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1일 / 흐림・ 1도
니즈니 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복잡한 마음들을 추스린 니즈니 노브고로드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가자, 모스크바로!"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16,042Km
이동시간
6시간 03분
누적시간
1,160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니즈니
 
피라
 
고로
 
 
3,06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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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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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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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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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샤워를 한 후 겨울옷과 장비들을 꺼내고, 패니어의 짐들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단 비상식을 사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려다, 대형 슈퍼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 생수만을 사 든다.

볼가강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비상금을 찾고.

볼가강변을 따라 이동하던 중 맥도날드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간단하게 버거 하나?"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원한 콜라맛이 좋다.

볼가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 알렉산더 넵스키 성당으로 간다.

노란 석조건물 앞에 커라란 종이 놓여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지 중저음의 낮은 기도문이 울려 퍼지고 있다.

"우체국이 어디에 있지?"

모스크바로 향하는 메인도로를 찾고, 우체국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도를 여러 번 확인하며 우체국을 찾는다.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데 러시아 안내문이라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작고 한가한 우체국은 우편 업무를 하는 작은 창구와 은행 업무를 하는 창구 등이 함께 있다.

두 명의 여직원이 앉아있는 창구로 다가가 엽서를 보여주며 한국과 중국으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하니 여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주는 여직원에게 한국인이라 말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한다.

여직원은 메모지에 150을 적어주고.

각각의 엽서에 두 장씩의 우표를 붙인다.

"우편 봉투 하나 주세요."

우편 봉투를 찾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던 직원은 엽서는 봉투가 필요 없다며 번역기를 보여준다.

여러 장의 엽서를 보여주며 봉투에 담는 제스처를 하자 이해를 했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창가에 앉아 봉투에 주소를 적고 있으니 엽서나 편지를 적어 보내던 예전 사람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다.

엽서를 보내고 메인도로를 찾아 이동한다. 도로의 경계석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더니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M7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르고.

"오, 고무장갑!"

매일 비가 내렸던 중국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내피가 있는 고무장갑은 아니지만 장갑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12시, 빵과 우유 등을 사고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노브고로드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40분을 달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모스크바, 420km가 남았다.

삐걱거리던 체인에 오랜만에 오일도 바르고.

"출발!"

이틀의 휴식으로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고, 평탄한 도로가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러 점심을 해결한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로의 갓길도 넓어지고, 도로변의 카페도 일정하게 들어서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텔과 카페, 플롭과 닭고기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닭고기로 생각했던 메뉴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밥과 음식에서 약간의 잡내가 난다. 러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쁜 맛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설마, 오늘은 내리지 않겠지?"

서둘러 비구름을 벗어나고.

길게 뻗은 평탄한 길을 달려간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동이다.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우유를 먹지 않는데 러시아의 우유는 정말 맛이 좋다.

오랜만에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5시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오늘의 목적지였던 고로호베츠를 지난다.

"카페가 어디에 있지?"

고로호베츠는 메인도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다른 카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간다.

한참을 달려도 카페는 나오질 않고, 6시가 넘으며 해는 완전히 떨어진다.

구글맵에 검색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샤슬릭, 샤슬릭?"

발음이 안 되는 샤슬릭을 여러 차례 외치니 카페의 손님이 여직원에게 샤슬릭을 찾는다며 알려준다.

샤슬릭이 없다며 카페의 직원은 수프를 추천한다.

"오늘은 수프 느낌이 아니야, 샤슬릭이 필요해."

카페를 나와 추수가 끝난 밀밭에 야영을 한다.

분리되었던 텐트를 다시 조립하고, 빵으로 저녁을 대신한다.

"땅콩잼도 다 떨어졌네."

네트워크도 끊겼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이내 잠이 든다.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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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3일 / 맑음
스타로쿠르마세보-스타로콕토보
카잔으로 향하는 여정, 고로드 알타이스크에서 만난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나베레츠니 첼니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5,119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1,10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타로쿠
 
타이모에
 
스타로콕
 
 
2,13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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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을까?"

요거트와 빵을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기분처럼 흐리고 찌뿌둥한 날씨다.

"참 멀다."

도로변의 자작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간다.

첫 번째로 나타난 카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한다.

플롭과 라그만을 주문하고, 라그만은 러시아의 일반적인 수프로 면과 고기, 감자 등이 들어있고 토마토소스가 베이스인 것 같다.

밥과 국, 플롭과 라그만을 함께 먹으니 한국의 밥상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모든 들녘의 밀들이 익어가고 추수를 서두르는 트랙터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짙고 무거운 구름과.

순백의 가벼운 구름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맑은 하늘에서 이슬비처럼 작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묘한 날씨다. 지금의 기분처럼 말이야."

들녘 곳곳에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기계 같은 것이 한 기 또는 여러 기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작은 유전의 모습 같다.

카페에서 포장해온 호쇼르 같은 커다란 만두로 허기를 달래고.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계속된다.

갑자기 작은 마을을 지나는 사거리가 나온다.

"마을이 왜 나오지?"

구글맵을 확인하니 메인도로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돌아가기도 귀찮고."

메인도로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낡은 도로를 따라간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

그리고 다른 편의 하늘은 밝고 화창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도로를 달리는 동안.

작은 마을들과.

하천을 지나고.

끝없는 들판을 가로지른다.

차량의 통행도 끊겨버린 옛길.

들녘의 풀내음과 비를 머금은 바람의 냄새.

그리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하늘의 빛과 실루엣.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다.

"지금은 혼자인 것이 다행일지도 몰라."

한 시간 반, 잘못 들어선 길을 달리는 동안 어지럽던 마음은 날씨의 변화처럼 차츰 가라앉는다.

"자연의 색은 참 예쁘다."

다시 메인도로를 만나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정확한 목적지 없이 출발한 하루의 여정, 예쁜 석양빛을 바라보며 캠핑을 준비한다.

언덕 밑으로 마을의 모습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슈퍼와 카페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을 입구의 슈퍼에서 물과 함께 간단한 비상식을 보충하고.

카페에서 샤슬릭을 포장한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의 자작나무 숲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한다.

"그저 그런 하루였어."

알타이에서 만난 안드레의 집이 가까워지는데 여전히 연락이 닿질 않는다.

"이대로 지나치기엔 너무 좋은 친구, 안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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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5일 / 흐림
미아스-브레조비모스트
300km 넘게 남아있는 우파를 향하여 간다. 첼랴빈스크에서 우파로 향하는 구간은 우랄산맥의 끝자락이라 계속해서 산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4,613Km
이동시간
8시간 11분
누적시간
1,062시간

 
E30도로
 
E30도로
 
 
 
 
 
 
 
40Km / 3시간 50분
 
43Km / 4시간 21분
 
미아스
 
 
브레조비
 
 
1,63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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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텐트의 천장을 두드린다. 다행히 밤사이 빗줄기는 굵어지지 않았다.

소나무 숲의 싱그러움이 한 층 더 진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일주일 동안 비 예보가 되어있듯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쌀쌀한 바람이다.

첫 번째 산을 내려가고 도로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간다.

자작나무 사이 아주 작은 카페.

친절한 웃음의 할아버지에게 바베큐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텔레비전의 리모컨을 건네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니 종이 신문을 건네준다.

할머니는 소일거리로 뜨개질을 하는가 보다.

겨울에 신을 양말로 가격을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사지는 못했다.

5,000원이 안되는 두툼한 바베큐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핸드폰 조작이 미숙한 할머니 덕에 한참 동안 인형처럼 웃고 있어야 했다.

사진이 잘 찍혔다며 할아버지는 좋아하신다.

연이어지는 산과 언덕들을 오른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멀리 또 하나의 산이 장벽처럼 들어서 있다.

아무래도 우파까지 이어지는 구글맵의 녹색지대는 이런 소나무 숲의 산악지형이 아닐까 싶다.

"우랄산맥의 끝자락인가?"

고개와 산들을 하나씩 넘어간다.

약하게 네트워크가 잡히는 작은 마을 앞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러시아의 음료는 과일 주스로!"

1리터에 900원 정도 하던 카자흐스탄의 콜라는 러시아에서 1,600원 정도로 비싸졌다. 대신 카바스나 과일 음료가 저렴해서 콜라를 대신하면 된다.

한 시간을 오르고.

추위와 달리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고.

잠시 자리에 앉아 쉬기조차 힘든 한기가 느껴진다.

"이제 좀 내려가는가?"

산을 오른 시간에 비해 너무 부족한 내리막을 내려오고, 산 중의 작은 호수들이 나타난다.

"산꼭대기에 호수라."

원색의 올드카가 놓인 카페로 들어가.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거 어떻게 읽는 거야?"

"Плов, 플롭."

식당에 있던 젊은 남자는 따끈한 고기만두를 하나 선물해 준다.

볶음밥 두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자 여직원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배고프다고."

길은 다시 산을 향해 이어진다.

한 시간 동안의 지루한 업힐, 짙은 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나무에 매달린 휴지와 천들이 바람에 날린 쓰레기인 줄 알았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매듭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중국이나 몽골처럼 붉고, 푸른 천을 묶어놓질 않고 러시아는 옷 갖 것들이 묶여있다. 휴지, 천, 운동화끈, 뭔지 모를 이상한 것들.

안개비가 주위를 감싸고 내려앉는다.

20분가량을 더 올라 산의 정상에 다다랐지만 안개비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구글맵을 여러 번 확인하여 질을 찾고, 조심스레 내리막을 달려 내려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도로.

경사도는 조금씩 낮아졌지만 연이어지는 고개를 넘느라 허벅지와 종아리가 당겨온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인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을을 벗어나기 전 카페에 들어가.

빵과 함께 바베큐를 포장하고.

"에쒸, 너무 비싸게 판다."

44~49루블 정도의 칼스버그는 없고, 하이네켄을 80루블에 판매하고 있다.

맥주맛은 모르지만 녹색의 하이네켄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맛보다 가격이고 칼스버그도 녹색이다.

바들바들 손을 떨며 하이네켄 하나를 사 들었다.

마을을 바로 벗어나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로 숲으로 들어갔다.

캠핑 자리를 찾느라 어둠이 시작되는 숲을 헤매고, 신발과 바지가 흠뻑 젖어버렸다.

"에잇, 신발 어쩔 거야."

평평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바베큐와 빵, 하이네켄 한 캔을 마치 두 캔을 마시는 것처럼 아껴서 마신다.

"아, 시원해."

하염없이 빗줄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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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4일 / 흐림
첼랴빈스크-미아스
가을의 날씨인데 춥게 느껴진다. 첼랴빈스크를 떠나 일다의 집이 있는 우파로 향한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14,530Km
이동시간
7시간 39분
누적시간
1,054시간

 
E30도로
 
E30도로
 
 
 
 
 
 
 
42Km / 3시간 40분
 
61Km / 3시간 59분
 
첼랴
 
비타미니
 
미아스
 
 
1,54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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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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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도, 흐린 날씨와 바람이 계속된다. 가을이 없이 바로 겨울로 들어선 느낌이다.

좁은 아파트 호스텔에서 패니어를 정리하고, 자전거와 짐들을 챙긴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기모바지와 기모자켓을 꺼내 입고 출발을 준비한다.

"무뚝뚝하더니 갈 때가 되니 잘 웃네. 웃으면 이쁜데."

키로프카 거리로 아침을 먹기 위해 이동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겨울옷을 입고 있다.

수프 전문식당에 들어가.

밥과 닭고기, 돼지고기를 다져만든 음식을 선책하고.

닭과 돼지고기는 제법 맛이 좋은데, 역시 밥은 그다지 별로다.

북한의 공연이 근처에서 열리나 보다.

마지막을 시내를 조금 돌며 구경을 하고 첼랴빈스크를 벗어날 생각이다.

대학교 건물인지 주변에 젊은 학생들이 모여 행사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시 외곽에 위치한 공원을 둘러보고 우파로 향하는 메인도로 E30을 따라 첼랴빈스크를 빠져나간다.

알타이 지역에서 이용했던 마리아-라 슈퍼마켓은 보이질 않고, 이곳에는 숫자 5가 심볼인 슈퍼가 많다.

비상식을 사기 위해 들렀지만 마땅한 것이 없고, 물가가 싼 카자흐스탄을 지나쳐온 터라 모든 것이 비싸게 느껴져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구도시 첼랴빈스크의 도로는 약간 복잡한 편이다. 시내를 벗어나기 전 도로변의 대형 쇼핑몰에 다시 찾아들어 간다.

창고형 슈퍼마켓이 있어, 모든 코너를 둘러보지만 이번에는 물건이 너무 많아 결정 자애가 생겨난다.

"있어도 없어도 문제군."

치킨 조각과 요거트 그리고 햄을 사들고 나왔다.

"비상식까지 챙겼으니 가 볼까."

도로의 이정표에 모스크바가 안내되기 시작한다. 모스크바까지 2,000km의 여정이다.

쌀쌀하고 흐린 날씨, M5의 메인도로를 타고 첫 번째 도시 우파로 향한다.

2시, 출출함과 함께 지루함이 찾아든다. 도로변의 카페를 지나치려다 바베큐를 굽는 연기와 냄새에 자전거가 스스로 이끌려 들어간다.

"이게 바베큐를 뜻하는 건데, 뭐라고 읽는 거지?"

보통 5~6,000 정도의 러시아 바베큐는 꽤 맛이 좋다. 함께 먹는 양파와 소스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고기와 함께 먹을 것 같다.

흐린 날씨 탓에 느리게 진행되던 속도를 조금 높여 달려간다.

"359, 300km까지만 줄여놓자."

메인도로 M5 도로변에는 휴게소와 카페가 일정하게 있어 배고플 일은 없을 것 같다.

평평했던 길들은 조금씩 오르 내리막이 시작된다.

평평한 초원보다는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것이 좋다.

"초원은 이제 충분해."

하루 종일 해를 구경할 수가 없고, 차가운 바람만이 계속된다.

"이너웨어를 입어야 하는가."

6시 30분, 흐린 날씨 탓인지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기분이다.

말코보를 지나치며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좁아지며 갓길의 여유마저 사라진다.

도로는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향해 이어지고, 도로의 상태가 나빠지던 길은 이윽고 공사 구간으로 변해버린다.

우파로 가기 위해 넘어가야 하는 넓은 산악지대는 원시림처럼 빼곡하게 자란 소나무와 편백나무 숲으로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임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숲의 정상에 오르자 하루 종일 모습을 숨기고 있던 태양이 붉은 일몰의 석양빛을 찬란하게 발산한다.

"숲의 실루엣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빛이다."

석양을 감상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지만.

이내 구름 사이로 해는 떨어져 버리고, 울창한 숲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7시 40분, 흐린 날씨 탓인지 아니면 숲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서인지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는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아무래도 오늘은 소나무 숲에서 텐트를 쳐야 할 것 같은데."

통신도 끊기고, 숲은 수풀이 무성하여 텐트를 치기 쉽지가 않아 길을 따라 적당한 곳을 찾으며 이동한다.

산길을 막아놓은 곳을 발견하고 안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도로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캠핑의 흔적이 있는 평평한 곳이 나온다.

"좋네. 솔내음도 좋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치킨과 빵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통신이 끊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밤새 속삭이고 싶은 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3일 / 흐림
첼랴빈스크
차가운 바람과 비가 내리는 하루, 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046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랴
 
첼랴
 
첼랴
 
 
1,44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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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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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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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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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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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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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영상 9도, 아침부터 거센 바람과 함께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우신을 쓴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겨울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계란과 햄을 꺼내어.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하고.

침대와 쇼파를 오가며 시체 놀이를 한다. 오후에 바람을 쐴 겸 숙소의 건너편 쇼핑몰을 구경하고.

"러시아에 없던데. 김태희?"

쇼핑몰 내 대형 슈퍼의 모든 코너를 아이쇼핑 하고.

저녁으로 먹을 볶음밥과 맥주를 사들고 나왔다.

캔맥주를 마시며 비둘기와 잠시 놀고.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잤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다시 슈퍼로 나가.

콜라와 물을 사고.

"카자흐스탄의 저렴했던 콜라가 그립다."

중국의 리즈훼이와 잠깐 동안 소식을 주고받고, 안드레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없다.

"러시아 미녀들은 다 어디에 있니?"

"모두 모스크바에 있어."

"아하!"

침대의 아래층 남자와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11시가 되어 저녁을 먹었다.

다스뵈이다를 보며 시시덕거리다 잠을 잔다.

초겨울의 날씨와 흐린 날씨가 계속된다.

내일부터 500km 정도의 우파를 향해 떠날 것이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2일 / 맑음
첼랴빈스크
두 번째 러시아의 여행, 첫 번째 도시 첼랴빈스크로 들어간다. 저렴한 호스텔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다.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14,425Km
이동시간
4시간 01분
누적시간
1,046시간

 
도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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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가 요란스럽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몸이 움츠려 든다.

"침낭 밖이 위험하군."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한 시간의 시차와 시원하게 내달렸던 어제 라이딩의 피로가 남아있다.

겨울 져지를 바람막이와 함께 갖춰 입고 첼랴빈스크로 출발한다. 15km 정도의 거리.

첼랴빈스크의 외곽의 구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도시라 도로의 구조가 철도, 트램의 철로 등이 맞물리며 복잡하다.

우선 끊겨버린 네트워크를 살리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지만 MTC의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첼랴빈스크의 역사 앞에 세워진 멋진 석상 앞에서 맵스미를 이용하여 MTC의 매장을 검색했다.

"너를 한 번 타봐야 하는데."

관광지 정보로 검색된 오래된 건물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동차 정비소들이 모여있는 후미진 곳에 위치한 건물인데 별것이 없다.

시내 중심에 가까워지며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나타난다.

"열쇠들을 다 풀어놓고 싶네."

남녀의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지 모르겠지만 괜한 심술이 생겨난다.

트램과 전기버스의 선들이 복잡하다.

길 건너편 MTC의 매장을 발견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의 번역기로 어렵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어제 충전을 했는데, 테이터가 끊겼다."

"어떤?"

핸드폰을 살펴보던 직원은 데이터를 충전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트로잇스크 의 그 녀석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상품을 묻자 다시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안내 문구를 보여준다. 480루블.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300루블 밖에 없다.

"그것으로는 부족해."

직원은 1,000루블을 잔돈으로 교환해 준다. 자동화 기기는 간단했다. 통신 회사의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번호를 누른 후 요금을 지불하면 끝이다.

"쉽네."

핸드폰 매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옆에 있는 버거킹으로 들어갔다.

"맥도날드, 버거킹, 할배네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니."

메뉴판을 찍어서 주문을 하고, 서비스 직종에서도 시니컬한 러시아인들은 어떤 면에서는 꽤 괜찮다. 이것저것 묻지 않고 결제만 하면 끝나니 심플하다.

따듯한 햇살, 거리의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트렌치코트와 비니 등으로 바뀌었다.

"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첼랴빈스크의 시내는 키로프카(Ulitsa kirova) 거리를 중심으로 시청과 상가, 공원들이 들어서 있는 전형적인 구도시의 모습이다.

시내를 둘러볼 경로들을 결정하고,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호스텔을 예약했다.

시청 앞 에볼루션 광장과 공원을 지나.

시내 중심의 넓은 도로를 가로지르고.

도로 건너편 키로프카 거리 들어간다. 키로프카 거리는 차도가 없는 보행도로다.

1km 정도의 직선으로 뻗은 거리의 양옆으로 상점들과 노점, 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여유롭고 복잡하지 않은 거리는 편하고 조용하다. 가을날의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이 좋다.

첼랴빈스크의 상징은 낙타인 것 같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사이.

오래된 석조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고, 많은 조각상들이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냉장고 자석을 하나 고르자 할아버지는 러시아 국기의 자석을 서비스로 하나 더 주며 손을 가슴에 올리며 인사를 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가장 정중한 인사법인가 싶다. 도로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같은 제스처를 하며 여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된 도시의 조각들과 건물들은 하나하나 클래식한 멋이 진하게 느껴진다.

"푸시킨 형, 오랜만이네."

나는 그대를 사랑했어요.
그 사랑은 나의 영혼 속에서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가슴을 조이며

신이 그대로 하여금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대로
나는 진심으로 묵묵히
그대를 사랑했어요.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담배맛이 쓰네. 그대의 삶도 그냥 그래 보여."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Pushkin Aleksandr Segeevich(1799~1837)

키로프카 거리를 지나.

작은 레카미아쓰 강을 건너고.

오래된 오르간 뮤직홀을 지나.

붉은 정교회를 향해 길을 따라간다.

붉은 벽돌의 러시아 정교회.

화단에 핀 꽃에서 좋은 꽃내음이 난다.

"처음 보는 꽃이네."

교회 밖의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키로프카 거리의 우측에 위치한 공원으로 이동했다.

오래된 작은 도시를 구경하는데 자전거만큼 좋은 것이 없다.

공원 안쪽에 위치한 다른 정교회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공원에 세워진 레닌의 기념물을 보고.

공원 입구에 세워진 여성의 동상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포승줄에 묶인 제복 차림의 동상인데, 사실적인 조각상의 모습에는 포로로 사로잡힌 사람의 고통보다는 뭔가 당당한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중국의 조각상들이 도교적 상징성이 강하다면, 러시아의 조각상들은 전쟁의 사실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강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잔하여 슬프기도 하다.

공원을 둘러보고 키로프카 거리의 좌측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 돌아간다.

공원을 가로질러.

비둘기의 방해를 뚫고.

도착한 숙소는 오래된 아파트다. 난감하다.

숙소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지만 몇 마디 러시아어를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스텔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통화를 했지만 상황은 똑같다.

"오픈 더 도어!"

짧은 외침마저 의미가 없고, 잠시 다른 호스텔로 이동할지 고민을 했다.

러시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현관의 철문이 닫혀있고 대부분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문을 열고 젊은 남자가 나오자 닫히는 철문을 붙잡고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기 호스텔에 통화를 좀 해줘, 나 여기 있다고."

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남자를 바꿔주니 짧은 통화를 한 후 5층이라고 알려준다.

"아 놔."

닫히는 문을 고정시키고 계간으로 5층을 올라 두리번거리니 작은 엘레베이터 가 있다.

"에잇, 똥!"

아파트를 호스텔로 개조한 집이다.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과의 첫 대면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

쉽게 체크인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한 번에 짐들을 모두 옮겼다. 작은 엘리베이터의 문에 패니어를 끼워 넣고 짐들을 옮기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서야 숙소의 남자와 여자가 웃는다.

"웃지만 말고 좀 도와줘라."

작은 이층 침대 3개가 놓인 방은 비좁았지만 주방과 화장실 등은 모두 깨끗하고 좋은 편이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도움으로 패니어들을 침대 밑으로 넣어두고, 숙소의 여자는 자전거를 숙소로 가지고 올라오라고 한다.

자전거는 베란다에 넣고,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휴식을 취했다. 일찍 첼랴빈스크로 들어온 덕에 시내를 모두 둘러보고도 시간이 여유롭다.

세탁이 끝난 세탁물들을 숙소의 주인이 널어주었나 보다. 관계가 맺어지면 러시아 사람들도 잘 웃고 친절해진다.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여전히 몸무게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60kg이 여행을 하는 동안의 표준 몸무게인 듯싶다.

야경을 보기 위해 휴식을 취하며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움직임이 요란하다.

"야경 구경은 틀렸네."

함께 투숙을 한 남자, 일다와 대화를 하며 친해졌다. 다음 목적지인 우파에 살고 있는 일다는 일이 있어 첼랴빈스크에 왔고, 오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파에 있는 일다의 집을 확인하고, 그의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우파에 가면 연락을 하기로 약속했다.

9시가 넘으며 비가 멈추고, 산책과 야경을 보기 위해 일다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원을 가로질러 키로프카 거리로 간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키로프카 거리는 생각과 달리 화려한 야경은 없었다.

카페에서 4~5명 단위의 일행들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거리의 밤 문화인 듯싶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거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거리는 나름 운치가 있게 느껴진다.

"도시와 어울리는 좋은 야경이네."

거리에 있는 수프 전문식당에서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밥과 닭고기, 생선튀김, 수프와 음료까지 해서 5,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저녁식사로 인해 허기짐이 폭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본다.

숙소에서 조리할 계란과 햄 그리고 맥주 한 캔을 사 들었다.

길을 걸으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바로 잠들었다.

내일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어, 비가 오면 하루를 더 머무를 것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11일 / 맑음
카예라크-첼랴빈스크
친절한 사람들과 끝없는 평온의 카자흐스탄 여행을 마치고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모스크바로 가자!"


이동거리
145Km
누적거리
14,397Km
이동시간
7시간 59분
누적시간
1,042시간

 
E123도로
 
E12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카예라크
 
트로잇
 
첼랴빈스
 
 
1,4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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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몽롱하고 불편한 아침이다. 쌀쌀함이 온몸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아침의 기운, 텐트를 정리하고 국경을 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화물차들이 길게 줄서있던 국경 검문소의 앞이 한산하다.

흐린 날씨에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가며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아, 너무 추운데."

검문소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지만 빵 이외에 먹을 것이 없다. 1,500텡게가 남아있어 주유소의 편의점 역시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담배나 사자."

주유소에서 따듯한 물을 얻어 커피를 타 마시고 검문소의 작은 초소로 이동했다.

초소의 군인은 한국인이지 짧게 묻고는 확인증을 주고 검문소의 차단기를 올려주었다.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두 개의 심사창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질문도 없이 무난하게 출국 도장이 찍히고, 짐을 검사하는 군인도 자전거만을 훑어보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너무 심플한데."

카자흐스탄의 국경 검문소를 나오자 1km 정도의 거리에 러시아의 국경 검문소가 바로 이어진다.

앞서갔던 차량들이 줄을 서 있고, 검문소의 초소 앞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다. 세 명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짧은 질문에 대답을 하는 동안 초소의 군인이 돌아와 출입국 카드를 건네준다.

웃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지만 신경 쓸 것도 없고,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추위에 떨며 잠시 기다려야 한다.

"겨울 져지를 꺼내 입는다는 걸 깜박했네."

검문소의 차단기가 올라가고 함께 있던 세 명의 남자가 나를 부르고 검문소로 들어가며 초소의 군인에게 확인증을 받는다.

그들을 뒤따라 가며 확인증을 달라고 하자 세 명의 남자와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뭐야? 일행도 아닌데."

세 명과 함께 국경 사무실로 들어가니 작은 실내의 러시아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그제서야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려고 볼펜을 빌려 달라고 한다. 세 명에게 볼펜을 빌려주고 기다리고 있으니 승용차로 이동하는 사람들 한무리가 사무실로 들어와 어수선해진다.

한 차량에 5~6명씩 이동을 하니 한두 대만 들어와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은 것이다.

볼펜을 빌렸던 일행들은 출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법을 모르는지 몇 가지 적을 것도 없는 내용을 채우느라 한 세월이다.

미리 대기줄에 서서 기다려도 출입국 카드 작성을 끝내지 못하고 7~8명의 사람들이 심사를 끝내는 시간까지 출입국 카드를 들고 씨름을 한다.

내 차례가 되어 세 사람을 불러도 오지를 않고, 어쩔 수 없이 다섯 명이 일행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순서를 양보해 줬던 사람들이 심사를 받는 동안 일행들이 볼펜을 들고 내 뒤로 줄을 서고, 잠시 후 뒤에 줄 서 있던 남자가 우리 일행의 남자에게 뭔가 따지듯 언성을 높인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순서를 지키라는 말을 한 것 같고, 우리 일행은 내가 먼저 줄을 서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내 뒤에 줄을 서 있어서 뻔히 순서를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는 남자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I'm first!"

쓸데없는 일에 언성을 높이는 남자가 얄미워 한마디를 거들자 언쟁은 끝이 났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다시 우리의 일행에게 언짢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인다.

"정말 눈치 없는 여자네."

그녀의 얼굴에도 심술이 가득하고, 정말 얄미운 가족이다.

"아, 초소의 그 녀석은 왜 일행도 아닌데, 하나의 확인증으로 묶어서 이 난리를 만드나."

내 차례가 되어 심사관은 질문 하나 없이 무언가를 확인하며 비자를 찾는다.

"Koreans don't need a Russian visa."

짧게 대답을 하자 더 이상 질문은 없고 한참 동안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계속 걸었다.

여직원이 먼저 나와 웃으며 남한인지, 북한인지를 묻더니 말이 안 통하자 웃으며 돌아가고, 다음에는 무표정한 남자 직원이 나오더니 내 여권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마치 '넌 이런 것도 처리를 못하니'라는 표정과 몸짓이다. 심사관은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국경인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이미 분위기 파악이 끝난 상태라 예상되던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사증 협약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약간 헷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무사증 입국은 6개월 이내 최대 60일을 체류할 수 있고, 재입국 시 추가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즉, 6개월 이내 최대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으며 1회 체류 시 6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나는 첫 번째 입국에서 24일을 체류했고, 이번 입국에서 35일 정도 체류하고, 세 번째 입국 시 30일간 러시아를 여행할 계획이다.

무표정했던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여권을 심사관에게 넘기며 뭔가를 말하고 심사관은 나를 불러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일행의 가장 연장자였던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오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은 '포!'를 외치며 나머지 일행과 함께 오라고 한다.

"아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함께 오라는 제스처를 전달하자 일행의 남자는 미안한 듯 근무를 교대하는 심사관에게 뭔가를 설명한다.

무뚝뚝한 심사관을 따라가자 짐을 검사하는 군인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포'를 외치던 군인은 짐 검사도 없이 그냥 가라며 손짓을 한다.

"아싸뵤."

확인증도 없이 러시아의 입국 검문소를 지나치며 국경을 넘었다.

"모든 복잡함의 시작은 그 얄미운 녀석의 게으름에서 시작된 거야."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러시아의 첫 번째 마을 트로잇스크가 14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트로잇스크로 가자."

"첼랴빈스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네."

생각보다 빠르게 국경을 넘은 탓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트로잇스크에서 하루를 쉴지, 첼랴빈스크 가까이 이동해서 야영을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핸드폰 통신을 개통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트로잇스크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쉴까? 첼랴빈스크에서 다시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트로잇스크의 시내로 들어가며, MTC 매장과 식당을 찾는다.

도로변의 가게들 중 찾고 있는 매장은 보이질 않고, 도시나 마을에 처음 들어가면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구경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수도원 앞의 작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많은 비둘기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시진을 찍고 있으니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시더니 지갑에서 100루블을 꺼내주신다.

러시아인들은 평상시에는 무표정한 표정이지만, 대화가 오가면 표정과 어투가 많이 달라진다.

그래서 식당이나 가게에서 마주하는 직원들이 처음에는 무신경하거나 불친절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 러시아의 유심 카드를 패니어에서 꺼내고.

카자흐스탄의 유심카드는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넣어두었다.

"다시 동전과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ATM 기기에서 비상금을 보충하고.

MTC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 있는 결제 기기에서 충전을 할 수 있지만 러시아어로 서비스되는 자동화 기기는 패쓰하고.

매장의 남자 직원에게 테이터 충전을 문의해 충전을 마쳤다.

"15일 후에 다시 충전해야 하나요?"

전산을 확인하더니 남자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아침부터 어색한 뭔가가 있는데."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손목시계와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며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었는데, 매장에서 두 개를 동시에 확인하니 서로 시간이 다르다.

네트워크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핸드폰의 시간이 한 시간 느리게 잡힌다.

"이거군!"

첼랴빈스크까지 갈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시간의 여유와 촉박함을 번갈아가며 느끼게 했던 부자연스러운 원인을 찾았다.

매장의 손님에게 어떤 것이 맞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시계의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다.

"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한 시간의 변화이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흐리던 날씨마저 밝게 변해간다.

"가자. 첼랴빈스크로."

식당을 찾으며 트로잇스크를 빠져나오지만 빵집과 레스토랑 이외에 일반 식당이 보이질 않고, 슈퍼에 들어가 주변 식당의 위치를 물었다.

도로변까지 나와 길을 건너 지하로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해주는 안내를 받고, 묘한 건물의 지하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수프 전문식당은 보통 배식 형태의 일반 식당인가 보다. 별 특색 없이 비싼 러시아의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하고 메뉴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서 좋다.

메뉴를 구경하며 침을 흘리고 있으니 배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배식판을 들고 오라며 유쾌하게 소리를 친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얌얌'거리며 주문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래, 얌얌. 빨리 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얌얌거리는 통에 식당 안은 즐거운 어수선함이 일어난다.

"얌얌?"

"오케이, 얌얌!"

볶음밥과 다진 고기에 계란이 올려진 메뉴, 닭고기를 양배추로 감싸 익힌 메뉴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볶음밥을 한 접시 더 비웠다.

"역시 밥이 최고야!"

볶음밥 2인분을 얌얌으로 포장을 해서 식당을 나왔다. 일반 식당에서 3~4가지 메뉴에 음료나 커피를 먹으면 200~300루블, 5~6천원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

12시 20분, 트로잇스크와 첼랴빈스크로 가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첼랴빈스크로 달려간다.

오늘은 첼랴빈스크의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일찍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가 볼까!"

작은 언덕을 길게 오르고 길은 평지와 같은 평야의 도로가 이어진다.

1시, 첼랴빈스크까지 120km. 날이 밝아지며 기온이 오르고, 바람막이를 벗고 복장을 추스른다.

"어디까지 갈까?"

지도를 보니 첼랴빈스크을 중심으로 이곳 지역에는 작은 호수들이 달마티안의 점박이처럼 샐 수 없이 많다. 마치 중국의 쑤저우와 비슷한 모양새다.

첼랴빈스크 중심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좋아, 여기까지."

한 시간을 달리고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패니어에 쌓인 빵들을 하나씩 비워간다.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살랑이던 바람의 느낌이 수상해지고, 지나온 길의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앉는다.

"왜 또? 에쒸, 도망가자."

흩날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피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카자흐스탄의 초원과 다를 것 없는 평야의 지역이지만 도로변과 평야에 자작나무의 숲이 무성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몽골과 러시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경을 넘으며 느껴지는 미세한 환경의 변화는 경계선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쪽의 땅들은 왠지 모르게 수목들과 강이나 호수들이 풍성해 보인다.

풍성한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도시 유즈노우랄스크를 지나친다. 알타이 지역과 달리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도시가 이어질 것이다.

음식, 샤워와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비좁은 러시아의 도로를 생각하면 그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도로변의 목조로 지어진 정교회의 모습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사과와 같은 유실수들이 심어진 정원 가운데 세워진 목조의 교회, 아담하니 예쁘다.

삐걱거리는 바닥의 교회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마을과 수목이 울창한 숲, 마을과 노란 물결의 밀밭을 지나친다.

숲의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자작나무와 소나무의 숲을 달리고.

도로 공사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을 지나치며.

신나게 페달을 밟던 중, 멀리 산타페 한 대가 정차하고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던 아저씨는 식빵 하나를 건네주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바로 떠나셨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지만 전체적으로 뒷바람이다.

"맘껏 달리자."

한차례 짧은 휴식을 취하고 도로를 내달린다.

한 시간, 30km의 거리를 삭제하고 휴식을 취한다.

몽골의 호르고를 가던 날 30km 정도를 이동하기 위해 무려 6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가 어떤 날에는 여섯 시간의 고통이기도 하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너, 참 잘 달린다."

신체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면 이놈이다.

6시, 30km 정도 남은 거리 천천히 땀과 근육을 가라앉히며 첼랴빈스크까지의 거리를 확인한다.

러시아의 예쁜 목조 주택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벽돌 주택들이 대신한다. 아쉽다.

첼랴빈스크까지 20여 km, 목적지로 생각했던 두 개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호수의 주변을 따라 집과 마을들이 동그랗게 들어서 있다. 길을 건너기도 귀찮고, 마땅히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없는 것 같다.

첫 번째 호수를 지나자 바로 첼랴빈스크의 시계가 나온다. 하늘에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구조물의 뒷편으로 나무숲에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지만, 오늘의 컨셉은 숲이 아니라 호수다.

"두 번째 호수로 가서 마땅치 않으면 돌아오자."

첫 번째 호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번째 호수가 이어진다.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호수 방향으로 길을 따라간다.

도착한 호수변은 생각과 달리 갈대숲이 무성하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고무보트를 정리하던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즐겁게 대화를 하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물었다.

남자는 맵스미를 켜고 호수 안쪽으로 길쭉하게 들어간 곳을 알려주며 밤에 조용하고 좋다고 한다.

그리고 우파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호수를 알려주며 꼭 들러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남자가 알려준 나무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 울퉁불퉁 삐뚤삐뚤 덜컹거리는 흙길을 따라가고, 마주 오던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는 여행을 묻더니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남자가 알러준 나무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조금씩 더 많아진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첼랴빈스크 외곽의 모습이 보이고.

나무 주변에 SUV와 오래된 러시아의 승용차가 정차되어 있고,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이 있지만 큰 고민 없이 나무 사이에 텐트를 쳤다.


승용차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보트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것임이 틀림없다.

트로잇스크에서 사온 볶음밥과 요거트로 저녁을 해결하는 동안 몇 대의 차소리, 보트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둠이 내려앉고, 호숫가에서 세수와 양치 그리고 간단히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먼저 있던 어부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와 떠나고, 나중에 도착한 어부들이 낚시를 준비한다.

"헐, 잠수하는 거야?"

그물이나 낚시를 이용하지 않고 잠수복장과 함께 작살총을 사용한다.

"아니, 무엇을 잡으려고?"

10시가 넘은 쌀쌀한 날씨에 두 명이 남자가 조용히 고무보트에 오른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물고기를 잡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하였지만 12시가 되어도 두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12시가 되며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냐?"

네트워크 설정, 재부팅을 해도 통신이 되질 않고, 4G의 안테나는 만땅의 안테나를 자랑한다.

"트로잇스크의 그 남자는 대체 무엇을 충전한 것이냐?"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문제이겠지만 센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용 기간만 물어보고 데이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이 실수다.

"센스가 없는 남자였군.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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