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2일 / 맑음
베를린
베를린의 마지막 날, 트램을 타고 베를린의 둘러본 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관람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23,774Km
이동시간
3시간 01분
누적시간
1,806시간

 
짬뽕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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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
 
베를린
 
 
1,29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오늘도 흐린 날씨다. 푹 잠든 탓인지, 미련스럽게 먹은 고기 탓인지 감기 기운은 조금 덜하다.

체코에서 만날 파박과 일정을 조율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

1층에 있는 술집은 파티의 컨셉이 매번 다른 모양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책들 중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던 책으로 전혜린의 일기를 선택했다.

"언제쯤이었을까?"

그녀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었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하다. 카릴 지브란의 예언서와 함께 학생 가방이 노트북 가방으로, 서류 가방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늘 담겨있던 그녀의 책이다.

"이 책의 주인이 아희인가 보다."

뮌헨, 그녀가 좋아했던 뮌헨으로 향하던 일정은 핀란드에서 웃는 얼굴의 아희를 만나며 베를린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그녀의 삶이 느껴질 뮌헨에 가고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20년 가까이 담고 다녔던 책, 그녀의 일기를 베를린에서 읽는다.

"모든 평범한 것, 사소한 것, 게으른 것, 목적 없는 것, 무기력한 것, 비굴한 것을 나는 증오한다! 자기 성장에 대해 아무 사고도 지출하지 않는 나무를 나는 증오한다. 경멸한다. 모든 유동하지 않는 것, 정지한 것은 퇴폐다. 저열한 충동으로만 살고 거기에도 만족하지 않는 여자를 나는 증오한다. 나무는 하늘 높이높이 치솟고자 발돋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별에까지 닿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그것이 허락되지 않더라도….”

"모든 전달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간은 서로 만나도록 운명지워져 있는 것일까? 만남의 짧은 매혹 끝에는 기나긴 상처의 길밖에 남겨져 있지 않음에도 왜 인간은 만남에 황홀해 하는 것일까? 인간은 거의 만남에 의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속 불가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독백뿐이다. 대화의 메아리는 언제나 독백으로 공허하게 울린다. 언제나 '너'를 찾으려던 우리의 시도는 '나'를 다시 찾은 것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몹시도 목말라 있다. 한 개의 자매혼에, 이해하는 마음에, 눈에 그것은 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과 영혼이 부딪칠 때, 그 찰나에 우리는 영원을 본다. 시간성을 느낄 수 없게 꽉 찬 순간,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감득될 수 있는 유일한 영원이다. 그 영원의 순간을 위해서 우리의 영혼은 언제나 목말라 있는 것이다."

베를린을 떠나기 전인 오늘 저녁에 아희를 만나기로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희가 추천한 짬뽕집을 찾아간다. 우선 교통티켓을 구매하고.

아희가 설명했던 AB구간의 티켓 4장을 구매하니 첫날 아희가 사줬던 티켓과 다른 모양의 티켓이 4장이나 나온다.

"뭐야? 잘못 산 거야?"

짐짓 당황하고 있으니 뒤에 서있던 독일 부부가 웃으며 티켓을 검표기에 넣고 전철을 탈 수 있다며 설명을 한다.

"아니, 그건 아는데요."

"몰라, 일단 고!"

U반을 S반으로 환승도 하고.

"U와 S는 뭐가 다른 걸까?"

베를린의 동쪽으로 간다.

환승을 했던 순환열차는 목적지를 한 정거장 앞두고 오래 정차를 하더니 지나왔던 역으로 되돌아 간다.

"이 시추에이션은 뭐야?"

한 정거장을 뒤로 되돌아간 라인의 번호가 S42에서 S41로 바뀌어 있다. 건너편 방향의 전철로 환승하고 샤를로텐부르크성이 있는 역으로 간다.

신설동 역처럼 막다른 역도 아닌데 순환노선의 전철이 갑자기 역주행을 하는 신기한 경험이다.

샤를로텐부르크성 주변의 역에서 내려.

성이 있는 공원으로 걸어간다.

짬뽕집을 찾아 걷고.

"아희가 말하던 LA 갈비집이군!"

 

짬뽕을 주문한다. 감기 기운 때문에 얼큰한 것이 당기는 모양이다.

달콤한 느낌의 국물은 꽤 괜찮지만 면발이 조금 아쉽다. 밥을 한 공기 주문해서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서글서글 인상이 좋은 아저씨는 추가로 주문한 것들은 별도로 요금을 받지않는다며 짬뽕값만을 받는다.

주문할 때 조금 얼큰하게 만들어 달라 부탁하면 좋을 것 같다.

"저리 가라, 감기야!"

밥을 다 먹어갈 때 아희에게서 메세지가 온다. 점심 약속이 취소됐다며 2시에 점심을 먹자고 한다.

"콜!!"

아침으로 짬뽕을 먹었으니 점심도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오후에 둘러볼 생각이었던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동한다.

거리를 걷고.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U반으로 환승을 한다.

가로로 된 좌석도 있다.

체크포인트 찰리로 가는 역에서 하차하고.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책은 꽃과 함께지!"

핀란드에서부터 만날 때마다 우연찮게 꽃을 들고 있던 아희를 위해 꽃을 선물하기로 한다.

 

도로변 꽃집의 마른 장미가 전혜린의 책과 너무나 어울리지만 웃는 얼굴의 사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주황색이 좋다.

"아, 꽃 냄새!"

체크포인트 찰리는 미군이 관리하던 동서독의 경계 초소였던 모양이다.

 

아희를 만나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장벽의 조각들로 만든 기념품도 구경하고, 줄을 서서 먹는다는 케밥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아희는 이어폰과 함께 여행 중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선물하고, 나는 책과 함께 꽃을 선물한다.

 

평소보다 줄을 선 사람들이 많이 적다며 아희는 좋아했지만.

대기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기다리면서 카레 소세지 드실래요?"

베를린의 또 다른 먹거리 카레 소세지를 먹고 가야한다며 아희는 소세지를 사 온다. 벨기에의 감자튀김과는 조금 다른 바삭한 감자튀김과 걸쭉한 케찹소스가 독특한 맛이다.

"어디서 먹어?"

"밖에서요. 안에서 먹을 생각은 마세요."

어쨌든 길었던 줄도 사라지고 닭고기 케밥을 사 들고.

주변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아희는 꽃을 들고.

나는 맥주를 든다.

바싹한 도우, 치즈가 뿌려지고 구은 야채가 들어간 케밥은 소스맛으로 먹던 다른 케밥보다 부드럽고 건강한 맛이다.

"줄을 서서 먹을만 하네. 인정!"

4시에 약속이 있는 아희는 서둘러 약속 장소인 텔레비전 타워가 있는 알렉산더 광장으로 가야한다.

전철을 타고 알렉산더 광장으로 이동하고.

"정말 안 보이는 곳이 없다. 베를린에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아!"

4시가 훌쩍 넘은 시간, 아희와 헤어짐의 포옹을 한다.

항상 웃는 그녀가 건강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삶과 마주하며 언제나 지금처럼 밝게 웃기를 바란다.

기생충을 보기 위해 아희가 검색해준 극장으로 간다.

베를린 AB구역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극장이다. 독일의 영화관은 독일어로 더빙을 하여 상영을 하기 때문에 자막 번역의 극장이 많지 않은가 보다.

프랑스나 유럽의 극장들은 왜 더빙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더빙을 아무리 잘 한다하더라도 배우의 언어와 대사전달도 스토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일 텐데 말이다.

"아, 이놈의 낙서들!"

정말 작은 영화관이다. 서울로 전학을 와 처음 극장이라는 곳을 접했던 화양리 동부극장이 생각난다. 하지만 나름 깨끗하고 정성스레 관리된 오래된 극장의 클래식한 멋이 잔뜩 느껴진다.

"설마, 더빙판은 아니겠지?"

맥주와 팝콘을 파는 카운터에서 영화표를 구매하고, 맥주 한 병을 산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작고 오래된 영화관이다.

한 쌍의 커플, 한 명의 중년여성, 한 명의 젊은여자와 한 명의 자전거 여행자가 관객의 전부이다.

언제인지 천호동 극장에서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두세 명의 관객들과 함께 본 이후로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독일, 베를린에서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늘 봐왔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고 생각된다. 오스카를 받음으로서 해외에서 더 많은 찬사가 이어지겠지만 그것이 의아스럽고 새삼스럽다 생각된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다.

"너희와 상관없이 그들은 항상 유니크했어!"

영화관을 나와 숙소로 돌아간다.

다시 U반을 타고.

트램으로 환승을 하고.

숙소가 있는 역에서 내린다.

하루 종일 택시를 제외한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한 느낌이다. 뭔가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촘촘하게 연결된 U반, S반, 트램, 버스 노선은 큰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

숙소 앞 슈퍼에서 콜라를 하나 사 들고.

"정말 맥주 천국!"

베를린 여행의 여운을 가라앉힌다.

 

"좀 멋졌다. 베를린!"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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