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0일 / 맑음 ・ 4도
프라하-오드르제프시
너무나 좋았던 프라하의 시간을 뒤로하고 독일로 향하는 파박과 헤어진 후 폴란드를 향해서 떠난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4,247Km
이동시간
4시간 56분
누적시간
1,843시간

 
611도로
 
611도로
 
 
 
 
 
 
 
36Km / 3시간 10분
 
30Km / 1시간 46분
 
프라하
 
모호프
 
오드르
 
 
295Km
 
 

・국가정보 
체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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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어, 코루나(1즈워티=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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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피곤함, 이른 체크인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킨다. 창밖의 하늘을 보니 좋은 날씨다.

방에 흩어진 짐들을 정리하고, 삼겹살로 파박과 아침을 먹는다. 든든하게 먹어야 종일 먹지 않아도 된다는 파박이다.

파박은 식사 도중 유튜브 영상을 플레이시킨다. 패널들이 시사토크를 하는 모양인데, 그들이 떠드는 대화가 귀에 거슬린다.

"일베 방송이니?"

"일베 방송 아니에요."

핸드폰을 확인하고 얼핏 방송의 내용을 보니 귀에 거슬리던 발언의 패널은 이준석과 김태현이다.

"꺼줄래?"

"이준석 싫어하시는구나."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등등의 생각을 할 하등의 가치가 없는 그런 부류들이다. 그저 할 수만 있다면 구역질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을 뿐이다.

 

악독한 지주보다 더 악랄한 것이 소작농의 피까지 빨아먹는 마름이라고 했던가. 사람들의 마음을 찌들게 하는 세치혀의 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 현실 생활과 멀어져있지만, 한국의 코로나19의 상황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인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담당자들과 투명하게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힘들겠지만 지금의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지금의 경험이 더 나은 사회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위선적이고 비열한 집단의 허울을 깨달을 수 있는 인식 변화의 변곡점이 되었으면 한다.

파리에서 레오니의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 실비와 레미는 프랑스 정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 모습은 사회에 대한 투정처럼 보이지 않았고 진지하고 깊은 고민의 모습이 느껴졌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점들 중 하나는 나라마다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각기 다르지만 그것을 바꾸려는 의지나 노력들은 소극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경험,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지만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시행착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쟁취한 성공의 경험들은 자긍심을 갖어도 충분할 만큼 훌륭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행 중 불이익을 받거나 불편함이 생길지라도 상관없다. 투명하고 진실되게 모든 것들을 극복해 갈 정부와 한국인들의 의지를 믿는다.

"이번은 정말 한일전이야!!!!"

 

10시 반, 패니어들의 정리가 끝나갈 때쯤 체크아웃을 확인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패니어와 자전거를 옮기고 출발 준비를 마친다.

뭔가가 맞지 않는지 출발 준비가 늦는 파박이다.

뮌헨으로 향하는 파박과는 길이 반대방향이다. 까를교에서 헤어지기로 하고 출발을 한다.

까를교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블타바 강으로 나가는 관광보트의 홍보를 하는 마린 복장의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을 하고.

파박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남자와 여행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한국에 가면 너에게 전화할게."

여행자 명함을 보며 기니가 고향이라던 남자는 즐거운 농담을 하며 인사를 한다.

"파박아, 이제 집에 가야지!"

오늘 까를교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노년의 할아버지들이 많다.

"요일마다 컨셉이 다른가?"

먼저 우체국을 검색하고 찾아간다. 파리에서 사고, 독일에서 쓴 엽서를 체코에서 보낸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고, 풀을 찾을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이 하듯이 침을 발라 붙인다.

"잘 도착해라."

시내를 빠져나갈 경로를 검색한다. 시외곽에 있는 카프카의 묘지에 들러 시내를 빠져나갈 생각이다.

"화약탑을 보고 가면 좋겠네."

올드타운 광장을 지나 가보지 못했던 골목들을 지나 화약탑으로 간다.

화약탑에 도착할 무렵 파박에게 전화가 온다.

가는 도중 넘어져 패니어의 연결 브라켓이 파손되었다며 내게 주었던 패니어의 브라켓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고, 올드타운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되돌아 간다.

올드타운 광장으로 간다.

벤치에 앉아 파박을 기다리고, 하늘의 구름이 바쁘게 흘러간다.

"날씨가 수상하네."

도착한 파박은 패니어의 브라켓을 교체하고, 브레이크를 점검한다.

시간이 늦어져 시내를 빠져나가 멀리 가기는 틀린 것 같다.

파박과 화약탑으로 이동해서 각자의 경로를 확인하고 출발한다.

도로를 따라 함께 이동하고, 갈림길의 교차로에서 파박과 헤어진다.

독일과 영국으로 가는 파박, 한번 더 맨체스터에서 조심하라고 당부의 말을 전한다.

"건강하게 좋은 여행해."

카프카의 묘지는 언덕을 올라 텔레비전 타워가 세워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아니 가로등을 이렇게 세워놓으면 어쩌란 말이지?"

언덕 위의 공동묘지 공원에 도착하여 공원의 담을 따라간다.

사르트르의 묘지처럼 공원의 측면 입구가 있지만 닫혀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못 들어 가는가?"

그냥 출발을 하려는데 작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프카의 가족 묘지, 역시나 문이 닫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출입문 밖에서 묘를 구경한다.

"Anything that has real and lasting value is always a gift from within. Franz Kafka"

알베르토 까뮈, 카프카의 글 읽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주 독한 독주를 마시는 것처럼 타들어가는 뜨거움이 있다.

"형, 나 왔다 가!"

"가자. 폴란드로!"

프라하는 올드타운과 신시가지를 제외하면 도시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다.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 비상식을 보충한다.

"체코에도 있네."

숙소에서 사용한 페트병들을 버린 것이 아깝다.

언덕을 오른 후 도로는 평평하게 이어진다.

남서풍,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으로 편안한 페달링이 이어지고.

체코의 풍경은 한국의 시골 마을처럼 익숙한 느낌이다. 서유럽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고 사람들의 분위기도 유럽보다는 러시아와 가깝다.

늦은, 아주 늦은 출발이었지만 프라하를 벗어나며 이어진 평평한 도로 덕에 60km 이상을 지나온다.

작은 소도시 포데브라디에 들어선다.

"할배, 같이가요."

도로변 광장에서 잠시 쉬며 이후 경로와 야영지를 검색한다.

7km, 15km 정도에 도로변 작은 숲이 보이고, 대부분은 밀밭과 목초지로 보인다.

도로를 따라 7km 정도의 도로변 숲, 목초지 평야지대라 그냥 밀밭의 경계를 나누는 수풀 정도다.

아직 석양의 빛이 남아있지만 갓길이 없는 체코의 도로라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도로를 벗어나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깔끔한 라이딩이네."

러시아의 이사벨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니 수업 중 선생님이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너처럼 예쁜 소녀에게 화를 낼 수가 있어?"

화가 난 사춘기 소녀를 달래주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푹 자지 못한 피곤함에 졸음이 밀려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8일 / 맑음 ・ 4도
프라하
파박과 함께 프라하를 구경하고 콜레뇨을 먹고, 프라하의 야경을 보기로 한다. "왜 하필 프라하에서 이런 것을 너랑 해야 하니? 파박아!"


이동거리
8Km
누적거리
24,818Km
이동시간
2시간 36분
누적시간
1,838시간

 
콜레뇨
 
프라하야경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프라하
 
프라하
 
프라하
 
 
229Km
 
 

・국가정보 
체코, 프라하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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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몇 시간 잠들지 못하고 피곤한 잠에서 깨어난다.

파박은 첫날 산 조금 질겼던 소고기를 잘게 잘라 굽는다.

이글의 시골집에서 반야를 한다는 이글, 안드레와 영상 통화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프라하 시내를 산책하기로 한다.

"프라하에서 꼴레뇨를 먹어야 해요."

"꼴레뇨?"

체코에서 유명한 돼지다리 요리라는 파박의 설명을 들으니 아마도 독일의 학센과 비슷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미슐랭 인증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해요."

"이상하네. 타이어 잡지 맛집들은 쓸데없이 비싼데."

꼴레뇨에 대해 검색하니 모양은 학센과 거의 비슷하다. 꼴레뇨와 함께 소고기 육회와 비슷한 타르타르를 함께 먹은 블로그 소개글이 있다.

"우리도 이렇게 먹자."

까를교를 건너 시계탑이 있는 올드타운 광장을 둘러본 후 꼴레뇨를 파는 레스토랑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트램을 타고 까를교 근처의 역에서 내린다.

발트슈타인 궁전과 카프카 뮤지엄을 지나 까를교로 간다.

1400년대 만들어졌다는 현재의 까를교에 대해 검색을 한 후 설명을 하는 파박, 특별히 인상적인 건축물이나 인물이 아니면 크게 관심이 없다.

"어, 아주 오래된 돌다리네."

까를교의 역사보다 체코와 프라하의 상점에서 흔하게 보이는 꼭두각시 인형이 더 인상적이다.

"마리오네트? 체코가 원조인가?"

까를교 밑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남자, 뒤편으로 보이는 붉은 원피스 여인의 벽화는 여행 전 내가 생각한 프라하의 이미지이다.

"저게 프라하인데."

 

"이게 프라하 대표 길거리 음식인가 봐."

동그란 빵 같은데, 아이스크림을 토핑하기도 하고, 다른 것을 토핑하여 먹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나를 사 먹으려고 하니 100크루나 정도다. 패쓰다.

까를교를 건너며 사진을 찍는 구도에 대해 파박에게 조언을 해준다.

"막 찍지 말고 이렇게 구도를 좀 잡아서 이렇게."

 

"파박아, 바닥이 너무 길지 않니? 포토샵으로 잘라!"

 

까를교를 건넌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적어 보인다.

까를교 위에 세워진 올드타운 브릿지 타워, 주변 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입장료를 확인한다. 50크루나.

"저녁에 프라하성 방향의 야경이 좋겠는데. 지금 볼래, 저녁에 야경을 볼까?"

야경을 보기로 결정하고, 올드타운으로 걸어간다.

사탕가게와.

선물가게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와 카페들의 골목을 지나.

 

시계탑이 있는 올드타운 광장에 도착한다.

시계탑의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다던 파박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계탑 주변에서 두리번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시계탑임을 인식하고 카메라를 들고 강아지처럼 돌아다닌다.

"대체 이 녀석은?"

뭔가 빈틈이 많은 허술한 녀석이다.

"저 천문시계는요....."

시계탑에 대한 파박의 장황한 설명은 내 귀에 닿으며 90%는 튕겨나가고, 9%는 흘러간다.

"어, 그냥 못생긴 시계네."

광장 주변을 둘러보기도 전인데 파박은 꼴레뇨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벌써? 다 봤어?"

"애매한 시간에 가야 사람들이 없어요."

"그.. 그래."

명품 브랜드들의 샵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걷는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프라하의 명품 브랜드샵들의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다.

올드타운 명품 브랜드샵들이 들어선 거리의 건물들의 모습은 올드타운의 상점 골목이나 숙소가 있는 뉴타운의 건물들과는 또 다른 양식들의 건물들이다.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로마네스크 등등의 다양한 건축양식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프라하 건물들은 따듯한 색감들만큼 모양들도 다양하다. 그것이 올드타운의 크기는 탈린이나 리가만큼 작지만 쉽게 질리지 않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프라하가 다른 도시들보다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양식이 다른 다양한 건물들이 뒤섞여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파박아, 관심 없니?"

결혼을 하게 되면 신혼여행으로 프라하에 다시 오고 싶다는 파박은 프라하의 모든 것은 그때에 느끼겠다는 사람처럼 웃으며 넘어간다.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다.

 

"그래, 신혼여행 때 몰빵 해라." 

 
교회의 모양이 약간 다른 유대인 교회가 있는 회전 교차로, 가장 먼저 카프카의 기념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파박은 오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자 목적인 건너편 식당이 미슐랭 레스토랑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미슐랭 마크가 어디에 있어요?"

"저기 붙어있네."

작게 붙여있는 미슐랭의 로고를 확인하고 세상 행복하게 웃는 파박이다.

 

한산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판을 스캔하고, 꼴레뇨와 타르타르 그리고 필스너 생맥주를 주문한다.

내가 웨이터에게 메뉴를 주문하는 사이, 파박은 연습한 짧은 체코어를 써먹는다.

"그런 거 말고 '우리는 거지라서 팁은 드릴 수 없어요' 같은 것을 연습해 봐."

필스너의 생맥주는 병맥주보다 조금 더 맛이 좋은 것 같다.

 

잠시 후, 체코 족발 꼴레뇨와 체코 육회 타르타르가 빵들과 함께 내어진다.

삶은 감자와 함께 묽은 소스가 깔려있던 독일의 튀긴 족발 학센과 달리 꼴레뇨는 훈제된 족발에 겨자소스 같은 것이 곁들여 나온다.

부드럽게 훈제된 꼴레뇨, 껍질 부위를 제외하면 학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훈제 방식이라 향이 조금 더 풍부하다. 삶은 학센과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함께 나온 튀겨진 빵에 생마늘 한쪽을 열심히 문질러 타르타르를 곁들여 먹는 파박은 마늘향이 좋다며 나에게도 해보라고 한다.

"난 게을러서 그런 것 안 해. 그냥 마늘빵을 주면 돼지, 굳이 마늘을 그렇게 문질러야 해?"

"향이 달라요. 향이!"

"향이 남다른 마늘빵을 주면 돼지!"

타르타르의 맛은 우리의 육회와 다를 것이 없다.

식사를 하는 동안 중년의 웨이터는 맥주를 더 마시겠냐며 두 번이나 더 물어본다. 부담스럽다.

한국의 늦은 시각, 한국으로 되돌아간 준현과 영상통화를 한다. 항상 싱글싱글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다행이다 싶고 좋다.

"우리만 맛있는 것 먹어서 미안하다. 그냥 장충당 족발보다 못해!"

태양열 충전 배터리 등을 선물한 파박에게 고마움으로 꼴레뇨는 내가 계산을 한다. 영수증을 가지고 온 웨이터는 팁을 줄 것인지 묻더니 100크루나를 팁으로 포함시킨다.

가뭄에 콩 나듯 고기를 잘 구워주며 서빙을 친절하게 해주는 식당의 종업원들에게 감사의 팁을 사장 몰래 쥐어준 적은 있지만 팁을 주는 문화는 어색하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문화라면 요금에 포함된 금액이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만다.

"다 그런 거야!"

 

담당자의 당연한 업무인데 왜 팁을 주는지 모르겠다 말해도 호텔의 침대 위에 항상 1달러의 팁을 올려놓으며 '다 그런 거야'라며 웃던 사람은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그것을 따라 하며 싱겁게 웃고 마는 짧은 시간만을 내어준다. 기억이라는 것은 물에 불려진 미역줄기처럼 매끈하고 부드럽지만 한없이 싱거울 때가 있다.

 

배가 부르니 잠을 자지 못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고 야경을 보러 나오기로 한다.

 

선물가게에서 작은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사고, 숙소로 걸어온 탓에 피곤함이 더해진다. 소파에 누워 이내 단잠에 빠져든다.

야경을 보러 가자는 파박의 목소리에 어렵게 잠을 떨쳐내고, 오랜만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트램을 타고 프라하의 야경을 보러 간다. 까를교의 올드타운 브릿지 타워로 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파박은 산 위에 있는 페트린 타워로 가자고 한다.

프라하성의 주변 야경을 보고 싶은데, 파박은 도시 전체의 야경을 보고 싶은 모양이다.

페트린힐로 오르는 레일카를 탄다. 유럽의 종이티켓을 처음 사용하는 파박은 이미 승차 스탬프가 찍힌 티켓을 환승시마다 검표기에 넣어본다.

"의미 없다. 하지 마라!"

레일카는 별도의 티켓 없이 교통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승무원이 운전을 하는 고전적 방식의 레일카다.

무인시스템이나 통제실에서 조정을 해도 될 것 같은데, 클래식한 방식이 마음에 든다.

조용한 페트린 공원에는 쌀쌀한 저녁 날씨 탓인지,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그런 것인지 사람이 없다.

예쁜 조명으로 불을 밝힌 페트린 타워, 내부로 들어가 인당 150크루나의 티켓을 구매하고, 타워를 오르기 위해 리프트가 있는지 물으니 엘리베이터는 60크루나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인심 박하네."

좁은 계단을 빙빙 돌아 전망대에 오르니 할머니 안내원이 타워의 높이를 알려준다.

불빛으로 물든 프라하의 시내는 생각보다 넓고 예쁘다.

모스크바의 야경이 제일 좋았다는 파박, 나는 고층 빌딩이 없는 도시의 은은한 야경이 더 좋다.

유리창으로 막혀있어 선명한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

야경을 보고 있으니 할머니 안내원은 시내의 주요 건물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

계단을 내려오며 야경들 카메라에 담아본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어서 흔들림을 잡느라 고생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파박은 내일 떠나기 전 비상식을 보충한다며 슈퍼마켓에 들린다.

숙소로 돌아와 어제와 같은 고기들로 저녁을 해결하고.

"피곤한데, 하루 더 쉬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늦어 아파트의 주인에게 숙소의 연장 여부를 문의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든다.

"뭔가가 아쉽다."

프라하, 할 수 있다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좋았던 어느 봄날처럼 따듯하고 작은 너의 손을 잡고 마냥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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