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6일 / 흐림
보르딩보르-로드비-독일 페마른
길었던 북유럽의 여행을 마치고 서유럽으로 넘어간다. 매일 비가 내리는 날씨의 여행이었지만 북유럽의 자연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20,277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492시간

 
E47도로
 
페리
 
 
 
 
 
 
 
62Km / 5시간 10분
 
23Km / 0시간 51분
 
보르딩
 
로드비
 
페마른
 
 
249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5-2521-7461

 

강한 바람과 함께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좀, 며칠만이라도 괜찮은 날씨면 안 된다니?"

빗소리를 즐기기에는 차가운 한기와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들이 생각나 정말 싫다.

흐린 날씨에 애꿎은 침낭 속에 누워 이불킥만을 반복하고. 썰물 때인지 해안의 바닷물이 빠져있다.

냉랭한 한기를 달래기 위해 커피를 끓이고,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를 분리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독일을 향해 출발한다.

잠시 슈퍼에 들러 비닐봉지를 챙겨 장갑을 덮고, 어차피 젖는 것은 똑같지만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낫다.

독일로 가는 여객선이 있는 롤란까지는 60km 정도의 거리고, 두 개의 섬을 넘어가기 위해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작은 첫 번째 다리를 건너고, 멀리 꽤나 길어 보이는 두 번째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엄청 기네."

두 번째 다리도 자전거 도로가 측면으로 확보되어 있는 다리다. 다리의 초입에 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3km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길어 보이지?"

전국 일주를 할 때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넘어갔었는데, 이순신대교가 2.3km 정도이니 그것보다 조금 더 긴 다리이다.

수평선 멀리 자동차 전용으로 이용되는 새로운 다리는 이곳보다 더 길고 웅장해 보인다.

"그래도 길긴 기네."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리가 출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비는 하루 종일 계속되려는 모양이다. 장갑과 신발 그리고 레인 팬츠의 안쪽이 천천히 젖어 들어 간다.

여전히 맞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다행히 도로가 평평한 편이라 조금은 낫다.

한 길의 도로만 따라가면 되는 코스라 편하기는 한데 좀처럼 쉬어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가 힘들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5~6크로나 정도의 빵인데 아주 달콤하고 맛이 좋다.

아무 생각도 없이 페달만 밟아가며 마지막 세 번째 다리에 도착하고, 사진을 찍으며 보니 다리 위에서 차량들이 정치를 하며 대기를 하고 있다.

"뭘 하는 거지? 공사 중인가?"

잠시 후 커다란 배 한 척이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차량들을 막고 있던 검은 벽이 천천히 내려온다.

"아, 도개교구나."

쉼 없이 지친 페달링으로 첫 번째 만난 작은 타운을 지나.

8km 정도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 마리보를 지나친다.

사실은 쉬어가고 싶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정말 간절하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쉬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몽골의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놨다.

"어, 오초르가 스마트폰을 샀나?"

페이스북 영상 통화를 거니 오초르가 전화를 받는다. 며칠 전 오초르의 아내에게 오초르와 함께 있을 때 전화를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아마도 오초르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모양이다.

늘 똑같이 해맑은 오초르와 말도 안 통하는 언어로 대화를 하고 웃는다. 오초르는 한국에 간다고 말하는데 정확한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서동고스에 간다고?"

오초르는 한국에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제스처를 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내니 묻는 것에 답변은 안 하고 엉뚱한 답을 보내오는 오초르다.

"아, 오초르는 자기 맘대로 글자를 썼었지."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 같지만 영상이든 문자든 제대로 의사전달을 하기는 어려운 오초르다.

"그래, 우리는 그냥 바디랭귀지로 통하는 것이 편해."

오초르와 통화를 하는 동안 땀이 식으며 한기가 스며든다.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몸도 녹이고.

약간의 빵도 보충한다.

항구까지 15km 정도가 남은 남았다. 장갑과 신발은 모두 비에 젖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찌릿찌릿 아프도록 시려온다.

항구가 있는 Rødby의 초입에 들어선다.

"뭐라고 읽어야 하냐? 로드비?"

"그냥 로드비 하자!"

마을의 중심부에 도착하여 지도를 확인하니 항구는 6km 정도 더 떨어진 곳에 있다.

"아, 힘든데."

점점 어두워지는 도로를 달리며 독일로 넘어가는 여객선을 오늘 탈 것인지 아니면 내일 아침에 탈 것인지를 고민한다.

저녁 시간에 독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데, 비에 젖은 몸으로 어두워진 독일에서 야영을 하려니 난감하다.

독일의 항구 주변에서 슈퍼를 찾기가 힘들 것 같아 우선 로드비에서 소시지와 빵을 채워 넣고.

"어떻게 할까? 독일로 가자니 춥고 축축한 몸으로 야영지를 찾는 것이 싫고, 안 가자니 괜한 시간이 아깝고 그렇네."

"일단, 여객선 터미널로 가 보자."

스웨덴의 헬싱보리처럼 여객선 터미널은 별도의 대합실이 없고 바로 승선을 하는 시스템이다.

"에잇, 그냥 고!"

이정표를 따라 승용차,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가 출입하는 게이트로 간다.

"두 번째라 익숙하다."

 

"하이, 여기서 독일로 가는 거죠?"

중년의 게이트 직원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여행에 대한 덕담을 건네며 라인 1번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가자, 독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이용하는 1번 라인에서 승선 대기를 한다.

15분 정도 대기를 하고 있으니 여객선이 도착하고, 빠르게 승용차들이 하선을 하며 배에서 빠져나온다.

2번 VIP 라인의 파란불이 들어오고 대기하던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여객선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분리되어 승용차들은 화물칸의 위층으로, 화물차들은 아래층으로 들어가는 동안 1번 라인의 빨간 신호등은 바뀌지를 않는다.

"뭐야? 자전거가 1순위 아니야?"

잠시 후 초록등이 켜지고 승선을 지시하던 직원이 손짓을 한다. 그리고는 승선장 입구에서 다시 대기를 하라고 한다.

"여기는 맨 마지막에 들어가는구나."

차량들이 모두 승선을 하고 가장 마지막에 배에 오른다.

5층에 있는 객실로 올라가니 편의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면세점, 편의점, 카페, 레스토랑, 오락실 등이 보이고 휴식공간들도 잘 꾸며져 있는 여객선의 내부다.

외부에도 테이블과 의자 등이 놓여있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지만 비가 내리는 컴컴한 저녁에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명세표에 사인을 하려니 추위에 손이 굳어 볼펜을 잡기가 힘들다.

따듯한 커피를 들고 환호를 하니 여직원이 함께 환호를 하며 웃는다.

카페의 테이블에 갖춰진 UBS 코드로 충전을 하며 커피로 몸을 녹인다. 덴마크의 네트워크가 끊어지기 전에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오늘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으니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조용히 사라진다.

카페의 직원에게 여객선이 도착했는지 물으니 5분 후에 독일에 도착한다며 웃는다.

"에쉬, 뭐가 이렇게 가까워!"

승선을 하고 순식간에 40분이 지나버렸다.

화물차의 화물칸으로 내려가니 모두들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빠르게 차들이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여객선에서 내려 독일에 들어선다.

"에쉬, 독일도 비 온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따라 터미널을 벗어나고 터미널 바로 앞에 들어선 호텔의 불빛이 유난히 유혹적이다.

"아! 따듯한 샤워, 커피, 푹신한 침대.."

호텔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전거 도로, 구글맵을 켜니 네트워크가 끊어져 무용지물이다. 맵스미를 켜고 방향을 잡은 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항구가 있는 마을을 지나고 바로 적당한 곳에 야영을 할 생각이었는데, 마을을 벗어나자 허허벌판의 들녘이 펼쳐진다.

이제 갓 새싹이 올라온 들밭은 비에 젖어 진흙밭과 비슷하여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외에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자전거 도로의 희미한 흔적을 주시하며 길을 따라가고.

버스 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의 뒤편 공간에 텐트를 펼친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휴게공간이라 평평하고 괜찮다.

비에 젖은 지면이지만 하루, 이틀의 경험도 아니라 별 상관은 없다.

커피를 끓이고, 소시지를 데워 빵과 함께 저녁을 해결한다.

여행의 11번째 나라, 독일에 도착했다. 함부르크를 경유하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갈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자전거를 정비할까?"

트러블이 발생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 체인 등 구동계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비, 그만 와! 이제 정말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단 말이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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