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6일 / 흐림뒤 맑음 ・ 2도
나클레로프-프라하
2월 29일, 2월의 하루가 선물처럼 주어진 날이다. 간밤에 내린 폭설로 인해 체코 국경의 산속에 갇혀버렸다. "오늘까지 프라하로 가야 하는데."


이동거리
136Km
누적거리
24,166Km
이동시간
5시간 24분
누적시간
1,833시간

 
빙판길
 
기차
 
 
 
 
 
 
 
13Km / 1시간 20분
 
123Km / 4시간 04분
 
나클레롭
 
우스티나
 
프라하
 
 
214Km
 
 

・국가정보 
체코, 프라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체코어, 코루나(1즈워티=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20-725-352-420

 

밤새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 눈밭의 한기와 젖은 채 얼어붙은 텐트 안의 냉기에 불편한 잠자리다.

"왜 계속 비만 와?"

7시, 첫 번째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어난다. 우둑한 텐트 안의 느낌이 이상하다. 거뭇하게 텐트를 뒤덮고 있는 물체와 뭔가 기형적인 텐트의 모양이 이상하다.

"비가 아니고 눈이야?"

얼어붙은 텐트의 지퍼를 끌어올리자 후드득 텐트에 쌓인 눈이 흘러내린다.

싸릿눈처럼 작은 눈들이 밤새 내려 텐트를 뒤덮고 있다.

"이건 아니지!"

경사진 산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쌓인 눈이 높이가 만만찮다. 도로로 걸어 나가 도로의 상태를 확인한다.

차량들의 통행으로 도로 위에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더 위험한 녹은 눈들과 살얼음이 얼어있다. 도로가 미끄러운지 도로 위로 나가보니 경사진 도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망했다!"

비록 젖고, 얼어있는 텐트와 침낭이지만 방한에는 문제가 없어 괜찮지만 산길을 내려갈 수 없다면 발이 묶이고 만다.

텐트로 돌아가 커피를 끓여 몸을 녹이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정오까지 눈이 내리는 것으로 나온다.

"눈은 상관없는데, 저 도로를 어쩔 거야!"

750미터의 산속, 눈과 함께 짙은 안개가 내려앉는다.

"안개까지."

프라하까지 100km, 기차편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구글맵으로는 기차 경로가 검색되지 않고, 지도를 자세히 보니 15km 떨어진 우스티나 트라벰에 기차역이 있다.

"어떻게든 마을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마을로 내려간다 해도 프라하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늘 내에 갈 수는 없다. 차량이든 기차든 이용을 해야 하는데 체코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하기가 어렵다.

"일단 내려가자. 배고프잖아!"

패니어와 얼어붙은 텐트를 정리하고.

"푹푹 빠지네."

얼어있는 도로보다 짙은 안개가 더 위험하다.

도로변으로 나와 자전거를 세운다. 눈밭이라 지지대 없이도 자전거가 흔들림 없이 잘 서 있다.

다시 도로의 상태를 살펴보지만 스케이트를 타듯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도저히 안 되겠어!"

10분 넘게 도로변에 서서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도로를 지나치는 차량들은 무심하게 지나쳐 간다.

도로 위로 자전거를 끌고 갈 수는 없고, 반대편 차선의 갓길 눈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면 괜찮을 것 같다.

"도로를 어떻게 건너지?"

5미터도 안 될 것 같은 좁은 이차선 도로를 건널 방법을 생각하며 여러 차례 도로를 가로질러 본다. 역시나 미끄럽다.

망설임, 지나치는 차량을 잡아 도움을 청할까 생각하다 코너의 내리막길에서 차량을 세우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조심스레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고, 눈이 쌓인 갓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내려간다.

300미터 정도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고, 완만해진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다. 한쪽 발을 바닥에 내린 채 미끄러지며 천천히 내려간다. 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손이 시려오고 경직되어 간다.

빙판으로 변한 내리막 산길보다 앞이 안 보이는 안개가 더 위험하다. 간간히 지나쳐가는 차량들은 속도를 줄여 멀리 피해서 가주지만 앞이 전혀 보이질 않는 빙판의 도로는 너무나 위험하다.

"제발, 무사히 내려가자."

40분 동안 빙판길을 내려간다. 산골 마을들을 지나치며 천천히 안개가 걷히고, 우스티나 트라벰의 초입에 도착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신발과 바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엉망이다.

"또 올라가냐!"

젖은 옷과 경직된 근육들, 빠르게 한기가 찾아든다.

"맥도널드가 있었는데."

작은 타운 정도의 규모이지만 체코의 소도시의 느낌이 드는 곳이다. 기차역을 지나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언 몸을 녹이고 자동 주문기로 메뉴를 고르고 있는 젊은 커플의 모습을 보니 결제 금액이 유로의 표시가 아니다.

"KC?"

남자에게 체코에서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유럽처럼 영어를 아주 잘 구사한다.

"체코 코루나?"

환율기로 코루나의 화폐 금액을 확인하니 100코루나가 5,000원 정도의 가치다.

"햄버거 싼 편이네."

서유럽에 비해 물가가 조금 낮아진 느낌이 든다. 햄버거를 먹으며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경로를 검색하니 40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편이 나오는데 다른 기차의 운행표가 없다.

"하루에 한 대만 운행되지는 않을 텐데?"

기차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자전거를 싣고 탑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빠르게 햄버거를 먹고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역에 도착하고.

자전거에 대한 걱정은 금새 사라진다. 자전거 탑승에 대한 안내표시가 역을 들어서자 바로 눈에 들어온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운행되는 기차인데,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모양이다.

15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라 서둘러 티켓을 구매한다.

"프라하에 갈 건데, 자전거가 있어요."

무표정하게 말을 듣던 여자는 몇 시의 기차를 탈 것인지 묻는다. 기차의 운행표가 검색은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 한 대만 운행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가장 빠른 시간으로 주세요."

뭔가를 분주하게 입력하던 여자는 세 장의 표와 영수증을 주며 12시 22분 열차 시간을 알려주고, 3번 플랫폼으로 가서 자전거 전용칸에 탑승하라고 안내한다.

100km 정도 거리의 프라하까지 만원 정도의 가격이니 저렴하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번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제법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우스티나 트라벰의 풍경이다.

승차를 기다리는 젊은 남자에게 프라하로 가는 승차장이 맞는지 물어보고 열차의 시간도 다시 확인한다.

"아무데서나 탑승하면 돼?"

"일반적으로 첫 번째와 마지막 칸이 자전거 전용칸인데 기차마다 조금씩 달라."

표를 확인하더니 255번 칸에 탑승을 하라고 알려준다.

12시 22분, 기차가 들어오고 가차의 맨 마지막 칸으로 자전거를 끌고 달린다. 여자 승무원이 마지막 칸을 가리키며 안내를 해준다.

계단으로 된 기차의 탑승구, 급한 마음은 무거운 자전거를 번쩍 들게 만드는 괴력을 만들어 낸다. 자전거 전용칸은 거치대가 아주 잘 갖춰져 있고, 한켠에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테이블이 있는 객실로 들어갈 필요 없이 그냥 자전거 칸의 의자에 앉아있을 생각이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하고, 여자 승무원이 찾아와 검표를 한다.

"펌프도 있네."

강을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창 밖으로 보이는 체코의 풍경은 산과 마을들의 모습이 예쁘다.

"여기는 날씨가 좋네."

폭설 때문에 고생을 한 산속의 날씨와는 전혀 다른 화창한 날씨다.

아침 눈 속에 파묻힌 영상을 보고 걱정이 되었는지 이글이 메시지를 보낸다. 이글과 짧게 영상 통화를 하는 동안 기차는 한 번의 정차도 없이 프라하로 달려간다.

100km, 하루 종일 녹초가 되도록 달려야 하는 거리인데 기차는 고작 1시간 정도의 시간에 거리를 삭제해 버린다.

"참 얄궂다. 날씨도, 사람의 마음도."

1시 20분, 프라하의 중앙역에 도착한다.

"너무 싱거워서 허탈하네."

 

마법의 기차를 타고 시간과 공간을 건너온 듯이 세상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 있다.

 

쾌적하고 넓은 프라하의 중앙역이다.

"어떻게 내려가지?"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으로 밖으로 나간다. 생각 못한 시간의 여유, 체크인 3시까지 어느 곳을 둘러볼지 검색을 한다.

시장, 광장, 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결정하고.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웬세스라스 광장으로 간다.

국립박물관에서 하벨시장까지 이어지는 광화문 광장처럼 길쭉한 광장이다.

동유럽 제일의 관광 도시 프라하,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재래시장 하벨시장의 노점 좌판이 이어진다. 목각인형과 각종 기념품들이 다양하다.

건물들의 모양과 색감이 남다르다.

사람들로 가득한 골목을 지나자.

프라하 천문시계가 있는 올드타운 광장이 나온다.

"와, 사람들."

비수기인 계절을 감안하면 날이 좋은 계절의 프라하는 인산인해가 아닐까도 싶다.

"어떤 매력의 도시일까?"

"다른 도시들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은데."

올드타운의 광장은 일부분이 공사 중이라 조금 아쉽다.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오전의 상황과 전혀 다른 풍경, 딴 세상에 와 있는 듯 여유롭고 바람마저 포근하게 느껴진다.

프라하성으로 가는 까를교를 건너기 위해 골목을 따라 걷는다. 사람들이 많지만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프라하의 명물인가?"

가문 전통의 비법이라는 광고 문구가 우리의 원조집 같은 느낌이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부드럽고 따듯한 색감의 건물들이 프라하의 매력인 것 같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오래된 석교 까를교, 다리 건너편 프라하성과 오렌지빛 집들의 풍경이 예쁘다.

비대칭적인 까를교의 석문은 파괴가 된 것인지 조금 기괴한 모습이다.

블타바 강변의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프라하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까를교에는 장신구들을 파는 사람들과 캐리커쳐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느라 바쁘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공간을 찾기도 힘들 정도의 사람들.

"예쁘네."

관광객들로 가득한 복잡함,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프라하는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다.

"분위기네!"

 "프라하는 로맨틱이다!"

작은 골목을 지나 찾아간 곳은 존 레넌의 벽이다. 지도를 검색하며 '레넌의 벽'을 '레닌의 벽'으로 잘 못 인식하고 찾아온 것이다.

"레넌이야?"

비틀즈와 퀸, 너바나로 이어지던 팝 음악에 대한 애정은 어느 순간 비틀즈는 사라졌고, 비틀즈라는 밴드는 폴 매카트니의 이름이 먼저 연상된다.

반전과 평화의 키워드 존 레넌는 오노 요코의 이름만 떠오르며 신사 참배나 전범기의 키워드로 변한 지 오래다.

 

작은 골목을 지나.

카프카의 박물관으로 간다.

작은 카페처럼 소박한 박물관의 가든.

마당 가운데 소변을 보는 두 개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분수대라고 해야 하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파박이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한 모양이다. Kampa 공원을 지나 숙소로 간다.

구도시와 달리 주택가의 유럽식 아파트들이 들어선 거리다.

숙소에 도착해서 파박과 만난다. 함께 동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동질감은 무엇보다 반가운 감정이다.

파박이 선택한 아파트 숙소는 너무나 쾌적하고 좋다.

짐들을 풀어놓고 반가움의 소식들을 나눈 후 슈퍼마켓으로 간다.

삼겹살과 고기들 그리고 축하주를 들 주류들을 산다.

파박은 맛있다는 체코의 맥주 필스너를 고르고, 나는 체코의 전통주 베케로브카를 고른다.

삼겹살을 굽고.

"나의 관심은 오직 이것!"

여행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 가끔씩 고기를 조리했다는 파박이 마련한 식탁은 썩 괜찮은 모양이다.

베케로브카의 은은한 향과 감미로움,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피로가 씻겨내려간다.

즐거운 수다와 이야기들이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프라하, 목소리가 그립다."

피곤함과 오랜만에 느껴보는 취기의 노곤함, 바로 쓰러져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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