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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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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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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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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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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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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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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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9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들은 계속된다. "그냥 쉬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94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54시간

 
휴식
 
산책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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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니
 
니즈니
 
니즈니
 
 
2,9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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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허벅지의 근육은 풀리지 않고 여전히 묵직하다.

마른 텐트를 정리하고, 오늘의 일정을 세우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푹 쉬기로 한다.

"휴식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

오늘도 춥고 흐린 날씨다.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해결한다.

이틀 전에 산 치킨을 잘라 전자렌즈에 돌리고.

빵과 함께, 조식으로 먹는 빵에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후까지 자료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쓰고.

저녁이 가까워져 볼가강변의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20여 분쯤 거리를 걷자 화려한 첨탑의 교회가 나온다.

붉은 벽돌의 석조 건물, 기둥과 외벽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들이 경이롭다.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건물을 돌아 작은 언덕을 오르자 종탑의 건물이 나온다.

교회로 들어가 50루블로 두 개의 양초를 사 들고, 예배당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금빛의 화려한 벽면과 샹들리에, 실내등이 꺼지고 청아한 찬송가 소리와 기도문을 읽는 소리가 이어진다.

작은 촛불을 들고, 수기로 쓰여진 작은 책을 넘기며 기도문을 읽는 여자, 그리고 예배당 안쪽에서 굵은 저음의 남자의 기도문이 이어진다.

짧은 기도문과 청아한 찬송가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이어진다.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20분, 30분, 40분.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

촛불 하나를 켠다.

"그녀의 삶에 있어 나의 존재가 잠시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촛불 하나를 켠다.

"나의 삶에 있어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큰 위안이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거리를 걷는다.

"도시가 예뻐도 문제네."

"독한 술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아침과 다르지 않는 저녁으로 식사를 하고.

"떠날까? 머무를까?"

"그냥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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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6일 / 흐림・ 2도
사르미스카시-바기니
며칠 동안 계속되는 이상한 날씨에 싸늘한 겨울의 기온이 느껴진다. "갑자기 추워지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5,823Km
이동시간
5시간 59분
누적시간
1,14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사르미스
 
벨라브카
 
바기니
 
 
2,84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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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눅눅하고 추운 아침이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통이 시작된다.

"멋진 나무야."

수줍게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어제 뜯겨져나간 패니어의 고리를 다시 붙여놓는다.

"이 정도면 대충 된 거지?"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준 오트밀과.

립킨이 선물해 준 세 번째 통조림.

가지고 있던 오트밀을 더 넣어 양을 늘린다. 이글의 오트밀 팩은 과일이 들어가 새콤달콤하지만 그냥 오트밀은 아무런 맛이 안난다.

10시,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할머니들이 나와 사과와 감자 등을 팔고 있다. 도로변 숲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비가 멈추고 맑은 날이지만 묵직해진 페달링으로 속도가 나질 않는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꿀과 사과를 팔던 할머니가 어디서 왔는지 질문을 하며.

작은 사과 하나를 물에 씻어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신선한 사과는 달고 시원하다.

12시, 맑았던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볼가강의 지류인 수하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맞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오고.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고, 삼삼오오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짐과 가방을 든 사람들이 많다.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탓에 식당의 메뉴를 본 순간 허기짐이 폭발한다. 이것저것 보이는 메뉴들을 주문하니 생각보다 밥값이 많이 나온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검은 구름이 빗줄기를 뿌리고 있고,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에쉬, 이제 라이딩을 해보려는데."

우의와 레인팬츠를 입고 있으니 차를 기다리는 남자가 '안녕'하며 한국 인사를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다며 웃더니 핸드폰의 번역기를 보여준다.

남자와 악수로 인사를 하고 겨울 빗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할 때쯤 검은 아스팔트 위로 하얀 알갱이들이 튀어 오른다.

빗방울과 함께 작은 콩알만 한 크기의 우박이 떨어진다.

하늘은 변덕스럽게 비 내림과 멈춤이 반복되고, 우의를 입은 몸에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사과와 감자를 팔던 도로변의 노점은 보바가 주었던 말린 말고기와 말린 생선을 판매하는 노점으로 바뀐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하늘은 완전히 회색빛의 비구름으로 감싸인다.

"잠시 지나가는 비구름이 아니네."

완전히 내려앉은 비구름은 끊임없이 빗줄기를 뿌리고, 손과 발은 비에 젖고 온몸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든다.

오늘 내로 멈추거나 벗어날 수 있는 비가 아닌 것 같다.

젖은 몸으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마무리를 해야겠다."

음식들을 사기 위해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한 시간여를 달려 오후 4시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비를 피할 곳과 카페를 찾는 동안 마을의 도로변에는 사과와 호박 등을 파는 노점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오늘은 고기를 좀 먹어야겠는데."

마을 빠져나오는 끝에 샤슬릭 메뉴들의 현수막을 붙여놓은 카페가 나타난다. 지나쳤던 자전거의 방향을 돌려 카페로 들어간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들어선 카페에는 따듯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포장해 갈 메뉴를 선택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벽난로 앞으로 다가가 빗물에 젖어 얼어가는 몸을 녹인다.

주문을 하지 않고 벽난로 앞에서 화석처럼 서있으니 카페의 직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샤슬릭을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말리라는 제스처를 한다.

신발과 장갑 그리고 온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아, 따듯해. 가기 싫다."

패니어에 샤슬릭과 카페의 직원이 추천해 준 맥주를 매달고 야영을 할 곳을 찾아 빗속을 달려간다.

따듯한 샤슬릭에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 주변의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적당한 위치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고.

비에 젖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텐트를 설치한다.

"밤새 내리지는 않겠지?"

비냄새, 흙냄새 그리고 자작나무와 풀들의 내음이 비에 젖어 진하게 올라온다.

샤슬릭과 맥주로 저녁을 해결하고, 통신도 끊기고 손도 시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작나무를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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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5일 / 흐림
슈토너보시-사르미스카시
카잔을 떠나 니즈니노브고로드를 향하는 여정, 다시 시작된 라이딩으로 뻐근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5,744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1,136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슈터너보
 
체복사리
 
사르미스
 
 
2,76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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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아침 햇살이 텐트를 환하게 만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려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탄 탓에 온몸이 무겁고 뻐근하다.

"이삼일 고생 좀 하겠네."

공기는 차갑지만 햇볕이 들어 상쾌하다.

다시 시작된 라이딩의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아침으로 이글이 챙겨놓은 고기가 들어간 빵으로 해결한다. 하나하나 호일을 감싸놓은 이글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10시,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누나의 전화를 받고 심란해진 정신, 프런트 패니에를 묶던 자물쇠가 바퀴에 엉키며 자물쇠와 패니어의 연결고리가 뜯어져 버렸다.

"젠장."

너무나 게으르지만 어떤 일과 생각에 몰두하면 예민해지는 성격 탓에 평상시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들이 발생하곤 한다.

모스크바까지 700km,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다.

두 시간을 달려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가 뻐근하고 쉬는 동안 말랑말랑 변해버린 엉덩이가 아파온다.

평속 10km가 겨우 넘는 속도지만 무리를 할 생각은 없다. 자전거와 라이딩에 적응할 때까지 조심스레 페달링을 하여야 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 관절이나 인대에 무리가 간다면 그것보다 난감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을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고.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의 도로변에 슈퍼와 식당들이 있지만 그냥 지나친다. 아침으로 빵을 먹었고, 패니어에 이글과 포가 챙겨준 음식들이 가득 들어있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는 사이 하늘을 뒤덮는 구름의 모양이 심상치가 않다.

거대한 양탄자처럼 하늘을 뒤덮고.

때로는 우주의 성운처럼 수직으로 용솟음치며 울라 가기도 한다.

어제와 같은 회색빛의 세상으로 변해간다.

체복사리를 앞두고 작은 박물관처럼 생긴 곳의 안내판에 눈길이 간다.

"웬 한자?"

사람의 사진 밑에 한자가 적혀있어 중국인의 이름인가 생각하며 호기심에 자전거를 세웠지만 자세히 보니 환영(歡迎)이라는 인사말이다.

"제대로 낚었어."

" 쉬어 가자."

쉬는 동안 카잔을 벗어나서 경계를 넘었던 추바시 공화국에 대해 검색해 본다.

50만명 정도의 작은 공화국이고 수도는 이제 곧 지나치게 될 체복사리다.

"체복사리가 수도구나. 그나저나 근처에 식당이 없나?"

카페를 검색하려다 귀찮아진다. 아무리 작아도 공화국의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싶다.

멀지 않은 곳에 카페가 나타나고.

3시, 플롭과 닭고기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배도 채웠고, 이제 조금 신나게 달려 볼까."

6시 정도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남은 2시간은 속도를 내어 달려볼 생각이다.

추바시 공화국의 수도 체복사리의 진입을 알리는 구조물을 지나치고.

"공화국 깃발이 노란색이네."

체복사리의 외곽을 지나는 도로지만 체복사리로 들어가는 교차로들과 신호등들을 지나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도로도 혼잡하다.

체복사리의 외곽을 완전히 벗어나자 검은 비구름과 함께 검은 빗줄기가 내리는 모습이 전방에 펼쳐진다.

한편에서는 검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고, 한편에서는 환한 태양빛이 구름을 뚫고 반짝거린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검은 비구름에 덮여있는 길이다.

크게 한숨을 쉬어보고.

빗속을 향해서 달려 들어간다.

천천히 옷과 신발이 젖어든다.

40여 분, 빗속을 달리고 서야 비구름의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회색 구름 너머로 주황빛 찬란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한편의 하늘에서는 여전히 검은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고.

붉은 태양빛이 선명해지는 하늘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눈에 담고 싶은 하늘이다."

해가 지기 전, 다시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석양빛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간다.

연이어 나타나는 오르막길이 발길을 느리게 만들지만.

"이 관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매일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지만 자연의 풍경은 매일이 새롭고 경이롭다.

고개와 언덕을 넘는 사이 태양의 붉은빛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고 자전거를 세운다.

지평선으로 떨어진 태양의 붉은빛이 하늘의 뒤덮은 구름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붉게.

붉게.

더 붉게.

"정말 멋진 하늘이야."

힘든 하루의 끝에 맞이한 황홀한 선물이다.

여행의 삶은 오직 오늘의 하루를 위해, 한순간 지나쳐버리는 시간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내 삶의 마지막 오늘을 보내듯이 바라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야영을 위해 석양빛을 바라보던 자리의 측면에 있는 나무숲으로 들어간다.

좋은 자리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둘레가 넓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와, 멋진 나무다."

커다란 고목 아래 텐트를 치고.

립킨이 선물해 준 통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고기 통조림과 콩 통조림을 섞어서.

맛있게 끓여먹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비에 젖은 발은.

이글의 수면 양말로 따듯하게.

아주 조용한 밤이다.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붉은 노을과 석양빛이 그저 좋았다.

"충분한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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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34일 / 맑음
카잔-슈토너보시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들어섰던 첼니에서 보바와 이글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보낸 아쉬운 시간을 끝내고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다음 목적지는 니즈니노브고로드야."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15,648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1,129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잔
 
고드야세
 
슈토너보
 
 
2,66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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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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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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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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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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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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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카잔을 떠나는 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녘에 기절을 하듯 잠들었다. 이제는 습관이 된 8시 전후의 시간, 7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깬다.

"이글 아침에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어?"

"모르겠어."

"한국에서는 헤어질 때 함께 밥을 먹은 후 작별을 한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국의 환경이나 생활 패턴을 벗겨내지 못한 모양이다.

아침을 먹자는 말에 이글은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이글, 영업을 하는 식당이 있어?"

"레스토랑이 아니고 카페, 레스토랑은 웨이터가 주문을 받는 곳이고 카페는..."

식당이라는 단어가 레스토랑으로 번역되었는지 이글의 끝도 없는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려고 한다.

"이글, 알아. 번역기가 잘못한 거야."

러시아의 레스토랑은 종업원이 서빙을 하며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곳이고, 카페는 일반 음식점으로 식사만을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알아, 카페. 한국의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야."

식당이라고 말하면 번역기는 당연히 레스토랑이라고 번역을 한다. 번역기의 번역은 어순이 다르고, 가끔씩 주어나 목적어 등을 빼고 말을 하는 한국어는 오류가 많다.

"이글, 이 디테일한 녀석을 어떻게 말리겠어."

이글이 꼼꼼하게 챙겨준 용품들을 넣다 보니 패니어가 묵직해졌다.

"이글, 가자. 카페!"

이글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고.

10시에 만나기로 한 포(Павел)의 집으로 출발한다.

트레일러를 많이 사용하는 러시아에서는 차량에 트레일러 연결장치가 많이 장착되어 있다.

이글은 종종 보트를 가지고 낚시를 다니니 그때 트레일러에 보트를 싣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

"가자, 이글."

카잔의 시내를 벗어나 시 외곽의 포의 집으로 간다.

어제 지나쳤건 도로변의 화려한 건물이 궁금하여 이글에게 잠시 구경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알록달록 첨탑 모양의 지붕이 많아서 정교회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낌이 이상하다.

첨탑 위에 세워진 것들은 각종 종교의 상징물들이고, 외벽 한편에는 불상이 놓여 있다.

"정교회가 아니네. 종교 박물관 같은 건가?"

장난감 같기도 하고, 어린이 유치원처럼 재미있기도 하다.

"사비, 여기는.."

"응, 알아."

"안쪽을 구경하고 싶어?"

"응."

입구로 들어가서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내부를 구경한다. 종교별 벽화나 그림이 있을 것 같던 곳에는 여러 가지 인형들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놓여있다.

"컨셉이 뭐냐?"

"화가의 작업실 같기도 하고 모르겠지만 금손이네."

건물은 계속해서 증축되고 있는 모양이다.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이글이 여직원과 대화를 하고, 작품 사이사이 걸려있던 사진 속의 남자를 만나게 해준다.

러시아의 많은 정교회의 벽화를 그렸다는 작가와 사진을 찍고.

"유명한 사람인가?"

포의 집에 도착했다.

1924년에 지어졌다는 물탱크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으니.

그 사이 이글은 맥커피를 한 봉지 사서 건네준다.

자전거를 타고나온 포는 나무젓가락을 선물로 건네주고, 니즈니노브도로드로 가는 다리로 길을 안내한다.

작은 숲을 가로질러.

볼가강을 넘는 다리에 도착한다.

짐들을 다리 위로 옮기고, 떠날 채비를 갖춘다.

마치 첼니와 카잔에서 보낸 시간이 아주 오랜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글, 이제 가야 돼."

이글과 마지막 인사와 포옹을 하고, 이글은 나를 번쩍 들어 올린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헤어짐이란 감정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감정이다.

포가 앞장을 서 안내를 하고 볼가강을 넘어간다.

이글과 포가 챙겨준 음식들로 자전거가 무겁고 어색하다.

페달을 밟는 다리는 오랜 휴식으로 지금은 가볍지만 이내 힘들어질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힘든 것들도 다시 익숙해질 것이다.

"천천히 몸을 풀듯이 가 보자."

다리를 넘기 전 포는 출근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고마워요. 포."

포가 되돌아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사라지니 적막한 느낌마저 든다.

"가자!"

다리를 건너고 모스크바 77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경찰 검문소를 지나 자전거를 세우고 가벼운 복장으로 바꿔 입는다.

"정말 가자!"


뭔가 허전한 마음과 함께 오랜만에 달리는 라이딩이 어색하다.


"언제나 휴식 후에 라이딩은 이렇게 힘들구나."


찌뿌둥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허전한 기분 탓인지 페달링의 속도가 느려져만 간다.


작은 언덕들을 넘으며 조금씩 몸이 풀려가듯이 허전한 마음도 조금씩 사라진다.


"아고, 힘들다."


계속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을 넘어가며 그동안의 휴식으로 다시 말랑말랑해진 엉덩이가 아파오고.


무릎과 종아리도 거북한 느낌이 느껴진다.


"다시 적응하려면 이삼일 고생하겠네."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무리하게 긴 라이딩을 하기보다 오늘은 이른 시간에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싶다. 


적당한 야영자리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도로는 갑자기 공사구간으로 들어선다.


"첫 날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새로 아스팔트가 깔리는 도로가 이어지고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는 경계는 경사가 진 둔턱이라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기가 쉽지않다.


"에쉬, 질척거리는데."


마르지 않은 흙밭에 자전거의 바퀴가 빠져들고, 진흙 덩어리들이 바퀴에 엉겨붙어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낑낑거리며 낙엽이 쌓인 숲으로 겨우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적당한 위치에 텐트를 펼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여행과 캠핑의 느낌이 살아나고, 하루 종일 허전했던 마음은 이유 없이 가벼워진다. 


"그래, 이거지!"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포가 선물한 꼬냑과 보바가 선물한 말고기 육포로 다시 시작된 여행을 자축한다.


"친구들, 잘 달려볼게!"


이글과 포 그리고 친구들에게 여행의 시작을 알리고 달큰한 꼬냑의 도움으로 편하게 잠이 든다.


"역시, 캠핑이 최고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3일 / 흐림
카잔
이글과 함께 카잔 크렘린을 구경하고, 카잔에서 자전거 세계일주를 했다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22시간

 
카잔크렘린
 
자전거여행자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잔
 
카잔
 
카잔
 
 
2,5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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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저녁 일찍 잠든 덕에 그동안의 피로가 조금은 풀린 것 같다. 가볍다.

이글은 아침부터 어제 산 오트밀을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뜨거운 물을 이만큼만 넣고."

"물을 1:1로 넣어야 해."

"그리고 5분 정도 기다려야 해."

"이글, 여기 봉지에 조리법 다 나와있는데."

정말 이 꼼꼼한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이글이 사준 오트밀은 조그만 봉지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과일들이 들어가 있어 달콤한 맛이 아주 좋다.

일다의 집에서 아침으로 먹었듯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음식인 것 같다.

제법 바람이 분다. 카잔의 요즘 날씨는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아파트 렌트를 하루 더 연장하기 위해 주인을 기다리고.

이글은 숙소를 연장한다.

크렘린으로 가기 전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러시아의 식사고 자주 먹다 보니 꽤 재미있고 괜찮다. 물론 러시아의 수프는 처음부터 반해버린 음식이다.

"근데 빵은 꼭 먹어야 하는 건가?"

이글은 나에게 운전면허증이 있냐고 묻는다. 러시아에서 외출을 할 때 신분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데, 나는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답하고 이글은 면허증을 챙기라며 바보 같은 대화를 서로 하고 있다.

이글의 신분증, 러시아의 독수리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글, 가운데 백마를 탄 기사는 뭐야?"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 싶다. 러시아 문장의 백마를 탄 방패의 문양은 악과의 투쟁을 뜻한다고 한다.

잠시 택시를 기다리며 공원에서 쉬고.

카잔의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카잔의 첫날 야경으로 보았던 관공서 건물로 걸어간다.

"사비, 난 엉터리 가이드야. 나무는 진짜가 아니었어."

야경의 조명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던 나무는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다.

"괜찮아. 저렇게 만든 놈이 나쁜 거지."

이글은 안내를 잘못했다며 바보스럽다고 반복한다.

대리석의 웅장한 건물은 꽤 매력적인 건물이다.

이글은 크렘린의 안내판을 보면서 자신도 이곳을 잘 모른다고 한다. 안드레보다는 낫지만 이글도 어쩔 수 없는 올드맨이다.

"이글, 여기에 다 있어."

구글맵을 보여주며 핸드폰을 흔들자, 이글은 아직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다며 웃는다.

"이글, 이쪽이야!"

처음으로 보는 서양의 성곽이다.

성곽을 따라 걷는다.

"독특하고 예쁘다."

성벽 너머 모스크의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히고.

"잠시만 이 길이 아닌데."

성벽에 정신이 팔려 경로를 벗어나고 만다. 입구를 찾아 되돌아가니 이글은 사람들에게 입구를 물어본다.

"뭐야? 못 믿는 거야?"

크렘린의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로 되돌아간다.

"무료야!"

크렘린의 입구에 기념품 가게가 있고.

초입의 관광 안내지도를 보며 이글의 설명이 시작된다. 말이 통하면 이글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되는데, 번역기를 사용하느라 핸드폰만을 쳐다봐야 하는 형국이다.

"이글 가자.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어."

몇 걸음을 옮기고 붉은 벽돌의 탑을 보며 이글의 설명이 다시 시작된다.

"사비, 번역기를 열어줘."

한국어와 러시아의 번역은 아직 오류가 많아서 내용을 확인하려면 여러번 번역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글, 그냥 인터넷으로 찾아볼게. 그냥 가자."

강제 결혼을 거부하고 여왕이 떨어져 자살을 했다는 붉은 벽돌의 타워는 크렘린에서 첫 번째로 시선을 사로잡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타워 지하의 묘지들은 투명 유리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비석처럼 보이는 돌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크렘린의 내부에는 여러 곳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타워 측면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 크렘린의 엽서를 사고.

"따듯한 불빛을 갖은 도시다."

박물관은 타타르스탄의 역사에 대한 유물들이 있는 박물관이다.

과거 몽골인들의 후예인 타타르스탄의 역사는 몽골의 역사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역시 박물관은 재미가 없어."

현재의 카잔 크렘린은 크게 정교회와 모스크, 박물관들과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는 모양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건물을 구경하고.

"저건 관공서인가? 색깔도 참 예쁘게 칠했네."

모스크로 이동한다. 하늘색의 아치형 돔과 네 개의 첨탑, 정교한 모형처럼 느껴진다.

"이글, 여기 봐!"

"피스, 우리 이글은 평화주의자랍니다."

모스크의 내부 모습도, 잘 짜인 모형처럼 빈틈이 없다.

아름다운 느낌보다는 잘 만들어진 건물처럼 느껴진다.

"아스타나에서 너무 아름다운 모스크를 봐 버렸나?"

"정확하게 이런 느낌이다."

정교하게 잘 짜인 조형물.

모스크의 외부를 구경하는 동안 이글은 기념품 가게에서 망부석이 되어있다.

"뭔데? 바르간."

이글이 연주를 하는 바르간의 기념품 가게다.

망부석이 된 이글를 두고 주변의 기념품 가게에서 카잔의 자석을 산다.

"이쁜 것들도 많네."

바르간은 말굽 모양으로 생겨서 입에 물고 손으로 튕기며 소리는 내는 악기인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악기라고도 하고, 몽골의 위쪽에 위치한 러시아의 부족민들이 사용하는 악기처럼 보인다.

이글이 보여준 영상들을 보면 샤먼 음악처럼 들린다.

이글이 연주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묘한 울림 같은 것이 있다. 이글은 기념품 가게에서 바르간을 만드는 명장의 연락처를 얻었다며 행복해한다.

크렘린의 반대쪽에는 흰색의 성탑 위로 시계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여기가 정문이네."

흰 백색의 카잔 크렘린, 평범하고 단순한 색의 성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

"성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면 쳐들어올 마음마저 상실하겠네."

크렘린의 정문 측면에는 전쟁 영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강렬하고 상징적인 조각상인데 주변 공사 때문에 정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크렘린의 광장 맞은편에는 멋진 석조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들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자 이글은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한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재촉을 한다.

"난 그 사람이 궁금하지 않아. 여기 도시의 풍경이 더 중요해."

이글은 정색을 하며 그 사람과 이미 약속을 했다며 당황한다.

"이글, 농담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러시아의 유머 코드는 너무 진지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내게 주려고 하는 이글은 언제나 너무 바쁘다.

"이글, 나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 중에 하나야."

이글이 화장실에 간 사이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크렘린의 내부를 천천히 눈에 담고.

"저 탑은 볼수록 삐딱하네."

크렘린의 모습보다 이글의 설명 번역기를 더 많이 보아야 했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남겨도 좋다.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크렘린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한참을 기다린 후 처음 택시에서 내렸던 관공서 건물 방향으로 이동하고.

어두워진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바람이 시작되고.

비는 강해지고.

이글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한 시간이 지나도 택시는 소식이 없다.

"내가 우버 택시라도 불러야 하나?"

한 시간이 지나 이글은 버스를 타고 가자며 앞장을 선다.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역시 아날로그 형이야."

카잔의 버스를 탄다.

"버스도 타보고 좋네."

도시의 버스에도 요금을 받는 여자 승무원이 있다.

"아, 설마 했다."

카드 단말기를 들고, 승객에게 다가가 버스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버스는 대학가를 지나며 민원버스가 되고, 여자 승무원은 비좁은 틈을 움직이며 버스비를 결제한다.

앞뒤 문으로 승하차를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숙소 아파트로 돌아와 이글의 차를 타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했다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성격상 타인의 경험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이글이 나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이니 감사할 뿐이다.

여행은 각자의 삶이다. 누군가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없듯이 타인의 여행담이 나의 여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좋은 여행을 즐겨라'라는 말보다 좋은 경험담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빗속을 달리고, 카잔의 시 외곽에 있는 남자의 집으로 간다.

포. 남자의 작은 집에는 엠티비와 사이클이 다섯 대가 놓여있다.

"하하하, 이 형님 매니아네."

세계투어의 깃발들과 자전거 관련 메달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커다란 성조기다.

"아니 왜? 러시아 집에 미국의 성조기가 이렇게 큰 것이?"

여행에 대해 짧은 설명을 듣고, 말이 너무나 빠른 스타일이라 머리가 아파온다.

일단 저녁을 먹자고 한다. 직접 만든 음식들인데 너무나 맛이 좋다.

브랜디, 이글은 브랜디가 위스키나 코냑보다 좋은 것이라고 알려준다.

"어 그래."

양주를 전혀 먹지 않아 관심도 없었지만 나의 게으름에서 고기는 모두 고기이고, 술은 모두 술일뿐이다.

세상의 고기와 술에는 어떻게 좋은가의 문제만 있을 뿐, 어떤 게 좋은가의 문제는 나에게 없다.

"향이 좋고 부드러운 술이다."

포는 음식과 비상식량들을 잔뜩 선물을 한다.

"아이고, 이글이 챙겨놓은 짐들도 엄청난데."

포의 세계일주는 자신의 우상이라고 하는 카잔 출신의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경로를 따라 다시 세계일주를 한 것 같다.

동료 한 명과 카잔을 출발하여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를 지나 러시아로 돌아오는 경로다.

"백년 전에 세계를 돌았다는 말이지."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소 여행이라고 말하지만, 백년 전의 여행은 모험에 가까웠을 것이다.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네."

다른 하나의 깃발은 인상적인 설명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름과 겨울의 여신이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포 일행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 카잔을 빠져나가는 경로를 안내하겠다는 제안에 감사를 표한다.

카잔에서 니즈니노브도로드로 가는 길에 포의 동네가 있다.

밤하늘이 신기하다. 아주 오래된 물탱크를 구경하는 동안 포는 슈파에 들러 집에서 주었던 브랜디 한 병을 선물한다.

"스바시바!"

그는 여행자의 삶을 이해하는 멋진 사람이다.

안개비가 내리는 밤, 피곤함이 밀려온다. 좋은 사람과의 좋은 인연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택시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로등과 신호등,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브레이크등의 불빛이 다채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빛들이 있다.

안드레, 이글, 보바, 포......

모두를 담기에 내 가슴은 너무나 좁다.

내 가슴의 그릇이 차고 넘치지 않도록.

그래서 게으름을 피운다.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는 한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진심을 다하여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한 명이라도 좋다.

그런 친구면 충분하다.

"안드레, 이글, 보바. 너희들이면 충분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2일 / 흐림
카잔
이틀 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글의 아들이 아파트로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글 부자에게 시간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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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22시간

 
이글아들
 
황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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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카잔
 
카잔
 
 
2,5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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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계절 날씨는 기본적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인가 보다.

오래된 아파트의 가스렌지는 수동이다.

점심 무렵 이글의 아들이 찾아왔다. 2년간 통화만을 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고 한다.

오랫동안 두 남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 같은 부자의 관계처럼 보인다.

두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한다. 카잔 크렘린을 구경하기로 했지만 하루 정도 푹 쉬고 싶은 생각이다.

이글이 선물한 손뜨개질로 만든 양말, 따듯한 것이 수면 양말로 사용한다.

오후까지 부자의 대화가 계속된다.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진다.

시골의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서울로 유학을 떠난 후 혼자 떨어져 살았고, 성인인 된 이후에는 연로한 부모님과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사춘기의 어린 시절과 혼란스러웠던 20대의 시간, 한때는 친구와 같은 젊은 부모를 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카잔 크렘린은 내일 둘러보기로 하고, 이글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맥주를 마시며 일찍 쉬기로 한다.

이글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길 건너편 슈퍼로 가자고 하더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은 오트밀 팩을 여러 개 집어 든다.

"이게 오트밀이구나."

"이건 아침에 요거트에 넣어먹던 건데."

시리얼로 생각하고 사서 먹었던 것은 오트밀이었나 보다.

"어쩐지 조금 딱딱하더라."

누나와 통화를 한 후 기분이 가라앉는다. 매일처럼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사비, 푸시킨의 황금 붕어 이야기를 알아?"

"아니."

푸시킨의 동화 어부와 황금물고기 이야기를 해주려던 이글, 재빠르게 검색을 하고 짧은 동화를 읽는다.

번역기로 이글의 설명을 들으려면 어쩌면 저녁 시간을 모두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글, 나 황금 붕어 읽었어."

이글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호기심이 많은 이글은 궁금한 것이 많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글이 묻는다.

"신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유물론자이고 실존주의자야. 그래서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인간의 절대자를 향한 믿음의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때로는 그 모습이 숭고하다고 생각해."

"사비, 살면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지?"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아프면 아픈 만큼 아파하고, 슬프면 슬픈 만큼 슬퍼하라고 한다. 그것을 감추려 하거나 부정하려 하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프고 힘들지라도 숨김없이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신 앞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듯 진심을 다해 자신을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네."

"응."

"사비, 넌 나에게 황금붕어와 같아."

이글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초저녁 일찍 쓰러진다.


"진흙 수렁에 빠진 코끼리가 스스로를 끌어내듯 너 자신을 구하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1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카잔
안드레, 보바, 이글과 함께 정신없이 보낸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을 지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여정이다. 카잔까지 함께 가자는 이글의 제안으로 이글의 차를 타고 카잔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263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12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카트미쉬
 
카잔
 
 
2,5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가 내린 후 맑은 아침의 바람이 좋다.

첼니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카잔으로 떠나는 날, 이글과 함께 카잔으로 가기로 한다.

안드레는 언제나처럼 인도차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안드레의 차는 향과 맛이 좋다.

"사비, 가끔씩 연락해야 해."

안드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참 편안한 친구다. 짐들을 정리하며 안드레에게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버프를 선물한다.

"안드레, 산에 갈 때나 강에 갈 때 이것을 써."

좀 더 좋은 선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드레라면 기꺼이 기분 좋게 받아줄 것 같다.

땅이 넓어서 인지, 전쟁이나 재해를 대비한 것인지 러시아의 지하 주차장의 지상은 아무런 용도 없이 비어있다. 우리라면 지상의 주차장으로 빼곡하게 이용을 할 텐데 말이다.

이글이 안드레의 집으로 찾아오고 짐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안드레, 이제 가야 해."

이글의 승용차에 자전거의 바퀴들을 분리하고 짐들을 싣는다.

월터의 말처럼 헤어짐의 감정은 그다지 좋아하거나 익숙해지는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안드레, 잘 있어."

아쉬움의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안드레와 헤어진다.

"다시 만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내 친구, 안드레."

이글은 성능이 떨어진 USB 케이블을 사주기 위해 전자기기 가게에 들르고.

튼튼해 보이는 USB 케이블을 사준다.

"아프리카까지 잘 써 볼게."

러시아의 물가는 우리보다 20~30프로 정도 저렴하다.

이글은 보바에게 가서 작별 인사를 하자고 한다. 이글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하자고 부탁했을 것이다.

보바의 직장으로 이동해서.

보바와 작별 인사를 한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따듯한 친구 보바, 소치에서 꼭 다시 만나자.

보바와 헤어지고 이글은 이발을 하자며 이동을 한다. 꼼꼼한 이글은 오늘의 동선을 메모리에 적어왔는지 뭔가를 계속 확인하며 시간을 사용한다.

며칠 전부터 이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었다.

미장원에 앞선 손님이 있어 잠시 대기한다.

"얼마 만이야. 오늘 날씨 참 좋다."

미장원 앞에 있던 작은 고양이가 살갑게 다가와 자리를 잡는다.

"네가 사랑받는 법을 아는구나."

"잠깐 비포 사진을 찍고."

눈 내리던 몽골에서 머리를 자르고 러시아까지 왔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인증샷, 시원하게 잘린 머리가 마음에 든다.

러시아의 모든 곳에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있다. 거리에 나와 시간을 보내며 작은 용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쌀쌀하여 춥지는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렇게 거리에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글과 카잔으로 향한다. 200km 정도의 거리, 3시간 정도 이동하면 될 것이다.

이글은 이동하는 동안 지나치는 곳들의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간 지잠에서 차를 세우는 이글,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여기저기서 손짓을 하는 중년의 여성들, 간단한 음식과 함께 기념품과 말린 생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말린 생선은 정말 별미다.

이글은 한 가게에서 만두처럼 생긴 손바닥만한 큰 빵을 주문한다. 이름을 알려주었지만 어려워서 모르겠고 감자 반죽의 피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어 쫀득하고 맛이 좋았다.

이글의 성화에 가게 주인과 사진도 찍고.

유료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도 해결하고.

출발하려는 사이 다른 가게의 여자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글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말린 생선을 보여주는데 뭔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판매가 금지된 어종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도로를 달리던 이글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차량을 유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한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도로변의 오래된 카페인데, 오래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카페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카페에서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의 자동차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올드카들이 주차장에 방치되듯 전시되어 있다.

"아깝다. 좀 더 제대로 보관하면 좋을 텐데."

장애인을 위한 차라고 하는데, 구조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오래전 러시아의 나무집도 재현되어 만들어져 있고.

상점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냉장고와 계산기, 카운터 포스 등을 제외하면 현재 러시아 시골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 그런데 인형이 너무 무섭다."

이글의 말레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리며 구경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장소라고 한다.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눈을 붙인다.

카잔으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잠에서 깬다.

"사비, 저기 봐. 비가 내리고 있어."

"어,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많이 봤어."

이글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려주느라 간단한 것도 여러 번 설명을 하며 '언더 스탠드'를 외친다.

카잔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흩날리고 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름들의 움직임이 계속된다.

카잔의 외곽에 들러서 이글의 친구를 만나고, 잠시 은행에 들린다.

은행 안의 풍경이 색다르다. 상담을 하고 있는 고객들이 모두 측면을 향해 앉아있는 구조다.

이틀 동안 머무를 집을 구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글과 친구, 아마도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아파트를 빌려 머무를 생각인가 보다.

러시아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느 곳을 가나 울창한 나무의 골목길, 산책로, 인도가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모기가 많기는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인도의 길바닥에 뭔지 모를 글자와 숫자들이 많이 쓰여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침대가 두 개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렌트한다. 러시아의 숙소, 렌트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 중 아파트 숙소에서 머문 적도 있지만 시스템을 안다면 값비싼 호텔보다 좋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은 어제 촬영을 했던 인터뷰가 방송이 된다고 알려준다. 첼니의 지역 방송이라 카잔에서 시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글은 카잔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이동하며 핸들 패니어를 들고 가는 나에게 이글은 중요한 것이 없으면 핸드폰만 들고 가라고 한다.

"안 돼. 여행의 습관을 만드는 거야. 귀찮아도 항상 들고 다녀야 잃어버리지 않아."

구글을 검색하면 수프전문 식당으로 검색되는 카페인데, 저렴하게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어 몇 차례 이용을 했던 곳이다.

카잔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의 세대가 많이 보인다.

메뉴가 다양한 카페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이글의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비,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어, 이글."

"사비 샐러드 안 먹어?"

"어, 풀은 안 먹어."

이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번역기로 확인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거, 이거."

재빠르게 메뉴들을 골라 주문을 하지만 이글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배식을 하는 여직원에게 묻고 닭고기인지 생선인지를 설명한다.

"하하하. 내가 졌다. 이글."

플롭이 없어서 마카로니를 고르고 고기로 보이는 두 가지 토핑을 선택한다.

생선과 닭고기라며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이글과 달리 나에게는 모두 고기일 뿐이다. 고기 메뉴는 연어꼬치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같다.

이글은 재미있게 생긴 빵을 두 개 챙겨 나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안 쪽에 다진 고기가 들러간 빵이다.

이글의 메뉴는 샐러드와 감자다.

김치와 나물을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의 식탁에선 특별히 샐러드를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지만 러시아의 식탁에서 샐러드와 메인 메뉴 그리고 빵과 차를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같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절차는 수프나 메인 메뉴를 고르면 빵이 몇 개 필요한지를 묻고, 차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밥과 고기 그리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으깬 감자나 감자 등을 주메뉴로 먹는 것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간단한 식사로 좋긴 할 것 같은데, 저게 배가 부른가?"

확실히 내 취향은 오리지널 한국의 촌놈 입맛이다.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카잔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의 도시에는 우버 택시가 많이 보이고, 정식 택시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몽골처럼 개인이 택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로변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타는 몽골과 같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게르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몽골, 누구든 악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되는 카자흐스탄의 브로맨스처럼 러시아의 커뮤니케이션도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듯싶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들이 처음 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각박해 보일 정도이다.

잠시 첼니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펼쳐진 풍경은 실로 이색적이다.

"와, 러시아의 크렘린이 이런 것이군."

높지 않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과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성 내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반사된다.

약간의 흥분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글은 내일 구경을 하자며 강변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야경은 다르지."

리카 카잔카의 강변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화려한 조명의 야경이 펼쳐진다.

강변의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이글 웃어봐."

건너편의 야경도 화려하다.

이글과 함께 강변을 걷고.

이글은 강 건너편에 세워진 항아리 모양의 구조물에 대해 설명한다. 카잔의 명칭과 관련된 유래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는 설명이다.

"이글, 이제 돌아가자."

작은 조명들이 수놓아진 길을 걸으며, 이글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하더니 바르간을 물고 남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너무 꼼꼼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남자다."

"이글, 이곳에 오면 없던 사랑도 생기겠다."

보바와 영상 통화를 하고, 늘 함께 있다 떨어져 있으니 어색하다.

분위기 좋은 리카 카잔카의 강변이지만 바람이 너무 차갑다.

이글이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비, 저기 건물 입구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커다란 석조 건물의 현관에 오래된 고목의 실루엣이 보인다.

"오, 신기하다."

택시를 타고 돌라오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석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고 있다.

"이글, 여기는 사람이 없어? 저녁에 무서워서 혼자는 못 오겠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 사람의 인적이 드물다.

바쁘게 움직인 날들로 인해 이글도, 나도 피곤하다.

"이글,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푹 자자."

숙소의 주변 슈퍼에 들러 필요한 식료품은 샀지만 10시가 넘어 맥주는 살 수 없다.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보바가 말했는지 이글은 오트밀과 함께 착착을 산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오트밀을 조리해 주고.

보바는 유튜브에 올려진 인터뷰의 영상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정말 꾀죄죄하다."

"이글, 왜 보바를 째려보고 있는 거야."

우파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러시아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추천해 준 착착, 달콤한 꿀로 버무린 우리의 강정과 같은 맛이 난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잠들었다. 카잔 크렘린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늘도 고마워.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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