간

 
G209도로
 
G209도로
 
 
 
 
 
 
 
40Km / 2시간 40분
 
0Km / 0시간 00분
 
퉁다오
 
시안시전
 
징저우
 
 
2,129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하늘은 그리 밝아 보지 않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도통 어울리지 않는 햇살의 아이콘이 떠있다.

조금은 피곤함이 남아있는 아침, 풀어 헤쳐진 짐들을 정리하고 길을 떠난다.

공원에서 조용한 음악에 맞춰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무척 부드럽고 유연하다.

계화수에 붉은 홍등이나 리본을 달아 놓으면 그 모양새가 너무 예쁘다.

우선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에 비상식으로 두꺼운 빵과 콜라를 사놓는다.

작은 퉁다오현을 쉽게 벗어났지만 하늘이 조금은 어둡다. 오늘 이동할 징저우현까지는 대략 80km, 역시나 지도상의 길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다.

퉁다오현에서 다시 만난 빈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길과 산길을 따라간다.

약한 안개비가 내려앉더니 이내 사라진다.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누런개가 짖으며 달려들어 전속력을 내어 달아난다. 어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아니 이놈들이 왜 이렇게 달려들지? 펄럭거리는 태극기 때문인가?"

어제의 라이딩이 반복되 듯 고즈넉한 빈강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며 길을 이어가다 출출한 느낌에 잠시 쉬어간다.

소수민족의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이고 며칠째 계속되는 모양의 구조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마을의 초입 또는 집 주변에 하나씩 있는 촛불을 켜놓는 공간은 다리 입구에도 마련되어 있다.

처마마다 각기 다른 그림들과 글자들이 그려져있다.

첫 번째 처마에 올려진 조각상. 사자석상을 나무로 조각한 것인지 다른 형상의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이색적이다.

다리의 처마를 구경하는 사이 누런개가 다가와 먹을 것을 찾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순간 깜짝 놀라고 만다. 이젠 개만 봐도 움찔움찔거린다.

순한 개들도 있다. 빵을 먹으면 그 냄새에 돌변할까 싶어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기다린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 같은 빵을 맛나게 먹으며 처마들을 마저 올려다본다.

"校车站点?"

학교의 스쿨버스가 정차하는 곳인가 보다.

5층으로 만들어진 처마는 각층마다 각기 다른 그림들과 문자들이 그려져있다. 3층에 그려진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과 문양이 눈길을 끈다.

양쪽의 돌사자상 입속에는 사탕이 하나씩 들어있고.

"위는 사람인데, 아래는 물고기를 형상화 한 건가 아니면 여자를 뜻하는 것인가?"

두 명의 동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데 중국어가 아닌 말로 대화하는 것 같다.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점심은 12시쯤 도착할 것 같은 시안시전(县溪镇)에서 먹을 생각이다.

"오늘은 제때에 밥을 먹고 산을 오르자."

작은 마을을 스치듯 지나치려니 조그맣고 털이 정리가 안되어 더러운 개 두 마리가 달려든다.

"아놔, 이 동네 개들한테 나 호구 잡힌 거야? 뭐야!"

나지막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한마을을 지나쳐갈 때 마당에서 돼지와 염소를 통으로 잡고있는 집을 발견하고 대문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니 하오 마."

들어선 집에서는 염소의 털들을 뜯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고 옆에서 구경하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질 않는다.

염소를 잡는 옆집으로 나무 의자가 잔뜩 들어오고.

그곳에는 돼지를 잡고 있다.

"뭘 하는 거지? 잔치 같은데."

주변의 남자에게 무엇을 하는지 물어본다.

"이 집의 딸이 시집을 간다."

결혼식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남자와 나는 서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 산속 마을이라 그런지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을 하질 않는다.

한참을 답답해하자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에 번역기를 설치해서 대화를 이어간다.

"센스쟁이!"

남자의 이름은 우바이주(吴宝炬). 담배를 한 개비 건네주며 사진을 찍고 우바이주는 함께 음식과 술을 마시자 한다.

"너는 귀한 손님이다. 오늘 우리와 음식과 술을 함께 먹고 가라."

베이징으로 향하는 여정의 바쁜 걸음이 선택의 망설임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 하지. 중국 소수민족의 결혼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하루를 여기서 머무를까?"

그리고 우바이주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자리를 비운다.

조금 전 털을 뽑아내던 염소를 짚불에 그을려 잔털들을 제거한다. 우리의 시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안경을 쓴 남자는 호기심이 많고 친절하게 지역의 명소들을 알려준다.

빠르게 해체되어가는 돼지고기. 그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돼지의 부속물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버섯이다.

옆집에서는 여자들이 채소를 다듬고 있고.

너무나 예쁘고 앙증맞은 아이들. 약간 이국적인 생김새가 너무 귀엽다.

우바이주가 보이질 않아 안경을 남자에게 결혼식이 언제인지 묻자 내일이라고 한다. 오늘은 식사를 하고 내일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힝, 이틀을 머무를 수는 없는데. 너무나 아쉽지만 가야겠다."

오골계처럼 속에 검은 닭.

돼지머리를 전기인두 같은 것으로 지진다. 모양을 잡으려 그러는 듯싶다.

한집에선 남자들이, 한집에선 여자들이 분주하다.

낫 같은 것으로 무언가를 다듬고 있어 가보니 고구마 같은데 속살이 조금 다르다.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어 조금 잘라서 달라고 부탁하니 처음에는 의아해하더니 이내 조금 잘라 준다.

한 입 깨물어 보니 고구마가 맞고, 단맛이 진하고 아삭하니 맛이 좋다.

"네가 이러면 아저씨가 심쿵 하잖아!"

우바이주는 어딜 갔는지 계속 보이질 않고 안경을 쓴 남자에게 가봐야 한다며 인사를 전한다.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니 음식을 먹고 가라며 모두들 아쉬워한다.

여자들이 모여있는 집으로 가서 인사를 드리고.

1시가 훌쩍 넘어버리고 남은 거리는 65km나 남아있다.

"부지런히 가면 산길이라도 해지기 전에는 도착하겠지."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즐거웠으니 시간이 늦어진다 한들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오고, 등 뒤편으로 따듯한 기운과 함께 어색하기 그지없는 밝은 햇살이 느껴진다.

"어, 꿈인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상에 하얗게 뭉실거리는 구름과 푸른 하늘이 열려있다. 무려 33일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다.

"나 지금, 감동 한 바가지 먹어도 될까?"

달리며 장갑을 벗고 자켓의 앞섬을 모두 내리고 신이 나서 흥얼거린다.

하늘이 열리니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 같다.

바로 보이는 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 서서 검은 겨울용 방풍 자켓을 벗고, 하늘하늘거리는 방풍자켓으로 갈아입는다.

"바람을 느껴야 해. 앞 지퍼 따윈 올리지 않아!"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짚불을 태운 흔적이 있다. 아마도 추위를 피하려 군불을 피운 흔적인 것 같다.


조금 출출한 기분이 들어 휘파람 라이딩의 동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멀지 않은 곳에 시안시전이 있으니 거기에서 제대로 밥을 먹을 생각이다.

비가 올 것이라 생각하여 오는 동안 삐걱거리던 체인에도 윤활을 하고, 콜라 한 모금을 마신 후 출발한다.

"준비됐어? 나 지금 완전 신났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전까지 조금은 원망스럽던 쌀쌀맞은 맞바람이 산들산들 땀을 식혀주며 시원하게 느껴진다.

앞섬을 열어놓은 방풍 자켓이 바람결에 휘날리며 흥을 더해준다.

맑은 하늘과 구름, 빈강의 수려한 풍경 속을 즐겁게 달리다 보니 문득 투덜거리며 힘겨워 하더라도 이 좋은 것들을, 좋은 느낌을 함께 했으면 더없이 좋았겠다 싶다.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일까?"

가벼워진 페달링에 남은 거리들이 빠르게 지워져 간다.

너무나 밝고 찬란한 햇살 속에서는 벌써 2시였던 시각은 겨우 2시로 느껴지고, 기온을 확인하려 날씨를 확인하니 정말 어색하고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화창!"

상점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의 변두리 길을 빠르게 지나치고 경사와 상관없이 가벼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오르막길 도로 한가운데 놓인 오토바이 헬멧, 중국 사람들은 뭔가를 참 잘 떨어뜨리며 다닌다.

돌, 흙, 나무, 채소, 쓰레기 봉지, 신발, 짐보따리 그리고 이번엔 헬멧.

"그런데 왜 시안시전이 안 나오지? 배고파지는데."

계속 달리다 보니 빈강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곳까지 와버렸다. 중간에 있어야 할 시안시전을 보지 못해 혹시 지나쳐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자전거를 세운다.

지도를 확인하니 시원하게 내달렸던 상점들이 모여있던 변두리 길이 시안시전다. 빈강을 사이에 두고 왔던 길의 건너편이 중심가인 모양이다.

"빨리 와서 좋기는 한데, 밥을 못 먹어서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아쉬운 대로 남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오늘은 밥 복이 없네."

크기로 승부했던 빵을 한입 베어 물자 빵속의 내용물이 황당하다.

"뭐야, 공갈빵이야! 정체가 무엇이냐?"

속이 비어있고 팥앙금 같은 내용물이 흔적처럼 붙어있다.

"3위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나."

그래도 중국 빵들은 맛있다. 우리의 보름달이나 단팥빵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산길은 조금씩 오르막의 경사가 더해지면 이어진다.

그리고 안경 쓴 남자가 알려주었던 풍경이 좋다는 만불산의 초입이 나오고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중국에는 이런 하늘 높이 올라간 굴뚝들이 하나 또는 두 개씩 가끔 보인다. 어떤 용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꽤 높다.

이상하게 논밭에서 일하는 여자들, 집을 짓는 여자들을 더 많이 본다. 남자들은 죄다 담배를 물고 마작, 카드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이미 죽었나 보다.

만불산 길의 정상 봉우리들이 흥미롭다. 나무들이 없이 나선형 방향으로 돌아가며 깎여있다. 그동안 힘든 산길을 타고 다녀서 그런지 만불산의 정상을 너무 쉽게 오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결코 쉽게 떨어지지 않던 다른 산길과는 달리 만불산의 내리막은 시원하게 논스톱으로 떨어진다.

"이럴 때 쓰는 거지. 웬열!"

산골이라 집집마다 낡고 거대한 원반형 수신기가 집 앞에 놓여있다.

이곳의 집들에는 작은 삼각형 깃발들이 집 주변에 걸려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집에서 보낸 시간으로 6시나 7시쯤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좋은 날씨 덕에 5시 전 징저우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4시, 징저우현까지 15km가 남아있다.

우리의 시골 풍경과 흡사한 길을 달리고, 길은 평지로 길게 이어진다.

5km를 남기고서도 도시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포도 같은 넝쿨 과일과 딸기를 재배하는 동네인가 보다.

궁금했던 딸기 하우스의 내부가 보고 싶어 고개를 내밀고 빼꼼히 들여다본다.

형태는 비슷한데 재배 환경이 열악하고, 엉성해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태풍이라도 불면 금세 날아가 버릴 듯하다.

작은 오르막을 넘자 늘 그렇듯 갑자기 나타나는 중국의 소도시.

가끔 오토바이에 작은 묘목들을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데 징저우현의 초입에 묘목을 파는 노점이 열려있다.

묘목들에 조그맣게 열매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데 베리 종류의 열매들이다.

징저우현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G209 도로변의 초입에서 숙소를 잡는다.

60위안의 낡은 빈관인데 사람들이 밝고 친절하다. 중국여행을 하며 좋은 시설보다는 밝게 웃고 농담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더 좋다고 느껴진다.

역시나 주숙등록을 처음 하는지 나에게 되려 물어본다.

"아줌마, 할 줄 모르지? 빨리해봐!"

여권의 개인 정보 면과 비자 면을 찍어 놓으라 알려주고 자전거는 패니어도 떼지 않고 프런트 옆에 묶어놓는다.

"이제 계단을 들고 나르는 것도 힘들다."

2층 방을 직접 안내해 주더니 난방기 켜는 방법을 알려준다.

"알아! 난방기는 됐고 키 줘!"

웃으면서 키가 없다며 필요 없다고 한다.

"하하하하하하. 알았어."

비좁은 욕실인데 뜨거운 물은 시원하게 잘 나온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밝고 따듯한 햇살이 여전하다.

길 건너 식당에 들어가니 메뉴판도 없고 재료들도 안 보인다. 할 수 없어 어제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시래기 돼지고기볶음 사진을 보여주니 주방장 남자가 나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테이블 밑에 불를 지피는 곳을 폐타이어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은 음식이 나온다. 차이점이라면 고기 양이 조금 적다는 것뿐.

선지 배춧국도 뒤이어 나오고.

크게 두 그릇을 비우며 메뉴의 이름을 물어보며 번역기에 써달라 부탁한다.

여자 주인은 메뉴의 글자를 쓰더니 마지막 글자를 모르겠다 웃으며 조금 전 가게에 들어온 남자 손님들에게 뭐라 말을 한다.

그리고 남자 손님들이 핸드폰에 메뉴의 이름을 적어주며 발음까지 알려준다.

"코우로우얀차이(扣肉腌菜)"

밥을 먹는 동안 몇몇 가지를 묻던 남자들 가운데 한 명이 밥을 다 먹을 때쯤 술 마시는 제스처를 하며 같이 먹자고 제안을 한다.

잠시 후 슈퍼에서 예쁜 병의 술을 한 병 사 오더니 같이 먹자며 손을 이끈다.

검지를 펴서 한 잔만 하겠다 제스처를 하고 남자가 내어준 자리에 앉는다.

그들이 시켜놓은 안주는 엄청나게 푸짐한 돼지고기 같다.

"오, 돼지고기!"

"喝酒不开车了啊"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고 하며 56도짜리 맑은 술 한 잔을 따라준다.

소스와 계란볶음 요리도 나오고.

소스 먹는 법을 배우고 고기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돼지 머리고기다.

"건배!"

향긋하지만 독한 술에 쓰다는 소리를 크게 내니 다들 깔깔거리며 조금씩 먹으라고 한다.

왼쪽 수줍음이 많은 남자, 오른쪽 활달하고 유쾌한 남자 그리고 자리를 초대해 준 옆자리의 차분하고 성격 좋은 남자.

이렇게 넷이서 여행에 대해, 한국에 대해 그리고 징저우현에 대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가서 자야 한다며 사진을 찍자 하니 즐겁게 건배샷까지 연출해 주고 한 명 한 명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해준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초대해 준 남자가 따듯하게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치며 또박또박 중국어로 뭐라 했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다.

'니 꺼이'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건강하라는 당부거나 여행 잘 해라 하는 격려겠지 싶다.

식당을 나오니 천천히 예쁜 노을이 지고 있다.

숙소에 돌아와 우바이주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니 자기가 일하는 사이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안주어서 내가 가버리고 없었다며 아쉬워한다.

소식을 자주 전하겠다 하니 나중에 자신들의 전통 의상을 선물하겠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바이주와 위챗을 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맑은 하늘보다 더 찬란하고 따듯했던 하루다.

"어서 베이징으로 가자!"





경비내역
식비:12위안 / 식료품:24위안 / 숙소:60위안 / 합계:96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일 / 비 ・ 13도
룽성 각족 자치현-퉁다오 둥족 자치현
퉁다오현까지 80km, 하지만 지도에 나오는 길들이 구불구불 수상하다. 험난한 하루가 예상되는 하루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4,835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35시간

 
G321도로
 
G321도로
 
 
 
 
 
 
 
44Km / 3시간 35분
 
0Km / 0시간 00분
 
각족자치현
 
간시시앙
 
둥족자치현
 
 
2,0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창문 밖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길가 가로수의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휘청인다.

"하필이면 가야 할 방향의 역풍이야."

심상치 않은 바람에 일기예보를 보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번개 아이콘이 가득이다.

"하다 하다 이제 번개 세트냐."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보니 설마 했던 펑크가 나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펑크가 나니 여행 전 여행용 슈발베 타이어로 교체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다.

타이어 내부를 여러 차례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는데 어찌도 이리 부지런히 펑크가 나는지 모르겠다.

펑크패치를 붙이고 정비를 한 후 잠시 기다려 패니어를 올리니 그때서야 다시 바람이 빠져버린다.

"아, 정말!"

계림에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람을 넣고 기다린다.

"중국의 빵구 귀신이 붙은 게 틀림없어."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는 타이어. 한 시간을 알뜰하게 날려버리고 10시가 가까워서야 출발을 한다.

어두운 하늘, 강한 바람과 함께 멀리 산으로부터 비구름이 내려앉는다.

오늘따라 가벼운 느낌의 페달링 하지만 불어오는 맞바람은 자전거를 그대로 멈춰 세워버린다.

앞서가는 우산을 단 오토바이는 날개가 달린 듯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비, 바람 그리고 산길. 번개까지 치면 완벽하겠네."

빈강(滨江)을 따라 퉁다오 둥족 자치현으로 길을 향한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나 문제의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무리 봐도 시멘트 포장의 고된 산길이 될 것 같다. 잠시 망설임의 시간이 가고 페달을 밟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국도와 고됨이 예상되는 산길, 이런 불운한 선택의 딜레마가 다 있나. 못 먹어도 고다!"

하지만 산길의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고 채 5분을 가지 못하고 포기한다.

"아니 되오, 아니 되오! 이 길만은 안되겠어. 좀 돌아가더라도 국도를 타고 가자."

초입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며 벽돌들을 쏟아낸 트럭이 아직도 뒤처리를 하고 있다.

중국의 작은 트럭들은 종종 화물들을 떨어뜨리고 다녀서 절대 뒤를 따라가면 안되는 것 같다.

청록빛의 빈강을 따라 이어지는 G321번 국도 역시 구불구불하지만 큰 오르막 없이 이어진다.

차가운 바람에 이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순간순간 변하는 날씨라서 우의를 챙겨 입지 않고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펑크로 인해 아침 식사의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뱃속에서 허기짐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식당은커녕 작은 슈퍼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역시 저녁밥은 세 공기쯤은 먹어야 아침에도 든든한 건데."

새 집을 많이 지어 올리는 중국의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골재를 혼합하는 믹서기다.

마을조차 없는 길을 달리다 길가의 작은 슈퍼를 만난다.

간단하게 빵과 콜라를 6위안에 사서 출출함을 달래고.

재미있는 슈퍼의 추 저울. 간단한 것들은 가격 정찰제를 하면 편할 텐데 중국은 무엇이든 저울에 올려서 판다.

롱지에서부터 사람들은 대나무 작대기를 어깨에 메고 짐바구니를 달고 다니는 방법이 아닌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다닌다.

중국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들 중 하나인 의자들은 크기도, 만든 소재도, 모양도 다양하다. 조그마한 의자에 앉으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곳의 집들은 독특하게 옛 목조 건물들을 이층과 삼층에 올려 지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상한 창고처럼 보이는 최근의 벽돌집보다 멋있고 보기가 좋다.

빵을 먹고 얼마 안 가서 작은 시골 마을이 나온다. 어제 2시간 정도 라이딩 시간이 남았던 오후에 도착하려고 했던 피아오리전(瓢里镇)이다.

도로를 따라 돼지고기나 채소 등을 파는 노점들이 이어진다. 길가의 식당들에서 밥을 먹을까 하다 조금 전 먹어둔 빵의 열량으로 충분하여 쉼 없이 지나친다.

"꼭 뭘 하고 나면 그 뒤에 필요했던 것이 나오더라. 뒤에 있을까 싶어 지나치면 아무것도 없고."

중국의 강들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찾아보기 꽤 어렵다. 생각보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이 그렇게 많이 놓여있지 않아서 시골에는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운치는 있는데 말이지."

가끔씩 기와지붕이 올려진 중국의 독특한 다리들. 중국의 옛 건축물들, 다리나 집, 수로들을 보면 나름의 특색이 있고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 감탄스럽다. 하지만 요즘 건축물은 그냥 우스꽝스럽다.

산골이라 그런지 옛 목조 가옥들이 많다. 이층 또는 삼층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고 독특한 멋이 느껴진다.

"이게 유채꽃이지!"

석물(石物)이라는 비석이나 기념석으로 사용하는 멋들어진 돌들이 많이 놓여있고, 수석 같은 공예점이 많다. 돌이 유명한 동네인가 보다.

중국은 마을마다 대나무 마을, 돌 마을, 나무공예 마을 등등 컨셉이 확실하다. 

돌 마을을 지나 계림 여행을 안내했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난다.

"고맙다. 멋진 광시성, 매력적인 계림이었다."

"중국의 집들은 한 일이 년에 걸쳐 짓는 것일까?" 

온돌을 까는 것도 아니고 난방 시설도 없고, 상하수도나 전기배선이 복잡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짓다 만 집들이 많이 보인다. 주로 대나무와 향나무 같은 것을 짓는 집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좋은 풍경으로 길을 이어준 빈강도 한 컷.

할머니가 그녀보다 더 늙은 할머니와 길을 걷는다. 

"부녀지간 아니면 고부지간일까."

G321번 국도를 벗어나 장가계까지 길을 이어줄 G209 국도의 산길이 시작된다.

조금씩 경사를 더하며 오르고 광시성을 벗어나 다시 후난성의 경계에 들어선다.

마을의 멋진 초입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이 계속되고 반대편의 코너를 돌아 사이클을 탄 남자가 내려온다.

"짜요!"

잠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응원의 말을 던지고 지나간다. 넓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만난 라이더다.

남자가 내려온 코너를 돌자 검은 개가 자전거의 길을 막고 사납게 짖어댄다.

길을 막고 따라 올라오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대더니 서둘러 속도를 내는 더욱 거세게 따라붙으며 리어 패니어를 물어뜯으려고 한다.

"저리 안 가. 광견병 접종은 안 했단 말야!"

개의 눈을 계속 바라보며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니 20미터쯤 쫓아오다 돌아간다.

"빌어먹을 개새끼!"

오르막에서 힘을 쓰다 보니 순식간에 기진맥진이다.

중국의 개들은 못 먹어인지 삐쩍 마른 것들이 늑대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도로를 가로막고 차들이 크락션을 울려도 쉬 피하지도 않고 중국 사람들처럼 제멋대로다.

별일 없었음을 안도하며 길을 오르는데 이번에도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길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집에서 누런개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온다.

"썅! 오지 마!"

측면에서 달려드는 개의 기세가 대단하고 위험하다. 다시 개의 눈을 보며 속도를 내며 겨우 뿌리친다.

무섭게 달려드는 사나운 개들을 피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돼버렸다.

"아, 된장을 발라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들!"

개들을 피해 산길을 오르고, 달려드는 개보다 더 살벌한 중국의 안내판이 보인다.

가끔 산을 통째로 깎아내는 중국의 산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중국의 많은 인구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자원의 소모가 필요할지 가늠도 안된다.

오르막 안내판 4종 세트가 길을 안내한다. 

"급회전, 급경사, 위험, 지그재그."

돌고 오르고 돌고를 반복하다 내리막이 시작되고, 벗어놓은 장갑을 끼고 자켓의 지퍼를 올린 후 내리막의 보상을 받기 위해 출발했지만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짧은 내리막은 바로 끝나버린다.

"..."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을 투덜거리며 오랫동안 오르고.

다시 만난 내리막 810미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야! 뭔가 계산이 틀리잖아. 올라온 거리가 얼만데 겨우 810이야."

고개의 정상에서 쓸데없이 내려가면 더 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산골에도 목재 가옥이 사라지고 그 형태만을 그대로 본뜬듯한 모양 없는 벽돌 가옥들이 들어선다.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긴 오르막이 끝나고 꼴랑 1,200미터 정도를 내려간다. 내려간 거리에 알파를 더해 다시 오르라는 안내와 다를 바 없다.

소수민족 자치구에 들어선 롱지에서부터 이 모양의 건물이 자주 보인다. 확실히 롱지전을 지나면서 부터는 풍경도, 사람도, 건물들도 모두 이색적인 모습이다.

오르막에서 만난 중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운기는 미니멀한 사이즈다. 척박한 산자락의 꼭대기에서도 삶의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고개의 끝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인가? 분위기가 마지막 고개 같은데!"

2km쯤 내려가던 길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마을을 오르던 중 한 아저씨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두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할로우'하며 인사를 한다. 중국에서 쉽게 받을 수 없는 환대의 인사에 즐거운 인사로 답을 한다.

차가운 바람과 안개비가 시작되는 마지막 고개에 도착한다. 퉁다오현까지 45km를 남기고 들어선 G209 국도는 아직도 26km가 남아있다.

"겨우 내려가려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오네."


몇 분이 안돼 5km가 삭제되고, 자켓은 순식간에 젖어버린다. 롱청전(陇城镇)에 들어선다.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의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마침 먼저 있던 손님들의 메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똑같은 것을 달라고 요청한다. 얼마인지 물으니 15위안이라 한다.

"쓰우콰이!"

물론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다.

남편은 요리를 하고 아내는 국을 끓인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춧국. 우선 선지가 들어간 배춧국은 부드럽고 향긋한 배추향이 좋고 국물이 시원하다.

"완전 해장용인데."

메인 메뉴로 나온 돼지고기볶음은 시래기 같은 건조한 채소를 잘게 썰어 돼지고기와 말린 고추 등을 넣어 볶은 것으로 먹는 순간 짧은 감탄이 나온다.

"와우, 최곤데!"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따듯하고 편안한 배춧국이 언 몸을 녹이고 시래기 돼지고기와 머슴밥으로 허기짐을 채운다.

식당의 테이블 아래 전기난로가 놓여 정말 따듯하다. 식사가 끝났음에도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한없이 나약하고 가벼운 마음이다.

거실이나 가게 같은 곳에 내부 난방을 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이렇게 테이블 밑에 난로를 두고 자기들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손님의 테이블마다 난로를 둔 곳은 처음 본다.

"페이창 하오 츠!"

'내가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의 맛이다'했더니 '그렇냐'며 좋아한다.

밥을 먹고 나니 4시가 되고, 앞으로 내리막길일 테니 21km 거리의 퉁다오까지 5시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와 함께 맞바람이 불어오지만 내리막의 가속도가 붙은 무거운 자전거를 방해하지는 못하고, 30분 만에 10km가 사라진다.

산길을 내려가는 동안 소수민족의 독특한 옷차림과 복장을 한 사람들을 자주 지나친다.

조금씩 도로의 상태가 나빠지더니 퉁다오를 10km 정도를 남기고 지옥문이 열린다. 도로포장을 다시 하는지 길들이 파여있고 곳곳이 시멘트 흙탕물로 엉망이다.

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털털거리며 좌우로 미끄러지는 바퀴들 그리고 대형 트럭들의 통행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수없이 많고 불규칙하게 파여있는 흙탕물 웅덩이를 지나며 매너 없는 운전자가 지나가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그때 그분이 지나간다.

블랙코드의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감사하게도 시멘트 흙탕물로 회색빛 무늬들을 흩뿌려 밋밋했던 복장을 화려하게 수놓아 준다.

"고맙다. *&^*#*#&$&$^*#&$^!"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 중국인을 뭐라 할 수는 없고, 인구의 1%만 저러해도 매너없는 사람이 1,5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 문제겠지 싶다.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돼버린 자전거와 옷들이다.

중심을 잡느라 손아귀가 아파오고 그 와중에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대체 얼마나 파헤쳐 놓은 거야?"

무려 6km에 이르는 지옥을 경험하고 심신이 너덜너덜거리며 6시가 되어서야 퉁다오의 시내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오묘한 산들이 우뚝 솟은 퉁다오현.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시멘트 흙이 마르기 전에 자전거를 세척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첫 번째 주유소를 들렀지만 세차를 하는 차량들이 있어 되돌아 나오고, 두 번째 주유소에 들렀지만 세차 시설이 없다.

주유소 세차를 포기하고 신호등을 건너 좌회전하려는데 주유소에서 검은 요크셔 같은 작은 개가 나와 길을 막고 따라오며 짖는 바람에 좌회전 신호를 놓쳐버린다.

"아, 오늘 개새끼들이 왜 이래!"

가장 가까운 곳의 주점으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차하고, 시멘트로 엉망이 된 옷들을 씻어낸다.

"오늘 저녁은 건너뛰자. 먹는 것도 귀찮고 힘들다."

저녁이 되니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는 퉁다오현이다.

"야경이 알록달록 이쁘네."

아침나절 펑크로 시작하여 비와 바람, 오르락내리락 산길과 사나운 개들 그리고 시멘트 흙탕물까지 뒤집어쓴 이상한 날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예쁜 야경도 봤으니 그럭저럭 퉁치자."

아침에 예보되었던 번개 세트가 빠졌다고 생각했더니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비가 내리고 요란한 번개가 번쩍번쩍 거린다.

"참나, 이상하고 요상한 날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