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8일 / 맑음 ・ 36도
창녕-대구-고령
지루한 낙동강 자전거길을 벗어나 내륙의 도로를 따라 여행한다. "덥다. 계곡으로 가자!"


이동거리
78Km
누적거리
27,567Km
이동시간
5시간 43분
누적시간
2,101시간

 
도로
 
도로
 
 
 
 
 
 
 
40Km / 3시간 00분
 
38Km / 2시간 43분
 
창녕
 
달성
 
고령
 
 
1,168Km
 

 

뿌연 물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차량들의 소음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잠이 들고 만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고 이러니?"

텐트를 말리고.

"어디로 가지?"

낙동강을 따라가는 낙동강 자전거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힘들어도 낙동강을 벗어나 산으로 가자."

고령을 지나 성주에 있는 무흘구곡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김천의 마루바람에 들러 바람을 만날 생각이다.

"창녕에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잠시 얼굴이라도 볼까요?"

바람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보조 배터리 충전을 맡겼던 식당으로 간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식당 부부의 웃는 얼굴이 친근하다.

돼지국밥과 함께 육수를 만들며 함께 삶는 족발을 담아준다.

그리고 아침에 삶은 수육을 썰어 담아주고, 편의점에서 얻어온 빵들을 건네준다.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계곡으로 가려고요."

이틀 동안 친절과 미소를 보여준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넘어 창녕읍으로 향한다.

무더위 속에서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간다.

국도 라이딩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마을길로 벗어나도 보고.

창녕읍의 경계를 지난다.

다른 지방에 비해 인구수가 많아서 그런지 창녕읍의 규모도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언덕길을 올라 읍내로 들어서고 첫 번째로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와, 덥다 더워!"

다시 국도를 따라 현풍읍으로 향한다.

가야산이 있는 소백산맥의 자락으로 들어서기까지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하는 지루한 코스다. 무더위 속에서의 라이딩은 짧고 굵게 라이딩을 하고 길게 휴식을 갖은것이 좋은 것 같다.

"대구다, 대구! 빨리 벗어나자!"

대구시 달성군에 속한 현풍읍의 모습도 꽤나 크고 발전이 된 모습이다. 7~80년대 계발의 혜택을 먼저 누린 이곳 지역들의 모습은 전라, 충청도 지방 도시들의 모습에 비해 규모가 크고 발전된 모습이다.

첫 번째로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창녕읍의 편의점에서 산 얼음 커피의 얼음이 녹기 전에 도착했지만 흘러내리는 땀과 갈증으로 지쳐간다.

"카시아처럼 나도 빙하가 줄어드는 것이 슬프지만 지금은 네가 제일 필요해!"

커피와 함께 얼음을 가득 얻어 냉수를 들이켠다.

한 시간이 넘도록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폭염 속으로 들어간다.

그늘 한 점 없는 강변길을 달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땡볕의 자전거길을 벗어나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벗어났지만 그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령으로 가는 팔만대장경의 자전거길, 호숫가에 세워진 오래된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데, 득달같이 달려 붙는 날파리들의 습격에 포기한다.

"에쉬, 저리 가!"

그늘이 있는 편한 정자를 앞에 두고.

날파리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뙤약볕에서 얼음물로 갈증을 달랜다.

"정자에서 낮잠을 자고 가면 좋겠는데."

고개를 넘어가고 다시 이어지는 고개를 피해 강을 따라 멀리 돌아간다.

땀으로 미끌거리는 신발에 물을 적시느라 바쁜 하루다.

지루한 농공단지를 돌아 고령의 초입에 도착한다.

"괜히 돌아왔나? 지친다."

대가야읍의 중심으로 들어가 대형 슈퍼마켓으로 좀비처럼 찾아간다.

"있다!"

폴라포 두 개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와.

"저 통닭이 먹고 싶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폴라포 두 개.

무흘구곡이 시작되는 대가천까지 2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터널을 통과하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국도의 오르내리막이 뜨거운 날씨와 함께 힘들게 한다. 대가야읍에서 얼음과 커피를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폴라포는 하나만 먹고, 얼음 커피를 샀어야 했는데."

도로를 달리던 중 고무신발이 미끌리며 벗겨져 나간다. 신발이 벗겨지며 헛페달링에 돌아간 페달이 정강이를 찧는다.

"에쉬!"

"이 짓을 오늘만 몇 번을 하는지."

길게 이어지던 1 터널의 이름을 보고서도 2 터널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니 꽤나 지쳤나 싶다.

밀려드는 갈증과 더위에 지친 몸이 납돌처럼 무거워진다.

낮은 업다운이 이어지는 도로를 벗어나 슈퍼마켓이 있는 수륜면으로 들어간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 조금 어두운 오래된 상점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앉아있다.

탄산이 들어간 아주 옛날의 그 음료수, '사랑해요 밀키스'를 골라 든다. 이름만 들어도 그 맛이 느껴지는 추억의 음료수다.

"주윤발 따거가 멋지긴 했어."

"할매, 이 부채는 파는 거예요? 그냥 주는 거예요?"

"하나 가져가!"

"감사합니다."

작천정 계곡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날개가 부러진 아이언맨 손선풍기를 그냥 버린 것이 가끔은 아쉽게 느껴졌는데 할머니에게 부채 하나를 득템 한다.

열대야가 있어도 이제 조금은 괜찮을 것 같고, 텐트 안으로 들어온 모기를 잡을 때도 유용할 것 같다.

"할매, 여기 계곡에 텐트 치고 잠잘 곳이 멀어요?"

"계곡?"

"네."

"계곡은 멀데이. 자전거 타고 못 간다. 여기 조금 올라가 내려가만 보물섬이라 카는데 나온다. 거 뒤로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물도 나오고.. 거가 좋다."

할머니가 말하는 곳은 무흘구곡의 1곡 회연서원이 있는 비봉암이다.

"할매, 거 멀어요?"

"아이다. 조금 올라가 내려가다 오른쪽에 보물섬이라고 있다."

할머니가 말하는 보물섬이 뭔지 검색하니 회연서원 앞에 있는 음식점이다. 슈퍼마켓이 있는지 물으니 술을 파는 곳이 있다며 조금 비싸다고 알려준다.

할머니에게 밀키스 하나를 더 사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전한 뒤 보물섬을 찾아 회연서원으로 간다.

산세가 높은 가야산으로 저녁해가 사라진다.

 

할머니가 말하던 보물섬은 삼겹살과 된장찌개 같은 메뉴가 있다. 먼저 텐트를 치고 보물섬에서 삼겹살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더위에 지친 하루,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회연서원의 외관을 살짝 살펴보고.

"조선 양반들의 삶이란 정말 한가롭다."

"그런데 비봉암이라는 기암 바위는 어딨어?"

기암 바위의 비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회연서원의 강변 쪽 모습은 꽤나 허탈하다.

"무흘구곡, 이런 느낌이야?"

폭우로 인해 범람했던 강변이 조금 더 황량하게 보이는 탓이겠지만 무흘구곡이라는 멋들어진 명칭이 혹시 과장된 미화가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할머니가 알려준 공원의 정자에 자전거를 세우고.

"오, 일단 식수대 완벽."

"먼저 씻자."

화장실 앞에 있는 수돗가에서 샤워를 하니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정자 위에 텐트를 펼친다. 강바람이 불어와 오늘 저녁은 덥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피곤함에 입맛이 사라져 삼겹살도, 소주도 귀찮게 느껴진다. 아침에 식당의 남자가 챙겨준 빵들은 더운 날씨의 열기 속에서 모두 상했을 것 같아 버리기로 한다.

"먹을만한 것이 하나도 없네.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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