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6일 / 맑음 ・ 26도
강릉-동해-삼척
어디까지 갈까 고민한다. 동해, 삼척.. 정동진까지만 갈까?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7,006Km
이동시간
7시간 12분
누적시간
2,049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2Km / 2시간 00분
 
44Km / 5시간 12분
 
강릉
 
정동진
 
삼척
 
 
643Km
 

 

5시, 환하게 밝아오는 새벽의 기운에 잠에서 깨어난다.

"일출에 관심 없는데. 이러면 곤란해!"

 

한 번 깨어버린 잠은 해안가 일출의 그럴듯한 풍경 속에서 달아나 버리고 만다.

 

심드렁하게 양치를 하며 동쪽 하늘의 해오름을 쳐다본다.

 

"뭐 멋지네."

 

해변가에 앉아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나저나 이것들을 이제 해결해야겠어. 여긴 한국이잖아!"

 

여행 기간 동안 엉망이 돼버린 텐트를 정비하기 위해 백컨트리의 게시판에 AS 문의를 남긴다.

 

부러진 폴대들, 끊어져 버린 지퍼 손잡이와 불어진 지퍼. 총체적으로 난감 모드다.

 

"AS가 가능한가?"

 

여행을 떠나며 도도한 텐트와 침낭의 몸값에 놀라며 일명 가성비의 제품 중에서 나름 상급 제품들을 선택했고, 그런대로 제품들의 성능에 만족했다. 매일 계속된 캠핑과 좋지 못했던 날씨 탓에 하나둘 고장이 나고 성능들이 떨어져 갔다.

 

"만족스러웠으니까 수리해주세요."

 

커피와 함께 게으른 아침 시간을 보내고 어디로 향할지를 고민한다.

 

"동해, 삼척.. 정동진에서 쉴까?"

 

이틀 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고, 참게형의 도움으로 삼척에 있는 빈 아파트에서 쉴 수 있게 되었다.

 

안목해변을 벗어난 자전거 도로는 잠시 해안가을 벗어나고 작은 안인항을 시작으로 다시 해안가로 이어진다. 

 

작은 해변을 갖은 어촌 마을에도 피서객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대부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작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다.

 

편의시설이나 불필요한 유흥시설이 없는 작은 마을의 해안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한가롭고 즐겁지 않을까 싶다.

 

약간의 고개들을 넘는 동안 출출함이 밀려오고 정동진에 도착한다. 그 시절 누구나처럼 20대의 추억으로 남겨진 장소인데 기억 속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이 낯설기만 하다.

 

"푸른 거북이는 꿈이었던가?"

 

상실이나 망각이 아닌 다른, 유통기한이 다한 통조림 깡통의 숫자를 보고 있는 듯 이제는 무심하게 버려도 더는 아깝거나 아쉽지 않을 것 같은 그저 그런 무언가. 더는 나와 상관없는 공간의 낯설음이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안도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에서

 

"배고프다."

 

주변을 검색하니 송혜교와 송중기가 먹었다는 순두부 짬뽕집이 있다. 맛집이어서 그들이 먹었다는 것인지, 그들이 먹었기 때문에 맛집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칼한 순두부의 붉은 국물이 당긴다.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은 제법 손님들로 가득하고, 그리 나쁘지 않은 음식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비우고 가게를 나선다.

 

 

정동진 해돋이 공원을 넘어가는 고개를 오른다. 

 

"힘들다. 힘들어."

 

해맞이 공원을 넘어 들어선 심곡항,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심히 지나가는 해안도로에서 뜻하지 않게 멋진 풍경을 마주한다.

 

"어, 여기 예쁘다."

 

해안의 기암괴석들 사이 옥빛 바다 위로 심곡항의 붉은 등대가 페달을 멈추게 만든다.

 

"구름도 예쁘고."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사진을 보내준다.

 

"예쁘지?"

 

장강이라는 큰 강이 있는 징저우시지만 바다를 보기 힘든 리즈훼이라 좋은 바다의 풍경을 보게 되면 생각이 난다.

 

동해가 가까워질수록 해안가의 풍경은 모래사장의 해변보다는 갯바위의 해안가로 변해간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갯바위의 너른 틈새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다.

 

굳이 따지자면 좋은 모습들은 아니지만 나 또한 경우에 따라 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테니 지나치지 않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조금은 무료한 해안도로의 라이딩, 금진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모양 좋은 수영 슈트를 입고 서핑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로 6명의 젊은 사내아이들이 촌스러운 사각 트렁크를 차려입고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다 뒤로 멀리뛰기를 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는 브로맨스지!"

 

차박 캠핑족이 많은 망상해변과 작은 해변들을 지나고 동해로 들어선다.

 

"딱히 부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데."

 

동해안의 여행코스 중 동해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동해시를 지나쳐가는 코스의 지루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강릉 안목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입도한 후 울릉도를 둘러보고 후포항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더 좋은 것 같다.

 

묵호항에 들어서고.

 

항구로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낸다.

 

 

묵호항의 수산시장을 구경하지만 항상 뭔가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구경하는 것이 힘들고 어색하다.

 

역시나 동해시를 지나가는 코스는 지루하고 힘들다.

 

"다시는 동해에 안 올 거야."

 

동해에 들어서면서 해안도로의 자전거 도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점령된 상태가 된다.

 

추암해수욕장을 지나며 지나고 급경사가 나타난다.

 

"굳이 이렇게 까지 안내할 필요는 없는데."

 

속초와 강릉의 큰 해변에 비해 조금 자유스러워 보이는 해변이라 해안가에서 캠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추암해수욕장과 증산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동해와 삼척의 경계선을 지난다.

 

삼척시로 가기 위해 큰 언덕을 하나 더 오르고.

 

비치 조각공원을 넘어선다.

 

"바다, 언제나 그 바다. 상실의 기억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나를 위로해줘."

 

짠내가 물씬 풍겨오는 삼척항에 들어선다.

 

"한 마리도 팔까?"

 

반건조 오징어에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

 

"오늘은 왠지 회가 먹고 싶다."

 

미시령을 넘은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라이딩을 했는데도 피곤이 몰려온다.

 

"이상하게 힘드네."

 

시장으로 들어가.

 

"오징어 한 마리 만원, 세 마리 2만원.. 광어 35,000원!"

 

 

작은 삼척 회센터를 끝까지 구경하고 13호 집을 선택한다. 생각해 보니 13이라는 숫자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광어회를 포장하고, 양념과 야채를 파는 가게로 가니 가격들이 너무 비싸다. 초고추장, 쌈장, 고추와 마늘, 쌈야채를 모두 사려면 횟값 정도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의 가격과 양이다.

 

"이거 하자인데."

 

초고추장과 소박한 깻잎만을 사 들고, 아파트로 가는 길에 하나로마트가 하나쯤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참게형의 아파트로 향한다.

 

삼척항과 삼척시 중심의 중간쯤에 위치한 참게형의 아파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망했어!"

 

오랜 기간 비어있던 집의 환기를 시키고 간단하게 청소한 후 샤워를 한다.

 

양이 많은 회를 초장만으로 먹으려니 뭔가 허전하다. 반쯤 남은 회는 라면에 넣어 끓여먹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5일 / 맑음 ・ 26도
양양 하조대-주문진-강릉 안목항
멀리까지 갈 필요도, 만나야 할 누군가도 없다. 그저 마음이 닿는 곳에 시간을 내려두면 되는 날들이다.


이동거리
41Km
누적거리
26,94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42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5Km / 2시간 30분
 
16Km / 1시간 30분
 
하조대
 
주문진
 
안목항
 
 
571Km
 

 

꽤나 달콤하게 잠든 밤이다.

요란한 폭죽 소리도, 여행객들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없는 조용한 밤이었다.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고 시간을 보낸다. 요즘 들어 강우석이 진행하는 CBS의 클래식 방송이 좋다.

 

느긋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를 말리며,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한다.

 

"남애항에 들러 물회로 점심을 먹고 안목항으로 갈까?"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이 있는 안목항은 자전거 여행을 하며 첫 번째로 야영을 했던 곳이다.

 

천천히 강릉을 향해 출발한다.

 

속초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다.

 

평탄한 지형에 각기 다른 느낌의 해변들이 이어져 바다를 바라보며 라이딩하는 즐거움이 있다.

 

작은 해변의 소나무 숲에 캠핑용 텐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복분해변 솔밭 야영장, 소박한 해변이라 시즌이 끝나면 여행을 하며 캠핑을 하고 싶은 장소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캠핑을 해야겠다."

 

 

동해안의 해변에는 언제부터인지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파도가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해변이라 내가 보기엔 물놀이 수준이다. 파도가 없어서 인지, 초보자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핑보드를 서서 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두 배를 깔고 서핑보드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들이다.

 

 

작은 해변들을 지나 남애항에 들어선다.

 

적당한 출출함이 찾아드는 시간이다.

 

등대횟집에 자전거를 멈추고.

 

 

여전히 건강해 보이는 이모님께 인사를 드리자 언제나 그렇듯 누구인지를 묻는다. 이번에도 윤기의 이름을 알려주고 인사를 드린다.

 

"물회 주세요."

 

회가 따로 나오는 물회에 면과 회를 넣고.

 

따듯한 밥 한 공기를 더 달라하여 마무리한다.

 

이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강릉으로 향한다.

 

해안 철책선이 이어지는 솔밭길과 해안길을 달리고 시원한 풍경의 소돌해변을 마주한다.

 

 

 

해변의 끝자락 파도가 치는 넓은 갯바위에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낸다.

 

 

언제나 혼잡한 주문진시장을 지나고 다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앞뒤로 밀려오는 차량들을 피해 가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해안가 방파제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거야? 뭔데?"

 

어딘가 친숙하고 낯이 익은 풍경의 방파제다.

 

"오, 도깨비!"

 

 

여행 중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가지고 다녔던 드라마 시리즈가 도깨비다. 수없이 반복해서 봐왔던 그 장소다.

 

리즈훼이에게 방파제의 사진을 보내주니 그녀도 장소를 알아본다.

 

드라마의 구도와 비슷하게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포기한다.

 

강릉으로 향한다.

 

주문진에서 강릉까지의 구간은 솔밭 해안들이 연이어지는 코스다.

 

솔밭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잔다.

 

한 시간 넘게 잠들었다 깨어나고.

 

강릉해변을 지나 안목해변으로 바로 이동한다.

 

속초해변만큼 좋은 강릉해변이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강릉해변보다는 조용한 송정해변이나 안목해변이 좋다.

 

처음 캠핑을 했던 자리에 의자를 펴고 해안가의 늦은 오후의 풍경을 바라본다.

 

"아쉽지만 이번에도 혼자다."

 

"뭐, 다음번에는 달라지겠지."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적당히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 좋다.

 

해가 지기 전 처음 캠핑을 했던 같은 자리에 텐트를 펼친다.

 

어제 남은 치킨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시간을 보낸다.

 

처음으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그날의 설렘이 떠오른다.

 

일 년 반,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생활이 되었다.

 

"그때와 달리 나는, 아직은 아니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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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84일 / 맑음 ・ 27도
속초-양양
뻐근하고 묵직해진 몸, 동해안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26,899Km
이동시간
2시간 42분
누적시간
2,038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13Km / 1시간 30분
 
15Km / 1시간 12분
 
속초
 
낙산
 
하조대
 
 
530Km
 

 

뻐근한 근육통, 카톡 메시지의 알람음에 잠에서 깬다.

재희님은 해변가에서 밤을 지새우고 일출을 맞이한 후 춘천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고집불통이군."

 

다시 잠을 청하지만 무거워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아직은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속초해변은 한가롭다.

 

"잘 다녀왔어!"

 

 

리즈훼이는 난데없이 조약돌을 집으라 메시지를 보내더니.

 

하나만을 남기고 버리라고 한다.

 

"내가 나중에 찾으러 갈게."

 

12시가 다가오자 숙소의 주인이 찾아와 언제 체크아웃을 할지를 묻는다.

 

짐들을 챙기고 아바이 순댓국집으로 들어가 든든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지난번 여행 때는 너무 허기진 상태라 잘 몰랐는데 꽤 맛있는 집이다. 

 

조금 따가운 햇볕이 시작되는 오후다.

 

멀리 가기도 귀찮고,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속초해변의 끝자락인 외옹치해변의 흔들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속초해변보다 사람들도 적고 조용하니 좋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흔들의자가 살랑살랑 움직이며 달콤한 꿈속으로 이끌어 들인다.

 

"너무 달콤한 유혹이네!"

 

 

2시간이 넘도록 잠이 들고 선선해진 바닷바람의 부드러움에 깨어난다.

 

야영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해변을 벗어나 적당한 곳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 방향으로 이동을 한다.

 

해수욕장의 개장으로 해변가의 야영장들은 모두 유료로 바뀌었고, 적당한 장소들은 이미 차박을 하는 캠핑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아, 오늘은 왠지 치킨이 당긴다."

 

외옹치항과 대포항을 지나며 잠시 회를 포장해서 저녁으로 먹을까 싶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두툼한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

 

해수욕장들을 지나치며 캠핑장소와 치킨집을 찾으며 느긋한 페달링을 이어가고. 

 

석양빛이 붉게 물들었을 때 하조대에 들어선다.

 

공영주차장 차박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텐트를 펼친다.

 

삼겹살을 굽고 있는 가족의 장비들이 부럽다. 휴대용 가스통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라이팬 하나 정도 들고 다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 해변 주차장인데요. 전지현 치킨 한 마리 배달해주세요."

 

적어도 한국에서 여행을 하며 굶어 죽기는 불가능하거니와 먹고 싶은 음식을 상상하며 배를 움켜쥔 채 잠을 청할 필요조차도 없다.

 

해수욕장의 세면대에서 몸을 씻고, 40여 분 후 따끈한 치킨은 접선 장소인 편의점 앞으로 배달이 된다. 

 

따끈한 치킨에 맥주, 이내 쓰러져 잠이 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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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3일 / 맑음 ・ 26도
화천-양구-원통-속초
재희님과 함께 속초로 간다. 광치령과 미시령을 넘어야 하는 100km의 라이딩,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26,871Km
이동시간
8시간 20분
누적시간
2,035시간

 
31번국도
 
미시령옛길
 
 
 
 
 
 
 
65Km / 4시간 35분
 
48Km / 3시간 45분
 
화천
 
원통
 
속초
 
 
502Km
 

 

시골의 조용한 밤,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 없이 잠에 빠져들고 알람 소리에 일어난다.

 

"무화과밭이네."

 

10시 출발에 맞춰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편의점의 수돗가에서 세안을 한다.

 

아침내 주변을 둘러보던 동네 어르신이 편의점 여주인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편의점 여주인은 웃으면서 할아버지의 말을 전해준다.

 

"밭에 누가 텐트를 치고 잔다고 말하시길래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천지에 널린 것이 빈 방인데 왜 밭에서 자느냐고 말하시네요."

 

10시가 조금 넘어 재희님이 도착하고, 아침으로 춘천의 맛집이라며 커다란 만두를 내어놓는다.

 

"기념샷 찍고요."

 

속초로 가는 라이딩이 두 번째라는 재희님, 춘천 자전거의 정기 라이딩인 일명 속초껌 라이딩에 함께 했던 모양이다.

 

"자타고하고 똑같네요. 껌 사러 속초 가기."

 

라이딩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지만 로드바이크의 재희님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맞춰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출발과 함께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던 길은 추곡터널을 앞두고 시작부터 오르막이 나타난다. 

 

"아놔, 강원도!"

 

짧은 추곡터널을 지나는 중 재희님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간다. 아마도 클릿슈즈를 신고 있는 재희님은 거칠게 터널을 지나가는 차량들의 통행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자전거 여행 중 되도록 터널을 지나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중국을 여행할 때 엄청난 경적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며 지나치는 중국의 운전자들이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경우가 터널을 통과할 때였다.

 

이상하게 터널을 통과할 때는 중국의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지도 않았고, 천천히 자전거를 피해서 서행하며 지나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아니 여행한 국가들 중 한국의 운전자들처럼 형편없는 운전 매너는 영국을 제외하고 만나볼 수 없었다.

 

당일치기로 속초를 가는 재희님을 위해 라이딩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구까지 가는 도로의 여러 터널을 지나쳐야 해가 지기 전 속초에 도착할 수 있다.

 

추곡터널을 빠져나오고 내리막을 내려온 후 소양호의 옛길로 들어서는 추곡리를 지나친다. 멀리 돌아가는 옛길을 포기하고 수인터널을 통과하기로 계획했지만 터널을 앞두고 재희님은 다시 자전거를 세운다.

 

"힘들어요? 터널이 힘들면 옛길로 돌아가요."

 

"아니 신발을 바꿔 신고 가면.."

 

"안 돼요.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가요. 옛길로 갑시다."

 

일반적인 터널보다 훨씬 긴 수인터널을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시 추곡리로 돌아가 소양호의 주변을 돌아가는 옛길을 따라 양구까지 가기로 한다.

 

 

소양호의 외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옛길에는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편안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소양호 옛길, 한적한 소양호의 풍경이 한가롭고 편안하다.

 

 

오르막이 이어질 때마다 먼저 앞장을 서던 재희님은 페달의 속도를 맞춰가며 천천히 기다려 준다.

 

"이 길에 끝은 있는 거야?"

 

계속되는 오르내리막에 조금씩 느려지는 페달링, 자전거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자전거의 짐을 나눠 들어주겠다는 재희님에게 패니어가 장착된 자전거를 끌어보라고 하니 무거운 자전거를 세우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국내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짐들이 필요하지 않지만 딱히 일정의 계획이 없는 여행이라 세계일주를 할 때의 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패니어들이다. 대부분 옷가지들인데 여행을 출발할 때 불필요한 것들을 조금 덜어내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양구로 향하는 소양호 옛길은 계속해서 구불구불 이어진다.

 

양구를 지나 광치령을 넘은 후 늦은 점심을 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시원한 편의점표 얼음 커피가 간절해진다.

 

"님아, 날 버리고 가지 마오."

 

길었던 소양호 옛길이 끝이 나고 31번 국도는 생각과 달리 양구읍내를 지나치지 않고 외곽으로 돌아간다.

 

"얼음 커피~"

 

양구군청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는 경로를 무시하고 양구군의 서천 자전거 도로를 찾아 광치령 입구에 도착한다. 초입에 위치한 광치령 주유소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주유소 편의점이 있는지 둘러보지만 편의점은 없다.

 

하천에서 잡은 다슬기 대야에 물을 채우고 있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도 되는지를 물어본다.

 

주유소 남자는 커피를 주겠다며 사무실로 안내하고, 어지러운 사무실 한편에는 하드테일 엠티비 자전거가 놓여있다.

 

"저도 자전거를 타서 관심이 조금 있네요."

 

약간은 후덥지근한 정오의 날씨 남자는 뜨거운 믹스 커스를 내어준다. 남자의 센스가 아쉽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전거를 타고 양구의 파라호 주변을 자주 라이딩한다는 남자는 광치령에 대해 물어보자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없다며 미시령보다 광치령이 더 힘들다고 한다.

 

지도 앱으로 600미터가 안 되는 해발의 높이, 4km 정도의 거리인데 미시령보다 힘들다는 말이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어디쯤이 정상이에요?"

 

"당연히 터널이 나오면 정상이지."

 

"그렇죠. 터널이 나오면 정상이죠."

 

몽골을 비롯하여 산을 넘는 도로에 터널이 없는 국가들을 여행하다 보니 한국의 수많은 터널에 대해 무감각해졌나 보다. 

 

지하수를 끌어 쓴다는 주유소의 수돗물을 온몸에 끼얹으니 상의 위로 하얗게 내려앉은 소금기가 씻겨 내려간다.

 

"아, 시원해."

 

"가 봅시다. 혹시나 내가 광치령을 원킬로 올라가면 다음에 속초 라이딩이 있을 때 주유소에 들러서 그 남자가 광치령을 한 번에 올라갔다고 전해주세요."

 

무거운 자전거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없다는 남자의 쓸데없는 투지를 불러일으킨다. 

 

주유소를 출발하자 나지막한 경사로 시작된 오르막은 경사도를 더해가며 구불구불 이어진다.

 

속도가 나지 않는 페달링에 재희님은 멀찌감치 앞서가며 도로의 코너를 돌아갈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뒤따라 오는 나를 확인하고는 잠시 기다리며 광치령을 올라간다.

 

40여 분의 오르막이 끝나고 멀리 광치령의 정상인 터널이 보인다. 턱까지 차오른 가쁜 숨, 무거워진 허벅지와 허리 그리고 꼬리뼈까지 욱신거리는 엉덩이의 통증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주유소 남자는 미시령을 안 가본 것이 확실해."

 

왼쪽 차선을 막고 내부 공사 중인 터널의 교통통제를 하는 작업자들이 신호가 있을 때까지 잠시 대기를 하라며 안내를 한다. 작업자의 신호에 따라 정차해 있던 4~5대의 차량들을 보내고 뒤따라 터널을 통과한다. 생각보다 긴 터널, 오르막을 오르느라 지쳐있던 터라 앞선 차량들이 터널을 모두 빠져나간 후로도 한참을 혼자서 터널을 내달려야만 했다.

 

 

멀리 터널을 빠져나간 재희님이 뒤를 돌아보면 기다리는 모습이 보이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이내 내리막을 내려간다.

 

"아니 좀 쉬었다..."

 

터널을 빠져나와 갓길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려 하자 건너편 작업자가 빨리 지나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3~4대의 차량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서둘러 통제구간을 빠져나간다.

 

"당신들 때문에 차들이 기다리잖아요!"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을 지나칠 때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치는 작업자의 소리가 들려온다. 작업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네네. 수고하세요!"

 

정확히 말하자면 터널 공사로 인해 차량들이 정차를 하고 있는 것이고, 나로 인해 1~2분의 시간이 지체되었을 뿐이다. 자전거가 터널에 진입했다는 것도, 자전거가 차량보다 느리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너무나 터무니없는 짜증이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하여 수많은 도로 공사 구간을 지나쳤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을 표하지 않았다. 수십 미터가 정체되어 있는 현장에서도 덜컹거리는 노면의 느린 자전거 속도에 맞춰 뒤따라 오고, 안전하게 자전거가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모습들이었다.  

 

자전거로 인해 잠시 지체된 차량들의 운전자들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1~2분의 시간이 그렇게도 불편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쓸데없이 여기까지 올라왔네' 생각하며 웃어주면 그만인 일일 텐데 말이다.

 

신경질적인 작업자에게 짜증 섞인 말대꾸 대신 성의 없는 인사로 싱긋 웃어주며 시원한 내리막을 달려 내려간다. 주유소 남자의 말처럼 12km 정도의 긴 내리막과 평지길은 원통까지 이어진다.

 

시원한 풍경의 북천을 따라 원통을 지나치고 미시령과 한계령이 갈라지는 한계 교차로를 향해서 간다.

 

"조금 쉬어요. 배고프다."

 

잠시 그늘에 앉아 미시령을 오르기 전 허기를 채울 식당을 찾는다.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

 

원통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은 라이딩 시간이 느려지면서 식사 타임을 놓치고, 북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 주변에는 식당이 없다.

 

"왜 식당들은 죄다 반대편에만 있는 거야."

 

한계 교차로의 내설악 휴게소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출발을 한다. 하지만 이내 설악휴게소가 나타나자 자연스럽게 휴게소로 들어간다.

 

너무나 한산한 휴게소의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던 중 도토리묵사발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많이 주세요. 시원하게요!"

 

밥을 먹으며 재희님이 돌아갈 속초-춘천 간 고속버스의 시간을 알아보니 마지막 고속버스의 출발 시간이 8시 반이다.

 

"지금이 4시 반, 미시령 입구까지 20km 정도고 미시령에서 속초까지 20km. 빨리 가도 4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죽을힘을 다해서 가도 8시 반의 막차는 탈 수 없을 것 같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가자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얼마나 여행을 하셨어요?"

 

"집 나온 지 한 500일 됐어요." 

 

"그럼, 미시령으로 가 볼까요."

 

용대리로 가는 미시령 옛길은 속초구간 중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다.

 

북천을 따라 이어지는 고원통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와 조용하고 아늑한 옛길의 정취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당일치기로 속초 라이딩을 함께 한 재희님을 위해서는 몇 분이라도 빨리 속초에 도착해야 하지만 예상되는 시간은 자꾸만 뒤로 멀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옛길이 끝나고 미시령 초입까지 이어지는 용대리의 46번 국도는 최악으로 끔찍한 코스다.

 

대부분 맞바람이 불어오는 지루한 국도변의 라이딩은 무거워진 페달을 더욱 무겁게 만들어 버린다. 느린 속도에 맞춰 뒤따라 오던 재희님은 졸리다고 한다.

 

"죽을힘을 다해 가고 있는데 졸리다뇨?"

 

최대한 로드바이크의 속도를 줄이지 않게 하려 페달을 밟아가는 나에게도, 하루 종일 느린 자전거에 맞춰 라이딩을 하는 재희님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동행이다. 

 

"세상 일이 다 그래. 누군가의 속도에 맞춰 함께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너와 나도 그랬겠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의 크기보다 속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6시 40분. 지루한 용대리의 도로가 끝나고 미시령 옛길의 초입에 도착한다.

 

"아,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야."

 

수돗물을 온몸에 끼얹고 잠시 쉬어간다.

 

"출발하면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정상까지 쭉 올라가세요. 천천히 따라 갈게요."

 

여행용 자전거를 끌고 미시령을 넘었던 재작년의 일기를 찾아보니 미시령 정상까지 40여 분이 걸린 것 같다. 

 

20여 분의 휴식을 끝내고 미시령을 오른다. 재희님은 출발과 함께 댄싱을 치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부럽다." 

 

지난 일기에는 정상 1K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자전거를 내렸다고 적혀있다.

 

"정상 1Km 지점까지만 소처럼 가 보자."

 

무거워진 느린 페달링으로 1km 이정표를 지나고 2~300미터쯤 더 지났을 때 자전거에서 내린다.

 

"왜 항상 미시령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만 넘는 거야."

 

10미터쯤 자전거를 끌고 가다 끄는 것이 더 힘들어 다시 안장에 오른다.

 

"아주 몇 번 더 오면 원킬하겠어. 그냥!"

 

새로 정비가 된 미시령의 정상에 재희님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고, 지난번과 비슷하게 40여 분이 지나서 정상에 도착한다.

 

"이번에도 일몰이네."

 

잠시 석양을 바라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태양이 산등성이 너머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야! 기다려."

 

"에쒸!"

 

 

휴게소가 있던 자리는 전망대로 새롭게 정비가 되어있다.

 

반대편과 달리 속초 방향의 하늘에는 은은한 파스텔톤의 석양이 내려앉아 있다.

 

"좋네."

 

 

바람막이를 챙겨 입고 속초를 향해 내려간다.

 

"무조건 안전하게 조심해서 내려가요."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여행용 자전거지만 여행용 자전거의 브레이크는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 무거운 무게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나 슈가 빨리 마모되는 탓에 교체 시기를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고, 내리막 도로에서 속도를 내다보면 무게 때문에 브레이킹이 생각처럼 안 될 때도 있다.

 

또한 급회전 시 패니어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고, 피로 데미지가 누적된 렉이나 스포크는 언제든 부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브레이킹을 해가며 제어 가능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내리막을 달려 울산바위 휴게소에 도착하자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후미등과 라이트를 장착하고 속초해변을 향해서 이동한다.

 

8시 40분. 목적지였던 속초해변에 도착한다. 해변의 입구에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소독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담당자들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도 돼요?"

 

"텐트 치시려고요?"

 

"아니요. 사진만 찍으려고요."

 

버프를 올려 쓰고 잠시 해변 입구로 들어간다.

 

"왔다!"

 

주변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맥주로 속초 입성을 자축한다.

 

"근데 재희님, 버스가 없어서 어떻게 해요?"

 

재희님은 근처의 카페나 해변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가겠다고 한다. 아무리 로드바이크를 타고 왔지만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온 지친 몸으로 밤을 새운다는 것이 좋지 않은 생각 같다.

 

"저는 너무 힘들어서 숙소를 잡고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재희님도 그렇게 하시죠?"

 

속초 해변에는 국민여가 캠핑장이 지정되어 있지만 방역관리를 하고 있는 해변의 야영장에서 캠핑을 할 수 없을 것 같고, 광치령과 미시령을 넘어 100km 넘게 달려온 터라 야영보다는 편하게 쉬어야 할 것 같다.

 

"여기 리조텔 같은 것이 있는데 저렴해요. 더블룸이나 큰 방을 잡아서 같이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방 두 개를 잡던지요."

 

재희님은 자신은 카페 같은 곳에서 보내면 된다며 숙소를 잡고 쉬라고 한다.

 

지난번 여행처럼 해변의 리조텔 입구에는 중년의 여성들이 호객을 하고 있다.

 

"얼마예요?"

 

"두 명에 5만원요."

 

"혼자 잘 건데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중년의 여자와 35,000원에 숙박비를 협상하고 넓은 리조트 방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9시가 넘으면 음식점들의 영업이 끝나는 속초해변, 지난번에도 실패한 생선구이집은 이번에도 문이 닫혀있고 아바이 순댓국집도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재희님과 투다리, 옛날통닭집에서 반주와 함께 저녁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정말 괜찮겠어요?"

 

한두 차례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본 후 타인의 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으른 성격이지만 쌀쌀한 바닷가에서 밤을 새운다는 것이 못내 걱정이 되어 다시 한번 물어본다.

 

"그럼 껌이라도 사요. 껌 사줄게요."

 

하루 종일 고된 동행길을 함께 해준 재희님에게 속초껌으로 감사함을 대신하고.

 

"혹시 너무 힘들면 들어오세요."

 

숙소에 들어가 바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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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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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82일 / 맑음 ・ 24도
춘천-화천
춘천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속초를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26,758Km
이동시간
3시간 49분
누적시간
2,027시간

 
자전거길
 
배후령옛길
 
 
 
 
 
 
 
18Km / 1시간 55분
 
14Km / 1시간 54분
 
거두리
 
배후령
 
화천
 
 
389Km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게으른 아침이다. 일이 있다는 현기는 이미 나가고 없다.

 

"비 안 오나? 오늘은 떠나야겠지."

 

12시 50분.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즐거운 춘천의 시간을 만들어준 현기와 재희님께 메시지를 남기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배후령만 넘자."

 

점심을 먹기 위해 시청으로 이동하면서 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러본다. 두 군데의 편의점에 들렀지만 알뜰폰 유심칩을 구하지 못하고.

 

시청 근처의 자전거샵에서 고무밧줄을 구매한다.

 

"역시 우리나라 고무밧줄이 최고지. 깔맞춤 좋고!"

 

영업이 끝나서 가지못했던 시청앞 교동짬뽕집에서 점심을 한다.

 

부드러운 짬뽕 국물이 일품이지만 뭔가 내용물이 부실한 듯한 느낌의 교동짬뽕이다.

 

"교동짬뽕은 내 취향이 아니군."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가 너의 공간이었나 보다."

 

자전거 춘천에서 선물해준 귀한 6번의 번호판을 리어렉의 후미에 달아놓으니 그 자리가 딱이다. 영국에서 자전거를 받을 때 자전거샵의 미케닉이 반사판 자리에 반사판을 달아놓지 않아서 왠지 허전하게 비어있던 공간이었다.

 

소양2교를 넘어서 배후령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간다.

 

소양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꽤 마음에 든다.

 

"작년 이맘때 러시아 평원의 끝없는 해바라기들을 보았는데."

 

배후령 옛길로 들어가는 초입의 편의점에 들러 알뜰폰의 유심칩을 구매하고, 배후령 넘어서 편의점이 있는지 물으니 여직원은 없다고 한다.

 

물과 햇반, 비상식을 채우고 나니 자전거가 꽤나 무거워진 느낌이다. 

 

함께 배후령을 넘어 배웅을 하겠다고 한 재희님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저 편한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배후령으로 배웅을 오겠다고 한다.

 

"아니, 벌써 배후령인데요."

 

"그럼 천천히 올라가고 있을게요. 따라오세요."

 

지금 시내에서 출발을 하더라도 로드바이크를 타는 재희님이 배후령을 넘는 동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시작된 배후령 옛길은 일정한 경사로 구불구불 정상을 향해 이어진다.

 

큰 어려움 없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가고.

 

춘천 시내의 모습이 조그맣게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 반, 배후령의 정상에 도착한다.

 

"10km 정도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지?"

 

천천히 배후령을 오르는 동안 따라잡을 것 같았던 재희님은 나타나지 않고, 40여 분 후 로드바이크를 타고 재희님이 정상에 도착한다.

 

"얼어죽을 뻔."

 

재희님은 함께 배후령을 오르지 못해 아쉬워 한다.

 

"오늘 어디까지 가요?"

 

"현기가 배후령을 넘어가면 편의점이 하나 있데요. 거기에서 예전에 누가 야영을 했다고 해서 거기로 가려고요."

 

재희님과 함께 배후령을 내려와 도로변의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편의점의 어린 여학생에게 주변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를 묻자 잘 모르겠다며 안된다고 한다.

 

편의점을 나오니 편의점 옆 작은 식당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남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주변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묻자 차들이 드나드는 주차장은 위험해서 안되고 편의점 뒤편으로 있는 과수밭 안쪽에 텐트를 치라고 한다.

 

"여기 제법 추운데 괜찮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저녁이나 먹을까요?"

 

중년의 남자는 편의점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하는 모양이다. 식당으로 들어가 두부전골을 주문하여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한다.

 

"내일 속초나 같이 가요."

 

"그럴까?"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 재희님과 함께 속초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픽업을 해서 돌아가려던 자전거는 놓아두고 재희님은 친구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 10시에 출발할 거예요."

 

속초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광치령과 미시령을 넘어야 하고 많은 강원도의 작은 오르막들을 넘어가야 하는 길이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소양호 옛길은 포기하고 31번 국도를 타고 빠르게 가야겠는데."

 

수돗가에서 세안을 하고 과수밭의 텐트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현기가 빌려준 에어매트의 느낌이 제법 괜찮다.

 

2~3일 정도의 일정으로 천천히 속초로 향하려던 계획이 재희님의 동행으로 바뀌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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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80일, 581일 / 흐림 ・ 24도
춘천 거두리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6,726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23시간

 
영선형님
 
임민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춘천
 
춘천
 
춘천
 
 
357Km
 

 

밤늦도록 이어진 자전거 춘천의 뒤풀이 자리, 현기의 흉악한 소주칵테일 마무리까지 아주 긴 하루였다.

 

찌뿌둥한 날씨는 이내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이틀 전 영상 통화를 했던 이글의 메시지를 이제야 확인한다.

 

이글의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통화를 했는데.

 

메시지를 확인하니 안드레의 생일이었나 보다.

 

"안드레, 생일 축하해!"

 

"러시아 친구들, 보고싶네."

 

오후 들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현기와 함께 춘천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은 제천의 영선 형님이 막걸리를 사 들고 춘천으로 온다.

 

같은 시기 자전거 여행을 하며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던 여행자들이 모였다. 막걸리 잔이 기울어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아 오늘도 마시고 말았어!"

 

 

 

 

숙취에서 깨어난 아침, 옆에서 잠을 자던 영선 형님은 일찍 집을 나섰는지 자리에 없다.

 

정오가 넘어 현기와 카페에 가서 컴퓨터 작업을 하기로 한다.

 

"정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카페에 앉아 지난 여행기를 정리하며 사진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몽골의 양고기가 생각나네."

 

여행 자료를 정리하던 중 쑤니터우이치의 양고기 사진이 난데없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양고기요? 양고기집 있는데 가실래요?"

 

"좋지!"

 

 

카페 근처의 양꼬치집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하고 현기의 친구인 민재에게 연락하여 합석을 한다.

 

 

양고기와 칭다오 맥주로 출출함을 해결하고 쓸데없이 춘천 시내를 한 바퀴 헛걸음을 한 후 거두리의 수제 맥주집 트레비어로 돌아온다.

 

현기의 집 주변에 있는 트레비어는 맥주 맛도 좋지만 안주로 먹는 메뉴들이 모두 괜찮다. 마음에 드는 집이다.

 

 

쇼팽의 발라드 넘버 4,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계획은 민재의 합류로 의미 없는 다짐이 되어간다. 춘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민재는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특히 쇼팽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작품들의 기본적인 정보과 스토리까지 설명을 한다.

 

"헤이 구글, 쇼팽의 발라드 넘버 4를 틀어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구글 AI 스피커에 반복적으로 주문곡을 요청한다.

 

"고장 난 거야?" 

 

"영어 버전이야.. 영어로 말하던지, 한국어로 말하던지 하나를 확실하게 해."

 

"헤이 구글, 플레이 쇼팽 발라드 넘버 4."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곡들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민재, 자정이 넘도록 쇼팽의 피아노 작품의 연주곡을 한 곡도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민재야, 이제 집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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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9일 / 맑음 ・ 26도
춘천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즐거운 만남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21Km
누적거리
26,726Km
이동시간
2시간 16분
누적시간
2,023시간

 
크리티컬매스
 
설명회
 
 
 
 
 
 
 
12Km / 1시간 10분
 
9Km / 1시간 06분
 
시청
 
설지
 
공지천
 
 
357Km
 

 

현기의 소주칵테일은 역시나 흉악하다. 적당한 양의 소주와 레몬 원액 그리고 탄산수를 조합한 칵테일은 소주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주 사악한 제조법이다.

 

널브러져 있는 술병들과 먹다 남은 안주의 잔해들이 어지럽다.

 

"아구 머리야."

 

2시에 시청에서 열리는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숙취로 인해 몸이 너무나 무겁다.

 

샤워를 하고 1시 반이 지나 시청으로 간다.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참여하려 생각도 했지만 짐들을 싣고 여러 곳을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적당히 좋은 날씨, 시청앞 광장에는 각양각색의 자전거들을 끌고 나온 사람들이 모여있다.

 

언제나 하이 텐션의 사람들이 환영인사로 맞이해준다.

 

자전거 춘천의 예쁜 뱃지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여름 물놀이 복장이라고 한다.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는 세계 300여 개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자전거 타기 행사이다. 보통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열리나, 대한민국에서는 토요일 오후에 열린다. - 위키백과 중에서

 

자전거 춘천은 매달 둘째 토요일 오후 2시 춘천시청 앞에 모여서 크리티컬 매스를 진행하는가 보다.

 

 

크리티컬 매스를 진행하는 재희님은 물놀이 튜브를 매고 나왔다.

 

각자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코스 등을 공지한 후 출발을 한다.

 

시청에서 출발하여 춘천 시내를 한 바퀴 라이딩한 후.

 

시청으로 돌아온다.

 

참가자의 규모가 작고, 춘천 시내의 도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으니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난다.

 

어쨌든 의미 있는 행사의 발전적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짧은 라이딩 구간이 아쉬웠는지 사람들은 다른 구간으로 한번 더 라이딩을 하자며 의견을 나누고.

 

다시 출발을 한다.

 

"현기야, 해장을 해야겠어."

 

사람들이 떠나고 현기와 빠져나와 시청 주변의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교동짬뽕집과 냉면집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들어가지 못하고 춘천의 맛집이라는 얼큰이 순댓국집으로 간다.

 

약간은 독특한 얼큰한 순댓국으로 해장을 하고 나오니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의 안장에 비둘기가 거하게 똥을 싸놨다.

 

"이 흉악한 놈들."

 

시청 앞 정자에서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는 사이 사람들이 다시 시청으로 돌아온다.

 

크리티컬 매스 행사가 끝나고 챌린지 과제를 달성한 회원들에게 기념품들을 나눠준다.

 

일전에 식당에서 만났던 화가님이 디자인했다는 자전거 춘천의 로고가 정말 예쁘다.

 

선우와 재희님은 배지와 티 그리고 번호판까지 선물로 챙겨준다.

 

"006번!"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해산을 하고, 저녁에 있을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의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명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설명회 장소로 이동한다.

 

시청 근처 언덕 위에 위치한 카페 솔지에 도착한 준비위원들은 설명회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여러 직업들과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인지 재능들도 참 다양한다.

 

옷과 천에 프린팅을 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의 문구들이 마음에 든다.

 

현기는 음향관련 설비들을 설치하는 동안 사람들을 일손을 도와준다.

 

"사진 좋은데 누가 찍었어요?"

 

"춘천에 있는 젊은 작가가 재능 기부했어요."

 

인구 20만 명의 춘천, 작은 춘천의 다양한 사람들을 조합하는 일도 재미있겠구나 싶다.

 

7시에 맞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설명회가 시작된다. 여행 후 공동체나 도시재생과 관련 일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들의 모습을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

 

자전거의 생활화를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주된 내용들이다. 짧지 않았던 5년 동안의 자전거샵을 운영하며 고민했던 많은 부분들이 사람들의 의견들로 내어진다. 사람들의 작은 바람들은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갈증으로 나타난다.

 

10년 전 실패의 아픔과 고민들이 떠오른다.

 

 

2시간 가까이 설명회가 진행되고, 참여자들은 뒷풀이를 하기 위해 어디론가 이동한다.

 

도착한 곳에는 공지천 공원이다. 공원에는 시원한 여름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어, 춘천시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 공원이네."

 

공원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의 시간을 보낸다. 자정이 지나도록 뒤풀이 자리가 이어지고 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현기표 수비드 족발에 흉악한 소주칵테일로 마무리를 한다.

 

"소통, 사사로운 욕심이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려놓음. 작은 것들, 소소한 일상의 바람들을 함께 지켜나가려는 의식과 실천의 행동.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를 응원한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8일 / 맑음 ・ 27도
홍천-춘천
이틀 동안 조용한 시간을 보낸 도광터를 떠나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기 위해 춘천으로 돌아간다.


이동거리
62Km
누적거리
26,705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2,021시간

 
56번국도
 
56번국도
 
 
 
 
 
 
 
33Km / 3시간 05분
 
29Km / 2시간 57분
 
도광터
 
가락재
 
춘천
 
 
336Km
 

 

"형님,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아이고, 가려고?"

 

11시가 되어 짐들을 정리하고 춘천으로 떠나려고 하니 카일라스 형님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영역하다.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형님은 직접 담근 막장을 작은 용기에 챙겨준다.

 

"편하게 쉬다가 가는 거지?"

 

"네, 정말 편하게 쉬었다 갑니다."

 

"이렇게 누군가 왔다 가면 하루 종일 허전해서 멍해."

 

여행을 하며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수없이 마주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의 헛헛함이다. 내일 된장골님이 도광터로 오니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도광터를 떠난다.

 

산길을 내려와 큰 도로까지 배웅을 해주는 형님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한다.

 

"다음에 또 올게요."

 

공작산을 관통하는 406번 도로는 시원한 내리막으로 56번 국도까지 이어진다. 이틀 전 끔찍했던 반대편 공작산의 오르막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방향에서 거꾸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 싶다. 

 

형님의 안내처럼 작은 고개가 이어지고 56번 국도를 타고 가락재를 넘어갈 것인지, 이틀 전 넘어왔던 3개의 고개를 다시 넘어갈지를 고민한다.

 

"같은 길로 갈 수는 없잖아. 가락재로!"

 

작은 풍천을 따라 구불구불 평탄하게 길은 이어진다.

 

도로변 솟대가 가득 세워진 솟대마을 앞의 주유소에서 삶은 계란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은 10%의 경사도를 알리며 본격적인 오르막임을 알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가락재의 정상을 향해 오르던 중 이글에게서 영상통화가 온다. 안드레와 함께 이글의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오랜만에 안드레와 함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

 

데이터의 접속상태가 좋지 않아 오래 통화를 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춘천으로 돌아가면 현기가 사용하고 있는 알뜰폰으로 변경을 해야겠다.

 

가락재로 들어서는 교차로에 진입한 지 1시간 40분 만에 가락재의 정상에 오른다.

 

가락재 터널을 통과하자 춘천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틀 전보다는 편한데."

 

조금은 흐린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이틀 전의 고단했던 라이딩으로 근육이 풀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렵지 않게 가락재를 오른 기분이다.

 

시원한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고 느랏재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바로 이어진다.

 

"징하네. 강원도!"

 

40여 분의 오르막의 끝에서 느랏재의 터널을 마주한다.

 

"뭔가 해발이 잘못된 것 같은데."

 

지도 어플에도, GPS 기록에도 가락재보다 높게 기록이 되어있는데 느랏재의 해발이 340미터로 안내되어 있다.

 

터널을 통과하자 허름한 느랏재 전망대 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 시원한 열무국수 한 그릇 할까."

 

느랏재에서 바라보는 춘천 시내의 풍경이 좋다. 해가 지는 일몰을 느랏재에서 바라보면 석양빛이 꽤나 괜찮을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허름한 쉼터 식당에 들어가 열무 국수가 되는지 물으니 중년의 남성은 손을 가로저으며 안된다고 한다.

 

"..."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려고 가격을 보니 터무니없이 비싸다.

 

"내려가서 얼음 커피 사 먹자."

 

느랏재의 내리막은 춘천까지 이어지고 작은 언덕을 오른 후 시내까지 이어진다. 갈증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허기가 진다.

 

현기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거두리로 향한다. 춘천 외곽 도로를 피해 오르막이 없는 경로를 찾아가고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랜다.

 

외부에 있다는 현기는 거두리에 도착하니 집에 들어와 있다.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고기로 메뉴를 정하고 현기가 추천하는 맛집 두 군데를 들렸지만 모두가 만석이라 그 맛을 보지 못하고 집 근처의 고깃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맥주와 소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흉악한 소주 칵테일과 함께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지쳐 잠에 든다. 

 

"현기야, 지금 해가 뜬 거지?"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6~577일 / 맑음 ・ 29도
춘천-홍천
이틀간 춘천 여행, 크리티컬 매스가 진행되는 토요일에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6,643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2,001시간

 
5번국도
 
444번도로
 
 
 
 
 
 
 
30Km / 2시간 35분
 
22Km / 4시간 11분
 
춘천
 
홍천
 
도광터
 
 
244Km
 

 

 

"아, 소주 칵테일!"

 

현기가 만든 소주 칵테일과 함께 끊이지 않는 대화의 시간은 즐거움이 충만하지만 다음날의 무거운 피로감과 숙취를 남겨놓는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떠난다. 현기가 추천했던 순대국집에서 해장과 함께 점심을 해결한다.

 

"5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거지. 든든하게 먹고!"

 

홍천으로 가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화창한 여름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날씨다.

도로는 이내 350미터의 원창고개로 향하는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페달링, 거칠어지는 호흡 그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고무 신발은 자꾸만 미끈거리며 페달링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아쿠아 신발을 샀어야 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원창 고개지만 경사도가 가파른 것인지 아니면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고개를 오르는 길이 꽤나 힘이 든다.

"신발이 아니고 체중이 문제인가?"

 

귀국 후 자가격리를 거치고 여행 중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다 보니 20Kg이나 증가한 체중이 부담스럽다.

 

원창고개를 넘고 다시 두 번째 고개인 모래재를 오른다. 원창고개를 넘으며 숨이 트이고 근육이 풀렸는지 조금은 수월한 기분이다.

"아, 진짜 강원도!"

세 번째 부사원 고개를 넘기 전 도로변 그늘에 의자를 펴고 다시 쉬어간다.

"지친다. 지쳐!"

350미터 3개의 고개를 넘고 홍천강을 건너 홍천의 경계에 들어선다.

"조용한 동네네."

도광터로 가는 444번 국도로 가기 위해 홍천강을 따라가는 동안 갈증이 밀려온다. 작은 슈퍼에서 얼음 커피를 마셔보지만 한낮의 뜨거운 더위는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도광터까지 아직도 고개가 2개나 남았는데."

홍천읍을 벗어나는 오룡산의 첫 번째 고개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달콤함도 잠시 뿐이다. 홍천읍 동면을 지나쳐 가는 길은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형님, 한 10km 정도 남았어요. 막걸리 한 통 받아 갈까요?"

"좋지요!"

도광터가 자리 잡은 공작산을 오르기 전 마을의 슈퍼에서 막걸리 두 통을 산다.

"갈수록 수납 능력이 다양해진다."

커다란 두 통의 막걸리 때문에 무거운 자전거가 더 무거워진다. 700미터가 넘는 공작산을 오르기 전 초입에서 큰 숨을 쉬어보고.

오늘의 마지막 고개를 오른다.

"오늘 몇 미터를 오른 거야?"

500미터가 조금 넘는 공작산 도로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도로 구불구불 휘어진다. 흘러내리는 땀과 미끌거리는 신발 작은 날벌레들이 정신없이 달라붙는다.

손뼉을 치며 시야를 가리는 날벌레들을 잡아보지만 수없이 잡아도 그 수는 줄지 않는 느낌이다. 채 열 걸음을 떼기도 힘든 경사도의 도로다.

"아놔, 이 길은 대체 뭐야!"

그렇게 30여 분을 오르고 공작산의 정상에 이른다. 소나기와 같은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다시 급경사로 떨어지는 고개를 잠시 내려오자 도광터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나타난다.

"얼추 여기인 것 같은데."

"형님, 저 왔어요?"

"갈가에 있는 우편함, 그 길로 올라와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제멋대로의 자갈들로 더욱 가팔라진다. 오는 길에 5개의 고개를 넘는 동안 이미 근육들이 풀려버린 다리는 땀으로 미끌리는 신발을 이겨내지 못한다.

"형님, 도와주세요!"

인가의 실루엣이 나뭇잎 사이로 보일 때쯤 뒤로 밀려가는 자전거를 부여잡고 소리를 친다.

 

"형님!"

카일라스 형님은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반갑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자전거를 밀어준 덕에 겨우 도광터의 집으로 들어온다.

자전거는 콩을 쑤는 가마솥이 놓인 곳에 넣어두고.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온몸에 끼얹는다.

"아, 살 것 같다."

10년 전 자전거 샵을 처음 오픈했을 무렵 기어 속선을 사러 온 낯선 자전거 여행자의 모습으로 처음 마주한 형님은 홍천의 도광터에 자리를 잡고 일산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다 정년 퇴임과 함께 교편을 내려놓은 후 이곳에 정착을 한 모양이다.

전국을 여행하던 중 시골의 노인에게 막장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도광터에서 막장을 담그며 자전거를 타고 글을 쓰며 생활을 한다.

"여기가 화장실."

쇠똥구리 같은 작은 딱정벌레들이 꼼지락거리며 돌아다니는 화장실이 이상하게 친숙하다.

직접 담근 막장으로 만든 된장국과 물김치 하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풍족한 저녁이다.

막걸리 한 잔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산속의 밤이 깊어간다.

따듯하게 불을 넣어둔 작은 방에서 피로가 쌓인 몸을 뉘인다.

"산골 냄새, 좋다!"



11시, 정오 가까이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맑고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지만 산속의 바람은 시원하다.

"마음에 들면 신고 가요."

정말 오랜만에 신어보는 검정 고무신의 매끈함이 좋다.

막장이 익어가는 장독대와 굵은 자갈과 돌들을 고르고 정성스레 일궈놓은 텃밭,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연못들을 둘러보는 사이 형님은 예초기를 들고 집 주변의 풀들을 제거하고, 새로 지을 가마터에 사용할 커다란 기둥들을 끌고 내려온다.

느릿한 산골의 삶이지만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

"이곳의 산속의 삶이 좋아."

"형님, 저는 바다가 있어야 해요."

"숲 속의 적막함 보다는 바다의 쓸쓸함이 좋아요."

공간의 숲과 시간의 바다,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품고 간직한 공간의 숲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스쳐가는 시간의 바다다.

"간직해야 할 것들은 기억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는 평온함보다 지나치고, 버려지고, 완전하지 못할 시간들에 아파하는 것이 어울리나 봐요."

"이제는 모두 버려버려서 간직해야 할, 지켜야 할 무언가가 더는 없어요. 텅 비어버린 껍데기 같아요."

조용한, 아주 조용한 산골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5일 / 맑음 ・ 28도
춘천
춘천에서의 하루, 자전거 춘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31Km
누적거리
26,591Km
이동시간
2시간 25분
누적시간
1,994시간

 
중도길
 
뒷풀이
 
 
 
 
 
 
 
9Km / 35분
 
22Km / 1시간 50분
 
거두리
 
중도
 
거두리
 
 
192Km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숙취가 무겁다. 점심 냉면으로 속을 달래고 다시 침대에서 누워 낮잠을 잔다.

 

"재희 누나가 막국수를 사 준다고 하는데요. 자전거 타러 가실래요?"

 

바람이 시원한 늦은 오후의 춘천, 공지천을 따라 춘천 시내를 가로지르고 의암호를 넘어 중도로 간다. 

 

도착한 중도의 공원에는 5명 정도의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유쾌함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흥이 넘치는 사람들이네."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풍경과 바람의 중도를 달린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생활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는 자전거 춘천의 회원들은 편안한 복장과 마인드로 자전거를 즐긴다.

먹기로 한 막국수는 없다. 현기를 따라 카페 소락재에서 열리는 회의 미팅에 얼떨결에 참석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자전거를 주제로 지역 사회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의견 나눔의 모습을 구경하고, 회의가 끝난 후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 한다. 정말 다양한 직업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토요일에 열리는 춘천 크리티컬 매스에 함께해요?"

"제가요?"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고, 떠나실 때 저희가 배웅해 줄게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뒤풀이 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현기가 준 새 태극기를 달고, 헌 태극기는 기념으로 챙겨놓는다.

"그동안 수고했다."

다시 춘천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현기와 사진을 찍고.

현기를 만나러 온 춘천에서 생각지 못했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땡큐, 현기."

이제 홍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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