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8일 / 비
영국 포츠머츠-프랑스 르아브르-옹플뢰르-뽕 오드메흐
다사다난했던 영국의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 에펠탑, 포도주, 바게트와 크루아상 그리고 알베르토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


이동거리
242Km
누적거리
22,255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1,681시간

 
페리
 
D108도로
 
 
 
 
 
 
 
170Km / 7시간 00분
 
72Km / 7시간 30분
 
포츠머츠
 
르아브르
 
뽕오드메
 
 
242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3-6-8028-5396

 

넓고 안락한 좌석이지만 잠을 자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밤새 뒤척거리며 새우잠을 자고, 도착 1시간 반 전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킨다.

"아, 피곤해."

화장실에서 세안과 양치를 하고, 천천히 르아브르 항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날씨가 흐린 탓에 선상 위의 일출은 볼 수 없다.

"왔다. 프랑스!"

입항 안내가 나오고 화물칸으로 내려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천천히 화물칸의 문이 열리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화물칸으로 내려와 하선을 기다린다.

"왜, 여기서 하선을 하지?

잠시 후 셔틀버스가 배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던 승객들을 태워서 떠난다. 공항에서나 운행되는 셔틀버스 시스템이 페리에서도 운행되니 편해 보인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선을 하고, 게이트로 이동을 한다.

영국 포츠머스를 떠날 때 짐 검사만을 하고, 국경을 통과하는 특별한 절차가 없었는데, 르아브르 항구의 게이트에서 입국 확인을 한다.

여권을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어제 블렉시트가 실행됐는데, 입출국 절차도 까다로워지겠네."

잠시 됭케르크을 지나쳤던 첫 번째 입국, 그리고 르아브르의 두 번째 프랑스 입국이다.

"프랑스를 달려 볼까!"

레오니가 추천했던 르아브르를 잠시 구경하기 위해 르아브르 해변으로 찾아간다.

깔끔한 자전거 도로, 무엇보다 우측통행을 하는 도로 환경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 차량들이 정차를 하여 양보를 해주는 운전자들의 매너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대체 영국만 왜 그런 거야?"

영국 방향의 회색빛 하늘과 달리 르아브르의 하늘은 남다르게 맑다.

"탈출을 한 기분은 뭘까?"

르아브르 시내의 오래된 성당은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하늘 위로 치솟은 첨탑이 궁금하여 성 요셉 교회로 이동을 한다.

"독특하긴 한데, 뭔가 답답하다."

르아브르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꽤 넓은 르아브르 해변은 몽돌들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둥글둥글 매끄러운 돌들의 모양이 담아가고 싶을 만큼 예쁘다.

몽돌 해변에 앉아 잠시 바라를 바라보고 르아브르의 시내로 이동한다. 깔끔한 도로와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도로가 편하고 좋다.

"아, 살 것 같아!"

그동안 영국의 도로를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가 상당한 모양이다.

맥도널드에 들린다. 자물쇠를 잠그는 동안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거리에 자전거를 놓을 때 도난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래, 안 그래도 거하게 경험하고 왔어."

우리처럼 과하다 싶을 만큼의 자동차 생활 문화를 갖은 영국에서 왜 자전거 도둑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감자튀김은 영국이 낫고, 햄버거는 프랑스가 훨씬 맛있군!"

파리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한다. 오늘은 프랑스의 도로에 적응을 하며 천천히 이동을 하려고 한다.

세느강의 끝, 바다와 만나는 세느강을 건너 옹플뢰르라는 작은 마을에 독특한 모양의 교회가 있다. 파리와 반대 방향이지만 4km 정도의 거리라 들러볼 생각이다.

르아브르 시내의 건물들, 프랑스의 집들의 모양과 색이 예사롭지 않다.

좁은 골목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찾고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누가 그랬지?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고."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르아브르의 도로에서 만나는 차량들은 너무나 매너가 좋다.

"프랑스의 집들, 왠지 끌린다."

뭔가 투박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프랑스의 집들이다.

세느강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높은 아치형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설마?"

설마는 늘 그렇다. 유료로 운영되는 다리인 것 같지만 자전거는 별도의 제재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잘 안내되어 있다.

배가 드나드는 강의 하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치의 경사도가 심하게 높은 다리다.

"이 정도면 거의 산을 넘는 수준인데."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다리를 오르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인도로 들어가 다시 다리를 오른다.

"아쉬, 끌자!"

다리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강도도 거세져서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프랑스 사람들도 못 보고 살 것 같은 세느강의 끝을 보네."

다리를 건너자 자전거 도로는 도로와 분리된다. 한산한 시골길을 달려 옹플뢰르로 간다.

작은 어촌마을의 항구, 정감 있는 편안한 풍경에 마음이 녹아든다.

"좋다."

 

자전거를 끌고 교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유명한 곳인가? 왜 이런 시골까지 구경을 왔지?"

배들이 정박된 내항의 주변을 보니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어진 오래된 집들의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벽돌길의 주변으로 레스토랑들이 이어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가롭다. 편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주 좋았는데. 관광지였어!"

아기자기한 골목들에는 선물가게들과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도심 속의 유명 관광지보다는 조용한 편이고,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러워 친숙하게 느껴진다.

"목조 건물인가?"

배를 만들던 기술로 지붕을 만들었다는 오래된 성당의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특별함은 없어 보인다.

성당의 모습보다 주변의 골목들과 레스토랑 그리고 아트상품을 파는 갤러리의 풍경이 아담하고 마음에 든다.

성당의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성당 주변의 노점에서 통닭구이를 발견한다.

"오.. 오!!!!"

가격을 물어보니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젊은 남자에게 다시 가격을 물으니 불어로 뭔가를 말하고 종이 봉지에 통닭을 담고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아니, 얼마냐고?"

불어로 계속 떠드는 남자에게 핸드폰의 계산기를 보여주니 16을 찍는다.

"16유로!!! 너무 비싸."

크기를 감안하여 10유로 정도만 돼도 사 먹으려고 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작고 예쁜 골목들을 구경하고, 레스토랑이 들어선 내항의 거리로 내려간다.

레스토랑들 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메뉴당 16~20유로 정도의 가격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 메뉴를 선택하고, 절차가 복잡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난감함이 더 문제다.

"괜히 통닭을 봤어. 배고프잖아!"

마을의 다른 편을 구경하는 사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날씨만은 프랑스도 다를 게 없군."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을 검색하니 최저가 호텔이 80유로다.

"그냥 가자!"

왔던 길을 따라 파리로 향한다. 세느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도로를 달리는 동안 비줄기가 거세진다.

"저걸 넘어왔다는 말이지."

패니어에 들어있는 도넛으로 허기를 달랜 후,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윈체스터에서 산 고무장갑도 개시를 한다.

차량의 통행이 없던 강변도로의 상태는 울퉁불퉁 말이 아니지만 질퍽한 흙길로 바뀌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세느강변을 벗어난 도로는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들을 지나쳐가고.

"이 나무는 뭐야? 솜뭉치를 달아놓은 것 같네."

참나무 같은 것에 기생하며 자라는 겨우살이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약재로 쓰는 겨우살이를 채집하기 위해 험난한 오지 산골로 들어가는 약초꾼들을 텔레비전으로 가끔씩 봤는데, 저것이 겨우살이라면 프랑스에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굳이 오지 산골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골마을들을 지나 길은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도로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궁금해진다.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 오늘도 모든 것이 젖어 들어 축축하다.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은 소문과 달리 매너가 좋다. 속도를 줄이거나 멀리 돌아 지나쳐 가는 차량들 덕에 도로 라이딩의 어려움이 전혀 없다. 핀란드 운전자들의 점수가 100점이라면 90점 이상은 될 것 같다.

한국과 영국의 운전자들은 한 30점 정도, 인도나 동남아시아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니 지금까지는 최악의 운전 문화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한 뽕-오드메흐를 4km 정도 남기고 구글맵은 도로를 벗어나라고 안내한다. 마침 오르막이 시작되는 도로라 오솔길의 초입이 약간 불안하지만 구글맵의 안내를 따라간다.

"널 믿은 내가 바보지!"

오솔길의 초입을 벗어나면 작은 천변을 따라 도로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길은 질척거리며 미끄러지는 흙길이 계속된다.

"이대로 3km면 여기가 지옥이다."

진흙길에 미끄덩 넘어지고 난 후 자전거를 끌고 가보지만 미끄러지기는 신발도 마찬가지다. 진흙으로 더러워지는 신발과 유니크 아이템 고무장갑, 그리고 난장판이 돼가는 자전거와 패니어들.

불행 중 다행으로 길은 2km 정도를 지나고 딱딱한 흙길로 바뀌지만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엉망진창이다.

뽕-오드메흐의 시내는 아주 작다. 작은 영화관을 지나 시내의 중심 광장에 도착한다.

작은 분수들이 바닥에 설치된 광장의 주변으로 프랑스의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의 노천카페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처음 봐요?"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분수로 걸어가서 고무장갑과 신발에 묻은 흙들을 씻어낸다.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네."

한기가 밀려들기 시작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배고프다. 슈퍼마켓이 어디에 있나?"

슈퍼마켓을 검색하다 슈퍼마켓 근처의 맥도널드를 발견한다. 맥도널드에 가서 허기를 채우고, 슈퍼마켓에서 비상식을 산 뒤 야영지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기 어디에 성당이 있던데."

자전거를 끌고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간다. 작은 수로가 흐르는 뽕-오드메흐의 거리는 아담하고 예쁘다.

"프랑스 시골 도시들은 다 관광지야?"

오래된 성당의 모습보다 도로변 집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삐뚤삐뚤 세워진 암스테르담의 집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투박해 보이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들의 색과 모양이 독특하고 예쁘다.

프랑스의 집들은 자줏빛 붉은 와인처럼 도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형색색의 작은 들꽃처럼 투박한 멋이 있다.

"마을들이 정말 예쁘다."

시 외곽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채우고, 대형 슈퍼마켓으로 간다.

슈퍼마켓에 들어서자 첫눈에 들어오는 전기구이 통닭, 괜히 햄버거를 먹었나 싶다.

햄버거와 물, 콜라, 고무 밧줄 등을 사서 나온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빗줄기가 멈추고 붉은 석양빛이 물들어 간다.

"정말 얄궂은 날씨네."

어둠이 내리고, 작은 강변의 오솔길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올빼미와 철새 같은 새소리만이 들려오는 조용한 밤이다.

젖은 옷들을 벗고 축축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침낭이 몸을 데워주는 것인지 아니면 몸이 침낭을 건조시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파리에 살고 있는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레오니가 살고 있는 15구역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그곳에 머물면 좋을 것 같다.

레오니는 서툴지만 존댓말의 한국어를 배웠나 보다. 파리에서 샤르트르의 묘역을 안내해주겠다는 레오니를 만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파리의 레스토랑에 꼭 가봐야지."

프랑스, 프랑스에 왔다. 무려 10년이나 늦어버렸지만, 그때의 꿈들도 사라져 버렸지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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