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4일 / 맑음 ・ 34도
황간-영동-보은
법주사가 있는 속리산으로 향한다. 속리산의 둘레길을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


이동거리
60Km
누적거리
27,726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2,118시간

 
19번도로
 
말티재
 
 
 
 
 
 
 
26Km / 2시간 35분
 
34Km / 3시간 18분
 
황간
 
청산면
 
속리면
 
 
1,327Km
 

 

쾌적한 정자에서의 야영,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방향을 신경 쓰지 않은 게으름이 아침 늦잠의 시간을 줄여놓는다.

"나침반 앱을 설치해야겠어!"

"태풍이 온다는데 왜 이렇게 덥냐?"

황간면을 가로지르는 초강천은 수량도 풍부하고 좋은 하천이지만 하천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접근하기가 어렵다.

짐들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동해식당으로 간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으로 물한계곡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에릭스형의 시골집이 물한계곡에 있지만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물한계곡은 패쓰!"

아직 무안으로 향할지, 속리산으로 향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땐 아무런 생각 없이 몸을 싣고 떠날 목적지가 있었으면 싶네."

무주를 지나 진안, 장수, 남원, 담양, 고창, 군산, 태안반도를 여행하면 한 달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속리산으로 가자."

이번 여행은 동해안과 경상도 내륙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여행을 위해 서해안과 남도의 내륙은 남겨둬야겠다.

"일단 속리산으로 가서 태풍의 상황을 살펴보며 이동하자."

호들갑스럽게 태풍 바비의 위력을 예보하는 기상청의 뉴스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예상처럼 역대급 태풍일 수도 있고, 늘 오보를 내는 기상청의 실력대로 쉬 지나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조심은 해야지."

동해식당에 들어서니 어제 만났던 여자 종업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제 곧 9월이구나."

마루바람에서 충전을 했던 보조 배터리들이 모두 완충이 되지 않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급하다. 그동안 사용하던 보조 배터리의 성능이 다한 것인지, 충전 케이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속리산의 법주사로 경로를 검색하고 출발한다. 몇 개의 고개를 넘고, 금강을 따라 속리산으로 가면 된다.

기암괴석으로 우뚝 솟은 황간면의 월류봉.

달이 머물다가 간다는 월류봉의 풍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월류봉을 휘감아 흐르는 초강천의 물이 깊어 물놀이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젯밤 이곳으로 와서 야영을 했어도 좋았겠다 싶다.

지도앱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장소들과 감나무집 옆의 사철나무 밑이 캠핑하기에 너무나 좋은 장소다.

"아쉽다!"

예상대로 월류봉을 지나 황간을 벗어나는 길은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다.

"유혹하지 마. 보은으로 갈 거니까!"

어느새 고추밭의 색깔은 붉게 붉게 변해있다.

용산면에서 얼음을 보충하고, 동해 식당에서 만들어 온 믹스커피를 부어놓는다.

"다음 면소재지가 어디지?"

고개와 강을 넘어가는 하루의 코스, 더위에 지치지 않으려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있는 면소재지를 놓치면 안 된다.

금강을 만나게 되는 적당한 거리에 청산면이 있다.

용산면을 떠나면서 핸드폰의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 난다.

"솔라 페이퍼는 이럴 때 쓰려고 넣고 다니는 거 아니었니?"

하나는 렉 패니어에 올려놓고.

하나는 핸들 패니어에 올려놓는다.

"아, 어제부터 사용할 걸. 바보 탱이!"

여행 전 특별히 거금을 주고 산 요크 솔라 페이퍼는 성능 광고에 비해 뭔가 믿음이 가질 않는다. 핸드폰 충전 정도는 2장으로 충분할 것 같았는데 도무지 충전 효과를 느낄 수가 없다.

"여기 한국이다. 확실하게 안 하면 병원으로 보낸다."

청산면으로 넘어가는 또 하나의 고개를 넘고 금강을 만난다. 창산면으로 중심으로 들어가기 전 강변의 공원에 자전거를 세운다.

수도시설에서 온몸에 물을 끼얹고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힌다. 용산면에서 만든 얼음 커피믹스가 여전히 시원한 상태라 굳이 청산면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땀이 식고 옷이 마르는 사이 쨍쨍하던 햇볕의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간다.

"태풍이 오긴 오려나 보다."

오랜 휴식을 끝내고 오늘의 마지막 면소재지인 보은면으로 출발한다.

"그렇지. 청산에, 청산에 살어리랏다 였었지."

금강을 따라 보은으로 간다.

작은 오르막 이후 고즈넉하게 흐르는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시원하고 아름답다.

"좋은 길이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주변의 산, 풍성한 가로수가 만든 그늘 그리고 강바람의 시원함이 좋다.

오래간만에 내달리는 경쾌한 페달링이 이어지고.

길게 뻗은 35번 도로를 달려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장안면의 교차로에 도착한다.

하나로마트에 들어가 음료수를 고르고, 폴라포가 없어서 스크류바로 대신한다. 얼음 알갱이의 폴라포만큼 매력적이지 않지만 달콤한 스크류바도 최고의 선택 중 하나다.

"다음엔 죠스바!"

하나로마트 매장에 놓인 속리산 둘레길의 안내책자를 별 뜻 없이 펼쳐보다 서원계곡으로 가려던 경로를 말티고개를 넘어가는 경로로 변경한다.

서원계곡을 따라가는 길에 2개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무엇보다 꼬부랑길로 이어진 말티고개의 정상에서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다.

"말티재, 령도 아니고 재가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조금씩 어두워지던 하늘에서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한껏 데워진 한낮의 공기 탓에 가는 소나기의 빗방울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솔라 페이퍼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말티재로 향한다. 장재리로 가는 도로변의 가축농장 때문에 역한 분뇨 냄새와 극성스러운 날파리들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장재리에 이르자 산등성이를 향해 휘어지며 올라가는 멀티재의 모습이 보인다.

"이거 잘못 왔는데!"

행궁터가 있는 장재리와 장재 저수지를 지나고 풍성한 소나무 숲 길을 오른다.

"뭘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작을 알리는 거야. 겁나잖아!"

경사도를 더해가면 크게 두 번의 회전을 하고, 느려진 속도와 흘러내리는 땀냄새에 날파리들이 득달같이 달라붙는다.

"아, 잠깐만!"

날파리들의 극성, 거칠어지는 호흡과는 상관없이 말티재의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S자를 그리며 이어지는 도로의 모습을 보고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땀으로 가득 찬 고무신발에 남은 물을 모두 부어 땀을 씻어내며 느릿하게 도로를 오르내리는 차량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겹겹이 쌓여있는 S자 도로를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차량들은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한 번, 두 번... 여섯 번."

눈으로 보이는 여섯 번의 커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상까지의 남은 커브들을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몰라, 가!"

눈으로 보이던 여섯 번째 커브를 돌고, 고개 정상에 세워진 높은 전망대를 본 순간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난다.

"아, 신발! 해보자 이거지?"

정확하게 열 번의 숫자를 세고, 모든 다리의 힘이 풀렸을 때쯤 말티재 정상의 전망대와 관문이 나온다.

 "왔다!"

더운 땀이 몸을 타고 줄줄 흘러넘친다.

"내가 저 위에서 풍경을 안 보면 억울해서 못 간다."

관문을 지나 주차장에 자전거를 던지다시피 세워놓고, 땀이 배어 삑삑거리는 고무신발을 어그적거리며 전망대로 올라간다.

"에쉬.. $&$$_&--$#$-+&_&-++__-!"

코로나로 인해 전망대의 입장이 막혀있다.

도저히 억울해서 그냥 갈 수는 없다. 산책로를 따라 관문의 위로 올라갔지만 전망대로는 갈 수가 없다.

"이건 아니야. 이럴 수는 없다고!"

꼬부랑길 말티재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었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릇과 유리창과 온갖 깨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소리, 하찮은 오기로 보상 없는 '원킬'의 미련함을 애써 실천한 자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퍼진다.

"야, 이 놈들아! 내 풍경을 내놔라!"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까망님의 '느린 틈새여행'

허망한 기분을 건너편 하늘의 풍경으로 달래 보지만 의미가 없다.

"이것도."

"이것도.."

"이.. 것.. 도.."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무성한 소나무 숲의 솔향기가 좋지만 너무나 밋밋한 반대편의 내리막길을 눈물을 머금고 내려온다.

정일품의 소나무가 설악면의 초입에서 속리산에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망연자실, 여전히 남아있는 허탈함에 허기만이 찾아든다.

"그냥, 터널로 쉽게 올 것을.."

깨끗한 거리,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산채 비빔밥 거리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하다. 재차 폭발한 코로나 감염사태와 북상 중인 태풍 바비 때문인지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뭐, 나는 매우 좋다마는."

법주사로 들어가는 입구와 야영지로 생각했던 조각공원의 모습을 살펴보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말티재의 좌절로 인해 시발 비용을 지출할 용의가 충분했지만 산채정식은 2인 이상이라는 식당 어르신의 안내에 조용히 산채 비빔밥으로 대신한다.

도토리묵과 동동주 한 병을 마실까 고민하다 좌절에 지친 심신에 그 맛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내일 비 오면 맛있게 먹자!"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맛있게 비빔밥을 먹는다. 배조 배터리들이 충전되지 않은 이유는 케이블의 불량인 것 같다.

식당 어르신께 야영할 장소를 물어보니 동네 곳곳의 공터들을 알려주신다. 소방서 옆, 주차장 옆 잔디밭을 둘러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각공원의 게이트장 건너편 계곡을 둘러보니 그늘막을 친 한 가족이 보인다.

"그렇다면."

계곡 옆의 솔밭에 텐트를 펼치는 사이 남아있던 한 가족도 그늘막을 정리하고 떠난다.

"아무도 없네. 그래서 좋네."

평상시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코로나와 태풍으로 뜻밖의 호사를 누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텐트로 돌아온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밤, 산책을 하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고요한 풀벌레 소리와 계곡물소리만이 들린다.

계곡에 내려가 이틀 동안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낸다.

"달밤에 선녀가 된 기분이군."

개운해진 몸,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감이 시간에 대한 만족으로 내려앉는다.

"나는 정말 좋은 하루였어! 굿 나잇!"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3일 / 맑음 ・ 32도
김천-추풍령-황간
마루바람을 떠나 영동으로 향한다. 영동의 물안계곡과 속리산 중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동거리
27Km
누적거리
27,666Km
이동시간
2시간 17분
누적시간
2,112시간

 
작점고개
 
4번국도
 
 
 
 
 
 
 
15Km / 1시간 15분
 
12Km / 1시간 02분
 
김천
 
추풍령
 
황간
 
 
1,267Km
 

 

12시가 넘도록 그리고 3시가 가까워지도록 잠을 잔다.

떠남, 할 수 있다면 미루고 싶고,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대면해야 하는 헛헛한 감정의 게으름이다.

"언제 출발할 거야?"

"해가 지면."

4시가 가까워져서야 아주 느릿하게 출발을 준비한다.

 "참 다행이다."

"나의 시간의 너와 너의 시간에 내가 존재했음이."

"그럼에도 우리의 시간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추억되지 않음이."

"또한 참 다행이다."

5시, 목공 공부에 빠져있는 마루님에게 인사를 하고 마루바람을 떠난다.

추풍령길을 따라 황간으로 갈 생각이다.

포도밭이 이어던 도로는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밭들으로 변한다.

"자체가 탐스럽다의 정의군."

작은 분교와 사과를 수확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지나치고.

추풍령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이 시작된다.

날이 져물어가는 시간이라 크게 힘이 들지는 않지만.

두 개는 못넘을 것 같다.

작점고개를 경계로 충북에 들어선다.

"자, 이제부터 황간까지 내리막을 부탁해!"

일몰의 시간, 추풍령면에 도착하여 얼음 커피를 마시며 황간에서 야영을 할 장소를 검색한다.

황간면을 가로지르는 넓은 초강천 주변은 마땅한 장소가 안 보이고, 월류봉이 있는 계곡과 물한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야영을 하기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해가 떨어지면 그곳들이 의미가 있나?"

서둘러 황간면으로 이동했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황간면 초입에 있는 작은 무궁화동산의 정자를 봐 두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원조 동해식당을 찾는다.

"올뱅이 국밥."

다슬기를 이곳에서는 올뱅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주 허름하고 오래된 식당의 벽에는 '나 왔다 감'의 낙서들이 가득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된장국에 시레기와 부추 그리고 올갱이가 한가득이다. 잘게 썰린 청양고추를 넣고 밥을 말아먹으니 좋다. 건강한 맛이다.

"삼랑진에서 맛있게 먹었던 올갱이탕은 많이 부족했구나."

반찬으로 나온 묵은지의 새콤한 맛도 일품인 원조 동해식당이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먹어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세상이 까맣다. 마을 초입의 무궁화동산 정자로 되돌아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한 후 텐트를 펼친다.

초강천으로 내려가 몸을 씻을 수 있는 확인 하지만 생각보다 넓은 천변은 어둠 속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오래간만에 끈적거림과 함께."

달이 기우는 것인지, 차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천변으로 반딧불이들이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밤의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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