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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트렉 영국으로부터 새 자전거를 후원받기로 하며 다사다난했던 자전거 도난사건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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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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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83Km
이동시간
1시간 54분
누적시간
1,64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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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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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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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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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마음 고생을 한 며칠 동안의 피로는 여전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진 아침이다.

"사비, 자전거를 언제 받아?"

"잘 모르겠어. 주말 전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월터, 올리버와 자전거에 대해 메세지를 주고받는다.

숙소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세 번째 조식을 먹으니 조금씩 접시에 담아주는 양이 달라진다.

"3접시는 먹을 수 있는데."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노리치와의 경기를 검색한다.

"너무 비싼데. 70파운드."

올리버에게 경기에 대해 물어보니 토트넘은 조금 위험하고, 티켓이 너무 비싸다며 온라인 티켓 사이트의 주소를 보내준다.

"그냥, 런던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서 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

관람 좌석을 검색하며 망설이는 동안 올리버에게 다시 메세지가 온다.

"사비, 자전거샵에서 연락이 왔어. 오늘 자전거를 받을 수 있데."

"정말?"

"응. 6시 15분 전에 가게로 가면 돼."

자전거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망설이던 토트넘 경기는 바로 포기를 하고 올리버에게 자전거샵의 주소를 받는다.

"올리버, 패니어백의 마운트가 필요한데?"

올리버는 패니어 마운트를 판매하는 자전거샵을 검색해서 알려준다. 세수을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의 자전거샵은 마운트를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가격만을 알아보고 올리버가 알려준 자전거샵으로 걸어간다.

"월터, 오늘 자전거를 받을 수 있데."

"앗싸!"

"고마워 월터. I'm glad to you are."

며칠 동안 함께 고민해 준 월터가 있어서 참 고맙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메세지를 보내니 한참 후 월터는 번역이 이상하다며 말의 뜻을 묻는다.

"뭐가 이상해. I'm so happy that you are."

"You are happy that i am?"

"대충 알아들어! 이 정도는 번역기 안 써!"

확실히 영어는 제스처나 표정을 함께 말해야 뜻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인가 보다.

"이건 어때? I'm so good because of you."

'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엔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참 허접한 언어인 것 같다.

 

독일의 아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해요?"

"I'm happy that you are here 아니면 I am thankful that you are here! 이러면 될것 같은데요."

"비슷한데. I'm so happy that you are 했더니 홀랜드 남자가 이상하데."

아무래도 자유분방한 네덜란드의 남자에게는 감정표현을 하지 말아야겠다.

"설마? 월터, 나 남자는 싫어! 알지?"

올리버가 알려준 자전거샵은 이틀 동안 자전거를 검색하며 알고 있던 수제 자전거 브랜드샵이다.

매장에 들어가 패니어의 마운트를 구매하고, 6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두 시간이나 남았네. 어떻게 하지?"

6시 15분에 올리버와 만나기로 한 자전거샵으로 걸어간다. 4시 20분, 가까운 거리의 East Central Cycles에 도착한다.

약간의 출출함이 있지만 주변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그냥 매장으로 들어간다.

매장에 들어가 이름을 말하니 직원 남자들은 반갑게 맞아주며 자전거를 받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아니, 6시에 친구를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어. 여기서 기다릴게요."

지하의 미케닉실에 내려가니 붉은색 트렉520이 작업대에 걸려있다.

"아.."

새자전거를 보니 낡은 내 자전거가 생각나 뭉클한 감정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함께 달려왔는데.."

패니어 마운트 설치를 부탁하고, 페달을 설치한다.

"시운전 해봐!"

"아냐. 나중에 할게."

프레임 번호를 찍어놓고, 패니어를 묶을 밧줄을 물어보니 짧은 종류만 있다.

근처의 철물점에서 적당한 길이의 밧줄을 구매하고.

"우리나라 자전거 밧줄이 최곤데."

 

매장에 있는 물통케이지를 장착하고, 스페어 튜브도 하나 사놓는다.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함께 사라진 것들도 많네."

"세월호 리본, 밧줄, 싯포스트 작은 가방, 유나 선생님의 이름 주머니, 스웨덴에서 받은 물통케이지.. 겨울과 아프리카 여행을 대비해 교환한 슈발베 타이어..”

 "더 멀리까지 나를 데려다 줘. 부탁한다."

6시가 되자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타고, 미소가 밝은 올리버가 자전거샵으로 들어온다.

"오, 올리버 고마워."

올리버와 포옹을 하고 반가움의 대화를 한다. 정말 웃는 얼굴이 편안한 남자이다.

올리버는 자전거를 받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트렉 영국과 이스트 센트럴 싸이클스에 감사를 표시한다.

"전에 자전거 이름이 뭐였어?"

"없었어. 하지만 이 새자전거 이름은 올리버야!"

올리버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전해준다.

"이게 뭐야?"

"내 와이프 카시아가 쓴 책이야!"

한글로 번역된 책 The secret lives of colour는 올리버의 아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가 쓴 색에 관한 책이다.

"색이라.. 레오니가 읽으면 좋겠네."

"라이트 있어?"

"아니, 호스텔에 있어."

"위험하니까 천천히 끌고 가."

올리버는 자전거를 타고 쿨하게 집으로 떠난다.

자전거를 끌고 숙소로 걸어간다. 낮에는 볼 수 없던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런던의 도로를 자전거로 움직인다.

기쁨과 허탈함 같은 감정이 뒤섞이며 나른함이 느껴진다.

숙소에 돌아와 친절한 여직원에게 테라스를 열어달라 부탁하고 숙소의 내부에 자전거를 묶어둔다.

"자전거가 생겼어. 이제 떠날 수 있어."

"축하해. 내일 떠날 거니?"

"아니, 며칠 더 있을거야. 런던에 와서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어."

올리버의 아내 카시아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보내자 그녀는 내일 저녁에 함께 차를 마시자며 집으로 초대를 한다. 너무 감사하고, 즐거운 만남이 될 것 같다.

트렉 영국과 이스트 센트럴 바이시클, 그리고 올리버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고 바로 잠이 든다.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힘든 일주일이었지만 많은 걱정과 응원을 해준 친구들에게, 새로운 자전거를 후원해준 Trek bikes UK와 East Central Cycles 그리고 며칠 동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준 월터와 올리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더 많은 세상을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56일 / 맑음
런던
새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은 찾았지만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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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새로 장만할 때까지 숙소를 연장해야 하지만 빈 방이 없다고 한다.

"꼬일 대로 꼬이네."

짐을 호스텔에 맡기고, 내일 다른 숙소에서 보낸 후 모레 숙소로 다시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월터, 정말 판타스틱한 영국 여행이야. 마치 터미널의 톰 행크스 같아. 하지만 캐서린 같은 여자는 없어."

월터는 친구들과 검색을 하여 찾은 자전거의 리스트들을 보내준다.

"나도 이걸 찾았어. 런던에서 자전거를 못 구하면 브리스톨에 가려고 해."

수요일에 만나기로 한 올리버에게 자전거를 구할 때까지 집에 머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어머니가 와서 주말까지 올리버의 집에서 머문다고 한다.

"그럼, 짐은 맡아줄 수 있지?"

브리스톨에서 판매하는 트렉520의 정보를 보내주니 올리버는 브리스톨까지 픽업을 해주겠다고 한다.

카카오뱅크에 연락을 하니 본인 명의의 국내 휴대폰이 없으면 계정에 연결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비대면 통장 개설의 편리함이 해외에서는 최악의 시스템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카드 한 장이 허무하게 날아가네."

카드복제의 이의제기 진행사항을 문의하고, 하나은행 런던지점을 찾아간다. 복제되어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교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런던 타워 근처의 하나은행 런던지점으로 들어가 전후 사정을 설명하였지만 카드 발급이나 신규 통장 개설은 할 수 없다.

"진짜 의미 없네. 배고프다."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소주로 마음을 달랬던 한국식당으로 걸어간다.

"오늘의 메뉴 순두부찌개."

첫날 서빙을 하던 어린 여직원은 능숙하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안다.

"많이 주세요. 많이!"

 

쿨한 성격의 사장님은 곱빼기라며 순두부찌개를 내어주고 연어장을 서비스로 주신다. 고추와 마늘, 간장으로 졸인 연어의 맛이 좋다.

"밥 두 그릇 더 주세요."

비싼 고기는 먹을 수 없지만 밥이라도 많이 먹어야 기운이 나지 싶다. 식사를 하는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던 올리버가 전화를 한다.

"올리버, 메시지로 보내줘."

영국인들의 발음이 안 들리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듣고 말하는 것보다 쓰고 읽는 것이 편하고 쉽다.

"사비, 트렉 영국 지점과 통화를 했는데, 자전거를 산 영수증 같은 것이 있어?"

올리버는 좋은 방법을 찾았다며 트렉 자전거와 내 정보들을 묻는다. 이름과 SNS 계정들의 주소, 이메일과 블로그를 알려주고, 한국에서 자전거를 산 매장의 주소를 링크해 보내준다.

"잠시만 기다려."

잠시 후 올리버는 트렉 영국 지점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고, 고객지원 담당자의 답변 메일을 전달해 준다.

"이게 가능할까?"

담당자는 담당부서에 내용을 전달하고 바로 답변을 주겠다는 긍정적인 메일을 보내왔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며 마케팅이나 브랜딩 관련 업무를 하며 판매촉진을 위한 홍보나 시스템보다 스토리를 쌓아가는 브랜딩을 하고 싶었고, 여행 전 여러 회사와 연계하여 도네이션을 해보려 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마케팅 방향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브랜딩에 관심이 없다.

브랜딩보다 손쉬운 할인이나 포인트의 적립 같은 로열티 프로그램이 효율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고객의 니즈라는 값싼 합리화의 핑계일 뿐이다.

협박과 공포의 마케팅, 한국 마케팅의 변하지 않는 기본이다.

"유럽의 시스템은 어떨까?"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소식에 한국의 친구들과 외국의 친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한국의 친구들은 '잊어버려', '새로 사'라고 말하고, 외국의 친구들은 '솔루션을 찾아보자'라고 말한다.

한국의 사람들은 분실의 책임, 자기 잘못의 책임으로 간주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반면 해외의 친구들은 사건의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부정의 교육, '하지 마', '하면 안 돼'의 교육은 사소하지만 이런 게 다른 사고의 접근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오지랖, 타인에 대한 강요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에 의한 강박 속에서 모든 것을 홀로 견뎌야 하는 한국의 사람들이다.

올리버의 메일은 간단했다. 한국의 여행자가 트렉 자전거를 타고 영국까지 와서, 자전거를 도난당하여 더 여행을 할 수 없으니 그를 여행의 길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짧은 메시지다.

"전화를 기다려 보자."

20분 후, 올리버가 춤을 추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사비, 트렉 영국에서 새자전거를 무상으로 후원하겠데."

"정말!"

트렉 영국 지점에서 온 메일은 정말 짧았다. 소식을 들었고 새자전거를 후원하겠으니 SNS를 통해 짧은 공유를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믿을 수 없어!"

"나도 이렇게 빨리 답변이 올 줄 몰랐어."

기쁨과 허무함, 그동안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네가 영국에서의 나쁜 기억이 없기를 바라."

"고마워.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 태양 아래서 맥주를 마실 수 있어!"

"고마워. 올리버!"

피곤함이 밀려와 숙소로 돌아간다.

"월터, 트렉에서 새자전거를 후원해 준데."

며칠 동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준 월터와 기쁨을 나눈다.

"이번엔 아주 큰 열쇠를 사. 튼튼한 것으로."

"응. 아주 큰 것으로!"

"이제 기운을 차려. 소식을 우리 가족들에게 전해줘야겠다."

"응. 친구들에도 고맙다고 전해줘."

숙소로 돌아와 오니 함께 경찰서에 갔던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 자전거 생겼어!"

"정말? 축하해."

여자는 자전거를 숙소의 안쪽 테라스에 넣으라며 알려주고, 빈 방이 생겼다며 숙소를 연장하라고 한다.

싱거운 농담처럼 배배 꼬여있던 일들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잔인하게 싱겁네."

오후 3시, 침대에 누워 바로 잠이 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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