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7~142일 / 맑음 ・ 20도
헙드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81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56시간

베일
헬프&원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헙드
헙드
헙드
 
 
2,39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유나 선생님은 배추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헙드의 지인들에게 나눠줄 김치를 만든다.

리즈훼이는 도깨비를 다운로드해 보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다운로드를 해둔 파일을 어떻게 보내줄까 고민했는데 알려준 토렌트 주소로 다운을 받은 것인지 알아서 잘 다운로드했나 보다.

하얀 달이 하늘 높이 올라가도 날은 밝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비빔국수를 해주고.

밤이 깊어가도 짙은 어둠은 내려앉지 않는다.

베일리 어게인과 달랑을 본다.

"즐겁게 살아. 단지, 지금을 살아가라."




아침으로 색색의 모양이 예쁜 볶음밥이다. 크게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데 쉽게 음식을 만들고 입맛에도 딱이다.

시원한 미역냉국과 함께한 맛있는 아침이다.

5번 유치원의 원장인 체기의 승용차가 있어 선생님과 함께 헙드의 외곽으로 나간다.

헙드의 공항을 구경하고.

조각상이 세워진 공항 주변의 작은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30도 가까이 올라간 기온은 매운 따가운 햇볕과 함께 숨막히는 더위를 불러온다.

"바람이 없으면 꽤나 힘든 무더위겠다."

헙드의 외곽을 돌며 게르가 들어선 마을들을 구경하고 헙드울랑에 있는 자이슨(전망대)에 올라간다.

"헙드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가파른 300개의 계단을 따라 붉은 돌산을 오른다.

헙드울랑의 자이슨에서 볼 수 있는 헙드의 전경이 펼쳐져 있다.

넓은 게르촌과 시내의 작은 빌딩들 그리고 부얀트걸의 주변으로 들어선 하얀 점들의 게르들.



한 무리의 양 떼들을 몰고 가는 모습도 보이고.

체기 선생님에게 승용차를 돌려주기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게르촌으로 이동한다.

새로 작은 게르를 설치하는 일을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유나 선생님은 저녁으로 양고기를 준비한다.

"이건 보드카인데요!"

양고기와 김치의 조합, 보트카와 맥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잠이 든다.



한미경 선생님이 시장에서 사온 보츠로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으로 가서 피자와 치킨을 먹는다.

나름 깔끔하게 괜찮은 메뉴다.

식사 중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잠시 통화를 하고, 19일 헙드에 온다는 간져와 약속을 잡는다.

새벽까지 헬프와 원더를 보고 강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이 든다.




새벽까지 영화를 본 탓에 12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사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자료들을 정리한다.

오후에 아파트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자전거를 정비해 주고, 저녁으로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

오초르에게 전화가 와 통화를 한다. 목소리가 잠겨있는 것처럼 좋질 않았는데, 몸이 아파서 울란바토르의 병원에 있다고 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라 힘든 노동에 몸이 축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불편한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집에 가면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해."

내일은 처이르에서 양만두를 만들어주고 도시락을 싸주었던 간져가 헙드로 온다.




생뚱맞게 감기가 찾아든다. 감기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을 잔다.

위너님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몽골로 들어섰다고 한다. 즐거운 몽골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6일 / 맑음 ・ 12도
차간아르칸-알타이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의 산길, 간쑤크의 도움을 받아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이다.


이동거리
157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716시간

산넘고물건너
비포장길
112Km / 4시간 02분
45Km / 1시간 13분
차간느
타이시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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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9911-411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간쑤크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쑤크와 바야르는 소의 젖을 짜느라 바쁘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양동이에 젖을 짜는 바야르.

초원의 소들은 건강한 것인지 쇠똥의 크기가 두꺼운 밀가루 반죽 같다.

양치를 하기 위해 자전거에 놓아둔 생수를 꺼내니 물이 얼어있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바람이 차고 밤의 기온이 낮다.

게르 옆에 놓인 채찍을 보고 자전거 스탠드로 사용할 막대기가 생각난다.

"쓸만한 나무가 없네."

바야르가 우유차를 내어주고.

조금 전 짜낸 소의 젖을 채에 거른 후 화로 위에 올려놓는다.

간쑤크에게 자전거를 세울 긴 막대기가 필요하다 말하니 장대처럼 긴 채찍을 주고, 톱으로 필요한 만큼 잘라 쓰라고 한다.

Y자 모양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세우는데 문제는 없다.

"됐다. 자전거 스탠드 겸 못된 개들의 응징용 작대기."

포터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게르에 놀러 왔던 남자의 SUV에 자전거를 실으라며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자전거를 가져오며 몇 차례 타보려고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한다.

"말 타는 것보다 어렵지?"

패니어를 떼어내고 간쑤크에게 타보라고 하니 아이처럼 이리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패니어들을 차량에 싣고.

앞 바퀴를 탈착한 자전거를 승용차에 넣는다.

"알타이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

바야르는 양고기의 살코기와 비계를 썰어 끓이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다.

양고기 국물에 면을 넣고.

몽골에서 초이완과 함께 주식으로 먹는 양고기 국수.

케찹을 뿌려서 먹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단백하고 좋다.

바야르가 자꾸 더 먹으라며 권해서 세 그릇을 비운다.

소의 뿔로 만든 젖병이다. 모유를 먹이는 몽골에서 아이에게 쓸 일은 없고, 어린 가축에게 젖을 먹일 때 사용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뿔의 안쪽을 긁어내고 끝부분에 젖꼭지를 달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식사가 끝나자 간쑤크는 알타이로 가자며 서두른다. 150km의 흙길이니 자동차로 간다 해도 꽤 거리가 멀다.

나를 데려다주고 차간느까지 돌아오면 3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짐들을 챙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바야르와 사진을 찍고, 게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간쑤크와 둘이 알타이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뒷자리에 타고 남자가 운전을 한다.

"간쑤크, 네가 앞에 앉아. 네가 크잖아."

덩치가 좋은 간쑤크에게 조수석을 양보했지만, 자전거 핸들이 뒷자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좁은 자리에 큰 덩치를 구겨 넣는다.

간쑤크의 게르를 떠난 승용차는 생각했던 대로 모래 바닥의 흙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알타이로 향한다.

언덕들과 강물을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며 지나가고.

자갈과 돌들을 피해 달리지만 시속 30km의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산악자전거라면 모를까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나름 괜찮은 길을 골라 승용차를 몰고, 가끔씩 차량을 세우고 망원경을 꺼내어 말들이 있는 곳을 관찰하며 간쑤크와 남자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기도 한다.

수킬로미터씩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인다.

간쑤크와 남자는 교대로 운전을 하며 흙길을 따라간다.

쉴 새 없이 핸들을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아야 하니 운전이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근데, 몽골에는 운전면허 같은 것이 있나?"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는, 심지어 길도 없는 몽골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 궁금해진다.

산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멀리 보이는 다음 산까지 구불구불 휘어진 흙길을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에 볼 수 있는 구름떼들만이 둥실거리며 하늘을 떠다니고.

햇볕을 받아 더워지는 차 안의 온도와 달리 제법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날씨다.

한참을 달리던 승용차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 정차를 하고, 간쑤크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한국인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농담의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말의 뒤쪽을 두드리며 말을 타고 가자며 웃는다.

도로조차 없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유목민족 몽골인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물론이고 낯선 사람에게조차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들을 넘고 넓은 평원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의 구름은 솜뭉치를 펼쳐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몽골의 비현실적인 구름의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널 담아 갈 수 있을까?"

11시에 차간느를 출발하여 두 시간 동안 50km를 이동한다. 몇 채의 게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흙길.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이정표 중에 하나일 거다."

뒷자리에서 누워 잠을 자던 남자와 간쑤크는 다시 운전을 교대하고.

간쑤크에 비해 와일드한 운전을 하던 남자가 돌멩이가 차체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를 세운다.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 들여다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어, 너네 스페어타이어는 있는 거야?"

차량의 화물칸 밑부분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준다.

타이어를 장착하던 간쑤크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모자를 쫓아 50미터 정도를 죽어라 뜀박질을 하고 간쑤크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산의 능산을 타고 달리던 차량은 2시 30분이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하라콜룸, 체체를렉, 울리아스타이로 이어지던 푸르고 아름답던 몽골 중부의 마을과 달리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다시 남부의 사막지대로 왔구나."

간쑤크를 따라 작은 슈퍼로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계산을 한다.

"내가 살게!"

간쑤크가 집어 든 작은 카스테라 빵. 빵을 먹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맛을 물어보는 간쑤크에게 엄지를 들어 '샌'이라고 말하지만 몽골의 빵은 정말 너무 달다.

"모! 모! 난 중국 빵이 더 좋아!"

남자가 고른 것은 보리식빵과 생선 통조림이다. 처이르에서 오초르가 챙겨주던 점심식사 메뉴다. 그냥 빵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난다.

아직도 알타이까지 50km나 남았다. 작은 마을 타이시르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비포장도로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간쑤크와 남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대신 옆으로 나있는 초원의 흙길을 따라 승용차를 운전한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정말 최악의 길이다.

알타이에 가까워지며 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게 이어진다.

돌들이 잘게 분쇄되고 평탄하게 작업된 비포장도로가 몽골 남부의 포장도로를 만나며 300km 넘게 이어지던 흙길과 비포장도로가 드디어 끝이 난다.

"아! 얼마 만에 아스팔트 길이냐!"

몽골의 도로는 울란바토르에서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 남부와 북부의 포장도로(하이웨이)가 동서로 이어져있다. 울란바토르, 바양홍고르, 알타이, 헙드로 이어지는 남부 도로와 볼강, 므릉, 울란곰, 헙드로 이어지는 북부 도로이다.

북부 도로를 타고 울기로 향하던 길을 김병남 선교사님을 만나며 중부의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을 따라 이동했고 중부의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북쪽의 울란곰과 남쪽의 알타이 중 몽골인의 '아스팔트'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까지 이어지는 산길과 흙길을 넘어온 것이다.

"아스팔트!"

비단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려 알타이에 도착한다. 차간느를 출발하여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알타이도 제법 큰 마을이지만 중부의 마을들보다는 처이르나 사인샨드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높은 산을 배경으로 사막과 같은 푸석한 초원의 모습이다.

알타이 중심으로 들어와 칸뱅크에 들러 간쑤크에게 20만 투그릭을 찾아준다.

일주일 정도의 생활비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끔찍한 초원의 길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무엇보다 몸과 자전거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행 앞에서 자전거와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데 자전거의 프론트 렉을 고정하는 볼트들이 모두 느슨하게 풀어져있다.

3일 동안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달리며 요동치는 흔들거림과 충격으로 조금씩 풀어져 버린 것이다.

육각렌치를 꺼내어 볼트들을 다시 조이고, 패니어를 장착한다.

"간쑤크, 밥 먹고 가! 나랑 밥 먹고 집에 가!"

알타이에 와서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지 바쁜 두 사람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여 이동한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폐업을 했는지, 영업을 끝냈는지 문이 닫혀있다. 그사이 간쑤크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알려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 주인과 주변 사람들과 달리 간쑤크의 지인인 남자는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간쑤크와 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들을 전달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꾸 끼어들며 철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면 엉뚱한 단어를 써놓거나 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앱들을 눌러대는 남자.

"도시가 그렇게 힘들면 욕심내지 말고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촤식아!"

불만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가라', '집에 가라'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 헙드로 바로 가라며 보기 싫은 표정으로 말과 제스처를 해댄다.

"술 먹었나? 네가 뭔데 가라 마라야!"

간쑤크와 함께 운전을 하고 온 남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의 남자다.

간쑤크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늘 웃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질 않고 빨리 서두르는 모양이다.

간쑤크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간쑤크 일행이 떠나고, 상냥한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옆 가게의 아주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찝찝했던 기분이 전환된다.

식당의 아주머니와 옆 가게의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볼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숙소를 검색한다.

제법 깨끗한 호텔이 25,000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편하게 이틀만 쉬고 울기까지 가자."

찾아간 호텔은 깨끗한 건물에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를 내고 자전거는 1층에 있는 큰 연회장 같은 곳에 넣어준다.

샤워를 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라마교 사원처럼 생긴 공원에 올라간다.

알타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중부의 마을들과 달리 별 감흥이 없다.

"그냥 황량하네."

슈퍼에 들러 먹을 것들을 사 오고.

과일이 정말 귀하지만 부실하다.

"딱 봐도 중국 과일이네."

숙소로 돌아와 레스토랑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보니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좋아!"

그럼, 일단 너부터.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는 위너님과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연변과 길림을 거쳐 북경으로 향하고 있는 위너님은 내몽골과 몽골의 경로가 나와 비슷하다.

그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청춘의 도전과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보다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부럽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을 가늠하며 답이 없는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을 핑계 삼아 모든 것들을 미뤄두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남들처럼.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구나 그때의 시간들이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지금은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고 행하길 바란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나 시스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너 자신조차도.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에 대해 스스로 왜 그것을 할 수 없다 생각하는지 의문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며 행하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삼촌이 정현에게

10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국 음식의 메뉴가 있지만 당연히 패쓰.

"네가 제일 잘 만드는 메뉴?"

이것저것 모르는 메뉴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빠르다.

생글하게 웃는 여직원은 파인애플 치킨과 고기 메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몽골 호텔 레스토랑에는 정해진 매뉴얼이라도 있는 거야?"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입맛을 돋우던 치킨을 주문한다. 자민우드,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 이곳의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12,900투그릭.

"내일까지 고기만 먹을 거야."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오랜만에 다스뵈이다를 몰아 보며 시시덕거리다 보니 몽골 마을의 야경을 다 구경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말고 야경은 처음이네."

멀고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 마지막으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아름다웠던 몽골 중부의 마을들을 지날 수 있어서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쓰발..트 너 그러면 안 돼!"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5일 / 맑음 ・ 6도
울리아스타이-차간느아르칸
이틀 동안 편하게 쉬었던 울리아스타이에서 출발하여 알타이로 향한다. 200km의 흙길과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9,9711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711시간

산길
모래길
23Km / 3시간 58분
23Km / 3시간 13분
울리아
시계
차간느
 
 
1,78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좋은 아침이다. 알타이로 가기 위해 200km 정도의 흙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산들을 넘어가야만 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쉬며 많은 고기들을 섭취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조금은 괜찮지만 비포장도로의 산길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뭐. 가다가 할 수 없으면 알타이까지 가는 트럭이라도 빌려 타 보자."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입가심으로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하나둘씩 1층으로 옮겨놓는다.

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장착하고 있으니 주방의 여직원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계속 지켜봐 준다.

"며칠 봤다고 아쉬운 모양이네."

짐들을 모두 장착하고 2층의 프런트로 올라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서롱고스 간다. 잘 있어라!"

아침을 먹기 위해 피쉬아이 카페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한다. 양과 쇠고기만을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어 본 닭고기의 기름맛이 입맛을 당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있을 때 먹고 가자."

주문을 하고 자전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를 발견한다. 그를 보고 카페의 입구로 나가니 그도 내 자전거를 보고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쓸데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사람들의 동질감 같은 것.

"헤이, 어디서 오는 거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시아노 안드레스는 스페인에 살고 있고, 몽골을 돌아 중국의 서북부 신장지역, 키르기스스탄, 타자키스탄, 터키를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거리에서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반가움에 흥분되어 정신이 없다. 몽골의 여행 경로를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왔던 것이다. 여행 루트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탓에 보여주지 못하고 네임카드를 건네며 여행의 경로를 설명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이제 막 울리아스타이로 들어온 루시아노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여기 호텔들은 비싸! 60,000투그릭!"

"저렴한 호텔이 어딘지 알아?"

"몰라!"

60,000투그릭의 숙박료를 말하자 루시아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하루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루시아노는 일정도, 여행 루트도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추시아노는 남자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것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의 지루함이 아닐까 싶다.

"행운을 빌어!"

서로의 어깨를 만져주며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고, 누가 보면 동난시절 떨어져 잃어버린 형제가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시아노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루시아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녀석에게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가 이렇게 급해? 할 것이라고는 자전거 타는 것 밖에 없는 녀석이."

루시아노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다. 셀카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버튼이 잘못 눌러져 외부 카메라로 찍혔던 모양이다.

"루시아노, 너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파인애플 치킨을 흡입하듯 먹으며 배를 채우고.

슈퍼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음료수를 사들고 울리아스타이를 떠난다.

"왜 갈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그래!"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넘고 거리를 청소하는 울리아스타이의 사람을 지나치며 넘어가야 할 산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중국에서는 외진 산골의 도로에서도 청소를 하는 청소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몽골에서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나름 깨끗하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딱 마을의 경계까지만 포장이 된 도로는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알타이까지 18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제멋대로 그려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어 보고, 마을의 외곽까지 나와 쓰레기를 줍는 알리아스타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 서롱고스! 감사합니다!"

멀리 산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길을 보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간다.

"루시아노와 울리아스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을 할 것을 그랬나? 너무 정신이 없었네."

처음으로 만난, 그것도 몽골에서, 더욱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울리아스타이에서 만난 루시아노를 여유 없이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귀찮을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지! 더욱이 같은 거지꼴인데 그놈은 왠지 간지가 나잖아. 내 미모가 죽을 거야!"

길은 산의 정상을 향해 S자로 휘어지며 길을 훤히 들러내놓고 올라간다.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죽어보라는 거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도도 급해진다. 자전거를 끌다 타기를 반복하는 동안 2시간 전에 떠난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불어오는 맞바람에 자전거의 태극기는 오늘도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추위와 한기가 밀려드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 구름들이 모아지고.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센 바람 탓에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대체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어붜가 쌓여있던 정산에서 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산의 반대편을 빙 돌아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멋대로 파이고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산길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힘들게 이어갈 때쯤 정차되어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2미터쯤 돼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남자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몽골 여행 한 달이 넘어가며 차츰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문화나 특징에도 익숙해져 간다.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몽골의 사람들이다."

짧은 영어와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즐긴다.

"조금만 올라가면 계속 내리막길이야!"

"응. 고마워!"

네임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고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응원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들을 건네며 헤어진다.

건장한 남자 5명이서 소형 도요타 차량에 동승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도 궁금하지만 굳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으로 기분이 가벼워지고 2,476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4시간 만에 20km 정도의 산길을 따라 해발 800미터를 올라온 것이다.

바람을 피해 시계를 알리는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눈 높이에서 변화하며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본다.

4시간 전에 출발했던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고.

"엄청 추운데, 이 하늘은 정말 치명적인 중독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의 모양들이 동서남북이 방향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들이다.

내려가야 할 남쪽의 하늘에서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

울리아스타이 쪽의 하늘은 뭉쳐진 구름들이 둥실거리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한다.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손이 차갑게 시려오며 얼어붙는 느낌이다. 겨울용 방한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고 겨울용 자켓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산을 내려간다.

어디가 내리막의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길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

S자의 내리막도 모자라 마치 8자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고.

길의 방향에 따라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나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어김없이 난감한 그 자체의 길이 나오고.

심하게 요동을 치며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는 어느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너무하네. 이정표도 없는데 이게 뭐야!"

구글지도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도 없는 제멋대로의 그려진 자동차 바퀴자국이지만 딱딱한 흙바닥은 오히려 흔들림이 덜하고 좋다.

좋은 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참을 달려 내려간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눕히고 쉬어간다. 비상식으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온 거리를 확인해 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두꺼운 구름에 해가 가려지며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구글맵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강을 넘는다.

그리고 시작된 흙길은 모래가 두껍게 쌓인 사막의 길과 비슷하다.

모래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며 움직이질 않는 길을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미끄러지고 뒤틀리며 스키딩을 한다.

"에이쉬,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게 만드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모래바닥의 길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다닌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고, 간간이 강의 건너편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의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쪽이 길인가 보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바닥 위를 끌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건너 가지?"

마을을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게르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때마침 게르에서 나오던 차량이 있어 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 의미 없다!"

게르의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게르를 향해 계속 이동하니 개들이 짖어대며 나에게 다가온다. 개 짖는 소리에 사람들이 나와 나를 확인하더니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을 잡아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샌 베노!"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하자 게르의 주인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이내 우유차와 빵들을 내어준다.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한다. 마치 오래된 지인이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놀러 온 것처럼 별다른 질문도 없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이다.

"타니 네르 캔 베?"

우유차와 빵을 먹으며 이름들과 게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하며 짧은 대화들을 이어간다.

차간느아르칸에서 유목을 하는 간쑤크와 그의 아내 바야르의 게르다. 부부 사이에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고, 딸의 또래인 여자아이가 함께 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게르로 들어와 아이에게 양고기를 잘라 먹이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몽골의 게르에 방문했을 때는 여러 가족 또는 친구들이 뒤섞여 있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잠시 게르를 빠져나와 핸들 가방과 헬멧을 챙기며 간쑤크의 포터 트럭을 보니 알타이 방향으로 짧게나마 이동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 20km만이라도 실어다 주면 그게 어디냐!"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일 알타이 방향으로 자전거를 싣고 태워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 부탁을 한다. 간쑤크는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되돌려 준다.

"뭐래요?"

"자기한테 화물차 같은 것이 있어서 알타이까지 태워다 줄 수 있데요."

"돈 같은 것은 얼마나 줘야 해요?"

"150km로 흙길이라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20만 투그릭,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 달라고 하네요."

"아. 10만원 정도요."

왕복 300km 정도의 초원의 흙길을 달려 알타이까지 데려다주는데 20만 투그릭이면 비싼 금액은 아니다 생각된다.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 모래바닥과 돌, 자갈 그리고 이정표조차 없는 산길을 가려면 자전거를 끌다시피 걸어가며 최소 5~6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몸과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20만 투그릭이면 5~6일 정도의 생활비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몸도 돈이잖아!"

간쑤크와 선교사님이 통화를 하고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몽골인이 알려준 '아스팔트!'로 인해 시작된 몽골 초원의 비포장도로와 흙길의 산길 라이딩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간쑤크의 게르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이 바야르는 어린 양을 삶아 고기를 내어준다.

양의 머리 부위와 갈비 그리고 발목 등을 삶은 양고기다.

간쑤크가 알려주는 대로 고기를 썰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살코기의 수육 부위도 먹어 보고.

갈비도 뜯어보고.

머리와 턱 부위의 고기도 먹어 보고.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뭔가가 아쉽다.

"맥주!"

갈증을 해소하려고 아침에 사놓은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패니어에서 맥주를 꺼내와 간쑤크에게 한 잔을 따라주고 나머지 맥주를 마시며 양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간쑤는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옆에 놀러 온 남자에게 잔을 준다. 그리고 잔을 받은 남자가 한 입을 마신 후 다시 간쑤크에게 잔을 되돌려 준다. 간쑤그는 다시 한 입을 마시고는 나를 향해 잔을 든다.

"뭐? 건배하자고?"

맥주캔을 들어 간쑤크의 잔에 건배를 하니 간쑤크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 관경을 보고 있던 바야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왜? 왜 뭔데?"

그때서야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모금씩 입을 대고 맥주잔을 건네주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아, 그런 거였어? 뭐, 어때. 건배했으면 된 거지!"

바야르는 양을 삶았던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주고, 고기와 함께 밥을 세 그릇이나 담아 준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바야르는 양들을 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간쑤크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한다.

"이거 많이 흔들거려서 힘들어."

자전거를 타보던 간쑤크는 1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 모습에 간쑤크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어린 아들이 와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안장에 올려놓으니 좋다고 웃는 녀석. 4~5살 정도로 보이는데 간쑤크를 닮아서인지 덩치가 크게 자랄 모양이다.

간쑤크가 가축들을 관리하는 사이 바야르는 따듯한 게르 안에서 잠을 자라며 한쪽 면에 놓인 침대를 가리킨다.

9시가 넘으며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진다.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 잠을 자라는 제스처를 하는 바야르.

10시 10분. 산 너머로 여전히 환하게 석양의 빛이 밝게 빛나는 몽골의 밤이다.

바야르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잠자리를 침대와 바닥에 마련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두꺼운 간쑤크의 몽골 의상을 이불 위로 한 번 더 덮어준다.

몽골의 옷은 무게가 꽤 나가는지 몸을 누르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축들을 관리하던 간쑤크가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처럼 옷을 벗고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 나긋나긋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화를 한다.

가끔씩 칭얼대는 그의 아들과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간쑤크와 바야르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왜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편안해진다. 뭔가 허기져 보이는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목을 하는 초원의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다. 더 좋은 음식들과 더 달콤한 잠자리가 필요 없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낯선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이 드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것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것을 갖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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