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0일 / 흐림・ 0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흐린 날씨, 조용한 호스텔과 더 조용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하루를 더 쉬어 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산책
 
맥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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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 마이클 잭슨의 영상에 사로잡혀 아침이 다 되어 잠이 든다.

9시가 되어 잠에서 깨고 샤워로 피곤함을 씻어내고,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남는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하루를 더 연장한다.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고, 잠시 보바, 이글과 통화를 한다.

오후에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볼가강변을 따라 걷고.

크렘린으로 올라간다.

"저쪽에는 뭐가 있지?"

크렘린의 외곽으로 높은 언덕 아래로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떻게 매일처럼 비가 내리냐."

동상 주변에 신혼부부와 친구들이 요란스러운 축하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춤을 추며 결혼식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대의 차량이 줄지어 가며 폭죽을 터트리는 중국, 여러 대의 차량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고 경적을 울리거나 춤을 추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다.

"러시아에서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면 행운이 생긴다며 안드레는 말했는데, 러시아에서 결혼을 한 신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본다.

강변의 언덕길을 따라 걷다 백색의 오래된 건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주립 역사 박물관?"

건물의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이 예술 그 자체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문이 닫혀있다.

"휴관일은 아닌데."

거리를 걷다 보니 출출함이 밀려온다.

거리를 돌아 리스푸드로 이동한다.

비빔밥을 주문하고.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운다.

첫날 지나쳤던 구시가지로 걸어가.

거리의 건물들을 구경하고.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크렘린 안에 있는 교회는 정말 작은 내부 구조이다.

숙소로 돌아온다.

작은 공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이제 모스크바로 가자."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8일 / 흐림・ 1도
라봇키-니즈니노브고로드
계속되는 비와 쌀쌀한 날씨에 모든 것이 젖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쉬고 싶다."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1,154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라봇키
 
크스토보
 
니즈니
 
 
2,96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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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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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축축하다. 일찍 잠든 탓에 5시가 되어 잠이 깨고, 침낭을 끌어당기며 여분의 졸음을 떨쳐내려 노력한다.

아침 기온 1도, 침낭 밖을 벗어나면 금세 냉기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따듯한 커피가 먹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으름, 버너를 켜는 것조차 귀찮아 커피도, 아침도 건너뛴다.

이틀 연속으로 라이딩을 일찍 끝낸 탓에 니즈니 노보고로드까지 60km의 거리가 남았다.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다. 따듯한 샤워와 휴식이 필요해."

7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분리하고 짐들을 챙겨 출발을 서두른다.

고개를 넘는 업힐로 시작되는 라이딩, 오늘의 날씨도 회색빛 짙은 구름이다.

젖은 신발과 마르지 않은 양말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고개를 넘는 동안 보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첼니에는 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완전한 겨울의 시작이구나."

고개의 정상으로 회색빛 하늘의 구름이 완전히 내려앉고, 다시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한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부킹닷컴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바로 출발한다.

편하게 쉬면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싶은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호텔비는 끔찍하게 비싸다.

긴 고갯길은 계속 이어진다. 페달링이 무겁다.

"배고프다."

두 시간을 넘게 달리고, 긴 언덕의 오르막을 억지스레 오른 후 거친 심호흡을 달래본다.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나타나고,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페로 들어선다.

입구에 묘한 자판기가 놓여있다. 핸드폰을 충전하는 용도는 아닌 것 같고, 게임 같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자판기다.

메밀밥과 수프 그리고 오랜만에 계란 후라이를 주문해 아침을 한다.

따듯한 카페에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가도 가도 30km는 줄지가 않니?"

며칠째 계속되는 비구름인지 모르겠다. 힘든 라이딩의 연속, 매일처럼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던 중국의 여행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 겨울철의 비 내리는 날씨는 정말 힘들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위성 도시로 생각되는 크스토보를 지나친다.

작은 소도시지만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인다.

메인도로 M7과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들어가는 갈림길, 볼가강변을 따라 돌아가는 도로보다 메인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차량의 소통이 조금 더 많겠지만 갓길이 확보되어 있는 메인 도로가 더 안전할 것 같다.

우파처럼 시내를 15km 정도 남기고 이케아 같은 유통 회사들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덕과 빗줄기,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모습이 나타날 것 같은데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시 외곽의 많은 자동차 대리점과 정비소 등을 지나치고서야 시내로 진입하는 교차로를 지난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오래된 트램의 철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트램과 전기버스 그리고 좁은 도로는 정신이 없다.

크렘린이 위치한 강변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아, 이 도시의 지형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작고 오래된 건물들과 비좁은 도로에서 차량들과 뒤섞이며 길을 따라가던 끝에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입구에서 잠시 쉬고, 숙소와 크렘린의 위치를 확인한다.

공원을 지나면 차량의 통행이 없는 구시가지의 거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첼랴빈스크의 오래된 거리처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이어지는 거리다.

예쁜 카페와 상점들,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 곳곳에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볼가강변의 크렘린을 향해서 이동한다.

거리의 끝에 크렘린의 붉은 성문이 보인다.

흰색의 카잔 크렘린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고성이다.

자전거를 끌고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괜찮은가?"

아무런 제재도, 유료입장의 티켓 판매소도 없어 안쪽으로 들어가 성 내부의 지도를 확인한다.

카잔의 크렘린에 비해 별다른 건물은 없어 보이지만 넓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성벽 안쪽으로 탱크와 같은 재래식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관광객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춥다. 일단 숙소로 가자."

크렘린의 주변, 볼가강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성벽을 따라간다.

성벽을 돌며 볼가강의 전경이 펼쳐지고, 강변 쪽의 성벽은 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오, 이런 지형이었어?"

꽤 높은 언덕 위에 쌓아올린 붉은 벽돌의 고성 니즈니 노브고로드 크렘린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카잔 크렘린과 느낌이 다르다."

길을 되돌아가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볼가강변으로 내려간다.

지나왔던 구시가지와 다른 구시가지가 강변을 따라 들어서 있다.

교회들이 들어서 있고, 강변을 따라 많은 레스토랑들이 연이어진다.

"구경은 나중에."

예약해 두었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고 바로 체크인을 한다. 다행히 깨끗하고 넓은 게스트 하우스다.

"여권을 주세요."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여권을 주자 비자를 보여 달라고 하더니 여권 첫 장의 몽골 비자를 보더니 무언가를 계속 말한다.

"나 한국 사람이야. 몽골인 아니야."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미안하다며 체크인이 끝났다.

자전거는 건물 입구 안쪽에 묶어두고.

깨끗한 객실에 짐을 풀고.

젖은 텐트를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비릿한 물냄새와 흙냄새가 느껴진다.

"괜히 미안하네."

게스트 하우스의 실내가 넓어서 다행이다.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으니 며칠 동안 비를 맞으며 달려온 몸에서 노곤함이 빠져나오는 것 같다.

"배고프네. 한식 레스토랑이 없나?"

몸이 힘들고, 허기가 심할수록 한식이 먹고 싶어진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니 크렘린 주변에 한식 레스토랑이 한 군데 검색된다.

"버스를 타고 갈까."

프런트의 직원에게 버스 요금을 물으니 종이에 30루블을 적어 보이며 싱긋 웃는다.

볼가강변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강변의 모습을 구경한다.

화려했던 카잔의 리카 카잔카의 모습과 달리 유람선 선착장을 제외하고 특별한 것이 없다.

"꽤 넓은 강이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두 정거장 거리의 한식 레스토랑 리스푸드를 찾아간다.

버스표를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버스비를 버스 안내원이 수동으로 받다 보니, 혹시나 착오가 있었을 때 확인을 하기 위해 버스표를 주는 것 같다.

도로변의 리스푸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비빔밥과 국수를 주문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식당에는 서너 테이블에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이효리나 비의 오래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닭고기를 넣은 국수가 나오고,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러시아인이 즐기기에 괜찮을 것 같다.

순식간에 국수를 먹어치우고.

"오, 비빔밥 색깔 좋네."

초고추장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벼 먹는다.

"역시 비빔밥은 고추장 맛이야."

밥을 먹는 동안 내 테이블 앞에서 어린 여자들이 화보 촬영을 하는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뭔가 민망하지만 너의 예쁜 미모도 나의 식욕을 방해하지는 못해."

테이블의 앞과 옆을 오가며 한국어의 레온 사인을 배경으로 모델 포즈의 사진을 찍는 동안 비빔밥의 맛에 빠져든다.

"첼니의 친구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네. 아쉽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이글에게 먹이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진다.

국수는 모르겠지만 비빔밥은 제법 괜찮은 식당이다. 물론 비빔밥이라는 것이 야채와 김치만 넣고 비벼도 맛이 나는 음식이긴 하지만, 일단은 러시아의 쌀밥처럼 볶지 않은 밥이라 오랜만에 잘 먹었다.

"내일 한 번 더 먹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크렘린을 둘러보며 걸어갈 생각이다. 여행 중 이색적인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의 시간이 꿈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다른 나라의 도시를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둘이면 좋을 텐데. 좋았을 텐데."

잠시 맑아진 하늘, 크렘린으로 걸어간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성문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나라마다 하나씩 구매를 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여러 공화국들의 특색이 달라서 자꾸 욕심이 난다.

"이러다 패니어에 온통 냉장고 자석뿐이겠어."

카잔의 크렘린은 화려한 정교회와 모스크가 들어서 있어 카잔이라는 도시의 생활 중심지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면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크렘린은 적막한 요새처럼 느껴진다.

"단지 흰색과 붉은색의 무게감 때문인가?"

작고 아담한 교회의 모습이 예쁘다.

높은 언덕 위의 더 높은 성곽에서 바라보는 볼가강의 풍경은 시원하다. 넓게 내려다보이는 볼가강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노을이 져가는 밝은 하늘의 풍경과 검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가는 회색빛의 구름들의 풍경이 뒤섞이며 황홀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언덕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숙소 편의 성곽 입구에는 멋진 조각석이 놓여있다. 성을 지키던 기사들의 모습을 조각한 것인지 비장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문을 나와 볼가강변의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오래된 트램의 철로가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오랜만에 먹은 비빔밥으로 식욕이 폭발했는지 자꾸 입이 심심하다.

작은 슈퍼에 들러.

저녁 간식으로 먹을 닭날개와 튀긴 김밥처럼 생긴 롤 두 개를 포장한다.

크렘린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사이.

검은 구름은 촉수와 같은 비를 흩날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숙소로 돌아와 그동안 뒤섞여버린 짐들을 정리한다.

"어라, 10루블은 철로 만드는 것인가?"

냉장고 자석에 달라붙은 10루블 동전, 자석에 붙는 동전은 처음 본다.

"동전 지갑에 자석을 넣어 놓으면 편하겠는데."

첼니에서 휴식을 보내고 자전거를 다시 타다 보니 허벅지가 묵직하게 뭉쳐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뻐근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풀어지려나. 하루를 더 쉬어야 하나."

몽골 여행 중인 파박님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수다처럼 오랜 통화를 하고.

11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 중 옆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들어오고, 누군가 나를 향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한다.

이어폰을 빼고 커튼을 열어보니 젊은 여자가 러시아어로 나에게 아주 긴 문장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 러시아말 못 해."

여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빙긋 웃으며 말을 하자 당황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Open the window?"

조금 더운 방 안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겠다고 한다.

"창문을 열겠다는 러시아말은 이렇게 긴 문장이 필요한 것인가?"

여자는 창문을 열고 옆 침대로 들어간다.

"어라, 직원이 아니야?"

게스트 하우스는 남녀가 함께 쓰는 시스템인가 보다.

"어허, 이러면 신경 쓰이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시끄럽고, 냄새도 나고, 칙칙한 분위기지만 남자들이 쓰는 방이 훨씬 편하고 좋다.

"자자."

2시가 넘어 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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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7일 / 흐림・ 2도
바가니-라봇키
밤새 배앓이를 한 피곤한 날의 아침, 쌀쌀한 날씨는 계속된다. "이제 겨우 9월인데."


이동거리
61Km
누적거리
15,884Km
이동시간
5시간 26분
누적시간
1,147시간

 
M7도로
 
M7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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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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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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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도, 비는 멈췄지만 강한 바람이 자작나무의 가지를 흔들어 댄다.

"춥다."

어젯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설사가 시작되어 여러 번 고생을 했다.

"샤슬릭이 이상했나?"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햇볕과 이슬비가 번갈아 가며 변하는 날씨다.

"쉬고 싶네."

속을 따듯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고.

따듯한 커피와 함께 오트밀로 부글거리는 뱃속을 달래본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11시가 훌쩍 넘어간다. 해가 짧아지며 라이딩 시간이 줄었는데, 궂은 날씨에 강한 맞바람마저 불어오니 오늘은 큰 욕심 없이 가는 데까지 가봐야겠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100km, 욕심을 내면 하루면 충분한 거리지만 밤새 배앓이를 한 탓에 힘도 없고, 욱신거리는 안장통과 뭉쳐진 허벅지의 근육이 무겁기만 하다.

"이틀 동안 나눠서 가지 뭐."

차가운 기온에 겨울용 장갑을 꺼내들고.

천천히 고개들을 넘어간다.

"너 발각됐어. 빨리 도망가."

잠시 좋았던 햇살도 이내 짙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세상이 어두워진다.

순식간에 강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빗줄기가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우의와 레인팬츠를 착용하고.

"배고픈데, 식당이 있으면 좋으련만."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도로를 가로질러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추위와 바람으로 정신이 없는데, 남자는 나를 보더니 러시아말로 무언가 질문을 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말끝마다 '엉?'이라는 추임새로 뭔가를 묻는 듯 보이지만 러시아말을 못 한다는 제스처를 해도 계속해서 엉엉 거리며 떠들어 댄다.

"러시아어 못해요."

"...엉?, 엉?"

"모른다고요. 엉!"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으면 비를 막을 수는 있지만 땀이 차고 답답해진다. 매일처럼 비가 내리던 중국에서는 숙소의 난방기에 옷과 신발을 말릴 수 있었지만 캠핑을 하면서 옷을 말리기란 불가능하다.

비가 멈춘다면 장작불을 피워 젖은 옷과 신발을 말릴 수도 있을 테지만 비는 멈추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잠시 쉴 수도 없게 엉엉 거리는 러시아 남자 때문에 바로 출발을 하려고 한다. 마침 순식간에 어두워졌던 하늘도 순식간에 밝아진다.

"이제 겨우 1시인데, 하루 종일 이런 날씨겠지."

밝은 햇살도 잠시, 멀리 거대한 회색 구름들이 내려앉아 있다. 마치 외계 생물체가 촉수를 뻗어 지상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듯한 풍경이다.

바람을 맞으며 다시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그만해. 춥다고!"

30여 분을 달리고 작은 마을 지나친다. 적당한 카페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대형 슈퍼마켓을 발견한다.

"물과 빵을 사야 해."

물과 빵을 사기 위해 들어간 슈퍼의 식품코너 앞에서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진열된 치킨과 조리된 음식들을 보며 허기진 배는 꿀렁거리며 요동을 치고, 침샘은 폭발하고 만다.

작은 넓적다리 닭고기를 사려다 반 쪽으로 나누어 놓은 반 마리에 손이 가고, 커다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한 팩에 시선이 박힌다.

"안 돼. 정신 차렷!"

치킨 반 마리를 사 들고, 닭고기에 당근을 넣어 만든 조리 식품을 하나 사 든다.

슈퍼를 나와 입구의 벤치에 앉아 조리된 닭고기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야 하지만 그냥 먹어도 제법 맛이 좋다.

"햄버거보다 괜찮네."

좁아진 갓길을 따라 화물차들이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자전거가 빨려 들어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날, 나를 지나치거나 마주 오는 화물차가 일으키는 소용돌이는 정말 위험하다. 마주 오는 차량의 바람은 강풍으로 정면을 때리며 자전거를 순간 휘청이게 만들고, 지나치는 차량은 순간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바꾸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가 주면 좋겠지만 러시아의 도로는 이상하게 폭이 좁고 갓길이 없다. 천천히 감속을 하며 지나쳐 주기를 바라지만 바쁜 화물차 운전자의 마음이 나와 같을까 싶다.

다행히 모든 운전자가 그렇지 않고, 감속을 하거나 멀리 돌아가 주는 운전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누나에게서 전화가 온다. 한 달이 넘게 계속되고 반복되는 어머니의 병환에 의한 피로와 걱정, 짜증들이 묻어있는 말들이다.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재의 나에게 매일처럼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면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달 동안 무겁게 가라앉은 심란함, 이제는 전화벨 소리에 피가 말리는 기분이 든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라도 전화를 걸까 하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세계 여행을 해야겠어. 이렇게 더 살 수가 없다."

"언제 올 건데?"

"3년 아니면 5년. 내가 없는 동안 엄마가 아플 수도 있고 돌아가실 수도 있어."

"그래."

"혹여 여행 기간 중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혼자서 괜찮겠어?"

"니가 없으면 힘들지."

"혼자서 못할 것 같으면 안 갈게. 어때?"

"갔다 와. 어떻게든 해 볼게."

미안함, 미안함 그리고 미안함.

이 여행에서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지 알 수는 없다.

거칠게 지나치는 차량을 향해 손아귀의 힘을 풀어도 그만인 것이 지금의 나에 삶이지만 이 여행을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선택했고 결정했다. 모든 과정과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선택에도 두려움은 없다. 나의 바람대로 이 여행을 끝마치고 싶다."

심란한 날씨처럼 깊게 내려앉은 마음의 무게다.

다시 거친 빗방울이 떨어지고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한다.

"이곳에서 캠핑을 할까?"

4시 반, 어떻게 페달을 밟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겨우 50km만을 이동했고 비는 계속될 것이다.

"조금만 더 가 보자."

크게 기역자를 그리며 휘어지는 고개를 넘고 다음 고개를 마주하고 라이딩을 정리한다.

"더 가기도 싫고 힘도 없다."

도로를 벗어나 나무숲 가운데 자리를 잡고.

몸도, 마음도,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젖어버린 하루다.

패니어에 넣어둔 치킨과 음식들을 치워두고 침낭만을 끌어당기며 얼어버린 몸을 녹인다.

"어쨌든 젖은 옷은 하룻밤이면 마르겠지만 내 마음은 언제쯤 마를 수 있을까."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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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6일 / 흐림・ 2도
사르미스카시-바기니
며칠 동안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 싸늘한 겨울의 기온이 느껴진다. "갑자기 추워지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5,823Km
이동시간
5시간 59분
누적시간
1,14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르미스
 
벨라브카
 
바기니
 
 
2,84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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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눅눅하고 추운 아침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통이 시작된다.

"멋진 나무야."

수줍게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어제 뜯겨져나간 패니어의 고리를 다시 붙여놓는다.

"이 정도면 대충 된 거지?"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준 오트밀과.

립킨이 선물해 준 세 번째 통조림.

가지고 있던 오트밀을 더 넣어 양을 늘린다. 이글의 오트밀 팩은 과일이 들어가 새콤달콤하지만 그냥 오트밀은 아무런 맛이 안난다.

10시,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할머니들이 나와 사과와 감자 등을 팔고 있다. 도로변 숲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비가 멈추고 맑은 날이지만 묵직해진 페달링으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꿀과 사과를 팔던 할머니가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하며.

작은 사과 하나를 물에 씻어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신선한 사과는 달고 시원하다.

12시, 맑았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볼가강의 지류인 수하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맞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오고.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고, 삼삼오오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짐과 가방을 든 사람들이 많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탓에 식당의 메뉴를 본 순간 허기짐이 폭발한다. 이것저것 보이는 메뉴들을 주문하니 생각보다 밥값이 많이 나온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검은 구름이 빗줄기를 뿌리고 있고,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에쉬, 이제 라이딩을 해보려는데."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고 있으니 차를 기다리는 남자가 '안녕'하며 한국 인사를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다며 웃더니 핸드폰의 번역기를 보여준다.

남자와 악수로 인사를 하고 겨울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할 때쯤 검은 아스팔트 위로 하얀 알갱이들이 튀어 오른다.

빗방울과 함께 작은 콩알만 한 크기의 우박이 떨어진다.

하늘은 변덕스럽게 비 내림과 멈춤이 반복되고, 우의를 입은 몸에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사과와 감자를 팔던 도로변의 노점은 보바가 주었던 말린 말고기와 말린 생선을 판매하는 노점으로 바뀐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하늘은 완전히 회색빛의 비구름으로 감싸인다.

"잠시 지나가는 비구름이 아니네."

완전히 내려앉은 비구름은 끊임없이 빗줄기를 뿌리고, 손과 발은 비에 젖고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든다.

오늘 내로 멈추거나 벗어날 수 있는 비가 아닌 것 같다.

젖은 몸으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마무리를 해야겠다."

음식들을 사기 위해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한 시간여를 달려 오후 4시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비를 피할 곳과 카페를 찾는 동안 마을의 도로변에는 사과와 호박 등을 파는 노점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오늘은 고기를 좀 먹어야겠는데."

마을 빠져나오는 끝에 샤슬릭 메뉴들의 현수막을 붙여놓은 카페가 나타난다. 지나쳤던 자전거의 방향을 돌려 카페로 들어간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들어선 카페에는 따듯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포장해 갈 메뉴를 선택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벽난로 앞으로 다가가 빗물에 젖어 얼어가는 몸을 녹인다.

주문을 하지 않고 벽난로 앞에서 화석처럼 서있으니 카페의 직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샤슬릭을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말리라는 제스처를 한다.

신발과 장갑 그리고 온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아, 따듯해. 가기 싫다."

패니어에 샤슬릭과 카페의 직원이 추천해 준 맥주를 매달고 야영을 할 곳을 찾아 빗속을 달려간다.

따듯한 샤슬릭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적당한 위치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고.

비에 젖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텐트를 설치한다.

"밤새 내리지는 않겠지?"

비냄새, 흙냄새 그리고 자작나무와 풀들의 내음이 비에 젖어 진하게 올라온다.

샤슬릭과 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통신도 끊기고 손도 시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작나무를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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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5일 / 흐림
슈토너보시-사르미스카시
카잔을 떠나 니즈니노브고로드를 향하는 여정, 다시 시작된 라이딩으로 뻐근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5,744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1,136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슈터너보
 
체복사리
 
사르미스
 
 
2,76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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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아침 햇살이 텐트를 환하게 만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려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 탓에 온몸이 무겁고 뻐근하다.

"이삼일 고생 좀 하겠네."

공기는 차갑지만 햇볕이 들어 상쾌하다.

다시 시작된 라이딩의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놓은 고기가 들어간 빵으로 해결한다. 하나하나 호일을 감싸놓은 이글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10시,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누나의 전화를 받고 심란해진 정신, 프런트 패니에를 묶던 자물쇠가 바퀴에 엉키며 자물쇠와 패니어의 연결고리가 뜯어져 버렸다.

"젠장."

너무나 게으르지만 어떤 일과 생각에 몰두하면 예민해지는 성격 탓에 평상시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 발생하곤 한다.

모스크바까지 700km,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다.

두 시간을 달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가 뻐근하고 쉬는 동안 말랑말랑 변해버린 엉덩이가 아파온다.

평속 10km가 겨우 넘는 속도지만 무리를 할 생각은 없다. 자전거와 라이딩에 적응할 때까지 조심스레 페달링을 하여야 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 관절이나 인대에 무리가 간다면 그것보다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을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고.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의 도로변에 슈퍼와 식당들이 있지만 그냥 지나친다. 아침으로 빵을 먹었고, 패니어에 이글과 포가 챙겨준 음식들이 가득 들어있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는 사이 하늘을 뒤덮는 구름의 모양이 심상치가 않다.

거대한 양탄자처럼 하늘을 뒤덮고.

때로는 우주의 성운처럼 수직으로 용솟음치며 울라 가기도 한다.

어제와 같은 회색빛의 세상으로 변해간다.

체복사리를 앞두고 작은 박물관처럼 생긴 곳의 안내판에 눈길이 간다.

"웬 한자?"

사람의 사진 밑에 한자가 적혀있어 중국인의 이름인가 생각하며 호기심에 자전거를 세웠지만 자세히 보니 환영(歡迎)이라는 인사말이다.

"제대로 낚었어."

" 쉬어 가자."

쉬는 동안 카잔을 벗어나서 경계를 넘었던 추바시 공화국에 대해 검색해 본다.

50만명 정도의 작은 공화국이고 수도는 이제 곧 지나치게 될 체복사리다.

"체복사리가 수도구나. 그나저나 근처에 식당이 없나?"

카페를 검색하려다 귀찮아진다. 아무리 작아도 공화국의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싶다.

멀지 않은 곳에 카페가 나타나고.

3시, 플롭과 닭고기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배도 채웠고, 이제 조금 신나게 달려 볼까."

6시 정도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남은 2시간은 속도를 내어 달려볼 생각이다.

추바시 공화국의 수도 체복사리의 진입을 알리는 구조물을 지나치고.

"공화국 깃발이 노란색이네."

체복사리의 외곽을 지나는 도로지만 체복사리로 들어가는 교차로들과 신호등들을 지나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도로도 혼잡하다.

체복사리의 외곽을 완전히 벗어나자 검은 비구름과 함께 검은 빗줄기가 내리는 모습이 전방에 펼쳐진다.

한편에서는 검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고, 한편에서는 환한 태양빛이 구름을 뚫고 반짝거린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검은 비구름에 덮여있는 길이다.

크게 한숨을 쉬어보고.

빗속을 향해서 달려 들어간다.

천천히 옷과 신발이 젖어든다.

40여 분, 빗속을 달리고 서야 비구름의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회색 구름 너머로 주황빛 찬란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한편의 하늘에서는 여전히 검은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고.

붉은 태양빛이 선명해지는 하늘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눈에 담고 싶은 하늘이다."

해가 지기 전, 다시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석양빛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간다.

연이어 나타나는 오르막길이 발길을 느리게 만들지만.

"이 관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매일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지만 자연의 풍경은 매일이 새롭고 경이롭다.

고개와 언덕을 넘는 사이 태양의 붉은빛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고 자전거를 세운다.

지평선으로 떨어진 태양의 붉은빛이 하늘의 뒤덮은 구름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붉게.

붉게.

더 붉게.

"정말 멋진 하늘이야."

힘든 하루의 끝에 맞이한 황홀한 선물이다.

여행의 삶은 오직 오늘의 하루를 위해, 한순간 지나쳐버리는 시간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 오늘을 보내듯이 바라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야영을 위해 석양빛을 바라보던 자리의 측면에 있는 나무숲으로 들어간다.

좋은 자리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둘레가 넓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와, 멋진 나무다."

커다란 고목 아래 텐트를 치고.

립킨이 선물해 준 통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고기 통조림과 콩 통조림을 섞어서.

맛있게 끓여먹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비에 젖은 발은.

이글의 수면 양말로 따듯하게.

아주 조용한 밤이다.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붉은 노을과 석양빛이 그저 좋았다.

"충분한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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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4일 / 맑음
카잔-슈토너보시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들어섰던 첼니에서 보바와 이글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보낸 아쉬운 시간을 끝내고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다음 목적지는 니즈니노브고로드야."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15,648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1,129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잔
 
고드야세
 
슈토너보
 
 
2,66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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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을 떠나는 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녘에 기절을 하듯 잠들었다. 이제는 습관이 된 8시 전후의 시간, 7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깬다.

"이글 아침에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어?"

"모르겠어."

"한국에서는 헤어질 때 함께 밥을 먹은 후 작별을 한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국의 환경이나 생활 패턴을 벗겨내지 못한 모양이다.

아침을 먹자는 말에 이글은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이글,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어?"

"레스토랑이 아니고 카페, 레스토랑은 웨이터가 주문을 받는 곳이고 카페는..."

식당이라는 단어가 레스토랑으로 번역되었는지 이글의 끝도 없는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려고 한다.

"이글, 알아. 번역기가 잘못한 거야."

러시아의 레스토랑은 종업원이 서빙을 하며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곳이고, 카페는 일반 음식점으로 식사만을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알아, 카페. 한국의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야."

식당이라고 말하면 번역기는 당연히 레스토랑이라고 번역을 한다. 번역기의 번역은 어순이 다르고, 가끔씩 주어나 목적어 등을 빼고 말을 하는 한국어는 오류가 많다.

"이글, 이 디테일한 녀석을 어떻게 말리겠어."

이글이 꼼꼼하게 챙겨준 용품들을 넣다 보니 패니어가 묵직해졌다.

"이글, 가자. 카페!"

이글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고.

10시에 만나기로 한 포(Павел)의 집으로 출발한다.

트레일러를 많이 사용하는 러시아에서는 차량에 트레일러 연결장치가 많이 장착되어 있다.

이글은 종종 보트를 가지고 낚시를 다니니 그때 트레일러에 보트를 싣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가자, 이글."

카잔의 시내를 벗어나 시 외곽의 포의 집으로 간다.

어제 지나쳤건 도로변의 화려한 건물이 궁금하여 이글에게 잠시 구경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알록달록 첨탑 모양의 지붕이 많아서 정교회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낌이 이상하다.

첨탑 위에 세워진 것들은 각종 종교의 상징물들이고, 외벽 한편에는 불상이 놓여 있다.

"정교회가 아니네. 종교 박물관 같은 건가?"

장난감 같기도 하고, 어린이 유치원처럼 재미있기도 하다.

"사비, 여기는.."

"응, 알아."

"안쪽을 구경하고 싶어?"

"응."

입구로 들어가서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내부를 구경한다. 종교별 벽화나 그림이 있을 것 같던 곳에는 여러 가지 인형들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놓여있다.

"컨셉이 뭐냐?"

"화가의 작업실 같기도 하고 모르겠지만 금손이네."

건물은 계속해서 증축되고 있는 모양이다.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이글이 여직원과 대화를 하고, 작품 사이사이 걸려있던 사진 속의 남자를 만나게 해준다.

러시아의 많은 정교회의 벽화를 그렸다는 작가와 사진을 찍고.

"유명한 사람인가?"

포의 집에 도착했다.

1924년에 지어졌다는 물탱크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으니.

그 사이 이글은 맥커피를 한 봉지 사서 건네준다.

자전거를 타고나온 포는 나무젓가락을 선물로 건네주고, 니즈니노브도로드로 가는 다리로 길을 안내한다.

작은 숲을 가로질러.

볼가강을 넘는 다리에 도착한다.

짐들을 다리 위로 옮기고, 떠날 채비를 갖춘다.

마치 첼니와 카잔에서 보낸 시간이 아주 오랜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글, 이제 가야 돼."

이글과 마지막 인사와 포옹을 하고, 이글은 나를 번쩍 들어 올린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헤어짐이란 감정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감정이다.

포가 앞장을 서 안내를 하고 볼가강을 넘어간다.

이글과 포가 챙겨준 음식들로 자전거가 무겁고 어색하다.

페달을 밟는 다리는 오랜 휴식으로 지금은 가볍지만 이내 힘들어질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힘든 것들도 다시 익숙해질 것이다.

"천천히 몸을 풀듯이 가 보자."

다리를 넘기 전 포는 출근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고마워요. 포."

포가 되돌아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사라지니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가자!"

다리를 건너고 모스크바 77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경찰 검문소를 지나 자전거를 세우고 가벼운 복장으로 바꿔 입는다.

"정말 가자!"


뭔가 허전한 마음과 함께 오랜만에 달리는 라이딩이 어색하다.


"언제나 휴식 후에 라이딩은 이렇게 힘들구나."


찌뿌둥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허전한 기분 탓인지 페달링의 속도가 느려져만 간다.


작은 언덕들을 넘으며 조금씩 몸이 풀려가듯이 허전한 마음도 조금씩 사라진다.


"아고, 힘들다."


계속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을 넘어가며 그동안의 휴식으로 다시 말랑말랑해진 엉덩이가 아파오고.


무릎과 종아리도 거북한 느낌이 느껴진다.


"다시 적응하려면 이삼일 고생하겠네."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무리하게 긴 라이딩을 하기보다 오늘은 이른 시간에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싶다. 


적당한 야영자리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도로는 갑자기 공사구간으로 들어선다.


"첫 날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새로 아스팔트가 깔리는 도로가 이어지고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는 경계는 경사가 진 둔턱이라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기가 쉽지않다.


"에쉬, 질척거리는데."


마르지 않은 흙밭에 자전거의 바퀴가 빠져들고, 진흙 덩어리들이 바퀴에 엉겨붙어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낑낑거리며 낙엽이 쌓인 숲으로 겨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적당한 위치에 텐트를 펼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여행과 캠핑의 느낌이 살아나고, 하루 종일 허전했던 마음은 이유 없이 가벼워진다. 


"그래, 이거지!"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포가 선물한 꼬냑과 보바가 선물한 말고기 육포로 다시 시작된 여행을 자축한다.


"친구들, 잘 달려볼게!"


이글과 포 그리고 친구들에게 여행의 시작을 알리고 달큰한 꼬냑의 도움으로 편하게 잠이 든다.


"역시, 캠핑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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