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영일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영일만
 
포항
 
 
869Km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7일 / 비 ・ 24도
포항
폭우와 계속되는 비, 하루 종일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요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포항
 
포항
 
 
869Km
 

 

비가 내리는 아침, 12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기로 한다.

요트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비예보가 없는 내일은 영일만 일대에서 첫 번째 항해를 하기로 한다.

"내일 11시에 항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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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6일 / 비 ・ 22도
포항
하루 종일 예보된 장맛비, 죽도시장이나 구경 갈까.


이동거리
4Km
누적거리
27,328Km
이동시간
1시간 26분
누적시간
2,072시간

 
도보
 
도보
 
 
 
 
 
 
 
2Km / 40분
 
2Km / 46분
 
계류장
 
시장
 
계류장
 
 
869Km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지만 무겁고 나른하다.

비는 아침부터 내림과 멈춤을 반복하고,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죽도시장을 구경하러 나간다.

밖으로 나오자 빗줄기가 강하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요망한 날씨다."

요트 계류장과 가까운 죽도시장은 초입부터 차량들로 혼잡하다.

포항의 특산품인 문어와.

문어숙회를 파는 가게가 먼저 시작되고.

수산시장의 입구에는 각종 수산물들이 즐비하다.

"고등어가 싸네.'

꽤나 많이 규모가 큰 죽도시장은 수산물과 생선회, 대게를 파는 구역.

건어물을 파는 구역과 채소나 각종 농산물을 파는 구역 그리고 재래시장의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호객 행위가 극심한 대게 구역과 생선회 구역은 구경을 하기에 불편할 정도다.

여러 구역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이디야 카페에 들어가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비는 계속해서 거칠게 쏟아져 내린다.

자료를 정리하고 조금씩 출출함이 밀려들 때쯤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막걸리 한 잔을 제안한다.

시장에서 순대와 김밥, 전과 막걸리를 사 들고 요트로 돌아온다.

"역시,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지!"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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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5일 / 비 ・ 23도
포항
요트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랫동안 계류해 놓은 요트를 점검하고 정리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0시간

 
요트점검
 
삼겹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계류장
 
계류장
 
계류장
 
 
865Km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작은 요트는 편안한 요람처럼 아늑하다.

푹 잠든 것과는 관계없는 묵직한 피곤함,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다.

12시, 근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요트 내부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고, 사용할 세일(돛)을 점검한 후 불필요한 짐들은 승용차에 넣어둔다.

자전거와 패니어 그리고 온갖 짐들이 끊임없이 영선 형님의 차박용 승용차에 들어간다.

잠시 낮잠에 빠져든다.

2시, 비가 그쳤다며 잠을 깨운다. 눈꺼플이 무거워 눈을 뜨기가 쉽지 않다.

"어, 맥이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오랫동안 계류를 해놓은 요트의 하단에는 작은 따개비들이 잔뜩 붙어있다.

"양식장이네."

스쿠버 장비를 꺼내어 착용을 하고.

따개비를 뜯어내기 위해 풍덩, 요트나 바닷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스쿠버는 필수적으로 할 수 있어야겠다 싶다.

하지만 스쿠버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는 번잡함에 사라져 버린다.

"역시 성격과 맞지 않는 레포츠야. 낚시가 딱이네."

형님은 물속에 들어가 요트에 붙은 따개비들을 떼어내고.

"정말 힘이 없네."

사용하지 않던 모터를 점검하고 오늘의 일과, 항해 준비가 끝난다.

"내일 영일만으로 시험 운항을 해 보자."

작업을 마친 후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남은 피데기도 굽고, 삼겹살 기름에 구으니 훨씬 맛이 좋다.

가까운 영일만에서 시험 운항을 하려던 계획은 내일의 흐린 날씨와 약한 풍속으로 어려울 것 같다.

 "비가 오면 죽도시장 구경이나.."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정이 넘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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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4일 / 맑음 ・ 28도
후포-울진-포항
조용했던 후포해변의 아침이 시끄럽다. 포항까지 가기 위해 여러 많은 고개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2,070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44Km / 3시간 42분
 
49Km / 4시간 00분
 
후포항
 
강구항
 
포항
 
 
865Km
 

 

할머니들이 말다툼을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억양이 강하고 빠른 속도의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나 시끄럽다.

"그만, 제발요!"

피곤함에 다시 잠을 청하고 10시가 되어 일어난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며칠간의 피로가 뭉쳐 있는 기분이다.

"꽤나 후덥지근 하겠다."

짐들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길 건너편의 슈퍼마켓이 소란스럽다. 어르신 한 분이 중년의 남자에게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고, 중년의 여자는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화가 많은 동네인가?"

10시 40분, 포항을 향해 출발한다. 영일대까지 90km 정도의 거리지만 해돋이 공원들이 있는 고개들을 넘어가는 코스가 쉽지만은 않다.

"저녁때쯤 도착하겠네."

지난 여행 때 들려 아침을 해결했던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 뷔페까지 7번 국도를 타고 다이렉트로 도착한다.

발열체크, 방문 기록지, 테이블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칸막이 그리고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식당의 운영 마인드가 좋다.

비빔밥으로 크게 한 그릇을 담고, 불고기와 밑반찬들을 접시에 별도로 담아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부산까지도 가겠다."

식사 후 고래불 해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지난 여행 때의 지루하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남아있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수월한 느낌이다.

솔밭으로 넓은 캠핑장이 잘 조성된 고래불 해변의 남쪽 해안을 지나고.

작은 고개와 해안도로를 달리고, 피데기를 판매하는 마지막 고개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사 든다.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다."

축산항에 도착한다.

편의점의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래고.

"작은 건물에 있을 건 다 있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축산항은 여행을 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게 되는 장소이다. 관광지 항구들의 번잡스러움이나 작은 항구들의 적막감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곳, 항구의 다방에 들어가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넓은 농기계 전용도로를 따라가다 경정항으로 들어가는 고개를 넘는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축산항에서 포항시의 경계까지 해안의 고개들을 넘으면서 가야 한다.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관광지가 되는가?"

붉은빛이 감도는 넓은 갯바위의 풍경이 제법 괜찮은 장소다.

경정항을 지나 다시 고개들은 시작되고.

 

언제나 바다와 항구 그리고 언덕 위 마을의 풍경이 좋은 노물리 고개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저기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면 좋을까?"

노물리 고개의 휴식의 달콤함도 잠시 뿐. 영덕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시작된다.

"너 오랜만이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해맞이공원의 풍력발전기는 언제 봐도 얄미운 느낌이다.

해맞이공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강구항을 향해서 달려간다.

지난 여행, 갈매기들이 마을 사람들을 알아본다던 대부리의 해안가를 지나고.

어촌 마을들의 정겨운 민박집들과 작은 어촌 집들의 풍경은 조금씩 요란한 펜션들과 대게식당이 연이어지며 번잡함으로 변해간다.

요란스러운 강구항 대게거리,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배꼽인사를 하며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붙어있는 광고 현수막들은 언제나 볼썽사납다.

친절한 미소의 인사와 '잘해주겠다'는 흥정의 인사말은 어린 시절 불편하게 지나쳐 가야만 했던 홍등가 골목길, 욕망의 유혹보다 천박하다.

무례하고 불쾌한 시선이 투영된 후 들려오는 흥정의 가격은 어쩌면 그들이 매기는 나의 몸값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야?"

정말 변화가 없는 동네다. 한정된 손님에 대한 쟁탈전이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를 확장하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제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라고!"

강구항을 지나 길은 해안도로와 7번 국도를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고개들을 넘느라 지친 여행자에게 꽤나 지루한 코스다.

국도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 길은 작은 어촌 마을을 짧게 통과하고 다시 국도로 이어지기를 계속 반복한다.

"뭔가 놀림당하는 기분이야."

"포항이다."

포항의 경계를 지났지만 영일대가 있는 시내까지는 3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지난 여행,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처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던 화진리 해안가는 폭우가 지나간 후 황량함만이 남아있다.

"아쉽다!"

헛헛한 실망감에 괜한 시골집들의 모습을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보고.

"진짜 오래된 집이네."

이제는 헛간이나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옛집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고갯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미 지쳐있는 페달링은 무겁기만 하다.

갈증을 달래려 멈춰 선 월포 해변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30년 전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마을 번영회에 의해 운영되는 것 같은 해변의 음식점들과 해변의 노점들, 평상과 파라솔 자리를 대여하는 난잡한 해변의 모습에 짧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강릉의 감성 돋는 해변의 파라솔 공간, 여수 낭만 포차 거리 등 많은 투자나 특별한 기획 없이도 충분하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 곳들이 많다.

"다른 지역들의 성공 모델들을 조금만 벤치마킹해도 좋으련만."

강릉에서부터 많은 해변을 지나쳐왔지만 월포해변의 모습은 유난스럽게 난잡하다.

강구항과 월포해변. 치이로의 행방불명, 돼지로 변해가는 게걸스러운 부모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현대식 펜션들이 들어서는 해안가를 달리고.

주차된 차량 사이로 유아들이 마구 뛰쳐나오는 정신 사나운 해변을 지난다.

"유독 이 동네가 그런가 보다."

"정서적으로 안 맞는 동네야."

포항 시내로 들어서는 길, 석양이 저물어 간다.

라이딩을 하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포항 시내로 향하고.

영일만 산업단지의 지루한 도로변을 지나 영일대에 들어선다.

멀리 포스코 공단의 실루엣이 보이고.

"왔다."

"너덜너덜하다."

영선 형님에게 도착 전화를 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의 피곤함을 가라앉힌다.

포항의 요트 계류장을 찾아간다.

계류장 앞에서 영선 형님이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와 패니어들은 승용차에 넣어두고, 작은 요트 시그너스에 승선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요트, 내부로 들어가니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저녁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지만 영업이 끝난 상황, 다시 요트로 돌아와 스파게티로 저녁을 하고 울진에서 사 온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 반주를 한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 작은 요트에 누워 잠이 든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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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3일 / 맑음 ・ 29도
봉평해변-울진-후포항
봉평해변에서의 편안했던 휴식을 끝내고 포항으로 가기 위해 출발한다. 후포항까지 라이딩을 하고 한마음 대게수산에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다.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27,141Km
이동시간
5시간 16분
누적시간
2,063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30Km / 2시간 30분
 
27Km / 2시간 46분
 
죽변항
 
사동리
 
후포항
 
 
772Km
 

 

새벽 1시 28도, 바람 한점 없는 열대야 같은 더위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피곤함에 쓰러진다.

텐트를 벗어나 야외의 평상에서 잠을 자니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가 조금은 덜하지만 문제는 모기들이다.

피곤함에 잠든 상태에서도 모기에게 물린 곳의 따가운 간지러움에 잠에서 깨고 만다.

"에쉬!"

새벽 2시, 어쩔 수 없이 다시 텐트 속으로 들어가 더위가 사그라들기를 바라며 잠이 든다.

아침 10시, 잠을 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피곤하다.

"아, 컨디션 최악이다."

바로 텐트를 정리한다. 목적지인 후포항까지 50km 정도의 거리, 꽤나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텐트를 정리하고 있으니 피서를 온 한 가족이 다가와 떠날 것인지를 묻고는 내 텐트 자리에 자신들의 텐트를 치겠다고 한다.

맥반석 계란 두 개를 선물로 받고, 텐트 자리를 내어준다.

"밥을 먹고 갈까?"

후포항의 한마음 수산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 점심 타임이 애매하다. 굿모닝 뷔페에 가서 아침을 먹고 출발할까 생각하다 속이 거북하여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중간에 허기가 지면 아무것이나 먹으면 되고, 맥반석 계란 두 개가 생겼으니 아쉬운 대로 계란으로 해결해도 그만이다.

이틀 동안 도움을 준 강작가님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고 출발한다.

자전거 도로는 울진군의 외곽을 따라 이어지고.

"나무테크 길은 참 잘 만들어."

울진군을 벗어나는 한적한 자전거 도로는 다시 해안가를 향해 이어진다.

컨디션 탓인지, 밥을 안 먹어서 힘이 없는 것인지 지나치는 편안한 풍경과 달리 페달링이 지루하다.

"이것을 넘으라고 이렇게 빙돌려서 안내했군."

해안가 끝에 만들어진 울진군 은어 다리, 조형물이 마음에 든다.

"예쁘네."

은어 다리를 건너 소나무가 조경된 엑스포 공원을 지나 왕피천을 따라 빙글 돌아간다. 천변에 조성된 공원의 솔밭 캠핑장이 너무 좋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시설 같다.

망양정 해변에서 기성망양 해변으로 이어지는 울진 해안도로의 바닷가 작은 어촌의 풍경들은 소박하고 평화롭다.

작은 이름 없는 해변들의 조용함, 관광지 해변들의 번잡스러움과 이유모를 거부감이 없는 고즈넉함이 좋다.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이곳 어딘가에 정착을 해도 좋겠다."

기성망양 해변을 앞두고 작은 방파제 옆 해변으로 내려간다.

"쉬었다 가자."

"계란도 먹고."

밀려드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다.

백사장에 깔린 조약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언가 기념할 수 있는 선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조약돌들을 모아 본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흐릿하게 떠오른다.

조약돌 밭에 앉아 돌들을 고르는 동안 흐리던 하늘이 뜨겁게 바뀌어 간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고르고.

"여기는 폭염인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중부지방과 달리 한여름 습한 무더위가 느껴진다.

출발 전 내비게이션은 후포항까지 2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고 안내했는데, 기성망양 해변을 벗어난 도로는 갑작스러운 경사도로 첫 번째 터널을 향해 올라간다.

"괜히 돌들을 담았나?"

묵직해진 자전거를 끌고 거친 숨을 토해낸다.

 

작은 마을 사동리를 지나고, 한 가족 정도의 사람들이 작은 해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곳이 좋은데. 왜 바글바글 시끄러운 해변에 모여드는 거야?"

카페나 편의점, 모텔이나 펜션 같은 편의시설을 포기하면 꽤나 멋지고 조용한 곳에서 해변을 독차지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동리를 지나자 바로 두 번째 터널이 나타나고.

"그러니까 사동리는 고개와 고개 사이에 위치한 숨겨진 장소인 거야?"

매번 느끼지만 우리나라의 고개들은 정말 힘들고 지친다.

고개를 내려오자 다시 작은 고개가 나타나고, 지쳐가는 페달링에 생각 없이 가다 보니 느낌이 이상하다.

"이 길이 아닌가 봐."

다시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 봉산리와 구산리로 이어지는 어촌의 풍경이 좋다.

"이런 집은 얼마나 하지?"

낡은 어촌의 집,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을 편리하게 개조하고, 돌담을 쌓고, 마당은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잔디와 꽃밭을, 뒷마당은 텃밭과 정원 그리고 장독대, 창고는 서재와 다실로 만들면 좋겠다.

"감나무도 한 그루 심을까? 이글의 러시아 반야는 어디다 만들지?"

어촌 마을의 오래된 빈 집들을 눈여겨보며 천천히 길을 이어간다. 좋은 느낌의 공간과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어군, 돈 좀 빌려줘라."

농촌이든, 어촌이든 시골을 지나칠 때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생각난다.

붉은 고추를 말리거나, 정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홀로 평상에 앉아 있거나, 텃밭의 잡초를 뽑거나, 농기구를 들고 길을 걷거나 그 모든 실루엣에 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지나쳐 간다.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동안 평평해진 해안길은 목적지인 후포항에 다다른다.

"왔네."

경쾌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허기짐이 밀려온다.

후포항의 수산물 시장에 위치한 한마음 대게 수산으로 찾아간다.

"어, 가게가 바뀌었네. 맞나?"

상호는 맞는데 건물이 새롭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서니 눈에 익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8년의 단골집이지만 처음 만나게 된 사장님이 보인다.

나를 몰라보는 가게의 식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니 세계여행 전 전국일주를 하며 들렸던 기억들을 떠올려 내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홍게가 잡히는 시즌이 아니라 러시아산 대게만을 판매하고 있다.

대게 한 마리와 식사를 주문하고.

"시즌이 아니니 아쉽지만."

"역시 이 탕이 최고야!"

이모님의 비법이라던 대게탕은 여전히 대박이다.

모든 음식을 깨끗하게 비우고.

"일단, 나는 잘 먹었는데."

최근에 가격이 두 배가 올랐다는 러시아산 대게, 아쉽지만 포항에 가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의 도매집을 찾아봐야겠다.

인사를 나눈 뒤 후포해변으로 간다. 해변의 솔밭에 여러 개의 텐트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혼잡한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

적당한 곳에 텐트를 펼치고, 수돗가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땀들을 씻어낸다.

텐트로 돌아오니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라 시원해서 좋겠다 싶다.

밤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비는 멈춘다. 많은 텐트들이 해변에 설치되어 있지만 밀려드는 파도 소리뿐, 너무나 조용하고 좋은 밤이다.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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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2일 / 비 ・ 28도
죽변 봉평해변
봉평해변에서 하루를 쉬어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08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57시간

 
샤워
 
갯바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죽변
 
죽변
 
죽변
 
 
715Km
 

 

몇 차례의 뒤척임, 억지스레 잠을 떨쳐내려 애를 쓴다.

폭우로 인해 잠들지 못했던 어제의 피로가 대단했나 보다.

한산한 아침의 바닷가, 부모의 손을 이끌고 나온듯한 꼬마는 수영을 하고, 모래 장난을 하느라 바쁘다. 밥을 먹으러 가자는 부모의 제안은 그저 공허한 울림처럼 사라져 버린다.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어제 만난 여행작가가 알려준 굿모닝 뷔페에 들렸지만 11시 반에 오픈을 한다고 한다.

텐트로 돌아오면 다른 식당에 들어갔지만 물회와 매운탕만이 가능하다 하여 그냥 돌아온다.

산산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고 갑작스레 기온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늘로 이동할까."

귀찮은 일이지만 소나무가 있는 그늘로 텐트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차례 왕복을 하며 텐트와 짐들을 옮기고 나니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기다렸어?"

텐트로 들어가 누워 있으니 한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어제 만났던 여행작가다.

"왜 전화가 안 돼요?"

어젯밤 비가 와서 걱정을 했다는 강작가님은 샤워를 했는지 물어본다. 폭우 속에서 비를 맞고, 더위에 땀을 흘리고서 마땅히 씻지를 못해 끕끕했던 차인데 샤워를 하러 가자고 한다.

작가님은 투숙하고 있는 펜션으로 앞장을 서고.

오전에 투숙객이 빠져나간 방의 샤워실을 안내해준다.

"아, 살 것 같다."

샤워를 끝내고 작가님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아침을 먹으러 다시 굿모닝 뷔페로 간다.

한산한 뷔페식당, 6천원의 식대를 지불하고.

보리밥과 반찬들을 담는다. 고추장에 비벼먹어도 최고일 것 같은 나물 반찬들의 구성이지만 귀찮아서 그냥 배불리 두 그릇을 해치운다.

"집밥 같은 것이 먹고 싶었나?"

한국에 돌아와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지만 특별한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화정산의 쌈밥집과 여행 중 먹었던 백반집에서 '정말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회나 고기, 족발 같은 즐겨 먹던 음식이 아니라 나물 반찬들과 함께 먹는 집밥 같은 음식이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풀어 오른 배를 통통 튕기며 텐트로 돌아간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샤워를 한 상쾌함과 배부른 포만감이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텐트로 돌아가는 중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도로의 반대편에서 강작가님이 손을 흔들고 있다.

"어디 갔다 와요?"

"굿모닝요!"

"아, 맛있게 먹었어요? 내가 텐트에 탕수육이랑 만두를 놓고 왔어요. 먹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놓아둔 탕수육은 저녁으로 먹어야겠다.

텐트에 누워있으니 나른한 졸음이 밀려온다. 어느새 비는 멈추고 바닷가에는 아이들과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든다.

졸음도 털어낼 겸 바닷가로 나가서.

이리저리 걸어다닌다.

사람들과 아이들이 무언가를 잡느라 바쁘다.

"너냐?"

보말과 작은 조개가 많다며 신이 난 아이들.

갯바위 틈 사이로 게의 모습도 보이고.

'야, 다 보이거든!"

"심심한데 잡아볼까."

갯바위를 걸어가며 보말들을 채집하고.

"삶아서 먹으려면 다섯 신발은 잡아야겠네."

한 신발을 채우고 갯바위에 보말과 갯고둥을 풀어놓으니 움직임이 수상하다.

"이 건 보말인데."

"넌?"

빠르게 움직이는 보말 껍데기들, 잡은 보말의 1/3은 작은 소라게들이다.

녀석들과 한참 동안 장난을 치고, 모두 갯바위에 풀어준다.

라면에 넣고 끓여 먹을까 생각했지만 굳이.

"오, 왕 쪼리!"

텐트로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먼바다에 비가 내리는지 구름의 움직임이 경이롭다.

"그럼, 발!"

"오늘 하늘은 수묵화네."

몽골의 구름에 비하면 뭔가 소박하지만.

"저기 비 내리네."

"제가... 깨진 컵 같아요. 남에게 상처를 주고, 이제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그런 존재 같아요."

"금이 가고 깨지더라도 나는 나대로 오롯이 살아가려 해."

-어른을 위한 동화 '컵 이야기' 중에서

 

 "뭐 하세요?"

해 질 무렵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작가님이 낚싯대를 들고 텐트를 지나쳐간다.

"낚시 가세요? 구경할게요."

루어 낚시를 하러 가는 작가님을 따라 방파제로 간다.

함께 가는 어르신에게 루어 낚시를 가르쳐 주는 작가님이다.

"이렇게요!"

루어 낚시 초보인 어르신도.

작가님도 한 마리씩 고기를 낚아낸다.

핑크색 물고기.

"성대."

포항에 도착한 영선 형님은 어서 포항으로 내려오라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낚시에 대한 호기심은 하늘과 바다의 풍경 속에서 사라진다.

"나도 깨진 유리병 같다."

"물리적 시간을 이탈할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로 가게 될까."

 "아니면..."

문득, 현재의 내가 시간 속의 나를 궁금해한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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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1일 / 맑음 ・ 28도
삼척-울진
새벽까지 이어진 폭우로 인해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편히 휴식할 곳을 찾아 죽변항으로 간다.


이동거리
21Km
누적거리
27,084Km
이동시간
2시간 35분
누적시간
2,05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7Km / 50분
 
14Km / 1시간 45분
 
고포항
 
북면
 
죽변항
 
 
685Km
 

 

밤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일기예보와 달리 그 기세를 더해간다.

"무슨 일기예보가 실시간을 바뀌냐!"

10시에 비가 멈춘다는 날씨 예보는 아침까지 비 모양으로 바뀌어 가고, 최대 10미리의 시간당 강수량은 40으로 증가한다.

"너희를 믿은 내가 바보다."

새벽 3시,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끝내 텐트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저녁에 봐 두었던 도로변 정자로 가기 위해 패니어와 짐들을 하나씩 꺼내어 도로변으로 옮기고, 자전거를 끌고 정자로 가니 정자에는 이미 작은 텐트 하나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늦었네. 살짝만 가장자리에 쳤으면 두 개도 들어가겠는데."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정자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비에 젖은 텐트를 거의 끌다시피 들고 와 정류장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투둑."

부실한 폴대 두 개가 부러져 나간다.

새벽 4시 반, 텐트의 내부는 이미 빗물이 가득 차있다. 손으로 빗물을 쓸어내고 망연스레 앉아 시간을 보낸다.

"괜히 옮겼나? 처음부터 정자에 텐트를 쳤어야 했나? 정자에서 비박을 하는 게 좋을까?"

5시가 넘어가고 날이 밝아온다.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고, 비에 젖은 옷들을 벗고 부드러운 속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 아늑함은 뭐지?"

정류장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잦아들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10시 반, 조금씩 더워지는 텐트의 온도에 잠에서 깬다. 느낌상 날밤을 뜬 눈으로 샌 기분이다.

엉망으로 젖은 텐트를 꺼내어 햇볕에 말려두고.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마을을 둘러보지만 작은 슈퍼마켓은 없고, 마을 내부에 넓은 정자가 두 개가 더 있다는 것만 확인한다.

어제 해변에 텐트를 치기 전 마을을 조금이라도 둘러봤어야 했는데, 게으름에 캠핑의 기본을 잠시 잊어버렸다.

"어서 말라라."

피곤함에 이동을 하고 싶지 않지만 딱히 음식을 구할 곳이 없어 움직여야 한다.

하룻밤 사이 녹이 슨 체인에 윤활을 하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너 참 얄궂다."

마을의 초입에 울진군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길은 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이게 뭐야? 나한테 왜 이래!"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오른다.

몇 개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는 동안 작은 슈퍼마켓도 찾기가 힘들고.

쉽게 지쳐버린 페달링으로 겨우 죽변항에 도착한다.

"힘든 20km다."

10년 만에 다시 온 죽변항, 배 고프다.

죽변항 입구의 식당가로 들어가.

생선구이 집으로 들어간다.

심각하게 제육볶음 같은 고기가 당기지만 오는 동안 두 군데의 식당에서 퇴짜를 맞았다.

"왜 제육볶음은 2인분부터야!"

인상이 좋고 여자가 상냥하게 응대를 해준다. 공깃밥 두 그릇을 해치우고.

죽변항을 잠시 구경한다.

항구 주변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대게를 파는 가게들만이 바쁘게 움직이고.

야영지로 생각한 봉평 해변으로 간다.

도착한 봉평 해변의 캠핑장은 텐트들로 가득하고, 캠핑장도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피곤함에 유료 캠핑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다닥다닥 텐트들이 붙어있는 캠핑장은 끔찍하다.

편의점에 앉아 잠시 주변을 검색하고, 해안가 끝에 있는 방파제 주변의 해변에 캠핑 공간이 있을 것 같다.

봉평 해변의 끝자락, 방파제를 가운데에 두고 작은 모래사장이 있다.

언덕 위에 작은 민박집과 펜션이 있고.

해변에는 몇 개의 그늘막과 텐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케이. 빙고!"

다른 텐트들과 멀리 떨어진 방파제 가까이에 텐트를 펼친다.

"자전거 여행을 하시나 봐요."

낚싯대를 든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자신도 전국일주를 여러 차례 했다는 남자는 여행작가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60세라는 남자는 어릴 때부터 세계 5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고 한다.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들고 있는 낚싯대에 대해 물어본다.

여행을 하며 낚시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낚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루어 낚싯대에 대한 궁금증들에 대해 묻고, 남자의 여행담을 듣는다.

꽤나 유쾌하고 즐거운 남자다.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구경하고.

텐트로 돌아와.

바닷물에 들어가 발을 담근다.

"아, 정말 긴 하루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실루엣 좋네. 부럽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텐트에 들어가 누우니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러지 마라!"

날씨를 확인하니 비예보가 전혀 없다.

"믿어본다. 피곤하고 귀찮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폭죽들이 계속 터진다.

멀리 안쪽으로 들어온 것이 다행이다 싶다.

"대체 저녁에는 뭘 하다가 이 시간에 나와서 볼품도 없는 폭죽을 쏴 대냐!"

 
피곤할수록 잠들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불행히도 오늘이 그렇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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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0일 / 맑음 ・ 30도
삼척
비로 인해 멈추었던 삼척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27,063Km
이동시간
4시간 39분
누적시간
2,055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22Km / 2시간 09분
 
삼척항
 
장호항
 
고포항
 
 
664Km
 

 

11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낯이 익은 어린 남자가 집으로 들어서고 잠이 덜 깬 멍한 시선이 남자와 눈과 마주친다.

"어, 누구?"

"그러는 분은 누구?"

남자는 집안에 널부러져 있는 어젯밤 저녁 식사의 쓰레기들에 놀란 눈치다. 자세히 보니 캐논 하우스에서 본 것 같은 참게형의 아들이다.

8월의 첫날, 10일간의 폭우가 그치고 화창해진 휴가 시즌에 맞춰 삼척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조금 후에 나갈 건데, 오후에는 집에 없을 거야."

잠시 씻으러 왔다는 아이는 밖으로 나간다. 맑게 개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샤워를 한 후 어지럽던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조금은 민망하네."

12시 반,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목적지 없이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다가 괜찮은 해안가에서 멈추자."

삼척 시내를 벗어나기 위해 해안가의 고개를 오른다. 습한 날씨에 옷과 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젖어든다.

연이은 고갯길의 해안도로를 이어가느라 페달링은 무거워지고, 기다렸던 맑은 날씨의 화창함과 달리 왠지 모르게 여행의 마음은 흐릿하다.

"뭔가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네."

삼척에 위치한 항구 중 스 풍경이 가장 수려하다는 장호항은 기대와 달리 큰 매력은 없다.

장호항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고, 해안가에 작은 두개의 섬을 두고 서 있는 붉은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좋네."

장호항의 뒷편 갈남항의 월미도와 해안가 갯바위들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고갯길에 설치된 쉼터에서 항구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어디로 갈까?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갈까."

조금은 무기력한 시간, 갈피를 잡지못하는 마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고갯길과 항구, 해변을 의미 없이 지나치는 동안 원덕읍 호산항에 도착한다.

읍내의 시장을 둘러보다 옛날 통닭을 한 마리 사서 패니어에 넣어둔다.

"대충 근처에서 야영을 하자."

주변을 살펴하니 월천유원지가 검색된다. 그늘막들이 설치되어 있는 월천 유원지는 유료로 이용하는 시설이라 포기하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공사 중인 것 같은 월천해변은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고, 해변의 건너편으로 들어서 있는 산업단지의 모습이 살풍경스럽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따라가지만 이곳의 해안은 모두 철책경계로 차단되어 있다. 철책 안쪽으로 몇몇 사람들이 그늘막을 설치하고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출입문이 있지만 철책의 안내판에는 22시까지 가능하다는 이용시간이 적혀있다.

"밤에는 문을 닫아 버리는가?"

지나치는 도로변의 공터들을 눈여겨 봐두고 철책선이 끝나기를 바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니 작은 해안가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에 설치된 커다란 정자에 텐트를 펼칠까 생각하다 아주 작은 해변의 가장자리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해변으로 내려간다.

"밤에 여기에서 야영을 해도 되나요?"

고기를 굽고있던 사람들도 외지에서 온 피서객들이라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다.

"그럼 여기서 캠핑."

잠시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해변에 텐트를 펼친다.

오늘 하루 이유없이 답답했던 마음의 무게가 사라져 간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영선 형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안부를 묻던 형님은 포항에서 요트를 타고 여행을 하자며 제안을 한다.

"좋은 생각입니다. 빙고!"

형님과 포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마친다.

해가 떨어지고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0시까지 10미리의 비가 내린 후 그치는 것으로 나온다.

"뭐, 10미리 정도야."

저녁을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강해진다.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0시쯤 소강상태로 접어든다던 날씨예보는 자정을 넘겨 1시까지 비모양으로 바뀌어 있고, 강수량도 40미리로 늘어나 있다.

아무래도 편히 잠들기는 틀린 모양이다. 비가 내리는 것을 지켜보다 여의치 않으면 도로변의 정자로 이동을 해야겠다 싶다.

비는 강약의 기세를 바꿔가며 내림과 멈춤을 반복한다.

"어쨌든, 다시 여행을 이어간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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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587~595일 / 맑음 그리고 계속된 비 ・ 24도

삼척
일주일간 장맛비가 예보된 시간, 삼척에서 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012Km
이동시간
0시간 55분
누적시간
2,050시간

 
삼척항
 
삼척시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삼척
 
바다
 
삼척
 
 
643Km
 

 

폭 잠들었다. 예보된 비는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계속되는 하루다.

 

한동안 비어있었던 것 같은 아파트를 청소하고, 집안의 수건들과 그동안 세탁하지 못한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어제 먹었던 회와 술, 숙취가 밀려와 주변을 검색하니 아파트 단지 건너편 선지 해장국집이 검색된다.

 

"딱이군!"

 

큰 기대 없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의 국물 맛과 양, 기본 반찬의 맛들은 꽤 만족스럽다.

 

"맛집이네."

 

 

온몸이 뻐근하다. 아랫입술에 생긴 수포가 터지고 딱쟁이가 앉았다. 양구를 지나 속초로 넘어오는 경로가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언제나 여행을 시작하면 일주일 안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있는 교회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의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고민한다. 어떻게든 잘 정리해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지간한 게으름이 동시에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항구에 나가 바람을 쐬어볼까 생각이 든다.

 

삼척항의 허름한 식당을 지나치며 10여 년 전 처음 전국일주를 했을 때 삼척을 지나치면 곰치국을 먹었던 곳이었음이 떠오른다. 기억이란 참 쓸데없이 놀라울 때가 있다.

 

이후로 곰치국을 먹어본 적은 없다. 시원한 국물이 간단히 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기에 좋았고, 해장용으로 최고겠다 싶었지만 내게는 그저 김칫국 같은 느낌이라 딱히 입맛을 당기는 그런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삼척시의 지형은 참 오묘하다.

 

선선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 항구의 등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딱히 큰 물고기가 잡히는 것 같지는 않고, 연분홍색의 작은 물고기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바람도 좋고, 시간도 좋다."

 

"아저씨도 아무거나 한 마리 잡아보세요."

 

다음에 여행을 하게되면 꼭 낚싯대를 하나 들고 다녀야겠다.

 

 

 

계속해서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KT알뜰폰을 개통해 보기로 한다. 배후령을 넘기 전 편의점에서 구매한 유심카드를 꺼내 들고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카페로 나간다.

 

본인인증 절차가 범용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만 가능한 탓에 속초에서 개통하려다 미루어둔 것이다. 국민카드 앱을 설치하고 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의 핸드폰 번호를 변경한다.

 

"아, 복잡해. 귀찮어!"

 

신규 개통을 할까 생각하다 금융기관과 핸드폰의 수많은 어플과 연결된 번호를 다시 재설정하려니 지옥 같다. 번호이동으로 개통을 하고, SKT의 해지 신청 ARS 확인이 끝나자 바로 개통이 된다.

 

"이제 데이터 부자!"

 

알뜰폰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 최신 핸드폰들의 카메라 기능이 몹시 탐이 나지만 당분간 최신 핸드폰을 약정 계약으로 구매할 생각이 없으니 알뜰폰의 상품 패키지들의 옵션이 정말 마음에 든다.

 

지난밤 메시지를 보낸 카시아는 리턴 메시지가 없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7시간의 시차, 이른 새벽시간인 폴란드의 시간이라 나중에 답장을 하려고 미뤄둔 것인데 핸드폰을 개통하느라 답장을 보내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나저나 매일처럼 메시지를 보내는 카시아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일이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한국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쓸데없이 신경이 쓰이네."

 

바람을 쐬러 항구로 나간다.

 

삼척항 주변 해안가에 세워진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짠내음, 속초나 강릉의 시원한 해변의 모습도 좋지만 동해와 삼척에서 시작되는 항구의 짠내음도 싫지만은 않다.

 

 

어제보다 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정말 비가 내리려는 모양이다.

 

"시간은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헛헛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천둥 번개 그리고 싸늘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 좋은데 춥다!"

 

 

 

계속해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한화 이글스는 정말 야구를 못하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지만 언제부터인지 한화 이글스가 어떻게 게임을 지는지 보기 위해 그들의 경기를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다.

 

"뭐랄까, 아주 창조적이야!"

 

잠시 빗줄기가 멈춘 흐린 하늘이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은 계속해서 영업이 끝났다며 헛걸음질을 하게 만든다. 2시 반까지의 영업시간인데 2시 정도가 되면 영업이 끝나는 모양이다.

 

회냉면이 당기는 날이다. 삼척시를 검색하고 냉면집을 찾았다. 자전거를 끌고 시내에 있는 죽서루와 중앙시장을 구경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간다.

 

"나오니까 이슬비가 흩날리네."

 

찾아간 냉면집도 꽤나 마음에 든다. 삼척에 은근히 맛있는 집들이 많은가 보다. 명태회의 양이 조금 아쉽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소스의 맛이 좋다.

 

 

회냉면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죽서루로 가기 위해 삼청 중앙시장으로 간다. 삼척시의 중심가는 중앙시장의 주변인가 보다.

 

여느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내리는 비는 강해진다. 죽서루를 구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비 오는 날에는 머리 고기에 막걸리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머릿고기 편육은 완전 실패다! 이럴 수는 없는데."

 

메이저리그가 시작되었고, 새벽부터 시작되는 야구 시청으로 하루가 흘러간다. 비는 계속 내리고 한화 이글스도 계속 패하고 있다.

 

비가 그치면 서울로 빠르게 돌아가야겠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같고, 담배도 끊고 싶어 졌다.

 
이내 끝날 것 같던 비내림이 계속된다.

카페에 나가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떠날 수 있으려나?"

비가 멈춘다는 일기예보처럼 조금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다.

"정말 끝난 거야?"

밤새 요란한 빗줄기는 다시 시작되고, 흐린 날이다.

"느낌이 다른데."

비가 멈춘 하늘과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끝났나 보다."

내일의 일기예보도, 저녁 하늘의 기운도 맑다.

"내일은 떠나자."

장마의 폭우로 발이 묶인 삼척의 시간, 지루했지만 나쁘지 않은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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