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3일 / 맑음 ・ 32도
김천-추풍령-황간
마루바람을 떠나 영동으로 향한다. 영동의 물안계곡과 속리산 중에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동거리
27Km
누적거리
27,666Km
이동시간
2시간 17분
누적시간
2,112시간

 
작점고개
 
4번국도
 
 
 
 
 
 
 
15Km / 1시간 15분
 
12Km / 1시간 02분
 
김천
 
추풍령
 
황간
 
 
1,267Km
 

 

12시가 넘도록 그리고 3시가 가까워지도록 잠을 잔다.

떠남, 할 수 있다면 미루고 싶고,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대면해야 하는 헛헛한 감정의 게으름이다.

"언제 출발할 거야?"

"해가 지면."

4시가 가까워져서야 아주 느릿하게 출발을 준비한다.

 "참 다행이다."

"나의 시간의 너와 너의 시간에 내가 존재했음이."

"그럼에도 우리의 시간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추억되지 않음이."

"또한 참 다행이다."

5시, 목공 공부에 빠져있는 마루님에게 인사를 하고 마루바람을 떠난다.

추풍령길을 따라 황간으로 갈 생각이다.

포도밭이 이어던 도로는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밭들으로 변한다.

"자체가 탐스럽다의 정의군."

작은 분교와 사과를 수확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지나치고.

추풍령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이 시작된다.

날이 져물어가는 시간이라 크게 힘이 들지는 않지만.

두 개는 못넘을 것 같다.

작점고개를 경계로 충북에 들어선다.

"자, 이제부터 황간까지 내리막을 부탁해!"

일몰의 시간, 추풍령면에 도착하여 얼음 커피를 마시며 황간에서 야영을 할 장소를 검색한다.

황간면을 가로지르는 넓은 초강천 주변은 마땅한 장소가 안 보이고, 월류봉이 있는 계곡과 물한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이 야영을 하기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해가 떨어지면 그곳들이 의미가 있나?"

서둘러 황간면으로 이동했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황간면 초입에 있는 작은 무궁화동산의 정자를 봐 두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유명한 원조 동해식당을 찾는다.

"올뱅이 국밥."

다슬기를 이곳에서는 올뱅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주 허름하고 오래된 식당의 벽에는 '나 왔다 감'의 낙서들이 가득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된장국에 시레기와 부추 그리고 올갱이가 한가득이다. 잘게 썰린 청양고추를 넣고 밥을 말아먹으니 좋다. 건강한 맛이다.

"삼랑진에서 맛있게 먹었던 올갱이탕은 많이 부족했구나."

반찬으로 나온 묵은지의 새콤한 맛도 일품인 원조 동해식당이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먹어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세상이 까맣다. 마을 초입의 무궁화동산 정자로 되돌아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한 후 텐트를 펼친다.

초강천으로 내려가 몸을 씻을 수 있는 확인 하지만 생각보다 넓은 천변은 어둠 속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

"오래간만에 끈적거림과 함께."

달이 기우는 것인지, 차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천변으로 반딧불이들이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밤의 풍경이 좋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1일~622일 / 맑음 ・ 34도
김천
마루바람에서 잠시 쉬어간다. 목공을 공부하는 마루님과 뜨개질을 하는 바람, 모든 것이 편안한 시간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63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109시간

 
엠티비코스
 
풀뽑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김천
 
김천
 
김천
 
 
1,240Km
 

 

저금통에 모아놓은 피로를 없애듯 늦게까지 잠을 잔다. 마치 긴 여행을 끝낸 사람처럼 모든 긴장과 노곤함을 풀어놓는다.

"집. 아주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 것 같네."

한여름 무더위 속 나른한 오후의 잠에서 깨면 10년 후 그 어느 여름날의 풍경 속에 존재했으면 싶은 바람이 든다.

"어느 것이 비현실의 꿈인가?"

잠시 마루바람의 공간들을 둘러본다.

책과 나무 냄새.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과 은은한 조명들.

그리고 바람.

목공 창고에서 기계들을 점검하던 마루님과 콩국수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김천MTB 파크가 있는 산의 임도길을 둘러본 후 마루바람으로 돌아온다.

저녁 무렵 마루님이 전화를 걸어 옆집으로 건너오라고 한다.

마루바람의 옆 전원주택의 정자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돼지수육으로 술을 마시고.

마루바람으로 돌아와 마루님 그리고 바람과 함께 술자리를 이어간다.

"모르겠어요.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네."

변하지 않는 모든 것들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덥고 화창한 날씨다. 바람은 11시 가까이 늦잠을 자는 나를 깨우며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린다.

어젯밤 오늘의 점심 메뉴로 선택했던 감자 옹심이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한다. 믹서기를 사용하면 너무 부드럽게 갈려서 쫀득한 옹심이의 식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뭐, 그럼 갈아야지."

꽤나 번잡스러운 과정이지만 옹심이 메뉴를 택한 것은 나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

칼칼하게 매콤한 국물과 쫀득한 감자 옹심이 조합, 좋다.

"감자를 갈만 한데."

오후의 시간은 자료를 정리하며 보내고, 김천시의 유명한 음식이라고 말했던 쪽쪽갈비 사장님이 마루바람을 방문하며 음식을 포장해서 왔다.

먹기 편하게 구워진 달달한 갈비살의 맛이 꽤나 일품이다.

"아, 이래서 쪽쪽갈비구나."

갈비를 잡은 두 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쪽쪽 빨게 되는 매력의 음식이다. 아이들을 편하게 먹이려고 만든 갈비인데,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며 웃는 쪽쪽갈비 여자 사장님의 미소가 부드럽다.

쪽쪽갈비와 함께 시작된 술, 잠시 바람을 도와 정원과 화단의 잡풀들을 뽑고 돌아와 다시 술을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람이 담은 매실주가 점점 줄어들 때쯤 어떻게 기절을 했는지 2층 마루에서 잠을 자고 있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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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20일 / 맑음 ・ 34도
성주-김천
바람을 만나기 위해 김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27,639Km
이동시간
4시간 46분
누적시간
2,109시간

 
59번도로
 
3번국도
 
 
 
 
 
 
 
34Km / 2시간 25분
 
10Km / 2시간 21분
 
사인암
 
김천
 
은기리
 
 
1,240Km
 

 

기암절벽과 산들이 만들어 준 시원한 그늘은 아침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울 수 있도록 해준다.

약간의 허기짐은 간헐적 단식의 가벼움과 불필요함을 동시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모닝커피가 간절해!"

깨끗한 계곡물에 들어가 아침의 상쾌함을 느낀다.

텐트와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어린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겠다며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다.

"어제 많이 잡아서 이제는 물고기가 없어!"

아이들의 서툰 물고기 잡이만큼 서툰 핑계들에 피식 웃고 만다.

고기를 잡은 아이들의 소란한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지고, 김천을 향해 출발한다.

45km 정도의 거리, 부담스럽지 않지만 배가 고프다.

어제 도로변에 노점이 있었던 선바위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오, 있다!"

국수 같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통닭과 라면이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의 전부다.

김치를 조금 담아주는 여주인이 옆자리에 앉아 여행에 대해서 묻는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경상도 사투리는 운율이 느껴질 만큼 감미롭다.

"이렇게 좋은 사투리를 왜 그렇게들 시끄럽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변변한 식사를 못했다는 말에 청국장과 꽈리고추볶음을 내어준다.

"그래도 먹을 복은 있네예."

오후에 통닭을 튀겨 계곡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며 통닭을 먹고 가라고 한다.

"김천까지 가야 하는데, 그럼 쉬었다가 갈까요?"

"그래요. 계곡에서 놀다가 통닭을 먹고 가요."

1시, 3~4시에 출발을 해도 김천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선바위에서 쉬었다 가기로 한다.

밥과 라면을 먹은 터라 더는 배가 고프거나 통닭이 먹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노점 여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선바위 근처의 계곡에는 제법 괜찮은 넓적 바위들이 있다. 어제 사인암까지 올라가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 싶다.

계곡물에 몸을 적시고, 바위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815 광화문에서 열린 빤스목사의 집회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말 싫다."

대가천 9 개 굽이의 물줄기를 따라 9 수의 시를 지었다는 무흘구곡, 조선시대 양반들의 한량스러움이 예수를 파는 사람들의 천박함보다 고귀하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어느새 3시가 넘어가고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한다.

"아재야, 아재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노점의 여주인이 통닭을 먹으라며 작은 접시를 건네준다.

바삭하게 튀겨진 아주 작은 통닭, 여느 옛날 통닭집보다 맛이 좋다.

통닭을 튀기느라 손등의 피부가 기름에 데어 얼룩덜룩 벗거진 노점 여주인의 손을 바라본다.

"손."

작고 뭉툭한 하얀 손, 타인을 향해 쉽게 내밀어지지 않는 고집과 반가움의 손짓이나 위로의 토닥임조차 낯설게 외면하는 수줍은 손은, 무언가를 담고 간직하기보다 버리는 것이 익숙한 너무나 게으른 손은, 지난 과거의 상흔들을 간직한 채 때때로 그 아픔의 깊이를 기억하게 만든다. 수줍고 게으른 손을 내려다본다.

"부끄러운 손이지만 난 네가 좋아. 괜찮아!"

"얼음을 많이 담아서 커피 한 잔을 만들어주세요."

여주인은 가득 담은 커피를 건네주며 전화번호를 묻는다. 여주인이 불러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번호를 남긴다.

"가끔 전화주이소."

"김천으로 가 볼까?"

4시가 넘어서야 무흘구곡을 떠나 김천으로 향한다. 지도앱으로 그리 높지 않은 고개를 넘으면 김천까지 순탄한 길이다.

조마면의 경계인 고개의 정상에서부터 길게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의 작은 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몇 개의 양봉통이 놓여있는 시골집 담벼락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작은 서원을 둘러본다.

"공부깨나 한 동네인가?"

한 칸짜리 작은 서원의 옛 풍경이 궁금하다.

제법 깨끗하게 정리가 된 서원의 모습은 이름 모를 마을의 정서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서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지각이 보인다.

"효열각."

열부 함양 오씨 정려기의 위비문을 읽어본다.

"서기 1888년..."

병이 든 남편에게 손가락을 깨물어 수혈을 하고, 병간호 끝에 사망하자 미망인으로 칭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죽은 함양 오씨.

"뭔가 이상한데."

"순천 사람 박빈은 사헌부감찰로 선조 때 부친이 병석에 눕자 10년간 함께 자면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였다. 그러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3년간 무덤 옆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시묘살이를 했다. 부인 함양오씨는 남편을 대신하여 품팔이와 구걸로 어려운 살림을 뒷바라지하였다. 그 후 남편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여 3일 만에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역 유림의 천거로 1888년(고종 25)에 정려(旌閭)가 내려졌다." -디지털 김천 문화대전


"대체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받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냐?"

순천 박씨 가문의 화합과 자부심을 꾀하고, 충효사상을 전승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비석에는 "通訓大夫司憲府監察孝子順天朴公諱贇淑夫人烈婦咸陽呉氏之閣" 비문이 새겨져 있다.

"끝까지 이름 없이 불린 여자의 삶이네."

400년 전 가혹했던 여자의 삶이 애처롭기에 앞서 비석을 새우고 지각을 지어 올린 100년 전 유교적 꼰대들의 곰팡이 나는 가치관에 구역질이 난다.

"낡은 경운기는 정겹기라도 하지."

조마면을 지나고 천천히 김천 시내로 들어선다.

편의점에 들러 얼음컵만을 사고, 얼음이 녹은 커피를 부어 마신다.

"좋아!"

남은 얼음에 미지근해진 물을 넣고 김천 시내를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생각했던 것보다 김천 시내의 규모가 꽤 크게 느껴진다.

김천시를 벗어나자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다.

"거의 다 왔는데."

"그래, 10년 만인가?"

기찻길을 건너고.

포도밭과 복숭아밭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시골길을 지나 마루바람에 도착한다.

"이쪽은 내 남편 마루님 그리고 영범이."

마루님이 준비해 놓은 저녁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고.

모기들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 밤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신다.

"그렇게 바람은 마루에 머물렀구나."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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