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일 : 2018.11.06 / 여전히 맑음・19도

봉화-진영읍-창원-마산-고성 동해면-거류면-통영 광도면-통영-통영항

이른아침 자욱히 피어오른 봉화의 아침을 맞이하고 노대통령님의 묘역을 참배하였다. 뭉클한 무언가가 아래로부터 울렁거렸다. 소박한 김해의 작은 마을. "감사합니다!" 

이동거리

101.56Km

누적거리

1,338.70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69시간 15분


창원
고성
27Km/1시간 42분
74Km/5시간 02분
봉화
마산
통영
 
 
1,339Km

 

안개가 내려앉은 봉화마을은 여느 시골의 아침처럼 고요했다. 서리가 내려서인지 결로현상처럼 텐트과 이너텐트 사이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무심하게 툭툭 텐트를 몇번 쳐보고 텐트를 정리하지 않은 채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봉화마을은 마을의 입구에서 대통령님의 묘역까지는 300미터가 안되는 정말 작은 동네였다. 마을의 초입에 주차장과 안내소가 있고, 중간쯤 둥지휴게소와 봉화장터 그리고 마을의 우측에 생가터와 뒷편의 사저, 묘역으로 이어졌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큰 기지개를 펴보았다. 시골의 아침은 언제나 하루에 대한 설레임을 불러일으킨다.


 

새벽 잠결에 뭔가 뽀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텐트를 나오니 이쁜 냥이 두녀석이 앉아있었다. 마치 싱거운 다툼을 벌일 후의 연인처럼 보였다. "너희들이였구나!"


 

길을 따라 세곳정도에 헌화를 위한 국화가 무인 판매대위에 놓여져 있다. 


 

 

 

길옆으로 작은 초가집으로 복원된 생가가 보인다.


 

 

 

부엌과 방 2칸짜리 본체와 화장실과 헛간의 별체. 시골에서 자라 익숙한 집모양과 분위기였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생가터 옆 돌담위 공간. 퇴임 후 이 곳에 나와 방문객들과 짧은 대화들을 나누는던 장소이다. 지금은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사저를 감싸고 있었다. 가끔 유튜브로 보았던 장면들이 머리속에 생각이 났다. 


 

돌담 앞으로 여러개의 의자와 대통령님의 영상이 돌아가는 스크린이 놓여져있었다. 길건너 추모의 집이 보수중이라 이곳에 임시로 마련해 놓았다.


 

사저가 공개되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아무도 없는 봉화마을에서 현장접수 1번은 할 수 있는데 월, 화요일은 휴관이였다. "어, 오늘이 몇요일이지?"


울산에서도 그렇듯 여행을 하는동안 날짜나 요일개념이 없어졌다. 할 일 없이 핸드폰을 만지는 일도 없고, 뉴스나 최신 정보들을 서핑하지도 않고, 저녁시간의 헛헛함을 채울 누군가를 찾을일도 없어졌다. 그저 오늘은 어디를 갈지, 날씨는 어떤지, 무엇을 먹을건지 하는 단순함밖에 없다.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하고 오늘이 정기휴일인 화요일임에 아쉬워했다. "아쉽다. 쉽게 할 수 없는 1번인데."


 

 

 

대통령님의 묘역. 방명록을 남기는 곳에 따듯한 아침햇살을 즐기는 잘생긴 냥이 한녀석이 앉아있었다. 


 

 

 

 

 

 

 

 

 

몇걸음 옮기면 모두 볼 수 있는 작은 마을.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면을 한 후 물기가 남아있는 텐트를 닦아내고 정리하였다. 


 

국화 두송이를 집어들고 헌화를 하기위해 다시 묘역으로 향하였다. 방명록에 짧은 감사의 글을 적고 국화 두송이를 헌화하며 긴 감사의 묵념을 하였다.


 

 

 

 

 

 

 

여전히 잘생김을 뽑내며 앉아있던 녀석, 결국엔 근무를 시작하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추모의 집앞 익숙한 대통령님의 모습으로 포토존이 있었다. "대통령님, 제 자전거랑 한장 찍으세요!"


 

 

 

 

생가터 옆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작은 내부에 아기자기한 여러가지 기념품들이 전시되고 판매되었다. 


 

 

여행중 사용할 간편한 티셔츠, 캡모자, 작은 수건, 손노트 그리고 카메라에 달아줄 노무현재단의 로고줄을 구매했다. "여행중이신데 무게가 더 늘었네요. 택배로 보내줄 수 있어요. 그럴까요?" 기념샵을 관리하던 여성분이 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그럴까요!" 하며 바로 사용할 물건을 빼보니 티셔츠 한장이 남았다. "하하, 보낼게 없네요."   


 

패니어에 기념품들을 집어넣는 사이 조금전의 관리인분이 말을 걸어왔다. "일산 어디에서 오셨어요?" 고양에서 왔다 대답하니 "그러니까 고양 어디에서.. 일산도 고양이잖아요?" 하였다.


"아, 행신동에서 왔어요." 자신은 가라뫼에서 살다 남편을 따라 내렸왔다며 반가워했다. 믹스커피 밖에 없다며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내어주었다. 


"믹스커피가 정말 먹고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봉화마을을 떠나 통영으로 향하였다. 아침을 먹고싶었지만 모두가 영업을 하기전이였다.


 

이번 여행중에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은 울릉도, 경주, 통영, 여수, 목포, 군산이였다. 울릉도에서 시간을 아껴 일찍 빠져나온 이유중에 하나는 통영을 일주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봉화마을에서 통영으로 가기위해서는 내륙의 국도를 타고 이동하여야 했다. 꽤 지루한 라이딩이 될 것 같았다.


읍단위의 도시라기에는 제법 크고 복잡한 진영읍에서 첫번째 길헤매임으로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봉화마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낸터이라 통영까지의 이동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다.



단감을 파는 직판장들이 줄이어있던 진영읍을 벗어나 창원으로 향하는 14번 국도를 타고 라이딩 하였다. 창원과 마산지역은 처음와본 도시이다. 차량 통행이 많아 복잡한 도로는 버스와 택시, 신호등과 교차로 등을 신경쓰느라 힘들었다. 


도로변의 인도는 좁게 느껴지고 변변한 자전거길조차 없었다. 큰 도시들의 시내를 관통하는 라이딩은 정말 피곤하고 피하고싶다 생각하였다. 


 

창원역과 멀지않은 마산역을 지나 도로변의 다이소를 보고 자전거를 세웠다. 여행중 에어매트를 대신할 저렴한 매트가 필요했다. 좀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았다.


일반적인 매트는 부피가 너무컸고, 등산용 매트는 겨우 엉덩이만 깔고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셀카봉과 카메라 삼각다리를 사들고 쵸코바를 먹으며 30여분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언양시장에서 점심이후 변변한 식사를 못한 것이다. "이래저래 지칠만 하네.."


 

혼잡한 마산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밤밭고갯길과 동전고갯길이 연이어 힘들게 하였다.  동전고개의 큰커브를 돌자 멀리 터널같은 것이 보였다. 설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자전거를 세우고 말았다.


세워둔 자전거의 기울기가 이상하였다. "어, 원래 이렇게 기울어져 있었나." 킥스탠드를 안쪽으로 밀어넣고 자전거을 다시 세우자 툭하고 킥스탠드가 부러져 버렸다. 


 

"튼튼하다고 했는데.. 이게뭐야." 그 자리에 앉아 공구로 킥스탠드를 제거하고 공구를 꺼낸김에 안장의 높이도 조금더 올려 놓았다. 그리고 지난번 안장조절 후 계속 삐걱소리를 내던 안장의 볼트들도 마저 조여놓았다.


"참 게으르다. 공구 하나 꺼내기가 그렇게 싫어서.."


 

동전터널을 지나 2번국도와 합쳐진 도로는 진북터널을 앞두고 자동차전용도로로 변하였다. 10여미터를 거꾸러 끌고와 국도옆으로 난 구도로로 이동하였다. 진영읍의 길헤매임부터 시작되어 뭔가가 자꾸 꼬이는 날이였다.


잔잔한 내리막길이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임곡삼거리를 지나 한적한 도로변의 해물칼국수 간판의 식당에서 멈추었다. 오후 2시가 넘은시간 허기졌고 조금 지쳐있었다.

    

 

작은 식당안에서 된장찌개로 보이는 식사를 맛있는 하는 사람을 보고 "저도, 저걸루 주세요." 하였다. 괜찮은 식사였다.


점심을 해결한 후 통영으로 이동하기위해 지도앱을 켜고 지도를 확인했을 때 77번 국도의 교차로를 2Km정도 지나쳐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후의 든든함탓에 덜하였지만 조금 기운이 빠졌다.


"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이네. 어쨌든 밥은 먹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암아교차로로 되돌아와 77번 국도를 조금 이동하자 진해만의 바다가 펼쳐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이정표를 보며 내심 포항에서부터 시작된 내륙의 이동과 오늘하루 계속되었던 국도라이딩의 지루함음 달래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잔잔한 진해만의 바다위에 양식장의 부표들이 줄을맞춰 가지런히 떠있었다. 감탄을 불러일으킬만한 특별함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해안의 고즈넉한 풍경이 좋았다.  


 

창포리의 짧은 해안길이 끝나고 고갯길을 마주하였다. 이제 고갯길을 앞두면 자연스레 자전거를 세우게 된다.


 

창포리의 고개를 넘어 바로 이어진 동진교를 넘어 고성으로 들어섰다. 


 


창포리의 해안면을 복사, 붙여넣기 한듯이 짧은 해안면과 고갯길이 이어졌다. 고갯길 끝에 동해면의 해맞이공원에서 남해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도 크게 보기

고성군 동해면의 해맞이공원


 

해맞이공원을 지나자 다시 시작된 고갯길을 넘었다. 연이어 고갯길을 넘는사이 피곤해져갈 때 길가의 오래된 고목들이 잠시 쉬어가라는 듯이 자신들의 품을 내주었다.


 


오래된 고목들이 무리지어 서있는 공간, 지난 오랜세월 마을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묻여있는 듯 하였다. 고목에 기대어 귀를 기울이면 마치 지난일들의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들려줄 것만 같았다.


 

지도 크게 보기

터줏대감 고목들이 서있는 전도마을회관


 

큰 호수와 같은 느낌의 동해면의 안쪽 해안을 돌아, 넓은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는 거류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4:30분, 통영과는 거리는 아직 20Km가 남았다. 


고성군청과 통영으로 향하는 길이 나뉘어지는 거류면의 당동삼거리에서 편의점에들려 쉬며 일몰까지의 한시간정도 남아있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달리면 어둠이 내려앉기전 통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두개의 큰 고갯길을 더 넘으며 통영으로 향하는 77번 국도는 조금씩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50여분을 달려 노산삼거리에서 14번 국도와 합쳐졌다. 조금 더 넉넉해진 14번 국도의 갓길을 달리는 동안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어 달리던 자전거는 통영관광 안내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원문고개를 만났다. 통영과 거제로 향하는 차량들이 정체되어 붉은 브레이크등이 어지럽게 이어지는 원문고개 1Km 거리를 10여분만에 힘겹게 올랐다.


원문고개를 오르며 약간 풀린듯한 다리는 눈앞에 펼쳐진 통영의 바다와 야경의 감상은 뒤로하고 어여 내려가서 쉬자며 재촉하였다.     


 

다른 도시의 중심지에 비해 협소한 통영시의 무전사거리와 북신사거리를 지나며 크락션을 울려대는 차량들의 틈사이에서 불쾌감이 들었다. 통영항으로 향하는 작은 언덕길을 앞두고 지쳐있던 몸은 자전거를 세우고 신호등 건널목의 한켠에 털석 주저앉았다. 


"일단, 더는 오르고 싶지않다. 시청부근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생각해보자."


에릭스형에게 통영의 맛집을 추천해 달라하였다. 시청방향의 바다장어집과 중앙시장의 쫄복매운탕을 추천하여 가까운 시청부근의 바다 장어집으로 결정하고 시청을 돌아 무전사거리로 향하였다. 


"왜, 외진 언덕빼기에 시청이 있는거야?" 


 

통영항으로 가는 작은 언덕길을 피하려다 더 높은 고갯길의 시청을 찍은 것이다. 불빛조차 희미한 언덕마을을 내려가 제2청사 주변의 곰장어집 유람선을 찾았다. 


몇몇의 곰장어집을 지나쳤지만 유람선의 간판은 보이지 않아 위치를 묻기위해 전화를 걸었다. 손님이 많아 바쁘다는 여자주인은 몇명인지를 묻고,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위치를 알려주며 언제 올건지를 물었다.


길가의 좌측코너를 돌자 바로 유람선이 보였다. 산곰장어를 파는 실내 포장마차처럼 보였고 식당 테이블에 몇몇의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가게앞에서 불을피워 살아 움직이는 산곰장어를 굽는 남자에게 자전거를 두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모른다며 알아서 하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고, 식사를 할 수 있는냐는 질문에 못알아 들을 사투리 억양으로 안된다는 대답을 다시 퉁명스럽게 하였다.


그런사이 조금전 통화를 했던 여자 사장님이 나오며 자신과 통화를 한 사람이 맞는지를 묻고 가게안으로 안내를 하려하자 남자의 투덜거림이 거세졌다. 계속 불을피워 곰장어를 굽고있다는 불만같은 것을 토해내며 퉁명스런 말투를 이어갔다.


잠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순간 민망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제가 조금전에 전화한 사람이 맞아요. 됐습니다. 다음에 올게요." 하였다.   


자신의 불만을 토해내는 남자에게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감정의 불만이나 고민들을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볼쌍스런 표정으로 이기적인 감정의 불필요함들을 배설하였던가. 


"그런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아. 오히려 내 자신을 어지럽히고 타인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 


 

곰장어구이가 먹고 싶어졌다. 유람선의 남자사내가 붉게 피어로은 숯불에 굽고 있던 살아있는 곰장어가 머리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한편 외면당한 무안함이 반감의 고집처럼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몇 바다장어집을 어플을 통해 검색을 하고 통영항의 맛집 두군데를 선택하였다. "결국 통영항을 가야하는구나." 


작은 언덕길을 넘어 중앙시장과 서호시장를 지나는 사이 거리의 분위기는 어둡고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통영항 주변의 첫번째 식당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패쓰하고 윤이상공원의 두번째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먼저 야영을 할 수 있는지 공원을 둘러보고 길 건너편 장어구이집으로 가자 영업이 끝난 것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어두운 항구길을 따라 이동하며 항구 건너편 불을 밝힌 몇몇의 간판들외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성게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쌉싸름한 성게비빔밥 한그릇은 매력적이였지만 친절함은 느낄 수 없었다. 


 

통영대교의 예쁜 야경과 달리 인적이 없는 어둡고 침침한 도시였다. 통영의 첫느낌은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고 신경질적이며 우울한 느낌이였다. "동양의 나폴리라던데.."


 

야영을 하려다 낯선 도시의 음산한 기운에 눌려 숙소를 잡고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내일 통영일주전 동피랑 벽화마을을 먼저 둘러보기 위해 통영항 부근의 숙소를 선택했다.


"통영. 밝은 하늘색 같은 청량함,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오는 라라라라라라~라라 CM송이 생각나는 도시였는데. 완전 회색빛의 다크한 고담시같잖아."  

 

아침나절 진영읍에서부터 꼬이던 일들이 아주 많았던 고된 하루였다. "내일을 기대할께.."


 

GPS 정보

 


D+8일 : 2018.11.05 / 맑음・19도

울산-십리대밭길-태화강자전거길-언양시장-양산-양산천자전거길-낙동강자전거길-밀양-김해-봉화

반가웠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선화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김해 봉화로 향한다. 그때, 너무나 황망하고 미안해서 그리고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편 그대가 미워서 꽃한송이 올리지 못한 마음의 짐을 이제서야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그리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대가 그립습니다."

이동거리

102.85Km

누적거리

1,237.14Km

이동시간

6시간 33분

누적시간

62시간 30분


태화강자전거길
낙동강자전거길
59Km/3시간 45분
44Km/2시간 48분
울산
양산
봉화
 
 
1,237Km

 

울산의 동천강과 태화강의 자전거길이 좋고 잘되어 있다는 말에 선화는 "태화강의 십리대밭길을 꼭 들려보세요." 하였다. 봉화에 가기위해 태화강과 낙동강의 저전거길를 따라 이동한다.


편의점에 들려 햄버거빵과 쵸코바를 비상식으로 사서 넣어두고 출발하였다.


 

태화강의 저전거길은 태화강을 따라 울산에서 언양까지 이어져있다. 한강의 자전거길처럼 잘 정비되어 있는 울산의 태화강 자전거길.


 

십리대밭길을 가기위해 자전거와 사람만이 건널 수 있는 십리대밭교를 건넌다. 한강의 중량천 정도의 크기인 태화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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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 서쪽에 위치한 태화강대공원내 십리대밭. 


울창한 대나무숲을 따라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대나무길을 따라 아침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자전거와 전동차의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있는 산책로의 출입구에 놓여져 있었다. 자전거길을 따라 가던중 울창한 대나무밭의 안쪽 산책로가 궁금하였다. 


자전거에서 끌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포장되지 않은 제법 넓은 흙길의 산책로가 바깥쪽의 대나무에 비해 굵고 높이 자란 대나무들이 사이로 이어져있었다. "안쪽 산책로처럼 자전거길이 놓여져 있으면 환상적이겠다."


 


11월의 초. 남쪽의 울산은 늦가을의 바람과 햇볕이 찬란하였다. 


 

태화강을 따라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마주하던 자전거길은 선바위교를 조금 지나 끊기여 있었다. 자전거 휴게소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길을 찾는동안 자전거를 타고 앞서가던 사람이 보였다. "낯선 곳에서 길을 모르면 따라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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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교를 지나 자전거길은 짧게 끊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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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성교의 좌측으로 태화강 자전거길은 다시 이어진다.


앞서가던 사람을 따라 도로를 잠시 이동하니 망성교가 나오고 좌측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시멘트 포장길로 넓직한 길이 최근에 정비된 것처럼 보였다.


시골의 작은 천변길 같은 평탄한 자전거길 달리는 동안 작은 소도시가 나타났다. 양산으로 가기위한 국도이동을 앞두고 먼저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길건너 오래된 시장골목 안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섰다. 


시장 초입의 소머리 곰탕집을 시작으로 커다랗게 옛날곰탕의 간판을 단 음식점들이 보였다. "곰탕이 유명한 곳인가? 여기가 어디지?"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언양임을 알게되었다. 


 

"언양은 불고기가 유명하지 않은가? 몰라, 어쨌든 곰탕 좋다!" 


 

 

 

 

 

좁고 허름한 식당안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명인데 식사되요?" 묻자 곧 자리가 난다며 조금 기다리라고 하였다.


 

 

 

잠시후 자리가 난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5~6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파무침과 함께 나온 곰탕은 넉넉하였고 진한 국물의 든든한 한끼 식사였다. 식사를 하는 중 앞자리에 자전거 복장을 한 현지인이 자리를 잡았다. 자리가 나는 곳에 아무렇게나 합석을 해서 먹는 모양이다.


 

맛집으로 알려진 지역의 좋은 음식점보다 이런 곳이 좋다. 타지 관광객들의 수다소리는 시끄러운 잡음과 같지만 특별할 것 없는 현지인들의 대화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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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 알프스시장 초입에 위치한 시장곰탕집.



 

MTB 코스중 언양 알프스 코스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났다. 너무 멀리 떨어진 갈일이 없는 곳이라 코스에 대한 설명을 흘려들으며 알프스라 붙여놓은 코스명이 과장되고 우습게 느껴졌었다. 


"알프스가 언양의 브랜드 텍스트 인가보구나." 여전히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웠다. 


 

언양에서 양산까지는 35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양산시에 들어서며 생각보다 도시가 크게 느껴졌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경남의 도시들이 쾌적하고 발전이 되어있는 것은 알았지만 의외다 생각하였다.


양산시에 진입하여 도로이동을 제법하였음에도 양산천 자전거길이 나오지 않았다. "양산, 꽤 크잖아." 낙동강으로 가는 양산천의 자전거길을 지도앱으로 찾았다. 양산천 자전거길은 양산 종합운동장 부근에서부터 정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크기도 하지만 도시가 길쭉하잖아." 35번 국도를 따라 길쭉하게 이어진 양산시의 모양이였다. 


 

 

길게 이어진 양산의 물류센터들과 양산천의 제방위로 정비된 자전거도로는 백미터 달리기의 일직선 주로처럼 직선으로 뻗어있었다. 대략 4Km에 가까운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로는 낙동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맞바람과 함께 나를 숨막히게 하였다.  


좀처럼 변하지 않은 주변 풍경이 마치 실내에서 자전거 롤러를 타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게하였다.


 


드디어 낙동강 자전거길은 마주하였다. "20Km로 달리 수만 있어도 좋겠다야."


 

생각대로 낙동강 자전거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단체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한강길에 비하면 조금 황량한 느낌이였지만 넓게 뜨인 공간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울산의 숙소에서 조금 게으름을 피우느라 늦게 시작된 라이딩탓에 봉화까지의 시간 여유가 조금 없었다. 낙동강길에 들어서 페달의 속도를 내어 달렸다.



 

수변 공간이 없는 오봉산 주변은 강위로 700M정도의 나무테크를 놓아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나무테크를 밟는 느낌이 그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들렸다.  



 

대체적으로 게으른 것인지 창의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넓은 공간인데 조금씩이라도 굽어지는 길을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길게뻗은 단조로운 자전거길이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밀양으로 들어선 자전거길의 멋진 억새길을 돌아나오자 김해와 밀양을 잇는 낙동대교 넘어로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낙동대교와 신삼랑진교를 지나 첫번째 보이는 낙동강철교는 현재 레일바이크를 타는 관광레져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밀양에서 김해로 넘어가기 위해 낙동철교 사이에 놓인 삼랑진교를 넘는다. 차량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옛날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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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김해로 넘어가는 삼랑진교



삼랑진 대교를 넘는사이 신낙동철교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였다. 낙동철교에 지표면이 가려져 강위로 떨어지는 해처럼 느껴졌다.   


 

 

마사리를 지나 봉화로 넘어가기전 고개 하나가 나왔다. "김해평야의 평지 라이딩을 기대했는데. 커브가 보이는 하나가 전부겠지?"


모정고개를 오르며 조금 편하게 가면 안될까는 생각의 투정하였고, 두번째 커브가 고개의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안도하였고, 모정고개의 내리막이 반대편의 오르막보다 길고 경사가 높다는 것에 감사의 외침을 외쳤다. 


"역시 함부러 투정하면 안되는거야. 쓸데없는 투정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는 거라구."   


 

모정고개를 내려오던 중 도로는 Y자로 나뉘어졌다. 자전거길의 이정표는 직진방향을, 노무현 대통령 생가 이정표는 좌측방향을 가르켰다. 10여분정도 후 빠르게 내려앉을 어둠에 대한 생각이 빠르게 핸들의 좌회전을 이끌어냈다.


몇분이 지나지않아 어두었졌다. 한림면을 앞두고 봉화마을까지 가는 길을 여러분 찾아봐야 했다. 가운데 봉화산을 두고 시골의 마을길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조금이라도 큰길을 따라 이동하기 위해 봉화산을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봉화산 주변은 중소형 공장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는 공업단지처럼 느껴졌다. 


어두운 도로의 양쪽으로 환한 불빛의 공장들이 묵직한 기계음을 울리고 커다란 물류트럭 같은 것들이 주기적으로 지나다녔다. "봉화마을이 시골 촌동네가 아니였나?"


봉화삼거리에 이르기전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앞 테이블에 앉았다. 먼저 주변의 음식점을 검색하였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울산에서 출발전 검색해 두었던 봉화마을내 봉화둥지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편의점을 지나쳤다.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노란 바람개비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조금 이동하니 바로 봉화마을이 나왔다. 캄캄한 시골의 작은 동네였다.


둥지휴게소에 가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가로등을 제외하고 불이 켜져있는 건물은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 봉화장날뿐이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들어선 순간 가게에 있던 여성분이 잠깐 놀라고, 그 모습에 나도 놀랐다.


이른 저녁이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 매장에 갑자기 시커먼 사내가 들어오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이든 요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아 봉화막걸리와 황태국만을 집어들었다. "어쩔 수 없으니 이거라도 먹자."


 

봉화마을회관 앞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관광안내소의 화장실에 들려 간단히 세면을 하였다.


 

 

캄캄하게 정막이 흐르는 조용한 시골의 밤이였다. 아침에 사넣어둔 편의점 햄버거와 황태국 그리고 봉하막걸리 한병으로 저녁을 하였다. 순하게 넘어가는 봉하 막걸리는 꽤 괜찮았다. "한병 더 살걸 그랬나."


 

울릉도부터 시작되었던 왼쪽 발목의 시큰거림은 안장을 높이고, 위치를 뒤쪽으로 이동시킨 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이틀정도 남았있던 약간의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왼쪽 새끼손가락의 저림현상은 계속되었다. 피팅의 문제인지 쇄골의 수술의 후유증인지는 모르겠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때를 제외하고 큰 지장은 없으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쨌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GPS 정보

 


D+7일 : 2018.11.04 / 봄같은 날씨・19도

포항 영일대-송도해변-경주역-대릉원-첨성대-불국사-울산-바이크하우스

포항을 출발하여 울산의 바이크하우스로 향하는 길, 호미곶과 구룡포를 이어타는 해안길은 8년전 전국일주에서 지나왔기에 이번에는 경주를 경유하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이동거리

91.57Km

누적거리

1,134.29Km

이동시간

7시간 20분

누적시간

55시간 57분


형산강자전거길
동천강자전거길
44Km/3시간 32분
48Km/3시간 48분
포항
경주
울산
 
 
1,134Km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폭죽소리가 사라지고 귀을 간지럽히는 잔잔한 파도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너무나 가깝게 들리는 파도소리에 두어번 잠이깨어 혹여 밀물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울산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호미곶의 해안도로가 아닌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경주를 경유하기로 결정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경주가 궁금하였다.   


 

나는 타자의 삶에 무관심하며 게으르다. 나에게 그들은 그저 보이는대로 관찰되어질 뿐, 나에게 어떤 특별함이나 어떤 의미같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나의 삶에 개입되지 않은 채 놓여있는 존재에 대해 타자로서의 의미없는 시선조차 두질않는다. 게으름이다.


 

2002년 여름, 동네 꽃집에서 사온 3개의 허브화분은 반년이 지나기도전에 미친듯 부풀어올라 작은 방안 가득 향기로운 허브향을 채워놓았다. 정성스레 화분을 가꾸는 동안 가지를 잘라 여러곳에 놓아두고, 몇잎을 떼내어 우러낸 은은한 향의 차를 마시고, 가끔씩 간지럽히듯 쓰다듬는 손길로 단순하게 반복되던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였다. 졸업후 3년 가까이 이어지던 시험 공부중이였다.  


준비중이던 시험의 2차를 앞두고 화분을 햇볕이 잘드는 야외에 옮겨두고 장흥으로 내려갔다. 2년 또는 3년만의 귀향길, 2차 시험에 실패하더라도 1차가 면제되는 후년까지 공부를 이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2~3일정도 머무를 생각이였다.


도착한 집에는 작은 화단처럼 못보던 꽃과 나무들이 현관옆 좁은 공간에 빼곡히 심어져있었고, 집안 곳곳에 화분들이 놓여져 계절에 맞는 꽃망울들을 터트리고 있었다. 생경스럽고 의외의 모습이 놀랍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한평생 지겹도록 농사를 지어온 분이 이유없이 풀같은 것들을 정성스레 가꾸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생 파며 고추며 감자 같은 것을 심고 키웠는데 지겹지도 않으신가?"


2~3일 머무르려던 계획은 그해 월드컵이 끝나도록 늦춰졌다. 리플레이로 반복되는 골장면에 "워매. 또 넣었네"를 반복하시는 그들과 함께 축구를 보았고, 도움이 되지않은 일손을 거들며 논두렁에 피어오른 커다란 네잎클로버를 찾았고, 어릴적 뛰어놀던 산속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올라 어린시절 겹겹히 가로막힌 산너머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상상하며 즐거웠던 무언가을 확인하고 싶었다. 산정상의 바위에 앉아 멀리 바라보이는 장흥의 바다를 처음으로 보았다.


바다가 있다는 것보다 가까이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30년이 가깝도록 그것을 확인해보려 하지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그곳에 올라 내가 확인한 것은 바다가 있었다는 것 뿐,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내려오는 길에 보랏빛 제비꽃을 꺾어 아끼는 책속에 꽂아두었고, 부모님께 하고자했던 말은 끝내 하지못하고 10여일이 지나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무성했던 허브들은 모두 말라 죽어있었다. 바람이 잘드는 그늘에 두었더라면, 시골에 가기전 누이에게 잘 관리해줄 것을 부탁하였더라면, 그전에 그들의 빠른 성장에 맞춰 조금더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었더라면, 아니 애초부터 죽어버릴지도 모를 꽃같은 것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들이 밀려왔다.


몹쓸 꽃이였다. 나의 관심밖을 벗어나면 한시도 살수없는 이내 죽어버릴지도 모를 안쓰럽고 딱하기 그지없는 그 몹쓸 꽃. 말라 비틀어진 허브들을 바라보며 집안 곳곳 꽃을 기르는 그녀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 몹쓸 꽃이 나였구나."  


나는 그녀의 삶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였다. 지금껏 단지 부모로서의 존재외에, 여자 또는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그녀는 아무것도 인식되지 않았다.


산너머의 바다도, 나의 어머니인 그녀도 나의 인식과는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것들을 당연하다 치부한 채 게으름을 피웠던 것이고, 관계로 규정지어 놓은 자신의 틀안에 이해라는 오해의 변명들, 감정의 자기 확신과 그것을 확인하려는 이기적인 편협함이 존재로서의 그녀를 부정하거나 가둬두려 했던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고싶다. 그리고 더는 누군가의 몹쓸 꽃이 되고싶지 않아."


그해가 가고 공부중이던 모든 책들을 버렸다. 다시는 시험을 보지않았으며, 화분같은 것도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로서의 엄마가 아닌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2018년 겨울. 이제는 평범한 대화조차 길게 이어가기 힘든 그녀를 바라보며 "엄마, 화단에 뭐할려고 꽃을 심었어?" 물으면 "내가 산에서 캐다 심었다. (어쨌든) 심어놓으면 이쁘다." 하신다.


깊은 뜻이 있는 말인지, 지난일의 평범함 소회인지 모르겠으나 그말의 뜻을 이해하려 하지않는다. 그저 그녀와 함께 그녀의 꽃에대해 얘기하고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 그 꽃이 이쁜게 아니구 엄마가 심어 놓으니까 이쁜거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고, 사랑하며 무엇보다 그녀의 삶을 존중한다.


 

불현듯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 갔다. 관계에 있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써 인식되기를 바란다. 또한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때도 지금도, 난 그저 나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며 너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송도해수욕장을 지나 시작되는 형산강 자전거길을 따라 포항시를 벗어난다. 지난밤 영일대의 수평선을 대신하던 포항제철의 공업단지는 강의 건너편 너머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익숙치않은 공업도시의 풍경이 낯설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큰 공장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 것일까?" 궁금하였다.



형산강의 자전거길은 조금 투박스러웠지만 형산강을 따라 정비되어 길게 이어졌다.


 

유강대교를 지나 끊어진 것 같은 자전거도로는 철길과 도로를 건너 도로를 따라 경주와의 경계면까지 이어졌다. 경주에 들어서자 자전거길은 다시 형산강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로 이어졌다. 


 

강동대교를 넘어 7번 국도를 이어타야 했지만 무심하게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하다보니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제법되는 거리를 되돌아와 강동대교 넘고 충분히 넓게 확보되어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경주 시내로 이동하였다.


잠시 쉬기위해 멈춘 호명리 근처의 주유소옆 작은 휴게소. 어제 저녁의 먹다만 치킨때문인지 약간의 허기가 일찍 찾아왔다. 휴게소 옆 손짜장이라 간판을 내건 중국집에 들어가 짬뽕밥을 주문하였다. 


 

카다란 그릇 가득 담겨진 짬뽕과 넉넉히 눌러담은 밥그릇이 마음에 들었다. 갖은 야채들과 꽃게, 해산물 그리고 돼지고기 같은 것이 채워져 있는 자극적이지 않고 채수의 부드러움이 가득한 맛이였다. 


불맛같은 맛의 특별함은 없었지만 한끼의 든든한 밥을 먹은 것 같은 따듯한 식사였다. "마치 오랜만에 먹는 집밥같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행운같은 좋은 식사를 하였다. 국물까지 싹싹 비웠을 때, 다른 손님의 주문받고 수타면을 뽑기위해 면을 쳐대기 시작하였다. 면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떤 음식이 만들어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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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리 강동고속주유소에 위치한 휴게소 손짜장.


농기계들의 이동로로 겸용되어 사용되는 경주방향 7번국도의 넉넉한 갓길은 편안하고 한가롭기까지 하였다. 자전거로 이동하며 어쩔 수 없이 이동하게 되는 국도변들이 이렇게 정비되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경주시내에 들어서자 지붕에 기와를 얻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기와지붕의 엔젤리너스를 보며 뭔가 이상한데 이 도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기와지붕은 인테리어 별도인가?"



경주역에 도착하여 역전 관광안내소에서 경주관광지도를 챙겨나왔다. 3시간정도의 여유로 경주를 구경할 수 있는 동선을 생각하는 사이 길 건너편 경주빵집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경주는 빵이 유명한가보네."


서울로 전학을 온 후,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곳에 수학여행을 왔던 기억과 8년전 전국일주를 하며 지나쳤던 동해쪽의 해안길이 경주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다. 

 

 

역앞의 광장에 흉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볼쌍스런 사람의 흉상이 것이라 짐작하며 가까이 가보니 생각과 달리 이기태 경감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추모흉상이였다.


철로에 누워있는 장애인을 구하려다 열차와 충돌하여 순직하셨다 하였다. 생활하는 주변 가까이 이런 것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그것들을 통해 기억되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조물과 설치물들 그리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인위적인 테마거리의 컨텐츠들 보다 얼마나 값지고 많은 영감을 주는지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대릉원을 시작으로 첨성대와 안압지, 선덕여왕 신종의 경주국립박물관을 구경하고 울산방향의 불국사에 들리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우선 맛있다는 빵부터 사보자."


경주역 가까이 좌측으로 늘어선 팔우정 해장국거리 뒷편으로 높은 능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측으로 황남빵, 경주빵을 파는 대형 가게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었다.


어렵지 않게 찾은 황남빵의 본점에 들어서자 주차장 가득히 엉켜있는 차량들과 북적이는 사람들의 번잡스러움이 느껴졌다. 넓은 황남빵의 매장에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였고, 주문 대기 1시간을 알리는 안내소리가 들려왔다.


"와.. 1시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네." 온라인 주문을 걸어놓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늦은 봄날처럼 따듯한 날씨, 대릉원 일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혼잡하였다. 대원릉을 들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건너편 노동리 고분군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황남동과 대릉원의 사이 좁은 담길은 주차된 차량사이로 통행차량들과 사람들로 가득차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차량들로 인해 짜증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옛도시의 한가로운 한때를 생각했던 바람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경주에 가봤다 것외에 아무런 특별함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 수학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적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가봤어. 천마총,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안압지도 가본 것 같은데 뭐가 좋았는지 모르겠네. 하여튼 가봤어." 


 

눈에 보이는 이상복 경주빵에 들어갔다. 경주빵, 계피빵, 찰보리빵 세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택배를 보내려고 하는데 먹어볼 수 있나요?"


잠깐 망설이며 주춤하더니 세가지의 빵을 반씩 잘라내어 가져다 주었다. 한입정도 크기에 팥앙금이 들어간 경주빵은 부드럽고 달달하여 밀가루나 빵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이였다. 


두 곳에 택배를 보내고 나니 찰보리빵 2개를 건내주었다. 대략 개당 천원씩에 판매되 것이니 싸다고만은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짧은 거리의 좁은 담길을 벗어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나가려는 차량과 진입하려는 차량이 서로 차머리를 맞대고 성질에 못이긴 크락션을 울려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핸드폰을 들고, 연인의 손을잡고 움직이는 사람들로 난장판이였다.


넓게 퍼진 경주의 관광지를 구경하기에 차량의 이동이 편리하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자가 차량의 이용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첨성대가 위치한 월성지구에도 사람들이 한가득이였고 비단벌레 차들이 왔다갔다 정신이 없었다. 멀리서 첨성대만을 확인하고 경주를 벗어나야겠다 생각하였다.


 

월성지구를 빠져나와 안압지의 매표 주차장에서 물한모금을 마셨다. 여전히 따사로운 볕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소란스러운 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였다.


대릉원과 첨성대의 상황과 다르지않을 안압지와 경주박물관의 관람을 포기하고 울산으로 향하는 국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불국사역을 2Km정도 남겨두고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정체되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불국사로 들어가는 불국사 삼거리. 짧은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1Km 넘게 정체되는 있는 차량들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 차들을 봐. 소란스러울 뿐일텐데 불국사에 들러야 할까." 사람들로 붐비더라도 사찰안으로 차량이 들어올 일은 없을테고 경주까지 왔는데 불국사는 둘러보고 싶었다.


나즈막히 이어지는 불국사의 오르막길을 좌회전 신호에 맞춰 줄줄히 이어오는 차량들과 함께 올랐다. 


 

차량들로 빼곡히 차있는 불이문 매표소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묶어두고 불국사 안으로 들어갔다.  


 

불국사로 들어가는 매표소는 천황문이 있는 정문과 불이문 두 곳이 있었다.


 

 

불이문매표소에서 이어지는 이동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불국사의 측면 칠보교와 백운교가 나타났다. 오래된 고목으로 아늑하게 조성되어 있는 앞마당을 보며 "불국사앞 너른 마당은 조금 황량하지 않았었나." 생각하였다.


 

 

 

 

만추의 계절속에 깊숙히 들어온 듯이 아늑하다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은 자연이 내보인 풍경속에서 음소거된 듯 들려오지 않았다.


 

 

대웅전 경내를 가득메운 사람들 사이로 삼층석탑과 다보탑을 구경하였다. "이렇게 작고 좁았었나?"


 

 

 

 

 

햇볕을 받아 은은한 대리석의 빛을 발하는 다보탑과 삼층석탑은 아름다웠다. 


 

 

 

 

 

 

 

 

 

 

 

 

 

천왕문을 보기위해 불국사의 정문으로 향하였다. 사천왕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살며 큰죄를 짓고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천왕문 우측에 자리한 비파를 들고 있는 북방의 다문천왕,  칼을 들고 있는 동방의 지국천왕. 


 

 

천왕문의 좌측에 위치한 용을 들고 있는 남방 증장천왕, 창과 보탑을 들고있는 서방의 광목천왕을 찍기위해 중국 관광객과 한참을 마주서 줄다리기를 하였다.


 

 

 

불국사의 정문과 천왕문 사이에 위치한 반야연지의 가을은 서둘러 돌아가려던 걸음을 그대로 멈춰 세웠다.


 

 


 

 

 

 

 

만추에 물든 불국사는 잊을 수 없을만큼 화려하였고 아름다웠다. 뭐라 표현하기 아까운 풍경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내어 불국사에 들렸음을 스스로 칭찬하였다.


 

언젠가 다시 가을이 오면 또한번 이곳을 여행하리라 생각하였다. "그때는 좀더 느긋하게 거닐어 볼 것이야."



불국사를 빠져나와 울산으로 향하는 7번국도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정체되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정체되어있는 차량들의 옆을 유유히 지나치며 즐거운 페달링을 내질렀다. "뭐, 조금은 샘통이네."


 

울산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의 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메아리학교 앞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이화제일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갔다. 마을길을 조금 돌아나오니 동천강 자전거도로의 시작점이 나타났다.


지도 크게 보기

동천강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메아리학교앞 이화제일아파트



 

여기서 시작되는 동천강 자전거길은 울산시의 태화강과 만나 이어지게 된다.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은 시내의 넓은 수변공원이 나오기까지 우측의 도로와 좌측의 둑방사이로 길게 이어졌다.


자전거길은 소나무나 사철나무등이 양옆으로 감싸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자라난 수풀들과 낙엽이 깔려있는 길들은 인위적이지 않은 내츄럴함의 멋이 느껴졌다. 잘 정비되고 관리되어 있는 멋진 자전거 도로였다. 자전거 생활에 대한 인식이 높은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동천강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동안 어둠이 찾아들었다. 한강의 자전거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동천강의 자전거길을 익숙한 사람처럼 라이딩 하였다.


억새길로 멋을 낸 태화강의 자전거길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울산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하였다. 8년만에 다시 찾은 삼산동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았다. 


바이크하우스가 위치해있던 낯익은 거리에 들어섰음에도 샵이 눈에 보이지 않아다. 좌우로 두어번을 지나치고서야 불이 꺼진 바이크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일요일이구나."


삼일전 선화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정도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두었지만 일요일이라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두어번의 전화연결이 되지않고 간단하게 카톡을 남겨놓고 샵의 외부의자에 앉아 숙소와 저녁을 해결한 음식점을 찾았다.


10여분이 지난 후 선화와 통화가 이루어졌다. 상가집을 조문중이라는 선화에게 숙소와 음식점을 물었다. 꼼꼼하게 지도맵에 손메모까지 하여 주변의 위치들을 알려주었다.


 

바이크하우스 주변, 평소에 자주 찾는 다는 가마추어탕 집을 알려주었다. "형님, 거기서 김치찌개를 드세요. 바이크하우스에서 왔다고하면 잘해줄겁니다." 하였다.


"바이크하우스에서 왔다고하면 잘해준다고 하던데요." 하였더니 가게 사장님이 웃으며 "말소리를 들으니 여기 사람이 아니네요." 하였다. 여행중이고 동생네 가게에 들렸다 말해주었다.


돼지 생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깔끔하였다.  


 

든든하게 저녁을 하고 주변의 모텔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숙소를 잡았다. 울산의 삼산동은 서울의 여느곳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번화가다. 


샤워를 하고 숙소에서 쉬는동안 조문중이던 선화가 숙소주변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였다. 주변의 커피숍에 들려 일상의 친숙함처럼 편안하게 즐거운 대화들을 나누었다.


자전거 대회를 즐기던 선화는 언제부터인지 철인 삼종의 아이언맨이 되어있다. 자신의 방법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그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멋지게 살아라. 응원한다."


이른 아침 서울에 일이있어 KTX를 타야한다는 선화와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GPS 정보

 


D+6일 : 2018.11.03 / 맑음・18도

후포해변-축산항-강구항-월포해변-칠포해변-영일만-영일대해수욕장

너무나 화창한 날씨, 후포항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동해안 자전거 도로와 7번국도를 번갈이 이동하며 동해안의 풍경속에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였다.

이동거리

88.14Km

누적거리

1,042.7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48시간 37분


축산항
월포해변
45Km/4시간 23분
43Km/3시간 04분
후포
강구항
포항
 
 
1,043Km

 

이른 아침, 후포해수욕장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아주머니들의 움직임 소리에 잠이 깨었다. 조금은 차갑고 거센 바람이 부는 아침 멀리 수평선을 따라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


왼쪽 발목쪽이 신경이 쓰일정도로 시큰거렸다. 라이딩을 하는동안 몸의 이상현상은 왼쪽 세끼손가락이 저린 것과 왼쪽 발목 접히는 부분이 시큰거리는 것이였다. 


 

여행 출발전, 패니어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조향을 위해 안장의 높이를 낮추고, 전후위치를 앞으로 당겨놓았다. 좀더 편하게 무거운 자전거를 다루기위해 세팅을 바꾸어 놓았는데 그것이 문제인 것 같다.


왼쪽 발목만이 시큰거리고 부은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리막길에서 윗쪽으로 위치하는 왼쪽페달이 낮아 발목이 많이 꺾이여서 그런 것 같았다. "어둠속에 미시령을 내려오며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나?" 생각했다.


패니어를 장착한 무거운 자전거는 내리막의 길에서도 안장에 앉아 조향을 해야했다. 안장에서 일어서면 앞의 핸들과 뒤의 움직임이 심한 철렁임일 일으켰다. 


또한 자전거의 출발시 오른쪽 페달을 밟고 힘이 들어가는 첫번째 페달링이 높은 위치에서의 왼쪽페달이므로 똑같은 발목의 꺾임에 무리가 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안장을 높이고 뒤로 밀어둬야지 생각하면서도 조금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후포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자전거도로는 짧게 끝이났다. 해볕을 받는 해안면이라 기온이 올라가며 덥다는 생각을 하였다.


 

 

 

 

해안 이면의 구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조금은 지루했던 도로는 칠보산휴게소를 앞두고 잠깐 7번국로 이어진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이 추천해 주었던 칠보산 휴게소에 들렸다. 이른시간임에도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정차되어 있었다.


휴게소 편의점에서 한식뷔페의 식사권을 구매하고(대인 9,000원) 안쪽에 위치한 뷔페식당에 들어섰다.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에는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과 음식의 배식장은 분리되어 깔끔하였고 조리된 음식도 정갈하게 보였다. 기본의 밑반찬 몇가지와 불고기를 잔뜩담아 첫번째 접시를 비우고 두번째 접시마저 깨끗히 비운후 든든해진 윗배를 두드렸다.


 

첫번째 접시를 비울때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식당안은 조금은 여유러워졌다.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님 말처럼 깔끔하고 제법 맛있는 음식맛이였다.


하지만 나와달리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9,000원의 식사권이 저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단체객에게는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있나?"


 

 

 

 

 

 

 

 


두번째 접시를 비운 후, 계산대에 다가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조금 담아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여행중인데요. 죄송하지만 추가요금을 내고 조그마한 찬통에 음식을 싸갈수 있을까요?"


식권을 구매할 때 젊은 남자분이 아닌 식당의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어르신께서는 바쁜듯 음식의 외부반출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한식 찬들이 기본인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식당의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인심이 조금 박하네." 생각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한 접시 더 먹고 나갈까 생각하다 충분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혜음료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쨌든 잘 먹었다."


 

 

다시 평탄한 해안의 구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더워진 날씨에 져지와 바람막이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라이딩을 이어갔지만 동해의 햇볕을 바라보며 달리는 라이딩은 든든한 식후 나른함과 함께 게으른 페달링을 만들어냈다. 


 

 

고래불해변을 지나 쭉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며 한마음 대게수산에 전화를 걸었다. 대게를 주문해 놓으면서 생물로 보내달라는 메세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두차례 전화 대기음이 울리고 "어머, ***님의 남편 사장님. 안녕하세요?"하며 여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야, 너, 이것, 저것 아무렇게나 불려왔지만 누구의 남편이라는 칭호는 처음이였다. 어색하고 낯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불리움에 잠시 먹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남편이라니."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어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부등을 전하고 나서야 대게 주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웃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틀후에 배가 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급한건 아니니 알아서 해달라 전하고 한번더 만나뵙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였다.


 

고래불대교를 넘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았다. 항구와 마을을 지나치며 볼수있는 대게와 홍게를 판매하는 광고물들은 어느새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들고 바뀌어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2미터정도의 봉들을 줄로 이어 세워놓거나 비슷한 구조의 신식 건조대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중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 용도를 알게되었다.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나?" 생각하였다.


 

반건조 오징어 6마리 만원으로 시작된 길가의 직판장은 대게를 파는 영덕에 가까워졌을 때 4마리에 만원으로 바뀌었다. 한봉지 사서 맥주 한캔을 하고 싶었지만 잇몸과 치아가 좋지않아 씹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나는 그저 마음뿐이다.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사서 먹어볼 것을."  


 

포항까지 이동하는 100Km가 안되는 거리에 조금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린 것인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에 지친 것인지 좀처럼 라이딩 속도가 나지않았다.


축산항에서 잠시 쉬며 남은 거리를 보았다. "아, 겨우 1/3 온거야?"


 

축산항을 지나 마주한 20번 지방도로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의 끝에 잠시 낚시를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였다. 


무언가 취미가 있어야 한다면 낚시를 배워보고 싶었다. MTB를 타며 낚시에 대해 조금 잊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들처럼 바다낚시를 하며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는 손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별관심은 없다. 잡거나 못잡거나 그만인 일일뿐이지만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과 파도소리에 묻혀 시간의 망중한을 사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을 앞두고 예상했던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의 힘겨움보다 페달링에 힘이 가해지며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왼쪽 발목의 통증이 전기자극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부근의 풍력발전기의 날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반대편을 향해 날개가 향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맞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꼭 힘든 곳에는 저 바람개비가 하나씩 있더라. 인제 용대리, 울릉도 현포령 이번엔 여기라니?"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이 없는 확트인 공간이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뜨는 것을 보면 장관이긴 하겠다."


 

 

해맞이 공원으 내리막길 끝에 위치한 영덕 해양환경 체험관의 조형물이 갈길이 바쁜 자전거를 세웠다. 


"강남 코엑스 센터의 강남스타일 조형물과 비슷한 느낌이네. 대게집 인테리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해맞이 공원을 끝으로 오르막길은 이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지나치려던 길을 멈춰세우고 작은 슈퍼에 들렸다. 창포리 대부슈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민박과 함께 식료품을 파는 곳이였다. 맥주 한캔을 하고 싶다며 안주거리가 뭐가 있을지 물었다. 아무래도 지나온길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변변하게 선택한 물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슈퍼의 아주머니께서는 딱히 추천해 줄것이 없어서인지 초코바 같은 것이 어떠냐며 물으셨다. 커다란 양파과자를 고르고 "양이 너무 많지 않을까요?" 하니 맥주를 두개를 마시면 어떠냐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두개를 먹어도 남을 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남으면 갈매기들을 주라고 하셨다. 


"여기 갈매기들은 동네 사람을 알아봐요. 먹을 것을 주면 알아서 날아온다니까요."


 

맥주를 사들고 근처의 방파제로 향하였다. 조그만 항구앞 정자에서 먹을까 생각하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방파제에 앉아 먹는 것이 좋겠다 느껴졌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머니들을 구경하는 사이 마을주민이 놓아준 먹이를 먹기위해 몰려드는 갈매기떼를 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거지?"


 


 

낚시를 하는 몇몇 사람들을 구경하며 방파제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모금을 마셨다. 멀리 해맞이공원 방향으로 풍력발전기의 날개들이 보였고 조금전 갑자기 몰려든 갈매기들은 방파제 건너편 테트라포드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봄날의 어느날 한가롭기 그지없는 더딘 시간처럼 느리고 따듯함이 느껴지는 풍경이였다. 제법 오랜시간을 따듯한 햇볕이 달구는 방파제에 앉아 시간을 보내였다.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는 다시 대게를 판매하는 광고들로 바뀌었다. 오전의 느린 이동과 창포리에서 보낸 시간들로 포항으로 향하는 페달링이 바빠질 때쯤 강구항에 이르렀다.


항구의 사장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차량들과 사람들로 복잡해진 오른쪽 코너를 돌았을 때 뭔가 비현실적인 거리모습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거대한 증기로 가득한 거리에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레 나타난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섞이는 복잡함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거리의 상황을 살핀후에야 여기가 영덕의 대게거리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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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 주변 대게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영덕대게마을


후포의 소박한 대게시장의 정겨움과는 달리 거대한 방직공장의 증기기관처럼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거리는 살풍경스럽다 생각들었다. 대게를 삶은 냄새가 진동하였고 가게마다 한명씩 사람이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주차와 식사권유의 호객을 외치고 있었다.


 

지루하리만큼 조용했던 라이딩중에 느닷없이 마주한 풍경이라 그런 것인지 거부감이 먼저 밀려들었다. 시장의 모습에 놀란면도 있지만 지역내 시장 수요만으로 마켓이 유지가 되는지 궁금하였고 생경한 관경속에 아쉬운 것들이 느껴졌다. 


"차량들과 호객의 복잡함이 아니라 저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좋을텐데. 판매 경쟁의 거리가 아닌 컨텐츠를 담은 길을 만들어 놓으면 편하게 거닐며 구경하고, 마음 편히 좋은 서비스 찾아갈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강구대교를 건너 조금전 지나쳤던 대게거리의 반대편은 사뭇 다른 느낌의 거리풍경이 이어졌다. 구도시로 보이는 거리는 건너편의 모습과는 다르게 생기마저 잃어버린 거리였다. 


뭔가 슬프다는 느낌이였다. 항구를 두고 마주하며 상권을 잃어버린 늙은 거리와 상권을 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존의 거리. 이미 낡아버린 과거와 머지않아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보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활기차 보이는 건너편 대게시장의 모습도 머지않아 여기처럼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는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강구항을 지나 23번 지방도로는 7번국도로 이어져 장사리의 부흥교를 건너 포항에 들어섰다. 심플한 텍스트의 CI가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7번 국도의 갓길은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넉넉하였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한참을 내달려 오션힐스CC가 있는 화진사거리에서 국도를 빠져나왔다.


 

소박한 시골길과 구불하고 복잡한 마을길을 돌아나오자 답답했던 국도의 라이딩을 잊게해주는 시원한 풍경이 나타났다. 후포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영덕의 언덕길길과 구도로 그리고 국도 라이딩이 지루함이 해갈되는 것 같았다.


 

방파제 사이 계단을 통해 파도가 밀려오는 너른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강원도 해안의 모레사변과 다른 느낌의 풍경이였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거나 위로받기에 또는 즐거운 바람들을 그리거나 이어가기에 충분한 곳이라 생각하였다.


"아무런 말없이 이 곳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겠어. 마음을 안아해주는 넉넉함으로 때로는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청량함으로 말이지."



 

짙푸른 남색의 바다색이 아니였다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만 하였다. 


 

 

지도 크게 보기

너른 갯바위와 짙푸른 바다의 풍경-포항 북구 화진리의 해안길


 

 

 

평탄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월포해수욕장까지 이어졌다. 토사가 쌓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청하천의 민물, 월포해변의 바다 그리고 가을 하늘의 각기다른 색과 움직임들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였다.


 

월포해수욕장을 끝으로 해안도로는 20번 지방도로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포항까지 20여Km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해안도로를 거쳐 다시 20번 지방도로 돌아오면 그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칠포교를 넘으며 변화된 풍경은 포항시내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줄지않던 20Km는 한시간정도의 라이딩 거리를 남겨두었다.


 

 

 

현대중공업 공장의 거대한 작업장과 직선으로 쭉뻗은 영일만의 대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크고 넓직하였다. 


 

80Km 정도의 여유롭게 생각했던 라이딩은 90Km 넘어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거리가 10Km정도 돌아오는 길이였나보다.


 

일몰이 막시작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안도하였다. 영일대해변은 푹신한 모레가 가득한 동해의 여느해변들과는 달리 딱딱한 흙바닥과 같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는 해안가는 아늑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다. 


바다건너 멀리보이는 거대한 크레인과 포항제철 공업단지의 실루엣이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도심의 뒷편으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낯선 도심의 밤의 풍경이 궁금하였다. 야영을 할 곳을 찾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을 걸었다.


포항 외곽의 조용한 해변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고 제법 붐비는 거리였다. 산책로 한가운데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리드미컬한 그루브를 타며 즐기던 7명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을 보며 포항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여유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시였다. 동해안의 너른 백사장을 품은 해변에 비하면 볼품없이 내추럴해보이는 영일대 해변은 관광지가 아닌 공업도시의 평범한 자연공간으로서 사랑받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욕망의 찌꺼기들이 배설되고 모여지는 도심의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일상의 추억들이 하나, 둘 쌓이고 만들어지는 동네의 앞마당같아." 


 


 

"일상적인 소소함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해야할지, 이렇게라도 익숙해진 것들이 서글프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 거대한 포항제철의 삭막한 실루엣탓일까." 


 

저녁식사로 치킨이 먹고싶어 졌다. 영일대 해변의 건너편으로 길게 들어선 가게들중 치킨집을 찾아 들어갔다. 인기있는 메뉴를 묻고 매콤한 양념치킨과 갈릭소스의 치킨을 반반 주문하였다.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뷔페이후 아무것도 먹지않아 허기졌음에도 불구하고 치킨맛은 별로였다. 과한 소스들 탓인지 전체적으로 눅눅하게 느껴졌고, 특히 갈릭치킨은 마늘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토핑되어있는 마늘을 걷어내고 먹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마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평범하게 프라이드를 먹을걸 그랬나?" 


 

치킨을 먹는동안 바다건너 포항제철의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며 공업도시의 삭막해보이던 실루엣이 화려한 밤의 풍경을 연출하였다.


형편없는 저녁식사를 하는사이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아픔이 찾아든다. "아무것도 하기싫다."


반이상이 남은 치킨을 포장하여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와 눈에보이는 해안가의 구조물 앞편에 아무렇게나 텐트를 쳐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속삭이듯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버리지말자. 하나 둘 지나가는거야. 하나, 둘."


간간히 해변을 걷는 연인들의 산책소리와 요란하지않게 줄이어 터지는 폭죽소리, 웃음소리들이 나즈막히 밀려드는 파도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GPS 정보


D+5일 : 2018.11.02 / 너무나 맑은날・18도

울릉도 사동항-남양항-태하항-현포항-추산항-천부항-관음도-역복귀-사동항-후포항

본격적인 울릉도 일주여행. 해안도로를 따라 관음도까지 왕복하는 라이딩. 관음도의 해안터널이 뚫였지만 전기시설들의 마무리 공사로 인해 개통이 되지않아 아쉬웠고, 관음도에서 리턴하여 사동항에 도착 울릉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후포항에 도착하였다.

이동거리

221.94Km

누적거리

954.58Km

이동시간

9시간 15분

누적시간

41시간 10분


관음도
사동항-후포항
62Km/5시간 58분
160Km/3시간 17분
사동항
사동항
후포항
 
 
955Km

 

새벽녘을 알리는 장닭의 울음탓이였을까 붉은 여명이 시작되기전에 잠에서 깨였다. 편백나무의 진한 내음이 머리속을 상쾌하게 만들어 놓은듯 개운한 아침이였다. 


아무런 마음의 복잡함없이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불구하고 너무나 마음이 가볍다."


 

 

아른 아침, 마을길을 청소하기 위해 나오신 어르신들의 낯선 시선을 받으며 길을 내려와 사동항 여객터미널에 들렸다. 후포항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오후 4시 30분 출발. 텅 비어있는 여객선 터미널은 저동항이나 도동항의 터미널보다는 넓고 최적해보여고 한껏 멋을낸 건물외관을 통해서 최근에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현장매표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고객센터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였다. 여객선의 예매 시스템에 대해 약간의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나름의 사정들이 있어 현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떠나기위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이는 다이렉트 페리스와 국내의 가고싶은 섬 어플에서 여객선의 정보를 얻는다. 가고싶은 섬의 어플을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지만 3일후 일정에 대해서만 예약을 할 수 있어, 정해진 일정없이 움직이는 나에게는 어려운 제약이였다.



일단 사동항터미널을 빠져나오며 관음도까지의 울릉도 일주 거리와 소요될 시간을 생각하였다. 일주터널을 지날 수 없다면 관음도에서 리턴하여 돌아오는 거리 왕복 60여Km. 넉넉히 5시간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지금이 7시니까, 왕복해서 천천히 돌아와도 오후 1시쯤이면 오늘 4시 30분 배를 타고 후포로 가는것도 좋겠는데"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없다면 하루일정을 당겨 후포로 이동할 생각이였고, 주말의 많은 여행객틈의 번잡스러움이 생각나 가능하면 오늘 떠나고 싶어졌다.


"일단 가보자! 늦어지면 하루쯤 더 머물러도 상관없잖아.." 


 

이른아침 해안도로는 차량의 통행이 없어 편안했고 시멘트 포장의 그리 좋지만은 않은 도로의 상태는 무거운 자전거의 요란한 덜컹거림을 만들어냈다. 울릉도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형질의 해안면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는사이 통구미해변의 거북바위가 눈을 사로잡았다.


 

 

 

"왜 거북이지?" 생각하며 한참을 거북이를 찾아 바라보았다. "정말 거북이처럼 보이네"


 

평지의 해안로를 따라 이동하는 중 간간히 마주치던 공사차량들은 조심스레 지나쳐주었다. 일주도로를 새로 정비하는 것으로 2차선의 터널과 새로운 해안도로를 만드느라 분주하였다.


첫번째 1차선의 터널을 지날때 앞서던 차량을 따라 이동하던 중 터널의 맞은편에서 대기하던 차량들을 보았다. 서로간의 통행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하던중 터널의 신호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몇몇개의 터널을 통과할 때는 터널앞 신호등에 맞춰 이동하였다. 재미있다 생각하였다. 남양항 주변의 마을은 관광지의 편의시설이나 유흥시설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마을의 풍경이였다.  


옅은 보라빛의 소국처럼 보이는 꽃들이 피어있는 도로를 따라 느긋한 라이딩을 즐기던 중 곰바위터널을 지나 원형의 형태로 이어지는 교각의 다리가 보였다. 수층교, 잠시 자리에 멈춰쉬며 수층교를 오르는 차량을 지켜보았다.


"제발, 나타나지마" 오른쪽 회전후 사라졌던 차량은 한참후 다시 나타나 왼쪽회전을 하며 다리를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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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해안일주에는 저동항의 저동재, 사동터널 그리고 수층교부터 시작되는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바람처럼 되는 일이 많겠는가. 골뱅이모양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올라야하는 오르막길이였다. 섬이니, 하나쯤 큰 고갯길이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무거운 자전거는 여전히 힘에 겨웠고 미시령을 넘은이후 왼쪽 발목이 조금씩 시큰거리는 것이 부자연스런 페달링으로 힘들게 만들었다.


지속되는 업힐에 수층터널과 삼막터널로 연이어지는 오르막길. 삼막터널을 빠져나와 잠시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초코바를 깨물며 쉬었다.


"이제 끝이겠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사라진 도로를 바라보며 오르막의 끝이기를 다시한번 바라였다.


역시 바람처럼 되는 일은 많지않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 코너를 돌자 떡하니 이어지는 오르막길, 아침햇살을 듬뿍받은 도로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쌤통이라는 듯 아주 못된 미소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고갯길의 정상을 알리는 하늘을 보지못했다. 이어지는 오르막길에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정상을 향해 자전거를 끌었다. 40여분 끝에 고갯길의 정상에 서서 딱 그만큼의 내리막 보상이 주어지길 바라였다.


 

땀을 식히는 5~6분의 내리막의 끝에 S자로 휘어지는 오르막길이 보였다. "아, 아닐거야." 나도 모르게 오르막을 앞둔 삼거리에서 내리막이 이어지는 마을길로 핸들을 틀었다. "마을길을 따라 평탄한 해안길이 이어질거야.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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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네번째 고갯길 현포령의 시작을 알리는 S자 커브길.


들어선 태하항의 구불한 골목길을 돌았을 때, 관광용 모노레일과 절경의 절벽으로 놓여있는 나무테크의 등산로가 보였다. 


"절벽이구나. 참으로 절경이다. 그런데 눈에 안들어온다야."


다시 마을을 빠져나와 오르막이 있는 삼거리로 다시 돌아왔다. 태하천의 경계석에 앉아 고갯길을 오르는 공사 덤프트럭을 바라보았다. 요란한 배기음 소리와는 괴리되어 차량은 슬로우모션이 걸린 것처럼 힘겹게 오르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계속 반복하였다.


"대체 몇번을 꼬아놓은거야?"하며 지도앱을 켜보았다. 7번의 회전길 현포령의 시작이였다.



20여분을 오른끝에 7번째 회전을 하였지만 오르막길은 끝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 내뒤를 이어 지나가던 덤프트럭이 회전을 끝으로 사라졌으나 멀어지며 들려오는 차량의 무거운 배기음은 앞으로도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주어였다.


 

그렇게 10여분을 더 오르고서야 고갯길의 정상을 알리는 북면의 경계석이 보였다. "이제 그만 오르고싶다"


천천히 이어지는 구불길의 내리막으로 현포항을 중심으로 울릉도 북면의 시원한 해안이 한눈에 들어왔고, 한편으로 돌아가는길에 지나온 두 고갯길을 다시 넘어야 한다는 것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듯 아찔하였다.


 

현포항은 남양항이나 태하리에 비해 조금더 큰 마을이였지만 관광지의 활기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현포항 주변의 노인바위와 코끼리바위. 추산항을 지날때쯤 나리분지 관광을 알리는 안내문들을 자주 볼 수 있어 나리분지에 오르는 등산로가 이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천부항을 지나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덤프트럭의 통행이 빈번해졌고 새로운 터널을 뚫는 공사구간들이 이어졌다.


 

"찾았다!"


울릉도 여행을 하고싶었던 이유는 이 곳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매일 마주하여 눈에 박힌듯 각인되어 있는 울릉도의 사진 한장속 구도의 장소. 


이른아침부터 시작된 라이딩내 내 머리속에는 "오른편 시멘트벽처럼 밋밋한 결의 해면절벽과 평평한 회색 시멘트길과 하얀 도로선표시 그리고 왼편의 뭉툭한 모양의 바위섬"을 갖춘 장소였다.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장소가 관음도를 얼마남겨 놓지않은 곳에서 갑작스레 나타났다. 생각했던 장소가 맞는지 생각하는 사이 조금 지나쳐 버렸지만 잠깐 뒤를 돌아 바라본 풍경이 사진속 구도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딴바위.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그자리에 서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찾았다! 와보고 싶었는데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됐다."


 

관음도의 주변으로 일선암과 삼선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바다가운데 우뚝 솟아있었다.


 

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말해주었던 관음도, 저동항 입항시 첫번째 보았던 울릉도의 섬이였다.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를 건너 풍경이 좋다는 관음도의 전망을 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를 오르고 관음도의 전망대까지 오르는 시간의 소요가 부담되었다.


 

관음도옆 관선터널. 관선터널을 시작으로 저동항에 이르는 일주터널 작업이 마무리 작업주이였다. 2019년 초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라 하였고 이르면 올해내에 개통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이왕이면 자전거로 통행할 수 있는 터널이였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10시 30분, 막혀있는 길이고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잠시 쉬는사이 사동항의 제이에이치페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4시 30분 출발하는 배의 티켓을 문의하였다.


4시부터 출발 승선이 시작되니 적어도 3시까지는 사동항에 도착해야 했고, 4시간정도면 되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였다.


 

잠시 하루를 더 머물며 나리분지에 올라볼까 고민하다 독도를 구경한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였다. 특별히 등산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계룡산 자락을 전투구보로 오르고, 행군의 첫머리와 마지막을 늘 계룡산을 넘는 것으로 시작했던 군대시절의 기억때문에 산을 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관음도 앞 푸드트럭에 들려 허기를 채웠다. 홍합전같은 것이 있었지만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딱히 요기할 것이 없었다. 따듯한 국물의 어묵과 맥주 한캔의 시원함으로 배고픔을 달래였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어묵과 캔맥주. "간에 기별이 안가요"하며 컵라면 하나를 더 사서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운 후 사동항으로 출발하였다.


 

오전에 지나쳐온 길이라 가는길은 조금 편안했다. 낯선 길조차도 익숙해지면 편안해진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언제나 초행인 삶의 길에 대면하게되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낯설기만한 것들에 애써 익숙해지려는 억지부림이 슬프다 생각하였다. 지나온 길의 덜컹거림처럼 낯설고 익숙치않은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낯설어하며 어설프고 아플지라도 부끄러움없이 살아가는게 나의 삶이였으면 좋겠다.


"삶을 사는데 있어 타인들처럼 살아야 하거나 스페셜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삶에 프로페셔널리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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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포전망대, 태하의 절경에서 현포항까지의 시원한 전망이 일품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 귀천



암울한 시절, 국가폭력으로 쓰라린 삶을 살아온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의 싯구가 입속을 맴돌았다. 


"나의 삶은 아름다웠는가? 고작 말캉거리는 현실의 알량한 고민들로 아픔이라 스스로 짐지워 놓고 나를 좀 봐달라 징징거리는 꼴이지 않은가. 누가 나에게 이렇게 살라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지나왔던 길들을 뒤돌아 간다. 오전의 라이딩을 힘들게 만들었던 현포령을 넘어 마주한 태화리의 풍경이 감탄을 불러왔다. 섬이 아닌 마치 이제갓 단풍이 찾아든 강원도의 한 고갯길 앞에 있는 듯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였다. 


 

돌아오지 않았다면 보지못할 풍경. 오전에 이곳을 지나치며 나는 현포령의 구불한 오르막길만을 바라보며 힘들다 짜증하였다. 현포령을 넘기전 쉬는사이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아마도 그때 이 관경에 좋았다 했을것을 말이다.


 

삼막터널과 수층터널에 이르기전 만물상 전망대 휴게소 민박에 들려 풍경을 감상하였다. 판매중이던 호박쑥빵이 궁금하여 들렸다가 펜션옆 전망대에서 뜻하지않은 풍경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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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전망대는 민박집 안쪽에 설치되어 있다.


낯선 여행객의 전망대 구경에 아무런 거부감도 표시하지 않는 민박집의 넉넉함에 작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두 고개를 넘으며 오전 라이딩의 피로와 달리 이유모를 경쾌함이 있었다. 갑자기 떠오른 귀천의 한 구절이 마음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놓은듯 하였다.


 

 

1시 40분. 3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던 오전라이딩의 거리를 2시간 30여분만에 되돌아왔다. 경쾌하고 즐거운 라이딩이였다.


 


사동항 여객터미널에 들려 후포항으로 가는 여객선의 표를 구매하고, 매점에 들러 맥주와 오징어 한마리를 구워달라 주문하였다.


"울릉도에 왔는데 오징어는 먹어봐야지"


전기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 노트북과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며 넉넉하게 남은 승선시간을 기다렸다. 시원한 맥주맛과 부드럽고 짠맛이 나지않는 오징어 맛은 좋았다. 


 

 

 

4시가 가까워지자 터미널은 단체여행을 온 학생들과 여행객들로 가득하였다. 미리 자전거를 승선 출입문쪽에 옮겨놓고 만원이 된 터미널안에서 패이어와 짐들을 지켜주던 학생에게 콜라 한캔을 사다주었다.


 

 

씨플러워호 역시 깨끗하고 편안했다. 큰 출렁임없이 배가 후포를 향하는 사이 지난 사진들과 여행 기록들을 정리하였다.


 

 

7시 10분. 후포항에 도착하여 노트북들 패이어에 집어놓고 자켓을 찾아 입는동안 울릉도를 여행하고 온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어머, 내가 이렇게 울릉도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자전거타고 텐트도 치고.. 멋지시네요."


후포항 주변에 위치한 어시장의 한마음대게수산을 찾았다. 어시장은 항구를 벗어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울릉도에서 볼 수 없었던 환한 불빛들과 대게를 삶는 맛있는 냄새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는 아니였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대게집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식사를 권하는 몇몇집을 지나쳐 한마음대게수산의 간판을 찾아내었다.


 

후포에 위치한 한마음 대게수산에서 홍게를 주문하여 먹은지 5~6년정도 되는 것 같다. 먹기위해 손이 많이가는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온라인의 여러 대게집들을 검색하고, 네이버 블러그를 통해 알게된 한마음 대게수산이였다. 대게를 택배를 통해 구매해 본적이 없어 주문을 하기전, 주문을 하고서도 여러차례 문자를 통해 문의를 했고 친절하신 사장님은 전화를 통해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스박스에 담겨져 여전히 꿈틀거리는 싱싱한 대게를 삶고, 대게를 삶는 방법에 대해, 껍데기를 벗기는 방법, 먹기좋게 손질하는 방법 그리고 맛있게 먹는 방법들을 얘기하며 즐겼던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잘먹었다는 감사의 문자이후에 한마음 대게수산과는 그렇게 좋은 인연이 되었다. 


 

그 이후, 즐겨보던 프로그램의 남박사네편에 방송되는 것을 보고 더욱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주문만 하다 여행중이라 직접 먹을려고 왔어요" 하였다. 늦은 시간 8시, 한적한 식당안은 나이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강릉에서, 울릉도에서 느꼈지만 서울과 지방의 저녁이라는 시간대의 체감범위가 다르다.


알고있던 여사장님을 한번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자리에 없어 아쉬웠다. 여러종류의 대게를 추천해주는 남자 사장님께 늘먹던 홍게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두곳에 택배를 보내달라 요청하고, 저녁으로 먹을 홍게는 조금 큰녀석 한마리에 중간크기의 대게 한마리를 더 추가하여 저렴하게 해주었다.  


 

 

화려하지 않은 식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사이 택배로 보낼 곳의 주소를 메모지에 각각 적어 건네주었다. "싱싱한 것으로 잘 보내주세요"


 

 

 

대게가 삶아지는 동안 작은 접시에 큰 소라 한개를 담아 내어주셨다. 한입가득 채워지는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였다.


 

먹기좋게 손질되어 나온 대게. 껍데기 하나는 볶음밥과 탕으로 나와서 빼두었다고 했다. 껍데기의 내장으로 입맛을 돋구고 토실하게 살이오른 몸통과 다리살을 발라 특유의 짠맛과 달달함을 맛보았다.


이 먹기 귀찮은 음식을 언젠가부터 좋아하게 된것이다. 


"닮아가는 거야. 함께하는 시간만큼 먹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바라보는 것들도 모르는 사이 비슷해져 가는거야. 그 사람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그 사람을 닮고싶은 바람들이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수긍하며 아무런 거부감없이 내가 되어버린 거겠지."


 

 

저녁식사를 하시던 사장님이 자신들의 저녁메뉴였던 막회를 작은접시에 담아주셨다. 작은 접시지만 맛보기라기에는 꽤 양이 많았다. 쫄깃하고 씹으면 단맛이 많이 신선한 회의 맛이였다.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해보고 싶었던 일들중 하나는 내가 번 돈으로 마음껏 삼겹살과 회를 먹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시절 대부분의 술안주는 둘중에 하나였고, 메뉴를 결정하는데 있어 첫번째는 언제나 회였다.


지금은 회를 잘 먹지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회의 맛을 잃어버린 것처럼 밋밋하게 느껴지고, 먹기에 간편하고 과식의 부담이 없다는 것외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허기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회의 맛이였다. "이게 무슨회에요?" 물었다. 자연산 쥐치와 3가지 종류가 섞여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쥐치. 처음 먹어보는 거네. 다음에 찾아먹어 봐야겠다."


 

 

무와 대파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꽃게탕, 단순히 시원하겠지라고 미리 짐작했던 생각을 비웃듯 먹는순간 짧은 탄성이 나왔다. "와....맛있다"


특별하지 않은 재료들인데, 게를 먹은 후 남아있던 입안의 비릿한 느낌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개운함이였다. 시원하고 약간 매콤하면서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였다.


 

"꽃게탕에 매료되었어요. 택배상자에 게 삶는법을 넣어주실게 아니라 탕을 끓이는 법을 알려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하였다.


식당의 이모님께 말을 전하던 사장님은 "우리 이모님의 영업비밀이에요. 알려줄 수가 없어요. 직접 오셔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하며 웃으셨다.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후포항 근처의 근린공원에 야영을 할려고 생각하였으나 사장님은 후포해수욕장을 추천해주었다.


"후포해수욕장에 가서 솔밭에 텐트를 치면 좋을거에요. 화장실도 있고 조용하고 텐트치기 좋게 만들어져 있어요."


대게 경매나 어시장이 열리는 시간을 물어보았지만 내일은 대게잡이 배가 없어 경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른 어선들이 있어서 4시쯤 가면 시장은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은 칠보산 휴게소에서 한식뷔페를 먹으라 강력하게 추천해주었다. 


 

엄지척! 따듯하게 내어준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떠날 준비를 하는 나에게, 퇴근을 하던 사장님 내외분이 "정말 멋있어요.." 응원해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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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 근처 후포어시장내 한마음대게수산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니 아담한 후포해변이 나왔다. 솔밭에 야영장 화장실 근처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장의 모레를 씻어내는 곳에서 간단하게 머리와 발을 씻고 양치를 하였다. 차가운물이였지만 3일만에 감는 머리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도로변와 멀리않은 거리였지만 차량의 통행이 많지않아 조용했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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