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0일 / 맑음 ・ 34도
성주-김천
바람을 만나기 위해 김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27,639Km
이동시간
4시간 46분
누적시간
2,109시간

 
59번도로
 
3번국도
 
 
 
 
 
 
 
34Km / 2시간 25분
 
10Km / 2시간 21분
 
사인암
 
김천
 
은기리
 
 
1,240Km
 

 

기암절벽과 산들이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은 아침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울 수 있도록 해준다.

약간의 허기짐은 간헐적 단식의 가벼움과 불필요함을 동시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모닝커피가 간절해!"

깨끗한 계곡물에 들어가 아침의 상쾌함을 느낀다.

텐트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어린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겠다며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어제 많이 잡아서 이제는 물고기가 없어!"

아이들의 서툰 물고기 잡이만큼 서툰 핑계들에 피식 웃고 만다.

고기를 잡은 아이들의 소란한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지고, 김천을 향해 출발한다.

45km 정도의 거리, 부담스럽지 않지만 배가 고프다.

어제 도로변에 노점이 있었던 선바위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오, 있다!"

국수 같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통닭과 라면이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의 전부다.

김치를 조금 담아주는 여주인이 옆자리에 앉아 여행에 대해서 묻는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경상도 사투리는 운율이 느껴질 만큼 감미롭다.

"이렇게 좋은 사투리를 왜 그렇게들 시끄럽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변변한 식사를 못했다는 말에 청국장과 꽈리고추볶음을 내어준다.

"그래도 먹을 복은 있네예."

오후에 통닭을 튀겨 계곡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며 통닭을 먹고 가라고 한다.

"김천까지 가야 하는데, 그럼 쉬었다가 갈까요?"

"그래요. 계곡에서 놀다가 통닭을 먹고 가요."

1시, 3~4시에 출발을 해도 김천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선바위에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밥과 라면을 먹은 터라 더는 배가 고프거나 통닭이 먹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노점 여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선바위 근처의 계곡에는 제법 괜찮은 넓적 바위들이 있다. 어제 사인암까지 올라가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 싶다.

계곡물에 몸을 적시고, 바위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815 광화문에서 열린 빤스목사의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말 싫다."

대가천 9 개 굽이의 물줄기를 따라 9 수의 시를 지었다는 무흘구곡, 조선시대 양반들의 한량스러움이 예수를 파는 사람들의 천박함보다 고귀하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어느새 3시가 넘어가고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한다.

"아재야, 아재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노점의 여주인이 통닭을 먹으라며 작은 접시를 건네준다.

바삭하게 튀겨진 아주 작은 통닭, 여느 옛날 통닭집보다 맛이 좋다.

통닭을 튀기느라 손등의 피부가 기름에 데어 얼룩덜룩 벗거진 노점 여주인의 손을 바라본다.

"손."

작고 뭉툭한 하얀 손, 타인을 향해 쉽게 내밀어지지 않는 고집과 반가움의 손짓이나 위로의 토닥임조차 낯설게 외면하는 수줍은 손은, 무언가를 담고 간직하기보다 버리는 것이 익숙한 너무나 게으른 손은, 지난 과거의 상흔들을 간직한 채 때때로 그 아픔의 깊이를 기억하게 만든다. 수줍고 게으른 손을 내려다본다.

"부끄러운 손이지만 난 네가 좋아. 괜찮아!"

"얼음을 많이 담아서 커피 한 잔을 만들어주세요."

여주인은 가득 담은 커피를 건네주며 전화번호를 묻는다. 여주인이 불러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번호를 남긴다.

"가끔 전화주이소."

"김천으로 가 볼까?"

4시가 넘어서야 무흘구곡을 떠나 김천으로 향한다. 지도앱으로 그리 높지 않은 고개를 넘으면 김천까지 순탄한 길이다.

조마면의 경계인 고개의 정상에서부터 길게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의 작은 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몇 개의 양봉통이 놓여있는 시골집 담벼락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작은 서원을 둘러본다.

"공부깨나 한 동네인가?"

한 칸짜리 작은 서원의 옛 풍경이 궁금하다.

제법 깨끗하게 정리가 된 서원의 모습은 이름 모를 마을의 정서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서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지각이 보인다.

"효열각."

열부 함양 오씨 정려기의 위비문을 읽어본다.

"서기 1888년..."

병이 든 남편에게 손가락을 깨물어 수혈을 하고, 병간호 끝에 사망하자 미망인으로 칭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죽은 함양 오씨.

"뭔가 이상한데."

"순천 사람 박빈은 사헌부감찰로 선조 때 부친이 병석에 눕자 10년간 함께 자면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였다. 그러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3년간 무덤 옆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시묘살이를 했다. 부인 함양오씨는 남편을 대신하여 품팔이와 구걸로 어려운 살림을 뒷바라지하였다. 그 후 남편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여 3일 만에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역 유림의 천거로 1888년(고종 25)에 정려(旌閭)가 내려졌다." -디지털 김천 문화대전


"대체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받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냐?"

순천 박씨 가문의 화합과 자부심을 꾀하고, 충효사상을 전승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비석에는 "通訓大夫司憲府監察孝子順天朴公諱贇淑夫人烈婦咸陽呉氏之閣" 비문이 새겨져 있다.

"끝까지 이름 없이 불린 여자의 삶이네."

400년 전 가혹했던 여자의 삶이 애처롭기에 앞서 비석을 새우고 지각을 지어 올린 100년 전 유교적 꼰대들의 곰팡이 나는 가치관에 구역질이 난다.

"낡은 경운기는 정겹기라도 하지."

조마면을 지나고 천천히 김천 시내로 들어선다.

편의점에 들러 얼음컵만을 사고, 얼음이 녹은 커피를 부어 마신다.

"좋아!"

남은 얼음에 미지근해진 물을 넣고 김천 시내를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김천 시내의 규모가 꽤 크게 느껴진다.

김천시를 벗어나자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다.

"거의 다 왔는데."

"그래, 10년 만인가?"

기찻길을 건너고.

포도밭과 복숭아밭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시골길을 지나 마루바람에 도착한다.

"이쪽은 내 남편 마루님 그리고 영범이."

마루님이 준비해 놓은 저녁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고.

모기들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 밤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신다.

"그렇게 바람은 마루에 머물렀구나."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9일 / 맑음 ・ 36도
성주-김천
계속되는 폭염, 더위를 피해 대가천의 무흥구곡으로 들어간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27,595Km
이동시간
3시간 16분
누적시간
2,105시간

 
30번도로
 
30번도로
 
 
 
 
 
 
 
12Km / 1시간 20분
 
16Km / 1시간 56분
 
비봉암
 
성주호
 
사인암
 
 
1,196Km
 

 

정자가 만든 그늘 덕분에 오랜만에 10시까지 늦잠을 잤지만 어제 폭염 속에서 도로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다.

"더위 먹었나?"

1,400미터의 가야산 자락으로 들어온 탓인지 어제와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시원함도 잠시뿐 바람이 멈추면 후덥지근한 공기가 후끈하다.

"모든 것이 나른하고 귀찮다."

빤스목사, 개독교 그리고 극우 꼴통들의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필이면 대구, 김천, 상주의 경상북도를 지나가는 시기에 광기 어린 한심한 짓을 벌여놓은 터라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 놓는다.

"사람이 적은 외진 코스로 빨리 벗어나자."

제대로 항해조차 못하고 잠깐 맛보기만을 한 영일대의 요트 타기, 검붉게 익어버렸던 팔과 다리의 피부가 벗겨져 나간다.

"바다 위의 햇볕의 강렬함을 몰라봤다."

 

땀띠가 생겼는지 어제부터 몹시 가렵던 엉덩이와 옆구리가 수상하다. 아무래도 약국에 들러 연고를 사야 될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가천면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천천히 출발을 한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구경하지 못한 회연서원을 둘러본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무흘구곡을 다 둘러볼 수 있나?"

더운 날씨에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바위나 사인암 부근에서 캠핑을 해야겠다 싶다.

대가천 주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오래된 서원이다.

"아무리 봐도."

"옛날 그림과 다른데."

그림 속 높게 치솟은 비봉암,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 떨어져 죽었다는 비봉암은 쉽게 찾기가 힘들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작은 날파리들이 달라붙어 귀찮게 한다. 조선시대 양반문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므로 날파리들에게 항복하고 허기를 채우러 가천면으로 간다.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고.

다방이 굉장히 많은 가천면의 면소재지 창천리에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 있는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이라 음식점에 사람들이 많다.

한참 후에 나온 짬뽕은 그릇 가득 수북하게 올라온 해물들과 야채들이 인상적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좋다.

"동네 맛집이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맛도 괜찮으니 작은 면소재지의 음식점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어제 아침으로 돼지국밥을 먹은 후 음료수와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질 않았는데 짬뽕 한 그릇을 비우기가 힘들고, 쉴 새 없이 떠들며 밥을 먹은 어린 친구들의 수다에 현기증이 난다.

"원래라면 밥 한 공기를 추가로 말아먹어야 정상인데, 어제 더위가 심하기는 했나 보다."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려고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회화나무 그늘에 자전거를 세운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 약사를 깨워 땀띠 연고를 달라고 한다.

"연고로 줄까요, 분으로 줄까요?"

잠이 덜 깬 약사는 진열대를 뒤적거리더니 벌레 물린데 바르는 연고를 건네주며 깨알같이 적혀있는 효능 설명 문구의 '땀띠'라는 글자를 찾아 보여준다.

"급한대로 상관은 없지."

"나무가 참 좋네. 700살이라고?"

편의점에서 얼음 커피를 사 와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계곡으로 올라간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닭강정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지만 더운 날씨에 귀찮아져 그냥 지나친다.

"설마 가는 길에 음식점 하나쯤 있겠지. 이러면 꼭 망하던데 자전거도 무겁고 길도 힘들고 귀찮다."

성주호를 향해 길은 올라가고, 저수지 외곽을 따라 크게 돌아가는 대가천 계곡길이다.

느릿느릿 굴러가는 페달링은 작은 사찰 입구의 나무 그늘에서 멈춘다.

먹다 남은 얼음 커피로 갈증을 해결해보지만 너무나 부족하다.

"겨우 7km 왔는데."

캠핑지로 결정한 사인암까지 13km가 남아있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작게 오르내리는 도로는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더위가 문제다.

햇볕이 내리쬐는 계곡 건너편으로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무흘구곡의 3곡 배바위의 무학정이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펜션의 마당을 가로질러 무학정이 있는 계곡 물가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라는 듯 넓고 풍부하게 고여있는 무학정의 계곡물이다.

대가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기 좋은 장소들은 하나같이 펜션이 들어서 있어 캠핑은커녕 물가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펜션이 들어선 자리 이외의 지역은 도로의 펜스가 이어져 들어갈 수도 없다.

"뭔가가 아쉬운 계곡인데."

많은 펜션들이 들어선 도로를 따라간다. 민박, 평상 임대와 같은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있고, 계곡에서 취사나 야영을 금지한다는 현수막도 수없이 붙어있다.

계곡의 환경을 생각하는 느낌보다는 마치 계곡에서 놀려면 펜션을 이용하라는 협박처럼 느껴진다.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계곡에 설치해 놓은 평상이나 영업시설들을 철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평상에서 취사를 하고 음식들을 먹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잖아!"

내일 김천으로 넘어갈 도로를 지나치고 평상 임대 현수막이 더 빈번해지는 계곡으로 올라간다.

도로 건너편 계곡으로 평상들이 들어서 있고, 넓은 공간의 계곡물이 나온다.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4곡 선바위다.

계곡의 넓은 공터는 펜션은 없고 정자와 몇 개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피와 음식들을 파는 노점이 있고, 그 옆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검사소가 설치되어 있다.

먼저 체온을 체크하고 방명록에 출입기록을 작성하니 노란 손목띠를 채워준다.

"정자도 있고, 공터도 넓고, 그늘도 있고, 음식도 있고."

캠핑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뭔가 밋밋한 계곡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킵. 사인암을 가보고 마음에 안 들면 내려오자."

5km 정도 떨어진 곳의 다리 밑으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풍부한 계곡물 그리고 넓적 바위들, 계곡의 도로변에는 그늘막을 치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네."

"그런데 멋진 바위는 어디에? 설마 저것?"

"이상하게 뭔가 속은 기분처럼 아쉽네."

언양 작천정 계곡의 만족스러움 때문인지 대가천 계곡의 풍경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뭐 이 정도면."

넓적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몸을 담근다.

"아, 시원해!"

어제의 피로 그리고 오늘 하루의 나른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해가 지면 사람들이 떠날 도로변 공원의 나무 그늘에 텐트를 펼칠까 생각했지만 시원한 물가가 마음에 든다.

"일단 날씨를 확인하고, 비예보 없지!"

텐트를 펼치고, 공원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냄새에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입맛이 없었던 하루인데, 급작스럽게 찾아든 식욕이 난감하다.

"닭강정을 사 왔어야 했어."

물속에 들어가 열기를 식히고, 따듯하게 달궈진 바위에 누워 삼겹살을 그려본다.

"아, 오늘 제대로 배고프겠다."

내일 김천으로 찾아갈 행숙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한다.

"낼 와서 밥 먹고, 신랑이랑 술 한잔해. 김천에 들러서 흑돼지도 먹고 오고."

"흑돼지?"

"김천에 흑돼지가 유명해. 내일 저녁에 뭐 먹고 싶어?"

"흑돼지 삼겹살!"

"이 더운 날?"

"어!"

"그럼, 네가 구워 먹어라."

"어!"

삼겹살 냄새와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성을 잃은지 오래다. 정신이 혼미하다.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간지럼이 시작되는 엉덩이와 옆구리에 연고를 바르니 아주 시원하고 좋다.

해가 지고 사람들은 모두 계곡을 떠난다. 혼자만의 시간, 흐르는 계곡물소리의 청량감, 유난히 밝고 맑은 밤하늘 별들의 청하함, 조용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의 친근함 그리고 지독하게 밀려오는 배고픔의 긴 밤이 시작된다.

"배고프다!!!!!"

"잡아먹는다. 저리 가라!"

패니어를 뒤적여 카레와 빵으로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삼.. 겹.. 살.."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8일 / 맑음 ・ 36도
창녕-대구-고령
지루한 낙동강 자전거길을 벗어나 내륙의 도로를 따라 여행한다. "덥다. 계곡으로 가자!"


이동거리
78Km
누적거리
27,567Km
이동시간
5시간 43분
누적시간
2,101시간

 
도로
 
도로
 
 
 
 
 
 
 
40Km / 3시간 00분
 
38Km / 2시간 43분
 
창녕
 
달성
 
고령
 
 
1,168Km
 

 

뿌연 물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차량들의 소음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잠이 들고 만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고 이러니?"

텐트를 말리고.

"어디로 가지?"

낙동강을 따라가는 낙동강 자전거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힘들어도 낙동강을 벗어나 산으로 가자."

고령을 지나 성주에 있는 무흘구곡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김천의 마루바람에 들러 바람을 만날 생각이다.

"창녕에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잠시 얼굴이라도 볼까요?"

바람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보조 배터리 충전을 맡겼던 식당으로 간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식당 부부의 웃는 얼굴이 친근하다.

돼지국밥과 함께 육수를 만들며 함께 삶는 족발을 담아준다.

그리고 아침에 삶은 수육을 썰어 담아주고, 편의점에서 얻어온 빵들을 건네준다.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계곡으로 가려고요."

이틀 동안 친절과 미소를 보여준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넘어 창녕읍으로 향한다.

무더위 속에서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간다.

국도 라이딩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마을길로 벗어나도 보고.

창녕읍의 경계를 지난다.

다른 지방에 비해 인구수가 많아서 그런지 창녕읍의 규모도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언덕길을 올라 읍내로 들어서고 첫 번째로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와, 덥다 더워!"

다시 국도를 따라 현풍읍으로 향한다.

가야산이 있는 소백산맥의 자락으로 들어서기까지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하는 지루한 코스다. 무더위 속에서의 라이딩은 짧고 굵게 라이딩을 하고 길게 휴식을 갖은것이 좋은 것 같다.

"대구다, 대구! 빨리 벗어나자!"

대구시 달성군에 속한 현풍읍의 모습도 꽤나 크고 발전이 된 모습이다. 7~80년대 계발의 혜택을 먼저 누린 이곳 지역들의 모습은 전라, 충청도 지방 도시들의 모습에 비해 규모가 크고 발전된 모습이다.

첫 번째로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창녕읍의 편의점에서 산 얼음 커피의 얼음이 녹기 전에 도착했지만 흘러내리는 땀과 갈증으로 지쳐간다.

"카시아처럼 나도 빙하가 줄어드는 것이 슬프지만 지금은 네가 제일 필요해!"

커피와 함께 얼음을 가득 얻어 냉수를 들이켠다.

한 시간이 넘도록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폭염 속으로 들어간다.

그늘 한 점 없는 강변길을 달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땡볕의 자전거길을 벗어나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벗어났지만 그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령으로 가는 팔만대장경의 자전거길, 호숫가에 세워진 오래된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데, 득달같이 달려 붙는 날파리들의 습격에 포기한다.

"에쉬, 저리 가!"

그늘이 있는 편한 정자를 앞에 두고.

날파리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뙤약볕에서 얼음물로 갈증을 달랜다.

"정자에서 낮잠을 자고 가면 좋겠는데."

고개를 넘어가고 다시 이어지는 고개를 피해 강을 따라 멀리 돌아간다.

땀으로 미끌거리는 신발에 물을 적시느라 바쁜 하루다.

지루한 농공단지를 돌아 고령의 초입에 도착한다.

"괜히 돌아왔나? 지친다."

대가야읍의 중심으로 들어가 대형 슈퍼마켓으로 좀비처럼 찾아간다.

"있다!"

폴라포 두 개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와.

"저 통닭이 먹고 싶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폴라포 두 개.

무흘구곡이 시작되는 대가천까지 2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터널을 통과하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국도의 오르내리막이 뜨거운 날씨와 함께 힘들게 한다. 대가야읍에서 얼음과 커피를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폴라포는 하나만 먹고, 얼음 커피를 샀어야 했는데."

도로를 달리던 중 고무신발이 미끌리며 벗겨져 나간다. 신발이 벗겨지며 헛페달링에 돌아간 페달이 정강이를 찧는다.

"에쉬!"

"이 짓을 오늘만 몇 번을 하는지."

길게 이어지던 1 터널의 이름을 보고서도 2 터널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니 꽤나 지쳤나 싶다.

밀려드는 갈증과 더위에 지친 몸이 납돌처럼 무거워진다.

낮은 업다운이 이어지는 도로를 벗어나 슈퍼마켓이 있는 수륜면으로 들어간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 조금 어두운 오래된 상점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앉아있다.

탄산이 들어간 아주 옛날의 그 음료수, '사랑해요 밀키스'를 골라 든다. 이름만 들어도 그 맛이 느껴지는 추억의 음료수다.

"주윤발 따거가 멋지긴 했어."

"할매, 이 부채는 파는 거예요? 그냥 주는 거예요?"

"하나 가져가!"

"감사합니다."

작천정 계곡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날개가 부러진 아이언맨 손선풍기를 그냥 버린 것이 가끔은 아쉽게 느껴졌는데 할머니에게 부채 하나를 득템 한다.

열대야가 있어도 이제 조금은 괜찮을 것 같고, 텐트 안으로 들어온 모기를 잡을 때도 유용할 것 같다.

"할매, 여기 계곡에 텐트 치고 잠잘 곳이 멀어요?"

"계곡?"

"네."

"계곡은 멀데이. 자전거 타고 못 간다. 여기 조금 올라가 내려가만 보물섬이라 카는데 나온다. 거 뒤로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물도 나오고.. 거가 좋다."

할머니가 말하는 곳은 무흘구곡의 1곡 회연서원이 있는 비봉암이다.

"할매, 거 멀어요?"

"아이다. 조금 올라가 내려가다 오른쪽에 보물섬이라고 있다."

할머니가 말하는 보물섬이 뭔지 검색하니 회연서원 앞에 있는 음식점이다. 슈퍼마켓이 있는지 물으니 술을 파는 곳이 있다며 조금 비싸다고 알려준다.

할머니에게 밀키스 하나를 더 사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전한 뒤 보물섬을 찾아 회연서원으로 간다.

산세가 높은 가야산으로 저녁해가 사라진다.

 

할머니가 말하던 보물섬은 삼겹살과 된장찌개 같은 메뉴가 있다. 먼저 텐트를 치고 보물섬에서 삼겹살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더위에 지친 하루,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회연서원의 외관을 살짝 살펴보고.

"조선 양반들의 삶이란 정말 한가롭다."

"그런데 비봉암이라는 기암 바위는 어딨어?"

기암 바위의 비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회연서원의 강변 쪽 모습은 꽤나 허탈하다.

"무흘구곡, 이런 느낌이야?"

폭우로 인해 범람했던 강변이 조금 더 황량하게 보이는 탓이겠지만 무흘구곡이라는 멋들어진 명칭이 혹시 과장된 미화가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할머니가 알려준 공원의 정자에 자전거를 세우고.

"오, 일단 식수대 완벽."

"먼저 씻자."

화장실 앞에 있는 수돗가에서 샤워를 하니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정자 위에 텐트를 펼친다. 강바람이 불어와 오늘 저녁은 덥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피곤함에 입맛이 사라져 삼겹살도, 소주도 귀찮게 느껴진다. 아침에 식당의 남자가 챙겨준 빵들은 더운 날씨의 열기 속에서 모두 상했을 것 같아 버리기로 한다.

"먹을만한 것이 하나도 없네.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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