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4일 / 눈
카젤-루카우-라드부르크
독일 여행의 마지막 도시 드레스덴을 향해서 간다. 파박과 만나기로 한 29일까지 체코 프라하로 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23,952Km
이동시간
7시간 23분
누적시간
1,820시간

 
96도로
 
도로
 
 
 
 
 
 
 
47Km / 3시간 40분
 
50Km / 3시간 45분
 
카젤
 
핀스터
 
라드부뤀
 
 
1,476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아침 7시, 잠에서 깬다. 춥고 불편하지만 캠핑을 하면 숙면에 빠져드는 평안함이 좋다.

밤부터 시작된 비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멍하게 침낭 속에 누워 비가 멈추기를 소원한다.

"춥잖아."

방을 꺼내어 조금 남은 딸기잼을 모두 먹고, 무거운 병의 짐을 덜어낸다. 패니어를 자전거에 장착하고 난 후 다시 침낭 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봄이 오긴 오는 걸까?"

9시, 아무것도 하질 않았는데 2시간이나 흘러갔다는 것이 뭔가 억울하다. 아침 시간의 게으름, 피곤한 채 눈 떠있는 새벽 시간의 적막감만큼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체온이 남은 따듯한 이불의 포근함과 체면의 껍데기를 벗어버린 살결의 부드러움,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유한함에 반항하듯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이 좋다. 무례하게 파고들고 싶은 충동의 욕망에 내 전부를 담고 싶다.

9시 반, 드레스덴까지 120km의 거리다.

잠시 비가 멈춘 사이 출발한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로의 방향에 따라 맞바람이 되어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며칠 좋았잖아. 오늘은 꽤나 힘들겠네."

숲으로 향하는 불확실한 길을 포기하고, 96번 도로를 따라 조금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한다.

한 시간의 라이딩을 하고 잠시 쉬며 어제 사놓은 케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식어도 맛있네."

바람을 이기며 숲과 마을을 지나치고.

40km 거리의 첫 번째 경유지에 도착한다. 밋밋하고 재미없는 마을이다.

슈퍼마켓을 찾다가 그냥 마을을 빠져나간다. 좁쌀만 한 우박이 떨어진다.

96번 도로를 벗어나 쉼 없이 소나무 숲과 평야, 마을들을 지나쳐 가는 동안 계속되는 바람에 지쳐간다.

"100km 정도는 가야 하는데."

"아고, 힘들다."

오늘도 비구름이 수상한 날이다.

맥도널드가 있는 두 번째 경유지를 10km 정도 남기고 갑자기 우박이 쏟아져 내린다.

5분 정도 미친 듯이 쏟아진 우박은 바로 멈춘다. 정말 이상한 날씨다.

맥도널드가 있는 마을로 지친 페달을 밟아간다.

"왜 오르막만 있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 내비게이션이 음성안내를 하지 않고 알람음만 울려댄다.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아 재설정을 할 수도 없다.

"뭐 하자는 거야!"

자신의 안내를 계속 무시해서 삐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찾아가는 것이 너무나 번거롭다.

목적지인 마을이 나타난다. 평범한 시골 마을의 모습인데 맥도널드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갈림길마다 지도를 확인하며 맥도널드로 향한다. 맥도널드는 고속도로변 휴게실처럼 인터체인지 바로 옆에 들어서 있다.

"대박! 버거킹에 맥도널드까지."

맥도널드에서 와이파이로 내비게이션을 재설정하니 안내 멘트가 나온다.

"왜 그런 거니?"

우박 때문에 핸드폰에 습기가 차서 오류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 허구한 날 비를 맞고 다니니 성한 물건들이 없다.

이틀 동안 숲길에 들어선 이후로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

맥도널드 바로 옆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빈 병들을 환불하고 빵과 물을 보충한다.

"오늘은 맥주 생각이 없네."

5시가 넘어간다. 30km 정도가 남은 드레스덴까지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좀 더 길을 따라간다.

마을을 벗어나고 내비게이션은 저수지가 있는 흙길로 안내를 한다.

"꼭 한 번씩 이래야만 하는 거지?"

다른 경로가 없어 선택의 여지도 없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터라 시간도 없다.

저수지의 끝은 전기가 통하는 전선으로 막혀있다.

"진짜 전깃줄일까?"

옆으로 빠져나갈 공간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어떻게 선을 넘을지 고민을 하다 끝부분의 고무 손잡이를 발견한다.

"이건 안전한가?"

장갑을 끼고 살짝 건드려 보니 괜찮다. 고무 손잡이를 잡고 선을 제거한 후 자전거를 끌고 통과한다.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 길은 포장 도로로 바뀐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계속해서 길을 따라간다.

고가다리를 따라 고속도로를 넘자 바로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난감!"

마을 가까이 수풀이 자란 공간으로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행운!"

텐트를 펼치고, 약하게 네트워크도 잡힌다.

"대박!"

프라하까지 170km 정도의 거리, 체코의 도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자전거 경로가 잡히질 않는다. 이틀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내일 되도록 많은 거리를 줄여놓고 싶다.

드레스덴을 잠시 구경하고 체코의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내일은 정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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