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9일 / 맑음
아스타나-아크콜
아스나타를 떠나 콕세타우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10일 정도 남은 카자흐스탄의 체류기간 동안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3,382Km
이동시간
7시간 46분
누적시간
970시간

 
A1도로
 
A1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아스타나
 
쇼르탄디
 
아크몰
 
 
1,20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재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옮기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다. 스티커형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새는 모양이다.

"하루 정도는 충분히 가겠네."

호스텔의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길을 나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한국의 가을과 같은 느낌이 난다. 머지않아 추위가 시작될 것 같다.

콕셰타우로 향하는 길, 300km 정도의 거리이니 3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스타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이제부터는 조금 서둘러 국경으로 가야 한다. 남은 체류 기간은 13일, 1,000km의 거리를 달려 러시아의 국경으로 갈 것이다.

아침을 먹을 카페와 은행, 슈퍼를 찾으며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간다.

"오, 버거킹!"

아침은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옆에 있는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만을 사든다.

"가다 보면 카페 하나둘 정도는 있겠지."

구글맵으로 ATM을 검색하고 주변을 맴돌았지만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기 위해 길을 잡으려는 순간 사거리 모퉁이 엉뚱한 곳에 은행이 숨어있다.

"구글맵, 너 정말!"

비상금을 찾고, 아스타나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A1 도로로 이어지는 외곽의 좁은 도로의 끝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수박과 멜론을 팔고 있는 트럭 주변에 앉아 있으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몇 가지를 묻더니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고 한다.

"5,000."

땅에 5,000의 숫자를 적으며 계속 숫자를 말하는 남자.

"나 카자흐스탄 돈 없어."

돈이 없다고 하니 웃더니 더는 귀찮게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라며 알려준다.

"수박 한 덩이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네."

수박 한 통은 싼 가격이지만 저 큰 것을 자전거에 싣고 갈 수도 없거니와 시원하게 먹을 방법도 없다.

"누구라도 한 명만 더 있으면 쪼개서 먹을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1시 반, 아스타나를 빠져나오고, 동그랗게 회전을 하는 외곽도로를 따라오느라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다.

"100km 정도는 가야 하는데. 몰라, 가는 데까지 가자."

톨게이트를 지나고, 팀의 말처럼 콕셰타우로 가는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길이 좋고, 갓길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약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고, 비 예보와 달리 날씨도 제법 괜찮다.

30여 분을 달리고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들어간다.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진다.

휴게소 입구에 도로 주변의 휴게소와 주유소의 정보판이 세워져있다.

"오, 최소한 이 도로에서는 굶어 죽지는 않겠어."

화장실인줄 알았던 곳은 휴게소 매점이다.

"좋은데."

작은 매점에는 기본적인 식료품과 빵들을 판매하고 있어, 세 개의 빵과 콜라를 사든다.

"카자흐스탄 빵은 제법 맛있단 말이야."

휴게소를 떠나 1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 때 뒤쪽 바퀴가 물컹거린다.

"올 것이 왔구나."

어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로 교체했지만 역시나 펑크 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아 새로 산 38C 튜브로 교체한다.

오는 동안 도로의 좌우편으로 내리던 빗줄기가 정면에서 흩날리고 있다. 몽골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았지만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양은 정말 신비롭다.

"빗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맑은 하늘에 소나기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비가 내릴까?"

빗물에 젖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앞에 있던 비구름은 계속 이동을 하여 다행히 비를 맞지는 않는다.

"초원의 하늘은 다 똑같은 건가. 멋진 하늘의 변화다."

도로 위의 비구름에서는 비가 멈추고.

멀리 도로 측면의 구름에서는 여전히 쏟아지듯 비가 내리고 있다.

"정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검은 비구름이 머리 위를 뒤덮고 있고,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벗어나야 해."

비구름을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내어 달려보지만.

새로 교체한 뒷바퀴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데.

"참 부지런히도 야무지게 박힌다."

무슨 일인지 새 튜브를 교체하면 바로 펑크가 난다. 다행히 38C 튜브라 펑크 패치가 잘 붙었지만 이래저래 30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바로 앞에 있던 휴게소에 들렀지만 이곳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가야 할 거리가 50km나 남아있어 식사를 할 시간도 없다.

"아, 벌써 6시네. 빨리 달려야겠다."

언더바를 잡고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한다. 그림 같은 몽환적 구름의 변화는 계속되고.

한편에서는 검은 비구름이 저물어 가는 태양을 숨기며 비를 쏟아내고 있다.

"구름과 하늘, 참 예쁘다."

7시, 30km 정도가 남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주었던 쿠키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한달음에 목적지까지 갈 생각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8시가 되면서 붉은 석양빛이 퍼지기 시작하고.

하늘과 구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달려간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도로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 비가 올까? 마을로 들어가야 하나?"

도로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귀찮다. 구글맵에는 전방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고, 조금 멀리 카페 하나가 검색이 된다.

"에이, 못 먹어도 고! 캠핑을 하자."

마을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적당한 캠핑 자리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8시 반인데 해가 지는 거야? 해가 짧아졌나?"

밀을 수확하고 텅 빈 초원과 우거진 밀밭 주변의 나무숲이 캠핑을 하기에 적당했지만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끊어지질 않는다.

자전거를 들어 옮길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정성이나 부지런함은 나에게 없다. 도로를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고 9시가 되었을 때 멀리 작은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당? 설마 여기까지 와버린 거야?"

아크쿨에서 구글맵을 보며 내일 아침을 해결하려 했던 식당까지 와버렸다.

"뭐라고 읽는 거야? 바라프? 어쨌든 잘 됐네."

지도에도 안 잡히던 작은 마을이 보이고,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는 말들 사이로 카페의 레온 사인이 보인다.

그리고 휴게소 방향에도 작은 매점이 보여, 일단 휴게소로 들어갔다. 작은 매점에는 음료수 같은 것들만 보일뿐 음식 메뉴는 없는 것 같다.

매점 옆 빈 공간의 텐트 자리를 확인하고 건너편 카페로 이동한다.

카페 주변은 넓은 공터지만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나서 캠핑을 하기엔 부적절하다.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그림 메뉴판을 보고 쉽게 주문을 한다.

감자, 토마토 수프와 양고기 만두로 저녁을 먹고.

다시 매점으로 돌아와 캠핑을 허락받았지만 텐트를 펼치는 순간 안개비처럼 약간의 빗방울이 흩날린다.

"비가 오겠는데."

큰 비는 아니겠지만 내일 아침 텐트를 말리는 것이 귀찮다. 주변을 둘러보고 주차장에 설치된 휴게실에는 탁자가 놓여있어 텐트를 칠 수 없다.

매점에서 20미터쯤 털어진 곳에 커다란 지붕의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 내부를 확인하니 꽤 너비가 넓은 공간이다.

"뭐 하는 곳이야? 뭐, 알 건 없고 딱 좋네."

어둠 속에서 익숙한 동작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를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뒤편에 캠핑을 하며 사람들의 인기척 소히에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착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몇몇의 자동차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 근처로 들어온다.

"에쒸, 그럼 버스만이라도 들어오지 말아 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4일 / 맑음 ・ 23도
아크타쉬-인야
아름다운 알타이 산맥을 따라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가고 있다. 알타이 공화국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 매료된다.


이동거리
106Km
누적거리
11,4195Km
이동시간
7시간 13분
누적시간
808시간

P256
P256
70Km / 4시간 25분
36Km / 2시간 48분
아크타쉬
카툰강
인야
 
 
289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푹 잠들었다. 알람이 없이도 자연스레 7시가 되면 잠이 깬다.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지만 곧 그칠 것도 같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어제의 일기를 조금 적어보고 짐들을 정리하여 출발을 준비한다.

오늘 갈 곳은 Inya, 아크타쉬에서 90km 정도 떨어진 거리의 마을이다.

"내리막길일 테니 쉽게 가겠지."

비안개가 산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이 산골 마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마트에 들러 바나나와 음료만을 사 들고.

"밥을 먹고 가자."

어제의 식당에 들러 고기 한 접시를 비운다. 다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다.

출발을 준비하는데 엷게 미소만 보이던 가게의 어린 남자가 숙소가 필요한지를 물어본다.

"아니, 오늘 인야까지 가야 해."

함께 사진을 찍고 보니 머리통이 반밖에 안된다.

"몽골까지는 괜찮았는데, 작아도 너무 작다."

10:40, 비와 아침 식사로 출발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침엽수가 자란 길들은 여전히 싱그럽고.

파스텔톤의 나무집들은 너무나 예쁘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길들을 달리겠지만, 이런 길들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오늘이 복날인가 보다. 삼계탕 한 그릇이 심하게 당기는 날이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345km.

높은 산과 강의 곡선을 따라 좌우로 휘어지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도로의 자연스러움이 너무나 좋다.

모든 짐을 떼고 다운과 댄싱을 반복하며 신나게 질주하고 싶어지는 길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도로를 가로막는 말들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좀처럼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녀석들이다.

"오늘은 널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뒷바퀴에 바람을 충분히 넣고 산과 계곡 그리고 카툰강을 따라 달려간다.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사이 잘생긴 바위산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자동차를 세우고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뭐지? 폭포!"

잘 생긴 바위산의 측면으로 작은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아직 수량이 많지 않아 멋진 장관은 연출되지 않지만 꽤나 운치가 있는 풍경이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사람들이 폭포 쪽으로 들어가고, 작은 간의 테이블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풍경이 좋네."

다시 길을 달려 작은 바위산이 우뚝 솟아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눈길을 사로잡던 이름 모를 들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도로변에 간단히 세워져 있는 작은 묘비들, 군인인지 아니면 일반인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사진과 함께 조화들이 놓여있다.

"배고프다. 빵이나 먹자."

다행히 러시아의 빵들은 제법 맛이 좋다.

전체적으로 산을 내려가고 있는 느낌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라이딩이 쉽지만은 않다.

다시 도로변에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차하고 무언가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군용 짚차와 트럭으로 보이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조형물의 건너편으로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전거를 놓고 구경을 가고 싶을 만큼의 호기심은 없다.

길을 안내하는 강물은 조금씩 협곡의 형태로 깊어져만 간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의 반대편으로 향하는 자전거 여행 커플을 지나쳤지만 짧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으로 지나친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에 지쳐갈 때쯤이면 그냥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알타이를 지나며 오토바이를 탄 바이커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러시아를 지나 몽골까지 이어지는 고산지대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오토바이가 좋을 것 같다.

손을 흔들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지나치는 바이커들이 혼자 여행을 하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도로변으로 관광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있고 작은 바위산 밑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조금 쉴까."

별 기대 없이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곳의 안내판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명 사진이 걸려있다.

"사람 문양 돌? 상형문자?"

바위산을 배경으로 넓은 초원 위에 사람 얼굴의 돌상이 삐딱하게 기울어져 세워져 있다.

단순한 조각인데 왠지 모르게 강렬한 느낌이다.

상형 문자를 보기 위해 바위산으로 걸어간다.

"어디?"

"어디에?"

"어디에 그려진 거야?"

병풍처럼 솟아있는 바위산에는 사람들이 적어놓은 낙서를 지운 흔적 같은 것이 있을 뿐, 안내판에 찍혀있던 상형문자는 보이질 않는다.

"이건가? 어, 대충 느낌 나네."

바위산의 하단 부분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림문자들이 보인다.

"말, 소, 사슴? 토끼? 얘도 무진장 심심했나 보네. 돌에다 낙서를 하고."

도로를 달리는 동안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낙서와 별반 다른 느낌은 없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락카로 낙서를 하고, 저 시절의 사람들은 돌로 낙서를 했다는 차이일 뿐.

"그래도, '나 왔다 감'보다는 생산적인 낙서네."

도로변에 세워진 작은 묘비, 자동차 핸들 모양의 묘비들인데 의미를 잘 모르겠다.

"묘비가 아닌가? 묘비 느낌인데."

어제 먹고 남은 빵을 한 개, 두 개 먹다 보니 모두 해치워버린다. 자꾸만 손이 가는 달콤한 맛이다.

인야가 가까워지며 도로는 매끈한 아스팔트로 새 포장되어 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고.

협곡의 깊이는 더해진다.

그리고 많은 자동차가 정차되어 있는 오르막의 커브길, 카툰강의 협곡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협곡 쪽으로 걸어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밑으로 굽이지며 휘돌아가는 카툰강의 강줄기가 멋진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원하다."

어떤 편의 시설이나 유치한 전망대조차 없는 자연의 언덕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잠시 언덕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인야로 향한다.

묘하게 구부러지고 휘어진 도로를 오르고.

인야의 초입에 들어선다.

자전거 투어 관련 스티커들도 보인다.

"스티커 생각은 못 했네. 하나 만들어서 올 것을."

독일 커플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인야의 오래된 나무다리를 찾으며 마을을 지나친다. 조용하고 오래된 마을처럼 느껴진다.

마을을 관통하고 강을 건너는 다리 부근에 작은 동상 하나가 세워져 페달링을 멈추게 만든다.

"오, 레닌!"

구소련이 붕괴되며 레닌의 동상들이 모두 허물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이곳의 동상은 큰 훼손 없이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나의 사고와 가치관에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대학시절 자본론을 비롯하여 그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스쳐간다.

"모스크바 정도에서 볼 줄 알았더니, 일찍 보게 되니 반갑네."

조촐한 레닌의 동상을 구경하고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인야를 벗어나 8km 거리에 떨어진 작은 강변 마을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 출발한다.

협곡을 건너는 다리를 건널 때 다리의 왼편으로 찾고 있던 인야의 오래된 다리가 나타난다.

"저기에 있었구나."

바람과 함께 온종일 업다운을 반복했던 페달링의 속도도 느려져만 가고.

거북손처럼 생긴 기묘한 산이 정면에 나타난다.

"묘하게 생겼다."

잠시 후 짧은 내리막길의 끝에 야영지로 생각했던 작은 강변의 마을에 도착한다.

작은 수로를 따라 시냇물의 흐르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흙길을 따라 카툰강 쪽으로 내려갔다.

"강변에 괜찮은 야영지가 있을까?"

낮은 지형의 강변은 작은 모래들이 퇴적되어 캠핑을 하기에 괜찮았지만 양과 염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공간이라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일단, 슈퍼가 없나?"

캠핑을 하기 위해 슈퍼를 찾아봐도 아무것도 없다. 나무 울타리로 되어있는 집들의 텃밭에는 감자처럼 보이는 것들이 심어져있고, 골목에는 사람들의 인기척도 보이질 않는다.

오는 도중 빵과 음료를 모두 먹은 후라 패니어 안에는 변변찮은 간식만이 몇 가지 남아있는 상태이다.

무엇보다 내일 80km 정도의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는 비상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트워크도 끊기고 슈퍼도, 식당도 없네."

마을 앞의 도로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고민을 하다 인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음식이든 통신이든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지."

내려왔던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지만 뒷바람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인야로 되돌아온다.

"젠장, 한 시간 반을 날려버렸어."

인야로 돌아와 식당을 찾고, 슈퍼도 확인한다.

작은 도로변의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말하는 수프를 주문하고 환타 한 병을 사 마신다.

주방으로 들어간 아주머니는 접시에 무언가를 담아와 보여주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린다.

"만두? 오케이! 다해서 얼마예요?"

아주머니는 메모지에 203을 적어서 보여주고, 음식을 준비하는 그녀에게 식당 옆의 공간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물어보니 안 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인야의 다리를 건너기 전 텐트를 칠만한 곳을 두어 군데 생각해 두었지만, 식당의 주변에 야영을 하면 내일 아침 식사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뭐 어쩔 수 없고."

금방 조리가 되어 나온 수프는 우리의 육개장과 비슷한 맛이 난다. 면과 고기, 육수와 채수의 조화가 나름 괜찮은 맛이다.

"오호, 러시아의 수프는 이런 맛이군. 괜찮네."

고기만두와 함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슈퍼로 들어갔지만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저녁은 해결했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오자."

다리를 건너가면 내일 아침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주변에서 야영지를 찾고 싶다.

"마당에 텐트를 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무 집이나 불쑥 들어갈 수도 없고."

마을을 둘러보며 이왕이면 협곡 쪽의 집들이 좋겠다 싶어 골목길을 따라 무작정 들어간다.

협곡의 언덕 위, 전망이 좋은 곳에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만들어져 있다.

"와우, 죽이는데."

나무 전망대에 앉아 카툰강을 바라보다 마당이 있는 건너편 집의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다.

"하이!"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젊은 남자에게 나를 가리키고, 남자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도 될까요?"

번역기를 보여주니 남자는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땡큐!"

자전거를 세워두고 전망대에 앉아 잠시 쉬는 동안 남자는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창고처럼 생긴 곳의 주변에 텐트를 치려고 마당으로 들어가니 남자가 다가와 다른 곳에 텐트를 치라며 마당의 안쪽으로 안내한다.

마당의 안쪽, 나무로 만든 게르처럼 생긴 공간(바베큐를 구워 먹은 장소)의 뒤편을 가리키며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라는 안내를 하고 남자는 집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텐트를 치려고 준비를 하는데 남자가 다가와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보여준다.

루블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200루블을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조금 당황했지만 차라리 그것이 속 편하겠다 생각이 든다.

"응. 알았어. 근데 너 이름이 뭐야?"

"게무진."

텐트를 치고 집 안을 둘러본다. 아이들의 놀이터, 그네, 바베큐장, 화단 등 아기자기한 손길이 느껴진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집들도 몇 채가 들어서 있고, 감자를 기르는 텃밭과 염소들의 헛간도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집들이 울타리 안쪽으로 감자를 기르는 텃밭이 있다.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는 쇠붙이로 공예품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취미 생활인지 솜씨가 그럴듯하다.

게무진에게 500루블을 줬더니 잔돈이 없는지 차를 몰고 어딘가로 나간 후 300루블을 내어준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아버지가 만든 거야. 기념품."

게무진의 아내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창고 옆 칸의 공간에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부엌이 외부에 따로 있는가?"

그녀에게 안쪽을 구경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반야."

창고의 한편은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반야로 사용하고 있다. 한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나무 의자 같은 것이 놓여있고 불을 지펴놓은 후라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아이들의 나무 그네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게무진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마시는 시늉을 하며 집을 가리켰지만 정중하게 사양을 한다.

"200루블 받아서 삐진 거 아냐. 오늘 조금 피곤해서 그래."

아직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몽골의 사람들에 비해 편안하기는 하지만 상냥한 느낌은 없다.

아마도 외지인, 동양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산중의 마을이라 낯설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3일 / 흐림
코쉬아가츠-아크타쉬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코쉬아가츠를 떠나 러시아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11,089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801시간

P256
P256
65Km / 4시간 21분
38Km / 2시간 35분
코쉬아가
쿠라이
아크타쉬
 
 
18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되고 있다. 숙소의 창밖에 설치된 온도계의 눈금은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몽골의 국경에서 7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가야 해."

짐들을 정리하고 아쿠아 슈즈와 레인 팬츠를 꺼내고.

중국에서 차려입었던 우중 라이딩 복장을 갖춘다.

"오랜만이네. 고무장갑이 빠졌군."

필립과 마리사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두 명의 자전거 여행자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온다. 러시아 구경을 넘어 코쉬아가츠 근처에서 도착한 것 같지만 그들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인연이 있으면 길 위에서 만나겠지."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강한 비바람은 없지만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오늘 가야 할 목적지는 100km 거리의 Aktash.

국경과 가깝다 보니 짐을 싣고 가는 바쁘게 달리는 차량들이 많다. 좁은 이차선 도로에 조심스럽게 진입을 하고, 다행히 차량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네 크게 좌회전을 하고.

서쪽 방향을 향해 조금 달려가니 코쉬아가츠의 경계가 바로 나온다.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454km, 도착까지 5일~6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작은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지만 대체적으로 라이딩하기에 편안한 길이 이어지고, 핸드폰으로 실행해둔 라디오는 연결이 불안정하더니 완전히 끊겨버린다.

위너님의 여행기에 러시아의 산길에서 데이터가 안된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이제 통신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한 시간의 라이딩을 하고, 첫 번째 나타난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려고 하니 뒷바퀴의 느낌이 이상하다.

"빵구! 오랜만이네."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불어 도로에 이물질조차 없을 것 같은 몽골에서는 펑크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러시아에서의 신고식을 일찍도 한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전부터 조금씩 바람이 새던 튜브를 정비해둔 예비 튜브로 교체한다.

맥주 안주로 사두었던 작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대신하며 타이어의 바람이 새는지 기다린다.

튜브는 잘 교체된 것 같다.

도로를 건너 자전거에 오르려는 순간 차량 한 대가 정차하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몽골의 국경에서 만났던 삐꾸가 창문을 열고 밝게 웃고 있다.

"삐꾸!"

서둘러 자전거를 가로등에 기대어 놓고, 이스카, 아카, 삐꾸와 반가움의 포옹을 한다.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는 그들은 도로변에 서있던 나를 보고 차량을 유턴해서 돌아온 모양이다.

우연히도 여러 차례 만나게 되는 세 사람이다. 승용차 안에는 처음 보는 여자들이 나를 향해 인사를 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스카, 러시아 가서 여자친구들 만들고 왔어?"

반가움의 인사들을 하는 사이 세워두었던 자전거가 기우뚱 움직이더니 푸시식 소리를 내며 뒷바퀴가 주저앉는다.

"오 마이 갓!"

이스카와 삐꾸는 무슨 일인가 신기하게 뒷바퀴를 만져보며 대화를 하고, 아카는 자전거를 버스 정류장까지 옮겨준다.

국경을 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 세 사람과 아쉬움의 인사를 차례대로 하고 헤어진다. 정말 아쉽다.

"그런데 넌 뭐냐?"

튜브를 꺼내보니 튜브를 장착할 때 림과 타이어 사이에 튜브의 일부가 씹혔나 보다. 다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찢어져 있다.

중국 쉬안화에서 사두었던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한다.

"오랫동안 문제없이 가 보자. 부탁해!"

길은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고 수변의 나무들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작은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차가운 바람이 손등을 시리게 만든다. 중국의 고무장갑이 아쉽다.

계속되는 비바람으로 조금씩 한기가 밀려들고 배고픔도 함께 찾아든다.

바람을 등지고 작은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허기를 달랜다. 낱개로 포장이 되어 먹기가 편하고 달콤한 잼이 들어있어 꽤 맛이 좋다.

다시 빗속을 달려 작은 오르막이 끝나고 언덕 위에 몽골의 어붜처럼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빗줄기는 다시 강해지고 평탄해진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린다.

잠시 비가 멈추고 바람도 사그라든다.

60km의 거리를 달려 작은 마을이 나오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가야 할 길의 오르막길을 보니 게으름이 생긴다. 아크타쉬까지 35km의 거리가 남았고 시간은 3:40분을 가리키고 있다.

"갈까 말까?"

긴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경사가 높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내리막길.

"그래, 이제 달려 볼까?"

비와 바람, 천천히 스며든 한기 속에서 지속되던 오르막을 끝내고 내리막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물컹거린다.

"뭐지?"

순식간에 빠져버린 바람, 마땅히 자전거를 눕힐 곳이 없어 자전거를 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작은 못 하나가 야무지게 타이어에 박혀있다.

오전의 펑크로 예비 튜브를 버리고 장착한 새 튜브, 여분의 튜브도 없고 비가 내리는 도로변에서 너무나 난감하다.

"중국의 펑크 귀신이 러시아에서 다시 붙었나."

"펑크 패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빗속에서 어렵게 물기들을 제거하고 펑크가 난 곳을 정비했지만 이내 바람이 빠지고 만다.

"아앙. 제발!"

튜브를 다시 제거하니 못이 튜브를 관통했는지 펑크패치를 붙인 반대편에도 구멍이 나있다.

다시 펑크패치를 덧붙여 마무리를 했지만 다시 바람이 빠진다.

"새 튜브인데, 이건 안되겠네."

오전에 펑크가 난 튜브를 꺼내어 펑크가 난 곳을 찾는다. 비와 바람이 불어오는 도로변에서 작은 바람 구멍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고, 한참 동안 튜브에 귀를 가까이하고 앉아있으니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더니 괜찮은지를 묻는다.

다시 어렵게 펑크패치를 붙이고 세 번째 펌프질을 한다.

"30km만 가자. 그나저나 튜브도 없고, 펑크패치도 떨어져가고 문제네."

길은 내리막으로 길게 이어지고 아크타쉬의 경계를 알리는 안내 표지가 나타난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도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주변의 자연환경은 몽골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짙푸른 녹음의 산속, 나무와 풀 그리고 바람의 냄새가 싱그럽다.

나무로 지어진 펜션과 가옥들의 모양들이 침엽수의 숲과 어우러져 너무나 예쁘다.

아크타쉬에 도착한다. 높은 알타이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아늑한 느낌의 산골마을이다.

마을 초입의 식당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바이커들이 많이 이용하는 숙소를 선택한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마트와 학교를 지나.

검색했던 숙소에 도착하고.

나무로 지어진 이층 구조의 건물의 내부는 좁고 허름하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거친 쉼호흡을 하며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하고, 핸드폰으로 영어 번역을 하여 몇 명인지를 묻는다.

"져스 원! 하우 머치?"

"400루블."

아주머니는 자전거를 창고로 사용하는 방 안으로 넣어두라고 말한다. 바이커들과 가난한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응대가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아주머니는 누군가를 부르자 어린 여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2층의 방을 안내한다.

열쇠를 건네주고 내려간 그녀는 타올과 슬리퍼를 들고 다시 올라와 잠시 후 여권을 가지고 내려와 달라고 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아주머니는 숙박계 같은 것을 낡은 노트에 빼곡하게 적는다.

아주머니의 딸이나 손녀로 보이는 어린 여자는 자신을 안나라고 소개하고 1층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주방을 안내해 주고, 나가고 들어올 때 현관문을 잠그라며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것을 알려준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마트가 있는 곳으로 나간다. 제법 큰 규모의 마트를 중심으로 작은 노점 카페들이 있었지만 모두 문이 닫혀있다.

마트 건너편의 건물에 음식 메뉴 현수막이 걸려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작은 식당에는 눈웃음이 예쁜 어린 남자와 아주머니가 동양인의 등장에 잠시 의아해하더니 친절한 웃음을 보여준다.

주방 앞 테이블에 놓여있는 갈비찜 같은 고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거, 이거 줘!"

가격을 물어보니 200루블, 커피와 고기를 주문하니 이미 조리가 된 고기를 접시에 담아 전자렌지에 데워준다.

"오. 빨라서 좋다!"

큰 소갈비 3대와 감자 그리고 상추와 풋풋한 향이 나는 채소를 접시에 담아준다.

"그냥 먹어?"

어떻게 먹는지 제스처를 하니 손으로 들고 뜯으라고 알려준다.

갈비는 너무나 부드럽고 맛이 좋다. 15cm 정도의 두툼한 갈비살과 함께 준 채소들을 곁들인다.

식사를 하며 아주머니에게 맛이 좋다는 표현을 하니 아주머니는 빵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아니, 그 옆에 생선을 줘."

"피쉬?"

"응."

생선을 먹은지가 너무 오래됐다. 두툼한 생선찜, 명태처럼 느껴진다.

갈비찜을 한 접시 더 달라고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매콤한 토마토 소스 같은 것을 조금 덜어 접시에 담아준다.

"냅킨도 이쁘네."

정신없이 고기를 먹는 동안 작은 식당에는 러시아 사람들로 가득 찬다.

"아고, 잘 먹었다. 내일 또 먹어야지."

숙소로 돌아와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넓은 간의 침대에 쓰러진다.

낡고 허름한 숙소지만 세상 편안하고 좋다.

빗속에 100km 정도의 산길을 달려오니 졸음이 밀려온다.

아직은 러시아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