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2일 / 맑음
헬싱괴르-코펜하겐
마음이 편안했던 헬싱괴르에서의 야영, 맑은 아침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0,073Km
이동시간
3시간 40분
누적시간
1,472시간

 
152도로
 
152도로
 
 
 
 
 
 
 
21Km / 1시간 40분
 
23Km / 2시간 00분
 
헬싱괴르
 
베드벡
 
코펜하겐
 
 
45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5-2521-7461

 
비가 멈춘 하늘이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축축하고 어제와 같은 강한 바람이 텐트를 흔들어 댄다.

9시, 해가 떠오르고 공원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그럭저럭. 그래도 모양이 영 아니네."

부러진 폴대를 다른 폴대와 교체해서 임시 조치를 했지만 텐트 모양은 너무나 이상하다.

코펜하겐까지 40km 정도 거리라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

"그나저나 공원이라 굿모닝을 못하겠네."

짐들을 챙겨 출발을 하려니 한 할머니께서 어젯밤 이곳에서 야영을 했는지 물으시더니 춥다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신다.

"괜찮아요."

10시가 다 되어 코펜하겐으로 출발을 한다. 작은 도로변의 자전거 도로를 피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의식 수준이 높은가 아니면 벌금 같은 것이 있나?"

행동 경제학의 무임승차 이론과 관련된 실험에서 보면 북유럽의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한 개념과 신뢰가 강하게 나타나는 국가들이다.

무임승차를 하려는 성향도 적고, 무임승차자에 의한 피해가 있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잘 무너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시험 결과를 보면 우리는 공동체보다는 무임승차의 성향이 강한 나라, 세계의 대표적 국가에서 최하의 수준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무임승차자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칙을 부여하면 무임승차자는 북유럽 국가보다 더 적어진다는 사실이다.

북유럽 사람들을 규칙을 어기거나 그것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협동을 하는 반면 우리는 규칙이 만들어지면 처벌과 감시를 통해 개인의 사익을 취하려는 행동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공정한 규칙이 있으면 잘 지키려 하는 성향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 만들어 낸 체면치레나 배아픈 꼴은 절대 못 보는 타인에 대한 간섭이나 견제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나은 독특한 국민성이다.

"자전거 도로와 주차된 차를 보고 별생각을 다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멀리 스웨덴 헬싱보리의 모습이 보인다.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풍경에 자전거를 세운다.

"시원하다. 깨끗하다."

"세상에, 아침 해도 떠오른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풍경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숲은 산책로와 도로를 지나치고.

이내 맑은 하늘빛의 바다와 바닷빛의 하늘이 마주한다.

해안의 풍경에 빠져 강한 바람마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무슨 바다가 이렇게도 평화롭냐!"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사이클을 타고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산책을 하거나 런닝을 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평화롭다."

혹독하고 황량할 것 같았던 북유럽의 겨울 풍경은 정말 다채롭다.

코펜하겐이 가까워지며 조금씩 도시의 모습으로 변해가지만.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변함이 없다.

"혼자 보기 아깝네."

잠시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2시쯤 연락을 하겠다고 했던 이글의 전화를 기다려 본다.

"라이딩 중에 계속 확인을 하며 갈 수도 없고."

코펜하겐을 8km 정도 남기고 이글의 페이스북 전화가 울린다. 자전거를 세우고 이글, 안드레와 통화를 한다.

이글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전화를 하면 되지만 아날로그 삶의 안드레는 이글과 함께 있을 때만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두 친구와 통화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네덜란드에 가면 월터와 함께 통화를 하기로 한다.

경쾌한 페달링으로 코펜하겐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차도와 분리가 되어있는 자전거 도로 그리고 생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차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이 잘 분리되어 움직인다. 중국의 도로는 다수가 만들어 내는 암묵적인 룰의 흐름이라면 이곳의 움직임은 서로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움직임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한 번이라도 틀어지면 모든 것이 뒤섞여 엉망이 돼버리는 중국과 달리 이곳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2시 체크인이 시작되는 호스텔,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해안가에 위치한 인어공주의 조각상을 보러 간다.

해안가의 별 모양의 언덕인 카스텔레트(Kastellet) 요새를 지나자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해안가 공원이 나온다.

"생각보다 되게 작네."

많은 사람들이 해안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약간 허탈한 기분은 뭐지?"

너무나 심플한 해안가의 공원 그리고 별다른 특색이 없는 해안의 풍경이다. 마치 모나리자의 그림을 직접 보며 작은 사이즈의 그림에 실망스러웠다는 느낌과 같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공주님, 너무 청초하시네!"

사람들 틈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 없어 인어공주의 조각상만 잠시 쳐다보고 공원을 빠져나간다.

"네가 정말 갖기를 원한다면 얻을 수 있어. 하지만 넌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계속 시도해야 해. 그럼 마침내 얻을 수 있을거야." -인어공주 중에서

"여기 어디에 성이 하나 있었는데."

아말리엔보르 성을 찾아 사람들과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다.

카스텔레트 요새의 언덕 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인상적이다.

아말리엔보르 성은 너무나 평범해서 성을 앞두고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성보다는 오래된 교회 하나가 시선을 빼앗는다.

"아, 이게 무슨 분수대구나."

게피온 분수대, 역동적인 소의 조각상이 인상적이지만 겨울이라 분수대는 물을 뿜어내지 않고 있다.

"이 교회, 아담하니 이쁜데."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 싶지만 며칠 동안 비와 바람을 맞으며 쌓인 피로가 밀려든다.

"배도 고프고, 숙소로 가자."

자전거 도로가 잘 이어져 있어 다른 도시들 보다 쉽게 숙소를 찾는다.

"여기 자전거 엄청 좋아하나 보네."

선택의 여지없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선택한 기숙사형 대형 호스텔은 깨끗하고 편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정말 싫다.

여권 제시만으로 쉽게 체크인이 끝나고.

짐들을 4층까지 옮기느라 고생을 한다.

샤워를 끝내고 잠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근처의 한국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다른 뷔페식당을 검색해 두었지만 피곤함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침대 밑의 사물함에 패니어들을 넣고 열쇠로 칭칭 감아둔다.

"유럽에서 더는 방심하지 않을 테다."

숙소 근처의 한식당 벚꽃, 벚꽃을 한국 발음으로 영문표기해도 괜찮을 텐데 사꾸라라니 마음에 안든다.

식당 앞의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김치찌개가 180크로나? 미쳤다!"

음식 가격에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멀지 않은 허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식당에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있고, 김치찌개와 밥 두 공기를 주문한다.

밑반찬도 별로 없는 김치찌개가 나오고, 밥은 일본식 그릇에 담겨 나온다.

"세 그릇도 부족하겠다."

김치찌개는 괜찮은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물이 있으면 달라고 하니 작은 생수를 건네준다.

다른 단체석의 테이블에는 한국 식당에서 주는 물병이 놓여있는데 말이다.

"괜히 물 달라고 했네. 돈만 들게."

생수값까지 200크로나가 넘게 계산이 된다. 정말 미친 가격이다.

"내가 다시 한식당에 가면 미친놈이다!"

한국처럼 잘 차려진 밑반찬을 주고, 현지의 물가대로 가격을 받는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정말 어이가 없다.

리가의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이곳은 음식의 맛을 떠나 정말 최악이다.

슈퍼에 들러 바나나를 사들고 나온다.

마치 비싼 음식으로 데이트를 한 후 집에 돌아와 김치에 밥을 비벼 먹는 기분이랄까.

북유럽의 마지막 국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왔다. 짧은 여정이지만 동화 같은 일들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