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3일 / 맑음 ・ 18도
옌칭현-화이라이현-샤화위안구
새벽 4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다. 다섯번째 마지막 알람음에 항복하듯 억지스레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4,671Km
이동시간
6시간 13분
누적시간
360시간 25분

G110
G110
49Km / 3시간 50분
27Km / 2시간 23분
옌칭현
화이라이
샤후위안
 
 
4,67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스며든다. 그 환한 빛이 좋아 바람결에 살랑이는 커튼의 움직임에 멍하니 시선을 놓아둔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든 탓에 피곤함이 남아있는 아침, 더 게으름이 찾아들기 전에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9시 30분. 숙소의 물품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를 장착하고, 이제는 아침나절 쓸데없는 루틴이 되어버린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펌프질을 한 후 오늘의 목적지 샤화위안구로 향한다.

숙소 주변에 있던 규모가 제법 큰 자이언트 매장에 들러 킥스탠드를 장착하고 27C 튜브를 사둘까 생각하다 쌀쌀한 날씨에 귀찮아져 그냥 지나친다.

"몽골로 가기 전에 타이어와 튜브를 챙겨두어야 할 것 같은데."

옌칭현 시내에서 장자커우시로 이어지는 G110 도로까지 이동하기 위해 시내 중심을 벗어나 허름하고 외진 골목길과 소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한다.

따듯한 햇볕이 드는 날씨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가 섞여있고, 베이징시의 외곽의 하늘은 다시 뿌연 회색빛이 내려앉아 있다.

문제는 잠시 잊고 지냈던 중국의 신경질적인 크락션 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G110 도로에 이르자 옌칭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던 북쪽의 옥두산과 송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산(松山)은 이름과 달리 흙과 바위가 민낯을 드러낸 회색빛의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진다.

해발 450미터에 위치한 옌칭현, 장자커우시까지 내리막길이 이어져 편안한 라이딩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길은 평지와 오르막이 계속된다.

"더 올라갈 것이 무엇이 있다고."

G110 도로를 따라 회색빛의 천황산과 거대한 산맥들이 계속 이어진다.

한 시간여를 달려 작은 버스 종점이 있는 마을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자금성의 처마 끝에서도 보았지만 중국의 북부지역의 처마 장식의 끝에는 사람(노인)이 무언가를 타고 있는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맞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더니 이내 황량한 흙먼지의 바람으로 바뀌어간다. 남부지역의 2층 구조 목조주택과 달리 북부지역은 단층의 벽돌집들이다.

12시, 대형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들이 들어서 있는 랑산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도로변에 시장이 열려있어 북부지방의 시장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출출한데 맛있는 장터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옷과 잡화, 농작물의 씨앗과 농기구들 그리고 다양하지만 조금은 빈약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과일의 신선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약간 특이하다.

저울의 눈금을 맞추느라 내용물을 붓고 저울 한 번 보고, 다시 내용물을 붓고 눈금을 확인하느라 바쁘다.

각종 열매와 꽃들을 말려 색과 향이 좋은 차들을 판매하고.

어디서나 시장의 초입에는 정육을 판매하는 곳이 자리 잡고 있다. 제법 길게 이어진 시장을 구경하며 돌아오니 간간이 보이던 빵과 튀김류를 팔던 곳들이 철수를 해버렸다.

시장의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면을 하나 주문하고.

이곳에서는 직접 면을 들고 칼로 면을 잘라내어 온수물에 삶는다.

향긋한 고수향이 퍼지는 면요리. 면의 양이 많다 보니 국물이 조금이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면발이 탱탱하고 식감이 좋다. 넉넉한 양의 면요리지만 겨우 한 그릇에 배가 차는 만족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야."

식사를 하고 아주머니께 마을의 이름을 물어보니 7콰이라는 답변을 한다. 다시 한번 마을의 이름을 묻자 옆에 있던 아저씨가 담배를 끄고 랑산(狼山, 늑대산)이라고 알려준다.

"늑대산, 이름만 들어도 포스가 느껴지네."

밖에 놓아둔 자전거를 보더니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 아저씨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선물로 건네주니 환하게 웃으며 좋아한다.

"저쓰 한궈 앤초!"

랑산마을의 북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커다란 저수지(水库)가 펼쳐져 있다. 저수지 쪽으로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세워져 커다란 날개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랑산 마을에 세워진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는 무심하게도 나를 등지고 돌아가고 거센 바람과 함께 직선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이 느릿느릿 기어가는 자전거를 멈춰 세워놓고 자연스레 스탠딩 연습을 시켜준다.

"한 기만 세워져 있어도 무서운데 도대체 몇 기야?"

랑산을 지나 화이라이현으로 크게 우회전을 하며 돌아가는 길에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는 우측의 산등성이에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얘들아 나를 좀 봐. 왜 뒤돌아서있는 거야?"

오르막과 내리막길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느릿느릿 기어간다.

화이라이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는 페달링의 무게에 잠시 뒤바퀴를 내려다보니 느낌이 이상하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다 앉으니 물컹거리는 타이어와 바닥에 부딪치는 림의 딱딱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아파트 공사를 하는 넓은 입구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튜브를 정비한다. 아침이면 조금씩 바람이 빠져있어 10여 일 동안의 매일처럼 펌프질을 해야 했던 게으름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새는 펑크패치를 찾아야 하는데 펑크패치가 이곳저곳에 붙어있어 어떤 것이 바람이 새는 불량 패치인지 알 수가 없다. 귀를 대어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확인하려 해도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묻혀 느껴지지도 않는다.

마지막 남은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2개의 튜브는 숙소에 들어가 펑크패치로 정비를 해두어야겠다.

"아침부터 자이언트 매장에 들어가고 싶더라니."

"도대체 몇 기가 세워져 있는 거야? 백 개 정도 되는 거야?"

양쪽으로 높은 산맥들이 둘러싸여 이곳으로 북쪽의 바람이 지나가는가 싶다.

"바람의 언덕인가. 언덕? 근데 계속 올라가고 있는 느낌인데, 얼마나 올라온 거야?"

고도 580미터. 거센 바람을 이겨내느라 정신이 없어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오는 동안 오른편으로 이어지던 회색빛의 산맥을 넘어야 하는 모양이다.

2시간 동안 겨우 15km 정도를 이동하여 화이라이현에 도착한다.

좁은 자전거길과 긴 대기시간의 신호등들을 지나치느라 라이딩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그냥 오늘 여기까지만 탈까?"

잠시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할까 생각하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바람이 불어올 것이 뻔하여 길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의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고장 나면 길 가운데 임시 신호등을 세워두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잘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화이라이 시내를 벗어나자 회색빛의 산들은 기묘한 계곡의 울퉁불퉁한 근육들을 자랑한다. 산들을 깎아 골재를 채취하는 것인지 산줄기의 일부분들이 파여있다.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데, 중국에서 산 하나쯤 없애는 것쯤이야."

하루 종일 황량한 도로변을 따라 더 흉물스러운 화물차들의 정비업을 하는 가게들만이 줄지어 있다.

화이라이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화물차들의 적재량을 검사하느라 도로의 한 차로가 완전히 화물차들로 끝없이 이어진다. 가운데 차로는 일단 차량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분리되어 있다.

"정말 합리적인 것과는 담을 쌓고 있는 대륙이다."

옌칭현에서부터 오른쪽 측면으로 이어지던 산맥이 정면으로 보일 때쯤 뒷바퀴의 물컹거림이 느껴진다.

"새 튜브로 교체한지 얼마나 안됐는데 이게 뭐야. 진짜!"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차고지 같은 곳에서 다시 펑크 수리를 한다. 바람이 불어 펑크 패치와 휴대용 정비 공구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녀 수리를 하는데 두 배는 힘이 들고, 바람으로 인해 싸늘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튜브를 정비하고 지겹도록 펌프질을 한 후 바람이 빠지는지 기다린다. 후난성의 산길들을 지나며 하루에 몇 차례씩 펑크 트러블을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 난다.

"또 한 시간을 잡아먹었구나."

풍력 발전 바람개비에 이어 이번에는 산을 깎아놓은 곳에 검은 패널들을 잔뜩 설치되어 있다.

"태양열 집열판인가?"

후이라이시내를 벗어나며 보았던 산을 깎아 파놓은 곳이 어쩌면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바람이 빠지지 않아 다시 출발했지만 장지아커우시로 향하는 우회전 안내판을 보며 타이어의 상태를 재차 확인해 보니 출발할 때의 공기압보다 느슨해져있다.

"아, *******************. 돌아버리겠다!"

도로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바람은 정면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고, 도로는 평지처럼 보이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뒷변속기를 1단까지 내려 천천히 기어가지만 그것마저도 힘이 들어 잠시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바람이 불어오면 정면을 보면 평지처럼 느껴지는데,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니 눈으로 느껴질 만큼의 경사도가 보인다.

자전거를 눕히고 펌프를 꺼내어 바람을 넣으며 임시 조치를 취한다. 펑크 패치를 붙였던 곳에서 아주 조금씩 바람이 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름 특색이 있는 멋진 산들을 깎아 골재를 채취하고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놓은 것이 흉물스럽고 아쉽게 느껴진다.

"땅도 넓은데 굳이 산을 깎아서 그래야만 하니?"

한없이 무거워진 페달링으로 오르막을 오르고 도로변에 나타난 작은 마을의 입구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계속해서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를 다시 정비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쉬어간다. 베이징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변이 풍경들이 휑하다.

"그나저나 동네 풍경들이 참 황량하다."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처럼 무감각해지는 페달링이 이어지고.

"깜짝이야. 아저씨 놀랬잖아요!"

샤화위안구를 5km 정도 남기고 오후의 마지막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고개의 정상에 도착한다.

"천국의 문이 여기에 있네."

나지막하게 이어지던 깨끗한 도로는 샤화위구를 얼마 남기지 않고 공사구간으로 변한다.

"뭔가 불안하다. 느낌이 안 좋아!"

고층의 아파트들이 보이는 샤화위구의 모습이 나타나고 불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구멍들이 뚫려있다.

구멍들을 피해 가며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는 사이 파헤쳐진 도로의 잔해물들로 길이 막혀있다.

"..."

더는 할 말이 없다.

자전거를 끌고 어떻게 넘어갈지를 확인하며 주저하고 있으니 두 명의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파헤쳐진 길을 가리키며 난감하다는 제스처를 하자 환하게 웃으며 자전거를 들고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아저씨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옮겨 도로를 건넌다.

"시에 시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샤화위안구의 풍경은 새로 들어선 신도시처럼 깨끗한 느낌이다. 검색해 두었던 사거리의 주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점을 예약한다.

"제임스 조이스 커피텔?"

모던한 인테리어의 주점은 지금까지 투숙했던 중국의 주점들과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이 분위기는 뭐야. 왜 이렇게 어색하지?"

친절하고 세련된 주점의 직원들은 모두 짧은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여 쉽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1층의 공간에 넣어둔다. 패니어와 짐들을 옮기고 샤워를 한 후 분위기가 있는 주점의 내부를 구경하고.

룸키와 함께 커피 쿠폰을 주어 맛있는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고.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주점 사장이 책과 커피를 좋아하나. 율리시스 굉장히 난해한 책인데."

아침에 사놓은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하고.

자료를 정리하다 전혜린의 책을 읽으며 잠이 든다.

"내일은 여기에서 하루를 보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창핑구-연화산-베이징 옌칭현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경로를 확인하였으나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 아쉽지만 십삼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달려간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7,344Km
이동시간
4시간 07분
누적시간
522시간

G110
G110
29Km / 2시간 50분
16Km / 1시간 17분
창핑구
연화산
옌칭현
 
 
4,59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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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는 S216 소도의 길을 포기하고 팔달령장성과 십삼릉의 사이로 이어지는 G110 도로를 타고 옌칭현으로 향한다.

아침 10,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건너뛰는 게으른 아침의 연속이다.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분배하여 정리한다.

"특별히 추가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프론트 패니어의 무게를 조금 줄여 핸들의 조향을 편하게 만들고, 리어 패니어의 짐들을 빼곡히 수납하여 패니어의 모양을 잡는다. 아침이면 바람이 살짝 빠져있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체크아웃을 한다.

"몽골로 넘어가기 전에는 튜브를 정비하겠지. 정말 게을러터졌다!"

창핑구를 벗어나는 회전 교차로. 직진을 하면 S216 도로를 따라 팔당령장성으로 오르게 되고, 2시 방향은 G110 도로를 따라 북경 십이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이어진다.

"아, 만리장성을 넘어버려야 하는데 아쉽다."

시내를 벗어나 G110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회전 교차로에 있는 할배네 치킨에서 세트 1번으로 부족한 아침과 비상식을 해결할 생각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쇠고기 오방을 햄버거 세트로 잘못 산 기억 때문에 메뉴를 정확히 확인하려고 매장을 둘러보아도 세트메뉴 1번이 보이질 않는다.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그동안 먹은 세트 1번을 보여주려고 핸드폰의 사진을 검색하고 있으니 매장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딜리버리 페이지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한다.

"역시, 짬밥이 틀리구나. 무조건 없다고 한 직원, 너 손들고 서있어! 눈치가 없으면 센스라도 장착해야지."

치즈파이와 치킨 3조각은 아침식사로 먹고 햄버거는 비상식으로 남겨둔다. 게으른 출발로 12시가 다 되어간다.

"700미터 정도는 오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자, 가보자."

회전 교차로를 벗어나자 바로 시작되는 G110 국도.

오토바이조차 보이질 않는 넓고 깨끗한 자전거 도로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산들을 향해 달려간다.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겹겹이 치솟은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코너를 회전할 때마다 특색 있는 모양과 풍경으로 제각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흙산, 기암 바위의 산, 벚꽃과 복사꽃으로 울긋불긋 흩뿌려진 산들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산길은 낮은 경사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풍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산골의 마을 입구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심심한데 기념사진이나 찍을까."

"해발 700미터의 산쯤이야 껌딱지지!"

오른쪽 북경 십삼릉 풍경구가 있는 산들은 흙과 바위산, 왼쪽 팔달령장성이 있는 산은 울긋불긋 복사꽃과 벚꽃들이 흩뿌려놓은 듯 예쁘다.

조명도 없는 두 개의 짧은 터널을 지나는 사이, 산들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높이 올라온 것인지 산들의 능선이 눈높이 맞춰진다.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화물차 운전자들이 식사를 하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나 올라온 거지?"

산들샘을 확인하니 해발 560미터가 조금 넘었다. 중국의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6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온 탓인지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듯이 별 느낌이 없다.

십여 분 정도 더 오르자 드디어 도로 위로 하늘이 열린다. 연화산 분수령.

"시원하게 내려가자!"

열어놨던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리며 내리막 다운을 즐기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출발.

2Km 정도 내려오니 톨게이트 같은 곳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주 오래된 식당차도 보이고.

중국에서 국도 톨게이트는 처음 본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톨게이트의 옆길로 살짝 돌아가니 교통 공안 두 명이 차를 세워두고 서있고 길은 경계석으로 막혀있다.

"커이 취?"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공안에게 길이 맞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석 사잇길을 손으로 가리킨다.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차량으로 통행하는 얌체족을 단속하는 것인가?"

높은 산길마저 쓸데없이 예쁜 중국의 도로길을 달리고, 도로변에서는 나무들을 심느라 사람들이 바쁘다.

오늘의 목적지인 옌칭현이 10km도 안 남았는데 길은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다.

"뭐지? 설마 산 중턱쯤에 위치한 도시인 거야."

너무나 좋은 평지의 가로수길이 아까울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다.

포도나무 넝쿨처럼 꼬불꼬불 이상하게 자라는 가로수.

옌칭현의 초입 사거리에 북경 기독교 교회가 들어서 있다. 가끔 이슬람 사원 같은 곳은 볼 수 있었지만 교회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뾰족한 첨탑 위로 십자가가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개신교 특히, 대형 교회들의 폐단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중국 여행 중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풍경이 어색한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수리 아저씨 옆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주점으로 이동한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한적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도시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하이에서 후난성을 지나 광시성으로, 후베이를 지나 허난성으로 중국의 남북의 느낌이 다르듯 중국의 동서를 가르는 산맥을 넘고 나니 도시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도로변의 주점에 들어가 숙소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후 체크인을 한다. 만리장성 관광권이라 주점의 숙박비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저렴한 주점이나 빈관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숙소의 관리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피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짐들을 정리하는 것과 프런트 건너편 보관창고에 자전거를 놓아두는 것을 도와준다.

베이징의 좋은 호텔에서 편하게 쉬었지만 이런 스킨십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쫓겨날 일은 없으니 편하게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나간다. 퇴근 시간 전이라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적하다.

식당에 들어가 18위안하는 덮밥을 시키니 바로 음식이 나온다.

"빨라서 좋네. 냄새도 좋고."

달콤한 간장소스에 감자와 고기 경단이 들어간 덮밥. 광장이나 성 같은 대단위 센터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맛이라 고민이 없다.

"식욕이 없는 것이 몸이나 마음에 큰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숙소에 돌아와 아침 조식이 있는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20위안 조식을 어떻게 먹는지 다시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메이요."

현금밖에 없다고 하니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조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는 시스템인가 싶다.

570Km가 남은 중국과 몽골의 국경, 중국의 얼렌하오터까지의 경로를 잡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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