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4일 / 맑음 ・ 22도
터그럭-헙드
몽골-러시아의 국경까지 400km가 남았다. 몽골여행을 정리할 마지막 경유 도시 헙드로 향한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7시간 45분
누적시간
756시간

AH4
AH4
48Km / 3시간 57분
31Km / 3시간 48분
터그럭
하르노스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바람이 없이 좋은 아침이다. 펑크 패치 정비를 했던 뒷바퀴의 바람이 조금 빠져있어 아침 운동으로 바람을 넣고.

시원한 굿모닝을 알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 메뉴로 아침을 해결하고.

이틀 동안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준 첸드아유쉬와 헤어진다.

산을 향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고.

국경이 있는 울란바이신트까지 40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작은 삼거리에 놓여있다.

"400km면 몽골의 여행이 끝나는구나."

바람이 없는 직선 도로를 따라 가벼운 페달링으로 속도를 내여가며 라이딩을 즐기고.

본격적으로 산을 향해 오르는 길을 앞두고 여지없이 자전거를 세우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렇게 맑고 더운 날에도 이유 없이 바람이 불어오는구나."

주변의 풍경은 온통 붉은 흙이 뒤덮인 지형으로 변한다.

느릿느릿 바람을 이기며 산길의 오르막을 오르고.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계란을 꺼내어 먹는다.

첸드아유쉬가 맛있다며 추천해 준 빵을 먹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맛은 별로다.

"빵은 한국빵이지!"

멀리 하르노스 호수가 보이고, 구름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르노스 호수의 입구를 지나며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자전거를 내려 끌고 타기를 반복하며 변하는 구름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40km야!"

호수 방향으로 검은 구름들이 모이지만 반대편의 하늘은 찬란하다.

"모래 폭풍은 아니겠지? 뭐 불어오려면 와라!"

강한 바람으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상황,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쓸데없는 사진찍기 놀이도 해본다.

점점 어두워지는 정면의 하늘.

거대하게 모여든 구름에서 끝내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놀랍지 않아!"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어두운 구름이 내려앉은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도로 왼편의 밝은 하늘과 달리 오른편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헙드를 15km를 남겨두고 우뚝 솟은 붉은 돌산이 정면에 나타나고.

하늘의 구름은 쉼 없이 변하며 바람과 함께 빗방울을 흩날린다.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사온 맥주와 마지막 남은 계란 두 개를 꺼내고.

구름의 변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헙드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붉은 돌산을 배경으로 높은 고갯길 위에 나타난다.

"아, 올라가기 싫다!"

3km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어붜와 구조물들이 헙드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고갯길 너머로 헙드 시내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산들에 둘러싸인 넓은 헙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게 솟은 붉은 돌산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왔다. 헙드!"

시내 초입의 주유소들이 들어선 사거리에서 헙드의 지도를 검색하며 숙소와 음식점이 있는 시내 중심으로 이동한다.

"울란곰으로 가는 길이네. 이 길로 왔어야 했는데."

아주 오래된 석탄 공장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질 않는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다.

첫 번째 호텔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한번 지도를 검색한다.

"도시 정도의 크기인데 중심지가 어디지?"

사거리를 지나 1km 정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갑작스레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몽골은 하늘도, 도시도 정말 느닷없다!"

헙드에 들어서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검은 비구름, 푸른 가로수가 들어선 헙드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아왔던 몽골의 여느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호텔을 찾으며 천천히 거리를 따라가니 석상이 세워져 있는 넓은 광장이 나온다.

주변에 3개 정도의 호텔이 모여있는 광장에서 쉬며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 광장으로 걸어간다. 광장의 중심에 위치한 석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누군지 알고 찍는 거야?"

"한국 사람이세요?"

고급진 어휘를 사용하는 남자는 광장 주변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고,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고 왔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남자와 광장에서 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커피를 사주겠다는 남자를 따라 이동한다.

"이렇게 나무가 많은 몽골의 도시는 처음이야! 정말 좋다!"

몇 군데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에 들어갔지만 토요일이라 모두가 문이 닫혀있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데."

근처의 저렴한 호텔을 추천해 주는 남자를 따라 호텔로 이동했지만 샤워를 할 수 있다는 호텔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그냥 우리 집에 가서 잘래?"

"나는 괜찮은데, 네가 불편하잖아."

"괜찮아! 우리 집에 가서 자도 되고, 호텔에서 자도 되고."

주변에 다른 50,000투그릭의 호텔이 있고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남자의 집에서 함께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광장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 5층, 주차장에 세워둔 남자의 승용차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아파트로 올라간다.

취업 비자를 받아 인천에 있는 냉난방기 제조회사에서 일을 했다는 야기와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한다.

"헙드에 한국 사람들이 있어. 7명 정도."

"한국 사람이 있어?"

"응. 학교에도 있고, 유치원에도 있고, 교회에도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체육 선생님이 있는데, 연락해 볼까? 만나고 싶어?"

"뭐,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한 끼 먹으면 좋지!"

야기는 학교의 남자 체육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미 한국으로 귀국을 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유치원 선생님도 한 분 있어."

야기는 유나라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바꿔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유치원 선생님과 인사를 하는 동안 전화기는 끊어져 버린다.

"야기, 전화기 끊어졌는데?"

"요금이 없어서 그래! 전화번호로 전화해 봐."

몽골의 통신회사 모비콤과 유니텔, 각기 다른 통신사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하면 통화요금이 굉장히 비싸서 충전해 둔 통화요금이 순식간에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밖으로 나와 모래폭풍으로 엉망이 된 패니어를 하나씩 옮기며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음 날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짧은 통화를 마친다.

패니어들을 야기의 집으로 모두 옮기고 자전거는 5층 난간에 묶어둔다.

야기의 12학년 딸(엥흐징)이 저녁을 만드는 동안 터그럭 모래폭풍의 먼지들을 씻어낸다.

"이제 살 것 같네!"

16살 야기의 딸이 만든 저녁은 제법 모양과 맛이 좋은 양고기 덮밥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야기는 밥과 함께 보드카를 한 병 꺼내어 따라주며 마시고 푹 자라고 한다.

"야기! 너무 멋져!"

그리고 독한 보트카보다 맥주를 마시자며 슈퍼에 나가 시원한 맥주 두 캔을 사 온다.

해가 지고 야기와 함께 맥주 한 캔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거실의 넓은 소파에서 뽀로로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헙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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